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02
표정을 지으며 한사람도 빠짐없이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에서 카이란을 쏘아보았다.
혜진이도 두 눈을 뚫어져라 카이란을 쏘아보고 있었고, 세상에 이런 이상한 남자가
다 있냐 라는 식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기대며 팔꿈치는 테
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장작 당사자 카이란은 체리 에이드가 마음에 들었는지 빨대
로 체리 에이드를 마시기에 급급했다. 왠지 어린아이의 행동을 보는 것 같아 혜진
이는 화를 내고 싶어도 화가 가라 앉아버렸다.
“그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른 상태잖아? 서로 통성명 정도는 아는 것이 좋
지 않을까? 언제까지 그쪽, 이봐, 저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잖아.”
한쪽 팔을 기댄 채로 혜진이는 그 자세에서 말을 꺼냈다. 이름을 모르니 혜진은 카
이란을 부르기에 불편한 감이 있었다.
“흐음? 그래? 그러면 각자 소개를 하는 것이 낮겠지.”
“그래.”
카이란에게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모른다고 하니.. 통성명보다는
소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제시를 하자 혜진도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
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쪽먼저…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이 있으니.. 여자먼저 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 쪽에도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이 들어가나…? 이상한 카이란의 말에 혜진이는
왼쪽에 있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먼저하나 나중에 하나 다 똑같기 때문에 혜진은
군말하지 않고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이 혜진이고, 나이는 18살이야. 너도 알다시피 예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2학년 7반 24번이야. 이 정도로 하고… 그쪽 소개 할 차례.”
혜진이는 활짝 웃으면서 자신의 소개를 끝내고는 손을 핀 상태에서 카이란을 가리
켰다.
“흠.. 이름은 이 백성(이카레이드 카이란이 본명이지만…), 나이 18살(3600살이지
만…), 한진 고등학교 2학년 7반 18번이야. 됐지?”
진짜 나이를 말하면 당연히 안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따로 놀았다. 카이란도 대충
소개를 끝내고는 혜진이를 바라보았다. 혜진이를 보자 그녀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 속으로 웅얼거렸다.
“백성… 이백성.. 백성… 흐음…”
“뭐야? 뭐를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웅얼거리는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을 들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 상관하
지 않고 지금 그녀의 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
“.. 아..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참 신기하네.”
“뭐가?”
“비슷하잖아. 모든 것이…”
“엥?”
혜진이의 말뜻을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지으며 카이란은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혜진
을 보았다. 그런 카이란의 표정을 보며 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작은 한숨을 내뱉
고는 입을 열었다.
“참나… 보면 모르겠어? 모든 것이 비슷하게 같은 학년에 같은 나이, 같은 반이잖
아. 그것도 성까지 비슷하잖아. 번호만 어긋났지 신기하지 않아?”
“아… 그리고 보니…”
혜진이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
“그런데 너는 무슨 성이야? 나는 전주이씨인데… 그리고보니 예전에 전주 이씨…
. 아앗!!!!!! 그렇구나!!!! 맞다!! 이!! 백!! 성!!! 이제 생각났다!!!”
혜진이는 느닷없이 말을 하다 말고 무언가 번쩍 생각난 표정을 짓고는 큰소리로 말
하고는 제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또다시 카이란이 앉은자리에서 엄청난 큰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저 커플 또 왜 저래?’라는 식으로 비난이 가득한 눈길로 그들을
쏘아보았지, 아까 같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사람만 달랐다.
-꽈당!-
카이란이 혜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홀라당 뒤로 넘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제야 아
까 당했던 인간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뭐…뭐야 그렇게 큰소리치면 어떡해?”
간신히 의자에 도로 앉으며 카이란은 혜진이에게 나무라듯 말을 했지만…. 혜진이
는 그런 카이란을 보며 활짝 웃으면서 얼굴을 바짝 가까이 대었다.
“역시! 맞구나! 어쩜 그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았냐? 안 그래 이.백.성!? 정말 오랜
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말하는 분위기가 틀려졌다고 카이란은 생각했다.
“자…잠깐? 뭔 소리야? 너 나를 잘 알고 있어?”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이란은 무슨 소리라는 뜻으로 혜진이에게 물
었다. 헤진이는 그런 카이란의 질문에 상관을 하지 않는 않고,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나를 잊어버렸냐!? 너무한데…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보
는 건가? 하긴 그때는 긴 생머리였으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후훗..”
혜진이는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납득을 하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다듬었다.
그리고 그런 혜진이의 행동에 카이란은 여전히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는 정말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 얼굴이 조금 지저분했었는데… 지금
은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으니.. 세월이라는 것은 신기한 거구나…”
세월의 흐름이 대단하다는 식으로 혜진이는 카이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회상
과 현실을 결합시키는 생각을 하며 감탄을 한 듯 말을 했다.
“그.러.니.까. 도대체 뭐냐고? 혼자서 아는 체 하지 말고 나에게도 가르쳐 줘. 도
대체 뭐야?”
이제는 짜증이 생기는지 카이란은 얼굴을 찡그리며 혜진이에게 또다시 물었다. 혜
진이는 여전히 의아한 듯한 얼굴로 카이란의 얼굴을 보았고, 다시 빙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잊어버렸나 보네… 이제 알아볼 줄 알았는데… 너무하네.. 나를 잊어버리
다니… 좋아! 잊어버린 것 같아서 내 소개 다시 하지. 우선 이름 이혜진 나이 18
살 예문 고등학교 2학년 7반 24번이라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가장 잘 알고 싶은 것은.. 바로 너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인 이혜진
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예전에 네가 나에게 고백한 남자라는 것과 너의 첫.사.랑의
상대라고 할 수 있지. 이제 됐어?”
싱긋 웃으며 혜진은 한쪽 윙크를 내보내며 카이란의 말에 대답을 했다.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을 들으며 한동안 그 말뜻을 알아들으려고 머리를 굴렀고, 어느 정도
혜진이의 말뜻이 받아들이자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에 반문을 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
“첫! 사! 랑!?”
황당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카이란은 또박또박 한 글자씩 큰소리로 내뱉었다. 또다
시 활짝 웃으며 혜진이는 말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웃음으로 카이란의 반문에 대답
해 주었다.
“후훗…”
그렇게 카이란은 백성이의 첫 과거의 만남이 이루어 졌고, 남자들이 제일 꺼려한다
는 첫사랑과의 만남이었다.
노련한 하늘은 대기에 있는 곳곳에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늦은
오후이지만.. 아직은 해가 저물지 않은 시간이기도 한 시간이라 해는 여전히
지상 위에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는 인간에게 알맞은 온기에.. 그것을 더해 실려 포근함까지
더해 있으니… 그야말로 이번 날씨는 금상첨화였다. 평일이 아닌 토요일이나 일요
일이었다면.. 어디를 놀러가지 않으면 후회가 저릴 정도로 맑고 깨끗한 날씨였다.
이런 날씨일수록.. 어디론가 놀러가서.. 마음 편히 감상에 젖어 옛 추억을 잠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른한 오후 결에 잔디밭에 몸을 맡기고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추억 속에 빠져들어서 미소를 피우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이었다. 이런 포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여기
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이 날씨의 포근함조차 느낄 여유가 없는 듯 했다. 그러면 학
생들은 어떻겠는가? 학생들도… 보통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이 바쁜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앞에 시험이 닥쳐오니.. 이 좋은 날씨에 불구하고 집안에 쳐박혀
서 나오지를 못하는 가혹한 운명에 시련을 극복하는 것은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카이란은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쌀쌀함도 없고, 더워서 찔 필요도 없는 날씨에
카이란은 혼자서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집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혜진이와는 첫
사랑이라는 것만 알아두고 그녀와 헤어졌다. 자신이 격은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녀의 첫사랑이라는 말은 카이란에게 조금 놀랄 만도 했다.
느닷없이 지갑을 갖다준 인간이 바로 이 몸의 주인인 백성이의 첫사랑이라는 것은
누가 알았겠는가? 또한.. 이 본래의 주인의 몸에 첫사랑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지도 못했었다. 학교에서 왕따나 당하는 놈이 첫사랑이 있으리라고는…..
‘흠.. 뭔가가 많은 일이 지나간 것 같단 말야…’
이상하게 카이란은 뭔가가 많이 지나간 일이 일어난 것 같이 머리가 복잡했다. 첫사
랑이라는 이상한 여자밖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머릿속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저절로 나게 만들었고, 방금 전에 커피숍에 있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흐음.. 나도 많이 변했지만.. 너도 참 많이 변했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 못하는
거야? 너무한데…. 뭐.. 그럴수도 있지.. 나도 너를 못 알아 봤었는데.. 네가 나를
잘 알아 볼 리도 없고, 무엇보다 너는 네가 괴로운 기억일 수도 있으니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 우선 천천히 나의 대한 기억을 찾을 수 있
기를 바래. 그럼 나중에 보자.’
그렇게 말해놓고 그녀는 멍하니 있는 카이란을 놔두고 커피숍에 있는 계산서를 가지
고 카운터로 향했고, 계산을 끝내고는 나가버렸다. 혼자 그렇게 말해놓고 나가버린
카이란은 그런 혜진이를 향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머리통을 긁었다.
-긁적 긁적-
오른손으로 뒷머리통을 긁적이며 카이란은 혜진의 말을 되뇌며 괜스레 백성이이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거가 궁금해 지기 시작하자 뒤늦게 혜진이를 다시
부르려고 했다. 자신이 당해서 생긴 병명은 아니지만.. 지금 확실히 어필이 가능한
변명으로 기억상실증이라는 병명을 말을 한 뒤 백성이의 과거를 물어보려고 했었지
만 이미 혜진이는 자신의 시야에 없어 졌기 때문에 카이란은 저절로 힘이 빠졌다.
백성이의 과거는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장작 카이란이 궁금하게 시킨 것은 바로
이 왕따만 당하는 멍청한 이 인간이 첫사랑이 있다는 것과 무엇보다 이 소심한 인간
이 어떻게 고백을 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차였는지도 너무 궁금하게 여겨졌다. 저만한 미인이면 당연히 백성이
같은 인간을 차버릴 정도로 남을 여성이다. 이것도 궁금했지만… 또 하나 궁금한
것은… 그녀가 어떻게 백성이를 찼는지 궁금했다. 설마 주제를 알라고 하면서 따귀
를 때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말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주먹질이 먼저 나가
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카이란은 지금 자신의 몸이기도 하고, 직접 겪지
는 않았지만 지금 이 몸에 있는 과거의 본래 주인의 몸인 백성이를 헌담을 하면서
지금 자신을 욕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완전 포근한 날씨에 옛 추억에 대한 감상이 아닌 헌담을 하는 카이란의 모습은 정말
꼴불견의 모습이었다.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카이란은 한마디를 내뱉은 후 신발을 벗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
다. 방문을 열자마자 카이란은 어깨에 짊어져 있는 가방을 아무 곳에 내팽개두면서
가볍게 뛰어오르는 듯이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오빠…”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지, 언제나 카이란이 학교에 돌아와
서 침대에 누우면 민지는 카이란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패턴이었다. 노크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지의 모습에 카이란은 화를 낼 엄두를 낼 생각하지 않
고, 밝은 얼굴로 민지를 맞이했다.
“아.. 민지냐? 마침 잘됐다. 뭐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물어볼 것이 있다는 카이란의 질문에 민지는 고개를 갸욱거렸다.
“너 말야.. 혹시….. 음… 내가 기억상실증 걸리기 전의 대한 것 자세히 알고 있
어?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 말고..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거나 그때 친구는 누가 있
고, 그런 대충 2-3년 전의 있었던 일 말야. 혹시 잘 알아?”
대충 2-3년의 일을 민지에게 물어보자 민지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욱 거리며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빙긋 웃으며 카이란의 말에 대답을 했다.
“몰라.”
“엑!”
민지의 담백한 대답을 들은 카이란은 순식간에 얼굴 표정을 구기며 도끼눈으로 민지
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말야.. 네 친동생 맞아? 어떻게 친동생이 되가지고 오빠의 과거도 모른다고 하
냐.”
과거를 모른다는 식으로 따지면서 말하는 카이란의 말에 민지는 팔짱을 끼고는 당연
하다는 듯이 카이란에게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와 바뀌는 것이 없이 같았는걸
내가 그런 세세한 것까지 어떻게 알아. 그것은 오빠가 기억 상실증에서 탈피하면 되
겠지. 학교에 있었던 일이거나 누가 친구고 어떻게 학교에서 행동했는지는 나도 잘
몰라. 아무리 친동생이라고 그래도 그런 세세한 것까지는 불가능하다고.. 그것은 그
전에 오빠만이 잘 알고 있는 행동이고 나도 나의 개인적인 시간이 있는데… 맨 날
오빠의 행동을 보겠어? 그것은 본인만이 알겠지.”
어깨를 으쓱하면서 민지는 과거의 백성이에 대해 모른다는 답을 내놓았다. 확실히
민지는 같은 나이도 아니고 학년이 다르니 과거 백성이의 행동을 모를 만도 했다.
민지의 말에 일리가 있는지 카이란도 고개를 살짝 끄떡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조금 그런 연관되어 있는 일이 있어서….”
“연관?”
“응”
“무슨 연관?”
“그…..그건…”
민지의 질문에 카이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간 고민을 했다. 왠지 말하기가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한 일도 아니지만 지금 자신은 완벽
한 백성이이기 때문에 백성이의 첫사랑은 즉 카이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볼 수 있
는 상태였다. 그리고 카이란은 남자이다. 남자라 첫사랑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은
크나큰 자존심이 필요한 것! 그것도 옆에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있는데… 첫사랑에
게 차였다는 말은 카이란에게 자존심을 입히는 것이랑 마찬가지다. 또한 첫사랑이
나타났다는 것을 말하면.. 분명 민지는 다짜고짜 놀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카이란
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뭐야? 왜 말을 못해?”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카이란을 보며 민지는 의아한 얼굴로 말을 했다.
“음… 그게 뭐냐 하면.. 그냥.. 그런 일이 있다고만 알아둬.. 뭐를 그렇게 꼬치꼬
치 물어보려고 그래? 그냥 그런 일이 있다면 그런 일이 있지. 넌 그렇게 오빠의 관
한 것을 알아야 하겠냐?”
딱만 봐도 대답회피라는 것이 명백하게 답이 나왔다. 결국 카이란은 할 수 있는 말
이라면 대답회피 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지는 그런 카이란의 속셈에 눈치를 채며 능
글맞은 얼굴로 싱글벙글 웃었다. 뭔가 불안한 감을 느낀 카이란은 흠칫 놀라고는 얼
굴을 약간 뒤로 젖혀졌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의미가 알 수 없는 민지의 웃음소리. 민지는 근육을 풀 듯 힘차게 손을 저었고, 서
서히 카이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반면 민지의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
고, 이것이야말로 웃음 속에 피어나는 악마의 미소였다.
“뭐야? 왜…..왜 다가오는 거야?”
“아니.. 그냥.. 다가가는 거야? 내가 오빠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겠어? 이렇게 사랑스런 동생이 다가가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이 귀여운 동생 민
지가 섭하지…”
“켁!!”
말은 그렇게 하면서 민지의 행동은 그것이 아니었다. 카이란이 반문도 하지 못하도
록 민지는 먼저 목을 조르며 흔들었고, 뭐라도 반항을 할 찰나 민지는 카이란을 옆
으로 넘어트렸다. 밑은 침대였기 때문에 아무런 아픔이 없었고, 이것이 민지의 계획
인지 민지는 재빠르게 카이란의 등에 올라타면서 그대로 양팔로 카이란의 양다리를
붙잡고는 레슬링에서 자주 나오는 기술! 새우꺾기를 사용했다.
“으캬캬캬캬캬캬캬캭!!!”
체술과 검술이 능해도 카이란은 몸에 유연성은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민지의 새
우꺾기에 어쩔 수 없는 고통의 의해서 카이란은 비명을 내질렀다.
“뭐…뭐야!! 오..오빠를 죽일 셈이냐! 빨리 놔!!!!! 으캬캬캭!!”
양팔을 바둥거리며 카이란은 민지의 몸을 잡으려고 발악을 했다.
“헹! 그러니 빨리 말하라고! 그 연관이라는 것이 뭔지 빨리 말하면 놔주지!”
“크으으윽!!!”
그래도 자존심이 있다! 남자가 말이야! 깡이 있지 이 딴 고통에 질소냐! 크으윽! 아
픈 것을 참으며 카이란은 짙은 신음성만 내뱉고는 입을 꾹 다물며 드래곤 자존심을
내세웠다. 좀처럼 쉽게 말을 꺼내지 않자 민지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고, 이
이상 더 꺾기는 힘들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리링-
익숙한 전화 벨소리가 2번만 울리더니 그만 끊어졌다. 전화벨이 울려서 인지 카이란
과 민지는 전화를 쳐다보았고, 잠시간 적막이 흐른 듯이 시간이 조금 흘렸다. 그리
고…
“으캬캬캬캬캬캭!!!”
카이란의 비명이 그 적막을 깼다. 먼저 정신을 차린 민지는 단번에 힘을 주면서 카
이란은 허리를 팍 꺾어 버렸던 것이다. 갑작스런 고통의 의해서 카이란은 또다시 비
명을 내질렀던 것이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민지는 카이란에게 말했다.
“빨리 말하지 않으면 오빠 이런 채로 밤 샐 줄 알아!! 그러니 빨리 말하는 것이 좋
을 걸!?”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민지는 더욱 양팔에 힘을 주면서 카이란의 허리를 바짝 꺾었
다. 역시 친동생이 아니고 어디 악마의 자식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카이란은 꿋꿋하게 입을 다물고는 입에 신음성까지 새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바락
을 했다. 민지도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어서인지 점점 대답을 듣는 다는 확
신이 사라졌었고, 그 덕에 민지는 점점 강도가 약해지는 기미가 보였다. 역시 남자
는 깡이라고 카이란은 생각했다.
“백성아! 전화 받아라!”
전화!? 느닷없는 전화 받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카이란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의아하
게 여겼다. 자신에게 전화 올 사람이 있었던가? 사미와 아리아는 전화보다는 먼저
집에 찾아오는 성격이라 절대 전화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 집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드니 절대로 전화는 하질 않았고, 과연 이 집 전화번호도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어쩟든 지금 이 고난을 겪고 있는 이 상태보다는 누구인지 모를 이 위기감에 구해준
어느 한 인간에게 전화를 받는 것이 더 좋았다. 마침 민지도 어머니의 전화 받으라
는 말 때문에 팔에 힘을 뺀 상태였다. 그 때문에 카이란은 재빠르게 발에 힘을 주며
민지의 손아귀에 빠져나왔고, 몸을 비틀며 민지의 허리를 잡고는 옆으로 민지를 옆
으로 밀어뜨렸다.
“앗!!”
갑작스러운 카이란의 행동에 민지는 짧은 탄음을 질렀고, 때는 이미 늦어버렸듯이
카이란은 재빨리 자신의 방에 빠져나가며 아래층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