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bearing Tyrant RAW - chapter (115)
샨크 (2)
“영주님이 안 계시는 동안 경비 대장의 요청으로 신병들 중 기병들이 탈 전투마 4백 필 구입비로 8천 금화가 사용되었고 전투마를 보호할 마갑 제작비로 역시 3천 금화, 말들이 지낼 마구간 보수 공사에 2백 금화가 더해져, 도합 전투마와 관련된 총지출이 11,200금화였습니다. 늘어난 전투마를 관리할 말 관리인의 급여와 말먹이 등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전투마 계열 중 뛰어난 킬라센 종을 산다고 하더니 말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말 구입 비용도 비싸지만 말 유지비도 상당하다.
“말이 지금 성에 들어와 있나?”
이안은 묵묵히 서 있는 경비대장 잘랭을 쳐다봤다.
“반은 도착했고, 나머지 반은 현재 육로를 이용해 영지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말값은 이미 다 지불했고?”
“그렇습니다. 킬라센은 원하는 곳이 많아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말이 오지 않습니다.”
“누구한테 사오는 거지?”
“스무 개의 말 목장을 가지고 있는 모멩 영주입니다. 말을 끌고 오는 자들도 그의 병사들입니다.”
이안의 시선이 집무실 왼편 벽에 걸린 커다란 왕국 지도로 향했다.
알베른과는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 모멩의 영지가 표시되어 있다.
“이어서 지출을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주님의 지시를 받아 성의 식량 창고를 채우기 위해 마거티 상단으로부터 곡물을 대량으로 구입했습니다. 그 비용이 6천 금화입니다.”
마거티 상단이라면 일전에 이안이 연주를 듣기 위해 방문했던 상인의 상단이다.
‘제라든이라고 했었지.’
마거티 상단의 단주를 떠올리던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량은 든든히 채워 놔야지.”
이후로도 굵직한 돈이 지출된 내역을 몇 가지 더 설명한 재무관은 장부를 접고 이안을 응시했다.
“이상입니다.”
“돈이 쉴 틈 없이 나가는군.”
“그렇습니다.”
재무관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두 달 전 채석장에 불이나 영주가 거의 6천 금화가량 손해 본 것이 지금 생각해도 고소하기 그지 없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영주님. 지금이라도 서부 영지의 수로관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의 임금을 전액 삭감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그들이야 서부 영지의 주민들 아닙니까? 그들을 위한 일에 굳이 영주님께서 돈을 사용하실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재무관은 이안을 위하는 척 넌지시 말했다.
“두 달이나 지났는데 경은 변한 게 없군.”
“예? 제가 뭘 말입니까?”
이안은 팔걸이를 손바닥으로 치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상자를 가지고 오너라!”
론도가 직접 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재무관 앞에 내려놔.”
“예, 영주님.”
론도는 상자를 놓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재무관의 물음에 이안은 손짓을 했다.
“열어 봐.”
재무관은 잠시 의문의 상자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어 뒤로 젖혔다. 그 순간,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빛이 재무관의 눈을 강타했다.
‘이건!’
많은 양의 보석에 재무관의 눈이 급속도로 커졌다.
‘어디서 이 많은 보석을?’
옆에서 보던 문관도 놀라는 눈 치였다.
“이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재무관은 믿어지지 않는 눈빛으로 이안을 응시했다.
큰 빚을 진 열악한 영지의 영주에게 이런 보석을 빌려주거나 공짜로 줄 곳은 없다.
그런데 영주가 보란 듯이 그의 앞에 보석 상자를 내려놨다.
“그건 경이 알 필요 없어.”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이안은 헛기침을 여러 번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졌다.
“팔면 5만 금화 정도 될거야. 서부 영지 수로관 공사에 인부들을 더 고용해. 임금도 제대로 쳐 주고. 그리고 영지 정비를 좀 해야겠어. 지난번 무너진 다리 다시 세우고 보수가 필요한 다리를 찾아내서 확실히 손 봐. 만약 이후에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재무관의 책임으로 죄를 묻겠다.”
“인부들의 임금을 더 올려 주라는 말씀입니까?”
“시키는 대로 해! 가뭄 때문에 흉년이 몇 년간 지속돼서 쓸 돈도 부족해 보이던데, 이렇게라도 해서 마을에 생기가 돌아야 할 거 아니야!”
이안이 언성을 높이자 재무관은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리고 도적단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을을 내가 직접 가 봤다. 엉망이더군. 불탄 집이 그대로 있고, 집 없는 마을 주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어. 마을 촌장이란 놈은 귀족이라는 허울만 가지고 지 목장만 배불리고 있고. 문관!”
“예, 영주님.”
“그자의 촌장 지위를 박탈한다. 그리고 놈의 재산 중 반을 몰수 해 마을 재건 비용에 쓰도록.”
이안의 사정없는 지시에 문관이나 재무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유를 대지 않으면 반발이 클 겁니다.”
“내가 알아봤어. 도적단이 왔을 때 마을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하더군. 내 말이 맞나 틀리나?”
이안은 경비대장을 쳐다봤다.
잠시 침묵하던 잘랭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영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경비대장은 병사를 보내 그 촌장 놈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 끝까지 저항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무방하다.”
싸늘한 이안의 지시에 집무실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재무관은 당장 목수와 자재를 구해서 도적단에 피해를 본 마을과 노예상 크롬에게 피해를 본 해안 마을에 보내. 겨울에 그 마을에서 한 사람이라도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촌장을 죽여도 된다는 서슬 퍼런 이안의 지시에 바짝 긴장을 한 재무관이 서둘러 답했다.
“경비대장, 신병들은 훈련은 잘 되고 있나?”
“예.”
“내일 가 보겠다.”
짤게 말한 이안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가 없는 동안 모두들 수고했다. 재무관만 남고 모두 나가 보도록.”
쿠웅! 사람들이 나가자 이안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재무관에게 걸어 갔다.
재무관은 왜 자신만 남으라고 했는지 불안해했다.
“재무관.”
“예, 영주님.”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할까?”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이안은 주먹으로 재무관의 얼굴을 가격했다. 눈 밑을 맞은 재무관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두 바퀴나 굴러갔다.
“너, 청상어 해적단에게 편지 보냈어, 안 보냈어?”
얼굴을 감싸고 신음을 흘리던 재무관은 이안의 물음에 깜짝 놀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제, 제가 말입니까?”
“보냈어, 안 보냈어?”
“보내지 않았습니다.”
“너, 내가 현성을 보낼 거라고 예고까지 했잖아. 그래, 안 그래?”
재무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스르릉. 이안은 검을 뽑아 바닥에 엎드려 있는 재무관의 목에 가져갔다. 말없이 재무관을 한동안 내려다 보던 이안이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딱 한 번만 다시 묻겠다. 편지를 보냈어, 안 보냈어.”
목을 살짝 파고드는 검날에 재무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짜 날 죽이려 하고 있어.’
편지를 보낸 게 자신이라고 확신하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거짓을 말했다가는 죽는다. 그는 이마로 바닥을 세게 때렸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내렸다.
“용서해 주십시오, 영주님! 그 편지를 제가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보내고 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이안은 발로 재무관의 명치를 가볍게 쳤다. 순간 재무관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영주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저도 모르게 현성이라는 놈을 질투했나 봅니다. 영주님이 비밀리에 아끼시는 것 같아서요.”
숨을 헐떡이던 그는 눈앞에 검을 손가락으로 살짝 옆으로 밀며 이안의 눈치를 봤다.
“영주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에 대한 질투도 하지 않고, 온전히 영주님을 섬기겠습니다.”
“전에도 그랬지, 날 개처럼 섬기겠다고. 거짓말이잖아.”
“아, 아닙니다. 이번엔 정말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재무관을 내려 다보던 이안은 천천히 검을 거뒀다. 재무관을 죽이는 건 쉬워도 그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관리가 보이지 않았다. 나쁜 짓만 안하면 돈 관리는 철저히 하는 자다. 일단은 살려 두는 게 이익이다.
“선을 넘지 마. 내 말 명심해. 알았어?”
이안이 낮에 성으로 복귀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린다는 빈민가에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치료제 연구에 집중하느라 예전처럼 자주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성을 나올 땐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을 치료했다.
“미안해요.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할머니의 잇몸에 찬 고름을 짜낸 그녀는 우물 옆 공터에서 일어났다. 술을 먹고 싸우다 다친 사내가 눈을 부라렸다.
“귀가 아프다고. 치료해 줘!”
“치료사를 찾아가 돈을 주고 치료받아요.”
가방을 든 그녀가 냉정히 말했다. 그녀에게 시비 걸듯 말을 하는 남자는 벌써 여러 번 그녀에게 무료로 치료를 받아 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돈이 없다니까! 당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치료해 주잖아!”
“무조건은 아니에요. 특히 당신처럼 나를 이용해 먹는 사람들에 게는 더더욱요.”
“내가 뭘?”
남자는 성난 표정으로 다가왔다. 여차하면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있는 돈은 술 사 먹고, 술기운에 싸움하고, 돈 없다며 내게 치료받고. 창피한 줄 아세요.”
“이게 정말!”
남자는 그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린다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멈칫했다.
빈민가 사람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몇 년째 이곳에서 선행을 하고 있는 린다를 좋아하는 빈민가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남자는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에이, 젠장!”
욕설을 남긴 그는 골목으로 달아났다.
“고마워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인 그녀는 성으로 반입되는 식자재 마차를 얻어 탔다.
흔들리는 마차의 짐칸에서 그녀는 점점 멀어지는 꺄뮤를 바라봤다.
‘결국 그 아이의 손가락을 잘랐어.’
가죽 공방에서 일을 하다 얻은 상처로 남자아이의 손가락 하나가 썩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손가락을 살리고 싶어서 마을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상처는 더 악화되었다.
결국 그녀를 찾아와 상담을 했지만 그녀라고 뾰족한 수는 없었다.
-잘라야 해요.
은색 톱을 든 그녀는 아이의 눈을 가리는 가족의 불안한 시선을 뒤로하고 결국 냉정히 톱질을 했다. 상처를 제때 제대로 치료해, 신체를 잘라야 하는 비극을 막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것은 부호와 귀족 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상처를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결국 팔다리가 썩거나 해서 사망한다.
생존을 위해 신체를 자르는 환자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실력 좋은 치료사가 아니면 피를 흘리다 죽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신체를 절단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야. 불구로 살지 않아도 되고.’
그녀가 치료제를 만들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료제의 비밀을 품은 던전의 고서는 중요 부분이 훼손 되어 알아볼 수가 없는 상태.
수많은 연구를 통해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수밖에 없다.
힘들더라도.
‘꽤 추워졌어.’
어두워지자 바람이 매서워졌다. 겨울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마차 짐칸에서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숙였다.
“린다, 영주님이 돌아오신 건 아니?”
살짝 잠이 들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아마도 마차를 조사하다 그녀를 발견하고 얘기를 한 것 같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영주님이 돌아오셨다고 했다.
마을 다녀올 때마다 습관처럼 내게 물어봤잖니. 그래서 얘기해 주는 거야.”
린다의 피곤해하던 얼굴이 환하 게 펴졌다. 두 달이 다 되도록 영주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아 걱 정이 많았었다.
기뻐하던 그녀는 마차에서 내렸다.
“언제 오셨는데요?”
“낮에 오셨다. 처음엔 먼지 가득한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계셔서 영주님인 줄도 몰랐단다.”
“건강해 보이시던가요?”
“그럼, 매우 건강해 보이시더라. 성문을 통과하실 땐 내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영주의 관심을 받은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인지 몰라도 병사는 아주 뿌듯해하며 말했다.
“알려 줘서 고마워요.”
병사에게 미소를 보인 그녀는 성문을 통과해 집으로 뛰어가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늦췄다. 집 앞에 영주의 호위 병사들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