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83
그 순간이었다.
키이이이이이이——
은은하던 암적색 빛이 폭발적으로 붐어져나와, 세드릭의 몸 전체를 집 어삼키듯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一
“닥쳐라.”
•••끼잉.
나지막한 경고 한 마디에 안개처럼 사그라졌다.
소드마스터 (Sword-Master).
그 의미를 직역하자면 검의 주인. 마검이라고 해봤자 아직 피도 제대 로 못 빨아먹은 미완성품이, 세드릭 의 광기에 물든 정신성을 침범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갈에 제압당한 검이 얌전히 검집 으로 발려들어갔다.
“ 괜찮군.
세드릭이 드물게 진한 미소를 머금 었다.
검 하나에 특별히 애착이나 감정을 둔 적은 없었지만, 이놈 하나는 애 완동물처럼 잘 키워볼 생각이었다.
마검.
이전에 사악교단이 한 번 부려놓고 실패한 것이, 엉뚱하게 세드릭의 손 에 붙잡힌 순간이었다.
쩌엉
고막까지 저릿거리는 소리와 함께 레온의 몸이 몇 미터나 튕겨나가, 간신히 무게중심을 되찾았다.
제대로 막았음에도 그 힘이 엄청나 다.
검 자루를 굳게 움켜쥐면서, 레온 은 그를 가볍게 날려보낸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2미터 남짓한 길이의 봉을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처럼 붕 붕 돌려대는, 은발금안의 소녀가 두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신성교단 역대 최강의 성녀, 엘라 한이었다.
“잘 하셨어요, 용사님! 방금 그 타
이밍이면 분명히 맞을 줄 알았는데, 날개의 추진력으로 몸을 뒤집으셨군 요!”
“…그렇게까지 하고도 아슬아슬했 지만.”
“다음번에는 더 능숙하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자, 다시 한 번 해보 죠!”
엘라한은 그 말과 동시에 봉 끄트 머리를 하단으로 겨누고, 팔과 어깨 를 치켜들어서 하단세를 취했다.
도검과 다르게 봉과 창의 하단세는 더 위협적이다.
상대방의 하단공격을 봉쇄할 수 있
고, 간격을 눈어림하기가 어려운데다 중단과 상단으로 변칙적인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자세였기 때문이었 다.
레온은 거칠어진 숨도 좀 고를 겸 해서 입을 열었다.
“엘라한이 봉술도 잘할 줄은 몰랐 는데, 실력이 대단하네.”
“엣.”
그의 칭찬에 평정심을 잃은 엘라한 이 헤실거렸다.
“헤헤, 그, 그런가요? 어머니께서 성철쇄를 잘 다루려면 봉술도 배워 야한다고 하셨거든요.”
“성철쇄에 봉술을?”
“생각해보면 성철쇄의 자루가 좀 길잖아요? 봉 한쪽에 망치머리를 달 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그 래서인지 봉술을 연습했던 게 제법 도움이 되었답니다.”
두 사람의 잡담은 거기까지였다.
성흔 덕분에 몇 번의 호흡으로 체 력을 회복한 레온이 검을 치켜세우 자, 엘라한도 두 눈을 부릅뜨면서 봉끝을 흔들었다.
타점을 혼동시키기 위한 동작이다.
그 직후였다.
레온이 반 보 전진하는 순간, 엘라 한의 봉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갔 다. 창과 마찬가지로 봉의 장점은 그 간격이다. 적이 들어오기를 기다 려서 맞받아치기만 해도 유리한 사 정거리.
키기기기긱!
검면으로 봉을 흘려낸 레온이 그 틈을 파고들자, 엘라한이 재빨리 봉 을 회전시켜서 검을 떨쳐냈다.
동방창술의 란나찰(拂皇JL)처럼 유 연하게 휘진 않아도, 철창 표면에 휘감겨있는 오러가 나선으로 소용돌 이치면 그 이상의 반발력을 만들어
낸다.
두 걸음.
검객이 제압해야하는 창의 간격이, 너무나도 멀다.
캉캉캉캉캉캉!
찌르고 때리고 밀고 휘감고 튕겨낸 다.
날도 없어서 봉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날이 없다보 니 더 자유로운 형태가 존재하는 게 봉술이 었다.
짧은 간격으로 쥔다면 근접해서도 칠 수 있고, 긴 간격으로 움켜쥔다 면 창처럼 다룰 수 있다. 끝부분으
로 힘껏 내리치면 둔기와 같은 파괴 력을 발휘하며, 길이와 무게중심이 일정해서 힘 겨루기에도 유리했다.
‘그래도 한 번 파고들면 내가 유리 해’
한 걸음.
봉의 옆면을 튕겨내서 찰나의 시간 을 벌고, 레온은 그 틈에〈이카루스 윙〉을 최대출력으로 분사했다.
등 뒤에서 붐어져나온 폭염이 그를 밀어낸다.
음속돌파의 층격파가 전방을 휩쓰 는 것과 동시에 검과 봉이 부딪히면 서 엘라한을 비스듬한 각도로 내리
눌렀다. 그냥 튕겨내면 또 거리가 벌어질 뿐이니, 두 다리를 지표면에 박아버릴 셈으로 검을 내리쳤던 것 이다.
그때 였다.
서걱.
팽팽하게 맞서던 힘이 일방적으로 기울어, 엘라한이 움켜쥔 봉이 두 동강나면서 레온의 몸이 휘청거렸다.
곧바로 몸의 균형을 되찾았지만, 그 일순간에.
지근거리로 파고든 엘라한의 주먹 이 그의 명치를 후려쳤다.
•‘——꺽!”
홍한 소리를 낸 레온이 물수제비처 럼 튕겨나가, 처음에 한 걸음을 내 디뎠던 곳까지 되돌아갔다.
이번에도 두 사람의 대련은 엘라한 의 승리로 끝났다.
“확실히 힘 싸움에 의존하는 경향 이 있으시네요. 상대가 그 승부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두세요. 안 그러면 지금 같은 식으로 반격당 할 수 있답니다.”
“끄응, 봉을 놓아버릴 줄 몰랐어.”
“예비무장이 존재할 수도 있고, 권 각술을 비장의 패로 삼는 사람도 있 으니까요. 성철쇄기사들도 최소 세
종류의 병장기를 다루는 게 기본이 에요.”
에이스는 한 장으로 충분하지만, 에이스만 가지고 싸워서는 안 된다. 성검을 주무장으로 사용하는 레온이 라도 주먹과 발, 또는 예비무장을 쓸 필요가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오러블레이드〉, 태양검을 적 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이 단점들도 대부분 메꿀 수는 있었다.
〈프로미넌스〉로 사정거리를.
〈이클립스〉로 화력집중을.
〈이카루스 윙〉으로 고속기동을.
그러나.
‘그런 식이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 돼. 세드릭처럼 힘의 규모를 무시하 는〈오러블레이드〉나 능력을 지닌 상대라면, 덩치만 키워봤자 한 방에 급소를 꿰뚫릴 분이니까.’
세드릭의 검강처럼 ‘막을 수 없는’ 능력이라면 피할 수라도 있어야하고, 정반대로 ‘피할 수 없는’ 능력이라면 막을 수라도 있어야했다.
무(武)는 언제나 궁지에서 발전해왔 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서, 살 길이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약점을 외면해봤자 언젠 가 그 대가를 치를 분.
레온은 제 미래를 내팽개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성녀님.”
“아, 추기경님! 벌써 작업이 끝나셨 나요?”
어느샌가 연무장에 들어온 이렉사 나에게, 엘라한은 대놓고 아쉬운 표 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렉사나는 가차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예, 성녀님이 작업할 차례입니다.
“피이.”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린 엘라한이 레온에게 한 번 목례하고 나서 연무 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레온은 웃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녀님과는 봉으로 훈련하신 모양 이로군요.”
신관복 대신에 경장으로 무장한 채, 무기창고를 뒤적거리고 있는 거 한이 그 다음 상대였으니까.
이렉사나.
신성교단의 추기경이며, 유겐트의 그랑 마이스터.
두 자루 도끼로 사악교단의 주교마 저 쳐죽여버린 강자.
며칠간의 훈련을 거치면서 레온은 그에 대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럼 오늘은 삼지창과 사슬낫, 투 척도끼를 사용해볼까요?”
세 종류의 병장기를 골라낸 이렉사 나가 빙긋 웃었다.
그걸 본 레온이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유겐트 최고의 대장장이.
그 이면에 감춰져있던 이렉사나의 실력은 그의 상상마저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웨폰마스터 (Weapon-Master)—.’
창을 든다면 스피어마스터.
검을 든다면 소드마스터.
도끼를 든다면 액스마스터.
기본적으로 한 종류의 무구에 특화 하는 오러마스터지만, 그 상식을 깨 부수는 자가 있었다. 대장장이로서 무구를 사용하는 방법까지도 백 년 이상을 파고든 자가.
두 종족의 장점만을 타고나, 압도 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그 잠재능력 을 극한까지 일깨운 자가 있었다.
“5분만 더 쉬고 시작하겠습니다, 용사님.”
태산과도 같은 존재감의 앞에서, 레온은 다 참아내지 못한 한숨을 길 게 내쉬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였다.
레온의 특훈은 그 예정보다 길어지 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성법기 가 다 고쳐지면 끝을 낼 생각이었지 만, 예상 이상으로 훈련의 성과가 괜 찮다보니 먼저 그만두자는 말을 꺼 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엘라한과의 대련은 가장 격렬했다.
수도복을 걸치고 있을 때에는 꽃 한 송이조차 꺾지 못할 것 같은 그녀였 으나, 전투태세에 돌입한 순간부터 성철쇄기사의 부단장이 왜 성녀인지 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종횡무진(縱橫無쟈).
막대한 신성력으로 몸 위를 감싸고, 크고 무거운 병장기로 적을 찍어누 른다.
공성병기에 직격해도 다치지 않는 방어력, 절벽을 한 방에 때려부수는 파괴력, 성법으로 계속 회복하기에 무한한 체력은 그야말로 악몽 그 자
체였다.
철두철미하게 빈틈이 없다.
도대체 교단에서 뭘 어떻게 가르쳤 는지, 난투도 아주 능숙해서 심리전 으로 허를 찌르는 것도 힘들었다.
엘라한은 그 이유를 짧게 정리했다.
“이단에게 정정당당한 싸움은 너무 과분하니까요.”
이단에게는 기습해도 좋다.
이단에게는 협공해도 좋다.
이단에게는 독을 써도, 함정을 파도 좋다.
성철쇄기사단의 규율은 매우 엄격하
지만, 그 대부분은 이단 한정으로 느 슨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사악교단 같은 놈들과 싸울 때에 손 대중을 할 순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세 명보다 상대적으로 실전경험이 부족한 레온은 엘라한과 싸우면서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봐야했다.
꽈악.
“ 엇?!”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뒤로 물러서는 것을 막거나, 병장기를 맞부딪히는 틈에 손가락을 꺾는 것쯤은 약과였 다.
급소와 달리 말단부위는 신경쓰기 어렵다.
엘라한은 그 사실을 몇 번의 경험으 로 가르쳐주었다.
그중에서도 레온이 가장 당황했던 것은 엘라한이 제 얼굴에 침을 뱉었 을 때였다.
“죄, 죄송해요! 지금 당장 닦아드릴 게요!”
그의 벙찐 얼굴을 본 엘라한은 대련 하던 중인 것도 잊고서 사과했지만, 여러모로 잊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그녀분만이 아니다.
카렌과의 대련은 가장 귀찮았다.
정면대결을 선호하는 레온과 달리 카렌은 그 허를 찌르거나 일방적으 로 급소를 노리는 것에 능숙했다. 삿 대질 한 번, 농담 한 마디가 전부 그를 방심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갑자기 옆을 바라보길래 그 시선을 따라갔더니 정강이를 한 대 얻어맞 고, 뒤로 물러서길래 한 걸음 전진했 더니 어느샌가 파놓은 구덩이에 발 이 빠졌다.
“ 치사해!”
“히히, 난 암살자니까.”
카렌은 그가 속아넘어갈 때마다 깔
깔 웃어댔고, 그 덕분에 오기가 생긴 레온은 더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 았다.
화를 내봤자 판단력이 흐트러지게 될 분이다.
〈안법〉으로 시야 전체를 한 장의 그 림처럼 보면, 속임수를 어떻게 쓰더 라도 눈이 끌려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연막탄에 최루탄이라니, 이건 좀 너무하잖아.”
얼굴 절반이 새카맣게 변한 레온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귀는 잘 막았더라? 그쪽이
진짜였는데.”
“눈 다음이면 귀라고 생각했거든.”
“이번에는 내가 한 수 읽혔네.”
특급 암살자답게 카렌은 그 손패가 몇 장인지 모를 정도로 속임수가 많 았고, 그중에는 감각을 차단하거나 왜곡하는 것도 존재했다. 레온을 완 벽하게 속일 순 없었지만, 콤마 몇 초라도 어쌔신마스터에겐 넉넉한 시 간이었다.
〈어둑서니의 윤무〉.
그림자로 적을 조종하거나 사용자의 분신을 만들고, 소리와 기척을 동반 하지 않는 암격술.
그 경지가 제법 높아진 카렌의 움직 임은 레온조차도 잠깐만 소홀해지면 놓치기 일쑤였다.
“ 체크메이트!”
“아니, 이렇게 되면 무승부겠지.”
상황이 점점 익숙해지니 본체를 미 끼처럼 써서 분신으로 그 뒤를 치기 도 했다. 엘라한과는 또 다른 방식으 로 허를 찌르는 전투기술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 (肉執骨斷).
제 목숨을 화살처럼 쏘는 동귀어진 (同歸於盡).
각오하고 있지 않으면 그 찰나에 대 응하기 어려운, 암살의 비전무예가 셀 수 없이 튀어나왔다.
실전이었다면 과연 몇 번이나 죽었 을까.
레온이 일부러〈태양검〉의 힘을 억 누르고, 검술에 의존해서 싸웠다지만 그 패배를 다 변명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제 치례군요.”
그럼에도 세 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를 꼽으라면, 결국 이렉사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엘라한이 보여준 개싸움도, 카렌의 치사한 속임수도.
여태껏 한 번도 맞받아치지 못한 이 렉사나의 무예에 비하면 격이 떨어 졌으니까.
내일 몇 종류의 무기를 바꿔가며 상 대하는데도 그 숙련도가 낮은 경우 를 본 적이 없다. 검, 창, 도끼, 몽둥 이, 채찍 할 거 없이 손아귀에 들어 간 무기 전부가 위협적으로 덮쳐왔 다.
슈르르르르!
우르미 (Urumi).
옛 시대에 유행했다는 무예에서 비 롯된 연검이었다. 2미터, 3미터 남짓 한 칼날을 채찍처럼 휘둘러대니 그
반경이 섬뜩한 바람소리로 채워진다. 스치기만 해도 바람이 쭉 찢겨나간 다.
채찍과 마찬가지로 그 원심력에 의 해서 음속마저 넘은 칼이 독사처럼 레온을 노렸다.
키잉
성검으로 칼날을 튕겨냈지만 그 직 후에 다음 공격이 온다.
우르미와 채찍의 결정적인 차이점 중 하나였다.
한 방을 강하게 때려넣는 채찍과 달 리 우르미는 연속공격을 이용해서 일대다수의 난전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 방어 후에 반격한다는 수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레온도 이 기괴막측한 연검은〈안 법〉조차 눈이 어지러워져, 함부로 다 가서기가 어려웠다.
‘쾌(快)와 변(變)에 치중한 무기인 가….’
빠르고 현란하다.
그게 전부였지만 그 기능에 이렉사 나의 무가 더해지니 감히 파고들기 어려운 참살지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