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15
-쾅쾅! 쿵짝 쿵짝! 띠리리이링이잉!-
처음 이곳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들리는 것은 지나치게 큰 음악소리였다. 보통 인
간보다 큰 스피커가 나이트 무대 양옆에 있으니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카이란의 귀를
찢어지게 만들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다면 카이란은 귀를
잡고 괴롭다고 크게 호소를 쳤겠지만… 그는 지금 떳떳하게 주위나 감상하면서 이
곳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해 주는 곳을 따라다녔다.
예전에 판즈의 때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어중간한 큰 소리도 카이란에게는
이제는 별것 아니었다. 만약에 아리아가 이곳으로 왔다면 1초도 버티지 못해 기절할
가능성이 많았고, 고막이 빵꾸날 확률도 높았다.
안에 사라들은 굉장이 많았다. 밖에서 본 것 같이 대부분 같은 성별을 가진 인간들
이 자리를 매꾸고 있었고, 간혹 커플이나 단체가 몇 테이블 있었다. 하지만 거의 극
소수에 가까웠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이트에 이런 손님이 있는 것은 당연하
다. 나이트의 묘미는 무엇보다 신나게 흔드는 춤이겠지만 또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부킹이다.
부킹 때문에 모두들 이렇게 같은 성별끼리 오는 것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것과 여자끼리 와야 불편한 것 없이 신나게 흔들자는 식으로 편해서 같
이 오는 것이겠지만 남자들은 순전히 여자 물색하러 온 것이랑 다름없다. 물론 얼굴
잘생긴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부킹이 들어오지만.. 그런 일은 가끔 나타날까 말까할
정도이다.(필자는 딱 한번 그런 일을 당했는데.. 거절했다네… 룰루~)
남자들은 여자가 아쉬워서 나이트에서 여자를 찾지만 여자들은 남자들과 다르기 때
문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잘난 남자가 모두 저 남자뿐인가? 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남성들은 예쁜 여자라고 하면 저 여자뿐이다! 라는 생각이 박
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나이트의 안의 부킹 희생양(?)은
언제나 여성이다.
“뭐로 드릴까요?”
웨이터는 정중히 메뉴판을 보이며 주문을 물어보았다. 보통 웨이터 복장에 왼쪽 가
슴에는 ‘드래곤’이라고 적혀 있는 배지가 보였다. 그 배지에 있는 글자를 읽은 카이
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웬 드래곤? 이곳에 드래곤이 있나? 흐음… 폴리모프의 냄새가 나지 않는데… 그
렇다고 마력도 느껴지지 않고… 그렇담 뭐지?’
카이란은 그 웨이터의 배지의 이름이 굉장히 거슬렸다. 그렇다고 그 웨이터에게는
보통 인간의 냄새(?)가 나니 더욱 알 수 없었다. 쉽게 알 수가 없자 카이란은 드래
곤만의 특유의 기운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만약 드래곤이면 이 기운을 감지하겠지…’
당연히 느낄 리가 없다. 마나를 느끼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드래곤의 기운에 의해서
땀을 벌벌 흘려야 정상이고 같은 드래곤이면 동족이 있다는 기운을 감지하며 분명
텔레파시로 말을 걸텐데.. 그런 것이 없었다. 카이란이 그 웨이터에게 의미심장한
눈길로 계속 보고 있을 때 혜진이는 그 웨이터에게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다크’라는 사람 좀 불러주세요.”
다크? 이름이 다크인가? 혜진이가 부르는 인간의 이름이 이상하자 카이란은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알 수 없는 것만 가득했다.
“아.. 다크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웨이터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카이란과 혜진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벗어났다.
드래곤이라는 웨이터가 가자 카이란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혜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런데.. 저 인간 이름이 드래곤인거야? 무슨 이름이 그래? 괜히 헷갈리게 만들잖
아.”
뭐가 헷갈린다는 건지….. 이상했다.
“너 바보냐? 하긴.. 너는 이곳에 처음 와봤겠구나.. 음.. 여기에서는 실제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 모두 닉네임을 사용해. 몇 테이블마다 저렇게 웨이터가 시중을 드는
데.. 진짜 이름을 쓰지 않고 모두 닉네임으로 통하기 때문에 사람들에 뇌리에 깊게
박힐만한 이름을 사용해야 나중에 똑같은 손님이 와도 그 닉네임을 사용했던 사람을
찾아. 이름을 기억하는 것 보다는 알기 쉬운 닉네임을 기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거
든. 알았지?”
어린아이 가르쳐 주는 식으로 혜진이는 방긋 웃으면서 이곳 인간들의 이름에 대해서
설명했다. 카이란은 이곳을 TV에서만 봤지 실제로 처음 와 본 것이기 때문에 아는
것이라고는 술만 먹는다 그리고 춤을 춘다. 라는 기본상식밖에 모르는 상태이니 ‘다
크’ 나 ‘드래곤’ 같은 닉네임을 알 리가 없다.
“그렇군… 어쩐지…”
“그래.. 그래.. 이제 알았지.. 후훗..”
방긋 방긋 웃으면서 혜진이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기분 나쁘
다는 생각이 들은 카이란이었지만 저놈이 드래곤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기 때문에 혜
진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드래곤이 아니라니 약간은 아쉬운 감이 돌았다. 물론
저놈이 진짜 드래곤이라면 분명히 그때 이곳 세계의 오기전의 일을 화풀이 화기 위
해서 반쯤 죽여놓을 생각이었다.
“와! 혜진이 왔네!”
참고로 여기는 나이트다. 이런 시끄러운 소리 속에 어떻게 저렇게 말이 잘 들리는지
는 작가마음이다. 그러니 따지지 말도록…. 혜진이를 잘 아는 듯하게 부르는 사람
은 아까 드래곤이라는 인간하고 똑같은 복장을 한 인간이었지만.. 왼쪽 가슴배지에
는 ‘다크’라고 써져 있었다.
“응! 왔어.”
혜진이는 방긋 웃으며 환한 얼굴로 다가오는 다크라고 써져있는 인간을 보았다. 얼
굴은 잘생겼다라고 생각해도 될 만한 이목구비의 남자였다. 머리는 염색을 했는지
진한 갈색 머리를 한 인간이었고, 체격은 그리 좋지 않고 보통 인간들에게 볼 수 있
는 평범한 체격이었다.
“너 말야 이렇게 미성년자가 자주 와도 돼? 아무리 이런 곳이 단속 같은 것을 피한
다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있다.. 눈감아 주는 것은 할 수 있으나 나중에 단속
이라도 뜨면 곤란한 것은 우리라고…”
다크라는 남자는 약간 표독스런 얼굴로 혜진이를 나무랐다. 하긴 이곳은 미성년자
출입 금지 영업소이다. 하지만… 인간중 대부분 법이란 어기라고 하는 것이다! 라
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말도 있지 않는가?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
고 어기라고 있는 것이다! 라고…. 물론 이것은 사람의 관점마다 틀리겠지만…
“헤헤헤헤헤…..”
혜진이는 웃음으로 무마시켰다. 다크라는 인간도 혜진이의 그런 모습에 어쩔 수가
없는지 살짝 찌푸린 표정에서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오오.. 웬일로 오늘은 남자와 왔어? 언제나 혼자 오던 혜진이가 말이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었나?”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나는 무슨 남자와 오면 안 되라는 법 있어? 하여튼…
이 애는 내 중학교 동창이야.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이 애하고 놀려고 이렇게 이곳으
로 온 거야.”
“그래? 어쩟든 신기해서 말이야.. 그럼 오늘도 같은 메뉴겠지? 기본 안주에다가 맥
주 4병 추가시키는 것이지?”
몇 번 혜진이를 상대해 봤기 때문에 그녀가 뭐를 시킬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혜
진이는 다크라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응! 맞아.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해.”
“그래 알았다. 오늘도 열심히 춤추면서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부를 일 있으면 불
러 가능한 다 해줄테니까…”
“알았어. 고마워.”
다크라는 남자는 피식 웃으며 유유히 그들의 테이블에 벗어났다. 그 남자가 떠나자
혜진이는 카이란의 손을 이끌고는 말했다.
“우리 춤추자. 여기에 왔으니까 춤을 춰야 정상아냐? 그러니 우리 나가서 신나게 춤
을 추자! 알았지?”
“저기 말야.. 나 춤 같은 것은 못 춰. 그러니까 혼자 나갔다와.”
춤 같은 것을 춰 본적이 없는 카이란이었기에 그는 혜진이가 잡는 손을 뿌리쳤다. D
DR도 하지 않는 카이란인데.. 어떻게 저런 곳에서 춤을 추겠는가? 또한 카이란의 세
계에서는 춤이라는 것은 살짝 몸만 흔들흔들 거리는 춤이나… 궁전 파티에서 추는
춤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몸흔들고 머리 흔들고 뒤지고 볶고(?) 같은 춤을
출 리가 없다. 그러니 카이란은 춤을 추자는 혜진이의 말에 거절을 했다. 혜진이는
그런 카이란의 모습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다시 잡고는 끌어당겼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막춰도 되. 누가 뭐라도 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이곳에
는 못 추는 사람 잘 추는 사람 모두 상관도 안 해. 그러니까 이곳은 막춤이라고 해
도 용서가 되는 곳이 바로 나이트라는 곳이야. 그러니까 괜히 쪽팔림 때문에 안 추
지 말고 빨랑 나와 같이 나가서 추자. 여차하면 내가 리드해서 춤을 가르쳐 줄테니
까 말야.. 후훗…..?”
“저기.. 됐다니……”
또다시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혜진이는 남은 한 손으로 카이란의 팔을 붙잡고는
억지로 그를 데리고 무대에 갔다. 정말… 혜진이의 완강한 모습에 카이란은 두발
두 손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춤이라는 것은 일종의 몸을 흔들면서 쌓여 있든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것이
좋은 운동이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인간의 정신적인 피로감이 쌓이는 것이다. 그러
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몸을 풀어버리는 일이 적격이다.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춤을 잘 추던 못 추던 거의 상관치 않고 모두 자신의 스트레
스를 풀어버리듯 열심히 몸만 흔들었다. 고난이도 테크닉같은 것은 있을 리가 만무
했고, 모두 자신의 취향에 맞춰 음에만 신경 쓰며 몸만 흔드는 것이 다다.
춤이라는 것은 그리 심후하지도 않다. 물론 테크닉으로 춤을 추는 인간들에게는 심
후하겠지만.. 보통 평범하게 추는 인간에게는 심후함이 없고 몸만 흔들면 되는 것이
춤이니 심후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음치라면 박자를 못 맞춰서 이상한 춤을
출 수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드물다.
박자를 못 맞추는 것은 감각이 둔한 인간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둔한 인
간으로 판명되지만… 처음부터 춤이라는 것을 한번도 추지 못한 인간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니… 이런 춤을 춰 본적이 없는 인간이라면 어떨까? 춤이라는 것은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만 생전 처음 춤을 춰본 인간들이면 그 리듬에 몸을 움직
인다는 것이 어렵다. 그 리듬에 처음 몸을 맡게 흔든다는 것은 4살박이 어린아이에
게 춤을 추라는 것과 같은 식이다.
-툭!-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데 누군가가 방해를 해서 어깨를 건드린다면 신경질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해 놓고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오를 것
이다. 그리고.. 오히려 어깨를 건드린 놈이 화를 낸다면 폭발할 것이다!
“이 놈이 왜 거기에 있어서 나의 춤을 방해하는 것이냐!? 죽고 싶어!?”
누가 누구의 어깨를 쳤는지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주제 오
히려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그놈을 쳐다보며 어깨를 당한 그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
다.
“당신이!!”
“아..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워낙에 싸가지가 없는 애라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닌 옆에 있는 아주 귀엽고 예쁜 여자가 사과를 대신 하자 피해
자인 그 인간은 허벌레 미소를 지었다.
“아..아뇨.. 괜찮습니다.. 하하하핫..”
남자는 자고로 미인에 약하다는 것이 이론적 결과다. 아무리 화가 많이나도 미인의
미소 어택만 가하면 화는 말끔히 사라지는 현상은 자고로 남자들이라면 당연하게 여
기는 심리적인 요소라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다는 아니고.. 대부분 여자에 굶주린
남자라면 그렇다는 얘기다.
“너 말야…. 사람에게 부딪쳤으면 좀 사과를 하면 덧나냐? 하여튼… 이게 몇 번째
냐?”
“시끄러… 난 원래 그런 놈이야.”
사과같은 것은 자신의 와중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는 바로 카이란이다. 그리고
옆에서 말리는 인간은 혜진이다. 몇 번째라는 말을 하는가보면 이런 일이 벌써 몇
번 있었다고 말하는 격이었다.
“그래.. 그래.. 니 잘났다…”
혜진이는 포기했다는 식으로 말해놓고는 다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혜진이는 이곳에 많이 와본 경험자답게 춤을 무척이나
잘 췄다. 리듬에 맞춰서 어울리는 동작에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허리가 그녀의 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의 한 요소인 것 같았다.
“훅… 훅…”
……그 외 반면 카이란은 정말 눈뜨고 못 봐줄 만한…. 그런 춤을 추고 있다. 춤
을 추는데 저런 흉한 신음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완전히 변태로 오인할 수 있는
신음소리가 카이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꿰뚫는 것 같았
다. 예쁜 혜진이의 춤에 비해 카이란은 정말로 형편없는 춤이었고, 누가 보더라도
저것은 분명히 여자가 아깝다라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런 말
은 많이 듣지만……….
카이란의 춤은 보는 이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다. 카이란의 춤에는 완전
히 4살박이 어린아이보다 더 못하는 춤을 추고 있는 실정이었고, 한 대 패주고 싶은
… 주위사람들의 심정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거야말로 엄청난 조화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장미꽃에도 가시가 있듯이 장미 같이 아름다운 혜진이의 춤에도 가
시 같은 카이란이 있는 조화이다.
“아.. 블루스 타임이다…”
어느덧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이곳 저곳을 헤집던 조명들은 꺼져버리고 잔잔하고 은
은한 곡과 함께 조용히 조명들이 비추었다. 인간들은 순식간에 무대 위에 빠져나왔
다. 블루스 타임은 모두 꺼려한다는 것이었고, 커플이 아닌 대부분 같은 성별로 왔
기 때문에 게이나 변태가 아닌 이상 블루스 타임은 그들에게는 쉬는 시간이나 다름
없다. 뭐.. 장난 식으로 남자들끼리 블루스를 추는 격이 있지만…. 가끔 나오는 격
이다.
“화~ 잘 췄다.”
혜진이는 이마에 구슬린 땀을 훔치며 무대장을 빠져나와서 아까 전에 앉아 있던 테
이블에 앉았다. 아무리 혜진이라고 해도.. 블루스 타임은 꺼려했다. 우선 블루스 춤
을 추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이트에서는 블루스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
에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주문했던 안주와 맥주 4병이 놓여져 있었다. 그들이 춤을 추러 갔
을 때 다크라는 남자가 테이블에 놓고 갔나 보았다.
“자! 마시자..”
혜진은 맥주 한 병을 잡고는 마셨다. 뚜껑은 이미 따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됐다. 카이란은 피식 웃고는 앞에 놓여져 있는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맥주
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자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캬~ 시원하다.. 이래서 맥주란 좋다니까…”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바로 맥주를 먹는 것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런 맛은 맥주
를 좀 먹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다. 맥주의 맛을 알아버린 혜진이의 말투에
카이란은 또다시 피식 웃었다. 하지만 어찌보면 혜진이가 말한 말투는 완전히 노친
네들이 사용하는 말투이기도 했다.
“야.. 그런데.. 너 말야…. 왜 이렇게 춤을 못 추냐… 내 생전 너만큼 춤 못 추는
사람 못 봤다.”
정말로 춤을 못추는 카이란의 실력에 혜진이는 감탄을 머금지 못했다. 설마 했지만
그 설마가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박자와 음정을 무시한 것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지만.. 원숭이도 따라할 수 있는 그런 춤과… 원숭이 나 고릴
라 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춤…. 설마 그런 율동을 할 줄은 상상도 하
지 못했던 것이다.
“시끄러워… 말했잖아. 나 춤 못 춘다고.”
“흐음.. 그래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는걸.. 나는 최소한 리듬이라도 맞출 줄은 알
았지…”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혜진이의 얼굴을 보며 카이란은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
았다. 자신도 춤이 어떨지 상상이 갔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명예에 더
좋을 것 같았다.
잔잔한 음악이 흘렸지만 무대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신나게 흔들러 왔지 분위
기 잡으려고 춤을 추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블루스 같은 것을 출 리가 만무했다.
음악이 조용하니.. 나이트 장은 인간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블루스 타임 시간이라
면 인간들이 자리를 모두 메운 상태라.. 이때를 이용해 웨이터인들은 여자들의 손을
이끌고 남자쪽에 앉아있는 자리에 여자들을 소개해 시켜줬다. 소개라고 해봐야.. 억
지로 끌고 와서 남자들만 앉아있는 자리에 앉혀준 것뿐이니 소개하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였다. 그리고 나머지 몫은 그 남자들이 어떻게 여자를 구슬리냐의 따라 어떻게
되는 능력제다.
“난 부킹 같은 것 싫더라…”
혜진이는 웨이터에게 끌려가는 여자들을 보며 짜증내는 표정을 지으며 부정이 담긴
말을 했다. 부킹이란 것을 모르는 카이란은 혜진이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보는 방향
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말뜻과 행동으로 대강 눈치를 본 카이란
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뭐가 싫다는 거야?”
아무런 이상이 없이 그냥 앉아놓고 마는데.. 뭐가 싫다는 것인지.. 카이란은 궁금한
얼굴로 혜진이를 보며 싫다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당연하잖아. 남자들의 눈에는 뭐… 별 상관없이 보이겠지만… 여자들은.. 그런
것 싫다고.. 억지로 저렇게 끌고 가는데 좋아할 리가 있냐? 너 같으면 저렇게 아무
렇게나 손을 잡혀서 어느 낮선 남자에게 앉혀봐라 어떤 느낌이 나는지… 싫다고 하
는데도 저렇게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꼭 손님을 상대하는 사창가의 여자간 된 느낌이 든단 말이야.”
음.. 절묘한 비교다. 혜진이의 말에 확실히 그럴 느낌이 날 것 같자.. 카이란은 고
개를 끄떡였다. 끌려가서 남자를 상대하거나 상대 당하면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것
이다. 혜진이 말 맞다나.. 꼭 억지로 끌려가서 남자들을 상대하라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혜진이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또다시 입안에 맥주를 넣었다. 그
런 혜진이를 보며 카이란은 피식 미소와 함께 그도 맥주를 마셨다. 여전히 맥주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여어.. 이거 혜진이 아냐?”
누군가가 아는 듯한 말투로 친근하게 말하는 인간들이 있자… 혜진이는 고개를 돌
리며 자신을 부른 장본인을 쳐다보았다. 카이란도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혜진이
랑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시야에 어떤 3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보였다. 양아
치라는 것을 연상케 옷 입는 꼴과 머리색깔은 정말로 가간이었다. 붉은색 파란색..
남색.. 정말 가지가지 색깔별이었고, 얼굴이라도 잘생겼으면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들의 이마표에는 ‘나는 앞으로 멋진 양아치나 건달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라는
얼굴들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이는 대략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놈들이었다. 카이란은
그들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며칠 전에 보았던 진철이라는 인간이 생각나게
했다.
“와… 오랜만이네… 오빠..”
혜진이는 이런 부류에다가 발이 넓은 여성이었던가? 어떻게 저런 녀석들만 다 아는
지.. 그로써는 혜진이의 대해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라고 카이란은 생각했다.
“오랜만은 개뿔.. 며칠 전에도 만났으면서….”
“호호호… 이주일 전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나?”
확실히.. 이주일 전이면은.. 그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 오랜만이라고 하
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주 후에 만난 사람에게 뭐라고 인사말을 해야 하
는 것인가!? 그거야말로 난감하다고 표 할 수 있다.
“그런데.. 뭣 때문에 오빠는 오늘 이곳에 왔어? 혹시 한 건 하러?”
새끼손가락을 피며 혜진이는 능글스러운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들 중
붉은 머리로 염색한 인간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니.. 오늘은 패스야..”
웃길래 당연히 그렇지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패스라는 말을 하자 혜진은 약간 의
아한 듯한 얼굴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그런 표정을 지우며 그의 꿍꿍이를 알 것 같
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