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07
“이거 입어요.”
카이란은 겉옷을 벗어서 혜미에게 주었다. 혜미는 깜짝 양손을 저으면서 거절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 옷을 주면 백성군 굉장히 추울 거잖아요. 전 참을 수 있
으니 그거 다시 입으세요.”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그저 긴팔남방 셔츠였다. 안에는 내복을 입고 있겠지만 그것
을 입고 있더라도 이런 싸늘한 추위는 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카이란은 불의 속
성이자, 마법으로 얼마든지 추위를 막을 수 있기에 추위를 탈 리가 없다. 문제는
혜미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니요, 전 괜찮으니 입어요. 남자로써 어떻게 여자가 추운 것을 그냥 보겠어요?
체면쯤은 지켜달라고요.”
생긋 카이란은 벗었던 오리털 파카를 더욱 혜미에게 권했다. 그러자 혜미는 마저못
한 표정으로 미소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네요. 고마워요, 잘 입을 게요.”
혜미는 카이란이 건네준 오리털 파카를 입었다. 남자 옷이라서 그런지 어깨 쪽이
상당히 컸지만 덕분에 다중 겉옷인데도 꽉 끼인 느낌이 없었다.
“아… 따뜻해라. 백성군의 냄새가 나네요.”
따뜻함 기운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 동시에 그의 냄새가 났다.
“땀 냄새가 좀 날거예요. 괴롭더라도 참아요.”
“후훗‥ 뭐, 코의 신경이 마비밖에 더 되겠어요? 백성군의 옷을 입는데 그 정도 피
해는 당연히 감수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으니 괜찮아요.”
“아아… 너무한데요. 어떻게 그런 말을……. 이래봬도 샤워는 꼬박꼬박 한다고요.
가끔 에티켓을 위한 향수까지 뿌리고요.”
“농담이에요.”
혜미는 혀를 쏙 내밀었다. 냄새를 났다. 땀 냄새가 아닌, 향수냄새가… 그리고 깊
숙한 곳에서 카이란의 포근한 체취까지 느껴졌다. 예전에 동민 오빠와 비슷한 느낌
이라 혜미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아무래도 이런 추위에 감기라도 거릴 것 같아 걱정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카이란
은 피식 입가에 미소를 담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괜찮죠. 이런 추위 견디지도 못하는 사내로 보아요? 이 정도쯤은 저에겐
추운 신경의 털끝만치도 오지 않아요.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라고요.”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카이란은 두팔로 이두박근을 포즈를 취했다. 그
러자 혜미는 픽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후훗! 하여튼 백성군을 보면 이상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네요. 어쩠든, 무리는
하지 말아요. 저 때문에 내일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면 제가 너무 미안해지니까
요.”
“그래요? 그럼 일부러 좀 아파야 겠는데요.”
그의 짓궂은 말에 혜미는 부드럽게 빙긋 웃는다.
“어머나∼ 그런 말 하는가 보면 백성군 좀 짓궂은 곳이 있네요. 그런데 왜 아파야
하는데요?”
“그야… 감기라도 걸리면 그 책임은 혜미 선배 일 것 아녀요. 그러니까, 그날 하루
는 수발이라던가 병간호 같은 저를 위한 봉사를 해야죠. 누구 때문에 그런 것이 걸
렸으니까요.”
문제는, 그가 아프다면 수발이 되어줄 후보가 3명(사미, 민지, 아리아)이나 존재했
다. 그래서 혜미가 그의 병간호를 할 수 있을지 의문먼저 앞선다.
“후훗! 하여튼 백성군도….”
카이란은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너무 튼튼한 나머지 그런 것에 거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
깝다고나 할까요. 이래선 너무 튼튼한 것도 죄라니깐요.”
“그래요? 아깝네요. 한번쯤 아픈 백성군의 수발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평생 그럴
일이 없다고 하니‥ 좀 유감인데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일부러 유감이라는 듯이 혜미는 입맛을 다신다.
“아아… 이거 그렇게 말하는데 가만히 있기는 좀 그렇네요. 이참에 평생 걸려보지
않았던 감기라는 것을 걸려볼까요. 혜미 선배가 그런 말 하니까 갑자기 걸려보고
싶은 충동이 서려요.”
“후훗… 그렇다고 일부러 걸리지는 말아요. 기회가 된다면 말이었어요. 만약 지금
감기라도 걸려야지라고 선언한다면 ‘이 옷 필요 없으니 다시 입어요’ 라고 말할 거
예요.”
“저도 농담이었습니다.”
“후훗! 저도 알고 있었어요.”
아까의 짜증스러운 일을 싹 잊은 채 카이란은 혜미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로 스키장
을 걸었다.
(269) 이세계 드래곤 [28] 19.스키장에서 생긴 일.
카이란과 혜미가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같은 시각의 어느 스키장 코스… 누군가
가 가벼운 걸음으로 눈 위를 걷는 이가 있었다. 파란 머리와 추울 것 같은 복장으
로 얇은 소복을 입고 있고 있었다. 누군가가 멀리서 보면 귀신이라고 착각할 정도
로 무섭게 보였다.
짙은 구름 속에 숨었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의 의해서 그녀의 얼굴이 비추
어졌다. 마치 조각상처럼 꾸며놓은 듯한 외모로 상당한 미모를 자랑했다.
그녀는 유키에였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어디를 가는지 그녀는 점차 적막하고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그녀는 우뚝 걸음을 멈
췄고, 빙긋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그만 나오셔도 됩니다.”
갑자기 웬 허공에 삽질? 주위를 둘러봐도 근방 100미터 안에는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긋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냄새를 보아하니 딱 봐도 근방에 누
가 있는지 알 것 같은 힘이 있는데…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잖아요.”
“그렇게 일일이 지켜보는 것, 귀찮지 않아요?”
-뚝…-
말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 앞 몇미터 근방에 떨어진 솔나무 이파리에서 이슬방울이
떨어졌다. 이슬방울은 중력 법칙의 의해서 밑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유키에 앞
으로 다가왔다. 어느정도 다가온 이슬방울은 갑자기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나체의
여성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휘잉…-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강도는 쌔지 않았고, 시릴 정도로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온이라면 춥다고 느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이상한 바람이었다. 단지 시원하다 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바람은 불고 지나치지 않았다.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그녀 주위를 배회했다. 마
치 살아 있는 느낌이 물씬 풍겨올 정도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소용돌이 중앙에는 귀여운 꼬마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내리 깔은 채 나체의 여성이 말했다. 차분했지만 상당히 차가운 어투였다.
그에 비해 귀여운 꼬마는 명량할 정도로 목소리가 밝쾌 했다.
“그렇게 대단할 것 까진 없어요. 너무 졸졸 쫓아다니니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껴질
수 밖에 없었거든요.”
빙긋 유키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도 다시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상당히 이상한 분이시네요. 몸 색깔도 그렇고, 나타난 것도 그렇고…,
당신같은 분 처음 보네요.”
외형은 인간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나타난 현상은 절대로 인간이 아니었다.
유키에도 이렇게 나타난 존재들을 처음봤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카이란의 정령들인 운디네와 실프였다.
“저는 유키에라고 합니다. 운디네와 실프라… 상당히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멋
져요.”
외형의 칭찬보단 이름과 속성이 잘 어울리다는 칭찬이었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
는지 모르는지 실프는 헤헤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계속 쫓아 온 것이죠? 제 기억으로는 아무래도
당신들에게 무슨 짓을 한 적이 없는데요.”
이런 존재를 자체를 처음 봤는데 무슨 짓을 할 리가 전무했다. 유키에는 운디네와
실프의 존재를 5일 전부터 알아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뚜
렷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기운에 의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 아닌 이상, 특별한 능력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물론 타 존재의 기
운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는 상태라 꼼꼼하게 기운을 숨겼는데, 이
렇게 들킬 줄은 생각지도 못한 운디네였다.
“아무래도 같은 냄새가 나니까… 쉽게 알 수 있었거든요.”
유키에도 눈치를 챘다. 그녀들도 자신과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버렸
다.
그걸 알고 있다면 길게 끌 것 없이 운디네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주인님? 당신들은 누군가가 불러야만 하는 존재들이군요.”
장작 유키에는 운디네의 말에 답해주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화재를 옮겼다. 운디
네는 전혀 거림낌 없이,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녀가 말한 것을 답해주었다.
“그래요? 그리고 보니,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자연의 혼령들이 가끔
나타난다는 얘기를요. 그리고 우리들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을 거란 얘기까지
도요.”
설화는 정령의 자체를 몰랐던 것의 비해 유키에는 좀 알고 있다는 표정이라 의외라
는 얼굴로 실프가 말했다.
“이렇게 봐도 우리들은 유래(由來)가 있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
이에요. 생각보단 우리들과 다를바 없는 외모라 좀 놀랐어요. 전 좀 무섭거나 이상
하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요? 그런데 당신들이 제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소환주도 제 근처에 있다는 뜻
이군요. 아마도 검은머리의 남자애겠죠? 금발머리 아가씨 일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그녀는 아직 힘이 못 미쳐 당신들처럼 모습까지 형성할 수 있는 힘이 없어요.”
유키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 말 맞다나 아직 힘이 높지 않는 아
리아에겐 카이란처럼 정령의 형태를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중급 클
래스 정도 되야 가능하다. 그래서 아리아가 정령을 소환하더라도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카이란이 소환주라는 것을 단번에 안 것은 그녀들로써 좀 놀랐다. 이곳에
서 의심이 가는 인간들이 그 말고 한두명이 아닌데 단번에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상당히 놀란 표정이네요. 저희는 미약한 힘이더라도 느끼기만 한다면 깊숙한 내면
까지 느낄 수가 있어요. 그 사람… 아니, 인간이 아니니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군요. 어쨌든, 느끼기 힘들 정도로 꼼꼼하게 힘을 숨겼지만 저는 알 수 있었어
요. 그 역시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처음 설화가 카이란과 대면을 했을 때 눈물을 터뜨렸던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것은 그녀들만의 힘인가 보다.
“사실 처음 인간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솔직히 좀 놀랬어요.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라서요. 하지만 저 역시 인간이 아닌자. 다른 존재가 있지 말라는 법은 없
으니 그냥 그렇다 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녀도 다른 이종족을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종족을 본 카이란도 적지
않게 놀랐는데… 그녀도 카이란과 아리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곳은 타종족이 없는 세계. 태초에 그런 곳이니 인간이 아닌 자신이 이곳 세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타 종족이 한두명 더 있어도 이상
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정체를 알았어도, 시치미 뚝 떼면서 모
르는 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설마 당신들쪽에서 저를 신경 쓸 줄은 몰랐네요.”
반대편 기분을 생각지 못한 유키에였다.
“그래요. 그런데 무엇을 알고 싶어서 제 뒤를 쫓고 있었죠?”
“아∼ 그렇죠. 제 정체를 알고 싶다고 했죠?”
깜빡 했다는 표정으로 유키에는 손을 딱 쳤다.
“정체라… 가르쳐 드리죠. 제 정체는…….”
운디네와 실프는 그녀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제 정체는…… 설녀입니다.”
거참 멋진 대답을 내놓아서 황당하게 만들었다. 설화와 똑같이 도움의 ‘도’나 Help
의 ‘H’자도 못되는 말을 선뜻 내놓는다. 운디네야 감정 이입이 적은 편이라 내색은
없었지만 실프는 좀 달랐다.
그녀는 그럴리가 있냐는 표정으로 유키에는 말했다.
“왜 제가 그러겠어요. 정체를 가르쳐 달라고 하길래 대답한 것 뿐이에요.”
얼핏 그녀의 시각적으로는 거짓말 한 것이 아니다. 사실인 것이다. 그녀의 정체는
이미 말했다 시피 설녀다. 설녀라고 정체를 가르쳐 줬을 뿐인데 놀리는 거라니…
당치 않는 말이었다.
차분한 어조로 운디네가 덧 붙였다.
“구체적인거요? 음… 뭐가 있을라나…….”
그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아! 인간이 아니라는 점.”
그걸 누가 몰라서 하는 말인가?
“에또… 그리고…… 예쁘다는 점.”
자랑하는 건가?
“또, 저처럼 예쁜 딸 아이 있고요.”
애 자랑까지….
“음…… 인적이 드문 외딴집에서 산다는 점이랄까요. 집 주소까지 가르쳐 주고 싶
지만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어서 힘들군요. 어쩠든, 이것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역시 설화의 엉뚱한 성격은 아무래도 유키에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얼
굴에, 뻔뻔함에, 엉뚱함까지… 안 물려받은 것이 뭘지 앞으로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
아무리 생각해도 놀리고 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대답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유키에는 진지했기에 양손까지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제가 왜 당신들을 놀리겠어요.”
제대로라고 해 봐야 유키에는 정말로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갸웃거렸다.
“이게 제대로 된 대답인걸요. 더 이상 해 드릴 대답이 없군요.”
대체 주인님은 왜 이런 여자를 봐야 하는 느낌을 받았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실프는 그녀가 장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운디네도 실프와 똑같은 것을
느껴서 질문을 바꿨다.
<저희가 물어보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4대 원소, 수(水), 풍(風),
화(火), 지(地)로 이루어져 있는 혼령입니다. 육체가 없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하
지만 당신은 육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들과 똑같은 기운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육신을 가지고 있는 정령은 듣고보지도 못했습니다. 저희가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