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37
자는 의지를 기를 뿐,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고통은 전해질 수 없는 법이었다.
“그래도.. 혜진양이 너무 불쌍하군요…”
아리아는 지금 수술실 입구를 쳐다보며 동정하는 눈빛으로 말을 했다. 공감되는 하
나의 형성된 말. 누구하나..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고, 반발도 하지 않았다.
“못난년.. 망할년.. 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거지…? 마약이라니.. 크
윽… 한심하기는…. 아비의 이름을 먹칠할 생각인거야….. 못난년 같으니라고..
.”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를 참지 못해 욕짓거리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혜진이 아버
지였다. 혜진이가 마약을 한 것이 수치심과 굉장한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
에 일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지면서 혜진이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그러게 말이에요.. 공부도 하지 않고 맨날 밖에 싸돌아 다니더니만.. 그것이 나쁜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저런 짓이나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여튼.. 정말이지 자식이 아니라 원수야! 원수!!!”
이 와중 어떻게 저런 말을 꺼낼 수 있는지 정말 승환이는 분노가 치솟았다. 자식을
완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혜진이 부모님을 보니.. 승환이는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했다.
-짝!!!-
수술실 입구 앞에서 고막 찢어질듯 한 뺨맞는 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그리고 혜진
이 아버지는 고개가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것이 보였다.
“정말 듣는 사람이 귀가 썩을 정도로 천박한 부모들이군요.”
오들오들.. 뼈속까지 오한이 저릴 정도로 긴박하게 가시가 돋는 말투로 사미는 굉
장한 분노감을 혜진이 부모님에 선보였다. 흠칫 싸늘한 그녀의 눈초리는 오싹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른의 따귀를 때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지나친 행동이자 순
간 카이란과 민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미의 행동에 입이 벌어졌다.
“당신들이 과연 부모인지 의심이 되는군요. 어떻게 그런 소리가 입 밖으로 잘 나오
는가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알기나 아는지 모르겠군요.”
“이… 이..”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것에 굉장한 수치심이 들었는지
혜진이 아버지는 이를 갈았며 화가 난 눈초리로 사미를 노려보며 큰소리쳤다.
“뭐야!!! 어디서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거야! 감히 어른의 따귀를 때리다니!! 막돼
먹은 버릇 정말 못쓰겠구나! 너 부모가 누구야!!?”
“우리 부모 알아서 뭐하게요? 알면 우리 부모에게 따지기라도 하게요? 오호호호호
호호호호호호호! 정말.. 어이없군요. 우리 아버지도 속이 썩었다는 것은 알지만..
당신들도 만만치 않게 썩었군요.”
길러주신 부모의 은혜도 모르고 막 말하는 사미의 입은 얌전하지 못했다. 다만..
사미는 아버지를 정말 싫어 할만한 이유가 많기 때문에.. 저런 말을 내뱉은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저런 버르장머리하고는… 저따위로 어른에게 대들다니.. 예의라는 것을 모르고
살은 아이군!”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버르장머리라고요? 그렇게 만들어 주신 것이 우리 아
버지입니다.”
사미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혜진이 부모님을 농락했다. 그 말에 더욱 화를 내시는
혜진이 부모님들.. 혜진이 어머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사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네 부모 누구니!? 아무리 막돼먹었다고 하지만 너무 심한 말 아니야! 네 부모 누
구니!?”
“오호호호호호호!!! 그렇게 알고 싶은가요? 그렇담 말해 드리죠.. 조직계 우두머리
진거만이라면 될까요? 어디 한번 따져보시겠어요? 오히려 생매장이나 당하지 않았
으면 좋겠군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
조직!! 이 말에 혜진이 부모님은 놀람에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 갑자기 분노를 끓으며 바락 사미에게 대들었다.
“그래.. 네년이지!! 네놈들이 우리 혜진이를 꼬득였지!!? 네년같은 조직계 사람이
니 충분하지 않겠어! 그렇지!!”
이제는 생사람까지 잡으려는 혜진이 부모님의 말에, 사미는 기가막힌 듯 헛바람을
내뱉었다. 또한.. 이제는 막 나가는지… 욕까지 내뱉으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허! 이것은 무슨 헛소리인가요! 정말 어이없군요! 이제는 생사람까지 잡으려고 하
다니!! 당신들의 한 아이의 부모라는 것이 웃기는군요!”
“웃기지마 이년아! 어디서 발뺌을 내밀려고 그래! 그래! 네년을 모두 고발하겠어!
고발! 어디서 마약이나 팔고 있는 인간쓰레기 같은 년이 어딜 대드는 거야! 너 오
늘 잘못 걸린 줄 알아라!!”
그 말에 더욱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저렇게 나갈 수가 있는지… 어른
같지도 않았다.
“정말 유치하고 천박하기 한이 없군요! 이러니 혜진양이 당신네 같은 사람 때문에
저렇게 된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시끄러워! 어디서 계속 말대꾸야! 너 오늘 잘못 걸린 줄 알아라! 여보 핸드폰 줘!
저런 인간쓰레기무리들은 콩밥한번 먹어 봐야해! 감히 착한 우리 혜진이를 꼬득여
마약까지 하게 만들다니!!”
혜진이 어머니는 지갑 속에 핸드폰을 꺼내며 경찰서에 전화를 하려고 했다. 점점
사미는 상황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봐도.. 승산은 사미에게 없었다.
자신은 조직의 딸. 그리고 아버지는 조직의 우두머리. 확실히 조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경찰쪽에서는 조직의 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것도 조직과 마약의 사
이는 그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 때문에 잘못되다가는 혜진이가 마약을 하
게 된 동기가 바로 자신의 집안 때문이라는 것으로 판명될 수가 있었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이렇게 증거 없이 우리 집안 때문을 몰아세워도 되는
건가요! 당장 안 그만 둬요!!?”
상황이 좋지 못해 사미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더욱 기고만장하
게 혜진이 부모님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웃기지마! 어디서 계속 큰소리야! 큰소리!”
사미는 어떻게 하질 못하고..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는
지 분노로 인해서 섣불리 나선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뒤쪽에서 황당한 어투로
혜진이 부모님에게 화를 내는 언성이 들렸다.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정말 웃기는 분이시네요. 두분 혹시 적반하장(賊反荷杖)
이라는 말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오히려 사미 언니에게
덤터기씌울 생각인가요!!?”
화를 내면서 소리치는 사람은 사미가 아닌 가운데 가르마에 양 머리를 갈래로 묶은
귀여운 소녀 민지였다. 그런 민지의 화를 내는 말에 혜진이 부모님은 또다시 열을
올리며 말했다.
“오호라! 네년도 같은 패거리구나! 그리고 저기 뒤에 있는 모든 년, 놈들 다! 하긴
배운 것도 없이 막 자란 인간쓰레기이니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막돼먹게 나가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군!”
이제는 사미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카이란, 민지, 혜미, 아리아까지 모두 같은 패
거리를 보고, 막나가는 혜진이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민지는 그 말에 벌컥 화를 내
면서 바락 대들었다.
“말조심하세요! 우리 부모님 모욕하지 마세요!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 줄 아세
요!? 바로 대검철청 검사입니다! 검사라고요!!”
그 말에 놀라는 혜진이 부모님들.. 그리고 사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직과 검사
.. 뭔가 이치가 맞지 않는 다는 얼굴로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민지는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치마주머니를 뒤지며 종이쪼가
리 한 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 종이쪼가리를 보여드렸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는 혜
진이 아버지는 무슨 의미냐는 얼굴로 말했다.
“뭐냐? 이 성적표를 보여주는 저의는 뭐냐? 검사의 딸이면서 맨 날 저런 놈들과 놀
아서 아버지 체면을 깎이게 만들 심보냐?”
민지가 보여드린 것은 다름 아닌 지난번에 시험 봤던 성적표였다.
“그렇게 보이시겠죠? 검사인 아버지지만 전 아버지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하고 맨
날 뒤에서 노는 성적을 가지고 와요. 하지만.. 절대로 뭐라고 그러시지 않아요. 오
히려 열심히 하면 됐다고 하면서 칭찬을 거듭하셔서 오히려 제가 무안할 정도로 너
그러운 분이세요. 부하에게 체면도 있겠지만 우리들이 강하고, 또한 사람답게 살아
가기만을 바라시는 분이라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으시는 멋진 분이세요! 그리고 언
제나 우리 부모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셔요. ‘사람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은 공부도 아닌 마음가짐’이라고 말씀하시죠. 공부는 하면 되지만.. 성품은 배운다
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시는 것이죠. 압박하게 타이르지 않
는 다는 것이 우리를 믿는다는 쪽의 좋은 의미를 가지고 계시죠. 정말 웃기죠? 대
검찰청 검사님인데.. 저희집은 언제나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고, 언제나 열심
히만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것은 너로써 최선을 다한거라고 하면서 오히
려 칭찬해 주실 때가 많은 분이라는 것이. 누구처럼 자기 자식 성적을 자랑하고 싶
은 마음이 없으신 분들이죠.”
허리에 팔을 대며 민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조건 없는 사랑을 주셔요. 그리고 오빠와 저는 그 사랑을 듬뿍 받
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 그런 채로 사랑을 주시고 있는 멋진 부모님이
시죠. 그런데 지금 아저씨의 직위는 뭐죠!? 어느 한 회사 사장!? 부장!? 아니면 어
느 학교의 교육자!!? 그래서 혜진 언니에게 공부를 하라고 억압 주는 것인가요!!?
부하직원에게 공부 못하는 창피한 딸의 모습을 보면 체면이 깎여서 얼굴을 들지 못
할까봐요!!? 정말 한심하군요!! 체면이 무슨 밥 먹여 줄까요!!?”
민지는 점점 격해지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혜진이 부모님에
게 큰소리를 쳤다.
“왜 그렇게 그렇게까지 혜진 언니를 압박하는 건가요! 그렇게 체면이 중요하세요!
중요한 거에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할 정도로 그것이 그렇게나 중요한 거냐
고요!! 왜 혜진 언니가!! 언니가… 마약을 한 이유가 뭔지 아시는 건가요!!?”
물론 알 리가 없었다. 처음에 안되었던 집중력이 향상이 되어서 공부를 할 수 있었
기 때문에 시작한 마약이었다는 것을 혜진이 부모님은 몰랐다.
“바로 당신들 때문이라고요!”
“그, 그게 무슨….”
무슨 말도 안되냐는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혜진이 아버지 입에서는 그 말이 다
나오지 않았다.
“왜! 왜! 그렇게 핍박을 줘야 하는가요!?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는 없었나요? 혜
진이 언니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시거나 아니면 혜진이 언니의 대해서 조
금이라도 알고 계신 것이 있나요? 모르시겠죠! 아니 당연히 알 리가 없지요! 맨날
공부하라는 잔소리밖에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었으니까요! 공부는 중요하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과연 인생에 있어 공부가 전부인가요! 사람에게 있어 인생이란 가
장 중요한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무참하게 인생을 망가뜨리게 할 수 있나요! 자기
자식이라도 엄연한 인간이라고요!!”
점점 격해지는 감정의 의해서 민지는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계속
말을 할 찰나 누군가가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만해요!!!”
찌렁찌렁.. 수술실 입구에서 메아리가 울렸다. 그렇게 큰 소리를 지른 인간은 다름
아닌 승환이였다. 승환이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찡그린 채 고개를
숙였다.
“그만해요.. 지금, 지금이 어떤 때인 줄 아세요? 제발 그만하라고요… 혜진이는
지금 생사를 왔다갔다하고 있을 시기라고요… 그런데.. 지금 그런 말싸움이나 하
고 있을 때 인가요…? 그러니.. 이제 그만.. 그만하세요…. 제발요…”
그렇다. 지금 그렇게 한가롭게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생명이 잃느냐 아니면.
. 부지하느냐라는 중대한 순간인데.. 이런 싸움이라니..
“하, 하지만….”
“됐어요.. 민지양.. 이제 그만 해요….”
혜미가 민지를 살짝 안아주면서 그녀를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혜미는 혜진이 부모
님을 쳐다보며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민지양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민지양네는 절대로 공부하라
는 강요를 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요를 하십니다. 하지만 두 분은 뭔가요?
왜 혜진양의 입장을 생각해 주시지 않죠? 그렇게 공부를 해서 자랑을 늘여놓고 싶
으신가요? 혜진양은 두 분의 대용품이 아니에요. 자식은 도구로서 체면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한 사람으로 태어나 한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에요.”
그 말이 끝으로 주위는 잠잠한 적막이 흘렀다. 혜진이 부모님은 부끄러움을 느꼈는
지 아니면.. 아이들에게 훈계를 당한 수치심에 의한 것인지 고개를 숙이며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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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이세계 드래곤 [20] 2.그 후….
긴장한 빛이 역력한 채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카이란 만
이 유일하게 여유를 잃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
나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여유를 잃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
는 것은 아무래도 그가 드래곤이라는 최강의 종족이라 그런 것인 것 같았다.
아리아는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라 카이란은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란은 고개를 절래 저으며 아리아에게 텔
레파시로 말했다.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아리아.
아리아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카이란은 혜진이를 치료해 줄 마음이
없었다.
그녀의 문제?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아리아는 이이상 말하지 않았다. 한번 안 한
다고 하면 쉽게 다시 마음을 돌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리아는 가만히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치료 마법이야 아리아도 할 줄 알지만 18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엘프이기 때문에
아직 마력과 마나가 그다지 높지 않아 중상을 입은 인간에게는 무리가 있었다. 그
래서 지금은 자신의 힘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한이 될 줄은 몰랐다.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실 입구만 바라보고 있는 승환이. 벌써 몇 시간째 그런 채로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초조함은 더해갔고 혹시나 잘못된
것은 아니겠는지 계속 불안하기만 했다.
장작 5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술실에 켜진 불이 꺼졌다. 수술을 완료했다는 뜻이었
다. 수술실 입구에 있는 카이란, 사미, 민지, 혜미, 아리아, 승환이, 혜진이 부모
님은 모두 자리에 일어섰고, 문에 누군가 나오기만을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 수술복 입은 인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중.. 이 수술을 맡은 의사가 마스
크를 벗으며 혜진이 부모님에게 향했다.
“어떤가요? 선생님!!”
급하게 물어본 사람은 승환이였다. 의사는 승환이를 보며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설
래설래 저으며 말했다.
“우선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오늘이
고비일 것 같군요. 환자의 의지력이 있어야 살 수 있겠습니다. 저희로써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럴수가….”
“아아…”
모두 실망이 역력한 기색을 보였다. 수술은 성공했으나 오늘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니… 승환이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오늘을 넘겨야 혜진이의 운명이 결정되니
불안함 감에 몸이 떨려왔다. 승환이는 천천히 양 무릎이 땅을 짚었다. 그로써는 충
격이 클 만도 했다.
-덜컹!-
수술실 문이 크게 열리며 그 안에 혜진이를 실은 중환자용 침대가 나왔다. 승환이
는 혜진이를 실은 침대가 나오자 벌떡 일어나서 혜진이 곁으로 갔다. 머리에 붕대
를 감은 채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는 혜진이의 모습이었다.
승환이 뿐만 아니라 카이란, 사미, 혜미, 아리아, 민지와 혜진이 부모님까지 모두
그녀의 곁으로 갔다. 쇠약하게 초라해진 혜진이의 얼굴을 보니 다들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 발활 했던 혜진이의 얼굴은 이제 옛 얼굴이 되어버렸을 만큼 핏기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자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쉽게 파악을 할 수 있을 만
큼 초췌했다.
막상.. 혜진이 부모님도 딸의 이런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핍박했던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 같이.. 오늘이 고비이자
밀려오는 슬픔에 의해 혜진이 부모님은 오열을 터트렸다.
“혜진아… 혜진아!!!”
“흑흑.. 미안하구나.. 얘야…”
승환이도 울상이 된 채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혜진이를 뒤따랐고, 안타까운 듯 인상
을 찡그리며 사미, 아리아, 민지, 혜미도 그 뒤를 뒤따랐다. 카이란만 아무렇지 않
은 듯 담담한 채로 걸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이미 예견한 듯 아무런
감흥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금 현재 새벽 6시가 조금 안된 시각. 앞으로 18시간이 후면 어떻게 되는지 그 누
구도 알지 못한다. 미래를 알지 못하니.. 답답함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알 수는 없기에 그들은 운명의 장난에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승환이는 오늘 학교도 가지 않고 불안한 마음으로 초조하게 혜진이를 기다릴 수 밖
에 없었다. 오늘을 넘겨야 혜진이를 살 수 있으니 제발.. 잘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
라며 승환이는 두손을 꼭 모아 기도를 했다. 신도 뭐도 믿지 않는 ‘무교’지만 오늘
만큼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신이 있다면 꼭 이 기도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간이란 물 흐르듯이 빨리 가지만 오늘따라 시간은 무척이나 가지 않았다. 결과에
대해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혜진이가 무사히 목숨을
부지하기만을 간절히 바랬었다. 시간이 끌면 끌수록 혜진이는 점점 의지를 잃어 자
신의 곁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혜진이 곁에만 쭉 있었고, 어떻
게 시간을 허비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날은 어두워졌다. 심장박동 기계가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나
는 302호의 어느 한 병실에 중환자라고 가르쳐 주듯 주사 약병이 4개정도 걸려 있
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그 환자는 다름 아니 혜진이였다. 산소호
흡기로 숨을 쉬고 있는 혜진이는 핏기 하나 없는 채 병실에 누워있었다. 주위에는
승환이와 혜진이 부모님이 있어야 하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지금 혜진이만 병
실에 있었다.
-스슥..-
심장 박동 기계와 산소 호흡기로 숨을 쉬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병실에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났다. 검은머리에 눈매가 날카롭게 예기를 뿜어내는 이는 카이란이었다
. 마법을 사용해서 카이란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카이란은 천천히 혜진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수척함이 그녀가 많이 힘들어했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카이란은 오른
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카이
란의 모습은 무척이나 자상하게 보였다.
“그래.. 네가 결정한 것은 이거구나….”
결정.. 이것은 그녀의 결정이었다. 마약의 인한 괴로움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
아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다.
“사실.. 난 너를 쉽게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너도 알
고 있을 거다.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 이것은 네가 정한 운명의 길이니까..”
운명의 길. 생과 사의 갈림길…
“넌 고통을 벗어나고 싶어서 해방감을 찾은 것이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것. 이것이 너를 죽음으로 인도한 길, 그 길로 나가면.. 넌 영원한 해방을 찾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