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11
“그런 패턴으로 나를 한 대 맞출 생각을 하냐? 심심해서 하품이 다 나오는 군.”
“이 멍멍이 자식!!”
이렇게 또다시 맞을 줄은 몰랐다. 진철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벌떡 일어서며
또다시 카이란에게 달려들었다.
-슉! 슉!!-
또다시 잽을 날리며 이번에는 원투펀치까지 휘두르며 컴비네이션을 사용했다. 못 피
할 카이란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있게 몸을 움직이며 쉽게 피해 다녔다. 준우승하는
자 답게 진철의 주먹에는 무게가 담겨 있었지만 맞지 않으면 뭐든지 무용지물이다.
진철은 왼손으로 잽을 몇 방 날린 뒤 크게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카운터를 노린 스
트레이트라 빠르기는 조금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여유있게 피할 수 있지만 카
이란은 그 그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주먹이 카이란의 턱이 닫을 때쯤에 진철
은 피식 회심의 미소를 지었으나 그것은 큰 오산! 순간 카이란은 눈에 따라가지 못
할 움직임으로 재빠르게 옆으로 피하는 동시에 왼손으로 스트레이트를 뻗은 그 팔을
잡았다. 맞을 줄 알고 뻗은 스트레이트가 맞질 않자 진철은 휘청거렸다. 묵직함이
없었기 때문에 다리의 힘 조절을 못했던 것이다. 휘청거렸지만 진철은 자세를 바로
가다듬을 시간이 없었다. 카이란은 진철의 스트레이트를 뻗은 팔을 잡자마자 진철이
를 끌어당겼던 것이다.
-퍼억!!-
카이란의 팔꿈치에 진철의 코뼈가 맞아버렸다. 끌어당기는 힘과 함께 카이란은 오른
손의 팔꿈치의 힘을 가해서 진철의 코뼈는 부러져 버렸다. 뒤로 얼굴이 젖혀진 진철
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 진철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카이란은 복부에 크
게 한방 먹였다. 그러자 뒤로 젖혀진 진철의 머리는 복부에 강한 충격 때문에 배를
숙이는 동시에 앞으로 내밀어 졌다.
-퍽!!-
또다시 팔꿈치 작렬! 팔꿈치로 진철의 턱을 가격하자 어금니가 몇 개 빠져버리며 맞
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쿵!!-
딱 봐도 아플 것 같이 진철이는 땅의 지면에 크게 쓰러졌다. 겨우 3방이었지만 엄청
난 효과적인 공격이라 이제 못 일어 설줄 알았는데… 진철은 꿋꿋하게 일어섰다.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진철의 얼굴에는 말이 아니었다. 코뼈가 부러졌으니 피는 물론
이고 어금니까지 날아간 상태이니 얼굴에는 피로 씻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참할 정도로 망가진 진철의 얼굴에는 처참할 정도로 불쌍하게 보이기까
지 했지만 얼핏 피에 물들인 미치광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벌써 지치냐? 이런.. 이런… 벌써 지치면 안되지…. 그러지 않아도 널 더 괴롭혀
야 기분이 풀리는데.. 겨우 몇 대 맞았다고… 그런 숨이지?”
역시 간만에 인간을 패니 기분이 좋았나 보았다. 카이란은 악마라고 자아낼 정도로
끔찍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무도 그의 곁에 다가가지 못할 정도였다. 진철이 친
구 2명과 혜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카이란의 도발적인 말에도 기고
만장한 외침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새끼가!!”
그래도 진철은 또다시 카이란에게 덤볐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기 때문에 아픔조차
잊어버린 듯이 죽일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제는 복싱의 기본자세의 방식조차도
잊어버렸는지 이제는 막무가내로 카이란에게 덤벼들었다.
“뭐 하는 짓이지? 이것도 주먹이라고 휘두르는 거냐? 훗.. 바보 같군….. 이런 실
력으로 나에게 덤벼들다니 간덩이만 부은 놈이었군.”
“시끄럿!!”
조소를 지으며 카이란이 말하자 진철이는 더욱 열이 올랐다. 하지만 혼심을 기울여
주먹질을 해 보았지만 카이란의 옷깃하나 스치지 못했다. 진철은 계속해서 맞았다.
맞아도 계속 일어사며 계속 덤볐다. 계속 그러니 진철이는 분한 마음과 화까지 났다
. 자신은 한 실력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예전에 그 불량서클에 가입 할 수
있는 실력이라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별로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상
태였다.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는 별 볼일 없는 범생이 같은 놈이었다. 저런 범생이
같은 놈이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진철이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
지 않았다.
하지만 진철이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카이란은 모든 체술과 검술.. 그리고 마법까
지도 능숙하게 마스터하고 있는 드래곤인데… 겨우 인간상대로 질 리가 없었다. 그
리고 불량써클이라는 예전에 카이란이 모두 전멸 시켜버린 그 써클을 말하는 것인데
… 그 사실을 모르는 진철이로써는 이길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퍽!-
진철이는 또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또다시 얼굴에 강타하니 그러지 않아도 많이 흘
리고 있는 피가 하늘로 튀었다. 얼굴에 피가 범벅이라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징그
럽게도 보이고 있는 얼굴이라 혜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 자식!! 죽여버리겠다!!!”
나가떨어지자마자 진철은 또다시 상투적인 문구를 읊어되며 덤볐다. 진철이가 그러
면 그럴수록 카이라의 미소는 점점 짙어지고만 있었다. 약한자를 괴롭히는 괘감! 이
것이야말로 카이란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니 그야말로 기분이 최고였다.
진철은 주먹을 휘두르며 한 대라도 치려고 발악을 했다. 하지만 모두 애꿎은 공기만
가를 뿐이었다. 헛방질을 하면 체력소모가 많이 들기 때문에 진철은 이제 주먹이 느
릿느릿하게 보였다.
-탁!-
카이란은 뻗어오는 진철의 주먹을 잡았다. 이제 피할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잡혀
버린 진철은 카이란의 손아귀 속에 주먹을 빠져나오려고 발악을 했지만 막강한 힘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 그리고 보니 네놈은 복싱을 한다고 했지? 큭큭큭큭.. 그래서 이따위 복싱기술
로 아이들을 괴롭혀 줬겠지….? 큭큭… 하지만 오늘부터 복싱을 그만두는 것이 좋
을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는 얼굴로 진철을 카이란의 웃는 얼굴을 보았지만 그 의미는
순식간에 알아버렸다.
-뿌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카이란은 손아귀에 힘을 주며 진철의 주먹을 으스러버렸기 때문이다. 주먹의 뼈가
부러져 버린 진철은 비명을 질러댔다. 소리는 이미 카이란이 실프(간만에 등장한 실
프지만 애석하게도 대사하나 없고 설명묘사로 끝내버린 실프… 아~ 슬퍼라…)에게
차단을 시켰기 때문에 반경 50미터 안에만 들리고 그밖에는 새어나가지 못하게 만들
었다. 그러니 이곳에 비명을 질러봐야 아무도 듣지 못한다.
“시끄럽군.”
카이란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진철의 팔을 잡다 당기며 그의 팔을 부러뜨려 버렸
다.
-뚜득!!-
이 소리만 들어도 끔찍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할 것이다. 눈앞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
리는 그야말로 공포감이 있는 소리일테니…. 자신의 눈앞에서 관절이 2번 꺾여 있
으면 어떤 공포를 불러올까? 카이란은 정확히 진철이의 아래팔뼈를 부러뜨렸기 때문
에 인간으로 나올 수 없는 팔의 관절이 꺾여 있었다. 진철은 자신의 팔을 보고는 헛
웃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얼굴을 웃고 있었지만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픔보다는 자신의 팔에
대한 황당함이 앞서 있었다. 이제 복싱을 하지도 못하는 팔이 되어버렸다.
“큭큭큭큭… 우습냐? 하긴 우습겠지.. 이런 네놈의 모습은 나도 우스우니… 그런
데 이제 나를 죽인다는 것은 포기했나? 한번쯤 저승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네놈의
한 딱지 한다는 실력을 저승으로 보냈었나 보군… 큭큭큭큭큭큭큭”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카이란. 그야말로 악마의 화신이 라고 부를 수 있
는 미소였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친구들도 더 이상 진철이가 맞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는지 같이 덤비기 시작했다.
“이자식!”
“이 C-Bal놈이!!”
욕과 함께 그들도 덤벼보았지만 카이란은 그들에게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며 안면을
먹여주었다.
-퍽!! 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들은 왜 자신들이 쓰러져 있는지 몰랐다. 정말 빠른 스피
드라 미처 카이란의 주먹도 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카이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기다리라고 했지? 그러지 않아도 이놈을 손봐주고 난 뒤 네놈들의 차례라는 것을..
.. 그러니 얌전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거야.”
역시 싸움의 화신, 악마의 화신다운 말이었다. 그들은 그런 카리안의 미소에 벌벌
떨었다.
-풀썩-
진철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넋을 잃고 진철은 자신의 팔을 보며 눈물만
흘렀다. 카이란은 가만히 풀썩 주저앉은 진철을 보았다. 카이란의 눈길에는 자신이
이런 짓을 저지른 자책감은 없었고 오직 생글생글 웃는 잔혹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
다.
“뭐지? 이제 주저앉았냐? 이러면 재미없지… 안 그래?”
카이란은 풀썩 주저앉은 진철에게 다가가며 그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 진철은 점차 카이란에게 공포감을 느꼈는지 바둥바둥 움직이며 그의 품속에 빠져
나가려고 발악했다.
“놔…놔줘… 요…용서해줘… 미…미안해…”
이제 보통 인간들처럼 위기감에 처한 본능이 나오기 시작하는 진철이의 행동이었다.
카이란은 그런 진철이의 애걸한 표정을 보고도 표정변화 없이 오히려 더욱 짙은 미
소를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싫은데… 내가 왜 용서해줘야 하지? 네놈은 나에게 이럴 생각 아니었나? 내가 약
한 놈이라고 한다면 네놈들도 이러지 않았을까? 만약에 네놈들에게 당해서 내가 용
서를 구한다면 네놈들은 나를 용서해 줄까?”
“용서해줘… 제발…..”
카이란의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진철이는 연신 용서를 구하는 말만 내뱉었다
. 그런 진철의 모습이었지만 카이란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말했다.
“용서 같은 웃기는 소리 작작해라. 나는 너희 방식대로 한 것뿐이다. 약한자는 더더
욱 괴롭혀서 재미를 맛보는 방식을!! 알겠냐!”
-퍽!-
카이란은 그 말을 끝내는 동시에 주먹으로 진철이의 북부를 강하게 쳤다. 마나를 실
지 않아서 그냥 충격만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철은 엄청난 고통을 만끽해야
만 했다.
“끄윽..! 큭.. 클록! 클록!.”
진철은 비명이 나오고 싶어도 비명이 나오지 못했다.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
문에 비명대신 기침만 나왔다. 그리고 카이란은 그런 진철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그
대로 반대쪽 손으로 진철을 턱을 날렸다.
-퍽!!-
고개가 옆으로 돌려졌다. 쓰러지고 싶었지만 카이란이 멱살을 잡고 있어서 쓰러지지
도 못하고 억지로 서 있는 상태였다. 진철의 몸무게는 60kg이 넘는 몸무게였다. 그
리 큰 몸무게는 아니지만 평균적인 몸무게보다 좀 나가는 편이다. 그런 몸무게인 진
철에게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도 무지막지한데… 다른 한 손으로 쳐서 진철이의
고개만 움직이게 만드는 카이란의 힘에 놀랄 따름이었다.
약하게 쳤으면 말을 하지 않지만… 카이란이 턱을 후려쳤던 진철이의 입에서는 또
하나의 어금니가 날아간 것이 있었기 때문에 약하게 쳤다고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또다시 이빨 하나가 날아간 진철이의 입에서는 또다시 피가 흘러 나왔다. 피를 흘리
고 있는 진철의 얼굴을 보며 카이란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왜 용서를 해주는 것이지? 내가 네놈 핸드폰을 부셔버렸는데 말이
야… 원래 내가 더 나쁜 놈 아니었나? 내 잘못은 있지만 네놈들의 잘못은 없다? 안
그래? 큭큭큭큭큭큭큭…”
맞는 말이다. 카이란이 진철이의 핸드폰을 파괴시켜서 저지른 일이지 진철이가 카이
란의 중요한 물품이나 시비거는 행동을 보인 것은 없었다. 물론 그전에 언행으로 카
이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있지만 그것은 모두 진철이의 본능적인 깡패같은 말투지
잘 못한 짓은 없다. 그러니 잘못한 인간(드래곤)은 카이란이다.
진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용서고 뭐고 이제는 말도 나올 힘이 없었다. 카이란의 말
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할 뿐이었다.
-퍽!-
그 마음을 아는 듯 카이란은 이제 재미없다는 표정과 함께 마지막 카운터로 진철이
의 턱을 날렸다. 그리고 진철이는 땅바닥에 쓰러지면서 기절을 해버렸다.
“흥!”
카이란은 코방귀를 뀌며 남은 진철이 친구 2놈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사악 자체
의 얼굴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마냥 웃고 있었다.
움찔! 진철이의 친구 두놈은 카이란의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그만 몸이 움찔거렸다.
이렇게 벌벌떨거면 왜 도망을 안 갔는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공포감 때문에 도망가
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친구의 우정을 위해서 자기네들끼리만 도망칠 수 없었
는지 모르지만… 카이란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고 좋았다. 아직 장난감 2
개(?)나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큭큭큭큭큭큭큭… 이제 네놈들을 요리해 줘야겠군…”
카이란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무서운 공포영화의 보는 것 마냥 카이
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기라도 덤빌 생각을 않고 무서움에 못 이겨 벌벌 떨기만
하니 카이란은 그런 놈들의 행동에 웃음만 나왔다.
“큭큭큭큭큭큭큭큭큭큭큭…..”
인간이란 이런 존재였다. 지금까지 카이란이 보아온 인간들은 모두 이랬다. 그러니
새삼스레 놀랄 필요도 없고 우스워 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들
의 모습이었으니….. 그런데 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자신도 모른다. 언제나 이런
모습을 보아왔는데…. 역시 인간이란 동물은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새끼들아 뭐해 빨리 도망쳐 이 멍청한 새끼들아!!”
당황한 목소리가 진철이 친구들에게 외치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그들을 도와주는 목
소리였고, 남자처럼 굵지 않은 엷은 여성의 소리였다. 그 음성은 카이란이 잘 알고
있는 음성이었다. 그 때문에 카이란은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바로 혜진이였다.
“야 이새끼들아 빨리 도망쳐! 이 병신들아!”
또다시 도망치라고 말하는 혜진의 목소리에 그들은 정신을 차렸는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이란은 그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가느다란 손이 카이란의 허리
를 둥그렇게 감싸 않으며 막았다.
“뭐..뭐야! 뭐 하는 짓이지!! 안 놔!!?”
“싫어! 안 그러면 저 녀석들도 마구잡이로 팰 거잖아! 그러니 싫어!”
혜진이는 잡고 있는 허리를 놓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말과 함께 카이란의 허리를 더
욱 바짝 안았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지만 카이란은 그런 혜진이를 향해 짜증이 생겨
났다. 자신의 허리를 잡은 혜진이를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때는 늦었다. 혜진이가 허
리를 잡고 있는 바람에 그들은 벌써 진철이를 데리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혜진이가
허리를 잡을 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정말 빠르게도 도망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 그런 재빠른 동작이 생겨났나
보았다.
그들이 도망간 것을 확인한 혜진이는 천천히 카이란의 허리에 손을 뗐다. 그리고 조
심스럽게 카이란을 올려보며 그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했다. 카이란은 자신을 올려보
는 혜진을 향해서 새침한 태도와 함께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뼈를 몇 개 부러뜨려도 시원찮을 판에 이게 뭔 짓이었지?”
싸늘한 어조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지만 그것보다는 뼈를 몇 개 부러뜨린다는 말
에 혜진은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까 전의 진철이에게 하는 행동
을 보면 확실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뭐야! 너는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야!? 무슨 사람의 뼈를 나무쪼가리
로 보는 거야 뭐야!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다니… 정말..!!”
혜진은 사람의 뼈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부러뜨리는 그의 모습에 화가 났다.
처음 그가 진철이를 이길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는데…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것이 현실에 나타나니 그야말로 놀라움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긴 것도 모자
라 그는 잔인성까지 보이니 혜진은 이제 놀라움보다는 카이란은 행동에 눈살을 찌푸
려졌다. 그것도 더해서 카이란은 진철이를 치면 칠수록 얼굴에는 오싹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으니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를 보는 착각을 일으켰다.
카이란은 화를 내면서 자신을 나무라는 혜진을 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한마
디를 했다.
“닥쳐.”
흠칫! 혜진은 카이란의 그 한마디에 놀라버렸다. 아까 전의 분위기랑 전혀 달랐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카이란의 모습에 섬칫한 감이 돌았다. 그래도 혜진은 그 섬칫함
을 이겨내고 입을 열었다.
“뭐..뭐야!! 너무 한 것 아냐? 나에게 그런 말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리고
너의 첫.사.랑.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너무하다.. 너무해…”
이제는 혜진이의 필살기라고 불릴 수 있는 첫사랑의 강조 말! 혜진은 카이란을 곤란
케 만드는 그 말을 꺼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은 오산이라는 것을 알
았다.
“시끄럽다고 했다. 네가 나를 예전에 잘 안다고 하지만.. 나는 너를 모른다. 기억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너를 모른다. 그렇다고 예전일을 알고 싶었지만.. 이제는 알 필
요도 없다. 예전에 왜 너에게 차였는지를 지금은 알만하군.. 그러니 이제 닥쳐라.
더 이상 지껄이면 너부터 죽여버릴테다….”
또다시 싸늘한 어조가 혜진이의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 심장이 멈출 정도의 싸늘한
카이란의 말에 혜진은 벌컥 겁에 지르기 시작했다. 겁을 지르기 시작하는 혜진이를
보며 카이란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이곳에 별 볼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거의 밤이 다 되어가려고 했다. 가을인지 밤이 정말로 빨리 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밝기는 있었지만 대략 30분만 지나면 이곳을 모두 어
둠으로 뒤덥히게 만들 것 같았다.
여름과 달리 밤이 되니 춥다고 느낄 정도의 바람이 그의 살결에 부딪쳤다 혜진이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른다. 카이란을 욕할 수도 있고, 잔인한 놈이라고 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카이란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 밤이네….”
혜진은 뒤로 돌아보지 않고 심한 욕과 함께 먼저 가버린 카이란 때문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설마 카이란이 그렇게 심한 말을 할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잠
시간 충격에 휩싸여 머리 회전이 정지했다. 그 덕분에 어느덧 대기에는 완전하게 검
해졌고, 자신도 슬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상태였다.
“가야겠지…. 집에가서 공부해야 하니까….”
밤이라서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도 많이 없는 쾌적한 거리가 되어버렸다. 이제 밤이
되어서 쾌적했지만… 나중에 이곳은 술 취한 사람의 거리로 돌변할 수 있는 곳이었
다. 추운 가을 바람이 혜진이를 뒤엎자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싸 안으며 몸을 부르
르 떨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가로등은 빛도 밝지 않으니 무언가 으스스한 공포분
위기를 연상케 하는 거리였지만 아직까지 연인사이의 인간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서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탁.. 탁..-
공원을 빠져나가자마자 혜진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다 큰 여자가 8시가 다 되
어 가는데 집에 빨리 가지 않는 다는 것은 크게 문제되는 일은 누구나 알 고 있는
사실. 그런데도 느긋하게 걸어간다는 것은 뭔가가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 혜진은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요즘은 시설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버스 기다리는 곳에는 작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에 앉았다. 혜진은 한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기다리던 버스가 왔는데도 몇 대를 보내며 시간을 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