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26
팔려야 하는 것이지. 사미야 넌 꽃을 살 때 무엇을 보고 꽃을 사지?”
“그야‥ 물론… 싱싱한 꽃들을 사지. 시들시들한 꽃은 그다지 좋지 않잖아.”
꽃을 살 땐 아무래도 싱싱한 것이 좋았다. 시들시들한 꽃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
다지 좋은 기분도 아닐 테니까.
“그래… 그렇지? 그럼… 1주가 지난 꽃들은 어떻게 되었겠니? 아직도 싱싱함을 유지
할 수 있을까?”
“…그야 물론…… 아!!?”
“아!!”
혜미의 그 말끝으로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야 모두들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이자
혜미의 입가는 어색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이제 모두들 눈치 챈 것 같네.”
“응… 그런 거였구나.”
이제야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꽃을 재배하는 곳에선 원래 꽃을 활짝 피게 해 둬선 안 되는 거야. 원래대
로 작업을 수행한다면 꽃봉오리가 필 때쯤에 꽃을 수확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것
이지. 그래야만 때를 맞출 수가 있으니까.”
혜미는 아까 주웠던 꽃을 보았다.
“그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면 원래 우리가 이곳을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땐 시기도 있고
하니깐 꽃이 거의 다 없었어야 정상이야. 이미 전국 꽃 매장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하지만 여기는 꽃을 활짝 피었을 때까지 가만히 놔둔 상태야. 난 그 광경을 보고 좀
의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쉽게 단 두 가지의 결론을 유추해 낼 수 있었어.”
검지손가락을 피며 이야기를 계속 잇는다.
“그중 하나는 이곳은 이미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게 되었다는 이유.”
“…….”
혜미는 손가락 중지까지 펼쳤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이 꽃들을 그 이유 때문에 포기를 했다는 것. 어차피 이곳의
둘레는 흙으로 되어진 곳, 순식간에 공사를 진행 할 수 있으니, 키울 의미가 없어진
것이지. 이미 밭은 옮겨심기까지 끝낸 뒤라서 자연의 법칙으로 인해 피고 싶지 않아
도 꽃은 이렇게 활짝 피어 버린 상태일 수 밖에 없었지. 그러니 나는 대략 왜 이 꽃
들이 이렇게 활짝 피어져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렇게 들어보니 확실히 맞아 떨어졌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
것도 그거지만 혜미의 추리에도 확실히 놀라웠다. 몇 번 와본 사미와 아리아, 민지,
하나, 카이란은 꽃을 재배하는 곳이니 그저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
겨서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혜미는 그것을 단번에 파악해서 모든
것을 알아 버리니 놀랍지 않을 수야 없었다.
“허허허허…….”
노인네는 혜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 말이 맞구먼. 그래… 이곳 사람들은 꽃 재배하는 것을 포기했네. 아마도 지
금으로부터 1년 전에 이곳이 그린벨트 지역이 풀리고 개발지역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돌았지. 그때부터 건축업 몇몇 회사에서는 이날을 고대하기 위해 미리 설계도까지 만
들어서 계획을 짜고 있었더구먼. 그리고 바라던 그린벨트가 풀리고 난 뒤, 어느 대기
업에서 이곳에 아파트를 설립하자는 제약을 선뜻 내밀었고, 이곳 땅 주인들은 모두들
생각도 할 것 없이 찬성의 의지를 보였던 게야.”
“…….”
“어차피, 완공되면 기본 42평 정도의 집과, 42평 이상 규모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에
맞게 돈을 얹혀주겠다고 하고, 요즘 꽃을 산다는 의미가 많이 사라진 시대에 점점 이
일도 불황기로 접어들었으니 만장일치로 그들은 거절할 의무도 없었지. 하지만 그렇
게 만장일치를 이루었던 가운데 일은 쉽게 진행하지 못했다네. 유일하게 반대파 한
명이 존재했기 때문에 말이야.”
“그‥게 할아버지인가요?”
조심스럽게 민지가 물었다.
“허허허허… 당연히 나밖에 더 있겠나?”
물어볼 필요성도 없다는 듯이 노인네는 쉽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지 노부가 유일하게 반대파였던 것이여. 빠르게 공사가 진행될 거라 생각했던
주민들의 생각을 무참히 부셔버리고 반대파 한명이 있으니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지.
보시다시피 이곳에서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한다면 공사는 거행되기 힘들어. 여기만 제
외해서 진행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무래도 아파트 근처에 꽃을 짓는다는 건 힘들고,
무엇보다, 여기만 제외한 채 는 무척 힘들었지. 아무래도 꽃을 키우는 곳이니 공사로
인해 나만 이리저리 피해 볼 것은 안 봐도 뻔하고, 그것을 변상해 줘야 하는 것이 공
사측 위치니 아마도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안 되는 거였던 게지.”
먼지가 풀풀 판치는 공사판에 쪽에 꽃을 키운다는 생각을 하니… 이것은 물 보듯 어
떻게 될지는 뻔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제외하고 무리하게 진
행이 된다면 분명 100%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확률이 높았다.
“정말이지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왜 반대를 하냐고 하면서 노부를 설득하
러 오더군. 아니, 설득이라고 하기보단, 항의하러 온 것이 옳겠구먼. 나야 그저 침묵
으로 대답했지.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리는 것 보단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테니
까 말야. 결국 사람들은 노부를 설득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네. 그 뒤
사람들은 이상하게 꽃밭을 가꾸더구먼. 하지만 수확을 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었다네
. 그렇게 놔두면 저 아가씨 말대로 분명 농장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그것은 아
마도 이 노부의 양심을 이용하려고 그런 짓을 벌인 게일거야.”
이곳에 왜 꽃이 활짝 피어져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명 노인네의 말대로 그들
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양심을 이용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딱 봐도 노인네의 생김
새는 사람 좋게 인상이 참 좋다. 그리고 진짜로 상냥한 사람이고. 이런 사람일수록
정에 약하니, 이런 공격일수록 효과는 탁월하다.
“그런데 왜 포기하셨어요?”
조심스럽게 사미가 서명을 한 이유를 묻는다. 노인네는 씁쓸한 미약한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표정이 바뀌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겐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
다네. 특히나 이번 일은 이 노부 혼자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벌이는 짓과 다를
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말야. 세상일은 단 한사람의 의해 움직이지 않고, 여러
단체들의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그러니 계속 고집을 부려도 언젠가는 이 노부는
무릎을 꿇고, 세상기준으로 순응하게 된다네. 아가씨들도 아시다시피 그때 그들이 억
지로 강요해서 순응하라는 것처럼 말이지.”
“아…!”
그녀들은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때 그들이 왜 노인네 앞에서 그런 협박을 하고 있
는 것과 왜 ‘일’이라고 강요하는 것을 이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분명 그들을 시
킨 장본인은 이곳에 아파트를 건설하려고 기업 회사일 것이다. 사람들이 항의해도,
꽃밭을 이용해서 양심공격을 해도 서명을 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강제적으로 돌파를
하려고 했었나 보다.
“하지만 노부는 고집을 부린 이유는 내 이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큰 이
유가 있었다네. 그것을 위해서라도 노부는 참고 참을 수 밖에 없었지.”
“무슨 이유 때문인데요?”
“허허허… 큰 이유는 없다네. 그저…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때문이지. 손
녀가 죽은 날이 이맘때쯤이라서 그런 것이거든.”
“아…!”
그녀들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최소한 이곳에서 손녀의 기일(忌日)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이었다네. 활짝 핀 꽃들을
보면 분명 손녀도 기뻐할 테니까 말야. 그래서 지금은 기일이 지났지만 곧 없애기에
는 마음이 심란할 것 같아서 조건으로 이 땅을 마지막에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네.
건설업 측에선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약속대로 이렇게 남겨두고 철거 작업을 시작했
지.”
노인네는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지금까지 자신이 가꾼 꽃밭을 바라보았다. 봄바람의
기운을 느끼며 살래살래 흔들리는 모습을 본다면 꼭 밝게 웃고 있었던 손녀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다들 그 마음 이해한다는 듯이 노인네의 편안한 표정을 보았지만 유일하게 카이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역시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군.’
아무리 이것은 개인 적인 일이 아닌, 강제적인 힘을 강행해서 버틸 수 없는 단체의
일이라고 해도, 어차피 이 땅을 포기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이란 끈기가 없는 것일까? 노인네가 말한 이유도 납득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 같았다. 사실… 아무리 이곳에 계속 지내는 방법 따윈 존재
하지 않았어도, 끈기만이 있다면 버틸 만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은근 슬쩍 이 일을
계속 한다는 것 자체가 싫어서 카이란의 귀에는 그저 이리저리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역시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이곳을 없앤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지는 않으신가요?”
혜미가 노인네를 향해 물었다.
“뭐가 말인가?”
혜미는 빙긋 부드럽게 미소를 곁들여 말했다.
“그야 당연히 ’15년 동안’ 이곳에서 꽃을 가꾸셨으니 분명 아쉽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물어본 거거든요. 15년이라면 적은 시간이 아니니까요.”
15년!? 15년이라는 말에 의해 카이란은 두 눈이 팽창해졌다.
“허허허… 그래 아가씨는 내가 이곳에서 몇 년을 있었는지 대충 아시겠구먼. 정말이
니 모르는 것이 없으니 정말 할 말이 없구먼.”
못 당하겠다는 표정으로 노인네는 웃었다. 정말이지 이 아가씨는 눈치도 엄청 빠른
것 뿐만 아니라,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한편으로도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헤에… 언니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안 거예요?”
놀랐다기 보단,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았는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그것까지는 알아
내기 힘드니 하나는 무척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
은 표정을 그렸다. 분명 혜미가 이곳에 따로 와서 물어본 것 일수도 있지만 노인네의
저 말을 보아, 분명 따로 가르쳐 준 것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그야 당연히 알고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실례되는 말이지만 하나양은 어르신의 얘기
중 손녀분이 어떻게 숨을 거둔지 알지요?”
풍사 바이러스라는 것은 모르지만 어쨌든, 바이러스로 인해서 숨을 거뒀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네, 당연히 알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자, 혜미는 얘기를 이었다.
“아쉽게도 지금 현재로서도 그 바이러스의 치료법은 아직도 못 찾은 상태예요. 여전
히 의학부에선 치료법을 찾으려고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어요. 지금은 그 바이러
스의 이름을 ‘Lethal Virus(리셀 바이러스)’라고 지명을 지은 상태고, 현재, 해외에
서도 그 바이러스의 치료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직까지 치료법을 못찾을 정도면 역시 드래곤의 병에게 옮겨온 바이러스는 독성이
상당히 강하긴 한가 보다.
“처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5년 전에 어느 한 소녀에게서 였어요. 그리고…
그 한 소녀가 바로 어르신의 손녀분이고요.”
“아….”
그렇구나 라는 듯이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혜미는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손녀분이 걸렸었던 바이러스는 신종 바이러스예요. 큰 대학병원에서 고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정도니 대형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그러니 TV언
론을 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예전에 자료 같은 것을 조사하다가 우연찮게 제가 본
것 뿐이라 알 수 있었으니까요.”
“아….”
그녀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신종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그것은 의학계에서 언
론에 공개를 하기 마련이다. 또한 치료제도 못 찾은 것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생
명까지 앗아갈 정도로 독한 바이러스에 대학병원에서는 숨을 거둘 때까지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으니, 타고 싶지 않아도 언론에 탈 수 밖에
없는 경우였다. 그러니 신문에 크게 난 것은 당연했으니, 우연찮게 볼 확률도 높았다
.
“다행히 감염성이 없는 바이러스라서 그런지 그 뒤로 그런 증상이 일으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질병과 바이러스는 예고가 없으니, 아직까지 원인이유의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마도, 여기에 드래곤이 50마리가 있지 않는 한 풍사… 아니, 리셀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은 극히 적었다. 이미 얘기했다시피 드래곤에게도 1000년에 한 마리가 걸릴까 말
까한 병이다. 이곳에서 드래곤이 몇 마리 서식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두 마리는 확
보한 상태다. 하나는 카이란 본인이고, 남은 하나는 수수께끼의 그놈이다. 그러니 분
명 앞으로 1000년 전까지는 절대로 그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확률은 없었다.
“헤에….”
그녀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을 그렸다. 정말이지 혜미에게는 모르는 것이 없으니, 감탄
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그녀들과 다르게 카이란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15년… 노
인네는 15년 동안 이곳에서 꽃을 키웠다고 한다. 드래곤의 시간으로 볼 땐, 한낱 낮
잠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별 볼일 없는 시간이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땐 상당한 시
간으로 알고 있다. 기껏해야 1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5년이라고 하니, 그
로썬 상상도 못했다.
“그래… 벌써 그렇게 됐구먼… 벌써…. 어느덧 손녀가 죽은지 벌서 15년이 됐고 이
곳을 가꾼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구먼. 정말이지 세월이란 눈 깜빡 할 세네구먼.”
정말이지 세월이란 눈 깜빡 할 때 지나간 느낌이라 노인네는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
스쳤다.
“15년이라고 했나? 15년 동안 지냈으면서 왜 이렇게 쉽게 포기를 하는 것이지?”
지금까지 아무 말 없던 카이란은 앞으로 나서서 따졌다.
“허허허… 젊은이… 물론, 더 있고 싶었다네. 하지만 이것은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않는 겐가.”
“하지만 15년이다. 15년이면 그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버텨야 하지 않는 건가?
“젊은이… 지금 하는 말의 의미는 노부가 잘 안 다네. 하지만 말이지 세상에서 자신
의 뜻대로 되는 일은 흔치 않다네. 또한 이 노부 한사람을 위해서 그런 짓을 계속 벌
인다는 것 자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테니, 그런 일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
지 않은가? 그것도 그거지만 이래봬도 노부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 점점 마음이 약
해져서 어쩔 수 없구먼. 허허허허……. 그리고…….”
웃음 끝을 흐리며 노인네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15년이면 손녀도 충분했을 거라고 보네.”
“…….”
노인네는 지금까지 만족했다는 의미가 깃든 미소를 보냈다. 이 정도면 손녀도 가족들
도 충분하다고 느꼈다고 느꼈으니, 이제 땅을 넘겨줘도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결국은 그런 것인가?”
납득했다는 듯이 카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노인네의 기분을 납득했다는 의
미는 아니었다. 단순히 이제 이 꽃밭에 실증이 나서 그런 것뿐이라고 여겨졌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봐도 다른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종류였다. 15년 동안 버틴 것
만은 정말로 칭찬을 할 만한 가치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지 더 이상 칭찬 할
것이 없었다.
‘내가 뭘 바라는 건지….’
그래… 대체 뭘 바라는 것일까? 원래 인간이란 이런 동물이라는 것 뻔히 알면서 말이
다. 예전부터 보아왔고, 지켜봤다. 이 노인네처럼 이런 식으로 끈기가 있는 것은 봤
으나 한가지만 소중히 여겨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
았다.
지금 노인네는 분명 꽃을 키우기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쉽게 그만둘 수 있던
것이지, 조금이라도 이 꽃밭에 마음을 쏟아 부었다면 적어도 숨을 거둘 때까진 이곳
을 지켜서 가꾸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쉽게 져버릴 이유가 없다. 분명…
처음 땅을 바로 넘기지 않는 이유는 그것 아까 말한 기일만큼은 넘기고 싶었다는 이
유였을 것이다. 인간이란 미신(迷信) 적인 요소를 많이 믿으니 그런 변명 어쩌면 당
연하다.
분명히 그전에도 땅을 팔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 간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줍잖게
팔아 버리면 비싸게 못 파니 분명 개발지역으로 바뀌어 아파트나 기타 등등 설립한다
는 소문을 들은 뒤에 머리를 굴러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린벨트가 풀리면
땅값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에 상점 같은 번화가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비
슷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들은 뒤로 일부러 끈기를 가지고 지금까지 키웠
을 것이다.
간사한 동물을 제일 뽑으라고 한다면 바로 인간이다. 여러 잡생각과 이것저것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나이를 생
각한다면 그것은 좋은 판단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곳에 아파트를 설립하고, 완공된
후는 집까지 준다고 하니 노인네에겐 더없이 좋은 것이니까.
그것은 카이란도 잘 알고 있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딱 한가지다. 그저 마음
은 담겨 있지 않고, 순전히 그저 남은 여생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돈은 벌어야 한다는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인간이란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 실감나
게 했다.
역시 인간에게는 기적을 바라는 것만큼 그 무언가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일이었다.
-위이잉……-
아직 쌀쌀한 기운이 스며있는 봄바람이 가만히 잠자고 있던 꽃들을 흔들흔들 깨웠다.
잠에서 깬 꽃들은 며칠후면 자신들이 죽을 거란 것을 모른 채 방금 지나간 바람이 기
분 좋다는 듯이 밝게 웃고만 있었다.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꽃들에게 시선이 절로 돌아갔다.
-샤아아아아…-
봄바람이 스치는 가운데 서서히 꽃들의 꽃봉오리 쪽에서 황금빛이 발하고 있었다. 아
직 미약하지만 눈에 쉽게 챌 정도의 빛이라 카이란은 눈이 크게 떠졌다.
“응…?”
눈의 착각은 아니었다. 미약했던 빛은 점차 강하게 뿜으며 커지고 있었고, 조그마한
알처럼 변형되고 있었다.
‘이, 이것은……!?’
설마라는 느낌으로 황급히 카이란은 옆을 보았다. 꽃봉오리 쪽에서 불가사의하게 빛
이 뿜어져 나오는데 아무도 이 광경에 놀라는 인간은 없었고, 유일하게 아리아만이
눈치를 챘는지 같은 타이밍으로 눈이 마주쳤다.
텔레파시로 아리아가 말을 걸었다. 카이란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시선을 돌려 꽃 쪽
에다가 두었다.
‘역시 이것은…….’
아리아가 봤다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나왔다. 카이란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카이란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
게 생각하고 그렇게 여겼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 거라니…… 정말이지 꿈
에도 생각지 못한 결과였다.
‘그런가… 그런 것인가…….’
역시 인간이란 알 수 없는 동물인가 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관찰을 해도 한가지로 일
관성이 없는 모두 가지가지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
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