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228
백성이는 내가 어깨동무를 걸쳤을 때부터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으니 그때부터 몰래
내 주머니 속에 돈을 꼬불쳐 줬을 것이다.
“이런 Dog새끼… 돈 2만원 밖에 안 넣어줬잖아!”
이런 쉬팍… 내일 학교에서 보자… 아무래도 다시 한번 확실히 교육을 시켜줘야겠어.
“야야… 그래도 2만원이면 괜찮지… 됐어, 임마. 그러다가 애 잡는다.”
“아니, 저 자식은 좀 맞아야 정신차릴 놈이거든.”
“하여튼 인정사정 없는 자식이네. 킥킥킥… 뭐, 그건 네 마음대로 해라.”
“야야! 어쨌든, 지금 오락실이나 가고, 나중에 소주나 사서, 우리들의 은거지에서 마
시자.”
“좋아!”
다음날 진짜로 난 백성이를 반쯤은 밟아 놨다.
“다음부터 확실하게 주지 않으면 알아서 해 새꺄! 니 동생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너 죽었을 거야! 알았어!? 대답해 새끼야!!”
-퍽!!-
쓰러져 있는 백성이의 배를 걷어찼다.
“크, 클럭… 아, 알았어…….”
힘들게 백성이는 대답했고, 만족한 미소를 띄웠다.
“킥킥… 알았으면, 얼렁 내 숙제나 가져와.”
부스스 어렵게 아픈 배를 감싸며 천천히 백성이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꼬봉이니
내 힘으로 숙제를 할 필요가 없다. 역시 꼬봉이랑 상당히 편하다. 학교에선 백성이와
나는 이런 관계지만 밖에서는 친한 친구 인척 한다. 보아하니 저 자식도 밖에서 자신
이 맞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 싫은가 보았다. 아무래도 동생 때문이기도 할 테니 도량
이 넓은 이 몸이 참아줘야 하지 않겠어? 사실 그것도 그거지만 얼핏보면 저 자식 부
유층 집안 같아서 권력의 힘도 있을 것 같으니… 자칫 학교라도 퇴학당하면 안되니
그것 때문에 나 참는 거다. 중학교 때 하도 말썽부린 덕분에 간신간신 퇴학을 면해서
졸업했는데… 고등학교는 아무래도 안되지. 다행히 순진한 녀석인지 부모에게 이른다
는 생각은 하지 않는 녀석 같다. 만약 부모에게 꼰질렀다면 영락없이 분명 퇴학일 것
이라, 이런 상황에 해방될 텐데… 뭐, 꼬락서니 보니 무서워서 말 못하는 것 같으니
나만 좋은 것 아니겠어.
어느덧 나는 2학년이 되었다. 정말이지 운도 좋게도 나와 백성이는 다시 같은 반이
되어버렸다. 더욱이나 웃긴 것은, 1학년 때의 행적으로 인해 백성이는 2학년으로 올
라가자마자 반 전체 왕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녀석을 괴롭히는 녀석은
적어도 20명 정도 될 것이다. 정말이지 불쌍한 녀석이 따로 없었지만 다 운명이에 팔
자니 불쌍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왜냐고? 나도 그 중에 한몫 거들고 있는 녀석이니까
.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러던 중 뜻밖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야야 백성이 녀석 자살했데.”
2학년으로 올라간지 불과 며칠 안됐을 때 느닷없는 자살 소식이었던 것이다.
“어떡하다가?”
“몰라, 1학년 녀석들이 장난을 좀 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인 것 같아.”
“그래?”
젠장! 빌어먹을 오기도 없는 녀석! 그런 일로 자살을 하다니. 한심한 것 같으니라고.
“야야 어떡하냐?”
친구 놈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가?”
“그렇잖아. 사람이 자살했는데… 혹시, 불똥이 우리에게 튈 수도 있지 않겠어.”
아무래도 백성이를 괴롭혔다는 이유 때문인지 불안해하는 기색을 엿볼 수 있었다. 짜
식 별 쓰잘때기 없는 걱정하고 지랄이네.
“뭘 쓸데없는 걱정하고 그러냐? 어차피 마지막에 자살을 기도한 동기는 1학년 녀석들
때문이라며 그러면 그쪽이 문제지 다른 것이 문제겠냐?”
“그래도 좀 그렇잖아. 넌 불안하지도 않냐?”
“별로 그다지 걱정스럽진 않아. 그런데 진짜 걱정스러운 것이 따로 있으니, 나에겐
정말로 큰일이다. 이러다가 나 큰일 날 수도 있는데…….”
진짜로 큰일이라는 표정으로 사뭇 진지하게 된 나, 친구 놈도 덩달아 진지하게 된다.
“그게 뭔데?”
“내일부터 누굴 믿고 학교에 다니냐? 내의 전용 꼬봉이자 돈줄이었던 녀석이 그렇게
뒈져버렸으니 말이야. 앞으로 누굴 믿고 돈을 구하지? 아… 젠장! 내 돈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이 보이는 구나.”
“…….”
정말이니 나에겐 중요한 것이라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한 것이지만 친구 놈은 얼빵한
표정이 만들어 졌다.
“에라이 미Chin새끼!”
한심하다는 듯이 친구 놈은 욕과 함께 내 머리통을 밀었다.
그런 자살 소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백성이 녀석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2개월째
학교를 결석한 상태였다. 하긴 나라도 오지 않겠다. 그렇게 집단 따돌림당하는 녀석
에 반 이상정도의 아이들에게까지 두들겨 맞기까지 하는 녀석인데 오고 싶다는 생각
조차도 들까? 내가 백성이라면 이대로 집에서만 지낸다.
하지만 의외로 백성이는 학교에 복귀했다. 정말이지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러지는 않
을 거다. 나 같으면 차라리 전학을 가고 말 것인데… 쯧쯧, 백성아 그렇게 나의 주먹
이 그리웠니? 뭐, 내 딴엔 정말이지 최고의 소식과 다를 바 없었다.
학교를 가고 있는 도중… 어쩐지 많이 본 모습이 보였다. 말라깽이 체형, 검은머리,
무엇보다 중학교 마돈나인 민지가 손을 흔들면서 교실에 들어가는 광경까지 보이니
분명 백성이 자식이다! 역시 이 자식 복귀했군! 이거 절로 미소가 피어나는 걸? 마침
돈도 떨어진 상태였는데 말야… 역시 신은 내편이란 말야.
“어이! 이백성!! 얌마!”
부름을 들었는지 백성이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내가 아는 백성이의 외모가 아니었다.
“어? 배‥백성이가 아니네 아∼ 죄송합니다….”
젠장! 뒷모습은 똑같은데 아니었다니? 민지녀석이 다른 남자와 대화할 때도 다 있네.
거참 신기한 일이네.
“어? 내가 이백성 맞는데?”
얼래? 진짜 백성이?
“엥? 정말 와! 정말 많이 변했다! 한동안 학교에 안나오더니 많이 변했네!”
“너 누구냐?”
오호! 백성이 자식이 저런 표정을 그릴 때도 다 있네? 쿡쿡 우선 칭찬해 주지.
“이 자식 이제 남자다워 졌는데! 짜식”
“넌 누구냐니까!? 너는 나를 알지만 난 너를 모른다!”
어쭈? 이 새끼 이제 화까지 다 내네? 말투도 상당히 거친걸. 아! 맞다… 그리고 언뜻
기억으론 이 자식 기억 상실 걸렸다고 한 것 같은데… 그 소문이 진짠가 보네. 어쩔
수 없지… 우선 밖이기도 하니… 참자 잠아. 나중에 교실에서 보자꾸나.
“하아… 기억 상실증 걸렸다는 정말인가 보구나….”
“그래 이제 네놈이 누군지 대답해라”
“내 이름은 김수민이야. 보시다시피 나랑 너랑 둘도 없는 친한 친구였지”
흐흐흐… 네놈은 나의 둘도 없는 돈줄이기도 하고, 꼬봉이기도 한 놈이지. 이 녀석
기억 상실증 때문인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데리고 우리 반
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퍽!!-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주먹으로 백성이의 복부를 쳤다. 후후후후… 꽤 아프겠지. 아까
밖에선 잘도 큰 소리 쳤겠지만… 여기선 네놈의 비명이 칠거다. 놀란 듯이 나를 쳐다
보고 있는 백성이… 난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면상에 한방 더 갈겼다.
-우당당탕!-
백성이는 책상과 의자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자빠졌다.
“이 자식이 기억 상실 걸렸다고 나한테 감히 지랄을 떨어? 뒈지려고 발악을 하는 구먼. 내가 그런다고 봐줄 줄 아나보지? 크레이지 새끼 아냐? 야 이 Dog새끼야 당장 일어나! 더 맞기 전에 말야!”
백성이는 일어날 줄 몰랐다. 아니, 일어날 수 없던 거겠지. 내 주먹이 얼마나 매운데
저런 허약한 놈 단번에 보내면 내 체면이 금이 갈 것 아니겠어.
“이런 10새! 아직도 안 일어나네! 얘들아 이 새끼 엄살 피우니까 같이 밟아주자! 기
억 상실 걸렸다고 우리를 봉으로 안다, 이 새끼. 설마 누가 아냐? 밟다가 머리라도
다쳐서 기억이 다시 살아날지. 그렇지 않아!?”
내 말에 좀 논다는 아이들은 드륵 의자를 젖히고 백성이를 밟기 시작했다. 큭큭큭…
이제부터 백성이를 괴롭히는 재미로 살 수 있겠군. 라고 생각했지만 느닷없는 이변이
발생했다.
“크아아아아앙!!”
느닷없이 백성이가 괴성을 지르며 밟고 있는 아이들을 모두 밀쳤다. 마치 성난 헐크
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백성이의 목소리 한방에 근처 주
위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들 강한 충격을 맞고 날아가 버렸다.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정말 말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백성이가 무섭게 부릅뜬 눈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백성아 우, 우린….”
친한 친구잖아… 라고 말을 할 찰나 느닷없이 나의 몸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충격이
전해져 왔다. 눈 깜빡 할 사이에 내 몸은 칠판과 붙은 상태였다.
“클럭! 클럭!! 우에엑……!”
모든 오장육부 내장이 다 터진 것 같이 숨이 쉬기 힘들었고, 입에서는 계속 피만 토
할 뿐이었다. 젠장! 이대로 나 죽는 건가? 나… 아직 죽기 싫은데… 빌어먹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젠장! 젠장!! 엄마!!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다였다. 젠장! 역시 나 죽는 건가? 빌어먹을 새끼! 사람까
지 죽이다니… 그것도 감히 나를 죽여? 이 원한 평생 잊지 않을 테다!
“어머? 깨어났니?”
뭐야? 천사라는 작자가 왜 이렇게 못생겼어? 천사라면 우아하고 예쁜 누님이 있어야
정상아냐? 이런 옥상에서 떨어진 매주라니… 천사가 예쁘다고 한 것은 역시 다 구라
였어.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다. 꼭 우리학교……
“…하얀 돼지(양호 선생 별명)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양호실에서 죽도록 맞았다. 덕분에 난 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는 체험이었
지만 다시 한번 죽음을 맛보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멀쩡하지? 분명 오장육부가 다 터진 기분을 느꼈는데… 하얀 돼
지 말로는 그저 단순히 타박상이라니… 뭔가 이상하네.
그나저나 교실의 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던 거였지? 백성이 자식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필히 이것 꿈이야. 꿈일 거야! 내가 맞을 놈이 없어서 백성이 자식
에게 맞아서 기절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 분명 난 어디론가 가는 도중 머리를 부딪
쳐서 양호실에 누워있던 거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돌아갔지만 교실 안은 그야말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
었다. 그것도 단 한사람 이백성의 의해서 말이다.
그 뒤 반에서 백성이를 괴롭히는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 전체
아이들은 백성이의 노리갯감이 되어버렸다. 그중 나는 백성이를 쳤던 첫 선두라서 그
런지 아예 그에게 찍혀버렸다.
-퍽!!-
느닷없이 백성이가 나를 보자마자 주먹이 나갔다.
“…왜, 왜 때려?”
이유 없이 왜 때리는 거야!!? 우우… 주먹이 상당히 매워서인지 내 눈엔 눈물까지 고
인다.
“왠지 너만 보면 때려주고 싶거든 그때의 아픔이 아직도 안 가셔서 말이야”
젠장! 니가 싸움만 잘한다면 다야!! 언제적 얘기를 계속 울궈먹는 거야!? 백성이는
쌜쭉한 웃음과 함께 내 앞에 쭈그려 앉는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불안하다.
“헤헤∼ 이 몸이 지금 돈이 없거든 무슨 말인 줄 알지?”
오른손을 내 얼굴쪽으로 내미는 백성이… 젠장!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백성이는 애들을 괴롭히는 것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애들에게 삥을 뜯는다. 그중
나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자주 뜯어간다. 지금까지 삥뜯은 것 전부 모으
면 아마도 플스2를(이때 당시는 플스2가 70만원 했음) 사고도 남을 정도다. 그리고
점심은 자신의 돈으로 치르지 않고, 애들 돈으로 시켜서 먹는다. 그거도 모자라 심부
름까지 시키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젠장! 지금까지 뺏긴 돈만으로도 엄청나다. 선생에게 이르고 싶지만 존심도 있고, 후
환도 두려우니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라 암담하다. 귀신은 뭐하나… 저 녀석 안 잡아
가고.
[2학년 7반 이 백성군 지금 빨리 교장실로 와주세요. 다시 한번…….]“쳇! 또 뭐야?”
돈을 못 뺏은 채, 백성이는 입맛을 다신 채 교장실로 향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오늘은 돈을 좀 많이 가지고 온 편이라서 그중 2/3이 사라진다면 난
눈물을 흘리고 말리라.
“젠장! 빌어먹을 녀석!”
이일을 알아서 백성이 자식 교장실에서 정학이나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지만 그
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요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중앙가로 향했다.
“아! 젠장! 요즘 왜 이렇게 학교 가는 일이 재미없냐?”
“왜 뭔 일 있냐?”
뭔 일… 뭔 일이야 많지…… 빌어먹을 백성이 자식 때문에… 오늘 또다시 돈을 뜯겼
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냐?
“아니, 뭔 일은 없어… 그냥… 수업도 재미없고, 이것저것도 재미없어서 말야.”
그래도 존심이 있지. 어떻게 그런 말을 친구에게 내뱉겠는가?
“그래? 새끼… 웃기는 놈 아냐? 심심하면 니 노리개 좀 조지면 될 것 같다가 무슨 심
심하다고 그러냐? 노리개는 그런 것에 쓰라고 있는 것이지 달리 쓸데가 있는 것이냐?
”
그 노리개에게 당한다는 것을 네놈은 평생 모를 것이다.
“야야! 돈 있냐? 오늘 술이나 마음껏 먹고 싶은데 나 오늘 돈이 없다. 미안하지만 좀
사주라. 나중에 내가 한턱 쓸테니까.”
어제 백성이에게 삥 뜯겨서 전 재산 2천원 밖에 없다. 젠장! 내가 이런 식으로 얻어
먹게 될 줄이야. 참으로 암담하군.
“웬일로 네놈이 돈이 없냐?”
“요즘 좀 수업이 없어 그렇지, 뭐.”
“그래? 짜식 네놈이 슬럼프긴 슬럼프구나. 애들에게 삥 뜯지 않는가 보면.”
오히려 삥을 뜯기고 있다니까.
“새끼…, 어쨌든, 우리들이 사주지. 불쌍한 친구를 위해 한턱 못쓰겠냐? 나중에 2배
로 갚아라.”
“알았다. 2배로 갚으마.”
과연 이놈들에게 2배로 쏠 날이 올지 안 올지 미지수다. 최근 들어 백성이 자식은 복
도 좋게 우리반 최고 미녀 사미와 아리아를 건지고 난 후 그녀들이 도시락을 싸온 뒤
로 애들에게 점심 심부름시키는 것이 사라졌다. 있어봐야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다. 젠장! 부러운 자식! 보통 여자도 아닌, 사미와 아리아라니… 동생 민지가 있는
것도 모잘라… 으으으…… 신은 너무 불공평해. 어쨌든, 그런 덕분에 쓸데없이 점심
값 나갈 일이 없어서 한시름 낫긴 했지만 여전히 백성이 자식은 내 돈만큼은 꼭 뜯어
간다. 정말이지 재수 없는 자식이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그 자식은 내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녀석이다. 내 이름 정도는 기억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냐? 빌어먹을 새끼
…….
“여어!”
누군가가 친한 척 나에게 어깨동무하는 이가 있다. 얼래? 누구지? 고개를 옆으로 돌
려서 확인했지만 전혀 모르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누구세요?”
사람 잘못 찾은 것 아냐? 나 기분 나쁘니까 좋은 말 할 때 치워라, 그 잘생긴 얼굴
면상 날리기 전에 말이다.
“얌마‥ 돈 있냐? 내가 배고 고파서 하는 말인데‥ 좋은 말 할 때, 돈 내놔.”
허… 어이가 없어서 인지 두 눈이 커진 상태로 놀라버렸다. 거참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 이거 뚜껑 열리게 하네… 그러지 않아도 백성이 자식 때문에 열
받아 죽겠는데… 너 오늘 잘 걸렸다.
“이런 Dog bird를 봤나? 이 손 안 놔?”
그 자식의 팔을 확 내팽개쳤다.
“야! 수민아.. 그 자식 뭐야?”
“뭐냐? 갑자기 어깨동무는 왜하고 지랄이래?”
“웃기는 새끼아냐?”
친구놈이 나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어깨동무하는 녀석을 째려본다. 몸이 우락부락한
내 친구들… 우리나이 또래에 이 정도면 대단한 것이고, 웬만한 애들도 내 친구들만
큼은 건드리지 못한다. 얼굴 또한 험악해서 인상한번 쓰면 웃고 있는 아이도 울고 갈
외모다.
“졸라 황당한 놈이다. 저 새끼가 하는 말이 뭔지 아냐? 돈 있냐고 물어보는데? 거참
… 살다살다보니, 이렇게 황당한 새끼 첨 보네. 우리 반 그 (삐리리)같은 백성이가
생각나는 새끼다.”
백성이 새끼도 이런 식으로 나에게 삥을 뜯어갔지. 오냐, 오늘 네 녀석 돈이나 삥이
나 뜯어보자 꼬라지 보니 여자 애들 몇 십명은 데리고 다닐 외모, 오늘 내가 망가뜨
려 주지. 오늘 나 건드린 것이 후회할 거다.
우리들은 그 놈을 으슥한 골목에 데려가서 손 좀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손 좀 봐주
기로 한 것은 우리들의 생각일 뿐. 오히려 제대로 손도 한번 못 대고 엑스트라답게 X
나게 얻어 터졌다. 그리고 모든 돈을 몽땅 털어 갔다.
그리고 다음날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백성이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몰매를 맞았다.
아! 젠장! 술도 못 먹었지, 절라게 밟혔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아! 짜증
이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던가? 정말로 나에겐 약이 되었다. 이제 백성이에게 해방이 되었
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2학년에서 탈피하게 되었다. 1학년 때도 같은반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설마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겠어? 우연이란 이렇게 자주
일으키지 않는 법이다.
교실 첫 발을 디디니 하얀 구름이 보였다. 이것은 어디선가 많이 맡아본 냄새에 내가
좋아하는 냄새기도 한 담배였다. 거참… 학교에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조금 어리둥절하다. 알고 보니 각 반 문제아들 몇 명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알기론 그 문제아들 선생들조차 포기한 아이들로 알고 있다. 무슨
문제아 반도 아니고서야 이런 배치가 가능한지 거참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백성이
녀석과 같이 있는 것 보단 낫다.
“이런 Dog쉐들!! 덤벼!!”
“오우!!”
새끼들 잘한다. 초장부터 싸움질이나 하고… 애들 9-11명이 모여서 싸움할 준비를 한
다. 보아하니 서열 싸움 같은데… 흐음… 나 역시 싸움은 하는 편이지만 저 애들보단
실력이 딸릴 것 같다. 뭐, 어때… 백성랑 같이 있는 것보단 나아.
-드륵!-
느긋하게 싸움 구경이나 하려고 할 어느 한놈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 시간에 들어
오는 녀석을 보면 꼭 백성이 녀석이 생각난다. 그 자식 거의 커트라인을 학교에 들어
오는 녀석이니…… 헉!! 젠장!! 백성이 녀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또다시 같은 반이 되다니!! 이런 운명의 저주
가 다 있나!!? 으아!! 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꼭 억눌렀다.
백성이는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고린내가 풀풀 날 것 만 같은 실내화 한방을 얻어맞았
다. 그 녀석 실력이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이 광경에 너무 놀라 넋이 빠
져서 방심을 낳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순응한 백성이는 이 광경이 우습기만 한 것 같
다. 어째 2학년 여름 방학이 끝난 후와 비슷한 광경이다. 그 뒤 9-11놈은 가히 불쌍
하다가 여겨질 정도로 처참하게 맞았다. 내가 거기에 끼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것
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반 담임은 교내 최고의 미인교사 김채연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김채연의 얼굴은
들어오지 않았다.
임시반장은 백성이가 되었다. 뭐, 그렇게 평정시켜버렸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
다.
“차려! 경례!”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 밖을 빠져나왔다. 나는 천천히 가방으로 얼굴을
숨겨서 교실 밖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이 짓이 과연 며칠이 갈지는 모르지만 지금 현
재로써는 백성이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여어…!”
헉! 드, 들켰다!!
“오랜만이네….”
“…아‥, 그, 그렇네…….”
젠장! 빌어먹을 새끼! 친한 척 하지마!! 니 상판 보면 재수 떨어지니까!! 그리고 돈
없어 새끼야! 라고 온 갖 욕을 다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그렇게 나타나다간 아침에
백성이에게 맞은 그놈들과 똑같은 레벨로 맞을 확률이 있으니 난 애써 웃는 표정을
그려야 했다.
“흐흐흐흐∼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백성이는 재수없게 웃으면서 교실 밖을 나갔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조화인가! 내
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 젠장!! 아!! 내 인생!! 또 여기서 무너지고 마
는 것인가!! 아아아!!
“제엔자앙!!!”
하아∼ 뭐, 그렇게 하루만에 들켜버리고 난 뒤… 난 2학년 때와 똑같은 꼴을 당해야
만 했다. 숙제가 있다면 숙제를 해와야 하고, 하루에 기본이 3천원씩 뜯기는 것도 이
제 하루의 일과로 포함될 정도였다. 세상에 진짜 나쁜 놈이 있더라도 저놈만큼 더 나
쁜 놈은 없을 것이라 봤다.
“아! 젠장! 내일 보아하니 백성이 녀석에게 돈을 뺏길테니 아무래도 지나가는 애들에
게 삥이나 뜯어야 겠다.”
하루에 3천원은 나의 하루 용돈의 1/2이다. 그런 돈을 만날 뺏긴다고 생각해 봐라 어
떻게 되겠는가? 난 밥도 안먹고 사는 줄 아나? 예전에는 용돈으로 점심을 해결했지만
지금은 엄마 모래 도시락 싸기 바쁘다. 만약 엄마가 도시락 싸는 것을 알다간 분명
용돈이 반으로 줄리라. 그러면 난 전 재산을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라 그것만큼은 사
양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아도 하루에 2천원씩 생활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러니 이제부터 만만한 애들이 지나가면 1-2천원이라도 삥뜯기로 결정했다.
“어디 없을라나…….”
어디 만만한 애들 찾으려고 물색했다. 엇!? 어리버리 촌놈처럼 걸어가고, 부실한 말
라깽이처럼 보이는 체형… 저 녀석이 딱 좋을 것 같군. 무엇보다 검은머리가 백성이
를 떠오르게 해서 더욱 괴롭혀 주고 싶은 충동이 서린다.
좋아! 저 녀석에게 돈을 뜯어야겠군!
-퍽!!-
다짜고짜 뒷통수 한방을 갈겼다. 그래야 바로 쫄 것이니까.
“얌마! 좋은 말 할 때 나 좀 따라올까?”
그 녀석은 뒤통수 한방 맞은 것이 좀 아픈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새끼 새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엄살은… 좋은 말 할 때 따라 오랑께.
“어쭈? 내 말 안 들리냐?”
위축감이 들게 목소리까지 깔며 험상궂게 말했다. 그 자식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훗! 어떤 어리버리 한 녀석인지 얼굴 한번 볼까? 운도 나쁜 녀석…… 하필 나한테 걸
리다니, 네 운명을 한탄해라.
“썩을… 네 녀석이냐……? 지금 내 머리 친 것이…….”
헉! 세상에 마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무슨 놈의 운명이란 자식은 이런 일을
벌이게 하는지! 정말이지! 어디서 한탄이라도 하고 싶다!
“아, 배, 백성아…… 미, 미안… 나, 난 너인 줄 모르고…….”
젠장! 내가 삥 뜯으려는 녀석은 다름 아닌,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놈 0순위 백성이
었다. 내 머리에선 쿠르르쾅! 하면서 번개 한 점이 떨어지는 충격을 받았다.
“시끄러… 오냐… 니 말대로 따라가 주지.”
“배, 백성아 말로…….”
백성이가 나를 억지로 으슥한 골목으로 끌고 간다. 따라오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
가 끌려가는 건데…….
어쨌든, 그 날 난 엄청 맞았다.
하지만 이런다고 내가 포기할 나냐!? 다음날 난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젠장! 어제는 실패했다만 오늘은 성공해 주지.”
오늘 학교에서 백성이에게 하루 용돈 다 뺏겼다. 젠장! 빌어먹을 새끼… 어제 그런
짓 했다고 다 뺏어가다니… 네놈이 사람이냐!! 사람이면 그런 짓 하지도 않는다!
“옳지! 저 녀석이 좋겠군!”
분주하게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속에 난 목표물을 감지했다. 이번에도 검은머리에
어리버리 걸어다니는 녀석! 일부러 난 백성이의 비슷한 녀석을 찾았다. 왜냐면 어제
그렇게 맞았으니 오기라도 백성와 비슷한 녀석을 두둘켜 패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조심스럽게 그녀석에게 다가갔다.
“어이! 좋은 말 할 때 따라오는 것이 어때?”
이번에는 머리통을 치지 않고 살짝 어깨동무만 한 채 험상궂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인
상을 팍 찡그리며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난 또다시 천둥번개 한방을 맞았다.
“오호… 너 요즘 많이 컸다. 그래 가주지.”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젠장!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다름 아닌, 이번에 고른 사냥감도 백성이 자식이었
던 것이다. 그 뒤 백성이에게 끌려가 어제와 비슷한 레벨로 X나게 밟히고, 돈도 뺏겼
다.
“젠장!! 내가 이대로 질쏘냐!!?”
그래! 이제 오기다, 오기!! 다음날 난 또 거리로 나와 똑같은 짓을 하려고 했다. 연
속으로 그렇게 당하니 성공할 때까지 오기가 생겨 버린다.
이번에는 좀 먼 다른 지역이다. 설마 백성이 자식… 여기까지 오겠어? 난 물색을 했
고, 목표감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가가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것이 있으니 살짝 손만
올려놓았다.
“어랏? 여기서도 보네?”
정말이지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이것은 신의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광경
이었다. 그 날 난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었다. 아니, 돈이 없었으니 가지고 올 수가
없었다. 덕분에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난 오늘도 X나고 X같이 밟혔다.
“젠장!!!”
그래! 마지막이다! 마지막!! 이제 더 이상 이 짓도 안 한다! 그리고 또 다음 날, 다
른 지역의 거리…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채 어둠의 루트에 다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감을 물색했다.
“옳지!!”
여전히 똑같이 검은머리에 어리버리, 말라깽이 체형… 백성의 뒷모습과 똑같은 놈이
다. 난 빙긋 짙은 미소를 그린 채 그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잠깐… 설마 백성일 수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한 행동을 통틀어 보면 분별 않고 달려갔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패턴도
있고 하니, 좀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조심해서 남 주는 것도
아니고,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 난 그놈을 지나쳐 얼굴을 확인했다.
‘역시!!’
다름 아닌, 그 녀석의 정체는 백성이었다. 대체 뭐 하는 작자야? 이런 곳까지 오고
말이야. 젠장 이래선 내가 안심하고 사냥을 할 수 없잖아!!
“쳇! 아무래도 오늘 일진이 안 좋아.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야겠군.”
그렇게 일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나는 집으로 향하려는 도중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름 아는 어깨에 손을 올린 녀석은 백성이었고,
이번에는 먼저 그가 나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놈은 말했다.
“어쭈? 이번엔 쌩까냐? 죽었어.”
그 날 또다시 X나고 X같이 XX처럼 밟혔다.
젠장! 대체 어쩌라고! 돈 없다고 맞고! 머리통 살짝 때렸다고 X나게 밟고, 이번엔 쌩
깠다고 X나고 X같이 XX처럼 밟냐!!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니 봉이냐!! 젠장!! 누가 제발 저 녀석 손아귀에서 나 좀 구제해 줘!!
이렇게 나의 수난은 계속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