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48
은 소파 정면에 있는 탁자위에 올려놓았고, 푸르스름하게 잘 익은 과일들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자 침이 꿀꺽하고 넘어갈 정도로 맛있게 보였다. 카이란의 손은 자신
도 모르게 과일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살이 맞는 소리가 깨끗하고 시원스럽게 들렸
다.
-철썩!-
“아얏!!”
자신도 모르게 과일쪽으로 다가간 카이란의 손등을 철썩 때리자 아픔이 담긴 비명
을 짤막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질책 어린 어머니의 잔소리가 나왔다.
“백성아. 버릇없게…. 뭐 하는 짓이니?”
“헤헤.. 맛있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갔어요.”
어머니의 질책에 카이란은 그저 배시시 웃으면서 가볍게 넘겼다. 어머니는 가볍게
한숨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그리고 큰 쟁반의 한쪽 가장자
리에서는 클라스 컵으로 오렌지주스가 따라져 있는 5잔과 포크들을 각각 사미, 아
리아, 민지, 혜미, 카이란에게 돌렸다.
“그다지 많지 않지만 많이들 먹어요.”
많지 않은 것이 아니고 너무 푸짐할 정도로 벅찼다.
“네! 잘먹겠습니다!!”
아까 전의 어색한 침묵 분위기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로 활기찼다.
“그리고 보니.. 엄마는 우리 며칠 간 없을텐데 그때 뭐 할 거예요?”
잉? 그 말은 뭔 소리? 우리? 카이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민지가 한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뇌에서는 이리저리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며칠간 없다는 말은 즉
집에 며칠 안 온다는 뜻인데… 우리라니…, 외박은 물론이고, 집에 나갈 일은 절
대로 없어서 오히려 심심해서 몸둘 바를 몰라 아무거나 뭐라도 원하고 있는 상태라
어디든 나가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은 그런 것에는 소질이 없어 아무런 계획도
짜지 않았는데 뭔 소리인가? 절대로 ‘우리’ 라는 의미가 들어갈 일이 없자 카이란
은 골머리가 땡겼다.
“후후.. 글쎄.. 민지와 백성이가 없으니.. 잠시간 홀가분하겠지? 물론 말썽쟁이 민
지가 더 없으니 속이 시원해서 날아갈 것만 같고 말야.. 한동안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어서 말이 엄마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게 느껴지네.. 호호..”
웃으면서 말하는 어머니의 말에 카이란은 그저 ‘얼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
문을 알 수 없었다.
“아이참… 누가 그런 것을 물어봤어요. 그냥.. 우리가 없으면 뭐 할거냐고 물어
본거지.. 누가 기분을 물어본 건가?”
일부러 어머니가 비아냥거리듯 말을 돌렸다는 것을 알자 민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입가에 손을 올려 웃었다.
“호호호….. 음.. 뭐 할게 있을까? 아무래도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겠지.. 아빠도
요즘 이상한 사건 때문에 바쁜 것 같으니.. 엄마 혼자 뭐하겠니.. 그저 평소보다 T
V나 좀 많이 보겠지 뭐.”
“헤에.. 난 엄마와 아빠 어디라도 다녀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은데…”
그때 사미가 나서서 말했다.
“맞아요! 너무 약해요. 뻔히 백성님도 없고 민지도 없는데 집에서 가만히 계신다뇨
!? 그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죠! 그러니 가능한 어디라도 나갔다 오세요!”
“사미양 말 맞다나.. 너무 약해요! 그러니 아무 곳이나 나갔다오세요!”
얼래 아리아까지 알고 있다니.. 카이란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그리
고 지금 이 대화가 뭔지를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혜미가 아리아의 말을 이어
버렸다.
“사미와 아리아양 말대로.. 어머니는 자유시간을 쓸 줄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러
니.. 이번 기회에 어디라도 다녀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버님이 바
쁘시니 오붓하게 갔다 오시는 것은 무리겠지만 기분 전환으로 온천정도는 딱 정당
할 것 같으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다녀오시겠어요. 그러니 잘 고려해 보시고 결
정하세요.”
“맞아! 엄마! 언니들 말 모두 맞다나.. 그렇게 하는게 좋아. 설마 알아..? 아빠도
그 날은 일부러 쉬려고 노력할 수도 있잖아. 그러니.. 웬만해선 갔다오라고.”
이 얼마나 효성스러운가!! 어딜 갔다오라고 여행경비비만 얹혀준다면 완전 부모님
을 지극히 아끼는 효녀가 다름없었지만 애석하게도 중학교 3년에게는 할 만한 아르
바이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르바이트는 금지령으로 내려져 있는 곳
이었다. 민지는 가끔 어머니가 자신과 오빠 때문에 집에만 있는 것이 못마땅했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찾아오는 기회는 흔치 않아 계속 어머니에게 권유했다.
하지만 카이란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의 모습만 지켜보지 절대로 나서
지는 않았다.
“호호.. 우리 민지가 이렇게 엄마 생각해 줄줄 몰랐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요
즘 엄마는 요즘들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집에서 쉬고 싶어져서 말이야…”
“정말 노인네 같은 소리하고 있네!!? 엄마도 참 지금 엄마 나이 몇이라고 벌써부터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지금이야말로 중년의 젊음(?)을 만끽해야 할 시기인데!!
벌써부터 그런 퇴폐 된 소리나 하는 거야!!?”
방년 부모님 나이 43세.. 아직까지는 한창 젊으실 때라 어디든 방방곡곡 돌아다니
더라도 무방할 나이 대다. 부모님들은 고리타분한 성격은 아니지만 외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이 문제랄까? 또한 아직 한창 40대 초반이면서 집에만 굳건히 지
키겠다는 저런 60대 노친네같은 말투! 민지로써는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다.
“후훗.. 민지양 말 맞다나… 그런 망언이라니… 정말 어머니 너무할 정도로 나가
기 싫어하는 것이 보이네요. 그러니.. 어떻게든 우리들이 없을 때 어디쯤 다녀오세
요. 여차하면 제가 비.용.까.지 부.담.해 드리겠습니다.”
혜미는 무슨 시어머님에게 점수 따는 마냥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전까지 대주겠다는
말을 엑센트하고 임팩트 하게 내뱉었다.
“언니 말대로 저도 금전 대줄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의 성의를 봐서 나.갔.다.오.
세.요.”
자매는 용감했다. 훌륭했다. 부자였다. 그리고 역시 둘 다 아주 아름답고 예뻤….
다…는 말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다지 필요 없는 말이고.. 어쨌든, 혜미에 이어
사미까지 합세해서 엑센트까지 똑같이 넣어서 그렇게 말하니.. 어머니는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저도 사미양과 혜미 선배의 말을 동의합니다. 전 무척이나 가난해서 금전이 없는
관계로 그렇게 해 드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죄송합니다.”
“…………”
자존심도 없는 아리아. 착한 것도 탈이 되는 것을 말해주듯 너무나도 솔직하게 털
어놓는 아리아의 말에 잠시간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민지는 카이란을 보았다.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카
이란을 보며 민지는 말했다.
“아이참! 오빠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거야?
엄마가 놀러간다는 것이 기분 나쁜 거야? 그런 것이 아니라면 왜 말이 없는거야?
오빠도 말 좀 해봐.”
그리고 보니 지금까지 입 한번 벙긋하지 않는 이가 카이란이자 일제히 시선이 그에
게 쏠렸다. 그리고 무슨 말을 내뱉기를 기다렸다. 카이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
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런 말이 오가는 거지? 왜 나나 민지나 며칠 간 집에
안 들어 올거라는 말을 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몰라서 말야… 그
이유 좀 가르쳐 주지 않겠어?”
“……….”
누구하나 빠짐없이 얼굴이 극악을 보는 마냥 우수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부는 상쾌한 바람.. 카이란은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이 바보 오빠야!!”
“크억!!”
나왔다!! 민지의 바보연타! 카이란은 민지의 신랄한 발언에 울컥 피를 토하며 쓰러
졌다. 그리고 사미와 아리아와 혜미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각자 생각했다
‘그래 백성님은 이런 분이셨지…’
‘맞아.. 이것이 백성님 다웠지…’
‘하여튼 백성군은 변함이 없군요.’
어찌보면 그것이 카이란 다운 거라 그녀들은 한결같은 그의 모습에 쓴웃음만 지었
다.
——————————————————————————–
(207) 이세계 드래곤 [22] 5.심심했는데 다행.
“오빠는 지금까지 학교를 다닌 거야? 아니면 놀러 다니는 거야? 아님 아침 잠 못
잔 것 학교에서 보충하러 가는 거야? 어떻게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모른 상태로 지
내는 거야? 하여튼…”
민지는 카이란의 행실에 의해서 한심함을 못 이겨 투덜거렸다. 어떻게 그런 것 하
나 모를 수 있는지 민지는 기가 막힌 것도 모자라 코까지 막혀 질식사까지 할 뻔했
다. 그리고 민지에 이어 사미도 꼈다.
“민지 말 맞다나.. 너무 심해요. 어떻게 그런 것을 모를 수가 있어요..”
“백성님.. 그것은 지인짜~(진짜) 너무 한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것을 못 보실 수
있어요. 그런 것을 받으면 호기심 삼아 약간이라도 볼텐데요…”
그리고 사미에 이어 아리아까지.. 카이란은 은근슬쩍 자신을 바보취급 한다는 생각
(바보 맞음)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그것 내가 알았냐? 애초에 그런 것을 받아봐야 보지도 않는 나였는데
,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잖아. 그렇다고 그렇게 구박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확실히 카이란 다운 말투였으나.. 여기서 민지가 가만히 있는 다는 것은 그녀로써
존심(?)이 상하는 것과 마찬가지! 민지는 무섭게 구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오빠보고 바보라는 거야!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구박할 만한
거니까 당연한거라고! 어떻게 그런 것을 안 볼 수가 있어!? 그런 것을 받으면 호기
심 삼아 약간이라도 훑어보는 것이 정상아냐!? 세상에 받아놓기만 하고 가만히 갖
고 오는 것은 오빠 밖에 없을 거다!”
윽! 할말 없다. 카이란은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어서 사미가 2번째
언어 구타를 날렸다.
“그래요.. 백성님.. 너무 심하다고요.. ‘가정 통신문’을 받았으면… 그것을 한번
쯤 훑어보는 것이 정상이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보지도 않고 그냥 어머니
께 갖다 주기만 할 수 있는지 저는 참으로 신기하다고만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
그러니 정말 그것은 좀 심한 것 같아요.”
“심해요. 심해. 너무 할 정도로요. 아무리 백성님이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너무할
정도예요. 가끔은 무관심만 하지 마시고.. 약간의 관심이라도 가져보세요.”
차례대로 한번씩 구박 당하는 카이란, 할말이 없었다. 여기서 마지막 타자 혜미가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나섰다.
“그래도 백성군 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중심이 되는 얘기가 없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당당한 모습. 저로써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그나마 제일 무난한 편이지만.. 놀리는 것은 여전했다.
지금 카이란이 이렇게 구박 당하는 이유는 있었다. 여기에서 카이란만 빼고 모두
알고 있는 그 며칠 간 집에 안 온다는 이유! 그 이유를 모르는 카이란이이었고, 모
른다고 표현한 순간부터 완전 바보취급 당한 카이란이었다. 사실은 바보가 맞을 수
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중요한 열쇠이자 해답은 사미가 말한 ‘가정 통신문’이라는 것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전으로 흘러가, 카이란은 선생님이 나눠준 조그만 한 프린터물
을 받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카이란은 그 프린터물을 받았는데도 불
구하고 그것을 받자마자 카이란은 무슨 내용이 실린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가방 안으로 골인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보통 자아를 가진 종족이면
대부분 무엇을 받았다면 그것이 뭔지를 확인해야 정상적인 행동이거늘… 카이란은
그 상식이자 정상적인 부분에 벗어난 존재인지 그것을 받기만 했고 보지도 않고 묻
지도 않고 그대로 부모님께만 드렸다. 그러니 카이란은 그러한 것을 알 리가 없었
고, 덕분에 지금 이렇게 구박 당하고 있었다.
“너희들 말야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 안 하냐? 쳇! 그놈의 ‘국기훈련’인지 ‘극기훈
련’인지.. 그것 때문에 이렇게 구박을 당해야 하다니?”
카이란은 투덜거렸다. 그러자 민지는 양쪽 입꼬리가 능글스럽게 올라가며 웃으면서
말했다.
“랄라.. 그러기에 누가 그렇게 무관심하래? 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니까 그렇게 투
덜거려봐야 소용없다고.”
“그래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쳇!”
이죽거리는 민지의 말에 카이란은 그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듯이 건성으로
대답을 해 버렸다.
가정 통신문에 써져 있는 내용은 다름 아닌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극기훈련’에 대
한 공지였다. 관례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극’할 정도로 ‘훈련’을 받는 일종의 아
이들을 괴롭히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카이란이 다니는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물이 같이 있기 때문에 관례적인 외
부 수업 같은 것은 모두 한꺼번에 처리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중학교 1학년은 소
풍으로 끝내고, 2학년은 수학여행을 떠난다. 3학년은 몇 달 후면 졸업을 앞두기 때
문에 모든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의미로 졸업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고등학교 1
학년은 이때 수학여행을 가고, 2학년은 극기훈련을 하러 떠난다. 그리고 3학년은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의미가 담긴 것일 수도 있으나.
. 입시 준비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기분을 풀어줄 겸 졸업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꽉 막힌 입시 제도 속에서 가끔은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하라고 한, 학교측에
서의 배려이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시기를 보면 엄청 늦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것은
다 작가의 못난 점 때문에 그런 것이니.. 그리 따지지 말도록. 절대로 즉흥적인 발
상으로 생각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겠다. 클럭…
이렇게 1학년 때를 빼 놓고는 대부분 어디론가 가는 학교라, 총괄적으로 보면 민지
는 지금 중학교 3년 생이기 때문에 졸업여행으로 인해서 2박3일 동안 학교에서 놀
러 가는 것이고, 고등학교 2년 생인 카이란은 극한 훈련을 받으러 2박 3일 동안 떠
나는 것이다. 그러니 집안에는 현재 부모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기회를 삼아
부모님이 어디 좋은 곳이라도 다녀오게 만들려는 모두의 생각이었다. 물론 카이란
은 지금까지 그 얘기가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에 제외이다.
“그래도 더 황당한 것은 백성님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극기훈련비를 냈다는 것이
에요.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돈을 낼 생각을 다하실 수가 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미스터리네요.”
사미는 카이란이 얌전히 극기훈련비를 학교에 냈다는 것이 가장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아.. 그것.. 그냥.. 엄마가 갖다 내라고 하니… 그냥 갖다 낸 거지 뭐. 때마침
반장이라는 놈도 그것을 걷더라고.. 그래서 나도 따라서 낸 것 뿐이야.”
“…………..”
두둥!! 어디선가 들려오는 효과음이 그녀들의 머릿속에 울렸다. 카이란은 착실한
학생이었던가!!? 부모가 내라고 해서 그냥 갖다 내다니..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카이란의 행동에 사미, 아리아, 민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일관하게 포커 페이스로 웃고 있는 혜미조차도 표정이 굳은 듯 했
다.
“뭐냐..? 왠지… 다들 나를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내가 ‘5살 박이
어린아이 정도의 수준’ 같다느니.. 어떻게 저런 ‘단순에 단순을 넘은 엄청난 단순
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이거 갑자기 기
분 나빠지는 걸?”
왠지 모르게 그녀들의 표정을 본 카이란은 자신을 그렇게 비유하는 느낌이 들자 기
분이 나빠졌다. 그러자 그녀들은 무슨 핵심을 찔린 마냥 화들짝 놀라면서 양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마, 맞아요.. 저희가 뭐 때문에 그런 나쁜 생각을 하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사미
양?”
“그렇죠.. 호호…”
“호호호호호…”
사미와 아리아는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부인했다. 카이란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계속 쏘아보았지만 사미와 아리아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러자 여기
서 민지는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맞잖아.”
“………….”
민지의 수긍하는 말투의 의미는 즉 카이란은 5살 박이 어린아이 정도의 수준과 단
순에 단순을 넘은 엄청난 단순한 사상을 가진 소유자라는 의미였다.
“후..후….후.. 뭐.. 이런 그, 극기훈련이라는 것도 아, 아마도 가 볼만 한 것이
겠지? 그, 그렇지?
카이란은 어깨를 으쓱 하면서 애써 그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려고 딴청을 피우려
고 했지만 민지의 말에 동요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말을 더듬었다. 또한 얼
굴 근육을 억지로 웃는 모습이니 더더욱 자연스러운 거랑 거리가 멀었다. 사미와
아리아, 혜미는 어색한 얼굴로 웃으면서 얼버무렸지만 민지는 그 상태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연기도 못하는 바보.”
“…………”
이것으로 인해 뭔가 무거운 침묵이 유지됐다. 하지만 민지는 그 무거운 침묵을 아
랑곳 않고 말을 계속 이었다.
“오빠 바보.. 바보.. 바보.. 오빠 바보… 랄라~ 저런 단순한 사람은 우리 오빠라
네… 바보~ 바보~ 바보~”
이제는 막 나가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민지.
“호호호… 나, 난.. 슬슬.. 저녁 준비나 해야겠구나… 호호호호…”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머니는 그렇게 말해놓고 마루를 빠져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아니 도망쳤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민지 주위만 제외하고 적막한 공기속에 그들은 누구하나 입을 뻥긋 하지 않고 일제
히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카이란의 얼굴은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지금 어떤
표정인지 눈에 보이질 않았다.
“바보.. 바보.. 바보… 오빠.. 오빠만큼 그렇게 바보인 사람은 없을 거다. 지상
최고의 바보 오빠! 푸하하하핫!!”
“쿠어어어어어어어엉!!!!!”
“우앗! 배, 백성님 진정하세욧!!”
“진정욧!! 사미양 빨리 말려욧!!”
드디어 폭발한 카이란을 말리기 위해 사미와 아리아는 그의 허리를 매달려서 붙잡
았다. 혜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리둥절한 채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