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68
서쪽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태양에 붉게 물들어야할 하늘이, 오늘은 늪 의 진흙과도 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온몸을 기어오르는 거부감에 소름 이 끼친다.
생물 본연의 혐오감을 자극하는 존 재감.
이 세상에 허락되지 않는 무언가가, 온다.
【—노라.】
아직 다 가라앉지도 않은 태양을 집어삼키며, 서쪽에서 훅 솟아오른 어둠이 땅을 뒤덮는다.
갑작스럽게 한밤중처럼 어두워진 하늘과 땅.
불경하기 그지없는 기척에 성철쇄 기사들이 제 무기와 몸에 성스러운 빛을 머금고, 미리 준비해둔 성법으 로 다른 자들이 동요하지 않게 조명 을 만들어냈다.
네프렌 카는 그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고했다.
【一 보았노라.】
별빛 한 점도 없이 새카맣게 물든
하늘 한복판에 핏빛으로 점철된 눈 동자가 쩍 벌어졌다.
정신이 아찔해진다.
무의식적으로 그걸 바라본 자들이 현기증과 두통으로 눈을 찌푸리고,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오러와 마력을 잠재우느라 피를 토했다. 의 도하고 한 정신공격도 아닌데 실력 자들이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초월자의 격.
기껏해야 레온이나 성철쇄기사들, 마스터급의 실력자들만이 미동도 없 이 그 눈깔을 직시할 수 있었다.
【임했노라一.】
세 번째 선언과 함께 ‘놈’이 나타났 다.
과정이 없다.
0에서 1로 돌변하듯이, 허공의 한 점에서 네프렌 카가 검은 운무에 둘 러싸인 몸을 보였다.
공포스러운 존재감이 300명 남짓 한 일행을 내리누르고, 그 시선이 도 축장의 돼지들을 훑듯이 한 번 스쳐 지나간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버러지들 이 많이도 모였구나. 내 휘하에 들어 오고 싶다면, 그 청,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칠흑의 안개가 망토처럼 펄럭거리 자, 지면을 침식한 어둠이 무언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인간과 비스무레한 형체를 한. 무언 가를.
“ 저건…!”
그걸 알아본 알 라자즈가 이를 악 물었다.
미이라였다.
살아있는 인간을 재료로 한 마물, 불사성을 부여해서 오직 산 자만을 덮치게 한 언데드. 생명력을 포식하 고 맹독을 몸에 휘감아, 수준 이하의 전사들은 일방적으로 살육당했다.
하지만 알 라자즈의 눈은 ‘그’를 찾 아내고 말았다.
베드윈족의 풍습대로 수많은 자식 들을 둔 그였지만, 그중에 따로 아끼 는 자식도 몇 명 있기 마련이었다.
라흐무.
그의 아들이 미이라들의 행렬에 뒤 섞여있었다.
【호오.】
그 기색을 알아차린 네프렌 카가 조소했다.
【너는 행운아구나. 너보다 먼저 네 자식이 나를 섬긴데다, 버러지답지
않은 무용을 지녔으니. 지금이라도 내게 복종하면 죽음의 왕국에서 높 은 지위를 누릴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시체 따위가 날 우롱하는군.”
고요하게 분노한 알 라자즈가 칼을 봅았다.
그와 동시에 네프렌 카의 어둠은 한 번 더 출렁이더니, 앞서 토해낸 미이라들과 다른 형체를 불러냈다.
악어의 머리통을 단 거인.
자칼의 머리를 뒤집어쓴 사제.
먼 옛날, 파라오를 섬기던 자들이 불경한 어둠으로 타락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어리석은 놈 들.】
네프렌 카가 양손으로 쥔 지팡이와 왕홀을 흔들어, 자신의 신하들을 독 촉하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태양이 떨어졌다. 이제 네놈들의 목숨도 떨어질 때다.】
어느샌가 온 사방을 둘러싼 어둠, 아니 풍뎅이떼의 파도가 300인을 집어삼킬 것처럼 높게 일어섰다.
웬만한 전사들도 투지는커녕 공포 에 혼비백산할 상황에, 그 누구도 흔 들리는 일 없이 정면을 보았다. 그리
고 손에 움켜쥔 병장기를 힘껏 들어 올렸다.
첫 일격은 공포보다 격한 분노로 앞선 알 라자즈, 그의 등 뒤에서 나 타난 거인의 참격이었다.
염 체현현(念體顯現)
알 라자즈의 풍신(Djirm of Al-Razzaz)
칼끝에서부터 휘감긴 폭풍이 칼날 까지 소용돌이친다.
그야말로 폭풍의 일섬!
진풍참황도(배風 1參況;J)
폭풍 내부에서 마찰한 모래알갱이 가 자기장을 일으켜, 이내 번개마저 휘감긴 〈오러블레이드〉를 내리찍는 다.
그러자 풍뎅이떼로 이루어진 어둠 이 둘로 찢어졌다.
꽈르르르릉——!!
지상에서 태어난 벼락이 천지상하 를 양단하자, 그에 힘입어 무사들이 제 투기를 일으켜서 어둠에 맞선다.
오러마스터의 역할은 그냥 독주하
는 게 아니다.
최선봉에서 앞길을 여는, ‘이끄는 자’이기도 했다.
레온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간다!”
등 뒤로부터 붐어져나온〈이카루스 윙〉을 전신에 망토처럼 휘감고, 성화 까지 더해 백금색으로 물들인 그가 알 라자즈가 열어둔 길로 들어섰다.
어둠의 해일을 거스르듯이, 빛이 나 아간다.
그 상징적인 광경을 본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뒤를 따랐다. 두려움조 차 잊고 앞으로 나아간다.
용사.
달리 말해서 이 시대의 빛을 인도 하는 자.
“하아아아아압!”
전력을 다 끌어올린 레온이 검을 치켜세운다.
힘의 규모는 압도적으로 열세.
그렇다면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게 최선이다!
칠성검(Grand Chariot)
〈이카루스 윙〉에 성화까지 밀어넣 어, 주먹만한 빛의 구슬로 압축시킨 레온이 검을 내질렀다.
요광칠식 (播光七式)
알카이 드 (Alkaid)
검극으로부터 한 줄기 섬광이 내뻗 어, 어둠으로 된 장막을 종잇장처럼 꿰뚫었다.
키이이이이잉一!
몇 겹의 어둠을 꿰뚫어버린 빛이 뻗어나가, 그 너머에 있던 미이라들 을 파괴한다. 불사성이고 뭐고 성검 으로 발해진 검광 앞에서는 별 의미 가 없었다.
끈이 풀린 짚단처럼 무너져내리는 미이라들을 뒤로 한 채,〈알카이드〉
의 빛은 순식간에 네프렌 카의 면전 에 도달했다.
오리하르콘으로 된 판이라도 관통 할 위력!
외차원 생물에게 최종병기나 다름 없는 성검에, 태양 속성의 오러까지 더해진 빛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블레인에서 상대했던 거인도.
루베나에서 상대했던 흑마법사도.
이 검광을 직격당하면 일격에 쓰러 지고 말 것이리라.
하지만.
【흐음?】
맹렬하게 쏘아져나간 검광은, 네프 렌 카가 내세운 지팡이에 간단히 가 로막혔다.
둥그스름한 지팡이의 머리가 빛을 튕겨낸다.
검광은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고 전진을 거듭했지만, 결국 그 힘이 다 해서 사그라졌다.
“ 뭣…!?”
생각지도 못한 대응에 두 눈을 부 릅뜬 레온 앞에서, 네프렌 카가 말라 비틀어진 입으로 비웃었다.
【고작 이 정도냐? 저주스러운 태양 의 힘을 품고, 성스러운 검을 쥔 네
녀석의 전력은?】
그리고 놈은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 면서 노호했다.
【하찮구나!】
그와 동시에 물결치는 어둠이 밀려 나왔다.
풍뎅이떼가 아니다.
네프렌 카를 중심으로 한 파동이 빛을 집어삼키듯이 새카만 원을 그 렸다. 강력하지만 그 유례조차 짐작 할 수 없는 고대의 원시주술. 이 자 리에서 그걸 알아본 자는 하나뿐이 었다.
[데스서클(Death-Circle)! 저 동심
원에 접촉하면 생명활동이 멈춘다! 어떻게든 몸을 빼거나 막아야해!]
일종의 즉사저주였다.
마스터급의 실력자나 성력 보유자 는 무사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 도 저항력이 부족한 자는 그 능력과 상태에 관계없이 죽음을 면치 못한 다.
본래대로라면 태양과 삶을 상징하 는 파라오들은 쓸 수 없는 술수였으 나, 반전의 저주를 받으면서 명도(M 途)에 속하게 된 네프렌 카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였다.
Aaaaaah—!
어디선가 맑고 영롱한 목소리가 울 려퍼지며, 천지에 드리운 어둠을 몰 아내면서 빛을 부려댔다.
신성한 노래,〈찬트(Chant)〉였다.
한가운데에 선 엘라한을 주자로, 여 섯 명의 성철쇄기사들이 육망성 진 형으로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신성교단 역대 최강의 성녀.
엘라한이 보조까지 받아가면서 쓴 성가의 힘은 데스서클과 맞서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보잘것없는 신격의 노예들이 감
히…!】
회심의 한 수를 무효화당한 네프렌 카가 지팡이를 흔들자, 어둠으로부터 또다시 군대가 쏟아져나왔다.
악어 머리를 한 거인들이 선두로 돌진해온다.
쿠구궁, 쿠구궁하고 지축이 크게 흔 들렸다.
그러자 놈들 못지않게 덩치가 큰 타우르스족, 우루스족에서 뛰쳐나온 전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죽여라! 저 파충류들의 골통을 부 숴버려라!”
“전사의 긍지조차 잃어버린 시체놈
들아! 한 놈도 빠짐없이 흙으로 돌 려보내주마!”
“타우르스의 장, 불스가 간다!”
쌍도끼를 붕붕 휘두르면서 달려든 불스가 거인 하나를 맡아 그 머리통 을 후려갈겼다.
3미터짜리 근육덩어리에서 나온 파 괴력에, 악어 머리가 푹 파이면서 거 인이 비틀거렸다. 그렇지만 놈은 죽 지 않았다. 아니, 살아있지도 않았으 니 죽을 수도 없었다.
악어거인이 머리통이 깨진 채 대검 으로 반격해오자, 불스는 껄껄 웃으 면서 도끼로 맞받아쳤다.
“고깃덩어리 주제에 손맛은 제법 괜찮구나! 머리가 깨져도 안 죽는다 면, 살점만 남을 때까지 다져주겠 다!”
무식하기까지 한 투쟁심이 반대로 도움이 된다.
언데드의 무서운 점은 불사성과 그 외형으로부터 발산되는 혐오감인데, 수인족 전사들은 그게 누구 집 개소 리냐는 듯이 달려들어서 놈들을 때 려부수고 있었다.
그들 덕분에 거부감을 떨쳐낸 무사 들이 뒤를 따르고, 가장 후방에서 보 호받는 술법사들이 제 주문을 펼쳐
냈다.
화염구가 날고, 벼락이 내리꽂힌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좋군!”
전쟁터의 공기가 피를 끓게 만들었 는지, 바르그는 오랜만에 제 직함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전사로 되돌아 갔다.
수왕 바르그.
그 역시 우라칸처럼 싸움에 취해있 던 시절이 있었다.
대적자가 사라졌기에 호승심 또한 쪼그라들었을 분, 전력을 다해야하는
상황에 움츠러들 그가 아니었다.
천랑신풍보(天浪返風步)
진 포풍착영 (ft 捕風提影)
열 명으로 늘어난 바르그가 일제히 돌진한다.
레온과의 대련에서 보여준 것은 단 순한 착시였지만, 지금의 분신체는 모두 물리력을 지닌 실체였다.
순간공격력을 열 배로 증폭시키는 결전기!
천랑신풍각(天浪 出風 脚)
비오의 (秘.!M 義)
진뢰십전(進雷十全)
동시에 열 번의 발차기가 쏘아지면 서 소리를 찢고,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섬광을 내갈긴다. 점이 아니라 면을 노리는,〈천랑〉에 몇 없는 범위 기술이다.
수십 구의 미이라가 산산조각나고, 악어거인 몇 놈■이 몸통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을 감싸면서 주저앉는다.
몇 초 후에는 다시 메꿔지고 말 빈틈.
바르그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흡!”
지금까지 그가 사용한 기술들은 〈천랑〉의 응용편에 지나지 않아, 진 정한 오의라고 할 만한 것들은 아니 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비전을 다 터득할 수 없을 만큼〈천 랑〉이 난해했기 때문이었다. 기록대 로면 일족 역사상〈천랑〉을 대성한 자는 초대 수왕, 하카펠분이다.
그러나 바르그도 제 나름대로 익힌 기술이 있었다.
휘오오오오오一!!
그의 양다리에 군청색 소용돌이가 휘감긴다.
막대한 힘의 초고속순환.
1초 지날 때마다 회전력이 가속을 거듭해, 불과 몇 초만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이룬다.
천랑신풍각(7必良出風脚)
결전오의 (決戰與義)
표풍연환칠격(謝風連環 L擊)
땅바닥을 힘껏 걷어찬 바르그가 날 아올랐다.
그리고 그의 오른발이 휘둘러지는 순간, 풀려나온 회오리가 궤도상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면서 달려들었다.
쿠과과과과과과과 一!!!
연달아서 세 발을 더 쏟아붓는다.
네프렌 카를 조준한 회오리가 풍뎅 이떼를 찢어발기고, 거인 몇 놈과 미 이라들을 분쇄하면서 전진한다. 네 개의 회오리가 서로를 더욱 가속시 켜, 사이에 낀 언데드들은 다진 고기 처럼 갈려서 사방으로 흩부려졌다.
길이 열린다.
무수하게 늘어선 군세가 잠깐이나 마 흩어지고 부서져, 열린 빈틈에 남 은 세 발을 꽂아넣는다.
【반푼이 짐승 따위가 지저분한 발 을 들이밀다니!】
그럼에도 네프렌 카에 도달하기에 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세 개의 회오리를 지팡이에서 붐어 져나온 어둠으로 양단해, 분쇄당한 것 이상의 물량을 10초도 안 되어서 소환해 낸다.
초월자.
존재 자체가 필멸자의 상위차원에 거주하는 것.
아직까지도 토벌대는 그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
【명부마도의 파라오가 명한다.】
지팡이로 하늘을 가리킨 채, 네프렌 카가 음산한 목소리로 바르그를 노 려보면서 명령했다.
【죽어라.】
밤하늘에 떠올라있는 눈동자.
핏빛으로 물든 안구가 그 동공을 번뜩였을 때, 육망성에서 뛰쳐나온 엘라한이 바르그 앞에 섰다. 그녀의 예지력이 그걸 막아낼 수 있는 자가 자신분이라고 말했다.
8위계의 마법보다도 더 위험한 원 시주술. 성력도, 성법기도 없는 자가 〈죽음의 시선〉에 적중당하면 그 즉 시 절명한다.
“여신이시여, 이 사악으로부터 저를 보우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