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03
“쳇!”
빠르게 도망가듯 카이란을 보며 민지는 손을 딱 치고는 불평을 하듯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더니 민지는 무언가를 보더니 빙긋 웃으며 꿍꿍이가 있는 얼굴
로 미소를 지었다. 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 못하는 카이란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수
화기를 들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카이란은 수화기를 들자마자 말을 꺼냈다. 그리고 수화기 위쪽에 흘러나오는 전화기
의 칙칙한 소리와 함께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이!! 나야 나!-
카이란은 금방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수화기에 시끌시끌한 소리가 나는가 보면 밖
에서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밖이라 그녀의 목소리는 깨끗하지가 못한 소리였지만
금방 누구인지 알았고, 아까 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혜진이였다. 밖이라서 그런지
이상하게 수화기에서 목소리가 마이크로 말하듯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우리 집 전화번호를 알았냐?”
-얼래? 기쁘지 않는 모양이네?-
물론 기쁘기야 기쁘지… 민지의 엄청난 마수에 빠져나올 수가 있었는데… 라고 말
을 꺼내고 싶었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 말을 꾹 삼켰
다.
“아니.. 기쁘기보다는 조금 황당했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
-흐음…. 너무한데.. 첫사랑의 상대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그런 것이나 물어보다니.
.. 너는 첫사랑의 취급을 그렇게 밖에 해주지 않냐? 최소한 기쁘다는 것을 나타내
줘야지…-
담담한 어투로 나가는 카이란의 반응에 혜진이는 툴툴거리며 약간 삐진 어투로 말을
했다.
“흐음.. 뭐..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닌 것은 당연하잖아? 아직 너에 대한 기억도 없
고 그러니…. 난 담담해 질 수밖에…”
-쳇! 어쩟든.. 일부러 전화 한 거야. 그런데 여전히 나에 대해 기억 못하냐? 내가
찬게 그렇게 충격적이라 기억까지 잊어버렸나? 흐음… 그런데.. 아직도 전화번호가
건제하구나.. 나는 그냥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인 너를 봐서 오랜만에 앨범을 보면서
호기심 삼아 전화 해 본 것이었는데…. 다행히 이사는 안 갔나 보내.-
중학교 앨범을 보면 뒤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찍혀있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녀가 어떻
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눈치를 채며 말했다.
“앨범에서 우리 집 전화번호를 찍어 봤던 거군…”
-응. 그래.-
“그런데.. 무슨 볼일 있어?”
-아니… 별로.. 그냥 전화한번 해 봤다니까… 무슨 볼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라는
법 있니? 그런데 정말 너 X가지 만땅이다. 어떻게 너의 첫사랑인데.. 그런 말도 잘
도 하냐? 내가 이렇게 몸소 전화를 걸었으면 영광인 듯 모셔야지.. 그렇게 하다니..
너도 많이 컸다.-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혜진이의 말에 카이란은 발끈거리듯 한마디했다.
“시끄러….”
-쳇! 그냥 전화도 확인 할 겸 일부러 해 본 것 뿐이야.. 볼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야..-
“흠…. 그런데.. 말야.. 내가 깜빡 잊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내가…
기억…..”
카이란은 이때 혜진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카이란은 말
을 다 잇지 못했다. 누군가가 멀리서 혜진이를 부르는 소리났기 때문에 혜진이는 카
이란의 말을 가로채며 먼저 말했다.
-미안.. 미안… 친구들이 나를 부른다.. 이따가 보자.. 그럼 안녕!!-
그렇게 말해놓고 혜진이는 카이란의 말도 듣지 않고 먼저 끊어버렸다.
“쩝….”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카이란은 자신이 들고 있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자신의 방
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가는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보니.. 그 녀석도 시험 아니었나? 인간들은 시험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시험 날에 저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흐음.. 뭐.. 상관없겠지….’
혜진이도 시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카이란은 그런 혜진이에 대해 조금 의
아하게 생각했다. 시험인데.. 저렇게 밖에서 놀고 있으니… 조금 이상할 만도 했지
만… 자신의 관심 밖의 내용이라 카이란은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지웠다
.
다시 방으로 올라가면 민지의 얼굴보기가 무섭긴 했지만… 어디 피신할 곳이 없기
때문에 카이란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딸깍-
방문을 열고 카이란은 문을 열었다.
“에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문을 열자마자 민지의 능글맞은 웃음이 카이란을 맞이했다. 사악한 웃음이 아닌 놀
리는 듯한 웃음으로 자신을 보자 카이란은 의아한 시선으로 민지를 보았다.
“뭐야… 그 웃음은?”
“에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궁금하게 여기며 민지를 보며 말을 했지만.. 여전히 민지는 이상한 웃음을 내뱉고는
카이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란은 순식간에 민지가 왜 그
런지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아앗!!!”
민지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인지 눈치를 챈 카이란은 두 눈이 커지며 큰 소리로 탄성
을 뱉었다.
“너…너! 그것! 프라이버시 침해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
프라이버시 침해.. 민지는 여전히 능글맞은 웃음만 보이고는 카이란의 말에 대답도
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이곳의 집은 예전에 말했지만… 부자다. 부유층의 집안이
다. 부유층이면 당연하게 자식들의 집 안은 말은 하지 않아도 최신식으로 도배를 한
곳이다. 그러면 기본은 뭐가 있겠는가? 당연히 TV는 기본, 미니 콤포넌트와 비디오,
덧붙여 DVD플레이어도 있다. 이런 비싼 것으로 도배를 한 곳인데.. 그 흔한 전화기
하나 없겠는가? 당연히 있다.
아까도 언급했듯.. 민지가 카이란을 가지고 새우꺾기를 했을 때 들려오는 전화기 소
리에 정적이 흐른 적이 있었다. 이것만 봐도 카이란의 방에는 전화기가 있다는 뜻인
데.. 카이란은 그때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만… 장작 자신의 방에
전화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민지는 홧
김에 일부러 카이란의 방에서 전화를 받으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거치고는 카이란이
올라올 때 능글맞은 웃음으로 맞이했던 것이다.
“헤헤헤헤헤헤헤헤… 오빠가.. 처~사~라~앙이 있었네…. 기억만 잊어먹지 않았다
면.. 꼬치꼬치 물고 싶었는데… 첫사랑이라니… 헤헤헤헤헤헤헤 오빠도 그런
비참한 기억이 있을 줄이야.. 아깝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오빠의 첫사랑이 있었
을 줄이야… 에헤헤헤헤…. 오빠가 말했던 연관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처
음부터 왜 과거를 물어봤는지 이상하게 여겼는데….. 첫사랑이라니…… 어쩐지
오빠가 순순히 말을 해 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설마 첫사랑이었을
줄이야….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
능글맞은 웃음과 얄팍한 눈웃음까지 합쳐서 말하는 민지를 향해 카이란은 할 말이
없었다. 역시 아까 마이크처럼 울리던 그 음향효과(?)는 민지가 수화기를 들고 있는
상태여서 그런 소리가 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사나이
의 꺼린 약점은 크나큰 쥐약인 법이다.
“첫~사~랑~ 아! 가슴 시린~ 첫사랑! 오빠가 기억만 있었다면 얼마나 가슴이 저릴까~
아~ 나의 사랑스런 첫사랑~ 그대는 나의 첫사랑이라 사랑하 첫~ 사~ 랑~!”
얄미운 말만 콕콕 내뱉고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한 표정과 행동을 가지가지 지으며
카이란을 놀리듯 말을 했다. 역시 카이란의 예상대로 민지는 첫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자 카이란을 놀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밝혀내고 싶지 않은 첫사랑에 대해 민
지에게 모두 들켜버렸고, 재수 옴 붙게 새우꺾기까지 당한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이세계 드레곤 [외전]
외전. 나의 꿈은…..
꿈이 있었다. 나의 꿈은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감동하고 유쾌하게 웃는 것이 나에게는 소박한 꿈이었다
. 나의 연기에 많은 이들이 같은 행복을 느끼면 얼마나 기쁠지 나는 그런 상상을 자
주 했다. 큰 꿈 작은 꿈이라는 것은 없다. 꿈이라는 것은 자신이 이루고 싶다는 것
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꿈이라고 해도 그것을 소중히 하고 이루고 말겠다 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것이 앞
일에 대한 미래가 결정이 되어주는 것이다.
미래는 한가지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는 것이 미래이다. 자신이 왼쪽으로
가면 외쪽으로 가는 쪽으로 미래가 바뀔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
는 미래가 바뀔 수가 있다. 무심코 내뱉은 그 한마디도 그의 미래는 좌우가 된다.
나의 꿈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내 자신조차 나의 미래
는 예견할 수는 없고, 누구하나 나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미래는 곧 인생의 재미이
기도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뿌앙!-
한 대의 전철이 내 뒤로 지나갔다. 뒤에 지나갔는데도 맨 앞에 있어서 인지 나의 긴
머리가 크게 휘날리며 찰랑거리듯 서로가 서로를 부딪치며 흔들거렸다.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지하철이라 아래는 지하니 케케한 냄새까지 함께 나의 코는 먼지로 가
득 했으니… 좋을리는 없었다.
아직 러시아워시간대가 아니라 무척이나 한산하다. 전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몇
명 내라고 몇 명만 타는 시간대라 손꼽아 샐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여유가 묻어나
는 가운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뛰어가서 억지로 타는 사람은 꼭 존재하는 법이다
. 왜 그리 바쁠까? 뭐가 그리 바쁠까? 3-4분도 기다리지도 못하는 중요한 약속이라
도 있는 것일까? 사람은 여유를 가져야 좋다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그 3-4분을 기
다리지 못하는 여유가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선배 이걸 꼭 해야 해요? 왠지 하기 싫은데…. 안 하면 안 되요?”
안색이 조금 파랗게 질린 채로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는 앞에 있는 무대포처럼 생기
기도 하고 어찌보면 폭삭 애늙은이 같이 생긴 사람에게 겁에 지린 표정으로 말을 했
다. 그러자 그 애늙은이 사람은 눈에 힘을 주며 그놈을 노려보고는 힘차게 말을 내
뱉었다.
“얌마! 깡이야! 깡! 남자가 말이야! 이것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무대 위에 서겠냐!?
앙!! 너는 왜 이곳에 들어왔냐! 들어와서 실천도 아닌 이론만 배우고 끝을 보고 싶
으냐? 사람은 연습 없이는 모든 것이 힘들다! 모두 이런 배짱과 깡이 없는 한 너는
영원히 오르지 못할 나무만 쳐다보게 될 뿐이다! 사람은 도전이 있어야 성공하는 법
이다! 알겠냐!”
인생살이 몇 년을 더 살았다는 듯이 뭐 좀 안다는 듯이 말하는 이 사람은 나보다 한
살 많은 고등학교 선배이다. 지금 나의 주위에는 나의 또래같은 아이들이 네명정도
있었고, 나보다 윗선배들도 몇 명 있었다. 아직 학교가 끝나지 않아서 교복을 입은
채로 우리들은 지하철에 타는 곳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땡땡이도 아
닌데.. 왠지 땡땡이 같았다.
지금 나를 제외한 아이들은 지금 안색이 모두 파랗게 되어 있었다. 두렵다기 보다는
… 무언가 걱정이 앞서는 아이들이 표정들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는 표정으로 담
담하게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차분했다. 이미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도 이런
것은 많이들은 얘기고, 나도 이 고난을 언젠가는 겪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
문에 마음만큼은 차분했다. 어찌보면 나는 이것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는 흥분감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마리는 안 해도 되. 너는 예쁘니까…. 헤헤헤헤…”
애늙은이 선배가 나에게 실실 쪼개는 얼굴로 아첨을 하듯 말을 하자 주위의 아이들
은 편견이 심하다고 투덜투덜 거리는 모습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얼굴 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니요. 싫어요. 저도 이것 꼭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담담하게
선배의 얼굴을 무시했다. 괜히 기분만 더 나빠졌다. 순간 선배의 얼굴은 약간 아쉽
다는 듯한 얼굴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그런 표정을 지우고 모두 앞에서 소리쳤다.
“그래? 어쩟든 모두들 준비 됐지!?!”
“예에…..”
“……예……..”
모두 각자 대답을 했지만.. 하나같이 힘있게 대답하는 놈은 없었다. 대답을 들은 선
배는 또다시 눈을 부릅뜨며 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기합을 주듯 소리쳤다.
“이 자식들 오늘 기압 받고 싶어 환장했어!? 큰 소리로 대답 안 해!!?”
“네넷!!”
큰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자진으로 대답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큰소리
로 대답하는 아이들이었다.
-뿌앙!-
또 한 대의 전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 앞 쪽에 전철이 오고 있었다. 모
두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고, 파랗게 질려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라는 것은 전 국민이 귀를 막고 다녀도 모두 익히 알고 있는 말
들일 것이다. 하지만 말만 그럴싸하게 만들기만 하고 모두들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인간들의 행동이다. 자가용이 있는데.. 왜 ‘뭣하로 돈을 내고 움직이지’라는
생각과 약간이라도 덜 걸어가기 위해서 자신들의 자가용을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다. 결국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다른 것을 탈 의무가 없는 식으로
약간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대중교통이라는 것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이라는 것은 신속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쉽게 이동시키면서 사람들을 돕도
록 만들지만 때로는 연습상대가 될 수 있는 연습기구이다. 어떻게 연습상대가 되는
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 연습이라는 것은 모두 같은 것만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연습상대가 되는 이곳에 와서 연습을 하려고 준비중인 상태이다.
“자! 그럼 너부터 가라! 성공하면 사는 것이고 실패하면 죽은 것이랑 다름없다!!”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선배는 앞에 대기하고 있는 놈의 등을 딱 쳤다. 그놈도 이제
는 포기했는지 어차피 겪어야 하는 것 해보자라는 식으로 굳은 얼굴로 눈앞을 응시
했다. 그리고 전절의 문은 스스륵 하면서 열렸다.
“에잇! 난 람보닷! 두다다다다다다다닷!! 으윽.. 클럭… 에잇! 또 받아랏!! 투다다
다다다다닥!! 앗!! 적군이닷! 이런 후퇴닷!! 에잇! 이것도 마저 받아랏!! 투다다다
다다다닥!!! 으윽!! 빌어먹을!!! 난 그래도 불사신이닷!!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놈은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온갖 쇼를 다하면서 총을 쏘는 시늉과 총에 맞
아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 그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쇼를 보였다. 당
연히 사람들은 일제히 그놈에게 시선이 향했고, 웃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놈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여전히 연기에 몰두했다. 이것이 바로
연극부라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전설 속에 알려진 람보게임이라는 철판깔기 게임이다
. 모두의 앞에 연기를 하려면 당연히 철판을 까는 연습과 긴장감을 덜해주는 연습을
해야하니 이것이야말로 닥 알맞은 연습이다. 그놈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우리들은
저 멀리 피신한 상태였다. 당연히 일행이 아닌 척 행동을 하고 있었다.
-뚜르르르르르르르-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그놈은 재빨리 구르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밖으로 향하려고 했
다.
“안 돼!!!”
하지만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그놈은 타이밍을 못 맞춰서 그만 문과 함께 갇혀 버렸다
. 그리고 띠리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일행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보았다. 선
배의 한 말 중… 실패하면 죽는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일순간이었다.
“후배여…. 너의 멋진 최후의 일생이었다. 너의 마지막 행동, 나의 머릿속에 각인
이 되었다. 부디 오래오래 기억해 두마….”
죽었다는 식으로 선배는 카톨릭 주교에서 자주 하는 십자가를 그리고는 두 손을 꼭
모았다. 선배뿐만 아니라 주의의 내 또래도 똑같은 행동을 보였고, 나 역시 똑같이
했다. 지금쯤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을 하자 진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녀석에 대한 애틋한 동정심이 와닫다. 왠지 그 전철은 나의 또래 한 명을 저승으
로 데려가는 저승행 열차를 보는 것 같았고, 아직도 그의 비명이 나의 귓가에 울리
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으로 봤지!? 저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거다! 저렇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으면 시간에 맞춰서 나올 수 있도록! 알았나!?”
“네넷!!”
저렇게 되지 않으려고 모두들 성공을 하겠다는 결의라 서려 있었다. 나 역시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이런 게임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흥분을 한 상태이지만.. 실
패를 하면 나 역시 죽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니 실패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래서 모두들 기합이 잔뜩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죽음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담력 시험을 마치고 우리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나도 당연히 그 람보게임이라
는 것을 했다. 묘하게 흥분했었지만..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소극장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들 있는
곳에 연기를 하니 지금 람보게임이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자 아무것도 아닌 느
낌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경험의 덕택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활동시간이라 우리는 학교를 빠져나왔던 것이다. 특별활동이 끝났으니 다시 돌
아오는 것은 당연했다. 각자 선배에게 작별인사를 해 놓고 나는 내 반으로 돌아가려
고 했다.
“마리야…”
뒤에나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가 누구인지 안다는 식
으로 나는 얼굴먼저 찌푸렸다.
“왜요?”
그리고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애늙은이 선배가 아랑
거리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하핫.. 혹시 시간 있어? 내가 맛있는 분식점에서 한턱 쏠게. 방과후에 괜찮
지?”
“없어요.”
매정하게 딱 한마디만 내뱉고는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면서 나의 교실로 향했다. 그
때 선배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래도 콧대 높은 계집이라고 욕이
라고 하고 있겠지? 뭐?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나는 예쁘다. 공주병이라고
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다른 아이들보다 예쁘다. 긴 생머리에 티 하나 없
는 반지르르한 얼굴 피부. 어딜가도 손색없는 나의 얼굴이기 때문에 주위에 남자들
은 끊임없이 쫓아다닌다. 이것이 다 나의 꿈을 위한 가꿈이라는 결과다.
나의 꿈 때문에 그런다고 하지만 주위의 시선이나 남자들은 성가시도록 나에게 찍쩝
되는 일이 다반사다.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아니 없을 것이다.
남자친구는 나의 꿈에 방해만 될 뿐!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남자라는 것을 만들고 싶
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반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직 특별활동시간이 끝나지
가 않았는지 교실에는 몇 명 아이들이 오지 않은 상태였다. 가방을 달 챙길 무렵 그
때부터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특별활동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자마자 몇 분 후에 선생님이 오셨고, 바로 종례가 시작되었다. 선
생님의 종례가 끝난 후 나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왔
다.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모두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
들의 장단에 맞춰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는 많이는 가지 않고, 교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면서 누구를 찾았다.
“마리야!!”
고운 미성과 함께 청아한 목소리로 어느 여성이 마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마리는
그녀가 누구인지 아는 듯이 반가운 얼굴을 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얼래? 오늘은 네가 늦었네?”
“응. 종례가 좀 길어져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