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46
수도복 너머에서 단련된 허벅지가 한 번 수축했다가, 크게 팽창하면서
그녀의 몸을 허공으로 쏘아올렸다.
콰아아앙!
그 반작용으로 지면에 타원형의 크 레이터가 남자, 별 생각 없이 따라오 던 스콜이 입을 딱 벌렸다.
엘라한분만이 아니었다.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카렌도 재빠 르게 뛰쳐올랐다.
파파파파팟!
깎아지른 절벽이라고 해서 튀어나 온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카렌은 정확하게 몇 cm 안 되는 요 철을 밟아, 다음의 발판으로 연이어 뛰어올랐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순식간에 위로 멀어져갔다.
레온은 그 뒤를 따르고자 무릎을 굽혔다가, 이내 근원을 알 수 없는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바르그가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모 습이, 그 걸음의 형태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너도 할 수 있다는 듯이.
시범이라도 보여준 듯한 태도가 그 의 발목을 붙잡았다.
‘한 번 해보자.’
실패해도 망신살이나 좀 뻗칠 분이 다.
스콜과 하티의 묘한 시선들을 받으 며, 레온이 발을 뻗었다. 바르그가 했던 것처럼, 발바닥을 벽에 붙이듯 이 누른다.
그러면서 나머지 한 발을 들어올린 다.
오러는 한 점도 움직이지 않고, 순 수한 육체의 능력으로.
“ 어?”
됐다.
허무할 정도로 쉬운 성공에, 레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익숙하기까지 한 감각이었다.
무게중심을 제어하고, 환경과 상황 에 따라서 스스로의 몸을 조율하는 기술. 이 원리는 지난날에 혹독한 가 르침으로 몸과 마음에 새겨넣었던 것과 동일했다.
‘•••이거,〈보법〉이잖아!’
[이제 알았냐?]엘시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멍멍이한테 가르쳐준〈천랑〉 은 그 힘의 근본원리를〈보법〉에 둔 무예다. 응용기술의 영역이면 몰라도 기본기쯤은 너도 따라할 수 있어.]‘동문(同門)이라는 뜻이야?’
[상류가 동일하다고 해서 그 지류 가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나’라고 하 는 조사{社師)를 공유하고 있을 뿐이 지. 하카펠은 분파의 수장이고, 너는 본파의 후계자라는 느낌이다.]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레온이 발을 움직였다.
바르그처럼 빠르고 정확하진 않으 나,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벽면을 걸 어오른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무게 중심의 통제가 수월해지고, 몸의 흔 들림이 줄어든다.
눈앞에서 바르그의 시범을 한 번
보았을 뿐인데,〈보법〉에 부족했던 요소가 채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숙 련도가 올랐다.
‘혹시 나한테 가르침을 준 건가?’
아직은 잘 모를 일이었다.
* * ❖
그로부터 몇 분 후였다.
800미터가 넘는 바위산을 올라와, 마침내 바르그의 거처에 도착한 일 행이 그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렌은 네 방향의 지평선을 모두
둘러보면서 말했다.
“경치는 꽤 좋네. 올라오기가 너무 귀찮지만.”
“어, 언니!”
바르그에게 들으라고 한 말 같아서, 하티가 즉시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 의 팔에 매달렸다.
다행히 바르그는 피식 웃어보이기 만 했다.
바위산 위에는 어떻게 지었는지 모 를 막사가 하나 있었다. 비가 올 때 를 대비해서 둥그스름하게 만들어놓 은 지붕, 바람 따위에 흔들리지 않도 록 수 미터나 땅에 박아놓은 기둥들.
수왕 바르그의 거처는 소박하면서 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모순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이었다.
“역시… 인가.”
바르그는 막사에 바로 들어서지 않 고 뒤돌아섰다.
그의 강렬한 시선은 레온에게 못박 혀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나 해서 보여줬는데, 그 자리 에서 따라할 줄은 몰랐네. 나아갈 길 에 도움이 좀 되었는가?”
레온은 그 말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제대로 한 수 배웠습니다.”
“우리들과 같이 그분의 무맥을 계 승한 자를 만나게 되다니, 오늘은 참 기쁜 날이로군. 조부님께서 온전하셨 다면 자네에게 잔을 내어주셨을 텐 데 말이야.”
“자, 잠깐, 아버님! 그 사람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려던 하 티가 엘라한에게 붙잡혀, 옴짝달싹하 지 못하고 바둥거렸다. 레온이 눈짓 으로 그녀가 할 말을 막아달라고 했 기 때문이었다.
그걸 본 바르그가 흥미로운 얼굴로 말했다.
“아직도 내가 알아야할 게 남아있 었나?”
“ 예.”
허리춤에 손을 댄 레온이 성검을 봅아들었다.
키이잉.
허름한 롱소드의 형태가 아닌, 진정 한 모습의 성검. 엘시드(El-Cid)가 햇빛을 튕겨내면서 타올랐다.
반사광이 아니라 검 자체가 황금빛 으로 이글거린다.
만물을 감싸안는 듯한 빛.
제 모습을 드러낸 성검이 바르그를
겨누었다.
“로드리고 칼디아스 엘 비바르의 직전제자, 용사 레온이 분파〈천랑〉 의 현 계승자에게 예를 요구합니다.”
“••••••호오.”
이번에야말로 바르그의 얼굴이 진 지해졌다.
안 그래도 한 번 겨뤄볼 생각으로 홀러나오던 투기가, 눈에 보일 정도 로 농밀하게 질과 양을 늘렸다.
아니, 미약하지만 살기마저 섞이고 있다.
레온의 말에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발언, 딸아이의 손님이라도 그 냥 넘어갈 순 없네.”
“시험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기개 하나는 좋군. 아들놈이 보고 배웠으면 할 정도로.”
바르그의 몸 주위로 흘러가던 바람 이 역류한다.
마스터.
생물로서의 껍질을 한 단계 벗어던 진, 초월적인 존재가 그 의지로 물리 법칙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생사투(生死圈)를 할 마 음은 없네. 규칙과 조건을 몇 가지
설정하도록 하지.”
흉흉한 기세를 두른 바르그가 세 손가락을 폈다.
“하나, 자네는 나를 자유롭게 공격 해도 좋아. 그렇지만 나는〈오러블레 이드〉를 쓰지 않을 것이고, 자네의 배면(背而)만을 공격하겠네. 둘, 나는 자네에게 세 번의 유효타를 가할 것 이나 자네는 한 번만 성공해도 내가 진 것으로 하지. 어떤가?”
“세 번째는 무엇입니까?”
“마지막 조건은….”
바르그는 제 다리를 가리키면서 땅 바닥을 툭툭 찼다.
“앞서 설정한 조건들을 떠나서, 나 는 땅바닥에서 두 다리가 함께 떨어 지면 지는 걸로 하겠네. 안 그러면 승부가 성립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서로의 실력차를 알고 있음에도 그 도발은 강렬했다.
검 자루를 쥔 손아귀가 일순 삐걱 거릴 정도로.
[진정해라, 멍청아.]엘시드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덤벼 들었을지도 모른다.
레온은 즉시 침착해져서 그의 조언 에 귀를 기울였다.
[미안하지만 저놈이 한 말대로다. 지금의 너로서는 저놈을 못 잡아. 〈천랑〉은 마스터급이 되면 허공을 밟고 가속하거나 도약하는 게 가능 하거든.]
‘뭐?! 마법도 아닌데 그런 게 가능 하다고?’
[오러나 마법이나 극에 도달하면 터무니없는 건 똑같아. 잘 먹혀드는 분야가 좀 다를 분이지』
어느샌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원이 완성되었다.
레온과 바르그.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널찍한 바위산
의 위는 가볍게 치고받는 수준의 싸 움이라면 감당할 수 있었다.〈칠성 검〉같은 결전기는 함부로 쓸 수 없 겠지만, 움직임에 지장이 생길 정도 로 좁진 않았다.
“ 시작하겠나?”
그의 맞은편에 선 바르그가 물었다.
간격은 50미터쯤.
전속력으로 가속해도 두 걸음은 필 요한 거리였다.
“시작하죠.”
레온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검을 중 단으로 세웠다.
〈천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이상,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세 가 가장 적합했다.
몸 상태는 만전.
성흔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면서 충 만한 힘이 차오른다.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 들었다.
“—흠.”
그러나.
천랑신풍보(天浪返風步)
이형환위 (移形換位)
바르그는 불과 한 걸음으로 레온의 뒤를 잡았다.
순간적으로〈안법〉의 속도마저 뛰 어넘어, 실체와 다름없는 잔상을 남 긴다. 이 신속이야말로 동방 무학에 서 쾌의 극치로 추앙받는 경지 중 하나였다.
콤마 3초.
레온이 그가 잔상만을 남겼음을 간 파하고, 등 뒤에 나타난 기척으로 돌 아서기까지 소요한 시간.
“무맥의 선배로서 첫 수는 물러주 겠네.”
목덜미에 닿아있는 손날을 느끼며, 레온은 다 삼키지 못한 마른침이 고 이는 걸 느꼈다.
한 번 죽었다.
반응하고 말고 할 여지조차 없었다.
선취점을 따고도 그 득점을 무효화 한 바르그가 다시 50미터 간격으로 물러났다. 절대 가깝다고는 할 수 없 는 간격이, 급소 위에 드리운 칼날처 럼 느껴진다.
“전력을 다하게.”
바르그가 말했다.
“이 승부에서 패하더라도 여한이 남지 않도록.”
성왕 로드릭이 남겨놓은 무맥 중 하나,〈천랑〉의 계승자가 그 신속으 로 현 용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시무시한 속도다.’
레온은 두 눈을 부릅뜨고서, 바르그 가 지면에 남긴 흔적을 꼼꼼하게 살 펴보았다.
직선으로 곧게 그어져있는 흑색의 선.
매캐한 탄내가 좀 올라오는, 그 일 획이야말로 바르그가 몇 초 전에 지나쳤던 흔적이었다. 그렇게나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다리 하나가 땅에 닿 아있어서, 마찰열로 바위의 표면이 검게 그을려버린 것이다.
만약 두 다리를 모두 사용했다면, 조금 전보다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 하.”
레온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홀렸 다.
방심했다.
제 나름대로 만전의 태세랍시고 선 택한 것은, 어떻게든 한 번만 적중시 키면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었다.
수왕 바르그.
초원의 정점에 선 강자이며, 로드릭 이 직접 창시한 무예의 계승자를 그 따위 마음가짐으로 상대해서는 안 됐다. 스스로의 태도를 되돌이켜본 레온이 검을 치켜세웠다.
“호오.”
바르그의 무감정하던 눈동자에 빛 이 맺힌다.
상단세.
노골적으로 그 의도가 드러나있는 자세였다. 다가오면 즉시 베어죽인 다. 한 점의 잡념도 없이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잔뜩 갈아놓은 칼날을 떠
올리게 했다.
기백은 또 어떠한가?
몸 주위에서 황금색의 불꽃이 이글 거리며, 지나치는 바람을 사납게 살 라먹는다. 체내의 오러를 전부 신경 계에 쏟아부어서 반응속도를 늘린 게 틀림없었다.
‘무모하군. 하나 그 패기야말로 사 내답고 좋구나!’
피가 끓는다.
펜리르의 혈통에 내재되어있는 투 쟁본능이, 레온의 각오에 호응해서 그 이빨을 드러내려고 했다.
바르그는 간신히 제 충동을 억눌
렀다.
그걸 꺼내버리면 분명히 생사투가 되고 말 테니까.
“가겠네.”
바르그가 다시 한 번 공격을 시작 하려는 순간, 레온은 모든 정신력을 끌어모아서 두 눈에 집중했다.
시간이 느려진다.
세계가 탈색된다.
후두부에 송곳을 박아넣는 것 같은 두통이 느껴졌지만, 그 통증을 넘어 서야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 소리의 너머, 신경의 전달속도를 능 가하는 신속의 세계.
두 전사는 처음으로 그 영역을 공 유했다.
‘온다.’
화살조차 멈춰보이는 세계에서, 오 직 바르그만은 그 형상이 일그러질 정도로 발랐다.
그의 오러속성은 ‘바람’.
공기저항마저 등 뒤로 넘겨서 추진 력으로 바꾸는, 반칙적인 수준의 가 속이 불러일으킨 신속. 가까스로 그 의 움직임을 본 안구가 ‘찌지직’ 하 고 불길한 소리를 토해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대응할 수 있 어!’
바르그에는 몇 가지 제약이 걸려있 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못하 는 것, 그의 등 뒤에서만 공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번의 유효타만 허용하더라도 패배한다는 것.
본래대로라면 몇십 개, 백 개 이상 일지도 모를 공격로가 몇 개로 제한 되는 조건이었다. 반응속도를 한계까 지 높인 상태의 레온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흐 ”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던 바르그의 발이 멈췄다.
어느새 그 방향으로 돌아선 레온이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키이이이잉!
한 줄기 섬광이 빈 공간을 불태우 고, 바르그의 잔상을 쫓아 몇 번이나 궤도를 전환한다. 몸을 통째로 날리 는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게 바를 수밖에 없다.
레온은 그걸 증명하듯이 한 자루의 검을 벼락으로 바꿨다.
불과 1초만에 황금빛의 벼락이 24 번의 참격을 쏟아냈다.
‘미친, 하나도 안 맞았다고?!’
그럼에도 바르그는 생채기 한 줄 나지 않은 몸으로 검격을 따돌렸다. 허공을 난도질한 성검이 벤 것은 몇 가닥의 회백색 머리카락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의 경악을 조롱하듯이 바 르그가 미소지었다.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는가? 아주 좋군. 얼마만에 제대로 달려보는 건 지 모르겠어!”
“지금보다 더 발라진다고…!?”
제자리에서 좌우로 뛰고 있을 뿐인 데 돌개바람이 일어난다. 그 환경에 적응해서 최선의 움직임을 취하는 것이〈보법〉이라면,〈천랑〉은 그것보
다 한 단계를 더 나아가서 주변 환 경을 지배하는 경지에 닿는다.
바로 그 직후였다.
천랑신풍보 (X5良 步)
포풍착영(捕 Ml 提影)
바르그의 신형이 열 개로 늘어나면 서 빠르게 돌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