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04
“그래요? 그럼 바로 갈까요.”
대답이 나온대로 그들은 스키를 타러 스키장으로 향했다. 아직 초심의 실력을 벗어
나지 못했으니 발걸음은 당연히 초보자 코스였다.
“나도 가야 하나?”
손가락을 자신에게로 향한 채로 카이란이 물었다. 그녀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아침에 있어줬으니 굳이 다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다.
“왜? 다른 곳으로 가게? 알았어. 이제 됐으니까, 오빤 다른 곳에서 놀아. 우리는
우리들끼리 놀테니까 말야.”
민지는 가도 상관없다는 투로 쉽게 내뱉었다. 카이란의 성격이었다면 이때 ‘오예’
라고 환호를 지르면서 보드들고 쫄래쫄래 자기 것 타러 가겠지만….
“아, 아니, 그냥 내가 선심 써서 계속 있어주마.”
…이상하게 그 답지 않게 그 말을 거절하며 오히려 같이 가겠다고 했다. 이상하다
고 생각하겠지만 그에게 있어 그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상관없다는 투로 말을 내뱉
은 민지였지만 ‘그냥 가기만 해봐! 내가 평생 괴롭혀 줄꺼다!’ 라고 말하고 있는
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환이 두려워 카이란은 순순히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고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활짝 웃는 민지였다. 여자의 ‘변심’은 한
순간이라고 하더니만… 딱 이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뭐? 말 의미가 틀렸다고? ‘변심’이 아닌 ‘변신’이 아니냐고? 한글자 틀린 것 뿐이
다. 대충 넘어가자.
어쨌든, 그들은 또다시 스키 타러 초보자 코스로 향했다.
“와아∼ 끝내준다.”
“굉장히 짱 멋진 여성이다!”
“후와! 요즘들어 미인을 많이 보네!”
…요즘들어 유난히 엑스트라 등장이 무척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웅성웅성거리는 장
면이 많았다. 이런 원고 늘리기 신공… 너무 많이 사용하면 자칫 안좋은 결과를 초
래할 수도 있는데 말야.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이것은 원래 계획한대로의 시나리
오지 절대로 일부러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둔다.
여하튼 이런 엑스트라의 시선들… 당연히 카이란의 일행에게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번엔 번지수가 틀렸다. 전혀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간 상태였다.
“와와! 스키다!”
“좋아! 지금이야 말로 잘 해야지!!”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한 곳으로 쏠려있는데도 그녀들에겐 관심거리조차 되지 않아
자신들의 일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저기요….”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쏠려있는 원인이자 근원인 보라머리가 나플나플 거리는 미모
의 여인…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에게 말을 걸었다. 딱 봐도 도움을
원한다는 눈빛! 무척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물어보는 모습에 모든 이의 가슴을
뒤흔들어 주위의 있는 인간들은 너도나도 앞으로 나서서 무슨 말이 나오든 도움을
주려고 했다.
“저, 저기 제가……!”
어렵게 1000:1의 경쟁률을 뚫어 인간 한 명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물어보나 마
나 그는 무슨 부탁을 하든 무작정 도와줄 생각이……
“…혹시 제 딸을 못 보셨나요?”
“…못 봤습니다!!”
-후다닥!!-
…아니었나 보다. 그는 후다닥 불티나게 도망갔다.
“저기….”
그가 그렇게 도망가 버리자 그녀는 다른 인간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인간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렇게 외면해 버리자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왜 그런 것일까요…?”
아마도 유부녀니까 그런 것이겠지…….
초보자 코스에 도착한 카이란 일행은 열심히 스키를 타고 있었다. 민지를 제외하고
모두 초보실력에 벗어나지 못해 하나같이 열심이었다.
“하하핫!”
그중 외진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는 어느 한 이
가 있었다. 그는 카이란이었다.
“하핫!”
무엇이 그렇게 기쁘게 웃는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광
경이었다. 그가 몇 살인데 눈사람 만들면서 좋아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이해불능의
행동이었다.
“하하핫!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구나!! 랄라∼”
…아무래도 그에게 있어 너무너무 높은 수준에서 놀고 있는 바람에 정신적인 충격
을 먹은 것 같다. 쉽게 말한다면 ‘미‥쳤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참! 백성님 거기에서 뭐하고 계세요?”
사미가 다가왔다. 지금 그의 행동이 상당히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양손에 허리를
짚었다.
“헤에∼?”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는 사미를 올려보았다. 아무래도 보통 이상으로 맛이 간 상태
였다. 이러다간 하얀 건물에서 하얀 옷까지 입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뭐야!? 그런 음흉한 눈으로 사미 언니를 보고 있다니!! 죽엇!!”
-퍽!!-
“꺄울!!”
민지였다. 흐리멍덩한 눈이 그녀에겐 음흉한 눈으로 보였는지 다짜고짜 어퍼컷 먼
저 날렸다.
“헉!!? 뭐지!?”
민지의 어퍼컷 한방 맞은 덕분에 카이란은 깨어날 수 있었다. 왜 자신이 이런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이란은 두리번 거렸고, 눈앞에 경멸에 가까운 눈
초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민지의 표정이 보였다.
“짐승!! 가요, 사미 언니!”
민지는 획하고 뒤돌며 사미를 이끌고 가버렸다. 카이란은 긁적긁적 자신의 머리통
을 긁었다. 왜 갑자기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뭔가… 아스트랄 한 세계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이상한 나라까지 갔다왔다 보다.
“그런데… 왜‥ 턱이 이렇게 아프지?”
기억까지 없었나 보다.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카이란은 턱을 어루어 만지며 그
녀들에게로 향했다.
“얼래? 설화가 어디 있지?”
설화가 시야에 안 보인다는 것을 안 하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어머? 정말 어디 갔을 까요?”
“설화야!!”
다른 이들도 설화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 위쪽에서 설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화, 여기 있어요!!”
설화가 있는 곳은 언제 올라갔었는지 초보자 코스의 맨 위쪽에 있었다. 그녀들의
시선은 모두 위쪽을 향했고, 한쪽 손을 올리고 있는 설화의 모습이 들어왔다. 설화
는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언니 잘 봐요! 설화 이제 혼자서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번 여기에서 타볼게요
!!”
어느정도 스키에 자신이 붙은 설화가 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내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초보자 코스라도 10살짜리가 타기에는 좀 위험했다. 물론, 위
험하다 싶으면 마법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카이란과 아리아를 제외하고 설화가 인간
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말해도 믿지 않으니 지금 그들을 제외하
고는 모두들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돼! 설화야! 거기에 가만히 있어!”
뒤늦게 사미가 소리쳤지만 설화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코스를 내려오기 시작했
다. 위에서 내려오고 있으니 혜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직 그녀가 무사히
내려오기만을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지만 천천히 가속이 붙었다. 설화는 빠르게 사물이
지나치는 광경을 보자 서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몸
을 옆으로 틀어 방향을 바꿔서 지그제그로 가려고 했다.
“얼래?”
하지만 생각만큼은 확 틀어지지 않았다. 속도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붙지도 않았다. 이런 채로 계속 일정하게 내려온다면 상관없겠지만 거기까진 생각
하지 못했다. 슬슬 위험하다 싶은 설화는 자신의 가진 힘으로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었다.
“어디에 있을 까요…. 아랏?”
딸을 찾고 있는 유부녀 같지 않게 생긴 미모의 여성… 그녀는 각진 경사각에서 어
느 꼬마 아이가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척 봐도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녀는 꼬마에게 달려나갔다.
-쉬익!-
설화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얼라려?”
힘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
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느낄 겨를도 없이, 부드럽지만 다급함이 깃든 목소리가 설화
귓가에 엄습했다.
“위험해!”
“에?”
누구인지 확인조차 할 시간도 없이 자신을 덮쳤다. 설화의 몸은 옆으로 쓰러졌다.
오히려 더욱 위험하고, 다칠 우려가 있는 행동이었지만 포근한 기운이 그들을 감싸
고 있어서 다칠 일은 없었다.
-데굴데굴‥-
정확히 두바퀴 정도 돌았다. 그리고…
-쿵!!-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소리만 들어도 굉장히 아플 것 같았다.
“아얏!”
목소리를 보아하니 나무에 부딪친 장본인은 설화인가 보다. 부딪친 곳은 머리인지
머리를 감싸며 설화는 아픔을 호소했다.
“아효효효효∼”
“괘, 괜찮…….”
-퍽!-
“아코!!”
안부를 물으려고 했던 미모의 여성이었으나 자신의 머리 위에 설화의 얼굴이 있는
지도 모르고 그만 고개를 번쩍 들었고, 보기 좋게 턱과 부딪쳤다.
“저, 저기… 미‥미안 하…… 어멋!?”
자신의 머리통보단 아무래도 꼬마가 더 걱정되어서 사과의 말을 건네려고 했지만…
그만 발이 미끄러져 버렸다.
-퍽!-
“아코!!”
정확히 그녀의 머리가 설화의 안면에 부딪쳤다. 그리고 반동의 의해 뒤에 있던 나
무와 다시 한번 부딪쳤다.
-퍽!!-
“으엑!!”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고… 어찌‥ 애초에 그냥 넘어지는 것이 덜 다쳤을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야 완전하게 몸을 추스른 미모의 여성은 제대로 설화에게 사과했다. 보기보단
상당히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인 그녀였다. 설화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면
서 대답했다.
“아‥아니요, 괜찮아요.”
뒤통수에는 상당히 아플 것 같은 커다란 혹이 2개가 보였고, 안면에는 쌍코피가 줄
줄 흐르고 있었다. 표면상… 딱 봐도 전혀 괜찮게 보이지 않는다.
“설화야!!”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봤던 그녀들은 스키를 벗은 채로 설화에게 달려왔다. 뒤에는
느긋하게 카이란이 오는 모습도 보였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그녀들은 몸에 이상이 없는지 물었다. 설화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씩
웃어주었다.
“네! 설화 괜찮아요! 아프지 않아요!”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인다. 무척 아프게 보이는 것은 그녀들의
착각은 아니리라.
“…아? 이빨 하나 떨어졌다.”
삘삘삘… 땀 흘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설화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해줬다기 보단 오히려 해를 입혔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옳겠지만… 어쩠든, 구하
려고 몸을 던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감사의 말은 건넸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히려 해만 준 것 같이 도리어 제가 미안하네요.”
방긋 화사한 미소를 흘렸지만 다소 미안한 구석이 있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자신의 죄를 잘 알긴 아나보다.
“설화야 너도 저 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아줌마가 설화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형인데 설화는 아줌마라고 단정지어버렸다. 듣는 입자에선
상당히 불쾌감을 심어주는 어투라 그녀들을 당황해서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당사
자인 미모의 여성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미소를 일관하며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그리고 그녀들을 보며 말했다.
“꼬마가 무척 귀엽네요. 제 딸도 이렇게 귀여운데….”
“에엑! 딸이요!?”
“네, 정말 귀여운 딸이에요.”
“네에….”
그녀들은 멍해졌다. 외모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딸이라니! 그녀들이 놀랄 만도
했다. 미모의 여성은 그녀들을 향해 빙긋 한번 웃어주고 설화에게 눈길을 돌렸다.
설화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는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미모의 여성은 설화에게 말을 걸었다.
과연 뭘까? 그것은 다음 편으로!!(두둥!!)
..
(267) 이세계 드래곤 [28] 17.스키장에서 생긴 일.
“우리…….”
“우리…?”
이상하게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녀들과 설화는 미모의 여성의 입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딸도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정말 신기하네.”
“와아! 그래요? 전 그냥 아줌마라는 느낌이 강해서 설화도 모르고 그렇게 불러버렸
어요!”
미모의 여성은 살짝 눈웃음을 보였다.
“그러니? 이상하네… 내가 말하지 않는 한, 20대 초반으로 보여서 절대로 아줌마라
는 사실을 모를 거라고 얘기하던데… 단번에 내가 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부
른 건 네가 처음이야.”
“그런가요? 정말 우연이 굉장하네요!”
설화는 우와 하는 표정으로 감탄을 내질렀다.
“그런데 이름이 뭐니?”
“제 이름은 설화예요! 설화!”
“그러니? 무척 귀여운 이름이네.”
“설화도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