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ord in the Corner RAW novel - Chapter (144)
울창한 숲속, 잔뜩 무장한 인간 무리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야……. 포장 잘 된 거 봐라. 자동차 달려도 되겠어. 여기가 정말 내가 아는 대수림 맞냐?”
그들의 눈앞에 큼지막한 도로가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도로는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마치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미국의 도로를 보는 듯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대장. 예전에 한 번 왔을 땐 안 이러지 않았습니까?”
“말도 마라. 그땐 아주 죽는 줄 알았지. 무슨 놈의 몬스터가 그리 많았는지. 그때 바로 내빼지 않았으면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걸?”
앞서던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도 하기 싫은 듯한 표정이었다.
“대장. 근데 정말 TV에서 본 것 그대로일까요?”
“그거야 확실치 않다만, 아예 터무니없진 않다고 본다.
대장이 눈을 번들거렸다. 그 눈빛엔 탐욕이 어른거렸다.
“본 것과 똑같지 않아도 돼. 그것의 절반만 되더라도 대박이다. 안 그러냐?”
“그건 그렇죠.”
이내 그들의 눈빛이 음흉해졌다. 그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베일에 감춰진 오크들의 도시를 털어 한몫 두둑이 챙기는 상상.
그때.
“어?”
뒤에 걷던 일행이 뭔가를 발견했다.
“저기 보십시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인공의 흔적.
그것은 틀림없는 도시였다.
“오!”
“있습니다!”
“조용. 소리 죽이자.”
그들은 눈을 빛내며 자세를 낮췄다. 소리를 죽이고 기세를 내뿜지 않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렇게 한참. 드디어 거대한 오크들의 도시가 눈 안에 들어왔다.
많은 건물, 시원하게 뻗은 도로, 그 안에 이리저리 오가는 수많은 오크까지.
진짜였다. TV에서 본 것 그대로 있었다.
“얘들아, 시작하자.”
“예.”
그들이 품에서 물건을 이것저것 꺼냈다. 웬 종이뭉치와 특이하게 생긴 네모 상자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1회용 스킬 스크롤과 마법이 내장된 아티팩트였다.
부우우욱!
인간들이 일제히 종이를 찢었다. 스크롤에 깃든 마나가 사방으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파이어 레인] [다중 시전] [위력 강화] [범위 강화] [무기력의 안개] [다중 시전] [위력 약화] [범위 강화]이윽고 한데 합쳐진 마나는 이내 시뻘건 화염을 토해내기 시작하더니, 그들을 지나쳐 오크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
팟!
“응?”
푸슈슈슉!
시뻘건 화염을 토해내던 마나는 이내 허무하게 꺼지고 말았다.
“너희 제대로 안 했냐?”
“아뇨. 그럴 리가 있습니까?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요.”
그때.
위잉 위잉!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뭐, 뭐야.”
“대장. 아무래도 좆된 거 같은데요.”
“젠장.”
그들의 표정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튀어. 얼른!”
그들이 몸을 돌렸다.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왜 오크 놈들 도시에 방어 마법진이 있는 건데?”
“시발! 시발!”
부리나케 달렸다. 저 안에 오크는 무척 많았다. 그에 비해 자신들은 고작 서른 명 정도밖에 안 된다.
아무리 그들이 전원 각성자라 하더라도 저 많은 물량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두두두두두!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표정이 창백해졌다.
“찾았다.”
그들을 발견한 늑대 기수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인간의 달리기 속도론 자이언트 울프의 속도를 따돌릴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포위되었다.
“도시에 대규모 위험이 감지되었지. 그 마나 반응이 너희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칫!”
“인간 침입자들이여. 너희의 죄를 인정하는가?”
“길을 뚫어!”
인간들은 이를 악물며 제각기 무기를 들었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다.
인간들은 제법 실력이 있었다. 소모 아이템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늑대 기수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승자는 오크들이었다.
“제압 완료. 전부 끌고 가라.”
“알겠다.”
결국, 그들은 전부 꽁꽁 묶여 지하 감옥에 갇혔다.
축축하고 습기가 가득한 어두운 쇠창살 안에 갇힌 그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지하 감옥 안에 인간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도 인간, 저기도 인간이었다. 대체 이 오크들의 도시에, 왜 이렇게 갇힌 인간이 많단 말인가.
그들은 곧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너희들이로군. 감히 무차별 마법 폭격을 가하려 한 괘씸한 놈들이.”
지하 감옥에 찾아온 카림에 의해서.
“미리 말해두지. 너흰 사형이다. 그 전에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봐라. 답해줄 수 있는 건 답해줄 테니.”
“여기에 갇힌 이들은 뭐지?”
“뭐긴 뭐겠나? 다 너 같은 놈들이지.”
“침입자다. 감히 우리의 것을 탐하려 하는 자, 동족을 납치하려고 하는 자, 숲을 훼손하려던 자까지 다양하지.”
“우릴 살려줘.”
“살려달라고?”
카림이 피식 웃었다.
“왜?”
“우린 그저 너희와 대화하려고 했을 뿐이야. 오크들의 도시가 있다기에………….”
“대화라…………. 대화하려는 놈이 대규모 광역 폭격을 가하려 했나?”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너희 지구에선 지구의 법이 있듯이, 우리 오크에겐 오크의 법이 있다. 너 같은 놈은 죽어 마땅하다.”
그게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그들은 결국 목이 잘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들이 죽고 남긴 물건을 수습했다. 그들은 스킬 스크롤 마흔 장과 다량의 마법 아티팩트를 들고 있었다. 짭짤하다면 꽤 짭짤한 소득이었다.
전쟁 이후, 부쩍 늘어난 인간들의 침입은 최근 들어 급부상한 푸른도끼 부족의 과제였다.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인간 놈들이 쳐들어왔다. 그중엔 탐험이나 관광과 같은 호의적인 목적의 인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 목적이 좋지 않은 인
간들이었다.
오크를 노예로 납치하고, 감히 오크의 것을 탐하려 한 괘씸한 놈들이었다. 그로 인해 국경 수비를 맡은 늑대 기수들은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얼마나 그 수가 많았으면, 감옥을 확충하자는 계획까지 세웠을까?
“족장. 방어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겠소.”
“그래야지.”
카림은 최근 부쩍 늘어난 침입이, 도시 내부를 촬영하고 떠난 지구의 촬영팀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도시의 모습을 지구의 많은 이가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여파가 시작되는 중인 것이다.
그걸 증명하는 게 바로 감옥에 갇힌 인간들의 대부분이 지구에서 넘어온 이계인이라는 것이다.
개중 절반 정도는 지구에서 빌런으로 불리던 악당들이요, 나머지 절반에서는 평범한 길드, 탐험단, 기업체 소속 헌터 등, 제각기 소속이 달랐다.
사실, 카림은 이럴 걸 예상했다. 그걸 알면서도 그들의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언젠간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부족의 명성이 높아지면, 분명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 많은 관심이 전부 호의는 아닐 테니, 당연히 부족의 물을 잔뜩 흐려놓을 테지.
카림은 부쩍 늘어난 지금의 외부 침입이 일종의 성장통이라 생각했다.
세력이 커지면 부작용도 생겨나기 마련. 그 부작용을 좀 일찍 겪는 것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나으니까.’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 위험이야말로 우리 오크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리라.
카림은 그리 확신했다.
“그래도 다행이오. 결계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보면 말이오.”
결계. 그것은 마나석 수레에 이어 그들이 두 번째로 복원에 성공한 선조들의 흔적이었다.
그들은 ‘하이 오크의 의지’에 있는 방어 시스템의 일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고,
그 노력이 드디어 수확을 맺었다.
무한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마나석을 도시 곳곳에 박아넣고, 하나의 거대한 결계진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계야말로 최근 침입자들의 개수작을 막아낸 1등 공신이었다.
오늘도 그 효과를 톡톡히 봤지 않은가. 인간 놈들이 펼치려던 광범위 폭격을 이 결계가 막아주었으니 말이다.
“베르티온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전해줘야겠군.”
사실 베르티온의 공이 컸다. 베르티온이 아니었으면 아마 결계진은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뭐? 결계진을 설치한다고? 까짓것 도와주겠네. 그래도 수호룡을 자처했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베르티온이 했던 말을 떠올린 카림이 쓰게 웃었다.
‘기술을 개발하고 복구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군.’
아직 복원하지 못한 선조들의 흔적이 많다. 그것들을 모두 복원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쿠르파. 늑대 기수를 더 양성해야겠다.”
“늑대 기수라……. 왠지 족장의 의중이 뭔지 알 것 같소.”
“경계병을 늘려야겠어.”
사실 지금까지는 미노크가 이끄는 늑대 기수 부대가 치안을 도맡고 있었다.
그들은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엄연히 그들은 전투 부대였다. 전투에 집중해야 할 그들에게 계속 경계 임무를 맡길 수는 없었다.
“알겠소. 내가 맡아서 하지.”
그렇게 쿠르파의 주도 아래 치안만을 담당하는 전문 경계병을 양성하기 위한 계획이 실천되었다.
한편, 베르티온은 카이센 대수림을 떠나 있었다.
태형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그간 대수림을 떠나지 않았던 그가 대수림을 떠난 이유는 수호룡으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생각해 보니까, 말만 수호룡이라고 했지. 뭐 한 게 없구먼.’
수호룡이 왜 수호룡인가.
한 국가를 수호하기 때문에 수호룡이지 않은가. 하지만 자신은 별로 수호룡답게 행동하지 않았다.
“에잉. 나이 헛먹었구먼.”
베르티온은 혀를 찼다.
일족 아이들에게만 알리면 뭘 하는가?
막상 대륙의 대다수 생명체는 그걸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 기본적인 걸 지키지 않았다니.
‘수호룡이 처음이니 그랬어. 이해해 주게나. 카림.’
그는 이제 카이센 대수림의 오크들을 지키고 보호할 의무가 생겼다.
‘아니군. 오크가 아니라 하이 오크라 불러야 하지.’
가장 가까이서 있었기에, 그는 오크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냈다.
그는 태형과 카림에게 이야기를 들었고, 그 변화가 오크들이 하이 오크가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의 놀라운 변화가 태형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까지도.
처음엔 얼마나 당황스러웠던가.
한 종족을 통째로 변화시키다니.
그것이야말로 신이나 할 수 있는 것. 그는 진심으로 태형의 정체를 의심했었다.
태형은 분명 인간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던가? 드래곤조차 할 수 없는 일이거늘.
아무리 태형이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강한 인간이라고 해도?
‘모르겠구나.’
그는 풀리지 않은 그 의문을 일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기로 했다.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인간 김태형은 분명 선한 자다. 태형에게 뚜렷한 악의가 없는 이상, 굳이 태형에게 위해를 가할 이유는 없다.
그 무엇보다, 베르티온은 김태형과 대수림의 오크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오랜 용생을 통틀어서도 그들은 가장 특이하고 특출난 자들이었다.
‘흠. 그나저나, 수호라…….’
수호룡은 수호하기에 수호룡이다.
수호.
지키고 보호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누군가의 침입을 막아주고 생명을 지켜준다는 뜻이지만, 그건 최선의 수가 아닐 것이다.
‘모름지기 최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렷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겠군.’
그는 본체로 현신했다. 직접 황금빛 거구를 움직여 하늘을 날았다.
마법을 이용해 공간 이동을 해도 되지만, 그러지 않고 일부러 그리 했다. 인간들에게 드래곤의 위대함을 각인시키려면 그 방법이 최고였다.
그렇게 날아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 나라의 수도에 도착했다.
그는 날개를 펄럭이며, 오만한 눈초리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인간들이 기겁하는 게 보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인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병사들이 창을 굳게 쥐고, 마법사들이 스태프를 들고 뭐라 중얼거린다. 베르티온은 피식 웃었다.
‘그런 조잡한 것들로 날 죽일 수나 있겠느냐?’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인간들이여, 무기를 거두거라. 난 살생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니. 티끌 하나도 건들지 않겠다. 하지만 너희들이 날 공격한다면, 응당 각오해야 할 것이다.]파아아아!
드래곤의 의념이 사방에 퍼졌다. 인간들이 벌벌 떨었다.
인간들이 망설였다. 과연 저 드래곤의 말을 믿어도 되는가 싶었던 것이었다.
[오늘 내가 친히 너희 나라에 온 것은 내 결정을 알리기 위함이니라.]인간들이 그러든 말든, 베르티온의 의념은 계속 이어졌다.
[나, 골드 드래곤 베르티온은 카이센 대수림의 오크들의 수호룡을 자처하는 바이니, 너희들은 카이센 대수림의 오크들을 건들지 말라. 이제부터 그들을 향한 공격은 날 향한 공격과도 같다. 만약 나의 말을 무시하고 그들을 공격한다면 ・・・・・・]베르티온이 포효했다.
드래곤 피어.
가공할 기세와 함께, 용의 울음이 널리 퍼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인간들이 픽픽 쓰러져 기절했다.
[그땐 각오해야 할 것이다.]베르티온이 오만한 눈초리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나의 종주, 최강의 생물이라는 드래곤을 아무도 올려다보지 못했다.
더없이 멋있는 모습으로, 베르티온은 생각했다.
‘끙. 인간 나라가 수십 개니 수십 번은 이 짓거리를 반복해야 하는군. 괜히 수호룡 한다고 했나.’
[144화> 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