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16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난 상관없어. 너 좋을 대로 해.”
대략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목까지 오는 단발머리 여성이 옆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기댄 채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여서 다른
인간들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카이란에겐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나? 괜찮아 괜찮아. 뭘 새삼스레 그런 것을 걱정하고 그러는 거야? 어차피 나도 슬
슬 한계였으니까. 그런 것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러는 너야말로 어떤거야? 혹시 지금
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재미있다는 듯이 여성은 킥킥 웃었다.
“그럼 지금까지 찍은 사진 같은 것은 어떻게 할까? 다음에 만나서 줘? 아니면 내가
버려? 응? 알았어, 내가 마음대로 할게. 그런데 말야….”
여자는 지난날을 상기하는 표정을 살짝 그렸고, 다시금 킥킥거리며 말했다.
“킥킥… 그런데 나 너 정말 좋아한 것 알아? 그런데 이렇게 끝나니까 우습다 야. 그
러니 지금 니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한테나 얼른 가라고. 하지만 나하고 사귄지 몇
개월 됐다고 벌써 다른 여자나 만난건지… 하여튼 너란 녀석은….”
아무래도 대화 내용상을 보면 지금 통화하고 있는 남자하고 사귀었는데 다른 여자라
도 생겼는지 먼저 남자가 헤어지자는 제의를 한 것 같았다.
“여기서 이렇게 나하고 통화할 시간이 어딧어? 얼른 가서 그 여자한테나 가봐. 채여
서 나한테 올 생각이나 하지 말라고. 킥킥! 알았다. 끊는다.”
마지막까지 킥킥거리며 여자는 빙긋 웃음을 머금은 채 전화를 끊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가볍게 그런 식으로 그들은 헤어짐을 가진 커플들이었다.
“…….”
카이란은 어떻게 저런 식으로 쉽게 헤어질 수 있는지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역시 인
간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아니, 인간은 끈기라는 것을 모르는 동물이라고 해야 하
나? 왜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고, 왜 아무런 것을 느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좋
아한다는 감정이나 사랑이라는 감정 같은 것은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잘 모른
다.
드래곤도 남말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동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드래곤은 한번 시작한
것은 쉽게 저버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거나 쉽게 질려 버린다.
어째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카이란은 인간들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민지의 같은
경우도 예전에 판즈의 보디가드 일해서 받은 돈으로 목걸이를 사줬었는데, 몇 개월
되지 않아 금방 질려버렸다. 아마도 오늘 사준 목걸이도 분명 몇 개월 가지 않고 금
방 질릴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인간들은 대부분 이렇다. 옷도 금방 금방 질렸다는 채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도 태반
이고, 핸드폰 같은 것도 금방 금방 바꾸어 버리는 것이 태반이다. 어째서 그렇게 되
어 버리는 것일까? 그만큼 인간들에겐 끈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단 한가지만이라도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일까?
역시 인간에겐 기적을 바랄 수 있을 정도로 끈기가 없고, 금방 시들시들 해져 버린다
. 카이란은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단발머리 여성이 서 있던 자리를 계속 보고 있었던 카이란을
향해 민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며 귀여운 민지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지.”
“응!”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 8시 10분….
민지는 아침 일찍 얼어나 학교로 향했다. 민지의 입학식인 것이다. 물론, 부모님과
카이란도 같이 향했다.
대부분 입학하는 아이들중 50%이상은 이곳 중학생 출신이었다. 나머지가 타학교에서
온 학생들인 것이다. 졸업식은 성대할 것도 없이 굉장히 싱거웠다. 오히려 졸업식의
반 만도 못할 정도로 하객들은 별로 없었고, 오늘날의 위해 거리에서 꽃파는 장사꾼
들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시작은 단출하게 끝은 성대하게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시간 후 아리아와 하나도 민지의 입학 축하를 해 주러 왔었다. 이곳 같은 학생이
니 그녀들이 민지의 입학식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중 혜미와 사미가 빠진 것이 아쉽
지만 아무래도 그녀 나름대로 대학교에서의 입학식이 있으니 여기에 올 수가 없었나
보다. 어쨌든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그 날 하루는 평범하게 보냈다고 할 정도로 그저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또 다음날 아침… 8시10분….
새로운 기분을 맞이할 때가 왔다. 그들은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펄쩍! 머리가 하늘
까지 닿겠네…… 라는 예전 CM광고를 들으며 그들은 학교 갈 채비를 하기 위해 바쁘
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학기 새로운 시작, 그리고 새로운 해.
“헤헷! 나 어때?”
샤라방방∼ 민지는 빙그르 한 바퀴 돌며 부모님과 카이란에게 보였다. 부모님은 밝게
웃더니 각자 한마디식 내뱉었다.
“잘 어울리네.”
“응! 역시나 내 딸!”
다름 아닌 민지는 이제부터 중학생을 탈피해서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는 순간이다. 그
러니 교복은 지금까지 중학생 복이 아닌 고등학생 복으로 바꿔 입은 상태였고, 그것
은 부모님과 카이란에게 선보인 것이다. 정말이지 고등학생 복을 입은 민지의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옷이 날개라더…….”
카이란은 카이란 나름대로 감상을 내뱉었으나…….
-퍽!!-
댓가는 무서운 민지의 어퍼컷을 선물로 받았다.
“오빤 동생에게 그렇게 밖에 말못하겠어!? 하여튼 오빤 그래서 안 돼!”
흥 콧방귀를 뀌며 민지는 다시금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모든 준비를 맞치며 그들은 학교 갈 채비를 끝냈다. 신발은 신고, 그들은 보무님에게
갔다 오겠다는 말을 건네놓고 현관문을 나섰다.
“빨리 빨리!”
카이란만 새로 빤 가방을 매고, 새로 빤 교복을 입은 채 새삼스레 신선하게 느껴지는
보슬보슬한 아침 이슬을 맡으며 학교로 향했다.
두근두근! 새 학년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린다는 또 다른 의미…
과연 어떤 인간들이 있을지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 거렸다. 특히나 민지는 고등학생으
로 올라가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럼, 오빠 나중에 봐.”
“그래, 왕따 시키려는 애들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쉽게 오빠가 평화롭게 해결해 줄
테니까 말야.”
과연 그 평화로움이 어떨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핏! 염려마. 이래봬도 한 왈가닥 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고,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 붙들어 매셔. 그리고 오빠가 말하는
평화롭게 라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내 힘으로 해결하고 싶기도 하고말
야.”
물론 그녀 성격으로 봐서 그럴 일은 거의 전무했다. 설사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더라
도 그것은 자신 스스로의 싸움이자 자신 스스로가 해결 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
어서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려서 해결하는 것은 싫었다.
“그래? 알았다.”
카이란도 피식 웃으며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응! 오빠도 나중에 봐!”
그렇게 헤어짐을 가진 뒤, 민지는 1층, 카이란은 3층으로 올라가 배치된 각 반 교실
로 향했다.
“3학년 14반이라…….”
자신의 반을 읊으며 카이란은 각 반 교실 푯말을 보며 걸었다. 6반‥ 7반‥ 8반‥ 자
신의 반이 나올 때까지 계속 걸었고, 이윽고 반 푯말이 시야에 들어왔다.
“얼라려? 맨 끝반이네?”
다름 아닌, 자신의 반 뒤로는 아무 반도 없었다. 14반… 맨 끝 반이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만화나 영화에서 보면 언제나 끝 반이면 불량학생들만 모아둔 문제아들의
모임이라고 하던데… 꼭 그렇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닷데! 하지만 자신의 성적을 보
나 용모(?)를 보나 행실(?)을 보나 심지어 신체 중 중요한 곳(뭘까?)을 보나 어딜 보
나 카이란은 전혀 꿀릴 것이 없으니 가벼운 손놀림으로 교실 문을 열었다. 설마 그런
곳이 있을라나! 하하하하하핫!
-드르륵!!-
“응?”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뿌연 연기 구름이었다. 하지만 구름치곤 상당히 냄새가
독했고, 숨이 탁하고 막힐 정도였다. 이것의 정체는 담배연기였던 것이다.
교실 안은 가관이었다. 어지럽혀져 있는 교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수많은 담배꽁초
에 더러운 가래 덩어리와 침들…, 교실에서 이런 광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탓인지 카이란은 그만 어리둥절 방심을 낳아버렸다.
-퍼어억!!-
날아오는 어느 하얀 물체…… 코가 썩을 정도로 고린내가 나는 것을 보면 분명 이놈
의 정체는 실내화였고, 방심한 탓인지 카이란은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그만 정통으로
얼굴 안면을 강타 당했다. 덕분에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해 카이란의 고개는 절로 뒤
로 젖혀졌다.
“…….”
어쩐지… 이 느낌 한번 경험한 기억이 있는 것은 기분 탓은 아니리라 봤다….
“이런 씨방새가!! 죽을려고 지랄 오두방정을 다 떠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5반의 짱이었어, Dog 쌔리야! 어딜 이 Baby가 개기고 그래!?
”
“니 놈이 그 허접한 반의 Baby의 캡짱이냐!? 얘기는 들었다. 허약한 애들이나 괴롭혀
놓고 캡짱 먹었다는 놈이라며? 이 반에 온 이상 그런 것이 없으니… 얌전히 내 아랫
도리에서 기거라 아가야.”
“이 쉐리 보래! 그래 오늘 끝장내서 오늘 누가 캡짱인지 서열을 따져보자고!!”
“이놈들 보래? 누구 마음대로 서열 따지고 (삐리리)이야?
“이 새끼들 나 빼고 Dog 지랄 까네!! 네놈들 다 덤벼도 나한테 상대도 안 되는 것들
이 어디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거야!! 내 슈퍼 울트라 리얼리티 하이퍼 스고이
왕 필살기인 FMP의 본타군 후못후못권을 보고 싶다는 거야!”
“덤벼! Ssib-BaBy들아!!”
“우어어어어어!!”
대략 9-11명 정도 아이들이 서로 서열을 가리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
도 그들 대부분은 각반 싸움을 잘하는 캡짱들인 것 같았다.
“…….”
…역시…… 역시‥ 아무래도 여기는 그 말로만 듣던 문제아 반 같았다. 카이란은 한
동안 실내화 맞은 그 자세 그대로 돌처럼 굳어 경직되어 버렸다.
“흐흐흐흐흐… 큭큭큭큭큭큭큭큭!! 하하하하하핫!!!”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카이란은 서서히 빙긋 웃기 시작했고, 점점 입밖에는 유쾌한
장면을 본 것 같이 아주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광경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다면 그는 웃음을 내뱉을 줄 모르는 저능 드래곤이리라.
“응? 저 말 뼈다귀는 또 뭐야?”
“저런 미친놈을 봤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지랄 발광 웃음을 내뱉는 거야?”
“웃는 것 절라게 재수 없네! 저 크레이지 베이비 먼저 조지자!”
미치광이처럼 웃는 카이란을 향해 그들은 일심동체를 이루어서 누구를 먼저 보낼 것
인지를 정했다.
“흐흐흐흐흐흐흐흐!!
서서히 그들은 카이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카이란은 찡하고 눈빛이 번득였다.
“자알 봤다…, 나의 환영식을…‥. 너무 기뻐서 웃음이 나오는 구나. 큭큭큭큭큭큭…
!”
카이란은 빙긋 짙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입가에 피어났다.
나이 방년 27세… 교사생활 4년차…….
옷 붉은 색 캐주얼 정장에 짧은 미니스커트…. 스트레이트 한 부드러운 갈색 머리가
허리가에서 찰랑 찰랑 거리고 있는 여성…… 그녀는 뚜벅뚜벅 높은 구두 굽의 소리를
내며 복도를 걸어다녔다.
“하아…….”
상당한 외모를 지닌 그녀…, 한창 잘 나가는 TV연예인과 버금가는 굉장한 미모의 여
성이었으나 지금은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지 대략 3류 연예인정도의 외모로 비쳐 보
이고 있었다.
“하필 그런 반이라니…….”
확실히 그녀는 고민이 있었다. 과연 무슨 고민에 휩싸였기에 저런 예쁜 미모에 금이
간 것일까? 다름아닌 그녀의 고민은 다음과도 같았다.
그녀는 반 담임이 되었다. 올해로 3번째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난한 반이라 그저 그
렇게 보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보낼 것이라고 굳건히 믿어 왔건만 오늘로써 그것은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에 맡은 반에는 각 반 문제
아들 9-11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어떻게 될 것인가? 학생들이 제대로 말은 듣기라도 할까? 분명 교실 안에서도
담배를 뻑뻑 피겠지? 아아∼ 이러다가 몸에 담배 냄새가 찌들면 어떻게 하지? 그런
놈들이 많으니 더러운 가래나 침 같은 것 엄청 많겠지? 아아∼ 모르고 발을 잘못 디
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아냐, 아냐! 그것보다 혹시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XX당하고 YY당하고 성인용 애로 비디오처럼 강제 고문을 당해 HH될 수도 있어
. 이렇게 예쁜 얼굴을 애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 아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이 예쁜 얼굴에 상처라도 상한다면 분명 충격을 받아서 며칠 앓아 누울거야.
그녀는 이런 저런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젠장! 어제 술을 너무 과하게 먹은 탓 때문이야!! 으득!”
사실 그녀는 이 반 담임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제 지나치게 과음을 한 탓
에 학교에 지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한창 교무회의가 중반쯤까
지 치닫고 있었고, 마침 각 반 담임 배정을 모두 끝마친 시각이었다. 당연히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땐 마지막 남은 반인 지금 반을 맡아버린 것이다.
“으으!”
죽어도 싫었다. 하필 그런 반… 이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갈 정도로 분명 귀찮은 일이 잔뜩 있을 거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리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 탓을 하려면 자신을 탓해
야 했지만 그녀로써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이것은 아무래도 음모의 비리가
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덩치 좋고 인상 무섭고, 험
악한 선생 놔두었다가, 왜 하필 귀엽고, 예쁘고, 착하고, 미인인 교사가 그런 놈들을
맡아야 하는 거지? 쉽게 말해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 파워로 개과천선시키라는 것이야
뭐야?! 그렇게 내 미모가 좋다는 거야!? 흐극! 그녀로써는 이런 반 배치 배정, 납득
도 안 갔고, 자신 탓도 안 갔다.
“에휴…….”
그녀로써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야기야 어떻게 됐든 이제는 모두 끝난 일…
어느덧 자신은 자신이 맡은 반 문앞에 다가서 있었다.
“후흡!”
기합이 깃든 쉰 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그녀는 한쪽 주먹을 불끈 쥐어서 힘찬 파이
팅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힘차게 3학년 14반의 교실 문을 활짝 열었
다.
“안녕!”
큰소리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뒤 그녀는 재빨리 교탁으로 향했고, 출석부와 지휘봉
을 교탁 위에 탁 올려놓으며 큰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14반을 맡은 담임 ‘김채연’ 이라고 해요! 과목은 역사고요. 앞으로 잘 부탁
해요!”
다름 아닌 14반… 즉, 카이란의 반을 맡은 담임은 역사선생이자 교내 가장 인기 있는
여선생으로 뽑히는 ‘김채연’ 선생이었다.
“…….”
이상하게 조용했다. 대부분 자신이 담임을 맡으면 환한 환호성을 지르기 마련인데,
지금 그런 것은커녕 설렁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리송할 정
도였고, 그녀는 그제서야 교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래?”
문제아들 몇 명이 들어간 반답지 않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결같이 책상들이 모두
잘 정돈 된 상태였다. 그리고 교실에 담배꽁초 하나 없었다. 분명 지저분한 담배꽁초
와 뿌연 연기들… 그리고 가래침 같은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널브러져 있을 거란
예상을 했건만… 예상외의 먼지 하나 없는 교실 풍경이니 그녀로서는 어리둥절할 만
도 했다.
“얼라라?”
다만 이상한 것이 있다면 마치 어디서 누구에게 얻어터진 것 같이 반 아이들 중 9-11
명 정도가 모두 얼굴이 퉁퉁 부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붓기를 자랑했고,
심지어 쌍코피에 이빨까지 나간 녀석까지 쉽게 보일 정도였다. 이것은 마치 세계 타
이틀매치 헤비급 권투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외상이었다.
“…….”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알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일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도 모든 것을 카이란이 평정했다는 것은… 채연, 그녀로
써는 죽었다 깨어나도 영원히 의문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카이란은 지난 여름방학 때와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며 새학기 새 학년의 시작
의 종소리를 울렸다.
개학식 날 학교에서 하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담임선생님의 소개와 새학기 새책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하고, 본격적인 수업은 내일부터이니 우선 이 임시 시간표대
로 가져오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고3 수험생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꼭 공부하시고요. 알았죠?”
“네!!”
아이들은 큰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채연은 흐뭇했다. 문제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
는데도 생각 외로 아이들이 얌전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 예쁜 미모로 인해 아
이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을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채연은 실로
기분이 좋았다.
“자… 그렇다면 우선 임시 반장을 뽑아야 할텐데…… 혹시 희망자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