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12
다. 결국 30분 정도만 시간을 보내서야 혜진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에다가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 덕분에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렇다고 빽빽막혀 있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가기에 조금 힘들 정도이다. 혜진은 아무
자리나 섰다. 그리고 위에 달려있는 고리에 손을 잡았다.
“하아… 망할 백성이 녀석….. 이렇게 예쁘고 착한 나를 놔두고 먼저 가버리다니.
.. 쳇….”
먼저 가버린 카이란을 생각하자 그녀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잔인한 모습과 자
신을 매정하게 말해놓고 혼자 가버린 카이란을 향해 혜진은 주먹을 부르르 쥐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카이란의 모습을 생각하는 혜진이가 대단하다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무난하게 찻길을 다녔다. 막히는 것 없이 원활하게 다니니 시원스럽기도 했
다. 하지만 혜진이에게는 그것이 싫었다. 집에 점점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녀는 얼굴
이 찌푸려졌다. 왠지 집에 가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의 신분으로
는 학생. 아직까지 부모 밑에 자랄 나이라서 가고 싶지 않은 집이라도 해도 가야 하
는 실정이다.
-삐!-
혜진은 버스 벨을 누르며 이번 정거장에서 내린다는 신호를 보냈다. 2분 정도 지나
자 혜진이가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했고, 버스는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
렸고, 걸음을 옮기며 바로 집으로 향했다.
어디라도 들리고 싶었지만… 들릴 곳이 없었다. 억지로 아무 곳이나 들릴 수도 있
지만…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일이 시험이니 어쩔 수 없
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인데… 이러고 있으니 자신이 조금 한
심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뒤에서 노는 것은 아니다. 이래봐도 반 등수 20등 안을
유지하는 성적이다. 모두 억지로 공부하는 결과였다.
-딸깍-
혜진은 집 앞에 있는 현관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카이란의 집과 다르게 부유
층 집안이 아닌 어디에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1층 짜리 집 안이었다. 거실에는
소파와 탁자가 놓여져 있었고, TV와 비디오 같은 가전기기도 있었다. 일반 아파트라
2층은 없었다. 그저 방 3칸에 화장실이 있는 평범한 집 안이었다.
“다녀왔습니다.”
혜진은 힘없이 현관문 앞에서 인사를 건너며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혜진이가 인사
를 건네자마자 안방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시기 시작했다.
“뭐니!? 왜 이제 오니!?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8시가 넘었어! 지금 네가 정신이
있는거니 없는거니! 그리고 내일도 시험 아냐!? 뭐 하는 짓이야 도대체! 이래놓고
시험 또다시 꼴등을 하려고 하는 거니!!!”
꼴등한 적은 없다. 요즘 20등 안에 든 것도 꼴등인가? 왜 이렇게 과장으로 말하는지
혜진이는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 엄마 말대로 어디 갔다 온 거야!? 다 큰 여자가 밤늦게 싸돌아 다니기나 하고
말이야!!! 당장 올라가서 공부해! 있다가 아빠가 10분마다 체크 할 테니까!! 내일
시험 못 보기만 해봐라! 김씨의 딸은 반 등수 5등 안에 들 수 있다고 하더라!! 너는
뭐냐! 만약 성적표 지난번처럼만 가지고 왔다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
지겨운 부모님의 말씀… 여기서 당장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제 변명도
하기 싫었다. 예전에는 그냥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말이라도 했었지만 이제는
귀찮아서 하기도 싫었다. 이래서 혜진은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공부..
공부.. 공부하라는 말씀… 정말 싫었다. 언제나 부모님은 밖에 있는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신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지…… 왜 자신과 비교를 당해야만 하는지 혜
진이는 진절머리가 났다.
왜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지? 아무리 인생이 중요한 거라고 하지만… 공부는 인생
에서 전부는 아니잖아? 혜진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재빨리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부모님이 뭐라고 그랬지만 그녀의 귀에서는 그런 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곳에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겹다… 지겹다… 언제나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은 너무나 지겹다. 공부하라는 말
은 언제나 입에 담고 사신다. 특히 시험 날에는 무척이나 신경이 날카롭게 변하시는
부모님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는 인문계라 시험이 무척이나
많은 고등학교다. 그래서 혜진이에게는 날마다 부모님의 잔소리에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큭…..”
혜진은 벽에 몸을 기대면서 천천히 주저앉았다.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니 이제 와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 안이 싫
다.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은 이런 집
이라도 나가고 싶은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혜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눈앞에 있는 책상을 응시했다. 하고 싶지는 않았
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공부… 혜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공부를 하면 부모님은 좋아하신다. 자신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기뻐하신다.
하지만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혜진은 집중력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늦게 들어오는 이유는 이거였다.
그냥.. 잔소리 몇 번 듣는 것이 그녀에게는 속 편했다. 그 대신 시험 끝나자마자 공
부를 할 필요가 없으니… 그녀에게는 이런 짓이 더욱 편하게 느껴졌다.
“우욱….”
혜진은 가슴이 답답했다.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답답한 가슴 진정을 시키
기 위해 혜진은 자신의 방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적셔주자
약간은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하아… 이제 공부해야겠다….”
혜진은 한숨을 내뱉으며 책상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문제집과 교과서를
응시했다. 그리고 교과서를 피며 그녀는 억지로라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딩동… 딩동…-
“하암!!”
학교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카이란이 하는 행동은 크게 하품을 하는 짓이었다. 크게
늘어지게 하는 하품소리는 그가 얼마나 잤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모습이라 주위의 반
아이들은 그런 카이란의 모습에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다.
어느덧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험도 오늘로써 마지막 날이었다. 5일간의 시험
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문제식 풀이는 찍기로서 모든 것을 해결했지만 기타
다른 과목들은 카이란에게 모두 식은 죽 먹기였다. 너무나 카이란에게 쉬웠기 때문
에 그는 찍기를 한 것이랑 문제 푼 시간이랑 거의 비슷한 시간대였다. 그래서 인지
과연 카이란이 찍었는지 아니면 풀었는지 의심할 정도로 빨랐고, 대부분 아이들은
카이란은 시험을 포기한 인간(드래곤)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게 빨리 풀
고 책상에 엎어져서 자는데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카이란은 어깨에 가방을 들쳐 맸다. 그리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다른 아이들
은 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모두들 어디를 갈까, PC방가서 스타나 한판 하자! 라는 말
이 오고가는데 카이란에게는 관심 밖의 내용이라 그리 상관도 없었다. 또한 반 아이
들 중에 친한 친구도 없으니 얘깃거리에 끼지를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봐야 카이란
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한 몫 하는 것이 흠이지만….
“백성님…”
“백성님….”
빙긋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2여자들… 천사가 따로 없는 미소라 누구라도 빠져들
게 하는 매력적인 아가씨들 사미와 아리아다. 그 두 여자 사미와 아리아는 자연스럽
게 카이란의 양팔에 각각 팔짱을 끼면서 빙긋 웃었다. 언제나 이런 식의 전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제는 사미와 아리아도 거의 버
릇이 되었나 보았다.
“백성님 그때 그 미천한 여자에게 연락 안 오죠? 감히 미천한 것이 백성님의 첫사랑
이라고 뻐기다니! 으드득!!”
“맞아요! 그 여자 왠지 마음에 안 들어요!”
미천한 여자… 마음에 들지 않다는 여자. 사미와 아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여
자는 혜진이를 말한다. 혜진이가 백성이의 첫사랑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녀들은 혜
진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았다. 첫사랑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그녀들에게 무척
이나 불안초조로 조마조마한 심정일테니… 당연하게 혜진이를 마음에 들 리가 없다
.
첫사랑은 남자들의 꺼려하는 것이자… 쉽게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
주위의 여성들이 불안한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가장 강렬하게 남는 것은 무조건
첫 번째 이기 때문에 애틋한 첫사랑이니 만큼 마음이 쉽게 돌려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사미와 아리아는 직접 첫사랑을 격지 않은 카이란이기 때문에 그리 문
제가 될 것은 없는데… 그것을 모르는 그녀들이니 마음이 탈 수 밖에 없다.
“연락 안 와.. 그러니 이제 신경 꺼…”
카이란의 담담한 말에 그녀들은 약간 안심을 하는 듯 했다. 정말로 연락은 오지 않
았다. 그런 말을 했는데 연락이 온다는 것은 그녀는 한심함보다 더해 바보나 다름없
었다. 그때 카이란은 그녀에게 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그렇게 화는 나 있지 않았다. 그냥 그 놈들을 놓친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혜진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죄책감은 없었지만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얼핏 카이란에게는 화낼 만한 상황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모처럼 남을
괴롭혀서 쾌감을 얻었는데 그런 즐거움을 방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화를 내
는 것이 정답이다. 오랜만에 뼈를 부러뜨리는 느낌과 인간을 패는 그런 느낌이 있었
는데… 방해를 하다니!! 아무래도 카이란에게는 새디스트 기질이 있어 보였다. 남
을 괴롭혀서 쾌감을 얻는 그런 변태의 기질이…..
“하아….”
웬 한숨이지….? 카이란은 갑자기 한숨이 새어나왔다. 죄책감보다는 역시 자신의
새디스트 기질 때문에 그런 한숨이 배어 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찜찜한 것도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잘 못한 것이 없었다. 그저 인간이라 인
간의 편을 들어준 것 밖에 없었고, 아는 친구이니 당연한 모습으로 보인 것 밖에 업
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카이란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
“웬 한숨이세요? 혹시 시험을 못 보셨어요?”
크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을 본 사미는 그 한숨의 의미가 시험에 대한 결과라고 생
각했다. 오늘로써 시험도 끝났으니 당연히 카이란에게 그런 모습이 시험으로 착각할
만도 했다. 카이란은 사미를 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단지 무슨 생각 좀 하느라고….”
“그래요….?”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 한숨을 쉬시는 거에요?”
사미는 대충 수긍만 하고 넘어갔지만.. 아리아는 카이란이 생각하는 그 한숨이 배어
나온 내용을 물어보았다.
“그냥 그런 것이 있어….”
딱 봐도 말하기 싫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리
고 그들은 민지가 기다리는 정문 앞 나무 앞으로 다다랐고,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민지가 그곳 앞에 서 있었지만… 그녀 옆에 또 한명의 여성이 있는 것이 그들의 시
야에 보였다.
“안녕하세요….. 언니들…”
민지의 인사였다. 하지만 사미와 아리아는 민지의 인사보다는 옆에 있는 여자가 더
신경에 거슬렸는지 순식간에 고운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녀의 인상만 봐도 민지
옆에 있는 여성이 신경에 거슬리고 있다는 뜻과 무척이나 달갑지 않은 손님이라는
것을 밝혀 주었다.
“얏호! 또 만났네요… 그리고 백성이도.. ‘하이’고… 후후훗…”
여기에 바보가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더 이상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은 인간이
여기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름 아닌 혜진이었기 때문이다.
“뭐…뭐에요! 당신이 왜 이곳에 온 거에요!!”
바락! 사미는 이마에 작은 힘줄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혜진이에게 따졌다. 정말 이
여자 철판을 깐 것보다는 자존심도 없는지… 어떻게 그런 말을 들었는데 이곳으로
다시 올 수 있는지…. 카이란은 혜진이에 대해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
철판이라면 카이란도 한 몫 하지만… 드래곤 자존심은 하늘이 높고, 절대로 쓰러지
지 않는 강철 자존심이라 그 같았으면 다시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혜진은 핏발을 새우며 자신에게 따지는 사미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후훗.. 왜요? 제가 이곳에 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몰론 없다.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은 자유라는 것이 있으니… 같은
시민이라면 막을 권리는 없다.
“당연히 안 되죠! 어떻게 여기에 올 수가 있나요! 여기는 우리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요! 그러니 타 학생은 이곳으로 오지 말았으면 하는군요!”
뭔가 억지성이 들어가 있는 사미의 말투였다. 그것을 읽은 혜진은 웃음을 지으며 말
했다.
“그거 억지가 들어가 있다는 생각하지 않나요? 타 학생이라고 해서 이곳에서 법으로
다른 학생이 못 오라는 말은 없잖아요. 그러니 저는 당연히 시민의 권한으로 저는
이곳으로 올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물론 이곳 전체가 당신네 땅이라면 그것은 주인
의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이 전체의 땅은 당신 것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할
말이 없다고 해도 그렇게 억지성 논리는 좋지 않죠.”
역시 이 여자도 한 말 빨 하는 존재였다. 과연 사미는 이런 여자를 상대로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를 궁금하게 만들면서도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 사미는 그런 혜
진의 억지성 논리라는 말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오히려 빙긋 웃음까지 흘리며
입을 열었다.
“후훗… 그렇군요.. 그런 것은 제가 당신에게 막을 권리는 없겠죠. 하지만… 당신
의 볼일을 미치는 영향까지는 간섭할 권리는 있습니다. 저는 백성님을 사모하는 한
여자 애로써 당연히 다른 여자에 손길을 닫는 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용납하지 못
하므로 저는 그런 당신으로써 볼일을 허락하지 않는 다는 권리는 가지고 있죠. 물론
백성님의 의사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좌우가 되겠지만… 처음 이곳으로 와서 그 볼
일을 물어볼 수 있는 자격은 있습니다.”
흠.. 맞는 말… 사미는 카이란을 좋아하고 있으니 다른 여자가 카이란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는 것은 그리 좋지만은 않을 테니… 그녀에게는 이곳으로 온 용의는 물
어볼 수 있는 자격은 확실히 있다.
사미의 말에 그녀도 일리가 있는지 혜진은 고개를 미약하게 끄떡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입가에 짙은 미소를 담으며 혜진은 다음 반격을 하겠다는 얼굴로 사미를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자격은 있으나 제가 당신에게 그 볼일을 말해 줘야 하는 의
무는 없는 것 같군요. 사람마다 개개인 사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일이 그 볼일을
당신에게 말을 해 줘야 하는 것일까요?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백성이를 꼬신다 낚아챈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람마다 모두 그런 관점으로
적용되는 것일까요? 그럼 백성이에게 볼일 있는 여성들은 모두 당신 때문에 무서워
서 다가가지도 못하겠군요. 후훗… 지나친 간섭은 어찌보면 꼴불견이라고 볼 수 있
는 광경입니다.”
“호호홋.. 그런가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요? 사람은 이성의 동물이라 생
각 없이는 살 수 없는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존재이죠. 그러니 당신이 이곳으로 온
다면 당연히 사람은 불안감으로 가득한 생각에 휩싸이게 되죠. 그러니 저는 당연하
게 당신이 이곳으로 온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그에 대한 비난으로 방어에만 치중하
는 경우이니 어쩔 수 없는 견해가 아닐까요? 사람의 본심을 꿰뚫어 본다면 물론 안
심을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훔쳐보는 일은 이 세상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후훗… 인간은 두 여러 부류가 있지요. 그중 한 부류는 여유가 묻어나는 부류와
이해심이 넓은 부류가 있지요. 당신이 정말로 백성이를 믿는다면 지나치게 과민반응
을 보일 필요가 없지요. 그 정도의 반응이 보인다면 아직 백성이를 완전하게 믿지
못한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백성이에게 볼일 때문에 왔는데도 이것
저것 따진다는 것은 당사자인 자에게 아주 실례되는 일이지요. 좀더 이해심을 넓혀
서 여유롭게 백성이를 믿는 것이 더 옳은 일 아닐까 생각되는 군요.”
“호호호홋… 여유가 묻어나고 싶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
연한 이치지요. 당신은 첫사랑이라는 간판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그 누가 여유로
움이 묻어날까요? 정말로 좋아하니까 뺏기고 싶지 않은 사람의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당신이 백성님의 아무것도 아니라면 저 역시 여유롭게 백성님을 만나 뵙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백성님의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아니지요. 당
신의 간판 타이틀이 있는 아래….”
아~ 말 진짜 잘한다… 이 둘의 피 튀는 말싸움에 누구하나가 끼여들 수 없는 AT필
터(?)나 실드 장막이 쳐져 있는 것 같았다. 혜진이도 만만치 않지만 그에 맞서는 사
미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리아도 이 둘 사이에 끼고 싶어도 끼지 못했기 때문에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민지는 어벙한 얼굴로 이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작 당사자인
카이란은 뒷머리를 긁으며 이 두 여자의 대단함에 혀를 두르며 말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싸움은 정말로 길었다. 어느덧 그녀들이 말싸움 한지 언언(?) 20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른 의미로 보면 20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지금 이 둘을 지켜보고만 있
으면 20분이라는 시간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순간일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무척
이나 지루한 수업을 들으면 45분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지금 이 같은 경우도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카이란이 저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5분도 참지 못하고 주먹먼저 날릴 것은
확실했다. 말빨에 약한 것 뿐만 아니라 저렇게 입씨름만 하니 카이란에게는 그런 말
을 모두 들어주는 끈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저렇게 말을 한다면 카이란은 이성
을 잃어버려서 모두 날려버리고도 남을 드래곤이다.
“하아… 정말 대단하다.. 저 두 언니…”
민지는 사미와 혜진이의 말싸움에 대한 한숨과 함께 감탄이 배어 나왔다. 물론 대단
하지 않다면 그는 이성과 감성이 없는 단순쪼가리의 인간일 것이다. 장작 여러 주제
가 아닌 한 주제! 그것도 카이란을 놔둔 주제로 20분 동안 싸우고 있다. 이것만으로
도 그녀들의 말싸움에 칭찬을 할 가치는 있다.
“그러게… 어디 끼어 들어갈 틈이 없네…”
아리아도 혜진이가 온 것이 못마땅한 듯 했으나… 그 둘 사이의 말싸움에 끼어 들
어갈 자신은 없었다. 아니 자신이 없는 것보다는 저 AT필터(?)를 부실만한 힘이 없
었다. 아마 저것을 부시려면 공격력 5000이상과 열혈은 물론이고 명중에 혼까지 걸
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혜진의 공격에 방어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번득이도 사용
해야만 했다.(앗! 지금 뭔소리를….)
“후후훗.. 방어가 상당히 심하군요. 저는 당신같은 미인이 왜 백성이에게 달라붙어
있는지 의아하답니다. 당신 같은 미모로 다른 멋진 남자와 같이 있을 수 있는데 말
이죠… 혹시 의외로 눈이 낮은 것은 아닐련지…”
“호호호… 여성의 부류도 방어하는 부류와 방어 받는 부류가 있지요. 그중 저는 방
어를 하는 부류랍니다. 한번 잡은 사람은 끝까지 안 놓치는 성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 그리고 저는 백성님 의외의 다른 남자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눈이 낮다기 보다는
제가 마음에 들면 뭐든지 그만이기 때문에 이상형이 없는 성격이랍니다. 이상형은
상상과 토대로 자신의 원하는 이미지를 찾는 존재. 그런 허구적인 존재를 찾는 다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지요.”
사미에게 이상형이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창 꿈꾸는 나이였지만 사미에게는 그런
꿈이란 모두 허상에 불과했다. 사미는 예전부터 자신의 집안을 빠져나오고 싶었기
때문에 이상형이란 헛된 꿈이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이런 집안 때문에 자신을 멀
리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꿈이라는 것은 사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찌보면 사미도 카이란에 대해 자신의 집안에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는 그런 힘 때문에 상대하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좋아한다
는 것을 느껴졌다. 아니.. 첫눈에 반했으니 좋아한다고는 확실했다. 그것만큼은 확
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야 어쩟든 지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쩟든… 저희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야 어쩟든.. 지금 당신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은 확실하니까요.”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완강한 사미의 발언에 혜진은 혀를 두를 수밖
에 없었다.
“맞아요. 그쪽에게 죄송한 얘기지만… 사미양과 같은 의견입니다.”
처음으로 이 얘깃거리에 끼여든 아리아였다. 얘깃거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참견한다는
쪽이 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말을 했다는 것만도 아리아에게는 크나큰 기쁨이 서
려 있었다. 의외로 아리아는 단순한 인간(엘프)일지도 몰랐다.
혜진은 오른쪽 볼을 긁었다. 저렇게 막강하게 방어 벽을 쌓으니 카이란에게 볼일이
있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았다. 대단하다고 볼 수 있고… 정말 막막하다
고 볼 수 있는 상태였다.
카이란과 민지는 구경만 했다. 저 대화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민지는 제3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라 그리 상관이 없었다. 그럼 카이란은…? 장작 본인
때문에 저렇게 말싸움을 하는데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다니!! 누가 보면 부러워
서 미칠 지경으로 피를 토할 정도인데 카이란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의 뻔뻔함이 묻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