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ord in the Corner RAW novel - Chapter (436)
436화
‘차원 연결망 건설 계획’은 예정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 거의 계획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처음 탄타르와 용계 사이를 잇는 차원문을 지은 것에 이어 속속들이 다른 차원문도 빠르게 완성해 나간 것.
사실 이미 각 차원을 잇는 양방향 통로는 이미 완성했고 이제 남은 건 마무리 작업뿐이었기에, 사실상 계획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는 게 옳았다.
“훌륭하군. 그렇지 않나?”
“예.”
카프레온의 말에 태형은 팔짱을 끼고 눈앞의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아프록시아와 마계를 잇는 마지막 차원문이 있었다. 시야를 온통 꽉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저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뒤에는 드래곤들과 드래곤들의 조수 역할을 하는 어인족들이 마나 안정화 작업을 끝마치고 있었다.
마나 안정화 작업, 그러니까 차원문이 뿜어내는 막대한 마나가 폭주하지 않게끔 만드는 봉인 작업이라고나 할까. 저 작업이 마무리되면 차원문이 폭주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 동맹군은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됐네. 속이 다 후련하군.”
카프레온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지금 너무나 뿌듯했다.
전쟁을 통해 친해진 전우들과 자주 오가며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는 이것으로 종족의 은인인 태형에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았다고 생각한 것이 컸다.
사실 그동안 태형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잖은가. 그는 수많은 생명을 다스리는 1인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권위를 세우지 않았다. 언제든 부하들이 원하면 기꺼이 나서서 차원문을 열어 주었다.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카프레온은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 고맙다. 자신들을 구해 준 것으로도 모자라 계속 수고를 해 주다니.
그것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성능 테스트는 이미 마쳤네. 안전성 검사도 이상이 없었으니 오작동이라든가 고장이 날 일은 없을 거야.”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닐세. 우리가 수고는 뭘. 수고는 저기 어인족 친구들이 했지.”
때맞춰 마나 안정화 작업을 끝낸 드래곤들이 신호를 보내왔다.
모든 작업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허리를 펴는 어인족들.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들에게 태형은 다가가 미리 준비해 준 물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힘드실 텐데, 이거 하나씩 드세요.”
태형이 건넨 건 바나나맛 우유와 빵이었다. 지구의 음식은 처음 보는지 휘둥그레 뜬 눈으로 한참 빵과 우유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어인족들은 이내 태형이 알려 준 방법대로 바나나맛 우유에 빨대를 꼽아 마시고 빵의 비닐을 벗겨 한 입 먹고는 이내 감탄을 터트렸다.
“오! 이거……!”
“맛있습니다!”
“굉장히 달군요!”
이내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빵과 우유를 먹어 치우는 어인족들을 보며 태형이 빙긋 웃었다.
“혹시 더 드실 분은 말씀하세요. 많이 준비했으니까요. 아, 빵이 싫으시면 다른 것도 있습니다. 육해공 종류별로 준비했으니 말만 하세요.”
“예! 그럼 저, 조금만요. 헤헤헤.”
“저도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그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태형이 준비해 온 100인분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새참이 순식간에 동이 나 버렸다.
그리 잘 먹었으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어인족들.
‘와. 진짜 잘 먹네. 더 챙겨 올 걸 그랬나.’
이 이후, 바다 세계에서 평생 해산물만 먹어오던 탄타르 어인족들 사이에 지구 음식 열풍이 유행처럼 번진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 * *
‘차원 연결망 건설 계획’이 모두 완료되었다.
그렇다는 건 각 차원 간 교통망이 확립되었다는 뜻. 교통이 원활해진다는 건 곧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뜻이고, 교류는 곧 발전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었다.
태형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전쟁을 통해 ‘전우’로서 친해졌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위험한 순간을 버텼던 사이이기에, 끈끈한 친밀감이 형성된 것이다.
서로에게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서로 같은 편이라는 믿음.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다.
이젠 이들은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싶어했다.
곧이어 각 종족은 서로의 차원을 오가며 교류를 시작했다.
낯선 세상을 탐험하며 어설프게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각 종족을 보자니 태형으로선 그저 흐뭇할 뿐이었다.
그러라고 명령하지도 않았고, 그러라고 시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발적으로 그러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어찌 뿌듯하지 않으랴?
푸른도끼 부족 오크들이 엘프들을 동족처럼 생각하듯, 서로 다른 이 종족들이 교류에 교류를 거듭하면 언젠간 서로를 동족처럼 생각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뭐, 그것까진 안되더라도 아주 친밀한 친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근데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긴 했다.
그 사소한 문제는 바로, 탄타르 차원의 환경이 바다라는 것.
수중 세계라는 환경 자체가 다른 이들에겐 커다란 장벽이었으니, 교류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건데…….
이건 드래곤들이 해결해 주기로 했다.
“안 그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네.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육지 생물이 수중 세계를 탐험하기란 쉽지 않겠지. 수중 호흡 아티팩트를 만들어 보급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게나.”
수중 호흡 아티팩트를 만들기로 했다. 인간 마법사면 몰라도 드래곤에겐 그 정도 제작품이야 그리 어렵진 않았다. 수중 호흡 마법 하나만 부여하면 되는 문제니까. 거기에 더해, 체온 조절 마법 같은 부가 서비스까지.
넘치는 게 마나석이니 양산화도 문제는 없었다.
오크나 마족이나 페어리 등이 바닷속 세계를 육지처럼 자유롭게 탐험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 * *
“주인님. 이번에 우리 마계에도 오크들의 건축술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배울 점이 많더군요.”
[오, 그럼?]“예. 사실 인정하긴 싫지만, 마계는 여전히 야만 그 자체입니다. 악마들이 지배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린 힘만 센 멍청이 그 자체였지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우린 달라질 겁니다. 인간들이 눈부신 문명을 이룩했듯, 우리 마족들도 발전할 겁니다.”
[그거 좋은 자세임.]“예. 인간들의 말 중에 그런 말이 있다지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는 법이라고 말입니다. 전 그 말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새로워진 마계이니, 악마들의 옛것은 버리고 우리들의 것으로 채워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음! 네 뜻대로 하셈!]“예!”
[후후후!]베르드의 우렁찬 답에 꼬록이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성공적으로 각 종족이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보며 배울 점을 배워 나가고 있었다.
이들은 분명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내가 아닌 타인의 발전이지만, 타인이 정말 타인이 아닌지라 괜찮다.
이들의 발전은 곧 주인의 발전이요 행복이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배우고 또 배우셈! 그렇게 강해지는 거임!’
꼬록이는 옆을 둘러보았다.
조그만 페어리들이 황량한 마계의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옆엔 거대 말벌 떼가 윙윙거리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꼬록이는 그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마계에 환수와 페어리들이 어우러지다니. 누가 이런 일을 예상이나 했겠는가?
‘음. 아직 문제가 많음. 개선해야 할 게 있음.’
마기로 가득 찬 마계 특유의 환경은 다른 이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바로 문제였다.
암만 마족들이 우호적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마기라는 기운 자체가 어둠에 적을 둔 속성이기에.
결국, 다른 이들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으려면 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기 문제 해결. 그것이 꼬록이에게 주어진 현 숙제였다.
수중 호흡 아티팩트의 개발을 통해 탄타르 바다 세계로의 진입이 가능해진 것처럼, 마기의 저항을 받지 않을 모종의 방법을 고안해 낸다면, 마계로의 교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원활해지리라.
‘흠. 마기 특유의 배타적인 속성을 좀 낮춘다면, 거부감이 덜할 것 같단 말임.’
꼬록이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목표인 ‘부강해지기 작전’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이 마계의 환경 자체를 뜯어고칠 의향도 얼마든지 있다!
‘꼬록이 사전에 못 하는 건 없음!’
주인과 주인의 부하들이 부강해져 주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그날까지, 꼬록이는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갈 생각이었다.
* * *
시간이 더 지났다. 베르칸이라는 희대의 정복자가 사라진 세상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는 어느 오크들만 빼고.
마족, 페어리, 어인족, 용계의 주민들 등. 태형의 인연들이 교류를 이어 나가는 와중에도 그 오크들의 나날만큼은 전투의 연속이었다.
오랫동안 대륙을 지배하던 인간들은 오크라는 모난 돌이 튀어나오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크들은 끊임없는 시비와 견제를 받았지만, 오크들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인간과의 공존을 원했지만, 그걸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걸 카림은 잘 알고 있었다.
피에는 피로. 받은 대로 돌려줬다. 아니, 받은 것의 배 이상으로. 철저하게.
확실한 보복을 했다. 절대 후환도 남겨 두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톡톡한 활약을 한 건 바로 그림자단이었다.
소리 없이 목숨을 끊는 오크 암살자들의 존재가 인간 세상에 널리 알려져 유명해졌을 때쯤, 인간들의 견제는 줄어 갔다.
적당히 건드려서는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젠 오크들을 무시하는 일 따윈 없었다.
베르티온이 부족의 수호룡임을 선포한 것 때문일까? 그동안 푸른도끼 부족 오크들을 단순히 드래곤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던 이들이 많았지만, 그런 이들도 거의 사라졌다.
물론 오크에 대한 멸시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오크들을 약자라고 무시하는 것은 사라졌다. 카림은 그것에 만족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난 이것으로도 좋다. 이젠 감히 오크를 보고 무시하는 인간들은 없을 테지. 흐흐.”
카림이 도끼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카림이 대수림을 넘어 확장을 나선 지 어언 반년이 넘었다.
반년, 그 긴 시간 동안 그의 도끼는 몬스터와 인간들의 피를 끊임없이 머금었다.
수없이 피를 본 카림으로서도 여전히 살육은 꺼림칙하지만, 그 살육으로 오크들이 번영할 수 있다면 카림은 얼마든지 피를 더 묻힐 생각이 있었다.
“족장.”
“응?”
“타 부족 오크들이 계속 우리에게 합류를 청해 오고 있다.”
반년 동안 정말 많이도 영역을 넓혔다.
단순히 인간들이 점령하지 않은 빈 땅을 먹은 것임에도, 푸른도끼 부족의 영역은 전과 비교해 1.5배 이상 넓어졌다.
이젠 누가 뭐라고 해도 ‘제국’이라 부를 정도의 영역을 다스리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그 부족함은 차차 채우면 될 것이니 뭐가 문제랴?
부족의 이름을 흠모하여 우리의 품으로 들어오길 원하는 동족이 많다.
이 순간에도, 지금 부족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 오크 부족이 인간 국가조차도 넘보지 못할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소문이 대륙 전체에 파다하게 퍼진 덕에, 대륙 이곳저곳의 오크들이 빠른 속도로 합류하기 시작한 것.
“모두 따뜻하게 맞이해 줘라. 잠시 묵을 곳을 주고, 배불리 먹일 음식도 제공해 줘라.”
“알겠다.”
“우리의 품으로 들어오는 동족들을, 새로이 건설하는 도시의 시민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좋은 생각이다, 족장.”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확장을 나선 지 정확히 7개월 하고도 이틀이 된 날. 카림은 확장 종료를 선언했다.
“동족들이여! 아직 우리는 배가 고프다! 난 우리의 깃발을 저 멀리까지 뻗고 싶다! 내가 그렇듯, 너희들도 그럴 테지!
하지만, 주군 세상의 말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친 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지. 이 이상은 아직 우리의 역량이 되지 못한다! 땅을 더 넓힌다고 해도 우리가 관리할 수 없을 테지. 그러니, 여기서 멈추고 우리가 점령한 영역을 다스리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전쟁은 멈췄지만, 오크들의 불만은 없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았으니까.
대수림에서 그랬듯, 도시를 세우고 도로를 지으며 자원을 개발할 것이다. 새로이 점령한 땅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 내실을 다질 것이다. 그리하여 이 땅을 영원토록 오크들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이제부터 그들의 앞에 놓인 개척이 모조리 전쟁이었다. 오크들은 불모의 땅에 오크들의 문명을 꽃피우는 일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부딪힐 것이다.
“족장. 보고다. 마족들이 방문해 왔다고 한다.”
“그렇군.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라. 금방 갈 테니.”
“알겠다. 아, 그리고, 또 있다.”
“뭐지?”
“용계의 정령들에게서 드디어 소식이 왔다. 정령 공학을 전수해 준다고 했다.”
“오오, 드디어. 알겠다. 이거, 얼른 만나 봐야겠군.”
내실을 다지고, 함께 전쟁을 치렀던 전우들과 교류도 나누고, 서로의 문물을 교환하며 발전해 나아간다.
이들의 앞길에, 밝은 태양이 비추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