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69
가면 난 사미의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래? 고마워.”
일부러 사미가 보라고 한 짓인데, 사미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를 보며 웃음을 유지했다. 여
전히 이상하게 보였다. 나의 행동에 뭔가 이상한 점을 찾기 마련이고, 그것을 물어보는 것이 정
상일터인데…. 그리고 보니 점심시간부터 계속 이런 행복한 표정을 유지하던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정말 궁금하네….
“그래. 그럼 가자. 그런데 친구지간에 무슨 고마워야?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어쨌든 난 사미의 말에 대답을 해 주었다.
“헤헷. 그런가?”
“헤헷 그런가가 아니고, 그런거야. 알았어?”
“응. 어쨌든 가자. 아리아양과 백성님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에휴…. 또 백성님이냐? 도대체 사미야‥ 어째서 넌 그런 남자를 쫓아다니는 것이냐? 미모가 아
깝지 않느냐? 도대체 사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단 말야…. 제 눈에 안경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해
도해도 너무할 정도니,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된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사미의 걸음 보조에 맞추기만 했다. 그러자 어느덧 2학년 7반 앞
문까지 왔다. 그러자 사미와 버금가는 미모의 소유자 아리아라는 여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리아양.”
먼저 사미가 그 여성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나도 우선 얼굴은 알고 있으니 인사를 해야겠지.
“‥안녕……하세요.”
이런…, 친근한 어투로 말을 놓아서 인사를 건네야 할지 아니면,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 할지 갈
피를 잡지 못하겠다. 처음 만난 사이는 아닌데도 여전히 어색하니, 이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연하다. 결국은 말을 높였지만…. 같은 나이인데도 공대를 갖추는 어투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생겨난다.
“네,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아랑곳없는 소유자였다. 어색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으니…
적어도 나의 눈에는 대단하게 보인다.
“아리아양은 빨리 왔네요.”
“네, 담임이 오시자마자 시험이 며칠 안 남았다. 공부 열심히 해라 라는 말 밖에 하지 않고 밖으
로 나가셨어요.”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사미.
“어머! 그리고 보니 슬슬 기말 고사가 다가오는군요. 슬슬 우리들도 공부에 전념할 때가 온 것
같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에는 시험 잘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중간 고사 너무 창피해서…, 고개
를 들지 못했어요.”
“하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 역시 공부를 해야 겠어요. 후훗….”
이질감이 없이 서로 얘기하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무척 신기하게 보인다. 어떻게 같은 나이인데
도 저렇게 깍듯이 경어를 쓰는지… 이질감도 나지 않나? 누가 보면 지체 높은 어느 양갓집 규수
의 딸들의 대화인줄 알겠다.
“그런데 말야….”
난 그녀들의 얘깃거리에 끼여들었다. 그러자 둘은 나를 쳐다보았다.
“서로 그렇게 말을 공대하면 어색하지 않아? 내가 보기엔 무척 피곤할 것 같아. 그리고 왠지 아
주 친해 보이지 않고, 꼭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모습으로 보여.”
사실 나도 경어를 쓰기 귀찮아서 이 말을 끄집어 낸 것이다. 사미에게는 말을 놓을 수 있으나 아
리아라는 사람에는 말을 못 놓으니, 내쪽에는 분명 어중간한 입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것을 별미 삼아 서로의 경어를 없애버리기 위한 거였다. 문제는 지금도 쓰지 않았다는 거지만
….
“…….”
“…….”
아무래도 내 말의 핵심이 컸나 보다. 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무래도 이 둘은 서로 얘기하는
말투 자체를 생각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둘은 왠지 ‘우리들 친하지 않았나요? 거리가
있어 보였나요? 우리 말투가 이상했나요? 경어는 안좋나요?’ 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물어보는 표
정이 적나라게 드러났다. 너희들 바보냐? 하여튼….
난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다음부터 난 말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사이 8반 담임
은 교실을 나왔고,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서 나가는 광경이 보였다.
“여어.”
손을 들면서 우리들을 맞이하는 평범하고도 평범해서 너무 평범한 얼굴의 소유자 백성이가 보였
다. 왠지 기분 나빠졌다. 저런 얼굴인데 사미와 아리아를 거느릴 수 있다니…, 보면 볼수록 감회
가 새로웠다. 분명 국회 정부 비리사건과 비슷하게 뭔가 있을 것 같다.
“아, 어…, 배, 백성님….”
“오, 오셨어요….”
어정쩡하게 그녀들은 백성이를 맞이한다. 내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다지 별로 충격적인
발언은 아닌 것 같은데…. 덕분에 백성이는 이를 이상하게 보면서 말한다.
“뭘 그리 당황하고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녀요. 그, 그…렇지…, 아, 아, 아리…아‥.”
“으, 응. 마, 맞아‥. 사, 사‥미야….”
어색한 미소와 함께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그녀들…. 얼씨구? 아예 쇼를 해라 쇼를…. 그렇게 벌
벌 떨면서 어렵게 내뱉을 정도로 이름 부르기가 힘드냐? 오히려 그게 더 어색하겠다.
“뭘 그리 벌벌 떨면서 말하고 있어? 그리고 어설프게 말 놓으려고 하지말고, 그냥 너희들끼리 얘
기하는 방식으로 말해. 존칭이 없고 경어를 쓰지 않으면 확실히 친하게 보이지만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면 더 이상하게되기 마련이야. 그러니 천천히 바꿔나가.”
감동의 물결로 넘쳐나는 눈빛으로 백성이를 쳐다보는 사미와 아리아. 하긴 나라도 그녀들의 말투
를 본다면 그렇게 말하겠다. 확실히 천천히 바꾸는 것이 낫지 단번에 바꾸는 것은 힘들다. 더욱
이 그녀들에게는….
옆에서 가만히 있던 나에게 백성이가 쳐다본다. 그리고 뭔가 비릿하게 조소가 담긴 입꼬리가 위
로 올라가며 입을 열었다.
“여어~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말 꼬랑지’. 왔냐?”
울컥! 하지 않는 다면 난 손오공의 삼정법사다.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왔다. 넌 그 말에 실례가 된다는 생각 안 하냐? 말 꼬랑지가 뭐야! 말 꼬랑지가! 내 이름
은 ‘주하나’야! 주하나! 그리고 고소공포증은 어렸을 때의 사고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 뿐이야!
그러니 그만 놀려줘.”
물론 포니테일이 머리를 뒤로 묶는 것이라 말 꼬랑지처럼 생기긴 했지만 직설적으로 저렇게 들으
면 무척 기분 나쁘다. 아마 저 녀석 의도적으로 했으리라.
“흐음‥, 난 말 꼬랑지가 좋은데…. 그래 특별히 내가 주하나 라고 불러주지.”
그 말이 벌써 3번째라는 것은 기억하냐? 그리고 개뿔이 특별히냐? 차라리 내 이름 부르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하긴 일부러 그런 것이니 저것 역시 의도적인 말이겠지. 차라리 상종을
하지 말자 상종을….
난 고개를 틀어 버렸다. 그러자 백성이는 피식 입가에 미소를 걸며 사미와 아리아에게 말했다.
“그럼 슬슬 가지. 민지하고, 선배가 기다리겠다.”
백성이의 말에 고개를 모두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 뒤에 따랐다. 교문
앞 나무가에 다다르자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보였다.
“오빠!”
그중 가운데 가르마에 양쪽 옆으로 머리를 묶은 여성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겨줬다. 상큼하고
귀여운 얼굴에 스스럼없는 표정은 쉽게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라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민지’라고 했다. 지금은 미인쪽으로 치우치는 외모는 아니지만 장차 나이를 먹어, 10대
후반이 된다면 꽤나 남자를 울릴 외모다.
“응. 민지야. 오빠 왔다.
“…….”
아무리 봐도 생판 남같이 생겼는데 친남매라니… 뭔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하다. 둘 다 닮은 구
석은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외모다. 그런데도 친남매라니! 처음 이 둘을 만났을 때 난 사
미에게 몇 번이고 거짓말하지마 라고 한 기억이 난다.
“여어, 선배. 간만에 출연이죠?”
“네, 그렇네요. 정말 오랜만에 출연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아마도 8권 초반에만 살짝 나왔고, 그
뒤로는 깜.깜.한 걸로 기억나네요. 나중에 한번 조기교육을 시켜줘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의 뒤편에는 뭔가 무서운 오로라가 느껴진다. 왠지
접근하기가 무섭다.
지금 웃는 얼굴로 오로라를 피고 있는 이 사람은 사미의 언니는 혜미라고 한다. 저 친남매와는
정 반대로 이 자매는 정말로 생김새가 판박이다. 대조를 하자면 혜미 선배는 머리끝에 큰 리본이
묶여 있는 것과 눈매가 다르다는 거랄까. 사미는 뭔가 고집이 있어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
고 있는 반면, 혜미선배는 부드러운 눈으로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눈매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안녕하세요. 하나양.”
“아, 네, 네‥. 안녕하세요.”
혜미선배가 나를 보며 정중하게 허리까지 숙으면서 인사를 건네자 나도 어떨 결에 인사를 건넸다
. 격식을 차리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게도 보인다. 그리고 미소가 잘 어울리는 혜미선배의 얼굴
을 보면, 마치 그 속에 빨려 들어가 꼭 신자가 되라는 암시에 걸릴 것 같다. 물론 그럴 일은 없
겠지만‥.
사미와 비슷하게 혜미선배도 무척 착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얼굴도 예쁘고 착하고, 거기다 혜
미선밴 공부도 잘한다! 게임으로 대조하자면 ‘후지사키 시오리’ 라는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게임
히로인이자 주인공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난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석집을 보았다.
그 캐릭터를 보자면 최고의 미모에다가 재색겸비, 공부, 운동 모든 것에 만능 소유자라고 한다.
한마디로 꿀릴 것이 없다고 볼 수 있지. 여기서 혜미 선배를 보자면 얼굴 미스코리아 진선미중 ‘
진’이리라. 공부? 전교 30등 안에 드니 보통이 아니다. 운동? 거의 만능이라 체육 과열 올 ‘수’
라고 한다. 돈? 조직의 아가씨인데 뭐가 없으리. 이정도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에게는 결함이 있듯이 혜미선배에게도 그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웃는 얼
굴의 뒤편에 무서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오히려 그런 표정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 보
다, 더 무섭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슬슬 가볼까요.”
우리들은 단체로 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문득 난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 1명에 여자 5명…. 그것도 최고급 미소녀가 4명이라….’
하아~ 여자 5명에 남자1명도 신기한데, 여자 명은 교내 제일 최고의 미소녀들만 뭉쳐있다니. 남
자들이 엄청나게 부러워 할 만한 상황이구먼.
흘끔 흘끔 보는 눈치들은 대부분 남자들쪽이다.
도대체 민지라는 애는 자기 오빠이니 이해가 가지만 사미나 아리아는 뭐 때문에 이런 남자를 좋
아하는 것일까? 외모가 받쳐주는 것도 없고, 공부는 좀 한다는 편이니 패스. 마음씨? 흐음~ 그런
확률은 극히 제로다. 아까 나에게 하는 태도를 보면 착한 것과는 거의 동떨어지지. 참고로 나는
이들과 같이 몇 번 집에 간 적이 있다. 몇 번이라고 해 봐야 4번밖에 안되지만…, 그동안 백성이
라는 놈을 분석하자면 짓궂은 놈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덤으로 싹수머리 없는 놈이라는
것도.
그런 놈이니 착할 확률은 무척 희박하다. 그러니 이로써 그녀들이 왜 백성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낼 수 있다. 바로 그녀들은….
‘남자보는 눈이 ‘꽝’이다!’
라는 정론이 나온다. 이것말고는 더더욱 그녀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의 머릿속
은 한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이, 너무 달라붙지 말라고… 내가 힘들단 말야‥.”
“아잉, 이러면 제가 편안한 걸요. 그리고 아리아양도 똑같이 하는데 한쪽으로만 기울일순 없잖아
요. 그러니 균형은 평등해야죠.”
“맞아요! 사미양도 더욱 찰떡같이 달라붙어요. 저도 힘껏 달라붙을 테니.”
“어이, 어이‥.”
이런 모습들을 보자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예쁜 여자 두 명이 엉겨붙는데 감지덕지 못할망정
저런 싫은 기색이라니! 저런 무례한 인간 같으니! 덕분에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생각
이 굳히고 있었다.
‘사미는 내가 구제해 준다!’
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이 다였다.
(230) 이세계 드래곤 [24] 3.이해할 수가 없어!
《사미의 시점》
오늘은 일요일이다. 한가로운 일요일이 될 듯 싶었던 나의 일요일은 뜻밖에
하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내용은 오늘 나와달라는 것. 아~ 처음으로 친구에
게 불려나가는 이 느낌! 뭐라고 형언을 할 수가 없다.
언제나 일요일은 집안 방안에 쳐 박혀 있거나 백성님네 가는 것이 나의 일
과였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처음 사귄 친구가 나를 부르니 난 기쁨에
들떴다. 하지만 조금 백성님에게는 죄송했다. 하지만 백성님도 이해하고 계
실거야. 예전에 친구를 사귀라고 조언도 했었는데 오늘 안 왔다고 뭐라고
하실 분이 아니니까.
오늘은 뭐를 입고 갈까? 푸른색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원피스? 아니면 투피
스에 정장 스타일? 아~ 어떤 것을 입고가야 할지 고민이다. 이런 것이 행복
한 고민일까? 호호‥ 무슨 주책인지 모르겠네… 무슨 숨겨둔 애인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누가 보면 그런 줄 알고 착각하겠다.
“이것은 너무 촌스러워 보여서 싫고, 이것은 색감이 칙칙해서 멋이 없어.
이 블라우스는… 엇! 늘어났잖아! 이런!!”
어느덧 나의 방은 여러 옷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겨우 친구 만나러 가
면서 이렇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된 듯 싶다.
-똑똑.-
나의 방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난
고개를 돌려 문 쪽으로 시선을 두자 아주 예쁜 여성인 언니의 모습이 보였
다.
“어머? 사미 외출하게?”
언니는 난장판이 되어 있는 방안보다는 오히려 내가 예쁜 차림으로 옷을 입
고 나간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 고개를 끄떡였다.
“응. 나가려고. 하지만 막상 입을 만한 옷이 없어.”
그러자 언니는 생긋 웃었다.
“그래? 백성군 만나러 가는 거야? 와~ 데이트라 왠지 부러운데?”
하하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니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아니
라는 체스처를 했다. 그러자 조금 놀라는 언니의 표정.
“엣? 아니야?”
“응. 아쉽지만 언니의 생각이 틀렸어.”
난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언니는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게슴
츠레한 능글스런 미소를 그렸다.
“후훗… 이제 일편단심에서 벗어난거야? 사미야 양다리 바람은 좋지 않다.
이러면 언니는 너무 실망인데. 어쩜 그리 빨리도 배신을 하니? 백성군이 너
무 가엽다는 생각 안 드는 거야?”
잠깐. 잠깐‥. 도대체 언니는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누가 무슨 배신을 한다고 그러는 거야? 오해 할 만한 말을 주절거리자 말
아죠.”
도대체 배신이라니! 내가 그렇게 할 리가 없잖아. 가끔 언니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왠지 마이 페이스 식이라니깐.
“그래? 그렇구나‥. 난 또 그런 착각을 해 버렸네. 그렇다면 그렇게 차려입
고 지금 누구 만나러 가는 거야?”
드디어 올바른 질문이 나왔다.
“하나가 불러서 말야. 처음으로 친구가 불러서 나가는 거니 조금 마음이 들
떠서 이렇게 되어버렸어.”
이성친구가 아닌 동성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치고는 확실히 어수선한 광경이
라 난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언니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에게로 다가와 나의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잘 갔다와. 그럼 난 오늘 한가한 백성군이나 꼬셔서 데이트나
하고 올게. 아마도 지금쯤 백성군은 심심함에 몸둘 바를 몰라서 바닥에 뒹
굴고 있을 테니까.”
얼굴 표정과 전혀 이치가 맞지 않는 말을 주절거리자, 내 머릿속의 뇌에서
는 언니의 말을 해석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받아들이자….
“언닛!!!”
나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 있는 베개를 잡자 언니는 후다
닥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난 한숨이 나왔다.
“참나‥, 도대체 언니의 머릿속은 뭔가 들었는지 궁금하다니까.”
옷 고를 기운이 다 빠져버리는 것을 느낀 난, 대충 아무거나 입고 가는 것
으로 결정하고 주위에 있는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방문이
열렸고, 언니가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미야‥, 이성이 아닌 동성에 눈을 뜨면 안 된다. 아무리 사랑에
는 국경이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네가 정상적인 사랑을 했으면 하는 바램
이다. 그러니 절대로 하나양에게 동성애를 느끼….”
“언니잇!!!!”
또다시 대갈일성(大喝一聲) 터져 나온 동시에 번개같이 나의 손은 베개를
잡아 언니 얼굴쪽으로 향해 냅다 던져버렸다.
-쾅!-
나의 기세에 위기를 느꼈는지 언니는 재빠르게 방문을 닫아버리며 피했다.
그리고 다시 방문이 살짝 열리며 언니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럼 잘 갔다와.”
눈웃음과 함께 손까지 흔들며 언니는 다시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난 또다
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정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도대체 내 방에는
왜 온 거야?”
정말로 언니의 속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난 약속장소로 서둘러 나갔다. 늦지 않은 넉넉한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들뜬 나머지 쉽게 조절할 수가 없어서 급하게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걸음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버스 정류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