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14
“…이것은 축하한다는 저의 보답의 의미예요.”
“네?”
차마 무슨 말인지 반문도 하기 전에 혜미의 행동이 더 빨랐다.
-쪽!-
쪽? 무슨 소린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오직 느껴지는 것이라면 오른쪽 볼에 따뜻한
그녀의 온기와 향긋한 향수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밖에 없었다.
자연적으로 카이란은 오른쪽 볼에 손이 올라간 채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후훗! 이것은 사미에게 비밀이에요.”
부끄러운 듯이 붉게 물들어 버린 그녀는 쫑긋 윙크를 하며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
술을 붙였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의 챕터를 무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월은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세번 가서 어느덧 혜미와 민지의 졸업식이 끝 난지 한 달이 지났다. 정말이
지 흐르는 강물처럼 잘도 잘도 흐른다.
“엑! 모레가 개학이잖아!!”
이른 오후부터 지붕 들썩거리며 괴성을 지르는 한 가정 집안이 있었으니… 검은머리
에 눈매 빼곤 특정한 외모라곤 하나도 없는 인간이 달력을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
다. 그는 다름 아닌, 5마리 성룡한테 다굴 당해 그대로 뒈져버린 뒤 이백성이라는 인
간의 몸에 영혼만 들어온 카이란이었다.
“어이구…! 내 그럴 줄 알았어. 하여튼 바보 오빠 알아줘야 한다니까.”
흥 하면서 팔짱을 낀 채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16세… 아니, 17세가 된
소녀. 무릎까지 오는 귀여운 나팔 치마가 외모에 걸맞게 참 잘 어울린 소녀, 카이란
의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민지였다.
“어째서 이럴수가… 그저 만날 만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가끔 아침 산책 운동하
고, PS2같은 게임이나 하고, 몸풀기 운동에 똘마니들 봐주고, 가볍게 저녁을 먹고,
산책에 수면밖에 안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젠장! 역시 이런 하루 일과는 쓰레기
야!! 충실하게 보내지 않으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
그 정도면 꽤 충실한 하루를 보낸 것 아닌가…? 라고 민지는 생각했다. 꼭 예전 TV에
나왔던 플레이 모빌 CM선전을 듣는 것 같았다.
“으으… 모레부터 그 지겨운 학교라는 곳에 가야 하는 건가?”
“왜? 뭐가 어때서, 난 그다지 지겹지 않은데. 오히려 새학년, 새학기 올라가니 두근
두근 거리기까지 하는 걸 뭐. 하여튼 사상이 불순하니 학교라는 것이 지겹다고 말하
지.”
은근슬쩍 비꼬는 듯한 말투에 카이란은 쌜쭉한 눈으로 민지를 바라보았다.
“메야? 감히 이 오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냐? 후후훗…!”
의기양양하게 카이란은 코웃음으로 비웃는다.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후후후후훗! 오늘 그러지 않아도 너의 숙제나 도와주려고 했더니… 너의 그 말 때문
에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그런 것이쥐.”
오늘의 일과는 언제나 사랑스럽게만 보였던 녀석이 오늘따라 얄밉게만 보이고 있는
민지의 숙제를 도와주려는 계획을 잡아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렇게 시
비를 거니 카이란은 숙제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 것이다. 분명, 이 녀석
의 평소대로 패턴이라면 방학 끝나기 하루나 이틀 전날에 이나즈마(いなずま-번개-) 숙
제 치기가 시작된다.
“훗!”
“메냐? 그 비릿한 코웃음은? 설마 숙제를 다했다는 의미냐?”
콧방귀를 흥 끼며 가슴까지 탕탕치면서 호탕하게 내뱉는다.
“당연하지! 난 이제부터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간다고! 그러니 중학교 숙제가 있을
리가 전무하잖아!”
민지는 이제부터 중학생이 아니다. 고등학생으로 레벨 업이 된 것이다! 선생도 지금
까지의 중학교 선생이 아닌, 모두 새로운 선생이다. 그러니 학교에서 방학숙제를 내
줄 리가 만무했다.
“그렇군. 그래? 이런….”
한방 먹었다는 듯이 카이란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민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다.
“으그! 지금 오빤 내일 내 입학식이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겠군.”
“입학식?”
“응! 내 입학식! 오빠는 그것도 잊은 상태였지!?”
카이란은 오르쪽 볼을 긁적였다. 그 행동의 의미는 아마도 모르고 있었다 라고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으그!”
그 모습에 민지는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어쟀든, 그것은 그거고… 으으… 그렇다면 괜히 빨리 일어났네… 으∼읏샤!”
기지개를 크게 키며 카이란은 어슬렁어슬렁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디가는 거야?”
그것을 본 민지가 카이란의 등을 보며 물어본다.
“어디긴 어디겠냐? 당연히 내 방이지.”
“방은 또 왜?”
“괜히 아침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지. 다시 잠 보충하러 가는 것 당연한 것 아니겠어?
모레부터 그 지겨운 학교에 가는데 오늘 푹 자둬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것 아냐.”
오늘 일과의 계획은 민지 숙제나 봐주는 것. 일부러 그것을 위해 그 잠 많은 카이란
이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인데, 숙제가 하나도 없다고 하니 도로 아미타불이다. 마침
모레부터 학교 가는 날이니 잠을 푹 자두는 것이 오늘로써 마지막이라 일과를 다음날
아침까지 수면을 취할 것으로 변경한 상태였다.
“잠깐!”
갑자기 카이란의 허리를 버럭 붙잡고 소리쳤다.
“뭐, 뭐야?”
“뭐긴 뭐야!? 감히 어딜 또 자려고 해!? 그러지 않아도 오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
려는 것 아냐?”
“누, 누가 너 같은 발육부진 꼬맹이와 같이 지내려고 하겠냐?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우쒸! 발육부진이라니!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다니! 잠자는 사자의 X
X털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과연 XX털이 뭘지 각자 상상에 잠기도록 하자. 그런 말을 들었는데도 그녀답지 않게
큰 한숨을 내쉬며 주체성 인내심을 길렀다.
“후∼ 그래도 마음씨 좋은 내가 참지. 어쨌든, 오늘 오빠의 일과는 나의 숙제를 봐주
는 거였잖아. 그렇다는 것은 즉 오늘 나와 하루종일 같이 있을 거라는 의미니까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잖아.”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이라 카이란은 반박할 구실이 없었다.
“그러니까, 오늘 나를 위해 투자를 하란 말씀.”
“윽….”
카이란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찌보면 민지 말이 맞았기 때문에 변명할 여지가 없
던 것이었다.
“마침 내일은 입학식에다가 모레부터 개학이고 해서,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려고 쇼핑
이나 하려고 해서 누구를 데려갈까 생각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그게 딱 내가 걸렸다는 것이겠군.”
지금까지 몰랐는데 민지는 집에서만 입는 간편한 옷이 아닌, 예쁘게 차려입은 외출복
이었다. 딱만 봐도 어디를 나간다고 써 있는 상태였다. 이것을 미리 봤었다면 아마
숙제를 봐주겠다는 말을 안 했을 텐데… 카이란은 안타까운 탄성을 속으로 내질렀다.
“응! 그렇지. 딱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 수 있지. 히힛.”
민지는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귀엽게 웃어보였다.
아아∼ 귀찮 귀찮… 젠장 젠장! 영락없이 따라 가야 하는 것인가? 카이란은 가기 싫
다는 표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었지만 당사자 민지는 방긋 방긋 웃는 채로 가만히
그 표정을 무시하고 있었다.
뭐, 쇼핑정도 쯤이야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카이란은 민지
쇼핑을 도와주는 것 만큼은 돈을 준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을 정도였다. 카이란이 이
곳에 온지는 어언 1년이 다되어 간다.(10권째인데 겨우 1년… 연재 시작한지 어느덧
2년하고도 반년… 뭔가가…… 클럭!) 그 1년 사이에 민지와 쇼핑 가는 간 적이 없었
을까? 물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민지와 쇼핑을 하면 카이란의 오늘 일과는 그걸로 끝이다. 대부분 아이쇼핑을 하러
그렇게 많이 돌아다닌다. 대충 1시간을 돌아다녔다면 아마 5분정도만 쉬고 남은 시간
은 모두 걷는다. 그냥 대충 사면 될 것 같다가 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었다. 또한 마냥 보는 것만도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덕분에 다리는 다리대로 아프고, 마음은 마음대로 피곤해서 아프다. 그래서 가능한
민지와 쇼핑만큼은 절대로 같이 가고 싶지 않은 카이란이었으나, 오늘 된통 잘못 걸
린 날이었다.
“자자! 그럼 출발하자고!”
활짝 웃으면서 민지는 얼른 가자는 행동으로 손가락을 하늘로 방향을 가리켰다.
“…….”
“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민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바보냐? 너 지금 오빠의 모습이 뭘로 보이고 있는 거야?”
“흐음… 멋진 잠옷이네.”
카이란은 지금까지 씻지도 않았고, 옷도 갈아입지도 않았고, 밥도 먹지도 않았다. 지
금 시간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태지만 이제 카이란은 침대에서 일어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의 모습은 당연히 외출복이 아닌, 잠옷상태였다. 심지어 외출
할 준비조차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이 모습으로 가길 어디를 간다는 거야?
“알면 됐어.”
알면 됐으니 카이란은 이제 씻으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러는 순간
민지가 의아한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가는 거야?”
“어디 가긴 어디 가겠냐? 당연히 옷 갈아입으러 가는 거잖아.”
샤워야 어제 저녁에 하고 잤으니 대충 얼굴은 씻으면 된다.
“왜? 그 패션으로 가도 될 것 같은데.”
“…농담도 정도 것 해라.”
민지는 검지손가락으로 설레설레 저으며
“그래서 오빤 아직도 멀었다는 거야. 패션은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거라고.
오빠의 잠옷 패션 이슈가 되어서 뜰지 누가 알아? 그러니 그러는 채로 가는 것도 괜
찮을 듯 싶어.”
“…….”
분명 민지 말대로 뜨긴 뜰거다. 다만 문제는 패션 이슈로 뜨는 것이 아닌, 이상한 녀
석이라고 생각하는 시선의 이슈로 뜰 것이다. 그리고 조금 후에 하얀차가 와서 하얀
병원에 데려가겠지.
“내 패션은 따라가는 거야.”
더 말하기 전에 카이란은 재빨리 욕실로 향했다.
뽀대나는 옷을 입고 모든 채비를 갖춘 카이란은 민지와 함께 도시 중심가를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넌 그 옷으로 괜찮겠냐?”
“응? 뭐가? 내 옷이 어때서?”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무릎까지 오는 나팔치마에 하얀 색의 뽕송뽀송 털이 있
는 폴라티를 입고 있었다. 겉옷은 아이보리색 파카 잠바를 입고 있었지만 무릎까지
오는 치마 때문인지 상당히 춥게만 보였다. 아직은 3월 초다. 3월초면 아직 상당히
추울 때라 옷을 두텁게 입고가야 할 시기다.
“치마가 너무 짧지 않아?”
정작 카이란은 이상한 것을 물어본다.
“별로… 그다지 짧지 않아. 그리고 이 정도면 평균적인거야.”
자신의 치마를 내려보며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번뜩 다른 것이 스쳤으니… 민지의
눈은 갑자기 음흉한 눈초리로 변모되며 바라본다.
“오빠 저질이야. 어떻게 동생의 그런 곳을 보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켁! 어째서!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지!? 카이란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무, 무슨 소리야! 그냥 단순히 추울 것 같아서 물어본 것 뿐이야!”
“난 또,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물어보면 될 것 같다가… 괜히 사람 헷갈리게 하
고 있어. 괜찮아, 괜찮아. 별로 춥지 않아. 스타킹 신은 상태니 문제없어.”
민지는 자신이 신고 있는 아이보리색 스타킹을 살짝 늘어뜨리며 보여주었다.
“저런 얇은 것으로 되?”
딱 봐도 종이 한겹 정도 밖에 안되었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하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
일 수 밖에 없었다.
“응! 안 추워. 보기엔 춥게 보이지만 상당히 따뜻해.”
“그래?”
“응.”
그다지 따뜻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강이에 있는 저 늘어뜨린 양말 같은 것은 뭐야? 그런 것을 신고 다니다
니… 아직 애구나 애. 나중에 집에 가면 그런 것은 버려.”
민지의 양쪽 발 정강이에는 긴 양말이 늘어나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기 흉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봐도 못쓰는 양말 같았다.
“쯧쯧… 이래서 구세대란 어쩔 수 없다니깐. 이건 양말이 아냐. 루즈삭스라는 것인데
멋으로 신고 다니는 거지, 늘어난 양말이 아니라고. 아직 한국에는 뜨지 않았지만 일
본의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대부분은 이런 걸 신고 다닌다고. 하
여튼 오빤 패션을 몰라요, 패션을….”
“그게 패션이냐? 내 눈엔 그저 양말이 늘어나져 있는 걸로 보인다.”
“으이구…! 오빠가 이렇게 늙다리였을 줄이야. 차라리 광고를 하지, 광고를. 훠이 훠
이∼ 노인네는 저리 가쇼.”
저리 가라는 식으로 민지가 손짓을 한다.
“윽! 오빠 아직 안 늙었다. 늙다리 취급 마라.”
원래 사실상 세계 최고의 늙다리가 카이란이다. 3600살이나 먹었으니 늙다리가 아니
고서야 뭐겠는가?
“전혀, 나에겐 오빠가 지금 늙다리로 밖에 안보여.”
“그래? 그럼 이 늙다리 오빠 오늘 너 따라 안가도 되겠구나. 민지 체면도 있고, 이런
늙다리가 따라가면 이런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레벨이 맞지 않아 재미없을 것이잖아.
그러니 안가도 되는 거지? 그럼 나중에 집에서 보자고.”
빠이빠이 하는 손짓을 하며 카이란은 그녀와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잠깐 오빠!”
농담이 아닌 진짜로 집에 가려고 하는 카이란의 모습에 깜짝 놀라 민지는 버럭 팔을
잡았다. 당연히 그녀가 자신을 잡을 거라는 것을 안 카이란은 씰룩 입가에 비릿한 웃
음기가 감돌았다.
“왜? 뭐 때문에 나를 붙잡은 것이지? 이런 늙다리 오빠 필요 없잖아. 난 너를 위해
그런 것 뿐인데… 왜 그러는 거야?”
비릿한 웃음기가 거슬렸는지 하나 남은 자존심이 그녀의 심기를 자극시켰다.
“물론 그렇지…!! 그래도 쇼핑이란 혼자 가는 것보단 둘이 가는 것이 좋잖아.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빠를 데려 가는 것 뿐이야. 그 이상 그 이하는 없어!”
“…내가 지푸라기냐?”
오히려 지푸라기 취급하니 더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당연하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망각한 채 민지는 다부지게 큰소리로 대답한다.
“…….”
그 뒤 말 없이 카이란을 그녀의 손을 정중하게 내려놓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유유히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실수야!!”
마치 떠나가는 낭군님을 붙잡으려는 장면을 연상케 느닷없이 석양 배경이 쫙 깔리며
유유히 멀어져만 가는 카이란을 향해 민지는 달렸다.
그 후… 카이란의 기분을 풀게 하기 위해 오만아부를 떨었다는 전설.
이야기야 어찌됐던 그들은 도시 중심가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인간들
이 한눈에 훤히 보였다.
카이란과 민지는 버스에 내려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선 간 곳은 거리 쇼핑이었다
. 쇼핑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단순히 구경하는 것이 다였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
쇼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인파들… 많은 인간들… 정말이지 북적북적 했다. 다들 모레가 개학식에 새학기
시작이라서 그런지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려는지 50%가 학생들이었다.
처음 카이란은 민지와 이곳에 왔을 때가 기억났다. 아마도 그때가 아리아를 처음 봤
을 때였을 거다. 예전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무척 놀라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가
지각색의 인간들… 파란 머리, 노랑머리, 귀에 이상한 것을 다니는 놈, 코에 이상한
것을 걸고 다니는 놈, 심지어 배꼽까지 이상한 것을 걸고 다니는 놈도 봤었다. 무엇
보다 여자들이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는 다는 것이 가장 이상했다. 자신의 세계에선
여성들이 바지 입는 것은 가히 드물다. 아니, 입긴 입더라도 바지밖에 긴 스커트를
입는 것이 풍속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카이란의 세계에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패션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이곳에
오면 낯선 이질감이 난다. 처음엔 신선했었다. 하지만 처음일뿐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익숙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괴리감이 생겨 버렸다. 또한 이곳은 옷 입는 패션이
나날로 바뀐다. 어쩌다간 한달만에 유행이 바뀌기도 했다. 그럴수록 카이란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고, 더더욱 이곳에 발을 딛기 싫었다.
마치… 아직까지 시대의 흐름을 정착하지 못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