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04
조심스럽게 사과까지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한숨 어린 미소가 났다.
“이 바보야. 그거 때문에 미안해 할 것까지는 없잖아. 종례는 선생님 마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그런가.. 미안…”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이름은 인혜라고 하는 나의 단짝 친구이다. 나와 다르게
언제나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하는 그녀의 성격이다. 그리고 성격 이미지와 알맞게
그녀는 얼굴까지 미인이다.
“오늘도 바로 거기로 갈 생각이야?”
“응.. 아무래도 가봐야겠지…. 그래야 나의 꿈이 한발자국 다가설 것 아냐.”
“하긴… 열심히 해. 너는 꼭 할 수 있을 거니.”
웃으면서 말하는 인혜의 얼굴은 정말 천사가 따로 없었다. 성격도 천사인데.. 얼굴
까지 저렇게 고우니… 나는 정말 인혜가 좋았다.
“고마워. 헤헷..”
나의 말에 인혜는 또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여신의 미소를 보
는 것 같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혜는 얼굴이 예쁜 반면 남자아이들을 그렇게 따르
지 않는다. 너무 고리타분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가 보았다. 내
가 남자였다면 인혜를 잡을 텐데…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데… 아직도 그 선배가 쫓아다녀?”
“당연하지! 얼마나 찍접 되던지.. 짜증이 절로 유발 시켰다니까! 주제를 알아야지!
망할 애늙은이 뚱땡이! 네 얼굴이나 보고 나에게 그런 얘기를 꺼내라!”
그 선배의 얼굴을 생각하니 멋대로 욕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최소한의 예의로 가
운데 손가락만 피고는 그 선배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손가락의 의미를 퍼부었다. 정
말 주제를 알아야지.. 쳇! 나도 엄연히 여자다. 아무리 나의 꿈 때문에 남자를 사귈
마음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밝힐 것은 밝히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다. 보
통 여자랑 다를 봐 없는 나도 본능적으로 외모를 따지는 나의 마음 때문에 그 선배
가 나에게 온다는 것 자체는 정말로 끔찍하게 싫었다.
“헤헤.. 하긴.. 네 성격으로 봐서는 그 선배 싫어할 만도 하지. 하지만 하는 행동은
귀엽지 않아? 난 그런 선배의 귀여운 행동이 마음에 들던데.”
그 말에 나는 똥씹은 얼굴로 멍하니 인혜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시에 굳어졌다.
“저..절대 귀엽지 않아! 역겨우면 역겨웠지!!!”
정말 인혜도 알다가도 모르는 성격 같았다. 그 선배의 얼굴이 귀엽다니! 절대 그렇
지 않아!!
“그래…? 후훗…”
웃음을 지으며 인혜는 대충 마리의 말에 수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선배에 대한 이미지는 굽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잘하면 인혜가 그 애늙고
뚱뚱한 역겨운 선배쪽으로 빠질 염려가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혜는 내가 지켜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혜야 넌 내가 지킨다!
“자! 그럼 나 먼저 갈게. 그럼 내일 봐.”
손을 흔들며 먼저 가는 인혜를 바라보며 나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인혜는
자신의 시야에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는 손을 계속해서 흔들면서 뒷걸음으로
가고 있었고, 결국 인혜는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쿡쿡쿡….”
나는 인혜의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손을 흔들면서 인혜
가 보이지 않을 때가지 나도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앞에 보이는 전철역 안으
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슬슬 러시아워시
간대라는 것을 예고를 하는 듯 했다.
-뿌아아앙!-
전철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앉아 있던 벤치에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뒤쪽
으로 줄을 서면서 전철을 탔다. 내가 가는 곳은 그리 멀지 않다. 전철타고 10분 정
도만 가고 도보로 10분 정도만 더 걸으면 목적지가 도착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간이 러시아워 때라도.. 나에게는 그리 상관이 없었다.
10분 정도 가다나 나의 목적지가 나오자 나는 전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10분 정
도 걸었다. 생각과 몸이 따로 놀아도 될 정도로 나에게는 익숙한 길이라 멋대로 몸
이 움직이는 것 같이 나는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동시에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미남 미녀들이 많이 있는 곳이
었다. 사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 레오타드 복장을 입은 사람이 더 많았다.
지금 이곳은 연기자 지망생이 자주 오는 연기 학원이다. 조금 유명한 연기 학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다니고 있는 곳이다. TV에서 보면 가끔 엑스트라 보조
출연을 해 주는 곳이 이곳이고, 유명한 연예인도 이곳에 거쳤다는 곳이기 때문에 많
은 사람들이 이곳 학원에 다닌다. 그중 나 역시도 그것 때문에 이 학원을 선택했다.
물론 이 학원을 다닌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의한 것이지 얼굴이 예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
었다. 미모는 당연히 TV에 나오려면 카메라에 어느정도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외모
를 키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외모를 중요시 가꾸며 키운
것이었다.
“연기라는 것은 표정을 살리는 거에요. 대본을 보고 그 대사에 직접 안으로 들어가
내가 그 대본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에요. 그냥 글을 읽으면
그것은 연기가 아닌 소리내면서 읽는 것 뿐이에요. 연기는 자신의 자아를 버리고 대
본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는 거에요. 슬프고 기쁘고 그런 것을 느껴보세요. 정해
진 표정대로 움직이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움직이세요. 표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움
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글쎄.. 이론은 나도 빠삭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잘 안되니 이런 연습을 하는 것 아
니겠어! 이론만 아무리 빠삭하게 외우면 뭐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선
생이 이리저리 말을 해도 잘 안 되는 것이 연기이니 나는 생각 따로 표정 따로 움직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늘 열심히 연습 또 연습을 했다.
그래야 언젠가는 꼭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니…
“수고하셨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지금 나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그만큼 나는 연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에 표정
만큼은 언제나 발랄하다.
“아! 마리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나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부른 사람은 이곳에 연기
학원 선생님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너 혹시 조연역할 할 생각 없는지 물어보려고. 이번에 어떤 감독이 영화를
찍는데.. 18살 정도 되고 귀엽고 예쁜 외모에 조금 생기 발랄한 여고생을 찾는다고
해서 딱 너 정도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그 말에 나는 두 눈이 번쩍였다.
“다..당연히 할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승낙의 표시와 기쁨의 표시를
둘 다 나타내며 큰소리로 말을 했다. 선생님도 그런 나의 태도에 어리버리한지 어색
한 눈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그래.. 그럼.. 내가 내일 그 감독에게 전화해 둘 테니 너는 아침에 이곳으로
와. 그리고 부모님께 말해서 내일 학교는 나가지 말고. 알았지?”
“넷! 알겠습니다.”
“후훗..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네! 그럼 수고하세요!!”
큰소리로 그렇게 인사를 해 놓고 나의 지친 몸은 금방 회복이 되어버렸는지 순식간
에 학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얏호!!”
붕! 날아갈 것 같았다!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었다. 드디어 연예계에 한발자국 다
가섰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기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말도 잘 나
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나는
내일에 대한 두근거림에 흥분을 한 상태이니 나의 시야에는 뭐라도 들어올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드디어 다음 날이 찾아 왔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들르자마자 나는 부
모님께 허락을 맡은 결석계를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 선생님께 드리고는 다시 학교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갖다드리는 것도 있었지만 마음이 조금 찜찜하다는 생각에
먼저 결석계를 갖다드렸다. 그리고 바로 전철을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10
분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흥분감으로 인해서 나는 오늘 한숨도 자
지 못했다. 그 날 하루는 한시간이 꼭 10시간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학원으로 뛰어갔다. 아직 시간은 8시가 약간 안된 시간이
다. 너무 빨리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선생님이 빨리 오라고 했
으니까 나는 서슴없이 계단에 올라가며 학원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을 것 같자.. 나는 저절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하지만 조용한 적막 속에서
나의 목소리는 이곳 학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 정도라서 누가 있으면 확실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아무도 없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감이
치솟는다고나 할까? 어제 선생님이 말한 것이 혹시 꿈은 아닐까 라는 허탈감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근처 널브러져 있는 슬리퍼를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각자의 개인 슬리퍼가 있지만… 어차피 아침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
니 주위에 있는 것 아무거나 신어버렸다.
“이렇게 넓었구나….”
새삼스레 학원에 있는 무대가 이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 언제나 사람들이 이곳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만 봐서 그런지… 나의 시야에는 무대 장이 굉장히 좁아 보였는
데… 이렇게 혼자 서 있으니 정말로 넓었다.
“어머! 벌써 왔네.”
깜짝 놀라는 듯한 어느 여자의 말이 뒤에서 들리자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선
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오자 어제 일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자 나는 반가움
에 큰소리로 내뱉었다.
“선생님!!”
나의 큰소리에 의해서 선생님은 화들짝 놀랬나 보았다.
“아니.. 얘기 무슨 내가 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다고 큰소리를 쳐? 심장이 다 쿵쾅거
린다.”
“에…아… 죄..죄송해요…. 헤헤헤..”
배시시 웃으며 나는 선생님에게 사과를 했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깟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에 이렇게 반가움을 나타내다니…..
“내가 너무 늦었지? 어쩟든 빨리 가자. 10시부터 촬영 시작한다고 하니… 빨리 가
봐야겠지?”
“네.”
나는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선생님의 개인 자동차
를 탔고, 조수석에는 내가 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선생님은 차에 시동을 걸고는 어
디론가 출발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 조금 막혔다. 간선도로는 물론이고 일반도
로까지 빽빽하게 막혀 있자…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라는 말을 기울여 듣는 인
간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긴.. 나도 선생님의 개인 자동차를 타
고 다니는데…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어제 밤에
너무 설레어서 잠을 못 잤더니.. 지금 이렇게 졸리기 시작하네… 큰일이다.. 조수
석에 탈 때는 잠을 자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밖에는 빽빽하게 막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안에는 포근한 기운에다가 차는 덜컹거리
지도 않고 가만히 한 자세에서 앉아있으니 나의 정신 기운은 모두 꿈나라로 도망을
가는 것 같았다. 꿈나라로 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나는 눈을 어떻게 해서든 부릅뜨
려고 노력을 했다.
“다 왔다.”
“으음….”
깜빡 졸았나 보았다. 이런… 안 자려고 했었는데… 괜스레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훗…. 마음이 들떠서 어제 자지 못했나 보네.”
“네.. 헤헷…”
선생님은 나의 기분을 눈치 챘는지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웃으면서 나는
수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선생님은 내가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자 피식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어쩟든 내리자. 감독님에게 너를 소개시켜줘야 하니까.”
“네넷!”
잠이 확 달아났다. 감독님을 만난다는 것은 즉 나의 재능에 시험을 본다는 뜻이기도
하니.. 긴장감이 나의 온몸을 휘감았다. 조연이긴 하지만 진짜 카메라 앞에서 연기
를 해야 하니 그것만으로 흥분이 절로 났다.
이곳 근처에 촬영이 있을 거라는 것을 잘 나타내듯 그러지 않아도 막히는 도로에 더
욱 꽉꽉 막히는 복잡한 도로가 되어버렸다. 큰 대로에서 촬영이 있는지 촬영기구들
이나 장비같은 조명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촬영 관계자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촬영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한참 촬
영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선생님은 어느 중년의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네며 천천히 다가
갔다. 각진 얼굴에 뭉뚝한 코가 가장 눈에 띠었고, 부드러운 눈에 니트모자를 쓰고
있는 상태라 대머리인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 종합적으로 보면.. 뭐… 어디서나 흔
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의 인상이랄까?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았다. 내 눈에는….
“오! 왔는가 김선생! 어때 내가 부탁한 아이는…?”
“네.. 데리고 왔어요. 이 아이예요. 마리야!”
선생님이 나를 부르자 나는 감독의 얼굴은 그만 보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
은 눈웃음을 치며 이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주자 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감독이랑 처음 만나니 나는 평상시대로 활기차게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긴장+흥분
으로 인해 더더욱 그렇고….
“음……..”
감독은 유심히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카메라 발이 잘 받는지 확인하는 것이겠
지… 난 그냥 멍하니 차렷!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감독은 유심히 나를 쳐다보며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턱 끝을 만지작거렸다.
“음.. 카메라 발은 좋군.”
당연히 카메라 발이야 갈고 딱은 이 미모인데.. 안 받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역시
나도 한 미모 한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실력은 지금 볼 수도 없고…. 그냥 김선생을 믿고 이 아이를 쓰도록 하지… 이름
이 마리라고 했던가?”
“네넷! 노마리라고 합니다!”
“그래.. 마리야.. 이 대본을 읽고 대충 상상해서 연습을 해라.
나는 마음속에 뛸 듯이 기뻐했다. 감독은 나에게 대본을 건네주었다. 흥분된 느낌으
로 나는 그것을 받았고, 한장 한장 그것을 넘기며 천천히 읽어보았다. 대사를 읽자
나는 대사 속에 인물이 되어서 나만의 상상에 의해서 연기를 시작했다.
“자! 레디! 액션!!”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내가 맡은 역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카메라를
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 쪽에 더 치중이 되었다.
힘든 것보다는 나는 연기하는 것이 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몇 번 NG를 내긴 냈
지만 짜증같은 것은 내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했다. 요 며칠 간 나는 이 영화 때문
에 연기에 몰두를 했다. 정말 기분 최고였다!
이것이 나의 연기생활 첫발이 될지 몰랐다는 기대감이 부풀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현실은.. 냉혹한 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네! 정말요! 고맙습니다! 감독님!!”
난 스테이크를 자르다 말고 감독의 말에 자리에 벌떡 일어나면서 허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다는 행동을 지었다. 지금 이곳이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나는 서
슴없이 그런 행동을 지었다. 엄숙해야할 레스토랑에서 그런 짓을 하자 사람들의 시
선이 느꼈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그런 것 따위 느낌도 오지 않았다.
“허허.. 괜찮아.. 다 마리가 잘한 덕분인걸….”
“아니에요.. 모두 감독님이 잘 리드해주신 덕분이죠. 저는 그냥 감독님이 따라한 것
밖에 없는 걸요.”
“허허.. 고맙다.. 우선 내가 너를 위해 어느 프로덕션 사무소 알아봐 줄 테니.. 그
리 알고.. 너는 내 다음 영화에 들어갈 대본이나 연습해 두라고.. 알았지?”
“네!!”
또다시 큰소리로 내뱉은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정말 뛸 듯이 기뻐했으니…..
하지만 나는 그때 눈치를 채지 못했었다. 너무 기쁨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쉬운 것 조차 눈치를 못 챘다.
-퍽!!-
나는 주먹을 움푹 쥐고 무섭게 감독의 턱을 후려치고는 그대로 그곳에 빠져나왔다.
제길 열받았다! 열 받아서 지금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너무나 분했는지 나의 구
술같은 눈동자에서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났었다. 이렇게 분한
적은 세상에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오고 싶지 않은 욕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렸다. 나는 힘없이 거리 속을 헤집고 다
녔다. 8시라 지금 하늘은 이미 검게 물들여 있었다. 아름답던 도시의 야경도 나에게
는 세상에 대한 더러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밤하늘이 왜이리 쌀쌀한
지 나는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그 레스토랑에서 겉옷을 놔두고 와서 나는 지금 얇
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다가는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젠장!! 젠장…. 젠장…..’
“제기랄…..”
마음속에 욕을 되뇌다가 멋대로 입에서 욕이 나왔다. 걸어가는 도중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풀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결국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이런 나
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보았지만….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이제 모든 것을……
“마리야!!?”
주저앉아 울먹이는 나에게 누군가가 당황감에 있는 목소리로 불렀다. 나는 그 자세
에서 얼굴만 들었고, 나를 부른 장본인을 보았다.
“인혜야…..”
인혜였다. 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인혜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자 인혜는 당황감
에 물들여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무시한 채 인혜는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인혜가 다가오자 더욱 분한 마음이 내 가슴에 울분으로 적셔주었고, 그대로 나는 인
혜의 가슴속에 파묻히며 더욱 흐느끼게 울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앙!!”
인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더욱 끌어안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젠장!! 빌어먹을!!! 내가 그놈의 인간을!!! 나가 뒈져라! 빙신!! 이 바보같은 새끼
야!!”
나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큰소리로 외치며 정의의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벌리며 어느
빌어먹을 놈에게 욕을 퍼부었다. 어느 정도 울어서 인지는 나는 다시 예전의 기운을
약간이나마 되찾을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하소연하듯 그 인간에게 욕을 해주고 있
었다.
“후훗.. 이제야 마리답네…”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인혜를 보며 나는 다시 자리에 풀썩 앉았다. 지금 우리는
어느 벤치에 앉아있었다. 공원이랄 것도 아닌 일반 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벤치였
고, 눈앞에는 버스 정류소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욕지거리를 하고 있는 나도 무
슨 베짱인지…. 역시 연극을 하는 사람다웠다. 또한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술까
지 마셨으니 뭐든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내 주위에는 지금 맥주캔 5-6개는 나뒹군 상
태이다. 인혜는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모르지만…. 손에 맥주캔이 집어져 있는 가
보면 안 먹는 것은 아닌가 보았다.
“죽어랏!! 죽어랏!!! 병신아!!!!!”
사람들은 흘끔 이곳을 보면서 나를 보고는 킥킥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그런 시선
상관없이 욕을 계속 했다. 인혜는 그런 나의 모습이 보기 좋은지 눈웃음을 지으며
이곳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나만 바라보았다. 다행히 인혜를 만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