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18
-휘이이잉~-
10시가 넘은 밤거리라 찬바람이 쌔게 불었다. 혜진이는 찬바람이 자신의 살결을 덮
어주자 양손으로 자신을 감싸며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으려고 했다.
“하아…”
바람이 불만큼 자신의 앞날에 대한 걱정도 함께 날아갔으면 했다. 어디론가 도망이
라도 가고 싶은 것이 간절했다. 하지만.. 도망치면 뭐하겠는가….? 혜진이는 용기
가 없었다. 혼자서 꾸러나갈 용기가…. 쓰레기 같은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쓰
레기 같은 인간들은 많이 만났지만.. 자신은 그들과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어쩌면 자신은 쓰레기보다 더한 쓰레기가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양손을 올리며 혜진이는 붉게 부어 있는 양 볼을 쓰다듬었다. 카이란에게 맞은 부위
였다. 너무나 심하게 부어있어서.. 그녀의 미모를 완전히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꼴
이 되어버렸다. 누가 보면.. 과연 미인이었을까? 라는 의심까지 할 정도였다.
혜진이는 자신의 얼굴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미모야 어쨌든… 눈앞에 현실을
직시해야 하니까… 부모님의 잔소리는 너무나 싫었다. 하루에 한번은 꼭 하시는 말
이 잔소리다. 오히려 잔소리가 없으면 신기할 정도로 심하다. 이런 환경이면 불량아
가 되어도 아무런 소지가 없는 상태인데도.. 혜진이의 그런 모습은 대견하고 용하기
까지 했다.
“아야…”
볼은 아팠다. 그것도 엄청나게….
그렇게 심하게 맞았는데.. 안 아플 리가 없었다. 혜진은 오른쪽 볼을 살살 어루어
만지며 아픔을 달래주었다.
양 볼은 심하게 맞아서 부어있었지만.. 혜진이는 결코 카이란에게 험담 같은 욕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혜진이는 무언가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으로써 자신은 현실을 도망치고 싶어했다. 억압받는 생활… 탈출구라도 있으면
도망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탈출구라는 것은.. 쾌락을
심어주는 마약이었다. 그것도.. 각성제를 흡입하면.. 집중력까지 향상되기 때문에
그녀는 가끔 시험 공부 할 때도 마약을 사용했다. 마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녀는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를 했던 결과였다.
처음 마약을 사용했을 때는 단순히 공부 때문이었다. 집중력도 약하기 때문에 언제
나 10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는 정신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혜진이는 괴로웠다.
부모님의 핍박 같은 잔소리 정말 싫었다. 하지만.. 어떡해야 할지는 모른 상태. 모
든 것이 성격에 나온 것과 집중력이 좋지 않은 것뿐인데.. 공부를 맨 날 하라니..
이것은 어찌 보면…. 물리적인 공격보다 더 괴로운 고통이었다.
그리고 점차.. 그녀는 약에 손대기 시작했다. 성적은 쑥쑥 올라갔지만.. 집안에는
여전했다. 아무리 올라가도.. 눈에 티가 나지 않게 많이 올라 가봐야 3-4등만 올라
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에 35등 했던 것보다는 엄청난 성적인데도.. 부모님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잘하면 잘할수록 더욱 공부에만 몰두하라고 한다.
지겨웠다. 약으로고 공부를 전염한다는 것은.. 이제 지겨운 감이 돌았다. 점차 욕심
이 생긴 혜진이는 결국 여러 가지 마약에 손을 댔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
게 손을 대고 있는 상태였고….
-휘이이이잉…-
또다시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짧은 머릿결을 휘날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춥다는 생
각이 들지 않았다. 씁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래도 카이란에게 맞은 것이 조
금이라도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이는 실로 오랜만에 이렇게 맞아 보았다. 그 녀석은 여자인데도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후련한 감이 오히려 많았다. 아무도 자신
을 이렇게 해 준 적은 없었다. 아니.. 있다. 한 명이… 카이란처럼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녀를 언제나 걱정해 주는 인간이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보니 걔가 있었구나…. 후훗…”
혜진이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혜진이 근처에 자신을 언제나 쫓아다니는 남자가
한 명이 있다. 혜진이도 그를 잘 알고 있는 남자였고, 그 남자도 혜진이를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어.. 혜….혜진아….”
저녁 11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나자 혜진이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누구인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혜진이는 두 눈을 감
으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호랑이가 제말하면 온다고 하더니…”
혜진이는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추리닝 복장을 한 어느 남자 아이..
짧은 머리카락에 잘생겼다 라고 볼 수 있는 생김새를 가진 이 남자는 혜진이하고 초
등학교 때부터 같이 알던 박 승환이라는 아이다.
“너 이제 오는 거야? 아님.. 집에 들렸다가 어디 나간거야? 혹시.. 너 또!? 설마 그
것 한거야!? 너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말야 이러다가는 몸
이 망가진다고!! 이런 것은 좋지만은 않단말야!! 제발!!”
큰소리치며 승환이는 놀라는 표정과 핏발이 선 채로 화를 내는 표정으로 혜진이를
나무랐다. 그것이라고 하는 가 보면 혜진이의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았다. 혜진이는
화내는 승환이의 모습을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이렇게 시끄럽게 화
를 내면서 나무라면.. 혜진이는 도리어 화를 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오
히려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안… 오늘 약간 했는데.. 금방 풀렸어. 아주 아주 소량만 했기 때문에 걱정마..
..”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그녀는 귀엽게 웃으면서 두 손을 살짝 모으며 말을 했
다. 승환이는 그런 혜진의 모습에 의아한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웃고 있다
는 것이 승환이에게 약간 의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혜진이는 환한 미소와 함께 승환
이 곁으로 다가갔고, 살짝 그의 팔에 자신을 팔을 집어넣으며 팔짱을 꼈다.
-화악!-
승환이는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적극적으로 나온 혜진이의 모습에 너무나 당혹
하게 만들어서 어떻게 몸 둘 바를 몰랐다. 예전의 혜진이었다면 절대로 이런 모습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을 내듯 화를 내는 것이 정상인데.. 지금은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가 웃으면서 자신의 팔에 안기니.. 그로써 당황하지 않는 다는 것이 비정
상이었다.
혜진이는 잔소리나 큰소리를 싫어한다. 언제나 집에서 핍박 박고 있는 잔소리의 의
해서 큰소리로 자신을 나무라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승환이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혜진이를 나무랄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마
약에 손을 끓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마약에 끊게 하는 것을 못 막았다. 승환이가 나무라면 언제
나 그녀는 토라해 지면서 도리어 화를 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막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로써는 답답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다만.. 마약은 무서운 독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끊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 일뿐…. 오히려 언제부턴가.. 승환이와 혜진이의 사이는 서
로 적대관계 같은 사이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로써는 혜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랐다. 그는 혜진이를 좋아하고 있는 상태였다. 친구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써
좋아한 상태였다. 다만 혜진이가 그런 것을 몰라주고 있는 상태였고, 점점 혜진이가
타락의 길을 걸어가는 것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면…. 언제나 말싸움이 시작되거나.. 큰소리치는 일밖에 없었다
. 그리고 꼭 서로 화를 낸 채 헤어지는 일이 일상적인 만남이었다. 이것이 승환이에
게 가장 가슴이 아프고 씁쓸했던 문제였는데.. 지금 혜진이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팔짱을 꼈다는 것이다. 이러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는가?
혜진이는 그런 승환이의 당혹한 표정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
고 천천히.. 그의 팔짱을 끼며 걸어갔고… 승환이는 그녀가 걸어간다는 것을 느끼
자마자.. 보조를 맞추며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당황은 했으나… 사고까지는 정
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은 쉬웠다.
“와.. 이렇게 우리 걸어본지 얼마만이야… 헤헤헤헤…?”
실로 이렇게 걸어가 본적이 있지만…. 언제나 둘은 싸움만 해서.. 지금처럼 걸어다
닌 적은 정말 오래간 만이다. 승환이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검은 밤하늘을 조금
이라도 빛을 뿜어주고 있는 별들을 보며 말했다.
“모르지.. 내가 느끼기로는 아마도 1년 조금 안됐을걸…”
그 말에 혜진이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구나…. 아야야야…”
갑자기 양 볼이 따끔거리듯 약간 아프기 시작하자 혜진이는 엷은 비명을 지르며 또
다시 양 볼을 살짝 어루어 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피멍은 들지 않았지만…. 여전
히 따끔거리고 아팠다. 승환이는 혜진이의 엷은 비명에 의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
다. 그리고 붉게 부어 있는 혜진이의 볼을 뒤늦게 나마 볼 수 있었다.
“야! 이거 왜이래? 이거 너무 심하잖아!? 어느 놈이 그랬어!? 누구야!?”
펄쩍 놀라면서 승환이는 혜진이의 볼을 쳐다보며 사건의 진상을 물었다. 여자를 이
정도로 때린가 보면… 분명히 잔악 무도한 놈이라는 것이 분명해서 승환이는 울화
를 참지 못했다. 혜진이는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살짝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바보.. 됐어. 싸움도 못하는 바보가… 내가 말한다고 알아? 그러니.. 이제 됐어.
모두 내가 잘못해서 맞은 거니까…”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러다가 피멍이라도 들면 어떻게 하게.. 보기 흉할
텐데…”
걱정이 가득 담긴 말로 승환이는 혜진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그리고 혜진이는 또다
시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역시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
이 나쁠 리가 없었다.
혜진이도 승환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연애감정은 없는 사이다. 그저.. 친한 친구
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 주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착잡한 마음으로 인해서…. 어쩔 줄 몰랐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알겠지 라는 마음을 가진 상태였다.
“괜찮아… 피멍이야 상관없잖아? 언젠가는 다시 나을 테니까… 뭐.. 흉이 지는 것
도 아니고.. 만약 피멍이 든다면 단순히 피가 퍼렇게 뭉쳐서 보이는 것뿐인데 뭐…
상관없잖아. 다시는 안 나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떻게 여자가 저렇게 태평한지… 여자의 생명은 얼
굴이라고 얼굴!! 승환이는 여전히 걱정이 끊이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힘만 된다면 누군지 찾아내어서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때렸다
고 해 봐야..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저.. 얼굴이 조금 잘생기고 어찌보면 모범생
처럼 보이기도 한 얼굴과 보통 평범한 몸을 가진 남자였기 때문이다.
혜진이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어떤 남자인지를 잘 알고 있는 상태이다. 그
렇기 때문에 따지고 싶어도 따지질 못하는 그런 자신이었다. 무능하고 용기 없는 자
신을 보며 승환이는 풀이 죽었다. 언제나 이런 남자이니 풀이 자연적으로 죽을 수밖
에 없었다.
“야야.. 뭘 그리 풀이 죽고 그래? 당장 그 모습 그만두라고… 간만에 이렇게 같이
가면서.. 네가 이렇게 가도 되는 거야? 이거 너무 하잖아. 내가 이렇게 같이 가는
것이 불만이야? 그렇다면 나 먼저 갈게. 그럼 바이바이…”
혜진이는 풀이 죽어 있는 승환이에게 일부러 화를 내는 척 하며 그와 떨어지면서 손
을 흔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환이는 황급히
혜진이의 팔을 잡으며 다짜고짜 사과먼저 하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 그냥.. 네가 이렇게 맞으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잖아…”
여전히 얼굴은 걱정하는 빛이 역력한 채로 말을 하니 혜진이는 미소가 어린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훗.. 알아.. 알아.. 내가 네 마음을 왜 모르겠니? 그러니.. 됐어. 너에게 바라는
것 없어. 그저.. 옆에만 있어죠.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하니까 말이야…
”
사실.. 혜진이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앞에 있는 남자는 어떤 남자인지 그 무
엇보다 혜진이가 잘 알고 있는 남자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혜진이는
정말 승환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말이야.. 이것 맞은 것 괜찮은 것보다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 사실..
며칠 전부터 중학교 2학년 때 나를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만났어. 정말 많이 변했더
라.. 성격은 물론이고.. 외모도 더 잘생겨 졌더라.. 공부는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 뒤에서 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후훗….”
카이란의 얘기를 하는 혜진이는 웃음을 지었다. 왠지 카이란에게는 무언가가 신기함
이 묻어났기 때문에 혜진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옆에
있는 승환이는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좋아하는 여자의 입에서 다른 남자의 말이 나
온다는 것은…. 남자로써 좋아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 좋게 들릴 리가
없었다. 그런 승환이의 마음을 모르는 혜진이는 계속해서 카이란에게 대해 말했다.
“하지만… 신기하게.. 걔 기억 상실증 걸렸다고 하더라… 당연히 내가 알 리가 없
었기 때문에 난 예전처럼 행동했는데… 나중에 그것을 알고 약간 놀랐다. 그리고
무슨 4년 동안.. 운동만 했는지.. 싸움은 굉장히 잘하더라… 너도 아시다시피 복싱
부였던 그 문제아 진철이도 가지고 놀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오늘 저녁에 어느 몽
이 큰 덩치도 그냥.. 한 손으로 끝내버리던 실력도 정말 놀랐다니까….”
오호.. 그런 대단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승환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
다. 덩치는 어떤 덩치인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문제아로
통하는 진철이를 가지고 놀 정도의 실력이면.. 정말 감탄할만했다.
‘아.. 그리고 보니 며칠전 문제아 진철이가 입원했다고 했지… 흠.. 범인은.. 그
남자란 뜻이네… 그런데.. 기억상실이라…’
기억상실이라는 것이 근처에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자 정말.. TV같은 일이라는 것
을 느꼈다.
“그런데… 걔 싸울 할때는 정말 무섭다. 나중에 너 걔를 만나더라도.. 가능한 성질
건드리지는 말아라… 너 같은 모범생은 건들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건드리면 넌
최소한 다리 하나는 기본으로 부러질 거야. 알았지?”
혜진이는 단호하게 카이란의 성질을 건들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만날 일은 없겠지
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가르쳐 줘도 별 피해 없는 것뿐이
다. 하지만.. 승환이는 ‘에이 설마’라는 생각으로 웃음으로 대충 넘어가 버리며 고
개를 끄떡였다. 인간의 뼈를 부러뜨린다는 것을 좀 말도 안 되기 때문에 웃음으로
넘기는 것은 당연했다.
카이란의 얼굴과 성격을 보지 않았으니… 혜진이의 말을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혜진이는 고개를 끄떡인 승환이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그런 무서운 놈이라 난 벌컥 겁이 났었어.. 그리고 나에게 화를 내서 먼저
돌아간 나쁜 놈이었지..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안 만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만나버렸지 뭐야…. 바로 내가 그의 학교에 찾아갔기 때문이지.. 후훗
.. 보통 철판이 아닌 이상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거든…”
“흐음.. 확실히 그렇네.. 그런데 무슨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겁까지 나고 화를 내면서 돌아갔다는 나쁜 놈이었는데.. 왜 혜진이가 그의 학교에
다시 갔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것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혜진이는 약간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 오늘…. 시험 성적표 받은 날이었거든……”
“엇!!? 그..그래서.. 너….”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은.. 곧 어떻게 될지도 그도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승환이는 놀랬고, 대충.. 그녀가 왜 카이란에게 찾아갔는지 지레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응.. 맞아… 오늘.. 신나게 하루동안 놀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고개를 끄떡이며 승환이의 지레짐작이 맞았다는 식으로 답변을 줬다. 이번에 승환이
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때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남자에게 갔
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것 밖에 안 되는 남자였는지… 승
환이는 왠지 질투심이 배어났다.
그 표정을 읽은 혜진이는 재빨리 변명을 하듯 말했다.
“야.. 그렇다고 너를 생각 안한 것은 아니야.. 성적표 받자마자 나 우울해서 바로
땡땡이 쳤거든… 그래서.. 마침 시험중이던 그 녀석에게 찾아 간 거야. 그러니 그
런 표정 짓지 말라고… 알았어…”
땡땡이를 쳐서.. 마침 시험중인 그녀석을 찾아갔다고 하니.. 승환이는 할 말이 없었
다. 그래도 혜진이는 자신을 기억한 것과 변명이라도 해 준 것만으로도 그는 쉽게
풀어질 수가 있었다.
“그래…”
“그래.. 임마.. 하여튼.. 그렇게 금방 토라져 가지고는.. 남자 맞냐?!”
“헤헤.. 미안.. 미안…”
뒷머리를 긁으며 승환이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튼.. 어쨌든… 나 오늘 걔랑 신나게 놀았어. 걔도 그때 그일 그리 심하게 따
지지 않았고, 며칠전에 만났던 것처럼 상대해 주더라. 왠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편했기 때문에 난 좋았어. 설마.. 그때 그 일 때문에 뭐라
고 하는 것은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시간을 보낼 때 난 실수하고 말았어…
걔를 굉장히 화를 내게 만들었던 거야… 이제 정말 못 만나게 될 수 있을 정도로..
.”
혜진이는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화를 내게 했다는 말을 하자 승환이는 궁금
한 표정을 지었지만.. 설마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두 눈이 커지며 놀라는 표
정으로 말했다.
“뭐 때문인데…? 설마…. 너 그 남자에게 그것을 보였단 말이야!?”
그의 말에 혜진이는 살짝 고개를 끄떡였다. 덕분에 승환이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런 광경을 들켰는지.. 그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도 알아.. 내가 나빴다는 것을… 하지만.. 하필 거기에서…. 약을 하는 인간들
이 나에게 보인거 있지… 가능한 참으려고 했어. 잘 모르는 남자니까 말이야… 하
지만….. 난 시험 성적표에 대한 것 때문에 마음을 제어 할 수 있는 생각이 없었어
… 그저.. 모든 것을 잊고 놀고 싶은 마음이 충동거렸지… 결국 난 소량으로 약을
해버렸어.. 소량으로 했기 때문에 몸만 기분 좋았지.. 정신은 말짱했어. 하지만..
결국 난 약 힘이 모자라다는 것을 순식간에 느끼고…. 그만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
서.. 약을 더해버렸지… 그리고 그 애에게 들키고 만거야…”
혜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땅을 바라보았다. 승환이도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
에.. 그저 그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며 약간 어색한 표정으
로 웃으며 말했다.
“걔 정말 무섭게 화를 내더라… 무표정한 얼굴이 정말 무섭웠거든… 그리고 어떻
게 변명이 통할지 안 통할지도 몰랐지만 난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부터 그 애 내 뺨을 치기 시작해서 지금 이렇게 만들었어…”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혜진이의 양 뺨은 여전히
따뜻했다. 붉게 부어 있으니.. 열이 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정말 아팠다. 나 그렇게 아픈 적 처음이었어.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난 무엇 때문에 이런 약을 쓰고 있는 것과.. 이런 약을 써서 무엇을
얻는 다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졌어… 결국 난 현실을 바라보고 싶지 않아 도망친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지금도 집에 가면 무섭지만. 말이야… 헤헷…”
“너 설마….”
혜진이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대충 느낌이 오자 승환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혜진이는 살짝 고개를 끄떡이며 바짝 승환이의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나 싸울 생각이야. 약으로서 공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어차피 좋지 않은
것이잖아? 그리고 30등을 하나 14등을 하나 우리 부모님 행동 똑같잖아. 그래서 나
싸울 거야. 엄마 아빠하고 그래서.. 난 현실을 빠져나갈 탈출구를 만들거야.. 그리
고 네가 지금까지 걱정하던 것 이제 안 할 생각이야…”
이 말만으로도 승환이에게는 무척이나 기쁨이 전해져 내렸다.
-웅성.. 웅성..-
반 교실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 이런 소리가 안 들린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누구나 따지는 인간 따위는 없고, 모두 자연스럽게 여길만한
그런 광경이라고 뇌리에 박혀 있다.
다른 반이라고 해도 이런 광경은 같으니.. 누가 뭐라고 말한다면 그놈은 바보나 다
름없다. 무엇보다.. 이곳은 10대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 있는데.. 말이 없다는 것은.
.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입은 왜 달려 있겠는가? 다른 사람과의 의사를 전달
하려고 있는 입이다. 절대로 밥만 먹으로고 있는 입이 아니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
기 때문에….
며칠이 지났다. 일주일 정도…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도
점차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어느덧 시험이라는 것은 아이들
의 머릿속에 사라진지 옛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카이란의 반 아이들의 표정은 다소
즐거운 듯한 얼굴로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사라진
시험이라고 해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바로 결과물에 대
한 공포를 말이다.
“끄아! 죽었다! 10등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