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177
“사미야!!”
앞으로 향하는 나를 향해 하나가 또다시 부르자 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얼
굴을 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미안해. 역시 난 보통 여자가 될 수 없나봐. 친구끼리 수다를 떨면서 집으로 가는 것
과 친구끼리 영화를 보는 것은 나의 꿈에 불과한 것 같아. 분명 되지 않을 거라는 것
을 알면서 난 그것을 바랬어. 욕심이 과했던 것인가? 후훗~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
“사미야….”
“지금까지 고마웠어.”
싱긋 난 해맑은 미소를 살짝 하나에게 보이며 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쪽으로‥.”
그는 내가 다가가자 검은차 3대 중 제일 뒤에 있는 차의 뒷문을 열며 나를 양도해주었
다. 그리고 난 그 차에 탔다. 으슥한 골목에서 종민이를 폭행했던 거한들은 쏙쏙히 모
습을 다시 드러냈고, 그중 한 놈이 종민이의 몸을 하나 앞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종민이는 그야말로 피떡처럼 만신창이가 되었다. 잘생겼던 얼굴은 볼품 없는 추악한
얼굴로 변모됐고, 유명 메이커로 도배해서 광나게 빼입었던 옷은 흙투성, 발자국투성
이 되서 3류 메이커…, 아니, 거지 옷만도 못하게 되었다. 또한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꼭 살이 5kg이상은 찐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심하게 부풀렸다.
하나는 그런 종민이의 모습에 놀라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내가 탔던 차는 엔진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그와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보질 못했다. 난 고개를 돌려 뒷창으로
그녀를 보았다. 점점 그녀의 모습이 작아지는 듯 멀어져만 갔다.
《하나의 시점.》
“아아! 어떡해!! 어떡해!!?”
난 발을 동동 굴렀다. 이대로 경찰에 신고해도 되겠지만 오히려 그놈들의 신경을 자극
돼서 사미의 목숨이 위험할 것만 같아 쉽게 전화를 걸지 못해 애꿎은 발만 동동 구르
며 땅바닥을 쳤다.
“이것은 엄현히 납치야! 납치!! 그것도 불법적인 납치라고!! 아아!! 이런!”
시야에는 사미가 탄 자동차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엄연히 불법적인 납치인데 신고
조차 하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허
둥지둥 당황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휘이이잉!!-
내 뺨에 날카로운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날씨가 날씨인 만큼 무척 차가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바람이 이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무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이상한 바램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일
은 없겠지….
“그나저나 어떡하지?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 집에 가야하나? 아니, 그런 짓은 하지 못
해! 아! 맞아! 백성이! 그라면 분명 사미를 구해줄 수 있을거야!”
뒤늦게 난 백성이의 존재를 깨닫고 그에게 전화를 하려고 뒷 주머니에서 요즘 고등학
생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었으니
….
“이런!! 생각해보니 걔 전화번호를 모르잖아!!”
난 하마타면 핸드폰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뻔했다. 다행히 그런 이성은 남아 있어 손
을 들어 올리기만 했지 바닥에 내려치지는 않았다. 이게 얼마짜린데… 아, 이게 아니
지!!
“생각해보니 백성이 핸드폰뿐만 아니라 사미 핸드폰도 모르고 있었어…. 허이구… 나
친구 맞기나 하는 거야!!? 이런!! 바보!”
과연 친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지만 내 기억으로는 사미와 백성, 그리고 그 주위에 있
는 사람들 모두 핸드폰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시대 핸드폰 가지고 다니지 않
는 사람은 아마도 이들밖에 없을 거다! 그것도 가난한 것도 아니고 부유층 집안이 말
야!
“아아악!!”
난 또다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리고 화풀이로 쓰러져 있는 종민이를 밟고 차고 때렸
다.
-퍽퍽퍽!!-
“악! 악! 악! 때, 때리지 마세요!! 제발 전 아무 잘못 없어요!! 그 애와 전혀 무관한
사이란 말이에요!! 살려주세요! 엄마!! 우아아앙!!”
“시끄러! 사내새끼가 무슨 엄마타령이야!! 네가 7살 먹은 애야!!?”
도움도 안 되는 녀석 같으니라고!! 이제 사미를 태운 차는 보이지도 않는다. 또다시
난 어떡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서성거렸다.
“어이 말 꼬랑지! 뭘 그리 꼴사납게 서성거리는 거야? 그리고 왜 애꿎은 사람을 패고
난리야? 네가 깡패야? 그런 짓을 하게?”
이 말투는?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느긋하고 나를 비꼬듯 말하는 놈은, 단 한 명
밖에 없다. 단 한 명 바로 이! 백! 성! 이 작자 밖에 없다!
난 두 눈을 크게 뜬 채 놀람과 기쁨이 교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레?”
난 황당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백성이의 목소리가 났는데 돌아보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니… 긴박한 상황이다보니 이제 환청까지 들린다는 건가?
“하긴… 백성이가 이곳을 알 리가 없지.”
난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아리아에게 우리끼리 간다는
말만하고 어디를 간다는 말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우리가 이 런꼴을 당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곳은커녕 이런 일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거다.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야? 난 여기 있어.”
또다시 들리는 백성이 목소리…. 이것은 환청이다 환청이다. 난 사미가 위험에 빠진
충격에 의한 현상일 뿐이야. 그래서 이 목소리는 환청이야 환청!
“푸훗! 바보아냐? 이제 귀를 막고 쇼를 하네? 어이 말 꼬랑지 여기야 여기!”
환청치고는 바로 옆에서 들린 것처럼 너무 리얼하다. 귀를 막고있는 손을 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질 않았다.
“바보 여기라니깐.”
잘 기담아 들으니 들리는 목소리가 위쪽에서 들린다. 난 속는 셈치고 위를 올려다보았
다. 그러자 담벼락 위에는 백성이가 쭈그려 앉은 모습이 보였다.
“야‥ 야…! 너! 너…! 뭐!? 어떡!?”
황당한건지 아니면 그가 왔다는 것이 기쁜건지 이상하게 아무 말도 쉽게 나오질 않았
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싶은 건지, 나 자신도 잘 몰랐다.
-탁!-
백성이는 3미터가 넘는 담벼락을 가볍게 뛰어내려 땅에 착지했다. 깡마른 덩치도 아닌
평범한 몸인데도 땅에 착지한 그의 몸은 무척 가볍게 보였다.
“응? 이 자식은 뭐야?”
백성이는 쓰러져 있는 종민이의 머리를 발로 툭툭 치면서 궁금해했다. 무척 시건방진
광경으로 보여지지만 지금만큼은 나의 눈엔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그런 놈이야. 신경 쓰지마.”
“그래? 흐음… 예전 바람 어쩌고 저쩌고 한 기억이 언뜻 나는 것 같은데… 그 바람을
말하는 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바람은 아니겠지?”
뜨끔! 평소에는 눈치 꽝에 바보에 초 울트라 우둔한 녀석이 오늘을 눈치한번 기가 막
히게 무섭다. 바보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일까? 뭐… 들키더라도 이 녀석에서 난 암시적
인 말을 했으니 난 무죄야. 무죄!
“서, 설마… 그, 그런 것 아냐‥ 호호~ 설마 사미가 너를 놔두고 바람을 피겠니? 호.
호.호”
내가 생각해도 좀 어색하게 웃는 티가 난다. 그리고 이마에는 식은땀 한줄기가 그어진
다. 난 무죄인데도 왜이리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폈다는 현장이라
그런 것일까?
“그래? 하긴 사미가 나를 놔두고 다른 자식을 만날 리가 없지. 그런데 이 자식은 왜
이런데서 자고 지랄이야? 바보아냐?”
또다시 발로 툭툭 머리를 치는 백성이. 이번엔 시야에 무척 거슬릴 정도로 시건방진+
괘씸하게 보인다. 저런 도도한 자신감은 뭐야!? 왠지 울컥 기분이 나빠진다.
“으응… 그, 그러게‥. 바본가봐. 오호호호!”
하지만 난 생각과 정 반대로 백성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 지금은 그게 아니
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내가 왜 이러는 거야! 백성이가 왔다고 지금 중요한 것을 잊
어버렸다니!! 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난 금방 정색하고는 백성이에게 다가가 큰소리로 말했다.
“배, 백성아!! 지, 지금 사미가 어떤 놈에게 잡혀갔어! 이거 어떡해? 응!?”
사미가 잡혀갔다는 것을 난 백성이에게 뒤늦게 말했다. 이미 차는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로 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길은 한동안 다른 길목으로 가는
길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 차가 갔던 방향대로 쭉 가면 그만이다. 다만 큰 차도 길로
벗어난다면 그야말로 초 난감하다.
“아~ 그렇지. 알고 있어.”
“응!?”
“이미 실프에게 들었으니까….”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렸지만 내 귓전까지는 안 왔다. 백성이는 나를 쳐다보
았다.
“우선 넌 돌아가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어떻게 알아서 한다고 하는거야? 그 많은 인원을 다 상대하겠다고? 그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할 건데!? 그들은 조직이라고! 그것도 양아치와 비교도 안 되는 깡패라고! 너
혼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들은 차를 타고 있어서 지금 간다고 해도 늦
는단 말야! 그냥 사미네 아버지에게 말하면 안될까!?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은데.”
사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분야들끼리 얘기를 해서 타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백성이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괜찮아. 그놈들 100명이 몰려와도 나에겐 상대도 안되니까.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위인이겠어? 그리고 지금 달려간다면 그런 느린 자동차 정도야 금방 따라 잡을 수 있
어. 아마 내가 달리기로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비행기 밖에 없을걸. 그러니까 걱정 말
라고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자신감이 가득한 백성이의 환한 미소를 보니 듬직하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라면 진짜로 꼭 해낼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한 구석에는 불안한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위험해. 너나 사미 모두가 위험해지면 어떻게 할 건데? 난 그게 불안하단
말야. 사미도 아마 그것을 바랄 거야. 지금 이 상황에 사미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네
가 아니고 분명 사미 아버지의 결정일 거라고! 그러니까… 섣불리 넌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오히려 놈들에게 자극이라도 되면 어떻게 할거냐고! 난 사미가 걱정 되서 죽
겠단 말야!”
“…….”
“…사미는 나 때문에 순순히 끌려 간 거야. 내가 불안해하고 무서워하고 있어서 스스
로 희생한 거란 말야. 그런데 그 바보, 일부러 강한 척 하는 모습을 보였어. 그들이
나까지 인질로 잡으려고 했는데… 사미는 일부러 강한척해서 나에게 아무 짓을 못하게
해버린 거야. 사실은… 사실은 자기가 제일 무서우면서 나 때문에 강한 척 한 거라고!
사미에게는 오늘이 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어. 난 싫어! 사미도 나 같은 어리버리한 친
구를 만나 조금씩 교내생활의 즐거움을 알았는데, 그런 행복을 조금밖에 누비지 못하
고 끝인 것은 싫단 말야! 난 좀더 사미에게 좋은 것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단
말야! 그러니 네가 섣불리 나서지 말고 어른들끼리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칫 잘
못하다가는 사미가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그러니…!!”
목이 메워왔다. 더 이상 말이 나오질 못했다.
이런! 왜 이럴 때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야!!? 사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
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은 해맑은 미소. 그녀는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협상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자신이 죽음이 올 거라는 것을…. 그래서 나까지 인질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발악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내 머리 위에 백성이의 손
감촉이 느껴졌다.
“그래. 알아. 그러니 더욱 걱정하지마.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 넌 다음주 월요
일 날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사미를 맞이할 준비만 해둬. 지금 이 상황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 넌 나만 믿어라.”
부드럽게 말하는 백성이의 말투가 무척 감미롭게 들려 한쪽 구석에 있던 불안감이 와
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백성이는 내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면 말을 이었다.
“인간은 어리석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어
리석은 부분이 아름답게 비치게 보이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넌 너의 친구를 걱정
하는 마음은 어리석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름답게 보인다. 이기적, 악행, 미움, 고마움
, 분노, 사랑 그리고 우정 이 모든 감정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깊은 내면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상징이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왜 타인에게 주는 것일까? 왜 걱정하고, 싫어하
고, 외면하고, 분노하는 것일까? 인간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면서 기대,
배신, 책임, 회피, 외면을 한번쯤 꼭 거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정당하게 볼 수 없
고, 정당하게 볼 수 있다. 믿음이 있으면 배신이 있고, 책임이 있다면 회피가 있다.
모두다 예측하기 힘든 어리석음으로 인한 결과일 뿐 그 누구도 탓하지는 못하기 때문
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거나 거친다. 그리고 그런 과오를 계
속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네가 가지고 있는 걱
정이라는 마음이다. 넌 왜 사미를 걱정하는 것이지? 그녀에게 피해가 있으면 너에게
해가 되는 것이 있나? 아니면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기는 건가? 모든 만물의
법칙 중 죽음은 지나칠 수 없다. 생(生)이 있으면 사(死)가 있다. 죽음이 빨리 거친
것 뿐인데 왜 인간은 그것을 슬프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이지? 슬퍼해 봐야 돌아오
지 않고 그리워해 봐야 마음만 아프다. 걱정해봐야 너만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
가는데도 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어리석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
에 알 수 없는 동물이 인간이고, 재미난 동물이 인간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이것이 인간다움이라고 본다.”
“에…??”
난 대체 백성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 그 기일이 언제인지는 신조차 모른다. 하지만
어떠한 식으로 그 기일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들의 어리석음 중 ‘믿음’과 ‘
우정’이라는 것이 동시에 작용한다면 그 기일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설사
그 기일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의 결과일 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래서 난 네가 그 기일이 나타날 때까지라도 사미의 영원한 친구로 남아주었으
면 한다.”
“에에…?”
백성이는 마지막으로 나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주며 부드럽게 미소가 입가에 피
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사미를 부탁해.”
“…….”
멍하니 난 백성이의 얼굴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끝에 마지
막 말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할 찰나 백성이는 그 말을 끝으로
곧 뒤를 돌아 곧장 앞으로 뛰어갔다.
“굉장히 빠르다!!”
벌써 저만치 가서 희미하게 백성이의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는
지… 마치 인간의 움직임이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나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대로 집에 가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렇
다고 뒤를 쫓아가기에는 어딘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달리자!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지!”
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백성이가 달려간 방향으로 힘껏 달렸다. 이대로 집으로 가봐
야 오늘 벌어졌던 일 때문에 난 마음을 다스릴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난 어떻게
될거랑 심정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보니 종민이 녀석을 내팽개쳤네.”
뭐, 괜찮겠지. 설마 남자에게 뭔 일이라도 있겠어?
그나저나 백성이는 지금쯤 그놈들을 따라잡았을까? 아니, 인간의 다리로 어떻게 따라
잡겠어? 뭔가 꿍꿍이가 있으니까, 자신 있는 말을 내뱉은 거겠지. 그것이 아니고서야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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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Subject
[연재] 237.이세계 드래곤 [24] 10.이해할 수가 없어!
(237) 이세계 드래곤 [24] 10.이해할 수가 없어!
그리고 보니 백성이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알고 우리에게로 올 수 있었던
거지? 생각해보니 그것을 물어본다는 것을 잊었다. 무슨 초능력이라도 가졌던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그 뭐냐, 텔레파시라도 주고받기라도 했나? 만약 그
런 거라면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건가?
“헉헉….”
거친 숨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기분은 말로 설명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 다
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얼마나 달렸는지도 조차 짐작이 안 간다. 대체 왜 내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후회하지는 않지만 왠지 바보같이 느껴지는 것은
부정 없는 사실이었다.
“어랏?”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있는 광경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왜들 그렇기 몰려 있는
것일까? 난 걸음을 재촉해 그곳으로 향했다.
“저기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 안
으로 파고 들어가기가 버거웠다. 그러지 않아도 아까 하루종일 뛴 것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아아앗!!”
사람들이 몰려있는 이유를 알게되자 난 놀람이 가득한 탄성을 크게 내뱉었다. 그러자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졸지에 시선을 받게된 난 나도 모르게 손을
입가에 갖다대며 주위 눈들을 살폈다. 다행히 사람들의 시선은 금방 다른 곳으로 향했
다. 난 다시 앞을 향했다.
“세상에…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