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15
어쩌면 자신은 이곳에 오기 싫어서 민지와 오기 싫었는지도 몰랐다. 힘든 것이야 마
법을 이용하면 그만인데 다리가 아파서 힘들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적응
은 해야만 했다. 어떻게 자신의 세계에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적응을 못하면 이 시계
에 사는 것이 힘들지도 모를 테니까.
사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별로 없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많은 것
은 아니었지만 쓸데없이 과소비는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꼭 필요 할 것 같은 것만
콕콕 찍어서 사지 절대로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않는다. 가끔 충동구매가 있긴 있지
만 가끔일뿐이지 자주는 아니다.
“와아! 이거 예쁘다!”
순금은 보석방 쇼윈도에 보이고 있는 예쁜 무늬가 있는 목걸이를 보며 민지는 감탄을
내질렀다. 딱 봐도 고가품 목걸이라는 것을 광고하고 있었다.
“오빠 이거 너무너무 예뻐.”
민지의 눈은 마치 1000캐러(Carat) 보석을 단 것 같이 눈이 반짝 반짝거리고 있었다.
“…….”
정작 카이란은 그 말을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눈의 의미를…. 그녀는 지금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이
거 가지고 싶어!’ 라고 필살 메카라 빔을 쏘고 있는 중이었다.
쓸데없는 과소비는 없지만 정작 문제는 사달라고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랄까. 어쩌면
이것은 과소비보다 더 심한 것일 수도 있다.
“오빠 이것 보라니깐. 정말 예쁘지 않아? 이거 정말 예쁘게만 보여.”
“…… 지금 이럴 시간이 어딧냐?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곳으로….”
최선의 방법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 그것만이 민지 필살 사줘 어택을 피할 수 있
다.
“정말 치사하네! 귀여운 동생이 예쁘다고 하면 사줘야 하는 것이 정상 아냐!? 오빠로
써 자각이 부족해!”
치사하게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는 카이란을 향해 민지는 불만이 많은 자세로 두 손
을 허리에 댄 채 버럭 큰소리 친다. 카이란은 눈이 도끼눈으로 바뀌며 빤히 그녀를
응시했다.
“뭐야 그 불만 어린 눈은?”
“너 말야… 좀 너무 한 것 아냐?”
“뭐가!?”
“세상 다 뒤져봐라 저런 고가품 목걸이 사주는 오빠가 있는지…. 돈이 한 두푼 하는
것이면 말을 안 해요.”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딱 봐도 저 목걸이는 60만원 이상 정도 하는 목걸이다. 학
생에게 있어서 60만원은 아르바이트 한달 월급정도다. 누가 한달치 월급을 동생에게
사용할까? 물론 근친상관을 연상케 애남매(愛男妹)처럼 동생을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쭈∼우! 아끼면 그 정도 돈은 아깝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손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것이다.
“오빤 돈 많잖아! 그러니 이 귀여운 동생을 위해서 사줘도 괜찮잖아. 그리고 내일 입
학인데 치사하게 입학 선물도 안 사줄 생각이야!!?”
이제는 내일을 거론하며 바락 큰소리친다. 사실 저런 것 100개 사줄 수 있을 만큼 돈
은 넉넉하게 있지만 드래곤 특유의 좀생이 성격 때문인지 스스로 내키기 전까진 돈을
쓴다는 것이 싫었다.
“귀여운 것 다 얼어죽었네! 지난번에 그 목걸이도 얼마짜린데 또 사달라고 하는 거야
? 그거 사준지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추가로 그것 때문에 된통 사미와 아리아에게 한동안 시달린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
하면 여전히 오한이 저릴 정도로 끔찍했다.
“그래도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사줘!! 이거 정말 귀엽단 말야!!”
이제는 막 달라붙어서 조르기 시작한다.
“윽! 야야! 떨어져 떨어져!!”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떼어버리려고 했지만 정말 소녀 스파이더맨이 따로 없을 정
도로 철거머니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사줘 사줘 사줘!! 사줄 때까지 절대로 안 떨어 질 꺼야!!! 얼른 사줘 사줘 사줘 사
줘 사줘 사줘!!”
“이게 떨어…… 컥!!!”
발바둥 치면서 떼려고 했지만 느닷없이 민지가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그 갸느린 팔
로 목을 조르니 장난 아니었다.
“사줘 사줘 사줘!!!”
“컥컥!! 오‥빠를 주… 죽일…!!!”
컥! 점점 공기가 모자란다. 허파는 신선한 공기를 원한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지만 정
작 민지의 팔 힘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런 소란이 있으니 당연히 그들 주위에는 인간들이 몰려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며 재
미있어 했지만 당하고 있는 당사자 카이란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는 것을 인간
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후훗! 고마워!! 오빠 너무 좋아!!”
“…….”
결국 카이란은 졌다. 아니, 이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만약 끝가지 안사줬다
면 분명 카이란은 이 세상 드래곤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어찌하여 이렇게
됐는지 어딘가에서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왜 자신은 오기 싫은 이곳에 억지로 끌
려와서 이곳에서 비싼 목걸이를 사줬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저 단순히
민지의 숙제만 봐주려고 했는데 어찌하여 계획이 이렇게 틀어졌는지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후훗!!”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지는 그저 예쁜 목걸이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
히 기뻐하고 있었다. 저렇게 기뻐하니 그나마 카이란은 억울한 기분이 서서히 가라앉
고 있었다.
“응?”
왠지 반짝반짝 거리는 것이 시야에 강하게 들어왔다. 마치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카이란의 시선은 자연적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목걸이가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4개의 목걸이가 말이다. 모두 가지가
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목걸이 무늬도 예뻤지만 그중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은 목걸이 중앙 부분에 루비가 박혀있었다. 모두 같은 색이 아닌 엷은 파랑, 보라,
붉은색, 노랑 이렇게 놓여져 있었다.
‘걔네들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목걸이를 보는 순간 카이란의 뇌리에 스치는 인간들은 사미, 아리아, 혜미였다.
그녀들이 차면 상당히 어울릴 것 같았다.
“이 목걸이 보시는 건가요?”
언제 다가왔는지 카이란 옆에 점원이 서 있었다.
“응, 이거 볼 수 있을까?”
“네, 물론입니다.”
반말 찍이지만 점원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열대 창을 열어서 그 4쌍의 목
걸이 중 하나만 카이란에게 보여주었다.
“상당히 예쁜 목걸이죠. 여성들의 우정 때문인지 여성들 사이에 요즘 꽤 잘 나가는
인기 품목이에요.”
확실히 이 목걸이는 남자가 차기엔 무리인 목거리다. 남녀 쌍쌍용도 아닌, 완벽한 여
성용이라 연인들이 사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흠… 이거 얼마지?”
“와! 이것 사게? 돈 많네!”
자기 기쁨에 탈피한 민지가 슬금슬금 카이란 곁에 다가와서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너만 사주면 그때 그 일이 반영될 것 아니냐? 그러니 공평하게 사줘야 하
지 않겠냐?”
다시 그런 경험은 겪고 싶지 않았기에 미리미리 방치하는 작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목걸이가 그녀들에게 잘 어울릴 거란 것을 생각하니 절로 사주고 싶은 마음이 치
솟았다.
“헤에….”
“이거 얼마야?”
다시 한번 카이란은 점원을 향해 목걸이의 가격을 물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것은 예약된 상태라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 하나만
사기도 힘들고요. 최소한 1쌍은 사여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모두 예약된 상태라… 정
말 죄송합니다. 또한…….”
점원은 카이란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학생의 신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가 고른 목걸이는 상당히 고가였다. 방금 여동생을 위해 비싼 목걸이를 사주
는 광경을 보았지만 이것은 그것보다 더 비싼 목걸이에 속했다. 학생의 신분으론 도
저히 힘들 수 밖에 없는 고가품이었다.
“…아, 아닙니다. 어쨌든, 예약이 되어 있어서 힘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만약 그 말을 했었다면 기분이 엄청 불쾌할 것이란 것을 느꼈기 때문에 실례가 될 것
같아 굳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언제쯤에 살 수 있는 거지?”
“아무래도 다음달 중순쯤에야 물건이 옵니다.”
다음달 중순… 으으! 무척 싫었다. 이곳에 다시 온다는 생각을 하니 생각보단 몸이
먼저 싫다고 부르르 떨렸다. 꼭 살 수 있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을 강행했다.
“그 날 오기 귀찮아. 그러니 그 목걸이 두배값으로 낼 테니 그냥 줘.”
“네?”
점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두배값이라니!? 설마 잘 못들은 것은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확인 사살을 하듯 카이란은 다시 말했다.
“두배값이면 충분하겠지? 그러니 그 예약자에게는 당신이 알아서 말해. 나는 이곳에
다시 오기 싫으니까 말야.”
“와!”
돈 많아서 감탄을 내지른 민지였지만….
“싸가지 만땅이다.”
…알고 보니 말하는 투에 감탄을 내지른 것이다.
“어떻게 할거야? 줄거야 말거야? 안 줄거면 그냥 가고.”
멍하니 있는 점원을 향해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
“‥아…! 네… 네….”
워낙에 황당한 말인지라 허둥지둥 점원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제정
신으로 돌아오며 다시금 카이란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시는데 안 드릴 수가 없군요. 계산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지?”
아무래도 세상살이 법칙은 돈 다음에 순서다. 예약 손님이야 이리 핑계 저리 핑계 대
면서 대충 넘어 갈 수 있는 상황에 공돈을 준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마다하
는 인간은 분명 지금까지 살면서 거짓말 한번도 안 해본 인간일 것이다.
점원의 말을 듣고 카이란은 잠바 안주머니에서 돈이 가득히 있다는 것을 광고하고 있
는 두둑한 지갑을 꺼냈다. 그중 카이란은 네모난 골드 카드를 끄집어냈다.
“이걸로 계산 해줘.”
두둑한 지갑만 봐도 카이란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이란
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지갑 안에 돈이 많다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
기 때문이다. 민지에게 사준 목걸이는 현찰로 사준 것이다. 그런데도 지갑이 여전히
두둑한 것을 본다면 그가 얼마나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지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런 이상함도 못 느낀 채 점원은 카이란이 내민 카드를 받고 계산대로 향했다. 여
기서 카이란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나이야 어쨌든 현재 외모는 기껏 많아봐야 대학
교 1년 정도지 그 이상이라고 바라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점원은 카이란이 내민 카
드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카드를 들고 유유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신용카드는 대
학생이 돼서도 만들 수가 없다. 고등학생이 일반 카드도 아닌 골드 카드라고 한다면
한번쯤 의심을 하기 마련인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계산을 하는 저 모습을 보면 아
무래도 아까의 충격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훔친카드는 당연히 아니다. 카이란네는 부유층이다. 저런 카드쯤은 누워서
발 닦을 만큼 쉽게 카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집안이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성격을 봐선 절대로 자식들에게 그런 카드는 만들어 주지 않는다. 물론, 카
이란과 민지의 성격을 봐선 헤프게 쓸 성격은 아니지만 만일이라는 것도 있고, 무엇
보다 버릇이 나빠질 까봐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카드의 주인은 과연 누구란 말인
가? 여기서 간과해서 안될 것은 바로 사미네 집안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내민 카드를 받아서 계산을 끝낸 점원은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손님을 배웅했다. 카
이란은 가게에 나왔고, 다시 민지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 반을 웃돌고 있었다. 겨우 5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허무한
하루를 보냈다고 할 정도로 날은 거의 저물어져버렸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번화가답게 점점 인간들은 북적북적 늘어났고, 이제는 조금씩 걷
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들이 좀 없는 벤치로 자리를 옮겨
서 좀 쉬기 시작했다.
“후와! 좀 피곤하다.”
4-5시간을 계속 돌아다닌 덕분에 다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사고 싶었
던 것을 참아서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산 기쁨이 더 컸기에 그런 고통은
잘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그렇게 많이 산 거야?”
민지의 손에는 몇 개의 2-3개 정도의 자그마한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별로 산 것이
없네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카이란을 본다면 5-6개 정도의 쇼핑백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민지가 산 것이다.
“글세…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전부터 사고 싶었던 것이 좀 많았거든. 그리
고 슬슬 봄옷도 사 둬야 할 것 같아서 좀 쓴 것 뿐이야.”
“그래?”
고개를 끄덕 하고 카이란은 자신이 들고 있는 쇼핑백을 벤치 위에 올려놓았다.
“잠깐, 기다려봐 음료수 사가지고 올게.”
“응!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카이란은 근처 마트에 가서 음료수를 사서 다시 민지에게 돌아왔다.
“여기….”
두 개의 음료수를 사온 그는 한 개는 민지에게 건네줬다.
-따악!-
뚜껑을 따고 음료수를 마시자 컬컬했던 목줄기가 시원 상쾌함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
다.
“하∼! 시원하다.”
피곤함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까?”
살 것도 다 산 것 같기도 하니 민지는 카이란에게 뭘 할지 물어봤다. 음료수 한 모금
을 마시고 카이란은 대답했다.
“나에게 물어보면 어떡해? 그것은 네가 결정해야지 내가 결정하냐?”
오늘 여기로 온 이유는 민지 때문이지 절대로 자신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결정
권은 민지에게 있었다.
“헤헷! 그런가?”
민지는 쌜쭉한 웃음기를 흘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여기서 조금만 쉬고 집에 가자. 어차피 살 것 다 샀으니까 말야.”
“그렇게 해도 돼?”
날은 이미 저물었지만 시간으로 따지자면 아직 넉넉한 편이다. 그러니 좀 이른 시간
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어서 카이란은 그렇게 물은 것이다.
“응! 괜찮아. 중요한 것은 이미 다 샀으니까. 그리고 내일을 위해 슬슬 정리나 준비
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빨리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야. 그리고 또….”
“또?”
민지는 부드러운 미소가 곁들인 엷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빤 사람 많은 것 싫어하잖아.”
“…….”
그 말이 참 부드럽게 안 들릴 수가 없었다. 민지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오빠가 사람
많은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어째서 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것은 각 개인
의 차이라는 생각 때문에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자신 때문에 온 것도 있고, 무엇보
다 선물도 받았으니 오빠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이곳에 머물기가 힘들어 민지는 일부
러 사람이 많아질 시간대에 집으로 돌아가자고 배려한 것이다.
“히힛!”
민지는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카이란은 절로 미소가
그려지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짜식… 별 이상한 걱정을 하고 그래.”
쓰다듬어주는 카이란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민지는 가느다란 미소가 입가에 감돌았다
.
“아무래도 오빠 동생이니까.”
민지는 짤막하게 그렇게 말했다.
어느덧 시간은 20분 정도가 흘렀다. 날은 이제 완전히 저물어져 버렸다. 이렇게 날이
빨리 저물어 지니 아직은 겨울이라는 것이 실감났지만 지난달 1-2월 달의 비해 조금
씩 낮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봄의 내음이 풍기고 있다는 증거이기
도 했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가냘프게 들리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 뭔가 다부진 목소리라 카이란의 귓가를 간질였
는지 자연적으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