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23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은회색 도끼.
한 자루만 해도 30kg가 넘어가는 배틀액스를 양손에 쥔 채, 이렉사나 는 그동안 체내에 억눌러두고 있었던 힘을 남김없이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마스터급의 오러에 땅과 불의 고위 정령력, 추기경급의 성력. 세 종류의 힘이 더해지고 서로를 증폭시키며 몇 배로 끓었다. 힘의 압력을 못 이 긴 대기가 밀려나가면서 돌풍이 일 어나, 몇 가닥의 소용돌이와 함께 흙 먼지를 일으킨다.
〈절망〉의 주교조차도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인간보다는 드래곤에 더 가까운, 존 재 그 자체로 자연계의 법칙을 뒤흔 드는 강자.
“신성교단 제3추기경,〈잔파(殘破)〉 의 이렉사나.”
두 자루의 배틀액스를 교차시킨 이 렉사나가 말했다.
“내가 네놈의 종언이다.”
광기마저도 압도하는 힘의 폭풍우 에,〈절망〉의 주교는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주교, 코르디아는 가까스로 이를 악 물었다.
어금니가 빠직 부서지면서 짜릿한 고통이 넘쳐흘렀지만, 그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이렉사나의 위 압에 짓눌렀던 광기가 다시 내면으 로부터 치솟아올랐다.
【웃기지 마라…!】
코르디아의 몸을 휘감은 어둠이 아 홉 개의 머리를 뽑아내, 신화에 등장 하는 히드라처럼 그 아가리를 벌렸 다.
【종언을 맞이해야할 건 바로 네놈 이다, 잡종!】
작전구역에서 좀 떨어진 곳이었고, 집합시간보다 아주 조금 더 빠른 타이밍이 었다.
원정대와 사악교단.
두 집단의 최강자들이 본격적인 전 투의 막을 올렸다.
한손으로 쓸 수 있는 단창과 달리 장창은 양손으로 다루는 것을 전제 한다. 가속과 제동, 방향전환에 이르 기까지 2미터가 넘어가는 창을 다루 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장병기(長相%&)는 그 날뿐만이 아니 라 자루까지도 완벽하게 쓸 수 있어 야만 달인이 된다.
베고 찌르고 때리고 밀어내고 돌리 는 게 창술의 기교.
더해서 베르게르는 A랭크 용병 중 에서도 경력과 실력 모두 최상위에 꼽히는 달인이었다.
카앙!
측두부를 노리고 온 창을 튕겨내면 서, 레온은 그 빈틈없는 솜씨에 새삼 감탄했다. 외팔로 창을 조종하는데도 이 정도로 날카로운 공세를 유지한 다니?
괴물 따위가 어설프게 흉내낸 것이 아니었다.
전장의 베테랑, 베르게르가 터득한
창의 정수였다.
‘그래도 역시 양손으로 쓸 때보다는 힘이 부족해.’
레온은 수십 합을 나누면서 잘 벼 려진 집중력으로 그 틈을 꿰뚫어보 았다.
백병전에서 창이 무시무시한 이유 는 간단했다.
짧은 동작으로 강력한 공격을 몇 번이나 계속, 일방적으로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검사는 창을 막거 나 피하더라도 한두 번으로는 거리 를 좁힐 수 없다. 적어도 서너 번, 많게는 예닐곱 번의 사선을 넘어야
만 대등해진다.
“후!”
다섯 걸음째를 내딛으면서 호흡을 몰아낸다.
한 걸음 남았다.
비로소 창과 검이 대등해지고, 곧 우열이 역전되는 간격.
베르게르의 몸은 물론이고 기억도 모방했기에. 괴물은 놈이 불리해진 것을 알고서 뒷걸음질쳤다. 본래의 베르게르였다면 저지르지 않았을, 치 명적인 실수.
무학에서 전진은 항상 후퇴보다 빠 르며, 기세에서 눌렸으면 오히려 치
고 나가야했다.
‘—승부!’
레온이 그 빈틈을 찌르듯이 놈■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외팔이가 된 탓에 만들어진 창술의 사각(死角).
팔이 멀쩡했다면 파고드는 것과 동 시에 치명적인 카운터를 당했겠지만, 한 팔로는 너무 늦는다.
뒤늦게 찔러오는 창을 빗겨내면서 수평으로 벤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체크메 이트
쩍!
베르게르와 같은 얼굴을 한 머리통 이 튀어올랐다.
기분 나쁜 손맛이다.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눈을 찌푸렸다. 팔을 벨 때도 그랬지만, 생물을 벨 때와는 전혀 달랐다. 피부 와 근육, 벼의 집합체가 아니라 질긴 실타래를 벤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머리를 잃고 쓰러져가는 몸뚱이를 들여다보니, 목의 단면이 거미줄로 채워져있는 게 보였다.
‘윽, 끔찍해라.’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구역질도 할 것이다.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 는 광경이었다.
그때, 엘시드가 말했다.
[아무래도 원본의 힘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는 모양이군. 이거 안 좋은데?]‘그러게.’
레온도 그 말에 동의했다.
정확히 57합이었다.
오른팔을 벤 것을 시작으로 해서,
베르게르로 의태한 놈을 쓰러트릴 때까지 무려 57합을 겨뤄야했다. 팔 하나를 자르고 시작했는데도 그 수 준이니, 전투력만을 비교하자면 진짜 와 별 차이가 없을 터였다.
‘만전의 상태에서 겨뤘더라면…, 설 령 이겼더라도 오러를 꽤 소모할 수 밖에 없었겠지.’
광산 안이라서 ‘수호자의 성흔’을 쓸 수가 없어, 그 소모는 후에 치명 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레온이 놈을 선공했던 건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지였다.
“형제님.”
“아, 제오프 경.”
“수고하셨습니다. 레온 형제님 덕분 에 큰 위기를 넘겼군요.”
뒤이어 놈을 마무리한 것을 본 제 오프가 다가와, 레온이 한 일에 대해 서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14조로 의태한 괴물들을 꿰뚫어본 것.
그것만으로도 11조는 레온 한 사람 에게 목숨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었 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배후에 서 다가오는 칼은 막거나 피하기가 어려웠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이 길로 돌아가, 사
람으로 의태한 괴물들에 대한 정보 를 상신하고 싶습니다만….”
제오프가 쓰게 웃으면서 제 고개를 내저었다.
“이대로 복귀한다면 원정대는 거의 틀림없이 전멸하겠지요. 안 그렇습니 까?”
“맞습니다.”
레온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8조와 11조가 괴물들을 손쉽게 해 치웠던 것은 어디까지나 의태를 간파 하고, 가장 위험한 베르게르의 복제 체를 기습으로 손상시킨 덕택이었다.
그들과 달리 의태를 간파하지 못한
조가 습격당한다면?
‘거의 다 죽거나 사로잡히겠지. 그 러면 그 사람들의 가짜가 또 나타나 게 될 거고.’
최악의 경우에는 원정대 전체가 괴 물로 탈바꿈하여, 대광맥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살육을 벌일 터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온이 치를 떨었 다.
〈의태(凝態)의 외법〉.
그 흉악함은 직접 당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데 있었다.
“가능한 빨리 작전구역으로 이동해 보죠.”
레온이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통신구가 닿는 거리까지 접근한다 면, 아직 습격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고해줄 수 있을 겁니다.”
“괴물들이 사람인 척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서로 가벼운 상처를 내서 확인하 면 괜찮겠지요. 괴물들은 그 몸이 거 미줄로 짜여져있어, 어느 부위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았으니까요.”
제오프가 과연, 하고 수긍하면서 말 했다.
“형제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서두르 지요. 1분 1초가 긴급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네, 물론입니다.”
레온과 제오프는 그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8조와 11조가 두 조장의 지휘 하 에 신속하게 자리를 뜨자, 14조로 의태했던 놈들의 사체는 곧 거미줄 처럼 풀어져, 아무 흔적도 없이 허공 으로 녹아들었다.
이 세상에서 존재를 허락받지 못한 것들이기에, 힘을 잃자 그대로 소멸 해버린 것이었다.
키익.
짤막한 괴성과 함께 복제체들은 남
김없이 소멸했다.
이내 그 자리에는 격한 전투의 흔 적이 남았다.
* * *
그로부터 한 시간 후였다.
두 조는 합심해서 길을 가로막는 마물들을 쓸어버리며, 그 목적지를 눈앞에 두었다.
8조와 11조의 여덟 명은 그곳에서 잠시 발을 멈췄다.
“여기는 11조의 제오프, 작전구역
에 도착했습니다.”
제오프가 귀에 건 통신구를 감싸쥐 면서 말했다.
성철쇄기사 제5위.
교단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고참이 며, 유겐트에서 활동하는 성철쇄기사 단 최선임자. 일개 모험가나 용병보 다 발언력이 센 그야말로 이 경고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오프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열 조 가량이 바로 응답해 왔다.
“잘 들으십시오. 지금 대광맥 내부 에는 사람으로 의태할 수 있는 마물
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조 와 마주쳤을 때, 그들이 피를 흘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시기 바 랍니다. 외형과 행동거지, 전투력까 지 모두 본인과 똑같으니 그 외의 방법으로는 색출이 어려우며…”
레온은 그가 잘 설명하는 것을 지 켜보다가 눈을 돌렸다.
얼마 안 남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이 불쾌하기 까지 한 위화감은 과거에 한 번 경 험해봤다.
‘블레인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네.’
외법사들은 이 세상에 허락되지 않
은 힘을 다루기에, 존재 그 자체가 순리(順理)를 대행하는 용사와는 상 극이었다.
일종의 자력과도 같다.
다른 극을 마주대면 강하게 달라붙 듯이, 용사는 본능적으로 외차원의 기척을 감지한다.
[게다가 너는 ‘주시자의 성흔’도 가 졌으니까, 놈들의 기척을 더 민감하 게 느낄 수 있을 거다. 작전구역에 들어가선 절대로 눈깔에서 힘 빼지 마라.]‘으 ’
흐 •
엘시드의 조언에 그가 고개를 끄덕
이는데, 그 사이에 말을 끝마친 제오 프가 짧은 수신호를 보냈다.
전진하자는 뜻이었다.
레온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다른 조들이 도착하기를 기 다려서 전력을 확층하는 방법도 있 겠지만….’
그 사이에 누군가가 또 사로잡혀, 마물의 전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도 감안해야했다.
시간이 어느 쪽의 편을 들 것인지 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운에 기대기보단 스스로 의 실력을 믿자.
레온은 제오프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뒤에 서있는 조원들에 게 같은 수신호를 보냈다.
저벅, 저벅.
여덟 명의 원정대가 마침내 작전구 역에 발을 들였다.
“아…!”
어….
“이건?!”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경 악해야했다.
레온도, 제오프도.
나머지 조원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거울?”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작전구역에 들어서자마자 여덟 사 람을 반긴 건, 온 사방에 깔려있는 거울이었다. 벽과 기둥은 물론, 바닥 이나 천장마저도 잡티 하나 없는 경 면(鏡而)으로 변질되어있었다.
두리번거리는 여덟 명의 모습이 수 십, 수백 명으로 보여서 현기증까지 날 정도였다.
“‘거울협곡’에서 빠져나온 놈■이 분 명하군요.”
제오프가 그 주변을 둘러보며 씹어 뱉듯이 말했다.
외차원생물은 기존의 생태계에 융 화할 수 없기에. 스스로가 머무는 곳 을 제 입맛대로 뜯어고친다.
‘거울협곡’에 왜 그런 이름이 붙어 있겠는가?
그 안에서 출몰하는 외차원생물, 놈 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경면 으로 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경면이라고 해도 이 거울 들은 사람이 만든 것과는 또 달랐다.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빛은 기묘하게 굴절되고, 그 빛을 바라보는 자의 정
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강도 역시 유리 따위 와 비교할 수 없이 단단해서 파괴하 기가 어렵다.
[레온.]
엘시드가 그를 불렀다.
[이번 퀘스트와 관련해서 정보가 갱신됐는데, 한 번 봐라.]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야. 여신이라고 외차 원에 대해서 다 아는 건 아니니까, 네가 단서를 모으면 그 정보들을 취 합해서 도움이 될 만한 수준으로 보 충해주는 셈이지』
레온은 자연스럽게 검 자루에 손을 올려, 그에게만 보이는 설정으로 해 당 정보를 호출했다.
그러자 몇 줄의 문장이 그의 눈앞 에 떠올랐다.
광맥침략자 一 만화경의 거미
* 난이도 : 어려움(Hard)
* 규모 : 1체
* 적성개체 : 칼레이도스파이더
(Kaleido-Spider)
* 담당자 : 용사 레온
* 마경 ‘거울협곡’에서 탈주한 외차원 생물, 만화경의 거미를 처치하라. 칼
레이도스파이더. 통칭 칼레이더는 그 몸에 내장된 거울들로 먹잇감을 사로 잡으면 거미줄로 그들의 복제체를 짜, 미끼 겸 전력으로 재활용한다. 또한 경면을 타고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빛과 거울을 이용하는 환술을 즐겨 사용한다.
재빨리 설명문을 다 읽은 레온이 중얼거렸다.
“만화경의 거미, 칼레이더라.”
외차원에서 온 괴물답게 듣도 보도 못한 이름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능 력이 었다.
복제체를 만들어내는 능력 한 가지
만 있어도 위험한데, 두 가지나 더 있었다. 거울을 통해서 이동하는 능 력과 환술능력. 이곳과 같이 경면으 로 도배된 환경에서라면 그 위력은 몇 배, 어쩌면 몇십 배로 늘어날지도 몰랐다.
레온은 한층 더 경계심을 돋우면서 머리를 굴렸다.
‘다음 문제는 이 정보들을 어떻게 설명하냐는 건데….’
아무것도 모르고 상대하는 것과 대 충이라도 알고 상대하는 것의 차이 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빛과 거울을 활용하는 환술.
경면으로 이동하는 능력.
어느 쪽이든지 모르면 한 방 먹어 야하는 것들이었다.
‘일단은 추측성으로 말을 꺼내보고, 제오프 경에게 몇 마디 거들어달라 고 하면 되려나.’
사악교가 개입했을지도 모르는 상 황이었다.
그의 정체를 밝힌다는 선택지는 이 미 폐기되었고, 남은 건 제오프 경 을 비롯한 성철쇄기사들의 지지뿐이 었다.
결론을 낸 레온이 입을 열었다.
아니. 정확히는 열려고 한 순간이었 다.
쿠구구구구구궁一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