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47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혜미는 카이란에게 다가가서 그의 비어있는 오른쪽 팔
에 자신의 팔을 넣어서 꼈다.
“엑!?”
“아앗!!”
“언니!”
“헤에…”
그녀의 행동에 모두 놀란 일행들.. 혜미는 방긋 웃는 얼굴로 일행을 가만히 쳐다보
았다. 카이란은 지금 왼쪽에는 사미가 팔짱을 낀 상태고, 오른쪽에는 혜미가 팔짱을
낀 상태라 양팔에 자매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가히 부러움을 초월해 분노로 바
뀔 위험한(?) 광경이었다.
“언제 저도 이렇게 한번 끼고 싶었거든요.. 언제나 사미와 아리아양만 차지했잖아요
. 오늘만큼은 봐주시겠죠?”
“헤에.. 혜미 선배 너무해요. 제 자리를 차지하다니…..”
“후훗.. 미안해요.. 아리아양…. 하지만.. 오늘 아리아양은 사미에게 잡혀 있으니
이 자리는 현재 주인 없는 자리잖아요. 그리고 이곳에 여기는 아리아양의 자리 입니
다라고 푯말이라도 붙여있기라도 하나요? 그러니.. 미안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제가
가집니다. 가끔은 쉬는 것도 좋잖아요.”
미안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혜미의 미소는 해맑은 채 아리아에게 비수를
꽂을 말들을 서슴없이 나열했다.
“헤에.. 지난번에 느꼈던 거지만.. 역시 혜미 선배.. 의외로 짓궂은 성격이 있었네
요.”
예전에 혜진의 병실 안에서 생긴 트러블 중 혜미의 발언은 카이란에게 치명적인 요
소를 가져 올만한 비수였다. 물론 그다지 강도는 강하지 않았지만 혜미의 입에서 뱉
은 말은 왠지 모르게 10배의 이상의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 듯 했다.
그리고 지금 혜미의 공격대상은 아리아가 선정되어 놀리고 있는지 아니면 진심인지
모호할 정도였다.
“………….”
아리아는 할말을 잃은 채 어벙벙한 얼굴로 혜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예
상외의 말을 들어서인지 패닉이라는 환상의 정신세계로 여행을 떠났나 보았다.
“헤… 오늘로써 인해 혜미 언니의 성격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게 아리송해요. 착
한 언니의 모습과 얄궂고 짓궂은 혜미 언니의 모습.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짜 모
습이에요?”
민지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혜미를 보며 말을 했다. 혜미는 빙긋 미소를 흘리며 민지
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었다.
“글쎄요.. 민지양.. 거짓과 진실은 종이 한 장의 차이 랍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느
때든 일관하게 이어간다는 것은 없어요. 선하다 악하다라는 것은 극단적인 예로 받
아들이는 것이 아니랍니다. 선한 인간도 악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악한 인간도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분포적이지 고립된 방식이 아니랍니다. 성격은 양자택일
방식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고 바로바로 대응해서 나오는 본심이지요. 성격이란 그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에 의해서 나타난 결과물이랍니다. 그러니 지금 저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거짓된 모습이 아닌 제 모습 그대로 랍니다. 그러니 제 모습 그대로
받아 들여주세요. 뭐.. 때와 장소에 따라서 갖가지 대응하는 방식이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지만요… 후훗..”
짤막한 웃음과 함께 혜미는 계속 민지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마쳤다. 보들보들
한 민지 볼의 감촉이 좋았는지 혜미는 눈웃음 살짝 치며 손을 떼었다.
“헤에…”
혜미의 설명에 민지는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더욱 머리만 아파졌다. 여전히
아리송한 혜미의 모습이라 갈피를 못 잡았다.
“하여튼.. 언니도 알아 줘야해.. 나 역시 언니의 모습은 알다가도 모를 성격이라 긴
가민가하단 말이야.”
“그렇게 보이니 사미야…? 후훗.. 하지만.. 이것도 다 이 언니의 성격이란다. 나라
고 바뀌지 말라는 보장 없잖니. 또한 우리는 자매이니 만큼 너도 만만치 않잖아. 자
매니까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난 뭘까나. 후훗.. 일부러 노골적으로 ‘
오기’가 깃 든 ‘심보’로 아이들을 다루는 솜씨와 사소한 감동에 벅찬 기쁨을 느끼고
있는 너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난 일부러 드러내지만 넌 그것을 속이고
있잖니. 나 역시 사미 너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후훗..”
혜미가 생글거리며 말하자 사미는 정곡을 찔렀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졌다. 덕분
에 무슨 뜻 인줄 모른다는 얼굴로 카이란, 아리아, 민지가 물끄러미 혜미를 바라보
자 그녀는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무슨 뜻이에요?”
“지금 사미가 기쁨에 벅차다니요?”
“사미양이 지금 기뻐하고 있다고요?”
그 질문을 들으며 혜미는 또다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선.. 그것은 말이에요.. 후훗.. 사미는 백성군과 아리아양이 자신을 기다려줬다
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기뻐서 지금까지 다르게
아리아양까지 팔짱을 낀 것이죠. 사미는 단순 의외로 쉽게 감동한답니다.”
“헤에.. 정말이요?”
민지가 물끄러미 사미를 바라보며 진실의 여부를 묻자 사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여, 여기서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 그만 가요…”
쑥스러움을 느낀 사미는 허둥지둥 양팔에 걸치고 있는 아리아와 카이란을 끌고 앞으
로 향했다. 어색하게 열없이 웃으며 사미는 앞으로 향하자 당연히 줄줄이 비엔나 형
식으로 걸치고 있으니 사미의 힘에 의해서 자연스레 카이란과 아리아, 혜미도 앞으
로 이끌려 졌다. 그리고 그 뒤는 민지가 따랐다.
“후훗..”
당황해서 앞으로 가고 있는 사미를 향해 혜미는 여전히 꾸밈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
다. 내심 기쁨이 많이 담겨져 있어 가히 천금매소(千金買笑)보다 더 값진 혜미의 아
름다운 미소였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사미의 행동에 민지는 혜미 옆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혜미 언니.. 그런데.. 왜 사미 언니는 그런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뭔가
단순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그런 것은 기본적인 사상 아닌가요?”
민지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지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혜미는 살짝 눈웃음을
치며 한 손으로 또다시 민지의 보들보들한 볼을 어루어 만졌다.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민지양은 친구가 많이 있지요?”
“네. 조금은요..”
반문을 한 혜미의 말에 민지는 당연하듯 말을 쉽게 내뱉었다. 예전에 같이 옷을 사
러간 친구A 친구B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더 존재했다. 혜미는 손을 떼며 미약하게 씁
쓸한 웃음을 보였다.
“사미는 그런 친구들이 없답니다. 지금 현재 친구란 사람을 긁어모아도 여기 아리아
양과 백성군과 민지양이 다랍니다. 저주받은 우리 집안에 의해서 어릴 때부터 친구
들에게 모두 버림받은 가여운 아이지요. 민지양은 하교 시간때 같이 집에 돌아가자
는 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분은 매번 느끼겠지만.. 오늘 사미는 그것이 처음
이었답니다.”
“에에….?”
민지는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혜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혜미는 씁쓸
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습고, 믿어지기 힘들죠? 그 흔한 친구조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사미는 정에
굶주려 있답니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지요. 그래서 어떻게 보
면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말싸움이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온다는 것을 알거에요.”
혜미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언제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다
짜고짜 시비를 걸어서 말싸움을 하는 사미의 모습이었다. 그때는 호전적인 성격 때
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저 친구를 사귈 줄 모르는 것이었다니.. 이제는 왜 그
녀가 그러는 것인지 이해가 갈 듯 하자 민지는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사미의 성격을 보면 무척 고집이 세고 다부지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유리잔처럼 무
척이나 마음이 여린 아이예요.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오기’가 깃 든 ‘심보
‘인 것뿐이죠.”
바람이 불었다. 훈훈한 기운을 느껴주는 부드러운 바람이 혜미의 머릿결을 지나치자
살랑살랑 머리카락들이 몸부림을 쳤다.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혜미는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를 바라보았다.
“사미는 일부러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에요. 예전에는 말수가 적은 아이였지만 불운
한 사고로 인해서 스스로 암시로 걸어 독하게 마음을 지향해서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지요. 우리집안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는 저주같은 집안이죠. 시민은 법으로
써 다스리지만 우리 집안은 법보다는 주먹으로 다스리는 조직폭력 집단. 저도 마찬
가지지만 사미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요. 모두들 깊은 내면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는 우리 집안을 모두 무서워해서 아무도 가까이 접근하지 않아요.”
혜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민지에게 시선을 두었다.
“사미는 그것이 싫었나 봐요. 반 아이들은 자신을 똑같게 보지 않고 멀게 본다는 것
이… 그래서 은근슬쩍 화가 치밀어 올랐고, 언제부터 일종의 복수식으로 거칠게 반
아이들에게 대항하듯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
도는 점점 심해졌지만 아무도 사미에게 뭐라고 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오히려 아
이들은 토하나 달지 않고 사미가 시키는 대로만 했지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었지
만 사미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서 더욱 침울해져만 갔죠. 원래는….”
혜미는 고개를 치켜들어 깨끗한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있는 하늘을 보았다.
“……자신을 꾸짖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뿐이었거든요.”
그 말이 끝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휘날렸지만 제지하지는 않았다. 혜미는
고개를 돌려 민지를 보았다.
“뒷배경이 무서워서 사미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반 아이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날까
요? 과연 재미있을까요?”
혜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비참한 기분만 든답니다.”
혜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혜미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모습을 대조하면 절대로 어울린 표정이 아니었다. 혜미는 측은한 눈빛으
로 카이란 옆에 있는 사미를 바라보았다. 혜미와 민지의 대화는 사미에게 들리지 않
을 만큼의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현재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미는 확실히 기뻐했다. 자신을 기다려 줬다는 것에 크나큰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언제나 외톨이로 지낼 수 밖에 없게 만든 자신의 배경에 비관하며 생활해온 사미에
게는 그 흔한 친구조차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혼자서 집에 돌아가고 혼자서
놀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중학교 때는 자신과 사귀어 달라는 남자들이 몇몇이 있었
지만 금방 자신의 배경을 알고는, 어느새인지 모르게 떨어져 나갔었다. 또한 그때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채 순전히 잇속으로 남의 눈과 겉멋에만 치중하면서 사미를
액세서리 취급한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에 기쁨이 묻어날 리가 없었다
. 그러한 가운데 15살 때의 사건 이후로 사미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결심한 뒤로
아이들에게 공격적으로 나갔지만 더더욱 친구라는 것은 자신과 점점 멀어져간 결과
만 나왔다.
사미의 마음을 한 명이라도 알아주는 반 친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 사미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모두 사미의 배경 때문에 아무도 건드릴 생
각이 없는 것이었다. 사미를 좋아하는 남학생도 존재하긴 하지만.. 배경이라는 사미
의 집안 때문에 접근하는 통큰 남자는 없었다. 어릴 때부터 버림받고 집안배경 때문
에 외면을 받았어야만 했던 가혹한 운명이 지금 현실에도 똑같은 사미는, 눈앞의 미
래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처음 카이란과 아리아가 자신을 기다려 줬을 때는 정말 기뻤다.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 또한 그것을 더해서 아리아까지 곁에 있자 예전에 암울했던 기분은 물 씻
은 듯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교실 앞에 기다려준 사람들… 사미
는 처음으로 그런 기분을 느껴보았다.
민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은 눈망울로 천천히 사미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뒤에서 와락 사미를 껴안았다.
“응? 왜, 왜 그러니? 민지야…?”
지금까지 대화를 못들은 상태라서 사미는 느닷없이 뒤에서 안은 민지의 모습이 의아
하기만 했다. 하지만 카이란과 아리아는 부드럽게 웃었다. 지금 여기에서 사미만 그
대화를 못 들었지, 청각이 좋은 카이란과 아리아는 그 둘의 대화 얘기를 들은 상태
라서 민지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부드러운 눈으로 민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리아는 아까 사미가 말했던 ‘심보’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미는 반
아이들이 자신을 꾸짖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언니.. 힘내요…. 꼭이에요…”
“얘가.. 무슨 소리니… 언제나 언니는 활기차게 힘내고 있잖니!! 오호호호호호호호
호!!”
고개를 높게 지켜들며 사미는 힘차게 트레이드마크 웃음을 선보였다. 오늘따라 그
웃음소리는 슬픔이 가득 찬 웃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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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이세계 드래곤 [22] 4.심심했는데 다행.“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카이란과 민지는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고 신발을 벗어 마루로
향했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어머니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루로 왔다.
“왔니..?”
“네..”
“응!”
각자 대답을 들은 어머니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카이란과 민지 뒤에 누군가가
더 있다는 것을 알자 시선을 돌리니 사미와 아리아, 혜미가 보였다.
사미와 아리아와 혜미는 어머니가 시선을 자신들을 두자마자 허리를 숙여 밝은 목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니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그녀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래요.. 잘 왔어요.”
“저희 옷 갈아 입고 나올게요.”
“그래라…”
카이란과 민지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사이에 사미와 아리아와 혜미는 거실에 놓
여져 있는 소파로 옮겨 자리에 앉았다.
“기다려요 금방 먹을 것을 준비할 테니까요.”
어머니가 다시 주방으로 가려고 하자 사미와 아리아가 줄줄이 일어서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저도요.”
혜미도 그 말을 하려고 했지만 사미와 아리아가 재빠르게 말을 해 버리자 그만 타
이밍을 놓쳐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도와주겠다고 나선 그녀들을 향해
어머니는 입가에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니 됐어요. 그냥.. 거기 앉아 있어요. 그냥 과일 몇 개 가져오는 것 뿐인데 무
슨 2사람이나 필요하겠어요. 그러니 가만히 앉아 있어요.”
식사준비도 아닌 그저 과일과 마실 것만 가져오면 끝인데 뭐 하러 2사람이 필요하
겠는가?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다소 높기만 하지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인
원이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찜찜한 얼굴로 다시 소파에 앉은 사미와 아리아
였다.
그런 모습을 확인한 어미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사
미, 아리아, 혜미만 가만히 소파에서 앉아있었고, 느닷없이 마루에는 침묵의 신이
주위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
조용한 마루. 가벼운 적막. 공기가 무겁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으니 어색한 침묵에 황당하기까지 해서 그녀들은 잠시간 어리둥절하기
까지 했다. 갑자기 이런 침묵이라니.. 할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런 것은
칼이 배에 들어온 것 보다 더 싫었다. 친한 친구끼리 이런 침묵을 유지하는 거라니
.. 이건 꼭 버스 안에서 할말 없이 가만히 창가는 보는 것과 비슷한 격이었지만 애
석하게도 여기는 버스안도 아니고 근처에 창가도 없는 집안 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옛말에 여자 셋이 모이면 유리컵 하나 깨진다는 전통(?)이 있는데 그 전통을 이어
나가질 못하다니… 그녀들은 막연했다.
사미와 아리아는 무슨 말을 꺼낼까 라는 잡념에 빠져있었다. 관조적으로 총괄해 보
면 아주 무척이나 바보 같다는 결론이 나올 정도로 그녀들의 모습은 한심했다. 그
러는 가운데 혜미만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차분하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원래
부터 말수가 적은 혜미였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
르게 이런 분위기와 잘 융합된 모습이었다.
누구하나 입을 열지 않은 가운데 2층 계단 쪽에서 무거운 둔탁한 소리가 배회했던
침묵의 신을 돌려보내 그동안 고민했던 적막을 깨버렸다. 그리고 아직까지 무슨 말
을 꺼낼까라는 생각으로 잠긴 그녀들에게, 그 잡념을 깬 이가 있었다.
“얼래? 왜 이렇게 조용하게 있어? 무슨 처음 선보는 사람같이 하고는…”
그 잡념을 깬 이는 다름 아닌 카이란! 그는 간편한 추리닝과 바지를 입고 마루로
다시 내려왔다. 그녀들은 구세주를 보는 마냥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카이란은 황당해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그러자 혜미는 입에 손을 대며 소리를 죽여 웃었다.
“후훗.. 처음 선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방금까지 어색한 침묵이 이 둘을 괴
롭혔거든요. 그래서 그런 광경이 나온 것 뿐이에요.”
혜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만능소유자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어색한 침묵
이 감싸돌 때 이미 그녀는 사미와 아리아의 행동, 패턴, 생각들을 모두 파악한 상
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참아내기 위해 혜미는 가진 애를 다 써야만 했던 사
실.
혜미 말 덕분에 사미와 아리아는 불에 데워진 듯 전신이 귓불까지 붉게 익혀졌다.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즉 혜미의 말이 정곡이었다는 것을 의미하자 카이란은
곧 웃음이 나왔다.
“쿡쿡.. 하여튼…. 쿡쿡…”
“…..아이참.. 웃지 마세요. 갑자기 어머니와 민지, 백성님이 각자 할 일 하러 가
신 바람에 그렇게 된 거란 말이에요.”
“마, 맞아요. 어쩔 수 없이 이상하게 어색했단 말이에요.
표독스러움까지 흘리며 수줍게 분홍색으로 물들인 그녀들의 표정은 정말 깨물어 주
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카이란은 쿡쿡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민지도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윗 층에서 쿵쾅쿵쾅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윗층에서 내려오는 소리에 의해서 카이란과 사미, 아리아, 혜미는 거의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어 버렸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민지의 모습이 보였다.
정강이까지 오는 긴치마에 보라색 스웨터를 입고 나온 민지는 활짝 웃는 얼굴로 그
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카이란 옆 소파에 앉았다.
때마침 주방에서 간식을 준비했던 어머니도 큰 쟁반을 들고 마루로 왔다. 큰 쟁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