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09
“우선 전 인간이 아니잖아요. 인간이 아닌 자가 인간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
낸다는 것은 재미없잖아요. 그렇게 지내고 있으면 꼭 뭔가 특별한 기분이 난다고나
할까요. 있잖아요. 은거 기인 같은 거나 숨어서 지내는 그런 느낌이요.”
샤방샤방한 배경이 깔리며 유키에의 눈동자는 순정만화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치의
거짓이 없다는 광경이었다.
정말이지 퍽이나 멋진 구체적인 이유였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설화까지 그렇게 한다는 것은 좀 너무할 정도였다. 애를 위해서
라면 그런 짓은 그만둬야 했다.
“그게 말이에요…”
샤방샤방한 배경은 다 어디로 가고 갑자기 마블링(Marbling) 배경이 깔리며 느닷없
이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랍니다. 요즘 애가 너무 가출이 잦아졌거든요. 벌써 올해
만으로도 15번째 가출이었답니다. 15번째 가출이라니…. 저에겐 충격이랍니다.”
소매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아직 10살밖에 안된 녀석이 반항기에 접어들기라도 했는지 인간세상을 구
경시켜 주지 않는다고 막 대들기까지 한답니다. 지금은 일부러 저를 엄마라고 부르
지 않고 아줌마라고 불러요.”
설화가 유키에를 부를 때 엄마가 아닌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인간세상
을 구겨 시켜 주지 않는 다는 점 때문이었다.
“애를 키우는데 있어서 때론 매가 좋은 약이다 라는 말도 있고 해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매를 들긴 하는데 여전히 고쳐지지가 않네요. 이러다가 비행 불량소녀로 성장
하기라도 한다면… 전, 슬플 거예요.”
실프 말 맞다나 그만두면 될 것 같다가 뭔 고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키에는 가
볍게 대답했다.
“애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인간들과 같이 살면 안 된다는
식으로 온갖 이상한 거짓말을 나열했는데, 뒤늦게 그거 다 뻥이야 라고 말한다면
여린 가슴에 얼마나 충격 먹겠어요. 그러니 차마 그런 말 못하죠.”
운디네와 실프의 시각으로는 단순히 애를 괴롭혀 주고 싶은 짓이라는 느낌밖에 안
들었다. 혹시 학대하는 것이 취미인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마저 든다. 만약 설화가
나쁜길로 걷게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유키에의 책임일 것이다.
대체 왜 주인님은 이런 여자를 만나야만 하는 이상한 끌림을 받았는지 운디네는 여
전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게 끝이야?”
운디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참나… 그냥에…,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런 생활이라니……. 어이가
없구먼.”
지금까지 운디네의 말을 들어보면 유키에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절실
하게 느껴졌다. 미리 적어놓은 각본처럼 저 모든 것이 지어낸 것일 수도 있지만 어
색함과 뜸들이지 않고 술술 나오는 대답이 진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 대한 무슨 말은 없고?”
설마 자신에게 한 말이 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운디네를 보며 물었
다.
운디네는 다시 회상에 잠겼다. 카이란은 다시 그녀의 얘기에 경청했다.
운디네는 허리를 숙여 감사하다는 행동을 보였다.
실프도 귀엽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유키에는 양손을 저었다.
“어머나… 아니에요. 아무래도 모르는 것은 가르쳐 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
고 별반 도움도 되지 않은 대답이었는걸요, 뭐.”
끝에 질문의 대답은 어이만 없는 느낌만 받기만 했지 도움이 안됐지만 처음 질문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서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실프도 덩달아 부추긴다.
“호호… 그런가요? 조금 도움이 됐으니 저로써는 천만 다행이네요.”
“돌아가요? 어디로 가는데요?”
“아아… 그런가요? 당신네들은 사는 곳이 따로 있군요.”
고개만 꾸벅 숙이는 운디네와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실프는 정령계로 돌아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유키에는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혼자서 중얼거렸다.
“어머나‥, 그리고 보니….”
바로 정령계로 돌아가려고 했던 운디네와 실프였지만 중얼거린 목소리가 은근슬쩍
귓가를 파고들어 멈추라는 명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키에를 보았다.
“아무래도 저의 시간을 많이 빼 먹은 것 같네요. 생각해보니 힘든 대답도 있었고요
. 요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몸보신 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일에
공짜가 없지만…뭐, 그럴 수도 있죠. 그 검은머리 소년에게 신경쓰지 말아달라고
전해주세요.”
빙긋 유키에는 활짝 웃으며 실프와 운디네를 보았다.
다시 꾸벅 고개를 숙이며 운디네와 실프는 정령계로 돌아갔다.
“…….”
카이란은 할 말을 잃었다. 쉽게 말한다면 원하는 것을 대답해줬으니 대가로 몸보신
시켜달라는 의미였다.
“이게 아닌데…….”
카이란은 갸웃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
니었다. 분명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걸 학수고
대하고 있었는데 저런 황당한 거라니… 갑자기 진이 빠져버렸다.
“대체 왜 끌려야 하는 기분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구만.”
카이란은 투덜거렸다. 대체 설화네 집이 왜 끌렸었을까? 이거 뭔가 본전도 못 건지
고 막심한 손해만 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생명체가 아닌 사물체‥ 즉,
진짜로 설화네 집에 끌린 것은 아닌지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카이란은 유
키에의 모습을 본 뒤로 설화네 집에 가야 한다는 그 무언가의 끌림이 사라졌기 때
문에 그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여튼 말하는 투를 보나 생각하는 모습을 보나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 위
인으로 보이질 않는다. 대체 왜 그녀에게 끌렸던 것일까? 별안간 이해할 수가 없었
다.
시간은 또다시 흘렀다. 이곳 스키장에 온지 어느덧 한달하고도 일주라는 시간이 흘
쩍 넘어버렸다. 아직 방학은 한달 더 남았다. 봄방학 제도가 사라진 지금 겨울 방
학은 두달이나 주어진다. 남은 한달도 이곳에서 보낼까 했지만 슬슬 이곳에 생활이
지겨워지는 시기라 한계에 치다았다.
카이란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었다. 스키는 이미 최상급 코스까지 마스터 해 버렸
고, 보드도 똑같이 마스터 해버려서 식상해졌다. 더 이상 탈 것이 없는 카이란이었
다.
다른 이들도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초급을 벗어나서 중급코스가지 실력이 는 것이
다. 하지만 그녀들도 예전만큼은 열의가 없었다. 하긴 가끔 하는 거라면 모를까 한
달동안 똑같은 코스, 똑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지겨워질만도 했다.
이렇게 식상함을 느낀 그녀들은 한 달을 여기서 보낼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까 라
는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4:2로 집으로 돌아가자고 결정.
“힝∼ 설화는 언니들과 헤어지기 싫은데…… 잉∼”
눈물을 흘쩍이며 설화는 아쉬운 기분을 만끽하며 사미 허리를 안았다. 쉽게 정을
주는 아이에게 있어 헤어짐이란 상당히 괴롭다.
“미안하구나 설화야… 이 언니는 계속 있고 싶었지만 다들 할 일이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나도 가야해.”
사미는 자신의 허리를 붙잡으며 훌쩍거리는 설화에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이곳에 더 있고 싶었지만 다수결 원칙에 따라야 했다. 이곳에 남아 있자 파의 2명
중 1명이 사미였다.
“안가면 안되요? 흘쩍… 설화 언니들과 더 있고 싶어요.”
애원하는 표정으로 사미를 올려다본다. 정말이지 우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서 꽉 깨
물어 주고 싶었다. 반대파 사미는 다시 한번 일행들을 설득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저기 말야….”
한마디 꺼내기가 무섭게 민지, 하나는 두팔로 엑스를 하고 있었다. 혜미는 미약하
게 어색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고, 카이란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리아만이 가만
히 있었다. 여기서 아리아가 반대파 중 마지막 인물인 것이다.
“흑! 미안하구나, 설화야… 이 언니를 용서하렴!”
“아니요, 괜찮아요. 설화 참을 수 있어요.”
“괜찮겠니? 이 언니가 없어도.”
“네, 설화 이제 울지 않아요. 언니가 없더라도 힘낼 수 있어요.”
“흑… 설화 대견하구나… 앞으로 설화가 보고 싶을 거야.”
“설화도 언니가 보고 싶을 거예요.”
눈물 젖은 눈빛으로 그 둘을 서로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설화야!!”
“언니!!”
와락! 사미는 설화는 짜맞추기라도 한 듯 안타까운 외침으로 각자 이름을 내뱉으며
서로 포옹을 했다. 정말 눈물 없인 못 보는 광경이었다.
“정말이지… 쇼를 해라, 쇼를….”
그런 그들의 모습에 하나는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정말로 아쉽네요.”
유키에게 다가오며 카이란과 그녀들에게 말을 했다. 일제히 시선은 유키에에게 향
했다.
“저희도 굉장히 아쉬워요. 덕분에 지금 저런 아니겠어요.”
하나는 손가락질로 옆에 있는 설화와 사미를 가리켰다. 아직도 그 둘은 부둥켜안으
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후훗! 하긴 우리 애가 그쪽에게 정을 많이 줬긴 줬죠. 저 역시 굉장히 아쉬운걸요
. 이렇게 빨리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웃고 있는 표정 속에 상당히 아쉬움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도 아쉬워요.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순 없어서요. 저희도 집에 가서 해
야 할 일도 있고, 무엇보다 집에 안 들어간지 한 달이 넘었으니 아무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이런 씁쓸한 기분‥ 어쩔 수가 없네요.”
“후후… 저도 그래요.”
하나도 맞장구를 쳤다. 유키에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다.
“아∼ 정말 아쉽네요.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 많이많이 남았는데… 저쪽에 있
는 호텔식당도 공략도 못했고, 반대편 식당도 공략 못했는데… 아아∼ 거리에서 팔
고 있던 솜사탕∼ 정말 맛있었는데… 정말이지 아쉽네요, 아쉬네요.”
“…….”
혹시 헤어져서 아쉬운 것이 아니고, 스키장 근처의 모든 호텔식당을 공략하지 못해
서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는 의심이 물씬 풍겨왔다. 참고로 지금까지 그녀와 같은
시간을 보냈을 때 금전 관계는 모두 사미&혜미네가 책임지고 있었지만 돈쓰는 일이
거나 식사시간일 땐 언제나 유키에가 담당했다.
“그럼 이만 가봐야 겠네요. 지금까지 즐거웠습니다.”
혜미가 대표로 나서서 그들 모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키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가 즐거웠습니다. 설화야 너도 슬슬 이분들에게 인사를 해
야…….”
유키에는 옆에 있는 설화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말꼬리가 흐려졌다. 떡하니 있어야
할 설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엉엉!! 언니!!”
“흑흣!! 설화야!!”
“…….”
아직도 부둥켜안으며 작별눈물을 흘리고 있던 설화와 사미였다. 정말 오래도 한다.
“설화야 이분들에게 인사해야지.”
“알았어요.”
고개를 끄떡이며 설화는 순서대로 민지, 하나, 혜미, 사미, 아리아, 카이란을 보았
다.
“지금까지 즐거웠고, 고마웠어요. 설화 정말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허리를 숙이고 폈다. 그리고 생긋 해맑은 미소를 뿜어냈다
.
-부비적 부비적!!-
“역시 설화는 너무너무 귀여워!!”
설화의 앙증맞고 깜찍한 외모의 의해 하나는 재빨리 다가가 다짜고짜 얼굴에 부비
적 공격을 가했다.
“언니, 숨막혀요.”
싫지만은 않았지만 상당히 괴로웠기에 설화는 바둥바둥거렸다.
“하여튼 설화는 너무 귀엽다니깐.”
설화의 귀여운 표정에 민지는 혼자 말을 했다.
“고마워요.”
혼자말로 중얼거렸지만 어느새 다가왔었는지 민지 옆에는 유키에가 안면의 미소를
띤 채 서있었다.
“그리고 보니 처음 설화가 자신보고 설녀라고 했었는데… 진짜 설녀처럼 설화는 귀
여울 거예요.”
갑자기 처음 만났을 때 설화의 농담이 기억났다.
“후훗! 그래요? 하긴 저를 닮았으니 당연히 커서도 예쁘게 될 거예요.”
어째… 뻔뻔하게도 그런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공주병 말기 증상이었지
만 그녀의 외모를 본다면 그런 자격은 충분했다.
“그런데 설녀라… 후훗! 민지양 우리 설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설녀가 맞답
니다.”
그런 농담 재미있는지 민지는 핏 하고 웃었다.
“에이∼ 전 바보가 아니에요. 단순한 우리 오빠라면야 그걸 믿겠지만 전 아니라고
요. 세상에 그런 것이 어딧있겠어요?”
“후훗! 하지만…… 당신이 차고 있는 그 팔찌를 본다면 그다지 못 믿을 것은 아니
라고 보네요.”
“…….”
민지는 딱 굳었다. 그런 민지의 표정을 보며 유키에는 여전히 눈웃음을 유지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
“보는 것만 그대로 믿지 마세요. 같은 상자더라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답니다. 보는 것만 믿고 안까지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겉만 보고 현혹되
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도 이미 느끼고 있잖아요.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말아요.
그럼… 후훗!”
살풋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남기며 유키에는 민지 곁으로 떨어졌다. 민지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뒷모습만 응시했다.
“당신은 참 행운아이군요. 이렇게 멋진 여성들과 매일매일 함께 다니니까요.”
유키에는 이번에 카이란에게 다가갔다.
“처음엔 좀 귀찮긴 했지만 지금은 같이 있으면 즐거워.”
처음 그녀들을 만났을 땐 정말 진저리가 날 정도로 귀찮은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
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런 마음은 사라졌었고, 지금은 없어서면 안될 존재로 인식되
어 가고 있었다.
“후훗! 참 착한 여성들이에요. 이렇게 생판 모르는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무리
한 부탁까지도 들어주니까요.”
“나의 인복(人福)아니겠어.”
카이란은 너털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런 그를 향해 유키에는 빙긋 웃었다.
“진짜로 그녀들에게 잘해주세요. 당신은 조만간 불신이 생길 테니까요. 절대로 풀
려서는 안되는 쇠사슬이 끊어져서 당신을 괴롭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