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13
어떻게 보면 레온에게 딱 맞는 격 언이 었다.
로드릭을 넘어선다는 것은 불가능 에 가깝다. 그래서 수많은 천재들도 감히 그 이름을 주워섬기지 않고, 경
외의 대상으로 내버려두는 게 전부 였다.
하늘을 우러르기만 할 분이면 결코 날아오를 수 없음에도, 현명한 자들 이란 그저 땅 위에서 숭배할 뿐이다.
어리석은 자들만이 셀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밀랍으로 된 날개를 펼 수 있었다.
“ •••용사님.”
그 자리에서 얼마나 길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어느샌가 1만명의 군세는 산기슭 으로 물러났는지, 지평선의 너머에서
도 흙먼지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리안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 다.
클로에와 길버트를 동행하고, 옛 시절의 우상이 다가온다.
“좋아, 자리를 좀 옮길까?”
몇 년만인지 모를 일이다.
레온의 말에, 도전자가 된 리안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얼마 후였다.
포트로이에서도, 혁명군의 야영지 에서도 볼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한 그들은 곧 마주보고 섰다.
성으로 잠깐 돌아갔던 카렌도 복귀 해, 엘라한의 옆에서 두 사람의 대련 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안의 등 뒤에 는 길버트와 클로에가, 레온의 등 뒤 에는 엘라한과 카렌이 입회인처럼 자리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 시작할까?”
“ 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검을 봅아
들었다.
리안의 시선이 잠시 레온의 검에 머물렀다가, 이내 미련을 버린 것처 럼 떨어져나갔다.
성검 엘시드.
20년 가까이 그가 쥘 것이라고 믿 어 의심치 않았던, 용사의 상징. 그 걸 쥔 사람이 자신에게 수없이 패배 한 레온이라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 도 조금 분했다.
그와 반대로 레온은 벌써 대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러블레이드〉는 못 쓰겠군. 태양
검이라도 발현했다간 이 주변과 함 께 리안을 태워버릴테니.’
오러마스터의 벽은 터무니없을 정 도로 드높았다.
그 미만의 경지에서는 넘어설 수 없다. 처음부터 이 대련의 결과는 예 정되어있었다. 리안은 진다. 결국 그 과정이 어떻게 홀러가느냐의 문제였 다.
잡념을 떨쳐버린 리안, 레온의 시 선이 중간지점에서 얽히자 팽팽해진 공기가 한층 더 고무줄처럼 당겨진 다.
어째서 일까.
“ 하.”
알 수 없는 기시감이 서로의 입가 를 간질거려서,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픽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그 직후, 무표정하게 변 했다.
“—갑니다.”
선공을 취한 것은 리안이었다.
한 걸음 내딛기가 무섭게 간격을 좁혀, 레온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 그 가 상단세로 검을 내리꽂았다.
날벼락처럼 내리긋는 칼날에, 레온 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성검을 들 이밀어서 참격을 홀려냈다.
키기기직! 하고 금속이 마찰하면서 불똥을 튀겨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두 사 람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 로 오러를 발현하지 않았다.
‘검기(劍技)로 승부인가, 좋지!’
출력으로 찍어누르는 게 레온의 주 특기였지만, 이미 우열이 명확하게 갈린 대련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 는 없다.
한 사람의 검사로서 그 기교를 겨 룰 분이라면.
리안이라도 그를 상대로 얼마간은 버틸 수 있었다.
카앙! 캉! 카가가각!
두 자루의 검이 울부짖는다.
발현하지 않은 것은 오러뿐, 두 사 람의 신체능력은 인간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잔상마저 남기고 한 걸음 씩 움직여, 온갖 급소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가 내지르며 맞부딪힌다.
목을 노리던 찌르기가 손목베기에 막혀,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을 읽
혀서 옆구리에 칼날이 박힌다. 실 로 완벽에 가까운 패리&리포스트 (Parry&Reposte) 였다.
오러를 발현하지 않았기에 갑옷을 뚫진 못했지만, 층격만은 그대로 들 어왔기에 리안이 컥! 하고 숨을 토 해냈다.
그 모습에 잠시 검을 멈춰세운 레 온이 말했다.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휘청거렸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뜬 리안이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당연한 소리를!”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옛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처럼, 레 온은 기꺼운 마음으로 그 의지에 호 응했다.
찌르기(Thrust)로는 안 된다고, 리 안은 판단했다.
오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두 사람의 역량차는 크다.
공격지점을 읽히면 그 즉시 치명적 인 반격이 돌아오는 찌르기로는, 자 기보다 강한 검사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베기를 더 교묘하게, 상대
의 수를 봉쇄하는 형태로一
[역시 재능파로군. 결론을 내는 게 빨라.]엘시드가 한 말대로였다.
리안이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엉성한 부분이 순식간에 메워지면서 예기가 묻어나왔다.
신체능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상태에서는 쉽게 파훼할 수 없을 정 도다. 그럼에도 레온은 전혀 머뭇거 리지 않고 검의 소용돌이에 몸을 던 졌다.
“뭬 9”
骨、• •
“겨우 이 정도로 당황하지 마라.”
레온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한 마 디 층고하고, 어깨죽지로 떨어지는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냈다.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이 정도의 궁리는 수 년 전의 레온도 경험해봤다. 자기보다 강한 적, 교활 한 적 따위는 문자 그대로 어디에나 널려있었으니까.
수 싸움은 결국 예측에 불과하다.
무한한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할 수 없다면, 빗나가는 상황을 염두하면서 그 변수에 대응해야했다.
리안에게는 그 임기응변이 부족했 다.
“크읏!”
철저하게 리안의 수 싸움을 읽고, 그가 예상하지 못한 곳을 노리는 검 격이 늘어난다.
레온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계산만 조금 망쳐놓아도, 알아서 틈을 벌리니 그 지점을 돌파 하면 그만이었다. 아카데미를 나와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고, 반란군까지 지휘했으니 어느 정도는 실전에 익 숙하리라고 생각했건만.
“어설퍼!”
레온의 검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한 번 내디디면서 심장 찌르기.
리안은 앞서 공격했던 자세가 무너 지면서 한 박자 늦어, 그 검극에 검 을 가져다대는 게 한계였다. 그로 인 해서 심장부를 겨냥했던 검이 틀어 지면서 쇄골을 가격했다.
부득, 하는 소리가 났다.
갑옷으로도 다 막지 못한 충격이 뼈를 부러트린 것이다.
“큭一!”
리안이 제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왼팔이 축 늘어졌다.
쇄골뼈가 부러지면 그쪽 어깨를 움 직이기가 힘들다.
“엘라한, 치료를.”
“ 네.”
클로에와 길버트가 그 부상에 당황 하려는 찰나. 레온은 한 마디로 그를 치료하라고 지시했다.
신성한 빛이 쏟아지면서 리안을 원 상태로 회복시킨다.
뼈 하나가 부러진 것쯤은 몇 초로
충분하다.
그러나 고통까지 다 사라진 것은 아닌지, 식은땀에 미간을 적신 리안 이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통증만이 아닌가.’
그의 표정을 본 레온이 깨달았다.
리안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신체 의 통증이 아니라고.
알 수밖에 없었다.
지금 리안의 낯을 잠식하고 있는 표정은, 감정은. 지난날의 그가 하루 도 바짐없이 거울에서 본 그것이었 으니까. 스스로가 너무 추하고 한심
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 표정 이었다.
그렇기에 레온은 입을 열었다.
“ 아프냐?”
당연하기까지 한 질문에, 다른 사 람들이 그를 바라보았지만 레온은 리안만을 바라보았다.
리안은 그 질문에서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침묵하는 그를 향해서, 레온은 계 속 말했다.
“그 아픔이 네게 부족한 조각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도 같군. 리안, 너에게는 무인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붙어있어.”
“치명적인 약점이라니…그게 뭡니 까?”
“약함을 모른다는 것.”
레온은 단언했다.
“네가 사용하는 것은 강자의 검이 야. 그러니까 나한테 이길 수 없는 거 겠지.”
리안은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 로 반문했다.
“강자의 검…이라니, 무슨 소리입 니까? 옛날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레 온 형이 더 강하잖아요.”
“1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 냐. 네 무예의 본연적인 결함을 지적 하려는 거다.”
그의 반문에 단호한 목소리로 답한 레온은,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 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네가 한 말도 일리가 있군. 확실히 지금 너는 나보다 약하지. 그 런데 넌 약자로서 강자를 대적하고 자 한 게 아니라, 강자로서 나를 상 대했다는 게 문제야.”
“강자로서…형을 상대했다고요?”
“그래. 스스로 깨닫지도 못했던 거 냐?”
다시 한 번 지적해도 리안이 그저 의문스러운 표정만 짓자, 레온은 저
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태도야말로 ‘강자’의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저 도련님처럼 축복받 은 인생이 네가 한 소리를 이해할 수 있겠냐? 한 마디를 최소 열 마디 로, 열 마디를 백 마디로 풀어놓아야 겨우 이해할까 말까 할 텐데?]
‘그러게.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 는데.’
[개인적으로 ‘헝그리 (Hungry) 정 신’ 같은 근성론을 반기진 않는다만,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인간에게 결
함이 생기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 기까지 한 귀결이다.]
동전 한 닢에도 앞뒷면이 존재하듯 이, 세상사에는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배고픔을 알기 때문에 포만감의 기 븜을 안다.
추위를 알기 때문에 따뜻함의 감사 를 안다.
만약 날 때부터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삶을 영유한다면, 어떠한 자극 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 이 높다. 또한 그러한 인간들은 그
권태를 해소하기 위해서 더 자극적 인 것, 규칙을 일탈하는 행위에 빠져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저 도련님은 어릴 적에 고 생을 좀 한데다. 황제에 대한 복수심 때문인지 길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군.]‘다행이네. 리안과 적이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에, 그 침묵에 부담감을 느낀 리안이 입을 열었다
UJ 그 XX /人 I •
“다시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
다. 설명을 더 부탁드릴 수 있을까 요?”
“응? 아, 그래. 뭐, 그럴까.”
엘시드와의 대화를 끊은 레온이 설 명하기 시작했다.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현재에 와서 무예가 초인적인 힘을 단련하기 위한 수련법이 되었다지만, 그 원초는 자기보다 강한 적을 쓰러 트리거나 제 몸을 지켜내기 위함이 었다.
처음부터 강자의 입장에 서있었다 면 무예 따위를 고안하고, 힘든 단련
에 땀과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인간은 연약하다.
드워프처럼 강인한 몸도, 손재주도 없었다. 엘프처럼 날렵한 신체능력 도, 정령술도 없었다. 마물들처럼 날 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무(武)를 창안하고, 끊임없 이 단련해왔다.
“스스로의 약함을, 부족함을 알고 그 다음을 갈망하는 것이 무인으로 서의 본원(本源)이다.”
그런데, 하고 레온은 지적했다.
“너는 날 상대로 정공법밖에 사용 하지 않았어. 강자 상대로 정공법을 고집해봤자, 이길 가능성은 한 푼도 없다는 걸 모를 리 없으면서 말이 지.”
스스로가 약자임을 인정했다면, 그 런 방식으로 싸웠을 리가 없었다. 추 한 방식으로라도 버티고 또 버텨서, 바늘구멍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는 승기를 기다렸겠지.
변칙적으로 검을 내던지고 격투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발차기로 흙을 뿌리거나 침을 뱉지 도 않았다.
〈오러블레이드〉는 물론이고〈오러 웨폰〉도 쓰지 않은 레온 상대로, 똑 같은 조건을 고집하면서 정면대결을 계속했다.
“스스로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 거겠지.”
리안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저는 제 스스로가 약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건 필요성의 문제지.”
레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반론을
끊어 냈다.
“너는 지금까지 부족한 걸 몰랐지. 제국 황실의 비전무예를 전수받아, 영약을 먹고, 가르침을 내려줄 스승 도 있었으니까. 타고난 재능도 뛰어 났으니, 네 또래에서 대적할 만한 사 람을 찾아내기도 어려웠을 거다.”
아카데미를 떠나기 전, 그날의 승 부 역시 무수한 규칙으로 리안의 힘 을 제한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아무 규칙도 없이 전력으로 겨뤘더 라면 서너 합도 못 받고 뻗어버렸겠 지. 그 시절의 리안조차도 웬만한 영 지의 선임기사 몇 명을 상대할 만한
기량의 소유자였다.
〈광황제〉를 타도한다는 목표가 없 고, 평범한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면 한 번의 고난도 없이 순탄한 인생을 누렸으리라.
“리안, 너에게는 ‘갈망(渴望)’이 없 어.”
욕망은 있을지라도, 목마른 사람이 물을 바라듯이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 없다. 다 죽어가는 몸 으로 땅바닥을 팔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삶을 파고드는 의지가 없 다.
“그러니까 너는 부족해. 더 나아지 고자, 더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너 무 얄팍한 거다.”
“그, 그런, 그럴 리가 없어요! 나한 테는 힘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이 클라이드에 평화를 가져다줄, 저 미 친 황제를 처형대 앞에 무릎꿇릴 힘 이…!”
“네 마음이 거짓이라고 하는 게 아 니다.”
레온은 그 말에 납득하지 못하는 리안에게 쏘아붙였다.
“리안, 너,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
싸워본 적 있냐?”
“•••있습니다.”
“ 누구와?”
“얼마 전부터 세드릭 경과 대련하 고 있었습니다. 목숨을 걸 수밖에 없 을 정도로 격렬하게一”
“그래봤자 결국은 대련, 생사결과 는 비교할 수 없지.”
평화로운 산기슭에서 백날 명상하 고 기술을 닦아봤자, 무의 극치에 도 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예의 길을 나아가는 자는 필연적 으로 수라가 된다.
시산혈해를 지나야만 볼 수 있는 경치가, 비릿한 피 냄새로 코가 저릿 저릿한 공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 험이 있다.
생사결을 모르는 자는, 무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길 수 있으니까 싸우고, 이길 수 없으니 싸우지 않는다. 뭐, 이해 할 순 있어. 나 같은 평민이 아니라 황자님이니까, 한 번 비끗해서 전부 끝장날 수 있는 상황은 피하려는 거 겠지.”
“•…”그건.”
리안은 부정하지 못했다.
한 명의 무인이 아닌, 한 세력의 지도자로서 혁명군을 꾸린 것도 황 제로 거듭나기 위해서였으니.
그가 죽으면 혁명군은 그 명분과 구심점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