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17
머뭇머뭇… 아이들은 하나같이 서로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반장이 되면 골
치 아픈 것이 한 두개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눈치
를 살피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 이 반에 반장이라는 직위에 딱 어울리는 놈이
있어서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희망자 아무도 없나요? 괜찮으니 손들어 봐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채연은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말해보았고, 그때 모두들 만장
일치라도 되었는지 시선은 점차 모두 한곳으로 모여지고 있었다.
“에?”
시선이 일제히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검은머리에 눈매만 빼곤 별 볼일 없는 외모의 수
유자인 카이란에게 쏠렸다.
“어머? 너는… 그때…….”
채연이는 카이란을 보고 바라 알아보았다.
“에…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헌팅맨들 손아귀에 구해준 적이 있으니 그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날
구해준 대신 억지로 데이트까지 해줬으니까.
“네! 그러네요.”
카이란도 빙긋 웃으면서 그녀를 반겼다. 채연이는 카이란과의 만남을 한번이라고 기
억하겠지만 사실 카이란과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었다. 한번은 채연이가 알고 있는
기억과 또 한번은 예전 외형을 바꿔서 운디네와 실프를 데리고 다닐 때 우연찮게 만
난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 그녀는 남자를 걷어 찬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날 기억으로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실로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 2학년 역사 시간 때 만날 봤었는데 말이다.
방학 때문에 오랜만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지금 그녀가 오랜만이라고 한 것은
그로부터 오랜만에 봤다는 의미니…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다.
“그런가? 호호호호…”
카이란의 말의 의미를 알아 차렸는지 어색하게나마 웃는다.
“어쨌든, 모두들 임시반장의 지명을 백성군 쪽으로 쏠리던데 해볼래요?”
시선이 카이란에게 쏠렸으니 채연이는 임시반장을 할 지향이 있는지 묻는다. 카이란
은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했고, 어차피 선생 오면 인사하는 것 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후훗! 고마워요.”
의사를 들은 채연이는 다시 교탁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임시 반장도 정했으니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죠.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
업 시작이니 모두들 늦지 말아요. 자! 그럼 반장.”
“네.”
채연이가 쳐다보자 카이란은 자리에 일어서서 제식 구령호구를 외쳤다.
“차려! 경례!”
“감사합니다!”
라는 외침과 함께 아이들은 저마다 가방을 챙기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카이란도 느
긋하게 가방을 어깨에 들쳐 매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왠지 모를
익숙한 얼굴 한 놈이 부랴랴 교실 밖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
게 나갔다면 몰랐을 것을 오히려 그의 그런 행동이 더욱 눈에 띈 바람에 카이란은 그
를 쉽게 알아봤다.
“여어…!”
싱긋 웃으면서 그를 향해 말하자 흠칫! 그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아‥, 그, 그렇네…….”
어색하게나마 빙긋 웃으며 그도 카이란을 아는 채 했지만 속으론 온갖 욕으로 도배하
면서 윽박지르고 있었다.
“나랑 같은 반이었다니‥ 아무래도 우리는 떨어지려야 떨어 질 수 없는 사이인가 보
네. 흐흐흐흐흐흐…. 이름이 수.민.이.라.고 했지?”
“으응….”
익숙한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2학년 때 같은 반이자 인간 백성이의 자살로 몰고
가게 만든 놈 수민이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수민이는 또다시 카이란과 같
은 반이 되자 기절 초풍에 어디서 통곡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간신
히 해방됐다고 여겼는데 또다시 2학년 때와 똑같은 꼴을 당해야 하니 그로써는 막막
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예전 백성이를 괴롭혔던 일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
報)의 조화인지도 몰랐다.
“흐흐흐흐∼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카이란은 만족한 미소를 띠며 교실 밖을 나갔다. 이제부터
수민이는 또다시 카이란이 전용 꼬봉이 된 것이다.
“백성님.”
“백성님.”
교실 문 바로 앞에는 아리따운 사미와 아리아와 그녀들보다 외모가 좀 못한 하나가
기다…… 헉!!
-퍽!!-
…크, 클럭…… 저, 정정하겠다. 그냥 교실 문 앞에 사미와 아리아와 하나가 기다리
고 있었다. 카이란은 그녀들과 함께 교실 건물 밖으로 나갔고, 교문 앞에 다다를 때
쯤 익숙한 여성이 보였다.
“오빠. 그리고 언니들….”
민지가 카이란과 그녀들이 오는 것을 보고 반겼다. 사미와 아리아, 민지, 하나… 전
부 모였지만 뭔가 하나 빠진 느낌이 들었다.
“아아…. 오늘은 이렇게 가는 건가?”
예전에는 언제나 이런 멤버로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언제부턴가(아마도 인기 투표 했
을 때 누구누구와 합의해서부터) 혜미가 같이 끼여서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혜미가 없으니 뭔가 아쉬운 감이 있다고나 할까? 아니면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다.
“내가 없으니 외롭긴 외롭죠? 후훗!”
“에엑!!”
느닷없이 혜미의 등장에 일행들은 모조리 놀랐다.
“엑!? 언니 여긴 웬일이야? 학교는?”
아직 학교에 있어야 할 언니가 여기 있자 사미는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
“응, 개학 첫날이니 너희들과 비슷하지 뭐. 그래서 끝나자마자 여기로 온 것이고. 신
입생 환영회가 있긴 있었는데… 그런 곳에 끼기도 싫고… 뻔히 어떻게 될지 알기 때
문에 그냥 나왔어.”
어떻게 될지 라는 말의 의미는 누구라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여기에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혜미의 표정은 약간 씁쓸한 미소가 곁들여 있었다.
“헤에… 그래요?”
“응, 처음에 어찌나 애들이나 선배들이 잡던지 그것 뿌리치느라고 엄청 힘들었어.”
더불어 외간 남자가 자꾸 자신에게 치근거려서 상당한 거부감 같은 남자 기피증 때문
에 더더욱 곤란했었다는 말까지 하고 싶었지만 그 증상의 비밀은 카이란만이 알고 있
으니 입밖에 내진 않았다.
“하지만 뒷사람들 보이니 애들이 순순히 보내주더라. 덕분에 다행이었어.
혜미 뒤편에는 검은색 승용차 한대와 몇 명의 똘마니들이 보였다. 지금은 카이란도
있고 하니 혜미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흐음 당연히 저들을 보면 안 비켜주는 인간 없겠지.”
하나는 그들 마음을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혜미 선배 멋진데요?”
“그래요? 고마워요. 후훗!”
그가 칭찬한 것은 혜미가 입고 있는 옷 때문이었다. 대부분 혜미를 보았을 땐 교복차
림을 보았지 사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기
드문 교복차림이 아닌, 아이보리색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신비의 마력이 깃 든 것
같이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모습은 고등학생 때의
모습을 한치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성숙한 여성의 OL(Office Lady)이라는 느낌이 강
했다.
“그럼 슬슬 집으로 향할까?”
“응!”
“네!”
예전 멤버 다 모였으니 그들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민지가 목에 걸고 있는 그 목걸이… 못 보던 것 같네.”
오랫동안 같이 지낸 덕분인지 사미는 지금까지 보았던 민지의 평소 모습이 아닌 목에
액세서리가 하나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당한 고가 목걸이라 그런
지 유난히 빛이 번쩍 번쩍 빛나고 있어서 더더욱 눈에 띈 것일 수 있지만…….
“아…! 이거요?”
민지는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응! 새로 산 거야?”
비싸 보이는 데 민지 돈 많네… 라고 놀리려고 준비할 찰나…….
“네, 오빠가 사줬어요.”
-쿠릉쿠릉!! 찌릿! 찌릿!!-
그 한마디가 무섭게 사미와 아리아는 이빨 드러낸 도깨비에게… 아니, 분노의 정령
휴리에게 흘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머나….”
유난히 혜미하고, 하나만 태연했다.
“백성님 어제 무엇을 사줬다고요?”
“저희는 또 잊으신 건가요? 정말 너무하단 생각 안 드신가요?”
구구구구구!! 얼굴이 대빵 커지며 불타오르는 분노감이 카이란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잠깐 뭔가요!!? 우리에겐 잠깐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맞아요! 맞아요!! 정말 백성님 이렇게 배반의 장미를 꽃피우면 우리들 정말 섭해요,
섭해!!”
묵비권을 행사하기 위해 발악했으나 그녀들이 더 강했는지 그의 힘은 미치지 못했다.
“너희들 것도 있다고! 있어!”
“에? 정말요!?”
“와!!”
아까의 무서운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갑자기 화기애애 사랑이 가득한 분위기로 변모되
었다.
“…….”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더니… 정말 빠르게도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어떤거요? 어떤거요?”
그녀들은 눈이 반짝반짝 어제의 민지처럼 1000캐럿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차라리 지
금의 목걸이보단 그녀의 눈들이 더욱 아름답게 비쳐 보이고 있어서 그녀들의 눈으로
장식품을 하는 것이 더 좋을 정도였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지 않아도 혜미 선배 오면 주려고 했었단 말야.”
그렇게 말하고 그는 어깨에 매고 있는 가방을 내려놓고 안을 뒤졌다. 그리고 어제 사
온 목걸이를 꺼냈고, 그녀들에게 각각 주었다.
“이건 사미 네꺼. 이것은 아리아 네꺼. 그리고 혜미선배는 이거고요.”
“제것도 있나요?”
없을 줄 알았는데 선뜻 내민 카이란의 선물에 혜미는 감짝 놀랐다.
“당연하죠. 입학 선물과 졸업 선물 겸이니 받아요.”
“고마워요.”
기쁜 듯이 혜미는 내민 카이란의 선물을 받았다.
“와! 예뻐라!!”
목걸이가 굉장히 예쁜 거였기 때문에 다들 감탄사가 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 사미에
겐 붉은 루비가 달린 목걸이를 줬다. 그리고 아리아에겐 푸른색 루비가 달린 것을 주
었고, 혜미에겐 보라색 루비가 달린 목걸이를 주었다. 각자 잘 어울린 색깔이라고 느
껴졌다.
“굉장히 예뻐요. 고마워요 백성님.”
딱 봐도 엄청난 고가라고 광고하는 목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에겐 카이란이 자
신들을 위해 이런 목걸이를 선물해줬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컸기에 이 목걸이가 싸구
려든 비싼거든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
그중 하나는 부러운 눈길로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그녀도 여자다. 여자라면 당연히
액세서리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본능이다. 특히나 저 목걸이는 굉장히 아름다웠고,
굉장히 비싸게 보였다. 이런 목걸이를 그냥 선물로 받다니… 그녀는 돈의 액수보단
이런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는 것에 큰 부러움을 느꼈다.
물론 자신도 받고 싶다. 하지만 3개나 사는 것도 무리였을 텐데, 4개를 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은 백성이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항상 같이 집에
돌아가긴 하지만 그것은 사미의 친구로써 같이 가는 것이지 백성이와는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보통 평범한 친구니 이런 선물을 해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말 꼬랑지 네꺼다.”
“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를…….
“이거 네꺼라고.”
카이란은 노랑색 루비가 박혀 있는 남은 한 개의 목걸이를 하나에게 내밀었다.
“아, 아니! 괘, 괜찮은 거야? 아‥ 아, 아무래도 비싼 것이고 무엇보다 너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고…. 이런 비싼 것을 받기엔…….”
그의 행동에 너무 놀란 나머지 하나는 말까지 더듬더듬거렸다.
“시끄러… 그냥 받으면 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은 거야? 모두들 다 받았는데 너만 안
주면 이상하잖아.”
뭘 그런 것을 따지는지… 카이란은 살짝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하며 들고 있
는 목걸이를 더욱 바짝 내밀었다.
“괜찮은 거야…?”
1-2만원짜리라면 모를까 아무래도 이런 비싼 것을 받기엔 그녀로썬 굉장한 부담을 느
껴서 선뜻 손을 내밀기가 힘들었다.
“괜찮으니까, 받기나 해.”
빙긋 미소를 곁들이며 카이란은 다시금 바짝 목걸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머뭇머뭇
… 그녀는 천천히 그가 내민 목걸이 상자에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고마워.”
카이란은 만족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 목걸이의 의미는 너희들의 우정의 증표니, 소중히 간직해 줘.”
어느덧 시간은 무료하게 흘렀다. 그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고, 그저 언제나 그랬듯이
별 다른 것도 없는 일상사를 보냈었다. 다만 지금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중간고사가
앞으로 한 달도 안 남은 시기라는 것이다.
고3이라면 1-3학년의 총 학업 중 내신(內申)이 가장 높다. 대학을 진학하려면 내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선생들은 중간고사
문제가 어디까지 출제되는지 벌써부터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이들을 시험
공부를 이르게 시작했고,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풍경으로 시험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C-Room-Bird가 또 개기네!!”
“네놈 먼저 개겼잖아! 이런 좁-Rice같은 Baby놈! 나랑 한판 붙어보자는 거냐!? 이 넘
버2에게 말이다!”
“넘버2 !? 이 쉐리 개그맨 자슥이네! 누구 마음대로 니가 넘버2야!? 넌 넘버3이야,
임마! 그래, 오냐! 해보자! 이 고양이 반대 쉐리! 오늘 확실히 니놈이 넘버3 라는 것
을 각인 시켜 줄 테니, 덤벼봐! 덤벼봐!!”
“그래 덤벼봐! 덤벼!!”
유난히 다른 것은 이놈의 반은 변함이 평소 때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랄까?
이놈들은 시험 공부도 하지 않나? 어이 어이 고3이라고 너희들 대학 안가냐? 뭐, 포
기 한 놈들 같지만…….
물론 이 반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카이란이야 정체가 드래곤이니 시험공부는
하루나 이틀만에 끝내서 놀고 있는 것이지만 몇 명 다른 이들은 고3 수험생이라는 것
을 인식하고 정말로 열심히 하는 광경을 보였다. 문제아 반에서 무슨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녀석이 어디있냐 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참고로 이 반은 문제가 반이 아니다.
아니, 카이란의 학교에선 문제아 반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연인지 아
니면 필연인지 모르지만 각반의 문제아들 몇 명이 이곳에 모인 것 뿐이다.
“덤비라니깐!”
“네가 먼저 덤벼!!”
아직도냐? 말만 하지 말고 좀 싸우지…. 이상하게 그 둘은 아직 싸움판을 벌이지 않
고 있었다.
“덤벼! Dog 쉐리야!!”
“니가 먼저 덤비라니깐!!”
“…….”
섣불리 싸움을 벌이지 않고 흘깃 가만히 책상위에 팔로 얼굴을 기댄 채 앉아 있는 카
이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뭘 눈치를 살피고 그러는 거야…? 그냥 싸울 것이지.
“…그렇게 날 보지말고 그냥 한바탕 싸우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