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7_3
“그, 그럼, 여기다 주둔지를 세운 의미가 없잖습니까? 길드장님.”
“내가 움직이는 곳이 주둔지가 되는 거지, 뭔 의미를 두고 그래. 그리고 처음 던전에 먹힌 일반인들 찾게 되면, 클리어할 동안 데리고 다닐 생각이냐? 부상자들은 어디다 두고?”
“… 여긴, 임시 부상 병동이군요.”
“부상 병동이 될지, 시체보관소가 될지는 나중에 고민하고. 10분 뒤 움직인다. 공지해!”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그 놈의 길드장님 소리는….”
한득이가 멀어져 가며 끝까지 길드장님이란 소릴 내뱉는다.
던전 클리어 시 룰에 따른 호칭도 좋지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웬만하면 그냥 ‘형님’ 소리 하지?
자꾸 그렇게 ‘길드장님’ 이라 부르면, 왠지 내가 늙어보이잖… 잠시!
한득이 너, 혹시 다들 구경하는데 미네랄 쪼개라고 해서 삐진 건 아니지?
소심한 놈.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시간 30분.
셔틀 하나당 정확히 10명씩 탑승했다.
전사, 마법사, 힐러와 성직자 비율을 1대1대2로 편성하고, 여유분의 셔틀은 나와 지원 길드원들이 차지했다.
“전투 흔적이 있던 북동쪽을 우선적으로 살펴본다. 제한 거리, 셔틀 이동속도 1시간 내외. 이슈사항 있을 시 전투 가능하다. 이상. 셔틀 이륙! … 출발!”
23대의 셔틀이 천천히 이륙하며, 상공 20m까지 떠오른다.
누군가는 호기심을, 누군가는 감탄의 외침을 뱉어낸다.
셔틀이 서서히 속력을 높이기 시작하자, 몇몇 각성자가 난간을 부여잡거나, 자리에 주저앉는다.
각성자가 고소공포증?
웃겨.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시간 10분.
대략 40분 가까이 날아왔다.
중간 중간 대규모의 발업 저굴링들이 셔틀을 쫓아오기도 했고, 소수의 히드라와 바닥을 뛰쳐나온 락커도 보였다.
몇 개체의 와이번들은 셔틀로 접근하다가 마법사들의 원거리 마법공격에 금새 바닥으로 추락했고, 하늘해파리 몇 개체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도 목격했다.
하늘해파리는 바이오 던전 내 비공격 유닛인데, 바다 해파리와 외양이 비슷해 붙은 명칭이다.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대응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의미 없는 녀석이다.
공중으로 움직이니, 던전 지상 유닛들과 드잡이 하지 않아서 좋고, 빨라서 좋다.
앞으로도 멍텅구리만 만나지 않으면, 이 방법으로 지속적인 정찰이 가능할 듯싶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시간 40분.
수십 개의 둔덕과 몇 개의 습지를 지나오자 흔적이 끊겼다.
중간중간 부러진 나뭇가지와 불을 피웠던 흔적들이 있어, 쉽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다른 쪽도 흔적이 있을까?
클리어 입장한 길드들이 민간인을 보호하고 있다고 가정 하면, 과연 난 어떻게 행동했을까?
클리어를 진행하기 위해, 각성자들과 동행?
아니면 어딘가에 인원들을 감춰?
그럼 보호와 경계는?
가정과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갑자기 주변이 웅성거리더니, 옆에 있던 미혜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날 불렀다.
“기, 길드장님. 저, 저거 보이세요?”
미혜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고개를 돌려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살피는데, 뭔가 완두콩 크기만한 것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뻘건 불빛이… 불빛? 화염?
“… 찾았다! 신속 이동한다. 마법사 마력발현! 전사 대기!”
난 주변에 떠있는 셔틀을 인지하고, 미혜가 가리킨 방향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시간 45분.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완두콩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고, 이내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놈의 정체는 바로 울트라였다.
‘쿠아앙… 콰앙.’
‘움머~.’
몸길이 8~12m, 신장 3~4m, 거대한 대가리에 달린 두개의 뿔과 함께 코뿔소처럼 육탄공격을 지양하는 거대한 바이오 유닛, 울트라.
맞다. 놈은 3등급 이상 바이오 던전부터 출현하고, 2등급이 넘어가면 놈의 특성은 저굴링처럼 발업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다.
간단히 말해 바이오 던전 내 무식한 대형트럭이라 볼 수 있는데, 놈의 육탄공격을 정면에서 받을 수 있는 각성자는 전 세계에도 몇 명 없다.
그런 울트라가 7개체.
둔덕 아래에서 위로 돌격하는 울트라.
그 둔덕 위에서 아래로, 지형과 인원 수로 막아내는 전사 계열 각성자들과 뒤에서 마법사들이 화염마법 위주로 울트라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우리들을 보며, 추가 편성된 클리어팀으로 판단한 건지 고함을 지르며 진형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전사들의 대검은 울트라의 질긴 가죽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서둘러 전장을 정리해야 했다.
“줄럿 소환 해제! 줄럿 전체 소환!”
[띠링! 줄럿(발업+100%) 360개체를 소환합니다.]난 주둔지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줄럿들을 소환 해제시킨 후, 이곳, 방어진형을 펼진 전사들 뒤편으로 360개체를 재소환 시켰다.
후방의 마법사들과 일반인들이 난리가 났지만,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없다.
“큰 개새끼를 붙잡는다! 마법사 마력발현!”
소환된 줄럿들과 셔틀에 타고 있던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줄럿들은 둔덕 밑으로 달려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마법주문이 들려온다.
방어 진형을 짜 울트라들을 상대하던 전사들이 영문을 몰라 허둥지둥할 때쯤, 줄럿들은 전사들을 지나쳐 울트라에게 달라붙었다.
울트라 한 개체당 50개체의 줄럿들이 달라붙자, 놈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진다.
“마법사 마법 공격! 굼벵이 전차 전체 소환!”
[띠링! 굼벵이 전차 7개체를 소환합니다.]“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이데아 여신의 눈물! 얼음의 벽!”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이데아 여신의 한탄! 슬픔의 이슬!”
‘콰아앙… 콰앙!’
‘꾸우웅… 콰광. 꾸우우웅… 콰아앙.’
‘움머~ 움머어어.’
내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50개의 마법공격이 분산되어 울트라에게 날아갔고, 우연인지 인벤토리에 있던 굼벵이 전차의 개체수도 울트라 수와 같았다.
줄럿들이 붙잡아 움직임이 거의 없는 타깃.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마법공격과 굼벵이 전차의 포격까지.
사방에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줄럿들! 정리해!”
수백의 줄럿들이 7개체의 울트라 몸통에 기다란 건틀릿을 쑤셔 박는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5시간 10분.
고기 타는 냄새와 매캐한 연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난 셔틀을 착륙시켰다.
웅성거리는 일반인들과 먼저 입장한 각성자들 사이에서 몇 명이 내 쪽으로 걸어오며 말을 붙인다.
“지원군인가? 리더는 누구고? 굳이 이렇게 추가 입장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누가 소환사인가요? 줄럿, 굼벵이 전차에 셔틀까지. 대단합니다.”
“우리끼리 처리할 수 있었는데, 괜한 참견일세. 일단 입장했으니, 자네들은 일반인들과 부상자들만 신경 써 주게. 클리어는 우리끼리 진행하지.”
“먼저 들어온 곳에서 던전 타이틀과 클리어 진행 여부권 있는 거 알고 있지? 던전에 먹힌 일반인들만 커버해주면, 공헌도 일부는 인정해줌세.”
나와 비슷한 40대 초반 한명 빼고는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싸가지다.
뭐?
필요 없어?
일반인들과 부상자들만 커버해서 대기해?
염병은….
주변 각성자들이 그들의 물음에 다들 나만 쳐다보자, 내가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했다. 일단은 일반인과 부상자 먼저 챙길 심산이다.
“부상자들 먼저 치료하고 이야기 하시죠. 지금 이럴 때가….”
“지원군 리더인가? 반갑네. 난 사성 길드 길드장 홍태성이네.”
“LC 길드 길드장, 김태수.”
“SG 길드 길드장, 문홍찬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백만, 질풍 길드 길드장. 괜히 나서지 말게.”
오~ 들은 적 있다.
사성 길드 길드장 홍태성.
50대 중반 나이에, 얼굴에 개기름이 줄줄 흘러넘치며, 얼핏 봐도 최고가의 장비들로 전신을 무장한 전사 계열 각성자.
금수저 중의 금수저.
그건 그렇고, 이 사람들이 날 언제 봤다고 이러는 건데?
분명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 한 명 빼고는 전부 하오체다.
다들 금수저 출신이라서 이런 건가?
금수저들은 원래 이래?
그나저나 저쪽 상황을 보아 하니, 부상자들이 꽤 있어 보이는데, 이렇게 통성명 할 시간이면, 차라리 치료부터 하지?
난 우리 쪽 힐러와 성직자들에게 우선 지시를 내렸다.
“힐러와 성직자들은 일반인들을 우선적으로 응급 치료하고, 나머지는 주둔지로 돌아가서….”
“LC 길드 서포터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하라.”
“사성 길드 마찬가지. 자네는 가만히 있게.”
“어허~ 나서지 말라니까!”
어쭈?
잘하면 한 대 치겠다?
그리고 뭐? 가만히 있으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데, 지랄한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5시간 40분.
사는 세상이 다른 건가?
아니면 내 생각이 틀린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된다.
일반인들을 제외하고,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500여명의 각성자들이 입장했지만, 지금은 대충 세어 봐도 350명 정도다.
즉, 사망자를 포함한 부상자가 현재 150명 가까이 된다는 뜻인데, 이 인원으로 클리어 진행하겠다고?
뭐?
능력 안되는 각성자들이 빠졌으니 더 효율적이고, 더 신속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 금수저 대가리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졌나?
일단 난, 지원 길드원들끼리 셔틀 안에서 현 상황에 대한 협의, 회의 같지 않은, 내 계획에 대한 통보를 날리고 있었다.
“형님. 그러면….”
“일단 주둔지로 복귀한 후 상황을 지켜본다. 저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클리어 진행속도를 대충 계산해도, 길어야 3~4일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거야.”
“오빠! 그럼 저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게?”
“참견하지 말라잖아, 귀찮게 하지 말라는데, 내버려 둬야지!”
“그, 그래도, 같이 클리어 진행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됐다 그래. 난,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막아. 시팔쌔끼들! 대기업이면 다야? 뭔 놈의 고위급 각성자들 판별능력이 이렇게 떨어져?”
“그건 맞습니다. 자부심이겠지요. 허영심이나.”
“그것 때문에 던전 터진 거 아냐! 시밤바 새끼들! 일단 이렇게 진행한다. 나중에 상황 보면서 분위기 잘 띄워. 알겠지?”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응, 오빠.”
“네. 분명 저희와 같이 움직이려는 길드나 파티 있을 겁니다. 없으면 클리어 될 때까지 기다리죠 뭐. 크큭.”
잠시 후.
추가로 입장한 각성자들을 모아놓고 지원 길드원들과 함께 어설픈 연극 한편 펼쳤다.
“… 안 해! 안한다고! 좆같아서 안하고, 뜻 안 맞아서 안 해. 이럴 거면, 차라리 우리끼리 클리어 진행하는 게 나아.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고 서로 제 살 파먹기 밖에 안 돼. 3등급 던전 클리어가 장난이냐! 안 한다니까!”
“혀, 형님!”
“길드장님.”
“기각! 분명 말했다. 안한다고! 일반인들과 부상자들 데리고 주둔지로 복귀한다. 부상자부터 셔틀에 태워!”
내 명령에 길드원들이 주춤거리며 부상자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가자, 몇몇 각성자들이 서둘러 말을 꺼낸다.
“지원 길드장님! 저들과 같이 클리어 진행해야 됩니다.”
“맞습니다. 길드장님. 꼴불견이라도 참아야 합니다. 국내 최대 길드라구요!”
“아닙니다. 클리어 안돼서 터진 던전 아닙니까? 저 인원 수로는 또다시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도와줘야 한다고요~.”
“뭔 소리야! 일반인하고 부상자들 때문에 그렇잖아. 일부 각성자들이 커버하면, 클리어 된다니깐!”
“미친! 지원 길드장님과 같이 해야 한다고!”
역시나 우리 쪽도 문제가 있군.
100%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500명으로 클리어 못했으니, 350여명으로 던전 클리어는 당연히 무리다.
나도 알고 있고, 이들도 알고 있으며, 저들도 알고 있을 텐데….
대가리에 똥만 찬 금수저들!
지들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 얘기겠지.
누굴 소모품으로 던져주며, 자신만의 이득을 노릴 거다.
물론 재수가 엄청나게 좋거나, 전생에 나라를 10번정도 구했으면, 던전 클리어 공헌도를 조금이라도 차지 할 수 있을 수도 모른다.
그럼 뭐 하는데?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각성자들은 얼마나 되고?
난 답답한 한숨을 쉬고, 날 따라 던전에 들어온 각성자들을 일일이 살피며 굳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내가 던전 입장하기 전에 분명히 말했다. 나를 믿고, 너희들 스스로 믿어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면, 내가, 너희가 분명 클리어 한다고! 처음부터 저들과 같이 클리어할 것이라 생각지도 않았고, 계획에도 없었다.
던전에 먹힌 일반인들과 기존에 입장한 각성자들이, 살아있다면!
부상을 당해 움직일 수 없다면! 그것도 아닌 시체라도 있다면!
그들을 데리고 던전 밖으로 나가게 하겠다는 계획은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저들의 아집과 고집에 손을 들었다!
일반인들과 부상자들만 챙긴다. 내 능력을 의심치 않는 이들은 날 따를 것이며, 그렇지 않는 이들은 저들을 따라가도 좋다. 우린, 우리들끼리 따로 움직인다. 이상!”
내 말이 끝나자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전사, 마법사 대부분은 현 위치를 고수했지만, 힐러와 성직자 계열 각성자들은 대략 30여명이 금수저들을 뒤따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갈 사람들은 이참에 빠지는 게 좋다. 너희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아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다.
그들에게 버림받은 일반인 420여명과 부상자 90여명, 50여구의 시신과 날 끝까지 믿어준 170여명의 각성자들.
그래 씨팍새끼들! 한번 해보자.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는 지금부터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1일 4시간 30분.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 형님, 이대로는 식료품 3일치가 한계입니다.”
“3일, 길어도 4일 이내에 던전 클리어 안되면, 쫄쫄 굶게 생겼어요. 배급량을 줄여야 해요.”
“지금도 하루에 두 끼밖에 안 먹는데, 여기서 더 줄이면 어떡하자고? 어린 아이들과 부상자들, 70세 이상 노인들은 기존과 같이 배급하고, 각성자들이 좀 더 양보 하는 게 어떨까요?”
“못 먹고, 못 싸고, 던전 클리어할 수 있겠냐? 각성자들이 기계도 아니고.”
“저도 여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일반인들이 이렇게 많이 생존해 있을 거라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내가 그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잖아.”
“그래도….”
“하~ 젠장. 이건 정말 생각 못했는데.”
한득과 길수가 말다툼을 하고, 지혜와 김은희, 최은지도 어깨를 으쓱거린다. 길드원들도 나처럼 해결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
이 문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누굴 탓하기 이전에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처음 던전 클리어 입장할 때의 인원 수가 지원 길드를 제외하고 200명.
그들의 습성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3등급 던전 규모를 생각해 각성자 한 사람당 최소 8일치(4등급 던전의 평균 클리어 일수는 4일이다.)의 식수와 포션, 응급치료용품과 식량을 챙기라고 지시했었지만, 역시나 각성자들.
자신들의 무기와 방어류, 마법물품 등을 최우선으로 챙긴 것이다.
각성자들의 인벤토리 저장 공간은 각성자 등급이나 능력치, ‘이데아 주머니’ 같은 아이템 흡수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지는 공통이다.
저장 개수가 아닌 ‘종’으로 인벤토리 저장 능력치를 채운다는 거다.
예를 들어, 비빔밥 하나는 ‘종’으로 판별해서 수십 개를 저장할 수 있지만, 비빔밥에 들어간 콩나물, 고추장, 참기름 등은 별개로 구분해서 각각 3개의 저장공간으로 인식해, 고추장 수십 개, 참기름 수십 개, 콩나물 수십 개를 차지한다는 점.
즉, 같은 식수일지라도 해당 종에 따른 ‘지리산’과 ‘설악산’ 은 두개의 저장공간으로 인식되는데, 이 때문에 전사 계열 마법사들은 무기류와 갑옷, 방패 등으로 인벤토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마법사 계열은 마력 흡수와 소모, 사정거리 등을 늘려주거나 줄여주는 마법물품 등을 최우선으로 보관한다는 습성을 미리 간파하지 못했다.
힐러와 성직자 계열 각성자들이 서포터 개념으로, 대부분 길드나 파티에서 운용되는 던전 내 물품 등은 그들이 주로 담당하는데 있었는데… 차라리 그거라도 내놓고 가라고 할 걸!
지금 내 인벤토리에도 먹을 수 있는 건, 일명 ‘한라산’이란 식수만 있다.
그것도 2L짜리 10개씩이나. 나머지는 한득에게 있고. 쩝.
결국은 ‘금수저들을 따라간 각성자 30여 명 중 대부분이 힐러와 성직자들이 속해서 생긴’ 나비효과.
던전에 먹힌 일반인들과 부상자 때문에 안 그래도 모자란 식료품에, 그나마 준비해 둔 식량 창고가 날아가 버린 상황.
좆됐다.
한참이나 어떻게 하면 소모되는 식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협의(라 읽고 침묵이라 쓴다.)와 클리어 진행방식에 대해 논의(라 읽고, 일방적인 통보라 쓴다.)를 하고 있는데,
‘투쿠쿠쿵… 콰아앙~.’
‘키에엑… 키엑.’
‘꾸왁… 꾸와왁.’
천막에서도 느껴지는 던전 바닥의 미미한 진동과 포성이 울린 후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사 계열 각성자 한명이 안으로 들어오며 상황 보고를 한다. 또 기습인가?
“지원 길드장님. 19차 주둔지 방어 성공! 발업 저굴링 35개체, 히드라 9개체, 울트라 1개체 방어탑과 줄럿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1선의 방어탑 3군데와 게이트웨이 일부 손실하였으며, 그린 등급 경계 지속합니다. 인명피해 없습니다.”
이놈의 바이오 던전 유닛들의 기습은 하루에도 몇 차례인지.
깨지지 않는 바위에 몸을 던지는 멍청한 던전 유닛들….
아~ 그 바위는 내가 만들었다. 크큼.
“… 일단 나가자. 머리 아프다.”
“네.”
일단 과부화로 터지기 직전의 머릴 식힐 겸, 부서진 방어탑과 게이트웨이도 손 볼 겸, 습격한 주둔지 경계 근처로 이동했다.
몇 명의 전사 계열 각성자들이 저굴링, 히드라, 울트라 사체를 주둔지 쪽으로 바삐 옮기고 있는데, 날 지나쳐 가는 울트라 사체에서 고기 타는 냄새가… 응? 고기? … 고기!
“잠시 대기!”
내 외침에 울트라 사체를 옮기던 각성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17년 만에 공식적으로 터진 바이오 던전.
지금까지 바이오 던전 유닛 사체로 만들어지는 최고급 마법물품과 포션 등은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 호주, 미국 등과 몇몇의 유럽 국가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대단히 비싸다.
지금 당장 각성자 쇼핑몰에서 확인해봐도 중급 포션 한 병이 3억 원을 넘어가고 있으니, 최고급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문제는 공급이다.
수요는 엄청난데 공급이 안되니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외국에서 정상적으로 수입하려고 하니 세금 또한 만만찮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10등급이나 9등급, 심지어는 7등급까지 바이오 던전을 일부러 터트리기도 한다.
외국 역시 철저한 검증 아래 그렇게 바이오 유닛 사체 공급을 하는 건데 문제는 국내 사정이다.
정상적으로 바이오 던전을 터트려 사체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넓어 인구 밀집도가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기는 힘들고,
혹시라도 놓친 던전 유닛들은 국내의 수많은 산과 강 때문에 은폐와 엄폐에 용이하며, 유닛의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게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급의 바이오 던전이 그 대상이지만 일부러 터트린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카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하고, 사실 확인은 안되는 상황.
웃긴 건 국내에 유통되는 포션과 그에 해당하는 마법물품이 수입된 수량보다 많다는 사실로 대충 짐작할 뿐이다.
여하튼, 던전 등급에 상관없이, 리젠 시간을 놓친, 터져 버린 바이오 던전 내 유닛 사체는 엄청난 돈이 된다.
거기에 9~10등급의 하위급 던전도 아니고, 국내에서 처음 출현된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대기업 소속 길드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만한 먹잇감이고, 어제 금수저들의 행동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 는 씨팔!
누구 때문에 내가 여기서 일반인들과 부상자들의 먹거리 고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건데! 그렇다고 못 본 척 할 수도 없고.
일반인과 부상자들을 일부 각성자들에게 알아서 케어하라고 하고, 나 혼자 던전 클리어를 진행해볼까?
됐다, 아서라.
괜한 욕심에 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젠장!
그래도 3등급 바이오 던전 성체 타워를 파괴할 때 뿌려지는 마력파도.
일명 스펠 쇼크웨이브 영향은 엄청 궁금하긴 하다.
처음 6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할 때도 두 단계나 레벨업 했었고, 그 이후에도 한번 레벨업이 이루어졌었는데 3등급은 과연 어떨까? 폭풍 레벨업이 될 것 같긴 한데… 쩝.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난 울트라 사체에 다가가며 이데아 송곳을 소환한 후 놈의 몸통에 푹~ 찔러, 그 피를 살짝 핥았다.
“뭐하려고? 어, 어? 오빳! 그거 독 있어!”
약간 비릿한 감이 있었지만, 괜찮은 것 같은데?
“나도 알아. 그래도 이 피가 포션 만들 때 쓰는 재료… 우, 우웩~.”
[띠링! 바이오 3등급 던전 유닛 가중치를 흡수하였습니다. 레벨업 가중치 0.0018% 증가합니다.]“뭐, 뭐가? 뭔 놈의… 우웨엑~.”
“… 이데아 여신의 안배! 퍼스널 힐!”
“어유~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기, 길드장님. 괜찮아요?”
한득이가 힐을 넣어주자 그나마 살겠다.
그건 그렇고 아까 뭐라고 알림이 떴지?
유닛 가중치?
레벨업 가중치?
입가에 침을 흘리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자, 지혜가 다가와 손가락 두개를 흔들어 보인다.
“오빠! 이거 몇 개로 보여? 괜찮아? 중독된 건 아니지?”
“… 치워라. 그리고 한득아.”
“네. 형님.”
“포션 있지?”
“네. 하급 2개하고, 중급 하나 있습니다만.”
“하급으로 하나 줘 봐.”
“중독 되셨으면 제가 힐로 치료할 수 있는데요. 굳이 포션까지 쓸 이유가….”
“일단 줘. 확인할 게 있어.”
“넵.”
한득이가 인벤토리에서 하급 포션 한 병을 꺼내 나에게 건네준다.
주먹만 한 흰색 도자기병에 담긴 하급 포션.
어지간한 절상(折傷), 자상(刺傷), 열상(裂傷), 화상(火傷)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대부분의 중독(中毒)도 치유하는데, 하급 포션 한 병당 7천~8천만 원 사이다.
각성자 대부분이 던전 클리어할 때 힐러나 성직자의 힐과 축복을 서포터 받긴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만약 그들이 서포터가 없다면?
던전 클리어 상황 시 난전이 펼쳐지거나 그들의 부재, 배신, 무시 등을 감안하면, 포션은 각성자들의 필수품일지도 모른다.
물론 최우선으로 다치지 않는 게 좋긴 하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거 재료가 뭐지?”
“포션요? 그거야 당연히 바이오 유닛 사체의 피를 가공해서… 에이~ 서, 설마!”
“오빠.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그거 여기서 못 만들어. 첨단 시설이 필요하거든. 무슨 화학적 변화에 의거해서….”
“그 말이 아니고… 됐다. 한득이는 물 받을만한 거 찾아보고, 길수는 울트라 사체 1kg 정도만 잘라내 봐.”
“뭐하시려고요?”
“쓰읍~.”
“… 넵. 다녀오죠.”
포션은 바이오 던전 유닛 사체 피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물론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문제는 아까 울린 알림이다.
그 소량의 피가 레벨업 가중치를 올렸다면, 만약 사체는?
잘~ 하면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후.
난 2L짜리 PT병을 반으로 자른 통에 물을 채운 뒤 하급 포션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길수가 잘라온 울트라 사체 조각에서 손톱만한 조직을 얇게 포를 뜬 후 물통에 씻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빠, 도대체 뭐 하는 건데? 또 중독된다니까.”
[띠링! 바이오 3등급 던전 유닛 가중치를 흡수하였습니다. 레벨업 가중치 0.0175% 증가합니다.]“쩝쩝… 음, 맛은 괜찮은데? 그리고 대충 10배 정도네?”
길드원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데, 내 혼잣말에 한득이가 뭘 알아차렸는지 서둘러 날 따라한다.
울트라 사체 조각에서 포를 떠 물에 씻은 후 눈을 질끈 감고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간다.
“… 세, 세상에!”
“뭐, 뭔데?”
“야, 뭐야? 뭐가?”
길드원들 중 한득 다음으로 눈치 빠른 지혜가 잽싸게 울트라 사체에 손을 가져간다.
잠시 후.
우린 아예 자릴 잡고 울트라 사체를 날로 처묵처묵하고 있었다.
주변의 각성자들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따라하기 시작했고, 이 상황은 주둔지 전체로 퍼져 나갔다.
중간에 오바이트하는 각성자, 물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는 각성자, 물과 하급 포션의 희석 비율을 일일이 점검하는 각성자, 육회는 질린지 사체 조각을 불에 구워 먹는 각성자, 연기에 훈제 시키는 각성자, 그리고 배급된 식료품과 함께 식사하는 각성자까지.
일대에 때 아닌 단체 회식이 시작됐다.
“더, 더는 못 먹어!”
“쩝쩝, 이게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거야. 먹기만 해도 레벨업 가중치 올라가는데, 죽을 때까지 먹어야지.”
“이러다가는 진짜로 죽는다고.”
“배 터져서 죽는 각성자 못 봤다. 그나저나 형님, 이거 한방에 다 해결될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이야 그냥 일반 고기와 비슷하겠지만, 각성자들은… 보세요. 지금 이 상황, 이게 바이오 던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잖습니까? 식량 문제와 각성자들의 던전 클리어 불만 해결, 사기 진작 등, 대단합니다. 형님.”
한득의 말이 맞다.
주둔지 어디를 둘러봐도 수십 명씩 자릴 잡아 불을 피워 울트라 사체를 뜯고 있었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이 사태를 목격한 일부 각성자들의 항의와 반발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제지당할 정도.
물론 울트라 사체가 돈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뼈나 뿔 같은 골격이 그렇지 고기는 아니다. 피야 지금도 저마다 비워진 식수, PT병에 모으고 있고.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울트라 사체는 일명 ‘거대 한우’로 탈바꿈 되어 주둔지에 퍼져나갔다.
맛과 식감이 소고기와 비슷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1일 16시간 50분.
그날 저녁.
금수저들과 같이 떠났던 일부 힐러, 성직자들과 SG 길드 길드장 문홍찬 외 부상자 포함 각성자 78명이 주둔지를 방문했다.
마침 저녁시간이라 우리들이 씹고, 뜯고, 맛보는 울트라 사체를 보고 경악했고, 우리는 그들의 전해주는 클리어 진행상황에 경악했다.
“도와주십시요. 지원 길드장님.”
금수저들 중 가장 인상이 좋았던 SG 길드장 문홍찬.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도움을 청한다.
“멀티 하나 깨는데, 사상자가 100명이 넘었다구요? 클리어 진행 전체 각성자 400명 정도지 않습니까?”
“네. 정확히는 391명인데, 저희가 빠졌으니 대략 300명이 조금 넘겠지요.”
“그중에 부상자가 100명이면, 3분의 1이 전투 불능 상태일 텐데, 어찌….”
“힐러와 성직자들이 마력을 쥐어짜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클리어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꽤 되구요. 제가 봐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갑갑한 침묵이 천막 안에 맴돌다 사라진다.
“식수나 식량은 충분합니까?”
“서포터 계열 각성자가 많아서,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렇겠죠. 그것 때문에 저희가 고생했으니.”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만하세요. 길드장님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길수의 투덜거림에도 SG 길드장은 고개를 숙인다.
나보다 3살 많아 올해 43살인, 코스닥 상장기업 SG 소속 길드장 문홍찬.
나와 비슷한 키에 근육질 체격, 햇빛에 그을린 갈색 얼굴에 신념의 눈빛.
5등급 후반에 잘나가는 전사 계열 각성자.
무엇이 그를 보잘 것 없는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을까?
난 묘한 궁긍증과 막연한 기대감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
“SG 길드장님.”
“네. 지원 길드장님.”
“길드장님은 이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보상과 소속 길드원들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길드원들이죠. 길드원들이 있어야 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도 제 결정을 기꺼이 따라준 길드원들의 선택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오는 대답.
간단하면서도 명쾌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쉽게, 간단히 대답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지역 방위길드, 길드장이라면.
됐다. 이 정도의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이 해도 될 듯싶다.
“진행하죠.”
“네?”
“클리어 진행하죠. 내일 아침 식사 후에 바로 진행합니다. 고한득, 최길수!”
“넵. 길드장님!”
“예!”
“주둔지 내 일반인들과 부상자 경계인원 최소한으로 산출하고, 식수와 식량, 포션 수량과 클리어 가용인원 직군별로 파악해서 보고해. 내일 아침,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재 클리어 진행한다. 공표해!”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한득과 길수가 지시사항을 전파하러 서둘러 천막을 빠져나가자, SG 길드장이 묘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03시간 20분.
다음날.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난 주둔지 경계 내 방어탑과 수정체, 게이트웨이 건물을 추가로 생성시켰다.
지금까지 3차 결계로 주둔지를 방어했다면, 이제는 4차 결계 이상이다.
여기에 대기하고 있던 줄럿들을 전체 소환해야 하는 상황이 저번처럼 발생할 수도 있고, 대규모의 각성자들이 빠져나감에 따른 일반인과 부상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기존 170여명의 각성자들과 SG 길드 전투 가능 인원 45명을 합쳐, 나와 길드원들을 제외한 215명의 각성자들이 23대의 셔틀에 나누어 탑승했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재 클리어 진행한다. 셔틀 이륙! 마법사 마력 발현! 출발!”
내 외침에 23대의 셔틀이 동시에 떠올랐고, 마법사들이 외쳐대는 마법주문이 사방에서 들린다.
“울트라 천지네.”
“울트라는 무슨, 한우지.”
“정확히는, 거대 한우. 저거 한 마리면 지금 인원 다 먹고도 남겠다.”
“그러게. 근데 질리기 시작하는데? 크큭.”
같이 탑승한 지원 길드원들의 대화에 SG 길드장 문홍찬은 어이없는 표정이다.
던전 클리어를 진행함에 있어 이런 분위기가 이상해서일까?
살며시 내게 의견을 건넨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속된 긴장은 몸을 더 무겁게 하죠. 전투 시작 전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구요.”
“네? 뭐가요?”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한우 천지.”
“… 도대체가.”
왜?
맞는 표현이구만.
이해를 못하겠다는, 어이 없어하는 SG 길드장을 내버려두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십여 개체의 울트라들과 수백의 저굴링들, 수십의 히드라들이 셔틀을 쫓아오거나, 지들끼리 엉켜 바둥거리다가 다른 쪽으로 뛰어간다.
역시나 3등급 바이오 던전.
공중으로 움직이니 다행이지, 지상으로 이동했으면 우리도 난감할 뻔 했다. 크큼.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05시간 10분.
SG 길드장이 알려준 방향으로 주둔지로부터 두 시간 가까이 날아오자, 드디어 금수저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어찌 처음 만났을 때와 상황이 비슷해 보였다.
일반인들을 케어하는 각성자들만 없을 뿐, 울트라와 저굴링, 히드라에 포위된 채 둔덕 위에서 항전하는 상황이 어찌나 한심해 보이는지.
300여명 인원들은 다 어디 가고, 200여명의 각성자들이 죽기 살기로 던전 유닛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대기업 소속 길드장들과 전사들이 전방에서 날뛰고는 있었지만, 지치고, 힘든 기색에 방어구도 너덜너덜 해지고, 여기저기 상처도 가득했다.
마법사들의 원거리 마법공격도 간간히 터지고 있었고, 힐러와 성직자들의 힐과 축복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둔던 위에는 부상자인지, 사망자인지 모를 각성자 수십이 쓰러져 있었고, 어떤 이는 체념한 채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씨팔! 걸렸다.
“지, 지원 길드닷!”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웅성거림이 커지더니, 우리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는지 우물에 돌 던진 듯 함성과 고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 이야앗!”
“우와아~.”
“정말이다! SG에서 지원군을 데리고 왔다!”
“살았다! 살았다고!”
“지원 길드가 우릴 구하러 왔다!”
갑작스런 먹이들의 드센 공격을 받아서일까?
울트라, 일명 거대 한우들이 약간 주춤거리자, 난 재빨리 줄럿들을 소환시킨 후 지시를 내렸다.
“줄럿들 달라붙어! 마법사 마법 공격!”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이데아 여신의 눈물! 얼음의 벽!”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이데아 여신의….”
‘콰앙… 쿠아앙.’
‘꾸와왁… 꾸왁.’
‘움머~ 움머어.’
“됐어! 전사들 뛰쳐나가! 힐, 축복 퍼부어!”
“SG 길드! 전원 돌격!”
“우와아~.”
“우리도 간다! 3시 방향! 출발!”
수백의 줄럿들과 마력 빵빵한 각성자 215명이 뒤에서 파도처럼 들이닥치자, 던전 유닛들이 허둥지둥한다.
우리와 보조를 맞추듯 금수저들도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전장이 점차 정리되어 간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부상자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한 후 방어탑과 게이트웨이로 경계를 강화시키고, 천막을 쳐서 지친 각성자들을 쉬게 했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08시간 30분.
우리 쪽 힐러와 성직자들이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대부분 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크큼.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하고 싶네. 고맙네.”
사성 길드 길드장 홍태성의 성의 없는 인사와,
“주둔지에서 할 일 없이 죽치고 있는 것보다 한손 거드는 게 어떤가? 클리어 한자리 내어줌세.”
LC 길드 길드장 김태수의 개소리,
“아무래도 자네들도 도와야 할 듯싶어. 클리어 같이 진행하지.”
질풍 길드 길드장 김백만의 헛소리까지.
도대체 이 아저씨들, 왜 이러는 건데?
난 아무 말 않고 팔짱을 낀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굳이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던전 클리어 진행할 이유가 있나? 분명 이들의 능력치와 각성자 등급은 우리들보다 높겠지만, 던전 내 멀티 하나 깨지 못하는 형편없는 조직인데, 같이해? 지금 우리 인원들로 과연 멀티와 본진을 파괴할 수 있을까?’
한창 이런저런 고민에 잠겨 있는데, LC 길드 길드장 김태수가 지랄한다.
“뭐 하는 건가? 얼른 승낙하지 않고?”
“… 뭘요?”
“몰라서 묻는 겐가? 던전 클리어에 한자리 넣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얼른 승낙하고, 부대 재편성해서….”
“왜요?”
“무, 무슨 말인가! 클리어 진행하려면, 현재의 인원들을 직군에 따라 재편성해서….”
“그러니깐, 그걸 왜 하는데요?”
“이익! 지금 나하고 장난치자는 건가!”
“장난칠 마음도 없고, 부대 재편성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흰 이만 가 보도록 하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 씨발놈이!
“자네, 당장 제자리에 앉지 않으면 따끔한 맛을 보게 될 거야!”
개새끼가 대검을 꺼내 날 협박한다.
“… 지금 이거, PK 상황이지? 상대해 주지. 줄럿 전체 소환!”
[띠링! 줄럿(발업+100%) 185개체를 소환합니다.]하얀빛과 함께 경계를 서고 있던 줄럿들이 천막을 터트리며 소환되었다.
“죽여줄까?”
정적이 감도는 상황에서 SG 길드장이 소리친다.
“… 지원 길드장님! 참으세요! PK, 절대 안 됩니다!”
서울시청 랜덤 3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09시간 10분.
일단 줄럿들을 한계치까지 재생산한 후 수정체와 방어탑, 게이트웨이를 차례대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지켜줄 방어경계가 조금씩 사라져가자, 금수저 소속 길드원들이 웅성거리며 내 행동을 주시한다.
“저걸 왜 부수는 건데?”
“몰라. 이동하려는 건가?”
“아까 간부 회의하는 거 얼핏 들었는데, 지원 길드 쪽은 별도로 클리어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
“왜? 각성자 등급은 우리가 높잖아? 같이 클리어 진행하면 더 좋은 거 아냐?”
“그걸 누가 모르냐. 윗대가리가 문제지.”
“하~ 안 봐도 비디오다. 꼰대들이 지랄했겠지. 지원 길드장은 열 받은 거고.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