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13
알아서하다? 알아서 하면 뭐 해줄 건가? 그 의미가 뭔 의미인지 카이란은 묻고 싶었
지만 천사처럼 웃고 있는 그녀의 표정 속에 무언의 압박이 그의 입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자! 그럼 슬슬 집에 가서 졸업기념 파티나 해요!”
손을 번쩍 들며 민지가 외쳤다.
“그렇게 하죠, 부인도 같이 가시죠. 남에게 보여드리기엔 부끄러운 요리 실력이지만
파티라는 것은 같이 즐기는 것이 좋잖아요.”
“초대해주신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요.”
민지의 말을 찬성하는 의미에서 어머니는 효연이에게 같이 갈 건지를 권유하자 그녀
는 기꺼이 응낙했다.
“자, 그럼 갈까요.”
다들 그렇게 결정하고 발걸음을 뒤로했다.
막상 이렇게 발걸음을 떼려고 하니 서운한 감이 몸 속에서 감돌았다. 그래서인지 발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고,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힘에 겨웠다. 그리고 계속해서 눈
이 뒤로 돌아가졌다. 아무래도 아쉬운 감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교문앞에 다다랐을 때쯤 한 20미터 정도 남겨놓고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다시
금 뒤를 돌아보며 한동안 학교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로써 마지막이 되는 고등학교 생활을 청산하는 혜미… 이대로 교문 밖을 나가면 이
제 다시 안와도 될 장소다. 지난 6년간(중학교도 여기서 다녔음) 좋은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최근 1년 동안은 이들을 만난 덕분에 무척 즐거웠다.
-슥-
혜미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카이란 밖에 없었다. 한발 한발 더디기 힘든 마음 때문에 움직
임이 제일 늦춰졌던 것 때문에 일행들과 좀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카이란은 혜
미와 보조를 조금 맞췄기 때문에 지금까지 혜미의 행동을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마음
이 어떤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느닷없이 카이란은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덕분에 앞에 가고 있던 일행들은 모두 한
꺼번에 멈춰 그를 보았다.
“오빠,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아연해하는 표정으로 민지가 물어본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좀 기다려 보라고. ‥뭔가…, 뭔가 할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고 카이란은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무엇을 할 것 같다는 모습이었지만
일행 중 유일하게 카이란이 무엇을 할지는 아리아만이 눈치를 챘지, 다른 이들은 아
무것도 알 수 없었다.
드래곤을 마법에 강한 종족. 용언과 마법을 쓰려면 드래곤의 음성과 마법 발동어가
필요로 하지만 사실 굳이 입을 열 필요는 없다. 다만 입을 열지 않고 용언이나 마법
을 쓴다면 대량의 마나를 소비하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것 뿐이다. 솔직히 쓸데없이
건전지(?) 낭비하게 바보처럼 누가 입다물고 용언이나 마법을 사용하겠는가? 드래곤
이 몰래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그들에겐 두려운 것이 없다.
카이란은 대량의 마나를 몸밖으로 내보냈다. 예전에 분노의 정령 휴리에게 정신을 지
배당한 호랑이를 찾을 때와 똑같은 행동이었지만 그때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마나 속
엔 마법이 내포되어 있었다.
만약 주위에 높은 클래스의 마법사라도 있었다면 가히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랄 것이
다. 지금 그가 시현하고 있는 마법은 5클래스 마법사도 꿈 한번 꿀까 말까한 경지의
마법이다. 5클래스 정도라면 레벨이 낮은 마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카이란
이 하고 있는 마법은 5클래스 최고의 경지이다. 그 경지에서 마법 시동어도 필요 없
이 구현한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심지어 발동어 조차도 없이 말이다. 또한 이런
마법은 듣고 보지도 못했을 것이라서 기절 초풍할 만하다.(드래곤도 쓸데없는 것에
속해서 아예 사용하지 않는 마법 구현 방식이니 인간들은 볼 기회가 아예 없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님) 확실히 마법에 능숙한 드래곤 다웠다.
대량의 마나는 학교 주위를 감싸 돌았다. 학교 근처의 아이들은 주위에 카이란의 마
나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끼리끼리 각자 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만약
카이란이 악한 마음을 먹고 지금 마나를 모두 공격 마법으로 사용한다면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전멸이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 그들은 생(生)과 사(死)의
가운데에 속한 인간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카이란이 사용하려고 하는
마법은 다행히 공격 마법이 아니었다.
-슈웅!-
쩡쩡했던 하늘이 갑자기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것 같이 어두컴컴해졌다. 갑작스런 이
런 현상에 대해 주위에는 당혹감이 물든 얼굴로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하늘이!!”
“엄마! 무서워!!”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일식(日食)인가!!? 그런데 왜 갑자기 일식이지!? 뉴스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Oh! My God!!!”
“불길하다, 불길해!! 오늘은 왠지 좋지 않는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여기까진 정상적인 반응이다.
“오오! 신이 강림하셨도다!! 같이 염불을 외웁시다!”
“부처님 오셨네!! 우리를 구원하시러 오셨네! 구세주 함께 하시니∼ 부처님 믿으십시
오! 그래야 천당 갑니다!”
“마부나카 살람바 오르단! 피셔 요르파! 슈하 마하파!!”
“동경 게임쇼 가봤는데 죽여주더라! 거기에서 령(零)∼붉은나비∼가 가장 기대되고!
로봇대전과 세가에서 만든 마크로스 굉장히 재미있겠더라!”(본 필자는 진짜로 갔다
왔다네∼ 우훗!)
“우리 잘해 BOA요∼”
“아∼! 월식(月食)보고 싶다.”
자∼ 여기까지……. 더 이상 페이지 잡아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이 닥
쳐도 인간은 가지가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대사라고 생각하면 고맙겠다.
“뭐지? 왜 갑작스럽게 하늘이…….”
민지도 이 광경에 놀라는 표정은 마찬가지였지만 다음 광경에 입이 쩍 벌어졌다.
“우와!!”
인간들은 크게 감탄을 내질렀다. 그것도 입이 찍어질 정도로 말이다.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자마자 중간 중간에 불꽃이 피어오르듯 아름다운 빛줄기가 솟
아올랐다. 그것도 일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부드럽게 자유자재로 빨라졌다 느려졌다는
식으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솟아오르고 있었고 어느정도 올라가자마자 펑 터지며 아
름다운 불꽃이 형성되었다.
“와와!!”
인간들은 또다시 크게 감탄을 내질렀다. 이 신기한 현상에 인간들은 그 빛줄기에 흠
뻑 빠져들었다.
흔한 불꽃놀이와는 틀렸다. 확실하게. 보통 불꽃놀이의 볼꽃은 일직선으로 어느정도
올라간 채 불꽃이 터지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여러 빛깔의 빛이 잔상을 남기며 터
졌다. 그리고 그것 뿐 아니라 어떻게 한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게, 꽃이 활짝 피듯
하늘 중간 중간에 불꽃이 핀 채 한동안 계속 유지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불꽃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고, 하늘 중간
중간에 불꽃이 핀 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척 이상했다. 아무리 현대 기술이 좋다고
해도 이런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연출을 하려면 아무리 정교하게 꾸미더라도 모두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지 트릭하나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것도 그거
지만 무엇보다 아무런 준비 과정도 없이 갑작스런 이런 현상이 보인다면 분명 의심을
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런 현상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들 시각
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누구도 괴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던 것
이다.
이런 현상의 정체는 카이란의 마법덕택이었다. 카이란은 혜미를 위해 이런 이벤트를
보였다. 지난 여름 바닷가로 놀러갔을 때 했던 그 불꽃놀이의 불꽃보단 아름다움이
덜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인간들에겐 감탄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것으로 혜미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졸업식 날 아쉽고, 가
슴 아픈 기억보단 이런 일이 있어서 즐거웠다는 기억으로 남아줬으면 했다.
이 마법은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마법에 능숙하더라도 불꽃만큼은 한정되어 있어 금
방 식상하기 일쑤라 카이란은 슬슬 끝마무리를 짓기 위해 볼꽃들을 움직였다. 서서히
불꽃들은 카이란의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오오! 뭐지?”
“우와!”
인간들은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며 탄성을 내질렀다. 가운데로 몰렸던 불꽃들은 서
서히 퍼지기 시작하면서 마치 고도의 훈련된 움직임으로 무슨 모양을 만들어 내기 시
작했다. 그림 같이 보였고, 무슨 문양같이도 보였다. 그리고 무슨 글자같이도 보였다
.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 까진 신경 쓰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었다. 자리를
잡은 불꽃들은 다시한번 꽃망울을 터뜨리듯이 펑 터지며 그 알 수 없는 문양을 더욱
빛내었다.
“와와!”
인간들은 우아하고 아름답게 퍼지는 불꽃들을 보며 환상을 보는 것 같이 넋을 잃었다
.
어느정도 그런 채로 유지한 채 만족감을 느낀 카이란은 마법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
러자 어두웠던 하늘은 서서히 밝은 빛을 발휘하며 태양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고,
함께 그 불꽃들까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대체 뭐지?”
“졸업기념 이벤트인가?”
“어쨌든, 멋졌어.”
여기까진 정상적인 반ㅇ…… 퍽! 크, 클럭… 새, 생략하도록 하겠다. 또 울궈먹을 작
정이냐 면서 한 소리 들었다. 훌쩍이다…. 부탁이지만 다음부터 글을 읽을 때 돌 좀
내려놓고 읽어줬으면 한다. 물론 사시미도 말이다.
지금까지 본 것이 모두 환상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하늘은 쩡쩡했고 흔적조차도 먼지
하나 없었다. 대부분 이런 성대한 이벤트를 했다면 뭔가 했다는 흔적이 남기 마련인
데 그런 것을 하나라도 찾아보기 힘드니 인간들은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정도 규모면 분명 전문가에 스텝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복장을 한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니 더더욱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착각에 빠져 환상에 빠진 것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렇게 믿기
도 힘들었고, 그만한 증거도 다행히 확보를 했기에 확실히 환상만큼은 아니었다. 그
증거는 다들 졸업기념을 찍기 위해 가져온 사진기가 그 증거였다. 지금은 디지털 시
대. 예전 아날로그 시대는 이제 갔다. 사진기도 필름사용이 아닌 대부분 메모리라는
저장장치로 기억을 시키니 꼭 현상해서 볼 필요 없이 즉석에서 어떻게 찍었는지 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니 유일하게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거라면 디지털 카
메라의 액정화면에 보이는 배경이 환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대체 뭐였을까?”
어리둥절한 것은 카이란 일행도 마찬가지. 민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의문이 가득
한 표정을 보였다.
“글세? 나도 잘 뭔지 모르겠네.”
“흐음… 대체 뭘까? 환상은 아니었는데…. 이거 꼭 꿈을 꾼 기분이네.”
사미와 하나 역시 알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론 여기에 있는 인간들 한 명이라
도 그 현상의 정체를 알 리가 없었다. 당연빠따로 아리아는 인간이 아니니 제외.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재미있었으니 우리 신경쓰지 말죠.”
그 현상의 정체를 알아서 인지 아주 약간 어색함이 곁든 표정으로 아리아가 선뜻 대
답을 내놓는다.
“흐음, 뭐! 아리아가 말 맞다나 그런 것 신경 쓸 필요가 뭐 있어. 말 그대로 재미있
었으면 됐지.”
“맞아.”
“응.”
하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가히 UFO와 버금가는 미스터리 현상에 대해 이들
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민지가 말을 덧붙였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해. 이런 신기한 일도 경험하고 말야.”
16살이면 오래 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린것이 별 이상한 말을 하고 난리다.
정체를 알고 있던 아리아도 사실은 놀라기 마찬가지였다. 대략의 마나와 엄청난 마력
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카이란이 시행했던 마법이 더욱 놀랐다. 아리아는 마법에 대해
그리 아는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시동어, 발동어 그런 원
리를 잘 모르는 상태였다. 굳이 놀란 이유는 이런 거대한 마법을 아리아는 생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놀란 것이다.
새삼스레 아리아는 카이란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런 마법을 쓰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마냥 아침식전에 볼일 보는 것 보다 쉽다는 마냥 늠름한
저 모습… 드래곤이란 이런 굉장한 종족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한번 머릿속에 각인 시
켰다.
“후훗∼ 왠지 성대한 졸업식이 되어버렸네요.”
어느덧 혜미가 해맑은 눈웃음 파워을 지닌 채 카이란 곁에 다가왔다.
“아… 그렇네요.”
다행이었다. 혜미의 표정은 예전 여신 강림 표정으로 완전하게 돌아온 상태라 카이란
은 만족감이 부풀었다. 역시 방금전의 서운했던 표정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지금처럼 웃는 모습이 그녀에게 딱 어울렸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이 였을까요?”
“그, 글쎄요. 저도 잘 알 리가 없잖아요.”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혜미는 맑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후훗! 그런가요? 그래도 백성군이라면 좀 알 줄 알았는데…….”
“선배가 모르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알고 있다면 당연히 선배에게 얘기
를 하겠죠.”
빙긋 웃으며 혜미는 능청 떠는 카이란을 보았다.
“하긴요, 그렇긴 하겠네요. 그나저나 굉장히 예뻤죠? 그 불꽃들이요.”
“네, 예뻤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예전 여름때 한 것보단 못한 불꽃이지 않아요? 전
이상하게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후훗! 그래요? 전 비슷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그 불꽃들의 화려한 움직임에
감탄해버려서 그런 것 느껴지지도 않던데 대단하네요, 백성군.”
“하핫! 원래 제가 한 대단 하는 것 아시면서 뭘 새삼스럽게요. ‘매사에 항상 신중해
서 사물을 살펴라’ 라는 말은 저의 신념 아니겠어요.”
지가 저지른 일이고, 한 두번 본 것도 아니라 당연한건데 저런 Dod뻥‥ 정말로 잘도
깐다.
“후훗! 하긴요, 그런 점이 백성군 답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라스트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해요. 엄청났죠. 그 장면이 아마도 이 이벤트의 메인이었을걸요.”
“그런가요? 저 역시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전 정말 놀랐어요. 얼마나 멋지
던지 입이 벌어졌다니깐요. 무슨 글씨를 쓰기 위해 꽃들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인상
적이었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여기 세계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니까요.”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글자 중 ‘축하해요’ 라는 글자까진 읽었는데…
그 앞에 있는 글자는 못 읽겠더라고요.”
“아∼! 그 글자요? 앞 글자는 당연 당빠로 선배 이름이 들어갔죠. 정확히 해석하자면
‘혜미선배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해요’ 라 썼었어요. 아무래도 졸업이니 그런 말은 기
본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그걸 읽다니 대단한걸요. 그 글자는 에스란 이라는 큰 대륙
에서 만든 글씨예요. 멍청하게 어리석은 과오를 저질러 사라진 나라지만 그나마 그
나라 글자체가 예뻐서 사용한 것이에…… 흡!!”
아차 하면서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쌀처럼 주워담을 수 없었다
. 역시 단순 구조물로 되어 있는 카이란의 두뇌, 이미 그는 혜미의 언변에 넘어가 버
리고 만 것이다.
카이란은 슬금슬금 혜미의 눈치를 살폈다.
“후훗! 왜 입을 막고 그러세요? 뭐 안 좋은 것이라도 드셨어요?”
지금까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혜미는 기분좋은 웃음을 내뱉었다.
“아, 아뇨… 그런 것은 아닌데…….”
말을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다 들통났으니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카이란
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사실대로 말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몰래 설치를 했다고
해도 지금까지 같이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설치 할 수 있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었
다.
“고마워요.”
“…….”
그게 끝? 좀더 다른 말은? 어떻게 한 거예요 라든가 어떤 장치를 사용한 거예요 라든
가 그 불꽃들을 어떻게 움직인 거예요 같은 질문 없이 꼴랑 그것 하나? 어리둥절해진
카이란이었다.
“후훗!”
혜미는 눈치 챘었다. 그런 이상한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이 누군지를…. 그렇지 않다
면 갑자기 그런 현상이 일어난 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 그림은 아무래도
그림이 아닌 무슨 문자같은 느낌이 들었다. 졸업식에서 당연히 축하한다는 말은 기본
일 것 같아서 은근슬쩍 지레짐작으로 말해 본 것이다. 덕분에 그는 넘어가 버렸고,
자신의 입으로 범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그저… 고맙다는 말 정도는 당사자에게 하고 싶은 것 뿐이었다. 그것이 다라서 더 이
상 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어떻게 했는지는 궁금은 했다. 어떻게 그런 단기간에 저런 것을 설치 할 수 있
었고, 어떻게 쩡쩡한 하늘을 어둡게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볼 것은 굉장히 많았다. 평
범한 인간이든 대단한 인간이든 굉장한 인간이든 그런 현상을 본다면 누구나 그런 질
문 사례가 터질 것이니.
하지만 자신에겐 물어볼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설사 그가
인간이 아닌, 마법사라서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겐 상관없었다. 그 불꽃들은 굉
장히 아름다웠고, 예뻤다. 시각적으로도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어떻게 했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녀에겐 누구를 위해 해줬냐가 의미가 컸다.
덕분에 졸업식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도 훗날 졸업식을 기
억한다면 분명…… 분명…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기억이 날 것 같았다.
“그러는 의미에서…….”
혜미는 살짝 얼굴이 붉게 물들어 진 채 수줍게 다음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