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19
아티팩트든 뭐든 사용해서 탈출할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바보 같은 소리지. 귀족들만큼 교 활하고 제 목숨에 연연하는 족속들 이 또 어디 있다고. 아티팩트는 아티 팩트대로 쓰고, 비밀통로도 몇 갈래 로 파두는 놈들이다』
엘시드가 코웃음쳤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 다지? 그 말대로다.]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어지간히 역사가 있고, 세력 을 지닌 귀족이라면 대부분 저택에 비밀통로 서너 개쯤은 뚫어놓기 마 련이었다.
왕족이나 황족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혹시 모르는 암살이나 반란, 습격 을 대비해서 비상탈출용의 통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었다. 지도를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는 게 당연할 정도였다.
유년기의 리안 케일럼 글라디우스 폰 클라이드, 그 역시도 황궁 내부에 존재하는 비밀통로로 카렐룸을 빠져 나왔다.
—지금부터 제가 형한테 가르쳐드 리는 것은, 클라이드 황실 직계만이 계승할 수 있는 비밀입니다.
〈광황제〉넥스는 사생아였기에 알 수 없었다.
리안이 어떻게 황궁에서 탈출했는 지, 그 내막을 알게 된 건 황제로서
관을 쓴 다음이었다.
황도 카렐룸에 존재하는 비밀통로 는 무려 36개.
그중에서 백악궁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는 두 개분이며, 황실 직계혈족 의 피가 없으면 통과하지 못하는 문 이 존재했다. 특수금속 몇 종류를 떡 칠해놓은 탓에 힘으로 파괴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그렇게 설명하고서, 리안은 몇 마 디를 덧붙였다.
—제 피를 가져가시면 그 문도 열 수 있겠지만, 백악궁부터 돌입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어째서?’
—제가 탈출한 직후라면 또 모를 까, 지금이라면〈광황제〉도 비밀통로 의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 니다. 사악교단의 손을 잡았다면 그 문을 파괴하거나 속일 방법을 알아 냈을지도 모르고요.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백악궁의 보안결계가 레온 일행을 침입자로 인식하는 순간, 백 개 이상 의 마법진이 발동하면서 그들을 구
속한다.
오러마스터라면 무력화되는 수준에 다다르지 않고, 적당히 힘을 억제하 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네카토르를 비롯한〈구마〉다수가 기다리고 있 을 백악궁에서 그런 페널티를 짊어 진다면 몇 수의 패착을 범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황실 근위대도 위험합니다. 백악 궁 밖에서는 상당히 강한 수준에 불 과하지만, 백악궁의 결계에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근위기사들은 궁 안 에서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까요.
‘백악궁에서의 전투는 어떻게든 피 해야겠네.’
—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겠지 요.
〈광황제〉를 즉시 칠 수 없다는 것 은 아쉬웠으나, 드래곤의 아가리에 머리통부터 집어넣을 순 없었다.
그래서 레온 일행은 차선책으로 다 른 통로를 선택했다.
백악궁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 지 않은, 광장의 분수대로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가 바로 그것이었다.
“진짜 대단하네, 이 통로는.”
통로의 벽을 몇 번 두드려본 카렌 이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통로 내부의 진동이나 소란이 벽 너머로 빠져나가지 않게 되어있어. 이건 내 실력으로도 바깥 에서 찾기가 어렵겠는데?”
“그 정도야?”
“응. 특수한 공법을 쓴 모양이야. 유겐트의 대장장이들이면 찾아내는 방법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지 만….”
침투와 잠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어쌔신마스터가 내린 평가라면 이 장소의 누구보다 정확하겠지. 레 온 역시 리안의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이 비밀통로의 입구조차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위쪽에서는 제대로 한 판 붙고 있는 것 같은데.’
통로 내부의 진동은 빠져나가지 못 해도,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은 또 예 외인 것 같았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 럼 땅이 쿵쿵 뒤흔들리면서 힘의 파 동을 전달한다.
그 규모는 마스터들조차 오싹하게 할 정도라서, 진원지에서 진행되고
있을 싸움의 격렬함을 직감하게 했 다.
이렉사나와 아델라도 모자라 엘라 한까지 두고 왔는데, 적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니?
아무래도 황도의 저력은 상상 이상 인 모양이었다.
“용사님‘?”
안나 추기경이 그에게 다가서면서 입을 열었다
“선행하고 있었던 안젤라 자매로부 터의 보고에요. 근거라고 할 만한 정 황은 없지만, 수상쩍은 느낌이 든다
—라고.”
“감…이라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일정 수준을 뛰어넘은 무인의 감은 초능력과도 같았다.
셀 수도 없이 위기를 뛰어넘고, 오 감과 기술을 가다듬어온 자들에게 감은 곧 신호였다.
‘위기가 찾아온다’라는 본능의 경 고.
또한 안젤라처럼 무언가를 감지하 는데 탁월한 능력자라면, 직감의 적 중률은 몇 배 이상 뛰어오른다.
“진형을 변경합니다. 저와 도미닉 추기경님이 선두로, 후열 인원들은 서행 전진하면서 밀집방진(密集方 I파0.”
“따르겠습니다.”
안나 추기경은 이의 한 마디도 없 이 레온의 지시에 따랐다.
성 철쇄 기 사단도 마찬가지 였다.
투구의 면갑 사이로 번뜩이는 눈동 자에 비치는 것은, 용사 레온에 대한 공경심과 믿음뿐이었다. 그의 판단을 의심하려는 불신자는 한 사람도 없 었다.
순식간에 8열 종대로 진을 재구성 한 성철쇄기사들이 완벽한 리듬으로 걷기 시작했다.
척, 척, 척, 척.
60여명이 걷는데 발걸음소리가 하 나밖에 없다.
단체전마저 제대로 숙련되었다는 증거였다.
“안젤라 수녀님.”
오랜만에 본 얼굴이 여전히 과묵하 게 끄덕거렸다.
‘진동’의 오러속성을 지닌 안젤라는 수십 미터 밖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 져도 그 기척을 알아차린다.
정찰병으로 그녀 이상의 적임자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델라 추기경이 보여 준 기술도 ‘초진동’이라고 하지 않았 던가? 이름도 비슷하고, 사용하는 기 술도 비슷한 게 묘한 기시감이 느껴 졌다.
레온이 저도 모르게 그걸 입밖으로 중얼거렸는지,
“어라, 모르셨나요? 안젤라 자매는
아델라 추기경님이 직접 거두고, 가 르치신 제자랍니다.”
안나 추기경이 왜 모르냐는 듯한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그 말대로라면 안젤라와 아델라 추 기경의 공통점이 많은 게 설명될 만 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이해한 레온이 발을 내디뎠다.
안젤라가 멈춰서있는, 그 지점의 너머.
‘수상쩍다’고 보고한 곳을 살펴보기 위하여.
오싹.
그 순간이었다.
오러마스터의 감각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고차원의 진동이 순간적으 로 레온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직감했다.
이 순간, 무언가가 발동되었다고.
“—총원, 전투태세!”
레온의 목소리가 통로 벽에 메아리 치다가 다 사그라지기도 전에, 어둠 이 제 몸뚱이를 꿈틀거렸다.
빛을 집어삼키는 심연의 힘.
외차원에서 이 세상에 홀러넘친 부 정 (不淨).
추악하기까지 한 오탁의 늪지대에 서, 끔찍하기 이를 데없는 괴물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조건부 발동식이라, 머리를 잘 굴 렸는걸?”
안나 추기경은 목동이나 쓸 것 같 은 지팡이를 늘어트린 채, 눈앞에서 끓어넘치는 괴물들을 노려보았다.
“누군가가 접근해오기 전에는 그 존재조차 은폐할 수 있는, 오로지 침 입자를 붙잡아두는 것만을 위한 방
위술식.”
“멈출 수 있습니까?”
“멈추지 않을 거예요. 저 소환식은 ‘문’을 열어서 괴물들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 차원의 틈에 쌓아두었던 괴 물들을 전부 토해내는 방식이니까. 배 속을 깔끔하게 비울 때까지 끊임 없이 쏟아져나올 거랍니다.”
한 마디로 전부 해치워야한다는 소 리였다.
레온은 더 생각하지 않고 오러를 끌어올렸다. 네 개의 성흔 전부가 번 뜩이면서 신성한 위광을 뿜어내자.
통로 안을 잠식하던 어둠이 꼴사납 게 뒷걸음질쳤다.
그걸 본 성철쇄기사단의 사기가 충 천하는 것도 당연했다.
“여신님을 위하여!”
“자애로운 빛의 이름으로!”
“형제들이여! 가자!”
60여명의 의지가 하나처럼 모여, 밀집방진을 유지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한다. 심연에서 기어나오는 괴물 따위가 그들에게 공포를 안길 수 없 다는 듯이,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
포효와 함께 뛰쳐나온 괴물, 전갈 의 하반신과 네 쌍의 팔을 가지고 휘둘러대는 거인이 레온에게 달려들 었다.
추정되는 강함은 A랭크에서 A+랭 크 정도.
오우거보다 더 강력하고, 와이번보 다 위협적이다.
키잉.
고작 그 정도였다.
레온이 한 걸음 내디디면서 검을 휘두르자, 좌우로 양단된 놈의 시체 가 쭉 미끄러지다가 고꾸라졌다. 워
낙 깔끔하게 벤 탓에 관성이 남아버 린 것이다.
그러나 한 마리로 티가 날 만한 숫 자도 아니었다.
전갈거인이 땅에 쓰러지는 것보다 발리 열 마리가, 아니 그 이상의 괴 물들이 튀어나온다. 통일성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이 혐오스러운 생 김새였다.
태양검 (太陽劍)
홍련일식 (紅 式)
그 물량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온이 수평으로 칼날을 휘두르면서 거센 불꽃을 토해냈다.
〈프로미넌스〉의 황금빛이 통로 전 체에 휘몰아친다.
겁도 모르고 달려들던 이차원생물 수십 체가 죽처럼 녹아내리고, 괴물 들로 가로막혔던 시야가 한순간 뻥 뚫린다.
하지만.
‘이거, 안 되겠는데?’
레온은 그를 지나쳐서 흘러넘치는 괴물들을 보며, 이곳에서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환경조건이 너무 불리하다.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기어다니는 괴물들과 다르게 일행의 기동력은 반 이상 봉쇄되었고, 통로의 내구도 가 높은 수준이 아닌지라 마스터들 의 공격력도 크게 떨어져있었다.
〈프로미넌스〉는 피아구분이 가능한 힘이었지만, 대기에 그 복사열이 남 는 것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
[차라리 네 명만 들어왔다면 더 좋 았겠군』
‘그건 그렇지만, 황도 내부를 생각
하면 전력이 더 필요했어. 소수정예 를 그렇게까지 고집할 필요도 없었 고.’
성흔과 망토 덕분에 전투지속력이 어마어마한 레온과 달리 카렌과 두 명의 추기경에게는 한계가 존재했다.
〈구마주교〉와 만나기도 전에 전력 을 소모하느니, 기동력이 좀 떨어지 더라도 성철쇄기사단과 동행하는 쪽 이 옳았다.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괴물들을 본 레온이 소리쳤다.
“신속하게 돌파합시다! 전멸시키고
갈 틈은 없으니!”
그리고 다시 한 번〈프로미넌스〉를 전개하려는데, 뒤쪽에서 걸어나온 도 미닉 추기경이 그를 제지했다.
“이번에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용 사님.”
“도미닉 추기경님?”
맨들맨들한 머리에 다갈색 피부, 사막의 유목민처럼 보이는 도미닉이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았다.
바로 그 직후였다.
우?-?-?-?-?-?-—!!
회백색의 오러에 둘러싸인 도미닉 이 한 번 손바닥을 뻗자, 그 장심으 로부터 오러의 벽이 밀려나왔다.
〈오러블레이드〉다.
오러로 만들어진 벽은 그 진로상의 모든 괴물들을 으깨고, 짓뭉개면서 계속 전진했다. 속도 자체가 빠른 건 아니었지만, 통로 너비를 다 채우고 도 남을 정도로 널찍했던지라 괴물 들은 회피의 여지조차 없었다.
“아주 신났군요, 도미닉.”
지팡이로 괴물 하나의 머리통을 깬 안나가 피식 웃었다.
“놀라셨나요, 용사님? 저게 도미닉 의 이명이〈성채〉로 붙은 이유랍니 다.”
“〈성채〉….”
“도미닉은 자기자신을 기점으로 오 러의 벽을 만들어, 모든 현상을 밀어 내는 오러블레이드를 각성했답니다. 장벽의 강도만큼은〈검귀〉의 칼날에 도 쉽게 잘려나가지 않겠지요.”
전투에 그리 뛰어나다고 할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벽을 만들고, 밀어내는 게 전부였 으니. 그러나 이 상황에서 도미닉보
다 유능한 능력자도 없었다.
도미닉이 본격적으로 그 힘을 발휘 하니, 알게 모르게 계속 밀려나가던 전열이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금방 돌파할 수 있어. 그런데, 왜…?’
레온은 그 쾌거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등골이 서늘해지 는 것을 느꼈다.
‘감’이었다.
안젤라의 감이 사악교단이 깔아둔 방범조치를 알아차렸듯이 그의 직감 도 호소하고 있었다. 이 이상 시간을
끌린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피해 를 입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한계치까지 상승한 집중력이 그 사 고속도를 가속한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로 늘어난 체 감시간은 얼마 안 되어서 불안감의 정체를 꿰뚫어보았다.
“총원! 이 통로를 벗어납니다!”
레온의 고함소리에 놀란 추기경들 이 반문했다.
“벗어난다고 하신다면, 대체 어디 로?”
“ 설마!?”
그 의문을 긍정하듯이 레온이〈이 카루스 윙〉을 전개했다.
화아아아악!
황금빛 불꽃날개에 스친 괴물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널브러지고, 그 절규에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 은 레온이 제 손아귀의 성검을 내려 다보았다.
이 판단이 올바를까?
아니, 올발라야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하 늘은 대답하지 않는다.
칠성검(Grand Chariot)
수직으로는 안 된다.
수평으로도 안 된다.
찌르기로는 그 넓이가 부족하다.
정확히 원을 그리면서 베어야한다. 네 번째로 터득한 오의,〈메그레즈〉 가 단독으로 펼쳐졌다.
천권사식 (天權四式)
메 그레 즈 (Megrez)
성검으로부터 원형의 빛이 붐어져 나와 천장에 작렬했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아아아아압—II”
반경 10미터가 넘어가는 원을 천 장에 새겨넣은 후, 레온은〈이카루스 윙〉을 폭발적으로 분사하면서 도약 했다. 아무도 그 후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가속마저도 그가 상정했던 바였 다.
잔상마저 한 박자 뒤에 남겨놓고, 위로 솟구친 레온의 발이 동그랗게
잘라낸 땅을 초고속으로 걷어찼다.
꽈아아아앙!
적어도 수 톤, 어쩌면 수십 톤은 되어보이는 암반이 절단된 형상 그 대로 치솟아올랐다.
〈이카루스 윙〉의 힘까지 실은 발차 기가 앞서 잘라낸 땅을 지면에서 튕 겨내버린 것이다!
비밀통로에 엄청나게 큰 땜빵이 생 긴 순간이었다.
“지금입니다! 용사님의 뒤를 따르 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