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64
아음속에 달하는 비행속도를 감안 하자면, 드레이크도 쉽게 따돌릴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여유를 부 릴 엄두가 나지 않아, 레온은 즉시
가속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0]——
네프렌 카의 반대방향으로 레온의 몸이 쏘아져나갔다.
그러자 그 뒤를 쫓듯이 하늘에서 어둠이 먹물처럼 퍼진다. 필멸자에게 눈을 찔린 초월자가 분노를 토해내 고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마르의 상공으로부터 빛과 어둠 이 추격전을 개시했다.
〈이카루스 윙〉.
레온의 등 뒤에서 붐어져나오는 황 금빛의 날개, 그 속도와 유지력은 무 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유겐트 왕국에 서 몇 번인가 타고 감탄했던 비공선 조차 레온의 그림자도 쫓기 어려울 테니, 현 문명의 이동수단으로 그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공기저항 때문에 소리보다 좀 느린 속도로 움직일 분, 여차하면 그 이상으로 빨라질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천둥소리마저 따돌릴 수 있는 기동 력은 오러마스터도 잡기 어렵다. 알 라자즈도 검의 사정거리 밖에서 레 온을 잡으라고 한다면 감히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극쾌의 무예,〈천랑〉으로 마스터까 지 된 바르그라면 모를까 다른 마스 터들도 별 차이는 없으리라.
그런데.
“미친, 거리가 안 벌어지잖아!?”
등 뒤에서 끊임없이 쫓아오고 있는 존재감에, 레온은 끝내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황혼을 새카맣게 덧칠하면서 몰려 오는 어둠이 그를 노린다. 형상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암 흑, 그 안쪽에서 이글거리는 증오와 분노만이 ‘놈’의 존재를 증명한다.
〈검은 파라오〉가 온다.
고대문명을 제 왕국과 함께 매장시 켜버린 배반자, 영원토록 이 세상으 로부터 추방당한 망국의 왕이.
“처음부터 이렇게 빠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의 직감대로 가능한 빨리 아마르 를 벗어나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로 향한 선택은 옳았다.
1분만 늦게 움직였어도 네프렌 카 는 아마르를 휩쓸어버리는 경로에 진입했을 테니까. 알 라자즈가 그를 잠시 가로막을 순 있어도, 단신으로 놈을 처치할 가능성은 없었다. 신속 한 판단 덕분에 소드마스터와 만 단 위의 인명피해를 피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 접근속도는 철저하게 예 상 외였다.
[아니, 네 생각대로다.]엘시드가 말했다.
[점점 발라지고 있군. 한 시간 전까 지만 해도 네 속도가 좀 더 빨랐는 데, 이젠 동등한 수준이다. 한 시간 후엔 저놈이 더 발라지겠는데?]“ 어째서?”
[태양 때문이겠지.]실로 명쾌한 해답이었다.
네프렌 카.〈검은 파라오〉는 그 생 전부터 태양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던 존재였다. 외법 따위로 타락하지만 않았다면 신과 대등한 위치에 숭배 받으며, 이 세상의 모든 부와 영광을 손에 움켜쥐었을 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타락했고, 그 대가로
모든 축복을 박탈당하는 것도 모자 라서 저주를 받게 되었다.
[한때 그를 사랑했던 태양은 제 발 밑에서 놈■이 거니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한때 그를 지탱했던 대지는 제 몸뚱이에 발을 올려놓는 것조차 허 락하지 않는다.]애증(愛’僧)과도 같은 원리다.
막대한 축복을 몸에 품었던 놈은, 그 축복들이 모두 저주로 반전하면 서 뼈와 살을 뜯어먹혔다. 생전의 모 습 그대로 남았어야할 미이라의 형 태가 추악하게 일그러진 것도 그와 똑같은 맥락이었다.
[〈외법〉의 어둠으로 빛을 가리고, 대지로부터 몸을 띄우고 있으니까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거다. 하지만 해가 진 다음부터는 태양의 저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밤에는 더 강해진다는 소리잖아!”
[정답.]엘시드가 장난기 없는 목소리로 말 했다.
[긴장해라. 해가 진 다음부터가 진 짜다. 네프렌 카의 권능에 잠깐이라 도 발목이 붙잡히면, 애써 벌려놓은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고 말 테니 까.]레온이 그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카루스 윙〉의 지속력이 탁월하 다지만, 며칠이나 안 쉬고 비행할 순 없었다. 추격전 도중에 숨을 돌리려 면 놈의 권능이 약화되는 낮 시간대 를 노려야했다.
그걸 위해서라도 야간의 추격전에 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황혼이 진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였다.
“—윽!”
반사적으로 몸을 튼 레온이 옆구리
를 붙잡았다.
상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몸에 퍼져나 가는 오한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레온의 시야 너머에서 그를 스쳐지나간 어둠이 요사하게 꿈틀거렸다.
뱀.
어째서인지 레온은 그걸 보자마자 ‘뱀’이라고 생각했다. 그 형체가 분명 하지 않은 괴물이었는데 말이다.
[아포피스(Apophis)의 유체? 시작 부터 위험한 걸 꺼냈군』
엘시드도 드물게 놀란 기색이었다.
[어둠을 타고 움직이는 마수다. 한 밤중에는 빛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괴물이지만, 유체라면 그 정도 는 아니겠지. 몸 전체에 빛을 둘러 라. 한 번이라도 물리면 독이 퍼진 다.]“알았어!”
그와 동시에 레온의 몸을 감싸듯이 일광이 터져나왔다.
태양의 오러.
성검 엘시드와 함께 팔에 찬 보호 대가 그 힘을 증폭시킨다. 유겐트스 틸 No.100,〈일륜의 방패〉였다. 태 양 속성에 한해서 소유자를 보조하
는 명품 중의 명품.
키에에에에에엑!!
때마침 그를 덮치려던 뱀, 아포피스 의 유체가 그 태양빛에 괴성을 내지 르면서 뒤로 물러섰다.
밤과 죽음을 상징하는 마수, 아포피 스에게 있어서 태양이란 고대신 라 의 진면목이기에 본능적으로 꺼려지 는 천적의 상징. 피아를 식별하지 않 는 흉성조차 좀 수그러들 정도다.
그러나.
쩌엉
송곳니를 거둔 아포피스가 사납게 몸을 휘둘러, 플레일과도 기세로 태
양빛의 방어막을 후려쳤다.
빛과 어둠.
그 천칭은 평등하다.
빛이 어둠을 몰아낸다면, 어둠은 빛 을 집어삼킨다. 한밤중의 어둠이 빛 을 압도하듯이, 아포피스 역시 어둠 이 내려앉은 밤 시간대에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왓!? 이 망할 뱀새끼가?”
일직선으로 바르게 날던 레온의 몸 이 몇 초 궤도를 이탈해, 수백 미터 의 간격이 좁혀진다.
그제서야 상황을 다 이해한 그가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 방해도 없이 날아갈 수 있었 던 낮과 달리 한밤중에는 저 마수를 비롯한 방해공작을 돌파해야한다. 한 번의 실수가 숨통을 조여드는, 문자 그대로의 데스레이스(Death Race).
‘잠깐이라도 멈춰서는 안 돼!’
레온은 그 직감대로 몸을 날렸다.
등 뒤에서 붐어져나온 불기둥이 그 를 떠밀어, 주춤했던 기세가 몇 배로 늘어나면서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퍼어어어엉—-!
공기저항의 벽을 찢어발긴 레온이
혜성으로 변했다.
몇 초만에 줄어들었던 거리를 다시 벌려놓고서, 생명반응이 느껴지지 않 는 곳으로 쏘아져나간다.
“빌어먹을! 나한테 너무 불리한 싸 움이잖아, 이거!”
유목민들의 부락을 전부 피하면서 도망치다보니 이동경로가 비효율적 이고, 아포피스의 공격에 대응하느라 방어막을 계속 둘러야하는 것 또한 힘의 소모를 앞당긴다.
‘수호자의 성흔’이 없었다면 반나절 도 못 버티고 따라잡혔을 터. 해와 달의 힘으로 상시 회복하고 있었기
에, 이 터무니없는 추격전이 간신히 성립했다.
음속돌파의 대가로 그를 짓누르는 압력은 한층 더 늘어, 몸 안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도, 따돌릴 수 없다니.’
네프렌 카가 불러낸 마수, 아포피스 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속도를 따라 잡고서 아가리를 벌렸다. 레온의 눈 앞을 가로막은 뱀이 암흑으로 된 소 용돌이를 토해냈다.
죽음의 숨결.
그 위력을 한눈에 꿰뚫어본 레온이
검을 봅아들었다.
“ 벤다!”
우회해봤자 곧 따라잡힐 분, 어둠을 타고 움직이는 놈에게 음속 따위는 별 것도 아니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쓰러트리고 간다!
그렇게 마음먹은 레온의 검에서 별 빛이 뿜어져나왔다.
칠성검(Grand Chariot)
유체라고는 해도 신화에 등장하는
마수다.
일격으로 벨 자신은 없다.
그러니 두 번,〈이카루스 윙〉의 전 개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전력을 쏟아붓는다.
연식오의 (連式與義)
지극성십자(指極星十字)
초음속의 영역에 들어서있는 레온 이 검을 내리긋고, 그대로 다시 한 번 수평으로 베어넘긴다.
정지 상태에서 발해도 뼈마디가 다
욱신거리는 비검이다.
음속돌파의 저항력이 더해지자 손 가락 두 개가 역방향으로 꺾이고, 체 내 압력이 치솟으면서 두 눈이 새발 갛게 충혈된다. 레온에게 있어서도 이 반작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크, 으아아아아아!!”
비명 대신에 포효를 내지르며. 덜렁 거리는 손가락으로 검을 쥔 레온이 결국 십자가를 완성했다.
밤하늘을 네 조각으로 나누는, 십자 형의 대참격!
그 검광은 아포피스가 토해낸 소용
돌이를 넷으로 등분하고, 요사스럽게 꿈틀대던 놈의 몸뚱이마저 토막쳐버 렸다. 평범한 검으로 발했어도 치명 상이었을 것이,〈외법〉의 천적과도 같은 성검으로 발현되었다.
아포피스의 유체는 단말마의 비명 조차 없이 소멸해버렸다.
“해, 해치웠다!”
레온은 네 조각으로 찢어발긴 놈을 돌파해, 그 너머로 날아가면서 뒤로 꺾여버린 손가락들을 되돌렸다.
우득, 우득하는 뼛소리가 소름 끼치 게 울려퍼진다. 꺾여버린 뼈를 끼워 맞추는 통증은 상당했지만, 아포피스
를 떨쳐냈다는 기쁨이 더 컸다.
만약 아포피스가 정면에서 레온을 가로막지 않고, 측면이나 후면에서 진로만 방해했다면 훨씬 더 까다로 웠으리라.
[제자야.]“응?”
그때, 엘시드가 냉정하게 그 감상에 초를 쳤다.
[안심하기는 좀 많이 이르다?]“뭐? 어째서一”
레온이 채 반문을 끝내기도 전에, 밤하늘의 어둠이 기괴한 형상으로
일그러졌다.
직선처럼, 곡선처럼, 지그재그 형태 로 움직이는 어둠.
그 정체를 즉시 알아본 레온이 경 악했다.
“아포피스?! 방금 해치웠는데!”
[말했잖냐, 본체가 아닌 유체라고.]통상적인 생명체와는 달리 마수의 유체(幼體)는 그 부산물에 가깝다. 본체에서 벗겨져나온 껍질이나 파편, 핏방울이 본체와 비스무레한 형상으 로 살아움직이는 것.
네프렌 카가 불러낸 아포피스의 유 체도 그러한 존재였다.
본체 아포피스와 비교하자면 달 앞 의 반딧불과도 같겠지만, 소환의 대 가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즉, 소멸당해도 다시 불러내면 그만 이었다.
[소환해서 유지할 수 있는 개체는 한 마리뿐인 것 같지만, 잠깐이라면 몇 마리를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심해라』
“ 젠장!”
이전처럼 들이닥치는 놈•의 송곳니 를 튕겨내, 그의 전방위를 휘감으려 는 몸뚱이의 틈새로 빠져나온다.
〈지극성십자〉까지 썼는데도 큰 의
미가 없다니!
역시 단신으로 네프렌 카를 상대하 는 건 자살행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포피스의 유체가 퇴거당한 걸로 레온에 대한 평가를 높였는지. 지평 선 너머에서 해일과도 같은 암흑이 넘쳐흐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타락한 스카라베(Scarab)인가, 이 땅을 풍요롭게 일궈야할 영수가 값 싼 죽음의 앞잡이로 변질되다니.]본래대로라면 황금색으로 아름답게 빛나야할 풍뎅이들이다. 네프렌 카의 어둠으로 타락한 풍뎅이들은 이미
지혜와 권능을 잃어, 생명을 집어삼 키는 수단으로 변했다.
아포피스와 스카라베.
영지 하나를 몇 분만에 초토화할 수 있는 괴물들이, 오로지 레온의 꽁 무니만을 노리고 내달린다.
‘며칠이나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엘시드가 그를 격려하듯이 말했다.
[그래도 아누비스나 스핑크스 레벨 은 못 쓰나보군. 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도 회복속도가 너무 빠 른데? 우리들이 못 보고 지나쳤던 게 있었나?]“네가 생각해봐! 난 그럴 여유도 없 다고!”
[에잉, 섬기고 우러러야할 스승님한 테 할 일을 떠넘기다니, 못난 제자 같으니라고.]아포피스의 강습을 피하고, 지상에 서 솟구치는 풍뎅이들을 두 날개로 불태우면서 고도를 높인다.
상하전후좌우.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듯이〈이카 루스 윙〉이 날뛴다.
레온이 그렇게 공중전에 집중하는 사이에, 엘시드는 어렵지 않게 정답 을 찾아냈다. 아무 단서도 없었다면
모를까, 이전에 한 번 의문으로 남겨 두었던 문제였다.
[••과연, 지력(地7J)을 빨아먹었구 나!]“뭐!?”
[이전에 마적단의 습격을 받았을 무렵, 그 일대가 사막화된 것을 보고 서 내가 이상하다고 한 거 기억나 냐?]“그래! 아, 설마!?”
[바로 그 설마다. 누가 지었는지도 모를 유적지. 그 유적을 이용해서 지 력을 봅아올려서, 네프렌 카를 부활 시키는데 힘을 충당한 게 틀림없어.안 그랬다면 유목민을 다 잡아먹었 어도 이렇게까지 힘을 회복할 수 없 었을 테니까.]
레온은 그 충격적인 진상에 두 눈 을 부릅떴다.
저 말대로라면 사악교단은 무려 백 년, 아니 그 이상도 더 전부터 네프 렌 카의 부활을 획책했다는 뜻이었 다.
대계(大計)에는 10년이 기본이라지 만, 100년 단위로 구축하는 것은 계 획이 아니라 광기의 영역이다. 자그 만 변수만 하나 끼어들어도 파토가 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저 개자식들은 뭐가 그렇 게 아쉬워서 그 지랄들을 떠는 건 데!”
사악교단의 악의에 질려버린 레온 이 이를 악물었다.
백 년이면 해묵은 원한조차 풍화될 시간이었다.
그런데 사악교단은 한 치의 흔들림 도 없이 계획을 진행해, 저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강림시키고 말았다.
[내가 한 번 말했지. 이해하려고 들 지 말라고.]엘시드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기하면 뭐가 달라질까? 용서 하고 굽어살피면 저놈들이 뉘우치기 라도 할까? 수백 년, 천 년도 넘게 세상을 저주해온 놈들이 과연 생각 을 바꿔줄까?]이해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외(外)라고 한다.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예외적으 로 취급해야하는 것이라. 신성교단조 차 자비와 용서를 거론하지 않는다.
[살아남아서 놈을 타도해라. 그것이 네 역할이다, 제자.]“하, 그거라면 두말할 것도 없지.”
또다시 앞을 가로막은 아포피스의 대가리에 성검을 박으며, 레온이〈이 카루스 윙〉의 그림자 아래에서 사납 게 미소지었다.
이 정도의 난관이라면 얼마든지 견 뎌 주마.
수왕 바르그.
성녀 엘라한.
폭군 알 라자즈.
오늘날까지 그가 쌓아올린 것들이 빛을 볼 때까지, 사경을 넘나드는 숨 바꼭질을 하면 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