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 Dragon RAW novel - chapter 87
인사말을 건네자 또다시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대기하고 있는 백댄서들이 나서며 율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
들도 백댄서와 비슷한 춤을 추며 콘서트가 시작하는 종이 울렸다.
그녀들의 노래를 듣기 싫은 카이란은 그녀들이 무대쪽으로 가는 것만 보고는… 다
른 곳으로 몸을 옮기려고 했다. 인혜의 말이 신경 쓰였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
각하며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찰나… 반주가 어느정도 지나자 그녀들의 노래 음성
이 들려왔다.
“와! 생이다!”
먼저 놀란 것은 지희였다. 설마 댄스 가수가 라이브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놀랄 일
이었다.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자 카이란은 옮기려는 모습을 멈췄고, 시선을 그녀들
에게 향하며 그는 무대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의문이 풀렸듯이 그제서야 카이란은 바쁜 이유와 그녀들이 스튜디오 실로 자주 갔
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카이란은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판즈의 노래를 좋아했
었고, 립싱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판즈의 노래를 싫어했었지….. 노래 차체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카이란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
고, 예전에 판즈를 좋아했을 때의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역시나 라이브로 해서인지 그녀들의 체력은 한계가 있었다
. 가끔 숨이 차서 한 박자 느린 템포도 있었고, 춤을 추는 것도 힘들어서 인지 춤
을 추면서 그만두기까지 했었다.
콘서트장의 열기는 조금씩 무르익었지만… 판즈의 그런 모습에 김이 빠지는 관중
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왠지 현란하고 멋진 판즈의 춤을 보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카이란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라이
브로 부르는 것과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해 주는 그녀들을 보며 카이란은 조그만
한 감동을 느낀 상태였다. 그리고 아까 인혜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이 무대는 모두 백성군을 위한 무대에요… 오늘만큼은 관심 있게 봐주세요.’
자신의 무대라고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등을 돌리려고 한 자신
이었는데… 뜻밖에 그녀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카이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간나면 스튜디오 실을 찾은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역량을 올리려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두 카이란의 고별무대를 위해서 이런 준비를 해온 것이고, 무심코 지나갔
던 카이란을 위해서 그녀들은 지금까지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판즈의 그녀들은 얼굴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옷은 땀으로 젖어 있지 않은 곳
이 없었고, 꼭 물 한바가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그녀들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간혹 멘트로써 그녀들을 쉬게 만들었지만 몇 분 정도 쉰다고 모든 체력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채로 쉬면 근육이 풀리니…. 더욱 힘이 들고, 그녀들을
어려워지게 하는 것이 오히려 몇 분간의 휴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래서 댄스 가수는 라이브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래를 하는 동시에 몸을 움직
인다는 것은 거의 무리에 가까웠다. 몸도 힘들고 목에 힘도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들은 웃고 싶어도 이제는 웃을만한 힘이 없었다. 역시 단시간으로 역량을 올리
는 것은 그녀들로 부족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힘이 빠져서 쓰러질 뻔할
때쯤… 그녀들의 몸에서 자동적으로 힘이 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힘
없던 근육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녀들로써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그래도 힘이 났기 때문에 오히려 무대위에
서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녀들이 힘이 난 이유는 바로 카이란의 마법 덕택이었다.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카이란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체력을 회복시켜 준 것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들은 이렇게 목이 아프도록 노래를 부른 적은 오랜만이었지만… 노래녹음 할
때를 제외하고는 관중석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한 적은 처음이었다. 자신들의 실력
이 아직은 모자르고 역량도 부족해서 인지 많이 힘들었고, 틀렸지만 그런 것에 아
랑하지 않고 느낌만으로도 그녀들도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자신들의 실
력을 키워서 라이브를 자주 해서 자신들의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은 그녀
들이었다.
“여러분…. 하아… 저희의 부족한 실력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아…. 하
아…”
노래가 끝나자 마리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멘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힘이든지 입에
서 거친 숨소리가 마이크로 전해서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숨소리였지
만 관중석에서는 상관없이 멘트가 시작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화아아아아아아!”
“여러분…. 이번 무대는 누군가 저희를 위해서 힘을 써주신 분을 위해서 이런 고
별의 무대를 만든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그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그 사람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런 고마움에 보답을 해
주는 것은 이런 고별의 무대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는 외부 사람과 같이 행동해서인지 힘든 점과 곤란한 점이
많이 있었지만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란 처음부터 친해지
지 않는 것이잖아요.”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힘든 일과 어려운 일…. 이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잘 헤쳐 나가며 우리를 위해서 힘을 써주고 몸을 아끼지 않은 모습을 보
여주었지요.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싸우면서 정들어 진다고 하잖아요. 그
만큼 많이 싸우고 정이 든 만큼 우리는 그 사람과 아쉬움이 아주 많은 이별을 나눕
니다.”
“그 사람이 우리를 위해 힘써준 것은 이런 무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우리
의 마음이 그 사람에게 잘 전해 졌으면 하는군요. 이별이 오면 만남도 있듯이 우리
는 이 콘서트의 마지막 곡 ‘이별… 만남… 그리고 행복’ 이라는 노래로 이 콘서
트의 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랑하고… 모두모두 행복을 기원
하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에게도 언제나 행복만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 말끝에 또다시 환성이 터지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
들 뒤에는 어느새 가져왔는지 조금 높은 의자가 각각 한 개씩 놓여져 있었고, 의자
에 앉으며 간주에 맞추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서 그와 나는 맞지 않는 시간을 보내서 우리는 긴 헤어짐을
보였어.
헤어짐은 한순간, 모든 감정도 한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없앴지.
-언제나 하루하루 날들을 싸움으로 보내서 우리는 결국 헤어짐을 선택을 했지만 시
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작은 가슴에서 전해지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나봐.. 지난
날을 돌이키자… 아쉬움에 밀려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었지….
-하루 하루 세월이 흘러 지난 나의 사랑은 모두 녹아 흘러내리며 이제는 모두 추억
으로 되어 간직이 되었지. 이제는 새로운 사랑이 싹트기만 기다리며 운명 같은 나
날을 지새웠을 때 우연에 우연을 낳아서 새로운 사랑은 다시 만남으로 이어졌어.
-아.. 아… 그리움은 밀려들어 다시 사랑으로 싹트며 우리는 다시 손을 잡았지…
그 사람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했고, 손길로써 나는 그 사람의 사랑의 느낌을 느낄
수가 있었지… 따뜻했던 그의 손….. 나는 두 눈을 감고 그의 손을 음미했네..
-괴롭고 힘든 과거는 모두 따뜻한 추억으로 변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이별 덕분에
웃었지.
이제는 그의 한마디라 모두 사랑으로 느끼네… 한번 잡았던 그의 체온은 이제 나
의 숨결로 남아 있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행복만이 남아 있었네..
….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씩 그녀들은 번갈아 가면서 불렀고, 잔잔한 반주가 마지막으
로 이곳 콘서트 장을 메웠다. 반주가 끝나자 관중석에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잘 나
타내듯이 큰 소리로 이곳 콘서트 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을
질러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녀들은 허리를 숙이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 놓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무대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노래를 부르기 전의 멘트 때문에 그녀들의 얼굴은 심하게 붉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당사자인 카이란이 있었기 때문에 붉어져 있었고, 그런 그녀들을 잘 알고 있는 카
이란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천만에…. 이 정도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해.”
“푸웃… 그래? 고마워…”
미소를 지으며 마리는 카이란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인혜를 쳐다보
자 그녀 역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와! 그나저나 힘들지 않았어요? 춤에다가 노래까지 라이브로 불렀다면 체력이 엄
청 났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지희는 그녀들의 실력에 감탄을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후훗..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아야지요..”
눈웃음을 지으며 인혜는 지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흐음…. 댄스가수가 라이브를 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어쩟든 대단했어요.”
대단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지희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
의 모습에 조금은 부끄러운지 인혜와 마리는 얼굴이 또다시 붉어지며 어쩔 줄 모르
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카이란의 고별무대는 막을 내렸다.
(135) 이세계 드래곤 [17] 5.왕따 카이란?
관중석에도 무르익던 콘서트의 열기는 이제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 한두명이
떠나며 5000명 이상을 꽉 채우던 무대는 텅 빈 공터만 남아 있었고, 무대장에 있는
세트조차도 이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서운 판즈의 팬들을 헤치며 힘들게 호텔로 돌아왔었고, 이대로 헤
어지는 것이 아쉬울 것 같아서 지희도 그들과 같이 따라서 왔다. 어차피 카이란은
지희를 잘 알고 있고, 그녀가 따라와도 그리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지희가 따라온
다고 했을 때 기분 좋은 얼굴로 승낙했었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피곤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카이란은 몸을 침대에 맡겼다.
푹신한 침대가 카이란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자 이대로 잠들어 버릴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카이란은 침대에 몸을 추스르며 들어온 인간을 쳐다보았다. 카이란 방에 들어온 사
람은 지희였고, 빼꼼히 얼굴먼저 내밀며 조심스럽게 카이란을 쳐다보았다.
“저기.. 안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지희의 모습을 보며 카이란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안자… 그런데 왜?”
“그냥… 내일이면 너 돌아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고 싶은 것 뿐이야..
.”
지희는 말을 하며 천천히 카이란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옆에 앉았다.
“그래…”
“하아! 내일이면 너와 이별을 하는 구나.. 오늘 만나놓고 내일 헤어짐이라니… 왠
지 또다시 섭섭해지는 군…”
한숨을 쉬며 지희는 내일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지희는 아쉬운 감을 감추지 못했
다. 지희의 마음을 잘 알았는지 카이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 지희는 천천히 몸에 힘을 빼며 뒤로 벌러덩 누웠고, 침대가 푹신했기
때문에 몸이 위로 아래로 흔들렸다.
“그래도 기분은 좋아… 이렇게 헤어졌어도 다시 만났으니 언젠가는 또다시 만나는
것 아니겠어? 역시 사람이란 앞의 일을 모르는 것과, 그것의 재미로 사는 건가봐..
. 후훗..”
싱긋 웃는 모습의 지희를 보며 카이란은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지희는 가만히 전
장을 응시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고, 그들만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지희는 갑
자기 몸을 일으키며 카이란 앞에 섰다. 카이란은 갑작스럽게 지희가 자신의 앞에
서자 갸웃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보았다.
“우리 여기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가자. 오랜만은 아니지만 슬슬 저녁도 다되어 가
는데 저녁노을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그녀는 이곳에 카이란과 자신이 주로 좋아하는 곳인 바위산을 말하며 저녁노을을
구경하러 가자는 제의를 했다. 여기 있어봐야 잠밖에 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카이란은 선뜻 지희의 제의에 쉽게 동의했다.
“그래.. 가지. 오랜만은 아니지만…. 마침 저녁노을이 보고싶군.”
카이란의 동의하는 말을 하자 지희는 싱긋 밝게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카이란 앞
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카이란이 지희의 내민 손을 잡자 그녀는 카이란을 잡아 당
겼고, 그 힘을 이용해서 카이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희는 천천히 카이
란의 옆에 나란히 섰고 자연스레 그의 팔에 자신을 팔을 집어넣으며 팔짱을 꼈다.
“가자.”
지희는 밝은 목소리로 말을 짤막하게 내뱉고는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
만이 좋아하는 바위산으로 향했고, 시간에 맞춰서 그들이 바위산에 도착했다. 바위
산에 도착하자마자 멋진 저녁노을이 펼쳐지며 그들은 때 마침 좋은 타이밍으로 감
상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저녁 노을을 멋이 있었고,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은
절로 감탄이 배어 나왔다.
시간은 어느덧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올라갔던 바위산을 내려갔고,
천천히 바닷가의 소리를 음미하며 걸어갔다. 저녁이라서 그런지 이제는 쌀쌀함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리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지
만… 그것은 카이란의 생각일 뿐…. 지희는 쌀쌀함의 날씨가 조금 추운지 카이란
곁에서 미약하게 몸이 부르르 떨었고, 짧은 반 팔 쫄티를 입고 있어서 밀려오는 추
위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희는 카이란의 곁에 바짝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지금 카이란이 입고 있는 것은 횐 반팔 티에다가 체크 무의 난방을 입고 있는 상태
라 난방을 벗고 그 난방을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반팔 난방이었지만 그녀를 덮어주
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아… 고마워..”
지희는 카이란이 옷을 벗어서 자신에게 쓰여주자 얼굴에 작은 홍조를 띄며 고맙다
는 말을 건넸다.
“아니… 레이디가 추운데… 그것을 못본 체 하면 남자의 도리가 아니지…”
씩 웃어 보이며 카이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카이란의 말에 지희는 픽 하
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그녀는 더욱 바짝 카이란의 곁에서 나란
히 걸었다. 어느덧 그들의 발길은 오늘 오후에 열었던 콘서트 무대를 했던 곳에 도
착했었다.
오후 때만으로도 엄청난 열기와 함성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지금은 텅 빈 공허만
있었다. 마치 오후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광경인 것 같았다. 무대의 모
습은 여전했지만 무대를 밝게 빛나게 해주는 조명과 시설이 없으니… 더 이상 이
곳은 콘서트 장이라고 볼 수 없었다.
카이란은 텅빈 콘서트 장을 보면서 그녀들이 이곳에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랐
다. 힘이 들어서 땀으로 범벅을 한 그녀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카이란은 절로 웃음
이 나왔다. 웃음이 나올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자연스레 웃음이 피어
나왔다.
“뭐야? 왜 그렇게 실실 웃어?”
지희는 갑자기 웃는 카이란의 얼굴을 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아까 인혜, 마리가 여기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생각나는 바람
에…”
“뭐야..? 그럼 웃을만한 일이 아니잖아. 어떻게 너를 위해서 그런 무대까지 마련해
준 아이들을 웃을 수 있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망정 ….”
판즈의 그녀들의 정성을 생각하지 않고 웃음으로 흘려보내니 지희는 마땅하지 못한
표정으로 카이란을 쏘아봤다.
“아니… 그게 아니야… 그냥.. 그럴만한 생각을 해서 그래….. 흠..”
그리고 카이란은 관중석 중앙으로 서며 무대 위를 올려보았다. 텅빈 무대였지만…
.. 카이란은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한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무대를 보니까… 아까 그녀들이 이곳에서 콘서트를 벌였을 때…. 나는
이곳에서 그녀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면 다른 사람들 같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그랬
을까? 이상하게 조금 궁금하게 들더라고….”
“그래? 뭐… 모르지.. 그런데 아무래도 너의 성격을 봐서는 이상하게 환호성을 질
러될 성격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인상이나 팍팍 쓰고 있을
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아?”
지희는 싱긋 웃으며 카이란이 그곳서 판즈의 콘서트를 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
는 상상을 하며 말을 했다. 카이란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실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훗.. 그럴수도…”
확실히 그럴 확률이 있자 카이란은 자신도 긍정했다.
“뭐야! 그러면 아까 우리의 공연을 봤을 거라면 처음과 똑같이 사고를 쳤을 거라는
거야!? 후후훗! 그러면 보면 알겠지!?”
“응?”
느닷없이 무대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카이란과 지희는 놀란 얼굴로 무대
장 위쪽을 쳐다보았다. 다름 아닌 무대장 위쪽에는 판즈의 그녀들인 마리와 인혜가
서 있었고, 옆에는 그의 매니저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뭐야?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 왔어?”
“그 반응 무슨 뜻이야? 우리는 여기 오면 안 된다는 법 있어?”
허리에 양손을 짚으며 마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카이란에게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카이란은 할말이 없어지자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굵었다.
“훗… 그냥.. 마지막 파티를 벌이려고 백성군을 불렀는데… 호텔 안에 없기에 우
리가 찾으러 나섰는데.. 마침 여기에 있는 것이잖아요.”
“파티?”
“응! 파티. 너 모르는 거야!? 너 내일이면 우리와 작별이니까! 마지막에는 당연히
파티를 여는 것 당연한 것 아냐!? 설마 이렇게 싱겁게 헤어질 생각을 했던 것이었
어?”
“후후… 그렇군.. 내일이면 헤어지는 시간이었군… 왠지 시원섭섭한데…?”
눈웃음을 지으며 카이란은 그녀들에게 말했지만…. 왠지 그의 표정에는 시원했으
면 시원했지 섭섭한 표정은 눈곱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마리는 자
신이 가지고 있던 맥주캔을 들고는 그대로 카이란의 머리통으로 향해서 던지며 말
했다.
“헹! 멍충이! 시원섭섭 좋아하네! 표정이나 숨기고 그런 말해라!”
그녀의 맥주캔을 던진 것을 가볍게 손으로 낚아챈 카이란은 다시 싱긋 웃으며 그녀
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디서 파티를 벌일 생각이지?”
파티라면 당연히 술과 음식이 널브러져 있는 곳을 말하는 곳! 카이란은 이런 시골
에 파티를 할 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여기에서.”
“엑?”
“뭘 그리 놀래? 파티라고 꼭 장소가 정해져 있어야해? 파티란 말이지 자고로 시원
한 맥주 캔과 그에 알맞은 새우깡의 음식만 있어도 파티라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소박한 파티지만… 그래도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안 그래?”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마리는 말을 했다.
“쳇!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파티를 할 생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