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65
“—와봐라!”
지상으로부터 솟구치는 풍뎅이들의 파도.
밤하늘로부터 덮쳐오는 아포피스의 송곳니.
그 전부를 태양과도 같은 빛으로 받아치면서, 레온은 다시 한 번 급가 속하여 어둠을 꿰뚫었다.
* * *
그와 동일한 시각, 엘라한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와스 시에 남겨져서 길드와 함께
신성교단의 파견부대를 지휘하게 된 그녀였다.
성철쇄기사 일곱 명.
추기경을 동원하지 못한 건 아쉽지 만, 시간 내에 집결할 수 있는 전력 은 최대치로 긁어모았다.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허리춤에 작게 매달려있던 성철쇄가 빛났다.
“……여신님?”
〈계시〉였다.
밤(夜).
태초로부터 밤은 그 어둠에서 비롯 된 공포로 인해 사악하고 위험한 걸 로 취급되어왔다. 한낮에 벌어져있던 꽃망울도 밤이 찾아오면 입을 다물 고, 숲속에서 들려오던 새들의 울음 소리도 낮과 다르게 음산하게 들리 기 마련이었다.
마물들 또한 해가 떨어지고 난 후 에 활동을 시작하는 놈•이 많았으며, 빛 아래에서는 저지르기 힘든 악행 들이 밤에는 그 빈도수를 늘렸다.
본래대로라면 선악과 무관해야할 속성, ‘밤’에 악의 개념이 더해진 것 은 그 영향이었다.
그리고 ‘밤’의 속성은 놀라우리만치 강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을 둘로 구분하는 속성, ‘빛 과 어둠’의 한 축을 맡은 게 밤이었 으니까. 태양과 달이 대칭하면서도 그 우열이 명백한 것과 달리 ‘낮과
밤’이나 ‘빛과 어둠’은 대등했다.
외법사들이 괜히 어두운 곳으로 숨 어들고,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려서 활동하는 게 아니다. 외법은 그 자체 로 세계로부터 적대받는 법칙. 선과 순리를 상징하는 빛이 약해질 때야 말로 세계의 억지력이 가장 헐거워 지기 때문이었다.
“큭?!”
옆구리를 당했다.
레온은 그 통증을 느끼자마자 사선 으로 가속해, 몇 마리의 뱀을 떨쳐내 면서 성검을 휘둘렀다.
키잉, 하고 붐어져나간 빛이 어둠을
불태운다.
그러나 황금빛의 검광을 봄내기도 잠시, 먹구름처럼 몰려든 풍뎅이떼가 제 몸을 내던져서 불꽃을 꺼트렸다.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수법이었으 나, 불완전한 상태라고 해도 네프렌 카는 초월자였다. 힘의 규모로 대적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숨돌릴 시간도 없어! 네 방향에서 동시에 온다. 좌상현 둘, 우상현 하 나, 우하현 하나!]“이거나 처먹어라!”
이를 갈아붙인 레온의 등 뒤에서 〈이카루스 윙〉이 거세게 폭발하면서
전방위를 휩쓸었다. 힘의 소모가 크 다보니 남발할 순 없지만, 포위공격 을 단번에 돌파하는데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드물었다.
아포피스 유체의 포위망을 떨쳐낸 레온이 투덜거렸다.
“하룻밤 내내 쉴 틈을 안 주는구 만…”
어둠을 한 겹 벗겨내자마자 다음 파도가 밀려온다.
그야말로 설상가상(M.IJ川霜)이 따 로 없었다.
눈 위에 서리가 덮이듯이, 달빛과 별빛조차 뒤덮은 어둠이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이를 드러낸다.
아포피스에게 물어뜯긴 상처는 ‘정 화자의 성흔’으로도 독을 막아내는 정도가 한계였고, 풍뎅이들은 아주 잠깐만 방치해도 그 주변의 빛을 흐 트러트렸다.
간격은 아직 30킬로미터도 더 남아 있을 텐데, 이 거리에서 그를 일방적 으로 위협할 수 있다니!
“ 위험하겠는데.”
레온의 목덜미가 식은땀으로 흥건 했다.
성흔으로 힘을 회복하는 속도보다 소모하는 속도가 몇 배는 빠르다. 지
금처럼 한 시간만 더 쫓겨도 검을 휘둘러서 포위를 돌파하는 것은 불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
한 시간만 더 있었다면 말이다.
【••• 보잘것 없는…목숨을… 건 졌구 나…]
오싹한 목소리였다.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들려왔음에 도 레온의 등골이 싸늘한 오한으로 얼어붙었을 정도다.
그것이야말로 초월자, 완전한 상태 였다면 수백 킬로미터의 거리라도 단숨에 좁히고서 그를 벌레처럼 눌
려죽였을 괴물.
그럼에도 레온은 그 조소에 되레 안도했다.
“••후 겨우 숨 좀 돌리겠네.”
어둠과 빛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 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여명(쩌明)에 고통받듯이 발광하던 뱀들이 제 꼬리를 말고, 풍뎅이들도 땅속으로 파고들면서 빛을 피한다. 〈외법〉에 존재기반을 둔 생물들의 한계였다.
네프렌 카부터가 태양의 축복을 반 전당해서 빛을 직면하지 못하는데, 그 사역마 따위가 거스를 수 있을
리 없었다.
거의 10시간만에〈이카루스 윙〉을 해제한 레온이 높다랗게 선 언덕 위 에 착지했다.
“윽!”
긴장의 끈이 끊어진 탓일까. 두 다 리가 풀린 레온은 그대로 둥그스름 한 나무둥치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수고했다. 이걸로 하루 버텼구만.]“아니, 이 짓거리를 진짜 사홀이나 더 해야한다고?”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었지만. 레온 은 한 번 겪어본 후에야 그 난이도 를 실감했다.
네프렌 카.
〈검은 파라오〉의 콧대를 후려갈긴 대가는 실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성검과 성흔, 최근에 각성한〈이카루 스 윙〉중에서 한 가지라도 없었다 면 진작에 죽어넘어졌겠지.
외법에 절대적인 상성우위를 지닌 성검으로도 살아남는 게 고작이었다. 성검은 1의 힘으로도 100의 외법을 때려부술 수 있지만, 1000이나 10000의 영역이라면 어떨까.
성검 하나만큼은 네프렌 카의 본신 으로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다지만, 그걸 쥔 레온은 불가침이 아니다.
네프렌 카의 외법은 해일과도 같았 다.
태산을 뽑아내지는 못하더라도 그 주변에 붙어있는 건 전부 깎아버릴 수 있었다.
[해가 떴다고 너무 안심하지 마라. 한밤중처럼 견제하지는 못해도, 움직 이는 것쯤은 가능할테니.]“뭐, 그렇겠지. 슬슬 움직여볼까.”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지 불과 30여 분만에, 레온은 다시 한 번〈이카루 스 윙〉을 펼쳤다.
마음으로 빚어낸 몸, 염체.
물리적인 실체가 없더라도 그 피로 감은 존재했다. 육체적인 피로와 달 리 정신력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기원자의 성흔’으로 몇 배 강화된 정신이 아니었다면 하룻밤 내내 날 아다닐 수도 없었으리라.
후웅!
무리해서 음속을 넘을 필요는 없다.
한밤중과 다르게 놈의 이동속도는 그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상태다. 적 당히 거리를 벌리면서 쉴 수 있도록, 회복속도에 좀 미치지 못할 수준으 로 날개를 폈다.
소리도 없이 급가속한 몸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음?”
하루 전보다 더 빠르고, 부드럽다.
그제서야 그 변화를 깨달은 레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월자한테 쫓기면서 죽을 똥을 쌌으니 실력이 안 느는 게 이상하지. 염체의 숙련도도 늘었을테고, 성흔도 사용할수록 더 발달하는 경우가 많 다.]태양의 빛으로 회복하기 시작한 것 도 한몫했다.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수호자의 성 흔’과 ‘정화자의 성흔’이 추격전에 너
덜너덜해진 몸을 빠르게 고쳐나간다.
죽음을 상징하는 뱀.
아포피스의 유체가 박아넣은 독니 도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로 불 타버린다. 웬만한 마스터도 몇 주를 고생해야할 독이 성스러운 불꽃에 밀린 것이다.
‘뭐, 그래봤자 오늘밤에 또 잔뜩 물 리겠지만.’
헛웃음을 홀린 레온이 검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성검 엘시드. 이 시련을 불러들인 장본인이자, 또한 시련에 맞설 수 있 도록 힘을 부여한 존재.
생각해보면 항상 그러했다.
블레인에서도, 유겐트에서도 그의 가르침과 남겨둔 인연이 막막하던 앞길을 열어주었다.
‘이번에는 내 힘으로 길을 열어보겠 어.’
언제까지고 그에게 기대어선 안 된 다.
한 명의 용사로서, 성왕 로드릭의 제자로서.
레온 자신이 부족해서 몇 번이나 직접 나섰던 스승은 이제 여력이 없 었다. 그렇게까지 그를 몰아버린 것 은 미숙하고, 또 미숙한 자기자신이
었다.
이번에야말로 제 성장을 보여줄 때 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을 날면서, 레온 은 등 뒤에서 꿈틀대는 놈의 기척에 두 눈을 이글거렸다.
‘사흘이 라.’
해가 질 때까지 회복해도 만전으로 는 돌아갈 수 없다.
오늘밤은 어젯밤보다 더 힘들 것이 고, 내일밤은 오늘밤보다 훨씬 더 힘 들 터였다.
이성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틀이나 버틸 수 있으면 다행이라 고.
“하!”
레온이 제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속 도를 높였다.
오늘날까지 몇 번의 한계를 뛰어넘 었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용사 의 역할, 그렇다면 사흘 정도는 너끈 하게 버틸 수 있다.
두 줄기 흔적을 남기면서 레온은 계속 날았다.
정오를 지나, 황혼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 번 밤이 찾아올을 때까지.
* * *
첫 번째 밤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음에도 네프 렌 카는 서두르지 않았다. 괜히 레온 을 견제한답시고 무의미한 소모를 거듭하기보다, 그 발목을 붙잡으면서 간격을 좁히는데 집중했다.
낮 시간대에 벌려놓은 거리는 3시 간도 안 되어 따라잡혔고, 둘의 간격 은 20킬로미터까지 줄어들었다.
진정한 위협은 그때부터였다.
거리가 좁혀지는 것에 따라서 한층 더 강력해진 권능은 먼 하늘의 달빛 마저 집어삼켰다. ‘수호자의 성흔’으 로 빨아들이던 힘이 반토막날 정도 의 흡인력!
“•••저딴 게 가능하다고?”
[일종의 침식현상이다.]엘시드가 말했다.
[외법은 본래부터가 타 차원의 법 칙을 끌어오는 것. 초월자 수준이라 면 세계를 잠시나마 덧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아무래도 네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알아차린 것 같군.]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밤은 그 정 도에서 끝났다.
회복력이 반토막났을 때에는 정말 기겁했지만, 네프렌 카가 본격적으로 견제를 시작하기 직전에 해가 뜬 탓 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두 번째의 밤은 그야말로 지옥이었 다.
“저 미친놈이…!?”
해가 떨어지자마자 불경한 어둠이 온 하늘을 뒤덮자, 달과 별의 광휘조 차 사그라지며 ‘수호자의 성흔’이 정 지 했다.
레온의 회복력을 원천적으로 봉쇄 한 것이다.
휘몰아치는 어둠의 양과 기세는 더 거세지고, 그걸 돌파해야할 레온의 힘은 약해졌다. 당연히 비행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둘의 간격은 지난밤보다 더 빨리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간격은 약 10킬로미터.
[레온!]“••••••아, 이런.”
어느샌가 땅으로 추락하고 있던 레 온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슬아슬하게 붐어져나온 날개가
그를 끌어올리자, 지면의 흙먼지가 밀려나면서 분진을 일으켰다.
조금만 더 늦게 깨어났으면 지면을 들이 받았겠지.
몸과 정신이 한계까지 소모된 탓에, 〈이카루스 윙〉이 잠깐 해제되었던 탓이다. 염체라고 해서 편리하기만 한 게 아니다. 정신력이 고갈되면 그 형태가 흔들리고, 큰 충격을 받거나 한 번 파괴당하면 당분간은 꺼낼 수 없다.
“…하루만. 더…버텨내면….”
스스로를 격려하듯이 입 안에서 말 을 굴린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능
성이 그를 뒤흔들려고 했다.
사흘은 그야말로 최선의 기한이었 다.
모든 사람들이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불협화음 하나 없이 움직여 준다는 전제로 도출된 기간. 조금이 라도 엇나가는 부분이 생기면 나흘, 어쩌면 일주일은 더 걸릴지도 몰랐 다.
그렇게 되면 레온은 확실하게 죽는 다.
‘…사홀 만….’
유례없는 피로로 약해져있는 정신 을 찌르듯이, 사람에 대한 의심과 악
의가 피어오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유목민들의 대피하는 경로를 향해 서 도망친다면, 네프렌 카가 그들을 포식하는 사이에 멀리 도망칠 수 있 다고.
악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라一
쾅
레온은 굳게 쥔 주먹으로 제 관자 놀이를 후려갈겨, 멍하게 풀려있던 눈을 부릅뜨면서 외쳤다.
“ 꺼져라!”
【•••크, 흐흐흐…어리석구나…]
지난밤의 추격전으로 몸에 스며들 었던 네프렌 카의 악의가 튕겨나간 다. 평상시였다면 그 사기(邪氣)에 닿자마자 떨쳐버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레온은 너무 약해졌다.
이런 식으로라도 자극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가 품 기로 한 긍지를 안고서, 그는 필사적 으로 비행했다.
1분이라도 더.
1미터라도 더.
그렇게 날고 또 날아서, 세 번째 밤이 찾아왔다.
‘‘으아아아아아—! I ”
피를 토하듯이 포효한 레온이 검을 내리그었다.
아름다운 황금의 검광.
〈칠성검〉의 일격이 앞을 가로막은 어둠을 쪼개고, 심연과도 같이 내려 앉았던 죽음을 몰아낸다.
네프렌 카의 본신이라도 성검에 닿 는다면 치명상이다.
어떻게든 길을 연 레온이 날아올랐 다.
【••날벌레, 같은…놈”]
그를 조소하듯이 하늘이 무너져내
린다.
아니, 착시현상에 가깝다.
어둠으로 된 천장이 내려앉으며 중 력처럼 사방을 짓누르자, 그 압력에 바위가 쩍쩍 갈라지면서 먼지로 흩 어진다.
인간 따위는 걸레짝으로 만들고도 남을 파괴력.
“이 정도로…!”
레온은 그 압력을〈이카루스 윙〉으 로 받아내면서,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온 피를 집어삼켰다.
찌부러진다.
무릎 관절과 어깨에서 비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 눈을 황금빛으로 불태우면서 어 둠을 힘껏 밀어냈다.
“겨우 이 정도로…!”
성검을 앞세워서 한 걸음 내딛자, 심연조차도 그 앞을 막지 못하고 물 러선다.
힘의 우열은 분명했다.
성검만이 오롯하게 존재할 분, 그걸 내세우고 있는 레온은 만신창이였다. 몸 곳곳에 난 상처로부터 피가 흘러
나와 얕지 않은 웅덩이를 만들고, 신 발마저 푹 적셔서 찰박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