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23
제 4형
〈수라완〉때문에 존재감이 흐려졌 지만, 네카토르의 팔은 총 여섯 개 였다.〈수라완〉이 아니라 본연의 몸, 잘려나가지 않고 붙어있던 오른팔이 남겨져 있었다.
그로부터 한 번의 권격이 섬광처럼 뻗어나온다.
역살(鞠懲)
한 가닥으로 응축된〈파멸기〉가 레 온의 배를 겨냥하고一
콰직.
갑작스럽게 그의 발밑이 무너지면 서 조준점이 빗나갔다.
〈플레어〉를 꿰뚫은 힘은 그대로 허 공을 스쳐지나가, 헛심만 뺀 네카토 르가 제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그림자가 늪처럼 그의 발목을 발아 들이고 있었다.
“같잖다!”
일말의 노기가 깃든 목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산산조각난다.
〈파멸기〉를 몸에 두르자마자 간섭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카렌으로 서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다.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나타나서 허 를 찔러댈 분이다.
“잔재주에 더 어울려줄 생각은 없 다. 단번에 끝장내주마.”
네카토르의 기세가 한층 더 거대하 게 부풀어오른다.
안 그래도 산악과도 같았던 힘의 크기가 더욱 확장되자, 네 사람은 불 신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섯 개의 팔에〈파멸기〉가 소용돌 이친다.
레온은 누구보다 먼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결전기가 옵니다!”
일격필살.
그 의지로 끌어모은 힘의 흉악함은 이전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천붕
오격〉도,〈멸진오격〉도. 저 압도적인 힘에 비하면 달 앞의 반딧불에 지나 지 않는다.
레온 일행은 앞서 논의했던대로 재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전부 날아가버려리——!!”
사악교단 제2위, 네카토르의 필살 기가 쏟아져나왔다.
파멸기(破滅技)
제 6형
육도파천황(A 道破大 荒)
본래대로라면 한 번 쏘아내고 탈진 할 기술이 일순간에 여섯 번이나 중 첩되면서 폭발했다.
문자 그대로의 파천황.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공간째 로 짓뭉개고자 하는 힘의 폭풍우가 밀려들어온다. 굉음이나 층격 따위는 없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되어있
는 ‘파괴’는, 진동마저 집어삼키고 고요한 현상으로 탈바꿈했다.
멸진멸상(滅盡滅相).
삼라만상이 모두 허무로 돌아간다. 〈육도파천황〉의 궤도에 존재하는 만 물이 한순간에 소멸해버린다.
‘이건 〈광천사성좌〉로도 못 막는 다.’
상성에서 우위를 점했더라도 힘의 차이가 그 이상이라면 별 의미가 없 다. 두 종류의 고위성법으로 잔뜩 약화된 상태로도 저 위력이면, 만전 의 상태에서는 카심조차 죽음을 각 오해야할 수준까지 오를 것이다.
레온은 그걸 직감하고서 한 발 물 러났다. 애초에 저 공격을 받아내려 고 한 것도 아니었다.
“•••도미닉 추기경님, 정말 괜찮으시 겠습니까?”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레온조차도 제 목숨 하나를 건사하 기 힘들 파괴력에, 홀로 맞서고자 한 남자가 여기 있었다.
도미닉 추기경은 잔잔한 미소와 함 께 대답했다.
“맡겨주십시오. 여신님께서 내려주신 은혜로, 이 삶이 결코 역경에 굴종하 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레온은 그의 눈빛에서 익숙하기까 지 한 각오를 보았다.
그렇기에 죽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뭐라고 더 말해야할지 몰라서 고개 만 한 번 끄덕이고, 그는 카렌과 함 께 그림자로 뛰어들었다.
두 명의 추기경만이 그 자리에 남 겨 졌다.
안나 추기경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가 실패하면 나도 죽는다? 잘해 보라고.”
“몇 번을 격려해줘도 모자랄 판에
부담감만 더 안겨주다니, 너무하는 거 아닌가?”
도미닉이 그렇게 반문했지만, 안나 는 그를 격려하기는커녕 깔깔 웃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웃기려고 한 소리지? 너는 짊어진 게 무거울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해지는 사람이잖아. 내 목숨 정도 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 겠다만, 한 번 짊어져보라고.”
“용사님의 부탁도 모자라서 네 목 숨인가. 너무 무겁군.”
“그래서? 못할 것 같아?”
“아니.”
도미닉의 두 눈동자가 일순간 황금 빛으로 물들었다.
“—얼마든지, 나에게 떠넘겨봐라!”
그의 등 전체에 새겨져있던 성흔이 발광했다.
성철쇄기사들 중에서도 성흔을 지 닌 인원은 꽤 존재하지만, 레온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종류는 몇 없 었다. 기껏해야 사악교단과 싸울 때 에 비장의 패로 숨겨두는 정도일까.
그건 도미닉의 성흔도 마찬가지였 다.
‘고행자의 성흔’.
그 명칭부터가 고단해질 수밖에 없 는 은총의 힘.
“「불운이여, 오라! 고통이여, 오라! 죄 없는 자들의 영혼을 후벼파는 상 처들이여, 나에게 오라. 이 몸은 가 시밭길에 발을 올려놓은 천치라, 아 픔도 괴로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위성법〈희생〉이 발동하면서 ‘고 행자의 성흔’을 한층 더 높은 수준 으로 끌어올린다.
자신이 아닌 것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두 어깨에 짊어지고, 등으로 떠받
친 것이 많고 무거울수록 소유자를 강건하게 만든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게 육체와 정신 모두를 불요불굴로 강화한다.
“「여신이시여, 이 몸을 지켜봐주소 서! 칠흑과도 같은 밤의 한중간에도 헤매는 일 없이, 길 잃은 양떼들과 함께 광명으로 나아가겠나이다!」”
도미닉의 〈오러블레이드〉, 단단한 벽을 만들어낼 분이었던 권능이 그 성흔과 성법으로 일인요새가 된다.
열 명의 추기경을 전투력으로 순위 를 매겨보자면, 도미닉은 틀림없이 뒤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리라. 그렇지만 진심이 된 그를 쓰러트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이렉사나조차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게 분 명했다.
고유성법(Original Sacred Spell)
신성한 방벽(Sacris Moenia)
성녀 엘라한의 갑옷에 깃들어있는 성법도 그의 방어능력을 참고해서 한 단계 강화한 물건이었다.
그 원형은 과연 대단했다.
도미닉이 양팔을 넓게 벌리고서 한 자리에 우뚝 서자, 수십 미터가 넘
어가는 황금의 벽이 출현했다.〈육도 파천황〉이 해일과도 같다면, 이 방벽 은 그야말로 방파제나 다름없었다.
쿠과과과과과과:2]–!!!
황금의 벽과 암흑의 해일이 맞부딪 혔다.
여기까지 오면서 소음 한 번 내지 않았던〈육도파천황〉이 처음으로 장 애물을 만나, 그 방벽을 깎아내면서 귀가 저릿할 정도의 굉음을 토해내 기 시작했다.
쩌적, 하고 벽 곳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일어난다.
이렉사나도 깰 수 없다고 장담했던
방벽이, 몇 초만에 금이 쩍쩍 간 채 로 뒤흔들렸다.
“—-끄, 그극.”
그럼에도 그 방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금이 간 채로, 뒤흔들리는 채로.
눈코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의연하게 선 채로 버티고 있는 도미닉처럼.
“끄극, 끅, 끄으으으윽——
힘차게 악물었던 어금니는 이미 산 산조각나서 신경까지 푹 파고들었고, 내장이 찌부러지는 고통에 머릿속은 번쩍거린다.
그러나 도미닉은 한 걸음도 물러서 지 않았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육도파천황〉의 탁류 안에서도 황 금의 벽은 아슬아슬하게 그 형상을 유지했다. 꺼질 듯 말 듯하면서 마 지막까지 버티고 또 버티는, 그것이 야말로 인간 본연의 강함일지니.
“저건 안 되겠군.”
막대한 힘을 방출해낸 네카토르가 한숨 돌리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 다.
1회성에 가까운 절대방어.
어차피 한 번 쓰고 나서 자멸할테 니, 이 이상 무리해서 저 방벽을 공 략해야할 이유도 없다.
“나머지는 또 어디로 갔지?”
네카토르가 두 눈을 번뜩였다.
〈육도파천황〉이 도달하기 전, 레온 과 카렌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감지 했다. 틀림없이 이 공격 직후를 노 리고서 특공해올 터였다. 안 그러면 그들에게 승산은 없다. 아수라족의 신체로 계속 힘을 공급받는 네카토 르였다.
이전과 달리 지구전은 그에게 더없 이 유리해졌다.
‘뭐, 그런 식으로 싸울 생각은 없지 만서도.’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대방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본능적으 로 그 사실을 꿰뚫어본 네카토르가 오감을 넓혀, 온 사방을 훑으면서 레온을 찾아다녔다.
아직〈육도파천황〉의 탁류가 소용 돌이치고 있었지만, 그는 제 손바닥 을 들여다보듯이 내부를 파악했다.
〈신성한 방벽〉으로 연명하고 있는 추기경이 두 명.
그리고.
“——찾았다.”
네카토르의 감각권에 빛이 보였다.
그가 불러일으킨 암흑의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자그맣게 축소해놓은 듯한 광휘가.
스산한 미소가 떠오른다.
몇 번이나 치고받은 네카토르가 그 걸 몰라볼 리 없었다. 저 빛이야말 로 그의 권태를 찢어발긴 힘이요, 이 따분한 생명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이었다.
“자! 다시 한 번 신나게 붙어보자… 고?”
그런데〈육도파천황〉의 어둠이 걷 혀나갔을 때, 그곳에 있던 것은 레
온이 아니었다.
붉은 망토.
태양광을 잔뜩 머금고 펄럭거리는, 그 망토를 걸친 카렌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카토르의 벙찐 얼굴을 조소하듯이 그녀가 키득키득 웃었다.
“낚였네‘?”
그 직후였다.
키잉
네카토르의 그림자로부터 망토를 벗은 레온이 뛰쳐나왔다.
카렌이〈칠흑무도〉로 그를 전이시
킨 것이다.
이것으로 세 수 앞섰다. 뒤를 잡았 고, 간격을 좁혔고, 허를 찔렀다. 평 범한 상황이라면 이 시점에서 승부 가 끝났을 터다.
그러나 놈도, 레온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내 팔이 여섯 개로 늘어났다는 걸 잊어버렸냐!?”
등 뒤로 돋아난〈수라완〉이 그의 접근에 반응했다.
치명상을 입었어야할 상황을, 팔 하나로 무마한다. 정수리로 내리꽂히 는 검광이〈수라완〉에 가로막혀, 그
팔뚝을 깔끔하게 벤 후에 사그라졌 다.
절단면에서 피가 나오거나 하진 않 았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팔이 사라 져버렸을 분.
‘그래도 네 개나 남아있나…!’
팔 하나를 내어주면서 재정비한 네 카토르가 외쳤다.
“이제 내 차례다!”
레온에게 돌아선 그가 네 개의〈수 라완〉을 들어올렸다.
하나를 잃어버려서〈육도파천황〉은
쓸 수 없지만, 다섯 발이나 여섯 발 이나 그 파멸적인 위력은 마찬가지 였다.
네카토르의 오러가 격렬하게 끓어 오르려는 순간,
“「강을 따라서 흘러다니는 나뭇잎 이 호수에 멈춰서듯, 저 나그네의 걸음이 그늘 아래에서 서성이듯. 탁 하게 굽이쳐도는 물결에도 평온한 때가 찾아오는 법이니.」”
어느샌가 그의 등 뒤에 나타난 안 나가 지팡이를 뻗었다.
“뭣?! 어떻게!”
레온과 마찬가지였다.
〈칠흑무도〉의 그림자로 전이해온 안나는 그 즉시 최대한의 위력으로 성법을 구사했다.
고위성법〈평온(Serenity)〉.
전의를 꺼트리고 힘을 진정시키는 무장해제의 성법.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저 진정효과로 작용하나, 외차원 생물에게 사용하면 그 즉시 무력화 된다. 지근거리에서 써야한다는 리스 크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사용했으리 라.
푸스스스…
흘러넘치다못해 몸 주변에서 휘몰 아치던 암흑, 네카토르의 오러가 잠
시나마 가라앉았다.
힘의 규모가 너무 압도적이라 몇 초 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겠 지만, 레온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 다.
성검을 치켜세운 레온이 힘을 끌어 모았다.
태양검 (太陽劍)
홍련이식 (紅 M 三式)
〈플레어〉가 검극에 떠오르면서 태 양처럼 이글거린다.
네카토르도 그 위협에 대응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어려운 상 태로,〈수라완〉네 개를 움직여서 검로를 가로막는다.〈평온〉의 성법으 로 무력화당한 것은 그 본연의 신체 능력과 오러분이다.
아수라족의 팔.
주먹질로 산을 무너트리고, 공간을 쥐어으깨는 팔의 내구는 전혀 쇠약 해지지 않는다.
‘이격은 없어. 네 개를 일격으로 꿰 뚫어야한다.’
〈평온〉의 지속시간은 얼마 안 남았 다.
기회는 한 번분.
건곤일척의 순간이다.
‘칠성검으로도, 태양검으로도 안 돼.〈멸진오격〉을 받아칠 때처럼, 두 힘을 융화시키지 않으면 저 팔들을 모두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천삼연성〉조차 한 번 사용하고 탈진해버렸다.
그런데 그 상위에 해당하는 연식오 의,〈광천사성좌〉를〈플레어〉와 병행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성공확률은 1할 미만.
열 번 시도해서 한 번 성공할까 말
까 한 정도다.
‘층분하네.’
[중분하군.]레온과 엘시드의 말이 겹쳤다.
그 정도면 됐다.
자기보다 강한 적에게 도전하는데, 반반승부를 기대하는 게 오히려 더 몰염치했다.
칠성검(Grand Chariot)
검극에〈플레어〉를 집중시킨 채로,
몸 안에서 흘러넘치려는 오러를 검 신으로 이동시킨다.
한 번만 실수해도 자신의 몸을 불 태우리라.
죽음의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린다. 머리카락이 전부 곤두서서 따끔거리고, 피부 위로 스쳐지나가는 바람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감각 계가 예민해진다.
집중해라.
집중해라.
호흡 한 번만 어긋나도 심장이 터 져나가서 죽는다!
시야가 또 흑백으로 물들어있었다.
그 이질감조차 느끼지 못한 상태 로, 레온은 제 몸과 성검을 아우르 고 있는 오러의 흐름에 집중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