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21
구성원 모두가 A랭크인 용병단이 14조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자들이 허둥지 둥할 정도라니, 분위기를 읽은 조원 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베르게르가 말했다.
《8조에는 분명히 마법사가 한 명 있었지? 우리들 좀 빨리 도와줘! 이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아니, 도대체 뭘 상대하고 있는 겁니까?!》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서 둘러!》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어졌 다.
대담하게 나서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으나, 14조를 죽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레온은 결국 14조를 지원하기로 결 정했다.
“카렌! 헤이즐 양을 부탁해!”
“응!”
“네? 갑자기 또 무슨…꺅!”
갈론드와 레온이 그대로 내달리자, 그 뒤로 헤이즐을 업은 카렌이 쏜살 같이 달려나갔다.
눈을 한 번 깜빡거릴 때마다 수십, 수백 미터를 지나쳐간다. 14조는 그 다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달리기 시작한 지 불과 5분여만에 지축을 뒤흔드는 떨림이 전해져, 그들이 교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8조의 네 사람이 교전지역 에 도착했을 때.
“우아아악! 도망쳐!”
“이 빌어먹을 돌뱀 새끼가!”
“이게 얼마짜리인데!”
그곳에는 추한 몰골로 아우성치는 용병들, 14조의 꼴불견이 적나라하 게 펼쳐져있었다.
몸 길이가 눈어림으로 20미터쯤 될 까?
길고 굵직한 몸통을 은백색으로 도 금한 채, 도망치는 용병 넷을 쫓아다 니는 돌뱀 한 마리가 있었다. 중량치
고는 속도가 제법 발랐지만, A랭크 용병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야?”
전황을 잠시 살펴보던 레온이 의문 성을 홀렸다.
지원요청을 받고 온 것인데 전혀 위태롭지 않았다.
미스릴로 표피를 도금했다고 해도 A 랭크 용병 넷이면 그냥 힘으로 깨부 수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런데 맞서싸 우지도 않고 도망쳐다닐 분이라니?
그러나 갈론드와 헤이즐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으음, 록 이터라니. 하필이면 저
마물이….”
“마법사를 찾아댄 이유를 겨우 알 겠네요.”
레온이 그들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엘시드가 말했다.
[광산의 사신, 록 이터 (Rock Eater) 다.]‘록 이터?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게 없자, 레온 이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광산의 사신이라니, 별명 한 번 거창하네. 그렇게 강해보이진 않는데?’
그때. 레온의 표정을 본 헤이즐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록 이터는 암반을 먹는 지렁이와 같은 마물이에요. 광석의 종류를 구 분하지 않고 포식하는데다, 그 성분 을 체표면에 분비해서 도금하듯이 자신의 몸을 둘러싸죠.”
“방어력에 특화한 마물이군요.”
“네, 하지만 록 이터의 진정한 무서 움은 그런 게 아니에요. 아, 마침 잘 됐네요. 저기 떨어져있는 방패를 보 세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따라, 용 병들의 한복판으로 눈을 둔 레온이
곧 대상을 발견했다.
송충이가 좀먹기라도 한 것처럼 너 덜너덜해진 방패.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타워실드가 폐품으로 변해있었다.
이내 그 원흉을 깨달은 레온이 경 악했다.
“서, 설마…!?”
“바로 그 설마예요. 록 이터는 모든 광석을 먹고 소화할 수 있는 마물. 따라서 놈의 타액과 위액은 금속이 라면 뭐든지 다 용해시키는 게 가능 해요.”
게다가 미스릴을 먹은 록 이터는
표피의 방어력이 엄청나, 약점이라고 할 만한 부위가 입속밖에 없었다.
저 끔찍한 침이 한가득이나 고여있 는 입속 말이다.
‘정신없이 도망쳐다니는 이유가 그 것 때문이었군.’
레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검을 봅 아들었다.
그 역시 성검이 아니었다면 싸우기 를 주저했으리라. A랭크 용병이라면 주무기에 꽤나 투자를 했을테니, 수 백 골드는 될 애병을 록 이터 따위 와 맞바꾸기는 싫었겠지.
멀리 갈 것도 없이 갈론드도 머뭇
거리고 있었다.
마검으로 한 번 돈을 날리고, 금패 까지 담보로 잡아서 검을 구입한 그 는 낭떠러지 끝에 선 상태였다.
“흐흥.”
그때 였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한 걸음 나선 카렌이 말했다.
“저거, 나 혼자 처리해도 될 것 같 은데?”
“ 으?”
O •
“새로 장만한 단검들은 금속이 아 니니까, 저 돌뱀의 입속에 던져넣어
도 멀쩡할 거 아냐.”
그제서야 레온은 아, 하고 납득했 다.
드레이크를 토벌하고 그 부산물로 만든 단검과 방어구는 록 이터의 용 해액에도 손상되지 않는다.
카렌의 실력이라면 1대1로 질 리도 없을테고.
“좋아, 잽싸게 해치우고 와.”
그가 허락하자마자 카렌은 씩 웃더 니, 잔상조차 안 남기고 싸움터로 뛰 어들었다.
록 이터에게는 지독하게 불운한 만 남이었다.
“가하하하! 너희 덕분에 살았다고, 8조!”
베르게르가 껄껄 웃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록 이터가 카렌에게 쓰러진 후, 14 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 면서 장비를 점검했다. 혹시라도 록 이터의 침이 몇 방울 튀었으면 대참 사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타워실드를 제외한 장비들은 무사했다.
제 방패를 잃은 용병만큼은 울상이 었지만 말이다.
“설마 저 개떡같은 놈을 만나게 될 줄이야. 액땜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 이군!”
“부상자가 없어서 다행이군요.”
“록 이터 따위에게 다칠까보냐! 야, 방패는 하나 없어졌어도 모가지가 붙어있는 게 어디야!”
우울해하는 동료의 등을 거칠게 두 드리며, 레온 곁으로 온 베르게르가 말했다.
“8조장, 특이사항을 하나 발견했다.”
“뭡니까?”
그 말에 진지해진 레온이 목소리를 낮췄다.
베르게르도 이 주제만큼은 호탕하 게 말하지 않고, 조심스레 그가 본 것과 추측을 늘어놓았다.
“크래그뮤턴트가 자주 본 생물을 기반으로 형태를 모방하는 것은 알 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거미 형상의 크 래그뮤턴트를 봤다. 한두 번도 아니 고 네 번씩이나.”
광산지대에서 거미 계열의 마물은 희귀했다.
스틸앤트를 제외하면 먹이로 할 만 한 곤충계 마물이 없고, 거미줄을 짜 기 위한 섬유질의 공급처도 없는 탓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미 형태의 크 래그뮤턴트가 나타났다? 실로 괴상 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광산 외곽 도 아니고 갱도 깊숙한 곳에 둥지까 지 만든 놈•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뭐, 우리가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서도
너무 부족하고.”
작전구역까지 다 나아가, 다른 조들 과 정보를 공유하고 난 후에야 생각 해볼 만한 문제였다.
두 사람은 간략하게 서로가 겪었던 일을 이야기한 후, 각자 조원들과 함 께 멀어져갔다.
레온 일행은 M13-2 갱도로 다시 돌아와서, 베르게르가 준 정보를 가 지고 상의했다. 거미 마물이 왜 광산 에 들어왔을지, 들어왔다면 어디에 머무르고 있을지, 얼마나 위험하고 강력한 놈일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토론해봤자 별 의미는 없
지만요.”
헤이즐이 말했다.
“미스릴 슬라임이나 록 이터가 출 몰하는 구역에 서식한다면 최소 A+ 랭크인데, 아라크네나 마그스파이더 외엔 돌연변이일 가능성밖에 안 남 거든요.”
“둘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지 않 아?”
“거의 없어요.”
카렌의 질문에 붉은 머리카락이 좌 우로 흔들렸다.
“아라크네는 섬유를 대량으로 섭취 해야하는 마물이고, 마그스파이더의
경우에는 그 서식지 주변에 화산지 대가 있지요.”
“어느 쪽도 해당사항이 없군요.”
“네. 그러니 돌연변이거나 아직 학 계에 보고되지 않은 종이거나, 사전 에 그걸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 죠. 힘을 최대한 온존해서 부딪혀보 는 수밖에 없어요.”
정론이 었다.
레온 일행은 그 답에 수긍하고, 사 방을 한층 더 조심스럽게 경계하면 서 갱도를 나아갔다.
앞으로 수 킬로미터.
그 너머에는 세 조가 집합하기로
한 최종경유지가 있었다.
콰직.
그들은 한 무리의 크래그뮤턴트를 쓸어버리고,
퓨퓨퓨퓨퓩!
스틸앤트 수십 마리를 간단히 해치 우며, 앞서 경계한 것이 허탈해졌을 정도로 수월하게 길을 뚫었다.
미스릴 슬라임이나 록 이터 같은 놈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불과 한 시간만에 M13-2 갱도를 주파해, 최종경유지를 몇 걸음 남겨 놓았다. 아무래도 거미 형태의 크래 그뮤턴트는 14조 쪽에서 본 게 처음
이자 마지막인지, 그 이후로는 따로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 아.”
그리고 최종경유지에 이르렀을 때. 레온은 그들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한 11 조를 발견했다.
제오프도 그를 알아보고서 정중하 게 몸을 숙였다.
성철쇄기사 세 명과 정령사.
취약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 합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11조의 대표로서 몸을 일으킨 제오
프가 말했다.
“네 분 모두 무탈하신 것 같아 다 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그와 악수를 한 레온이 11조의 면 면들을 살폈다.
부상자 하나 없이 여유로운 기색들.
성철쇄기사들은 물론이고, 정령사로 보이는 자 또한 노움을 하나 불러내 서 놀아주고 있었다.
세 조 중에서 가장 빨리 도착한 것 은 우연이 아니리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제오프
경은 특히나 강해.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 상태인데도 빈틈이 안 보인다 니….’
납검한 상태에서도 검권(劍圈)을 유 지하는 실력자.
네 걸음 안에서 싸운다면 이길 수 없 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성철쇄기사가 모든 상황을 극복하는 훈련을 받는다 지만, 특기 하나 정도는 존재한다.
제오프는 아마 초근접전에 강력한 인물이겠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O ”
제오프와 카렌이 거의 동시에 눈을
돌리고, 반 박자쯤 늦게 레온도 반응 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그 다음이었다.
네 사람의 걸음소리.
전방으로 난 길과 후방의 세 갈림 길.
8조도 11조도 나오지 않은 길에서, 어슴푸레한 그림자가 두 조를 향해 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M13-5 갱도.
베르게르의 14조였다.
“뭐야! 우리가 꼴찌잖아! 에잉, 폼 은 다 잡아놓고서 체면만 조졌구만 그래!”
아까도 그랬듯이 지금도 목소리가 참 크다.
딱히 고함을 친 것도 아닌데, 갱도 전체에 메아리가 가볍게 울릴 정도 로 쩌렁쩌렁했다.
몇 번 들어봤던 목소리.
몇 번 살펴봤던 면면들.
낯익어야할 14조를 본 레온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강렬한 위화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 〈안법〉마저
사용해서 두 눈을 움직였다.
베르게르를, 그 뒤의 용병을, 다시 그 뒤를, 뒤를.
네 명을 순서대로 살핀 것도 모자 라서 위아래로 훑는다.
만약 레온의 시선을 알아차리면 불 쾌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집요하기 까지 한 탐색이 이루어졌다.
‘앗?!’
뒤이어 그는 찾아내고야 말았다.
있어서는 안 될, 록 이터의 침에 녹아내렸던 방패를. 분명히 울상으로 떠났던 용병의 등에 걸려있는 타워 실드를.
그 직후, 엘시드가 말했다.
[잘 찾았다. 계속 몰랐으면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글쎄. 전후사정을 다 알진 못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레온과 엘시드의 시선이 14조, 그 리고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베르 게르의 낯에 꽂혔다.
[저놈들은 진짜가 아냐. 아까 본 놈 들과 똑같이 행동하고는 있지만, 사 람으로 의태한 ‘무언가’다.]그 확언을 듣자마자 레온은 두 눈
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눈동자.
‘주시자의 성흔’이 14조로 의태한 존재들을 꿰뚫어본다.
제오프와 카렌도 알아차리지 못한 의태였다. 오러도 마법도 아닌, 이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나있는 힘만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외차원에서 온 괴물들의 권능, 여신 이 허락하지 않은 힘.
‘•••외법 (外法)!’
말살대상을 발견한 성흔 네 개가 화인처럼 뜨거워진다.
레온의 손아귀가 검 자루를 쥔 순 간, 그는 보았다.
베르게르로 의태하고 있는 놈의 표 면을 감싼, 구역질이 날 정도로 흉측 하게 뒤엉켜있는 거미줄의 환상을.
—거미.
베르게르는 말했다.
거미 형상의 크래그뮤턴트를 몇 번 이나 마주쳤다고. 11조와 8조의 갱 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사태가, 14조의 갱도에선 유독 빈번하게 일 어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M13-1 과 M13-2에는 존재하지 않 는, Ml3-5에만 존재하는 무언가가 개입한 게 틀림없었다.
정체불명의 거미형 마물.
A랭크 용병 넷을 제압하는 것도 모 자라, 그 껍질을 덮어쓴 꼭두각시마 저 만들어낸 외차원의 존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