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24
드래곤의 병… 드래곤도 병에 걸리긴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병과는 취급이 다르다.
드래곤도 폴리모프로 통해서 인간으로 변형했을 때 평범한 인간들처럼 병에 걸린다.
감기라던가, 독감이라던가, 에이즈… 기타 등등 똑같이 병에 걸린다. 그런 인간의 병
쯤은 모두 마법으로 말끔히 치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유일하게 드래곤만
에 지닌 병이 있다.
그것을 풍사(風邪)라고 한다. 이것을 단순히 풀이하면 ‘감기’에 불과하다. 가끔 드래
곤도 몸을 현신 한 채로 감기에 걸리곤 한다. 불에 강한 레드종족 같은 경우는 그런
병에 걸릴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른 드래곤은 그렇지 않다. 하지
만 허다할 정도로 자주 걸린다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이 감기에 걸릴 일은 1000년에
하나의 종족이 있을까 말까한 병이니까.
감기는 인간계에 있어서도 세균 바이러스로 통한다. 그것은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인간은 열로 인한 것과 기침으로 인해 하루종일 누워있거나
며칠 끙끙 앓지만, 드래곤이 감기에 걸려봐야 하루만에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
다고 그냥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몸 상태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 드래곤은 레어 안에 하루동안 마나를 운공해 몸밖에 나쁜 기운을
한꺼번에 배출하는 작업을 한다.
배출하는 기운이 모두 바이러스성 세균이기 때문에 근방 100미터 안에 인간이라던가
타종족이나 동물이 있다면 모두 전염되고 만다. 하다 못해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지진이라는 것은 그때 방출한 기운 때문이겠지.”
이곳 땅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원인이자 지진이
일어난 이유는 그때 방출한 기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나쁜 기운을 모두 모은 드래
곤은 서서히 배출하지 않고, 단번에 배출시킨다.
배출시키는 진동은 지진이라고 착각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니 인간들이 느끼기에는 지
진이라고 착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몸밖에 배출을 시키는 것 밖에 없
으니 범위는 넓지 않다. 길어봐야 둘래 500미터가 한계다. 그들이 사고가 난 이유는
우연찮게 진동을 일으키는 진원지(震源地) 근방에 있는 바람에 큰 진동을 느꼈을 테
니, 당황한 끝에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연찮게 살아 남은 노인
네의 손녀는 바이러스 성 세균의 의해 간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드래곤이 배출한 바이러스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대략 5-6시간 정도면 대기 속에 파
묻혀서 사라지기 때문에 인류의 피해는 없다. 하지만 한번 간염되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고통이 기다린다. 풍사는 보통 평범한 감기가 아니다. 단순히 인
간들의 감기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상당한 독성을 자랑하는 바이러스다. 드래곤이
병에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독성일 것이고, 그것이 인간의 몸으로 옮겨진다면
어떻게 될지는 눈앞에 펼쳐져 있다.
처음의 증상은 단순히 열에 시달리며 단순히 감기 기운이 발산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노인네가 얘기 해준대로 증상이 악화되어 결국 목숨을 잃는다.
‘역시! 드래곤이 한 놈이 이곳에 온 거였어!!’
지금까지 내용을 총괄하면 역시 드래곤 한 놈이 이곳에 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증
상, 그런 현상, 그런 죽음… 드래곤이 한 짓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또한 마족
녀석이 ‘그분’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이유도 드래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지 않
다면 자존심 높은 마족 녀석이 그렇게 존칭을 쓸 일이 없다.
그래! 이제 어느 놈이 왔는지 알기만 하면 된다! 이제 정체만 밝히면!!
-슈앙!!-
카이란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향했다.
대략 노인네가 가르쳐 준 곳으로 간지 어느덧 1시간 정도가 흘렀다. 대략 250Km정도
는 날아 온 것 같았고, 바다의 지평선이 보이는가 보면 이곳은 지도상 가장 외각쪽
같았다.
-휘이이잉…-
절벽이 많이 있는 지형이라 그런지 강한 바람이 많이 불었다. 풍경이 상당히 아름답
기는 하나 좀더 외각적인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지나친 아름
다움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듯 이곳에 흠뻑 취하다간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장소였다. 바다와는 대략 100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할 정도였다. 딱 자살하기 좋게 50미터 정도부터는 각이진 상태였고, 곳곳마다 큰 암
석들이 솟아나 있었다.
외각쪽에는 포장된 자동차 도로가 보였다. 사고 방지를 위해 가드레일도 보였지만 상
당히 빈약해 보이기만 하니, 한번 사고가 난다면 그대로 뚫고 지나가 추락할 확률이
높았다. 아마도 노인네의 아들은 이 도로를 달리다가 사고가 난 것 같았다. 그나마
용케 바다에 빠지지 않고, 암석과 부딪쳤나 보다. 만약 바다에 빠졌다면 손녀든 누구
든 한 명도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어딧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카이란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분명히 드래곤이 감기에 걸렸
다면 하루동안은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능한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하고 남에
게 방해를 받으면 안된다. 드래곤에게 있어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방해받지 않는 곳
은 딱 한곳 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집인 ‘레어’다.
드래곤 모든 종족 중 레드드래곤이 제일 덩치가 큰 편이다. 지금 카이란이 헌신을 한
다면 높이 30미터 정도니, 대략 드래곤이 레어를 만들 때 넉넉하게 40미터 정도로 만
든다. 이곳은 딱 드래곤이 레어를 만들기에 적절한 장도, 그러니 그런 큰 구멍 찾기
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봤다.
-슈웅-
카이란은 느린 속도로 절벽을 삭삭히 뒤져봤다. 드래곤 레어라고는 하나… 이곳은 다
른 세상. 분명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테니 일루션 마법을 걸어둘 확률이 지극
히 높았다. 아무리 마법에 능숙한 드래곤이라고 해도 상대도 드래곤이다. 인간이 걸
어둔 마법이라고 한다면 어렵지 않고 쉽게 마나의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드래곤이라
면 높은 마력의 의해서 꼼꼼하게 숨길 수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낌새를 느껴야 한다
. 또한 지금은 어떤 상대인지도 모르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고.
‘응!?’
어느정도 가니 마나의 냄새를 미약하게나 맡았다. 대충 지나가면 느끼지도 못할 정도
로 미약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카이란은 손을 뻗어서 암석들을 만졌다
. 상당히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느껴졌다. 이렇게 손을 대보니 다른 암석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바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이란은 느꼈다. 이것은 진짜가 아닌 환상
이 심어주는 느낌이라는 것을.
카이란은 암석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는 곳과 멀리 떨어졌다. 대략 30미터 정도 벗어
났고, 그 자리에서 용언을 발동시켰다.
-지지직…-
천천히 암석들이 큰 유리가 깨지는 듯이 금이 가지고 있었다. 부릅뜬 눈으로 카이란
은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안에 적이 있을 수도 있고, 마법이 깨지는 순간, 상대가
상대인 만큼 갑작스런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지금 인간의 형태이고 하니, 느닷없이 브레스라도 쓰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웜급 카이
란이라고 해도 단방에 즉사다. 인간의 내구력으론 방어마법을 쓰기 전까진 브레스를
막는 방법은 없다.
-파창창!!-
조각조각 파편을 일으키며 일루션 마법은 유리조각 떨어지듯 깨졌다. 본래 힘을 다하
고 깨졌으니 조각들은 그대로 남지 않고,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가 대기의 일부가
되어 사라졌다.
“…….”
눈앞에는 드래곤이 딱 살기 적절한 큰 구멍이 보였다. 딱 봐도 레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30미터이상의 큰 동굴이었다.
-휘이잉…-
바닷가 냄새가 스며든 차가운 바람만 불뿐, 아무런 움직임… 아무런 낌새도 찾을 수
없었다. 안이 비워져 있다는 뜻인가? 카이란은 천천히 앞으로 향했고, 레어 앞으로
내려왔다. 이미 해는 붉은 노을 빛을 띠고 있는 상태라 안에는 상당히 어두워서 보기
힘들었다. 카이란은 천천히 앞으로 향해 레어 안으로 들어갔다.
“…없는가?”
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구라던가 무슨 도구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단지
떵그라니 빈 공간으로 채워져 있기만 했다. 드래곤 레어 치고는 상당히 썰렁했다. 보
통 드래곤 레어라고 함은 안에 전설의 무기라던가 보물같은 것이 가득 있어야 하거늘
… 무슨 평범한 동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이란은 주위를 샅샅이 뒤져봤다. 상대가 누군지 알 만한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흔적은커녕 단서가 될만한 그 무엇조차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드래곤 레어라기 보단 그냥 단순히 큰 동굴에 불과했다.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물건도 없지, 보물도 없지, 흔적도 없지, 단서라는 것은 아무것도 남기는 것 없으니
대체 뭐 하는 놈인지 궁금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우선 기다려 볼까?”
털썩 카이란은 레어 가운데에 주저앉았다. 어차피 이곳은 정체 불명 놈의 집이다. 레
어가 있다는 것은 아직 인간계에 집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분명 다시 이곳으
로 올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놈인지는 그때 알면 되니 느긋하게 카이란은 천천히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시
간은 많고, 넉넉했다.
“다녀왔습니다.”
학교 갔다온 민지가 현관 문을 열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안방에 있던 어머
니가 밖으로 나와 민지는 맏이 했다.
“그래, 좀 늦었네.”
“응. 언니들과 같이 있었거든.”
민지는 신발을 벗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저녁은 어떡할래?”
“음… 아직은 생각 없어. 나중에 아빠 오시거든 그때 함께 먹지 뭐.”
아직 배도 고프지 않고, 그다지 생각이 없는 민지는 그렇게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응! 그럼 나 내 방으로 올라갈게. 아빠 오시거든 불러 줘.”
민지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자 뒤쪽 현관문에서 딸깍
문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리를 민지가 들었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시
려는 어머니도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허탈한 듯이 기운이라곤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민지와 어머니는 현관문쪽으로 시
선을 돌렸다. 그리고 놀란 듯이 표정이 바뀌었다.
“오빠!”
“백성아!!”
다름 아닌 카이란이었던 것이다.
“요오∼!”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손을 올리며 반가움을 표하는 카이란에게 민지는 바락 멱살부터 잡고 따지기 시작했
다.
“그래, 백성아. 대체 어떻게 된 거니? 3.일.동.안 연락 한번 없다니. 난 무슨 사고라
도 난 줄 알았잖니.”
3일씩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카이란을 향해 어머니가 걱정했다는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그, 그게 말이죠… 하하하핫…!”
면목 없다는 듯이 카이란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어떻게 된 거야!? 그 날 나간 뒤로 연락도 되지 않고,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
“그게 말야… 좀 그럴 만한 사정이 생겨서 말야.”
무슨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말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같은 종족을
찾아서 나가버렸다는 말을….
“으이구… 물론 나와 아빠는 아무 일도 없을 거란 것은 알지만, 엄마에게만큼은 걱정
시키지 말아야 할 것 아냐. 좀 전화라도 하지. 이게 뭐야 대체?”
아버지는 사내라면 외박 하루 이틀은 괜찮다고 하면서 호쾌하게 넘어갔다. 자고로 남
자란 너무 집에만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주장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잘 넘겼고, 민
지야 애초의 카이란 성격을 아니, 어디서 사고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디서 사고라
도 당했다고는 절대로 생각되지 않아서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만큼은 달
랐다. 그러지 않아도 일년전 자살 사건도 있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
다.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남편의 힘을 빌려서든 빨리 찾고 싶었다. 민지와 아버지는
그것을 만류하기 위해 가진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래? 어쨌든, 미안. 연락 못할 만한 사정이 있어서 말야. 좀 봐주라고.”
두 손을 탁 목아 카이란은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를 했다. 전혀 반성의 기미라곤 눈꼽
만치도 없는 것 같이 대충대충 넘기려는 모습이자 민지는 입 살을 찌푸렸다. 확실하
게 반성의 기미가 보일 때까지 뭐라고 따지려는 순간, 카이란의 대응이 더 빨랐다.
“나 피곤하다. 먼저 올라갈게. 옷도 갈아입고 싶고, 샤워도 하고 싶어.”
3일동안 집에 오지 않고, 계속 교복은 입고 있었으니 꾸질꾸질 했다. 운디네를 통해
서 먼지 하나 없이 청결은 유지했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니 기
분은 그다지 썩 좋지 않았다.
“그래, 아무 일 없었다면 됐지. 피곤할 테니 푹 쉬어라. 저녁은 어떻게 할거니?”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는 다시 물었다.
“아직은 생각 없으니… 나중에 먹을 게요.”
“그래? 알았다. 그럼 쉬어라.”
그렇게 말하고, 카이란은 윗층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오빤 너무 멋대로야.”
팔짱을 끼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카이란의 뒷모습을 보고는 불만이 많다는 표정을 그
렸다.
..
-털썩-
자신의 방에 올라가자마자 카이란은 곧바로 자신의 침대에 쓰러졌다. 옷도 누워서 대
충대충 벗어버리고는 아무 곳에다가 걸쳐놨다.
“…….”
한동안 천장을 응시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허‥탕인가?”
허탕… 그곳에서 3일 동안 있었는데도 그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연히 자신이 간 곳
은 다른 드래곤의 영역이라 불릴 수 있는 레어 안이었다. 당연히 누군가가 침범했다
면 그것을 알리는 탐지마법을 심어 놓았을 거라는 예상을 해서 금방 올 거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하루 이틀을 기다려도 이놈은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
다.
보통 드래곤은 인간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를 대비해서 누군가가 레어 안을
접근한다는 탐지 마법을 심어 놓기 마련이었다. 카이란도 예전 세계에서 자신의 레어
근처에 그런 마법을 심어놓았다. 침범하는 알림이 있다면 유희는 잠시 접어두고 그
녀석을 박살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이란뿐만 아니라, 다른 드래곤도
똑같았다.
카이란은 침범한 것 뿐만 아니라, 그 레어를 보호하는 일루션 마법까지 깨끗하게 깨
뜨리고 온 상태였다. 그런 짓 까지 했다는 것은 분명 모를 리가 없다. 드래곤은 자신
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흡사, 그것이 같은 동족이라고 해도 안
된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그들 드래곤만의 규칙으로 자리 잡아
그것만큼은 서로 어기질 않는다. 그런데도 3일 동안 나타나질 않다니… 카이란으로써
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3일동안 아무것도 알아 낸 것도 없이, 허탕만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당연히 나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문득… 수수께끼의 그놈은 영역을 침범 한 놈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
닐까라는 의심이 감돌았다. 자신이 살던 세계가 아닌 이상 이 세계에서 드래곤의 영
역을 침범해서 일루션 마법을 깨뜨릴 수 있는 존재는 무척 한정적이었다. 쉽게 정체
를 파악 할 정도니 일부러 안 온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문득 들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안 올 이유가 없다. 둔감한 놈이거나 미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아
니면 속이 넓은 놈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드래곤은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지극히 싫
어하기 때문에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으으…!!”
어쨌든, 이래나 저래나 3일간 헛수고를 했으니 짜증이 났다. 카이란이 그곳 안에서
한 일은 아예 없었다. 그저 멍하니 가만히 양반다리를 한 채 그놈만 오기만을 기다리
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허송 시간만 보냈다고 했다. 뭐, 가끔 운디네나 실프를 불러
내 농담 따먹기 같은 그런 짓을 했지만, 느긋하게 낮잠 자는 것도 아니니 아무리 그
가 드래곤이라고 해도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래나 저래나 카이란은 3일간 무엇을 알아내는 수확은 하나도 없었다는 뜻.
“그나저나 백성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였어요? 대체 어디 가신 거였어요?”
다음 날 아침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아니, 그린벨트 지역으로 향하는 도중 사
미가 3일 동안 행방불명 된 이유를 묻는다.
“아… 개인 적인 일이 있어서 말야.”
허탕쳤긴 했지만 개인적인 일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해도 3일 동안 안 오시면 어떡해요? 학교는 결석하고, 연락도 안되고… 얼
마나 걱정한 줄 아세요?”
3일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사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리아야 카이
란의 정체를 알고 있고, 민지와 비슷하게 초인취급을 할 정도니 걱정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사미의 장단은 좀 맞춰주었다. 아무리 그의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하
더라도 혼자서 아무 일 없을 거라는 100% 확신으로 여유를 부린다는 것은 그녀가 모
르는 또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증거도 되기도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것 뿐이
다.
여기서 다른 그녀들과 다르게 사미의 심정은 좀 달랐다. 사미는 조직폭력의 집안이라
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미를 지켜준 행동으로 인해 이제 다른 조직
에서 카이란을 모를 리가 없다. 아무리 그가 싸움을 잘한들 한 조직 단체의 무리를
이길 리가 전무하다고 생각했던 탓에 혹시나 다른 조직에서 당한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 때문에 안하고 싶던 걱정이 절로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 3일 카이란이 없어
진 것이 불안하기만 했고, 애들을 풀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조사라도 시
킬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거든.”
그런 그녀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이란은 대충 쉽게 대답한다.
“그런가요? 백성군도 참 바쁘군요. 그래요… 개인적은 일은 잘 끝내고 온 것인가요?”
이번엔 뒤에서 따라오는 혜미가 다가오며 물었다.
“글쎄요… 아직이라고 할 수 있고, 곧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