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bearing Tyrant RAW - chapter (622)
욘디아르 (6)
이안을 기습하다 전신에 수십 곳의 검상을 입고 피를 쏟아 내던 두 사내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동굴 바닥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간헐적으로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서서히 죽어 가는 끔찍한 고통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생기를 잃어 가는 사내들을 지나쳐 이안이 차가운 얼굴로 다가오자, 에브록과 사내들은 뒤로 주춤 물러났다.
“대장, 어떻게 합니까?”
에브록이 물었다.
“뭘 어떡해. 저놈이 영주든 아니든 저놈은 우리를 죽이려 하고 있다. 살려면 맞서 싸워야지.”
일리안의 말에 사내들이 이를 악물며 검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어디서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싸움 실력을 그들은 갖추고 있었다.
다만, 맨손으로 검을 쉽게 부러트리고 그것을 무기로 사용해 동료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난도질해 버린 이안의 단호하고 잔인한 행동에 기가 죽은 것이다.
그리고 알베른 영주가 굉장한 실력자라는 소문은 산속에 있는 그들에게도 전해져서 잘 알고 있었다.
데닌 마을 촌장의 집사가 세상 소식을 가끔 전해 줬기 때문이다.
‘제발 저 미친놈이 알베른 영주가 아니길 바라야겠군.’
긴장감으로 인해 손을 미세하게 떨던 에브록은 바로 눈앞까지 이안이 다가오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냥 못 본 척 지나가지 그랬어! 이 개자식아!”
퍽!
이안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에브록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느새 그의 이마엔 이안이 들고 있던 검신 한쪽이 박혀 있었다.
차가운 눈빛으로 에브록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이안의 손이 밑으로 움직였다.
에브록의 이마부터 하복부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지며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촤아아아!
그 피를 정면에서 고스란히 맞은 이안은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던 검신을 좌우로 교차해 휘둘렀다.
서걱!
에브록의 몸이 삼등분돼 동굴 벽으로 날아갔다.
“이 괴물 같은 자식!”
겁에 질린 일리안의 남은 부하 두 명이 모닥불을 이안에게 걷어찼다.
불붙은 나무들이 이안의 시야를 가렸고, 그 순간 그들이 검을 찌르며 돌진해 왔다.
이안은 표정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검신을 바닥에 툭 버렸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죽어!”
비장미 가득하게 달려들던 사내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푸른 빛을 띤 거대한 주먹이 그들의 검을 먼지처럼 부수고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돼!”
콰앙!
큰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간 사내들의 몸이 동굴 벽을 부수며 벽면 안쪽으로 처박혔다.
동굴 벽에 몸이 반쯤 파묻힌 그들은 전신의 뼈가 으스러진 채 입으로 걸쭉한 피를 흘려 댔다.
“마, 망할……”
잠시 후 벽에 박혀 있던 그들의 몸이 동굴 바닥을 향해 힘없이 쓰러졌다.
쿠웅! 쿵!
차가운 시선으로 죽은 자들을 내려다보던 이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동굴 안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리안이 사라졌다. 수하들에게 싸움을 부추기고는 그 틈에 동굴 안으로 도망친 것이다.
“진짜 끝판왕이네 저 새끼. 지 혼자 살려고 도망을 쳐?”
-나 같아도 무식한 네놈이 무서워 도망을 쳤겠다.
블란조르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처참한 시신들을 보며 말했다.
“놈들이 한 짓을 보고 왔잖아. 어떻게 고이 죽여 주겠어.”
이안은 허리의 검을 뽑아 검 끝에 포스를 모았다.
쩌어엉!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반경 10여 미터는 환히 밝힐 것 같은 엄청나게 밝은 빛이 이안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주변 일대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포스검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던 이안은 자물쇠가 채워진 상자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자물쇠를 비틀어 상자에서 제거했다.
상자의 뚜껑을 뒤로 젖히자 세공되지 않은 루비 원석들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그 지랄을 떤 거냐. 몇 푼이나 된다고.”
-적은 돈은 아니지. 세공을 하면 7만 금화는 될 듯 보인다. 네가 요즘 돈이 넘쳐 나니 이것이 푼돈으로 보이나 보구나.
“험,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것 때문에 이놈들이 벌인 짓을 생각해 봐. 그래선 안 되잖아.”
헛기침을 한 이안은 마법 주머니를 꺼내 루비 원석이 담긴 상자를 집어넣었다.
“아무튼 생각지도 못했어. 시리넨 분포지에 몬스터들이 나타난게 이놈들 때문이라니.”
자리에서 일어선 이안은 일리안을 뒤쫓아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의 막다른 곳은 폭이 30미터, 천장의 높이가 10미터 정도 되는 넓은 지하 공동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모두 암염으로 되어 있었다.
손톱으로 공동 입구와 가까운 벽면의 소금을 조금 떼어 내 맛을 본 이안은 깜짝 놀랐다.
‘맛있다.’
단맛이 나는 소금이었다.
그는 바닥도 긁어서 맛을 봤다.
역시 단맛이 나는 소금이었다.
“블란조르, 최상급 소금인데?”
피칠갑을 한 이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이안의 모습에 고개를 절 레절레 흔든 블란조르가 답했다.
-이 정도 규모면 지하 깊숙한 곳까지 암염층으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게 말이야. 알베른 최초의 소금 광산이 될 수도 있겠어.”
흐뭇해하던 이안이 앞을 봤다.
지하 공동 바닥엔 수 미터 높이의 커다란 암염 덩어리들이 고인 돌처럼 육중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안이 들고 있는 포스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의해 바위같은 암염 덩어리들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어디 있을까? 일리안 용병대의 대장 일리안이! 수하들이 모두 죽었으니, 대장답게 어서 그 뒤를 따라가야지!”
이안의 큰 목소리가 지하 공동에 메아리쳤다.
저벅저벅.
이안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암영 덩어리 뒤에 은신하고 있던 일리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일리안! 너는 루비 광산을 발견했을 때 내게 솔직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너와 용병들에게 큰 상을 내렸을 것이다. 이 모든 건 네놈이 자초한 것이다. 듣고 있나! 듣고 있으면 대답을 해 봐!”
암염 덩어리 뒤에 은신해 있던 일리안은 이안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했다.
‘너 같으면 대답을 하겠느냐!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속으로 이안을 욕하던 일리안은 숨소리를 죽이며 옆의 암염 덩어리로 은밀히 이동했다.
싸워서 이길 상대였다면 도망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리안은 냉정하게 지금 이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일리안이 이동하자마자 원래 그가 있었던 곳에 이안이 유령처럼 갑자기 불쑥 나타났다.
일리안의 움직임이 조금만 늦었다면 이안에게 들켰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위기를 넘긴 일리안은 바로 옆에 나타난 이안을 보며 숨을 죽였다.
“어렸을 때 나는 숨바꼭질을 참 잘했다. 친구들이 아무리 잘 숨어 있어도 나는 금세 찾아내곤 했지.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 찾느냐고 물어봐도 나는 딱히할 말이 없었다. 왜인 줄 아나?
그냥 그곳에 있을 것 같아서 가보면 진짜 있었거든.”
말을 마친 이안은 일리안이 숨어 있는 암염 덩어리를 향해 포스검을 휘둘렀다.
콰앙!
암염 덩어리가 폭발했고, 그 여파로 인해 일리안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쿵!
지하 공동 벽에 거칠게 충돌한 일리안은 전신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으며 재빨리 일어나 싸울 자세를 취했다.
부하들의 피를 온몸 가득 뒤집어쓴 이안이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용병 생활을 화려하게 끝마칠 기회였는데.’
일리안은 어마어마한 빛을 뿜어내는 포스검을 들고 걸어오는 이안을 노려봤다. 자신의 포스검이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어떤 용병대 대장은 너와는 많이 달랐다. 자신은 죽더라도 자신 때문에 붙잡힌 동료들을 구하고 싶어 했지. 그런데 넌 뭐냐, 이 쓰레기 새끼야.”
“이쯤 하면 되지 않았습니까! 여길 보십시오!”
일리안은 수중의 검으로 암염지대를 가리켰다.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이 이 굉장한 곳을 발견했겠습니까? 개발하면 수십만 금화, 아니 수백만 금화를 벌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할지 모르죠. 이 정도 공을 세웠으면 나는 살려 주십시오!”
“야, 이 뻔뻔한 새끼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너 때문에 데닌 마을의 약초꾼들이 몬스터에게 죽을 뻔했어.”
“죽지 않았잖습니까! 설령 몇 놈 죽었다 해도 지금 이 소금 광산의 가치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지체 높은 영주님답게 생각해 보십시오.”
이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 약초꾼이 너라고 생각해 봐. 그래도 괜찮겠어?”
“그건……”
일리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말을 못 해, 이 새끼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안은 일리안이 검을 휘두르기 전에 손등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거대한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이 일리안의 두개골을 뒤흔들어 놨다.
“크헉!”
광대가 함몰된 일리안이 입으로 피를 토하며 수 미터나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사람 목숨을 재물과 비교하는 순간, 상황이 아주 좆같아지는 거야, 이 시발놈아.”
이안은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일리안의 발목을 내공을 실은 발로 짓밟아 뭉개버렸다.
와자작!
발목뼈가 부러지고 그것들이 살점을 뚫고 올라왔다.
“크아아악!”
땅에 엎드려 꿈틀대던 일리안은 고개를 쳐들며 목이 터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하나 더 남았어, 이 새끼야.”
와작!
두 발목이 박살 난 일리안은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영원히 걸어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목숨을 부지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안에 대한 두려움이 적개심으로 변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죽여 버리겠다, 알베른 영주!”
바닥에 엎드려 있던 일리안은 재빨리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가까이 서 있는 이안을 향해 손목에 부착되어 있는 단검 집에서 꺼낸 단검을 번개처럼 내던졌다.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날아간 단검이 이안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팅!
불꽃이 한번 일어났고, 단검은 맥없이 땅에 떨어졌다.
이안이 속옷처럼 입고 있는 마법 셔츠의 방어력을 뚫지 못한 것이다.
단검을 던진 자세로 이안을 쳐다보던 일리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최후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다 했냐?”
이안은 손을 뻗어 고리처럼 생긴 일리안의 황금 귀걸이를 잡아당겼다.
귀걸이와 함께 살점이 뜯겨 나왔다.
“으아아아!”
“조용히 해, 이 자식아. 여기 하나 더 남았어.”
이안은 남은 귀걸이도 마저 잡아당겼다.
두 귀가 찢어진 일리안은 두 손으로 귀를 감싸며 몸부림쳤다.
“엄살 부리지 마, 이 새끼야.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힘들어하면 안 되지.”
감정 없이 말을 한 이안은 일리 안의 두 팔을 등 뒤로 완전히 꺾어 버렸다.
“허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 일리안의 입에서 피와 침이 동시에 흘러내렸다.
어깨 관절이 부서지며 피부를 뚫고 올라왔다.
“고문은 나도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너 같은 놈들에겐 이런 게 어울려.”
일리안의 두 무릎 관절도 박살을 낸 이안은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허공으로 붕 날아간 일리안의 몸이 암염 덩어리와 충돌했다.
쿠웅!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일리 안은 고통에 허덕이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이안을 올려다봤다.
“주, 죽여 줘. 인간답게.”
“인간답게? 너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놈이잖아. 동료들을 몰살시킬 만큼 의리도 뭐도 없고.”
“제발…… 자비를.”
이안은 피투성이 모습으로 바닥에서 꿈틀대는 일리안의 뒷머리를 발을 들어 지그시 내리눌렀다.
울퉁불퉁한 층을 이루고 있는 소금 알갱이들이 일리안의 얼굴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잘 들어, 이 자식아. 자비는 사람에게 베푸는 거야. 넌 사람이 아니야.”
“자, 잘못했습니다. 제 죄를……용서해 주십시오. 저도 한땐 옳은 일만 하는 용병이었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구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애원하는 일리안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이안은 발에 준 힘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아까 너희들이 언급한 집사가 누구냐?”
“하아, 하아, 데닌 마을 촌장 집에서 일을 하는 집사입니다. 그자와 반년 전부터 손을 잡고 보석을 캐내고 있었습니다.”
일리안은 저항을 포기했는지 순순히 말했다.
이안은 오늘 아침 자신의 눈치를 이상하게 많이 보던 집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일리안의 관자놀이를 발끝으로 가볍게 걷어찼다.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일리안은 기절 했다.
정신을 잃은 일리안을 짐짝처럼 어깨에 짊어진 이안이 지하 공동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