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71
. 네가 보기에는 백성님이 무척 별로로 보이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이상으로 보여.
넌 백성님을 본 날이 별로 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그런 오인을 하고
있는 거라고. 너도 점차 백성님을 만나보면 그런 생각 잊어버릴 거야. 그러고 내 의사
도 묻지 않고 이게 뭐야?”
나도 알고 싶다. 사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가 바로 선입견(先入見)이라는 것이다. 먼저 그의 평가가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으니 나도 좋게 보고 싶어도 좋게 안 보인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나로 하여금 못마땅하니까 그러는 것
이지. 오죽하면 내 눈에는 네가 참 눈이 낮다는 것과, 왠지 한심하게도 보여. 난 너하
고 걸맞은 남자를 찾았으면 해. 그리고 솔직히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신경에 거
슬린단 말야. 그래서 난 너를 위해 내 멋대로 이런 짓을 벌여놓은 거야.”
사미는 순간 기쁨과 언짢은 표정이 교차되어 스쳐지나갔다. 뭣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기쁨이 와닿지만 여전히 내가 한 행동은 못마땅한지라 어떻게 정할지 결정을
못한 얼굴이었다.
“어, 어쨌건‥ 그것은 네가…….”
“자자! 여기까지…!”
사미가 나에게 반박할 찰나 그녀의 말을 끊는 종민이. 사미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종
민이를 쳐다보았다. 친근감이 가득한 얼굴로 종민이는 그 눈빛을 그것을 가볍게 무시
하고 단번에 마수를 뻗치는 기운의 미소를 흘리며 사미에게 말했다.
“사미라고 했죠? 말놓아도 될까요?”
“…….”
다른 여성이었다면 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하겠지만‥, 역시 사미는 평범한 여성
이 아닌지라 오히려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대답이 없다는 것은 긍정을 뜻한다고 생각할게. 하핫….”
사미의 매서운 눈빛을 아랑곳도 없는지 종민이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넘겼다. 그리고
다시 부드럽게 미소를 뿜어내며 말했다.
“어쨌건… 사미 네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잘 알겠어. 아마 하나도 모르는 것은
아닐거야. 그러니 오늘 하루만 그녀를 이해해 주면 안될까? 이렇게 이왕 나왔으니 재
미있게 놀자고. 오늘 하루정도 논다고 그 사람에게 배신하는 것도 아니잖아.”
으음… 맞는 말. 종민이, 말 잘했어! 그런데 역시 최고의 바람둥이기질답게 말도 곧잘
잘 놓고, 매끄럽지게 잘 하는군.
“…….”
사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호의적인 눈빛은 찾아 볼 수 없게 여전히 불쾌지수가 떨
어지지 않은 채로 매섭게 종민이만 노려보고 있다. 하여간 종민이 놈도 대단하다. 저
렇게 매섭게 뿜어내는 노골적인 눈빛에도 얼굴 근육 하나 꿈틀거리는 것이 없다니. 실
로 대단하다.
“자 그럼 나가볼까? 여기 하루종일 있을 수는 없잖아. 일어나자 하나야.”
종민이는 자리에 일어서며 나에게 말했다. 난 사미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자리에 일어
났고, 사미도 그의 결정을 따르기도 했는지 자리에 일어났다. 종민이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우선 영화라도 한 편 볼까나.”
종민이가 앞장을 서서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사미와 나하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사미는 여전히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네….’
솔직히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명분으로 취향을 바꾸
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기분을 나빠할 거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니.
나는 사미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사미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솔직히 사과를 했다. 그래야 나중에 서먹서먹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미는 나를 쳐
다보았다. 내 사과덕분인지 약간 노기가 풀려진 그녀의 표정이 보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는 화가 완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으그…, 다음부터 이러지 말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사미가 웃음을 보이자 나는 조금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이대로 우
리 사이가 틀어질지 조바심이 일어났긴 했다.
“알았어. 다음부터 이러지 않을게.”
난 순순히 끄떡였다. 난 사미가 이렇게 화낼지는 몰랐다. 아무래도 사미 눈을 높여줘
야겠다는 계획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몇 번 내 주위에 있는 잘생긴 남자들을 몇 명
불러서 그녀의 눈을 높여줄 계획이었는데….
그런 내 눈치를 봤는지 사미는 나의 팔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이해를 하지 않는 것도 나는 이해가 가. 하지만 난 백성님 한 명이면 족해. 나
도 그가 잘생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은 상관없어. 나
는 그 사람을 외모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남을 좋아한다는 것은 액
세서리 같은 겉치장이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런 것이 있잖아. 마음이 쾅하고
와닿는 그런 느낌. 나와 백성님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고 생각해.”
살풋 미소까지 흘리며 사미가 그렇게 말하니 나로써는 입맛을 다시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랑과 겉치장과 상관이 없다라….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을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저
렇게 말하는 사미도 이상했지만 역시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외모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무용지물인가보다.
“에휴…, 그래. 미안‥.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 게.”
난 반성했다는 표정으로 사미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넸다. 그러자 사미는 활짝 웃으
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응! 괜찮아. 분명, 너도 나중에 내가 왜 백성님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했다. 사미가 저렇
게 말해도 역시나 좋은 면을 내가 찾을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 그래.”
그래도 난 건성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하아‥ 사미와 백성과 떨어지게 하는 계획을 아무래도 접어야하다니… 현재 계획하는
것만도‥ 여러 남자 보여주기, 백성이와 사미의 관계를 방해하기, 일부러 사미 만난
남자를 불러서 오해를 낳기. 그래도 안되면 일부러 나와 백성이하고 사이를 좋게 해서
사미를 질투하게 만들어 홧김에 바람 놓으려는 몇 가지의 계획이 있는데…, 첫 실행하
자마자 접어야 하다니.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난 시작하자마자 끝이라니… 아아~
이 허탈함 뭐라고 형언 할 수가 없구나.
“여어! 뭐하고 있어? 왜 이렇게 늦어!?”
느긋하게 나가는 우리들을 향해 밖에서 종민이가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우리는 거기
까지 말하고 밖으로 나가 종민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의 사과덕분인지 사미는 얼
굴이 완전히 풀렸고, 종민이를 쳐다보는 눈빛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처음 영화를 보기로 했으니 우리들은 영화관을 찾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오붓하게
영화를 보려는 인간들이 많은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천천히 영화관 간판을 볼
찰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와! 저 여자 캡 예쁘다.”
“미녀다! 미녀! 아니, 혹시 천사아냐? 세상에 저런 예쁜 미녀라니….”
“오옷! 굿! 파인! 판타스틱! 원더풀!”
대부분 시선은 사미에게 가 있었다. 나와 종민이도 조금 시선을 받고 있었지만 사미에
비하면 그것은 새 발의 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많은 시선을 받는데도 사미는 아랑
곳없는 표정을 일관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종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이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나와 종민이도 이런 시선을 몇 번 받아본 거라 무관심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뭐를 볼지 정하지 않아서 영화간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를 볼까? 사미는 뭐 보고 싶은 것 있어?”
종민이가 사미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종민이의 질문에 사미는 무시를 하며 나에게 시
선을 돌렸다.
“하나야 우리 뭐 볼까? 난 이런 영화관에서 영화 본적이 이번이 처음이라 뭐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 우리 뭐 볼까?”
“…….”
무시당하는 종민이. 왠지 불쌍하기도 하지만… 종민이는 얼굴 표정에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그렸다.
그나저나 영화관에서 영화 본 적이 처음이라니‥ 난 이 말에 사미가 무척 가엽다는 생
각이 절로 들었다. 집안 배경 때문에 아이들에게 외면을 받는 괴로움. 왠지 지금 그
말이 나의 가슴을 적셔주는 동시에 아픔까지 전해졌다. 아~ 불쌍한 사미. 이 언니가
잘 보살펴 줄게.
“음‥, 글쎄, 나도 영화관은 간만에 찾은 거라 뭘 봐야 할지 모르겠네.”
지금 이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총 6개였다. 아줌마들 야구단이라는 영화와
, 폴라포X, 슈퍼닥터K-19탄, 도둑질 안하곤 잘살까?, 에로소설, 영광과 가문이 있기를
‥(모두 알아서 해석을… 다 맞추시는 분에게 푸짐한 상품은 못 드리겠군요. 클럭!)
라는 총 6개의 영화가 상영중이였다.
우리는 뭘 봐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사미는 영화라는 것을 처음 봤으니 어쩔 수 없이
나와 종민이가 골라야 한다. 나도 종종 친구들과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지만 지금 이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단 한 개라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 나 역시 고민에 빠졌다.
듣기로는 모두 다 재미있다는 평가던데…. 흐극! 머리만 아프다.
“아무래도 코미디가 좋겠지? 그럼 우리 ‘영광과 가문이 있기를’ 보자. 그것 굉장히 웃
긴다고 하니까 이걸로 하자. 어때?”
종민이의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말대로 코미디가 낫겠지? 난 사미를 쳐다보며 그
녀의 의견이 어떤지 살펴보았다.
“어떤 것을 볼까? 응? 하나야? 네가 아무거나 정해.”
“…….”
쉬이잉~ 하면서 찬바람이 분다. 사미는 종민이의 말을 싸그리 무시며 오로지 웃는 얼
굴로 나만 쳐다보며 묻고 있었다. 왠지 내 입장만 난처해지는 느낌이…. 난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미에게 말했다.
“하.하.하 사, 사미야‥ 그냥 종민이 말대로 그것 보자. 나 역시 저것을 보는 것이 좋
을 것 같아. 그리고….”
난 말끝을 흐리며 사미의 귀에 속삭였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너무 무시하면 내 입장이 그렇잖아. 네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조금 맞장구 정도는 쳐 달라고.”
사미는 조금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더니만 이내 내 말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사미는 종민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것으로 결정하고 표를 끊.지.요. 저도 그것을 한번보고 싶.네.
요.”
내 말대로 하기 위해서인지 사미는 종민이가 내민 의견에 동의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종민이가 말을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거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인지 사미는 딱
딱한 경어를 사용했다. 그래도 종민이는 그런 것이 상관없는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가서 표를 예매하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봐.”
그는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다. 그리고 매표소 앞에 3개의 손가락을 펼치며 뭐
라고 말하자 매표소 안에 있는 사람은 표3장을 건네주는 것이 보였고, 종민이는 이때
지갑 속에 돈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왔다.
“끊고 왔어. 영화 시작은 정확히 4시45부터야. 아직 1시간하고 10분정도 남았는데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표 3장을 팔랑팔랑 흔들며 승환이는 사미를 쳐다보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아무
래도 내 의사보단 그녀의 의사를 묻는 듯 싶다. 사미는 ‘왜, 계속 나를 쳐다보고 말하
는 거야?’ 라는 눈빛으로 불만스레 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당신이 어디 아무 곳이나 정하세요. 전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미는 그의 말을 무시 않고 곧 대답은 했다. 종민이는 활짝 미소를 머금고 말
했다.
“혹시 오락 잘해?”
사미는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다. 그러자 씩 웃으며 종민이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 하러 가자. 네가 잘 가르쳐 줄 테니까.”
어이 어이!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결정하는 거냐? 졸지에 난 제삼자로 치
부된 것 같았다. 은근슬쩍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지만 굳이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아무
래도 나보다는 저 놈의 바람둥이가 사미를 이끄는 것이 적격일 테니까.
어쨌든 그렇게 결정이 났으니 우리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려고 하자 종민이는 은근슬
쩍 사미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감싸안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기에, 사미의 이마에는 불그스름한 혈관이 솟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상태
에서 말했다.
“이봐요. 종민씨, 친한 척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이런 짓을 하면 상당히 불쾌하거든요
. 참고로 전 이렇게 가벼운 남자는 싫어한답니다.”
사미는 한 대 칠 기세를 풀풀 날리며 은근슬쩍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 원래 사미 성격이었다면 따귀를 때렸겠구나. 나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인가?
사미는 거칠게 종민이의 손을 내려놓았다.
“아, 그래? 미안. 하도 버릇이 되어서 말야.”
아~ 보이는 구나. 저 능청스런 말투를…. 분명 아까 그 짓은 종민이는 의도했던 짓 일
거다. 쉽게 말해 수작이라고나 할까? 난 종민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굳이 사미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마지막 발악으로 나는 종민이가 사미
를 잘 대해줘서 백성이와의 가치관 차이를 많이 차이나는 것을 느껴주길 바라는 바램
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근처 오락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소음(騷音) 소리가 귀
를 반겼다. 대부분 게임을 하는 효과음이었다.
요즘은 스틱 오락을 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대부분 체험 오락기들이
즐비했다. 예전에는 체험 오락이어 봐야 업소마다 1-2개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반 이
상이나 차지했다.
우선 우리들은 지폐를 꺼내 동전 교환기로 교체했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 둘러보기 시
작할 때 사미는 나의 옷을 끄잡았다.
“하나야, 우리 같이 저거하자!”
사미는 나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어느 한 오락기계를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죽은자들의 집’이라는 건 슈팅 게임 3탄이었다. 난 탄성을 질렀다.
“오옷! 이것은 MS에서 만든 X박스라는 콘솔(Console)게임기에서 나올 예정인 SEGA게임
! 나왔구나! 원래 X박스라는 차세대 128비트 게임기지. 원래 그 콘솔게임기는 아케이
드(Arcade)와 호환되는 기판이 없었지만, 이 게임을 만든 SEGA라는 회사가 원래부터
가정용 콘솔과 업소용 아케이드까지도 손을 뻗치고 있는 회사라서 그 게임기와 아케이
드와 호환되는 기판을 제작했지. 원래 SEGA 기판인 나오미(Naomi)시리즈로 나오미3로
호환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SEGA는 나오미3는 가정용으로 이식 할 수 없는 스펙(Spec)
으로 해야 한다면서 결국 개발을 따로 결정! 그래서 그 X박스라는 게임기의 호환 기판
이름은 치히로(Chihiro)라고 했고, 지금 이 게임이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
지!”
나의 설명에 사미는 감탄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와! 하나야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것을 다 알고 있어?”
“…….”
사실‥ 나도 잘 모르다. 어떻게 이렇게 내가 잘 알고 있지…? 나 역시 신기할 따름이
다. 뭔가 농간의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어쨌건 나와 사미는 이 게임을 하기로 했으니 우선 코인(Coin)에 돈을 500원씩 넣었다
.(윽! 생각해보니 좀 비싸다.) 그러자 띠리링 효과음과 함께 인서트 코인(Insert coin
)에서 프리스 스타트 버튼(Press Start Button)라고 문구가 바뀌었다. 그리고 영어 뜻
대로 우리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캭! 너무 어려워!”
확실히 어려울 만도 하다. 총에 무게가 좀 있어서 어깨도 좀 아프고 그리고 총알을 리
로드(re load) 하면 0.5초의 딜레이(delay)가 있다. 우욱! 좀비 녀석도 느린 것도 아
니면서 왜 이렇게 재충전이 느린거야!? 이것은 밸런스(balance) 오류다!
“사미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이렇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종민이가 어느덧 사미 뒤쪽에서 그녀를 안으며 잡고 있
는 총을 감싸 잡았다. 그리고 방향 조준을 조절해 주고 있었다. 사미는 느닷없는 종민
이의 행동에 의해서 모든 얼굴 근육을 찌푸렸다. 불쾌지수 100에서 단번에 50은 올라
간 것 같았다.
“…….”
하지만 사미는 나와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 때문인지 얼굴만 찌푸릴 뿐이지 억지로 참
고 있는 표정이 보였다. 정말이지… 종민이 녀석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우리들이 게임을 할 동안 종민이는 단 한번도 게임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미가 게
임을 하는데 조언하는 것만도 바빴다. 사미는 당연히 ‘이 녀석 왜 내가 게임을 하는데
자꾸 방해하는 거야? 짜증나!’ 라는 표정으로 불만스런 눈길로 거치적거리는 존재라고
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덧 불쾌지수가 80을 육박하고 있는 표정이었고, 종민이는
계속 사미에게 집적거려서 게임을 거들어주었다. 덕분에 사미의 얼굴은 구겨질 대로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고운 피부에 주름이라도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불쾌지수가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는지 이제 사미는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표
정이었다. 그나저나 종민이 녀석, 도대체 사미의 표정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못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저렇게 역력하게 드러났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저런 짓을 하는
지…, 언제 사미가 폭발할지 모르니 나로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 불안을 내심 조마조마 하고 있을 때 기어이 일은 터졌으니….
-쫘악!!!-
사미는 힘껏 종민이의 뺨을 후려쳤다. 소음이 가득한 곳인데도 사미가 때린 따귀의 소
리는 그 무엇보다 뚜렷하고 컸다. 그래서 게임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모든 이목이 그
둘에게 집중되었다.
사미는 씩씩거리며 지금까지 부풀린 만큼 불만 가득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정말 짜증나서 못 봐드리겠군요! 왜! 저를 귀찮게 하는 거예요!? 제가 당신의 애인이
라도 되는지 아시는 건가요!? 이런 미천한 인간주제 저를 넘보시려 하다니! 당신 죽고
싶은가요!? 계속 이렇게 접근하면 제가 당신에게 관심이라도 가져줄 주 알았나요!? 웃
기는 생각하지도 말고 꿈 깨세요!”
이런… 화 날대로 화난 사미였다. 나라도 종민이의 집적거리는 것은 못 봐줄 정도였는
데 오죽하겠는가? 종민이는 맞은 오른쪽 뺨을 문지르기만 할 뿐, 표정하나 바뀌지 않
은 채 여전히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정말 무서운 놈이었다.
“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괜한 이상한 생각 품
지 마시고 저에게 상관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불쾌해서 같이 못 있겠군요!!”
사미는 나를 쳐다봤다.
“하나야 미안해. 도저히 저 남자랑 같이 못 있겠어. 나중에 내가 전화할게. 그리고 내
일 학교에서 보자.”
역시 이런 전개인가. 이제 내가 말려봐야 그녀는 종민이와 같이 있고 싶지 않을 거라,
단연코 집으로 돌아간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남자를 데려온 내 잘못인데. 내가 미안하지.”
난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미안해 하나야…. 내일 보자.”
사미는 그 말만하고 오락실을 빠져나갔다. 나와 종민이는 사미가 나간 곳을 훵하니 바
라만 보았다. 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결국 영화도 보지 못하고 가버렸군. 다 네 책임이잖아.”
난 투덜거리며 질책성이 담긴 목소리로 종민이에게 신경질을 냈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으면서 오히려 재미있다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