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24
〈광천사성좌〉의 삼각불 끄트머리에 〈플레어〉를 얹을 분.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찔러넣으면 될 분인 이야기다.
[레온, 너…!?]엘시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지 만, 레온은 지금 무의식의 영역마저
도 집중력에 할애하고 있었다.
눈썹 한 올도 까딱하지 않고 손목 을 움직인다.
막대한 힘이 깃들어있는 성검을 깃 털처럼 한없이 부드럽게, 흐늘거리는 갈대를 다루듯이. 스스로가 찌르고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 걸음 내 디뎌서.
연식오의 (迎式與義) 광천사성좌{때 xpq 星座)
검극으로부터 쏘아져나온 광휘의
창이 네 개의〈수라완〉을 꿰뚫고, 그 너머에 있던 네카토르를 관통했 다.
칠흑으로 물들어있는 심장.
성검의 칼날에 꿰인 살덩어리가 거 칠게 요동쳤다.
“커 헉!”
네카토르가 피를 토했다.
치명상이 었다.
불사성을 지닌 외법사라도 심장과 뇌는 치명적인 급소다.
영혼이 머무르는 부위가 뇌였고, 생명력의 원천에 해당하는 부위가 심장이었다. 둘 중 하나만 파괴해도 재생능력은 절반 이상의 기능을 잃 어 버린다.
그런데 네카토르의 경우에는 그 이상이었다.
“너, 설마?!”
레온의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재생하지 않는다.
치명상이라고 해도 〈구마주교〉의 외법이 심장 한 번 꿰뚫렸다고 무력 화될 리가 없건만, 심장을 잃은 네카 토르의 몸은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 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불사성을 얻지 않았던 거냐? 처 음부터?”
“그래.”
“ 어째서?”
네카토르는 피 섞인 침을 탁 뱉어 버리고서 대답했다.
“재미없잖아? 싸움에는 반드시 승 자와 패자가 있고, 패자는 죽거나 빼 앗긴다. 그게 하나밖에 없는 룰인데, 그마저도 지킬 생각이 없다면 왜 싸 우겠어?”
“미쳤군.”
“뭘 새삼스럽게.”
레온의 한 마디에 네카토르가 피식 웃어버렸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언어가 통한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투쟁과 살육의 한복판이 아니면 제 삶을 실감하지 못하는, 그 것이야말로 네카토르의 실체다.
그러니 제 목숨을 빼앗아간 자를 눈앞에 두고도, 패자에게 당연한 결 말이라고 납득해버린다.
“가능하면 더 즐기고 싶었지만, 아 무래도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 너 희들의 승리다. 목을 치지 않아도 금 방 죽겠지만, 베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라.”
도대체 누가 패자인지 모를 정도로 후련한 목소리였다.
어쩌면 이 결말이야말로 놈이 바라 던 것일지도 몰랐다.
오싹.
그때 였다.
모든 걸 놓아버린 네카토르의 표정 때문에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척추가 얼어붙을 듯한 오한으로 되 돌아왔다.
찰나의 순간.
레온만이 그 불시의 일격에 반응해 서 검을 들어올렸다.
꽈아아앙!
무지막지한 층격에 수십 미터를 날 아간 레온이 간신히 몸을 바로잡았 다. 두 다리를 박아넣어서 제동을 걸 었건만, 지표면에 깊은 고랑이 두 줄 생길 정도였다.
다 죽어가던 네카토르가 한 짓이 아니다.
레온이 그가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 자, 네카토르가 지겹다는 얼굴로 제 팔을 노려보고 있었다.
칠흑으로 물들어있는 오른팔.
〈수라완〉이었다.
“나 아직 안 죽었는데? 이거 계약 위반 아니냐?”
사후(死後)를 바친다는 계약 때문이 었을까.
네카토르의 치명상을 인지한 힘, 아수라족의 ‘육비’가 즉시 그 신체를 강탈하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 • • 그구 드 ■드- • • • .꾸■ 드-. •.
몸 한복판에 뚫린 구멍이 메꿔져간 다.
부서진 심장을 대신하듯이 어둠으 로 된 덩어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심혈관을 타고 홀러넘치는 칠흑이
몸 전체를 까맣게 칠해나가면서 인 간이 아닌 존재로 재구축한다.
아수라족(阿修羅族).
바깥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종 중에 서도 수위에 꼽히는 괴물, 수라도의 지배종족이 탄생하려는 순간이었다.
“이런 망할! 내 몸뚱이로 꼴사나운 짓을 하는군. 미안하지만 발리 죽여 줘라! 안 그러면 패자부활전 같은 개짓거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네카토르도 제 몸을 어떻게든 억누 르려고 했지만, 심장까지 먹힌 육체 의 주도권은 이미〈수라완〉에 넘어
가있었다.
어설프게 공격을 서둘러봤자, 자율 적으로 막고 피한다.
레온 역시 소모한 힘을 다 회복하 지 못한 상태였다.
‘엘시드! 뭔가 생각나는 방법은 없 어?!’
[없다. 너와 네 일행은 이미 한계 까지 소모된 상태야. 그걸 쥐어짠다 고 어떻게 될 만한 일도 아니고.]그러니까, 하고 운을 뗀 엘시드가 말했다.
[아가씨한테 꼭 고맙다고 해라.]“ 뭐?”
바로 그 직후였다.
먼 하늘에서 신성한 빛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네카토르조차 피하거나 막지 못하고 그 위광에 휩쓸려, 아수 라족으로 변이하던 몸이 거세게 불 타올랐다.
〈신벌집행〉.
여신의 빛을 이 세상으로 불러들 여, 외차원에서 온 존재를 추방하는 성법이 네카토르를 찍어눌렀다.
“엘라한!?”
레온의 목소리에 응답하듯이 엘라
한이 지면에 착지했다.
콰앙!
얼마나 서둘러서 온 건지, 너덜너 덜한 갑옷 너머에서 땀이 뚝뚝 흘러 넘친다. 막대한 신성력 덕분에 회복 력이 터무니없는 엘라한조차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럼에도〈신벌집행〉의 흐름은 끊 지 않는다.
겹쳐져있는 두 손을 바르르 떨면서 도, 그녀는 빛의 기둥에 사로잡힌 네 카토르에게 소리쳤다.
“사악의 주교, 네카토르에게 고합
니다!”
〈신벌집행〉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 다.
네카토르를 잠식한〈수라완〉이 그 영향력을 잃고, 수라도로 추방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사후를 팔아버린 네카토르의 영혼은 자유로울 수 없 었다.
〈수라완〉이 완전히 추방당하면, 그 의 영혼도 수라도로 함께 떨어지고 말 것이리라.
그래서 엘라한은 최후의 구명줄을 내민 것이다.
“자결하십시오! 지금이라도 스스로 생명을 끝낸다면, 당신의 영혼만큼은 구제할 수 있습니다!”
네카토르조차 그것에 할 말을 잃고 벙쪘다가, 이내 폭소를 터트리면서 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구하지 마. 나 같은 놈을 구 해봤자, 너희들의 은혜에 보답해줄 길은 없다고. 저 친구가 말한 것처 럼,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였으니까.”
한 푼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본심 이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네카토르는 계속 위화감을 느꼈다.
부모를 공경하고, 친구를 우애하고, 동료를 신뢰하고, 연인을 사랑한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당연하기까지 한 행위를, 그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 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손아귀에 쥔 힘이야말로 삶의 전부 였고, 타인을 부술 때가 아니면 살아 있다고 실감하지 못한다.
그와 같은 존재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놈한테는 저쪽이 더 어울
려. 너희들이 정말로 날 구하고 싶다 면, 그냥 내버려둬라.”
이윽고〈신벌집행〉으로 차원의 틈 이 벌어지자,〈수라완〉이 본래 있어 야할 곳으로 떠밀리기 시작했다.
네카토르도 그걸 따라서 외차원으 로 끌려들어갔다.
그는 하나밖에 안 남은 손을 흔들 면서 작별인사를 건넸다.
“뭐. 나머지는 알아서 하고 난 간다?”
외차원으로 추방당하는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니었으나, 그는 마지막까 지 후련한 얼굴로 떠나갔다.
〈신벌〉의 빛이 사그라졌을 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악교단 제2위, 네카토르가 맞이 한 끝이었다.
모두가 침묵했다.
그 고요한 분위기를 깨트린 것은, 마침내 〈신성한 방벽〉을 해제하고 쓰러진 도미닉이었다.
“추기경님!”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서 그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치유성법을 전개하는 것과 동시에 그 안을 들여다본 안나의 얼굴이 착
잡해졌다.
“다행스럽게도 목숨은 건질 수 있 겠지만, 앞으로는 전선에 나설 수 없 을 거야.〈희생〉의 대가가 너무 컸 어.”
“그럴 수가….”
네카토르의 결전기. 〈육도파천황〉 을 정면에서 막고 살아난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업적이었다.
그 덕분에 안나의 성법이 유지되었 고, 카렌이〈칠흑무도〉로 네카토르의 허를 찌를 수 있게 되었다. 결정타를 꽂은 사람은 레온이었지만, 공적만큼
은 그에 뒤지지 않으리라.
안나가 도미닉을 돌보는 사이, 레 온은 엘라한에게 여기까지 온 전말 에 대해서 질문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성문에서의 싸 움은 어떻게 된 거야?”
“그게一”
엘라한의 짧은 설명이 시작되었다.
* * *
황도 카렐룸의 성벽 위에서 벌어졌
던 대난투는 결국 다섯의 승리로 끝 났다.
당연하기까지 한 결말이었다.
파성퇴의 가르발디는 그 목이 떨어 졌고, 쌍검의 그레인저는 상반신만 남아서 지면을 뒹굴었다. 로빈만이 혼자 살아남아서 외팔이가 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팔 하나를 잃은 시 점에서 실질적으로 무력화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저항해봤자 무의미한 짓이다. 투항해라, 로빈.”
로빈의 목덜미에 검을 들이댄 발테
르가 말했다. 검 자루를 움켜쥔 손바 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손가 락이 몇 개 날아간 상태로 무리했기 때문이었다.
3대5의 싸움이었다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제정신이 아닌 마스터들은 제 몸의 한계마저 넘어서 폭주를 일으켰고, 동귀어진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법으 로 덤벼들었다. 발테르분만이 아니 다.〈신성한 방벽〉덕분에 큰 상처가 없는 엘라한을 제외한 인원 모두가 여러모로 너덜너덜해졌다.
“투항할 수 없어. 계약으로 묶인
몸이거든. 날 제압해두려면 구속구라 도 채워두는 게 좋을 거야.”
“자발적으로 싸운 게 아니었군.”
“그거야 저 친구들도 마찬가지지.”
로빈은 씁쓸한 눈빛으로 시체가 된 가르발디와 그레인저를 바라보았다. 층성을 다 바쳐왔던 황실에 배반당 해, 사악교단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처지가 실로 처량했다.
그의 이성만 유일하게 남겨놓았던 것은, 철저히 사령탑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활잡이로서도 이성을 보존하는 쪽
이 월등히 강했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들의 수족이 된 거 지?〈구마〉가 나섰어도 마스터들을 복종시킬 수단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안 그랬으면 사악교단은 진작에 마 스터들을 습격했을테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발테르의 의문에. 로빈이 무미건조 한 얼굴로 대답했다.
“수단은 없었지만, 방법은 몇 가지 있었지. 친족들이나 연인, 제자들을 볼모로 잡는다던가.”
세드릭처럼 혈혈단신으로 활동하는
자라면 또 모를까, 제국 명문가의 마 스터들은 하나같이 지킬 게 많았다.
그라니아의 경우에도 다를 게 없었 다.
마스터 본인이 아닌 주변인들을 공 략하여, 어쩔 수 없다는 명목으로 사 악교단의 입맛에 맞춰서 조종한다. 황실마저도 그 수작에 가담하였으니, 협박당한 마스터들은 저항하고 말고 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때, 아델라가 툭 끼어들어서 로 빈에게 물었다.
“빙빙 돌려말하지 말고 그놈들이
자백하라고 한 개수작이나 얼른 말 해봐. 안 그래도 시간 없으니까.”
발테르와 세드릭이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제 고개만 갸웃거리는데, 로 빈은 그 말에 얌전히 수긍했다.
사악교단은 알고 있었다.
그들 일행이 유일하게 제정신으로 남아있는 로빈을 제압해, 심문함으로 써 어떤 정보를 캐내려고 할지를.
“인질들은 카렐룸 북부지구의 별궁 중 하나에 붙잡혀있다…라고 말하라 더군. 예상하고 있었나?”
“모르스, 그 개자식이면 그럴 거라
고 생각했지.”
피가래를 탁 뱉은 아델라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발테르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 다.
“함정이오. 이 상황에서 인질의 위 치를 가르친다는 것은, 세 분을 유인 하기 위한 수작이겠지. 넘어가선 안 되오.”
“알고 있어. 함정일 가능성이 더 높지. 9할 정도?”
아델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방 침을 결정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갈 거야. 갈 수 밖에 없어. 모르스도 그걸 알고 있으 니까 개수작을 부리는 거지. 혹시 그 곳에 인질들이 정말 붙잡혀있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교단과 여신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질 거야.”
“어리석은! 함정이라고 알면서도 갈 생각이오!”
“네, 그렇습니다.”
발테르의 고함에, 이렉사나가 부드 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한다. 신성 교단도 그 방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만, 희생할 수 있는 ‘소’의 여지는 어 디까지나 자신의 목숨까지. 타인을 죽게 내버려두고 뻔뻔하게 희생이라 는 말을 쓸 정도로 몰염치한 교인은 없으니까요.”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 간극을 느낀 발테르는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구속한 로빈과 함께 페르마군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세드릭도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 들 마음은 없는지, 아직 난전이 계속 되고 있는 성벽으로 향했다. 불사신
처럼 개조당한 병사들을 상대로 칼 부림이나 할 생각인 듯했다.
결국 신성교단의 세 사람만이 남았 다.
“성녀님.”
“ 예?”
이렉사나의 부름에 엘라한이 제 고 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가십시오. 용사님의 곁에서 힘을 보태주시길.”
“네?! 하지만 두 분만 남겨두고 갈 수는 ••”
“귀염둥이, 못 보던 사이에 정말 많이 컸구나? 우리들을 다 걱정해주 고?”
아델라가 이의를 제기하려던 엘라 한의 말을 툭 끊고, 킥킥 웃으면서 그 의사를 표현했다.
네가 올 필요는 없다고.
네가 할 일은 따로 있다고.
그 뜻을 짐작한 엘라한이 울 것 같 은 표정을 지었다가. 곧 의연한 얼굴 로 돌아와서 힘껏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용사님의 조력 에 향하겠습니다. 두 분의 앞길에 여
신님의 가호가 따르시기를.”
“예, 용사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너도 몸 조심하고,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몇 마디의 작별인사를 주고받은 후, 엘라한은 포탄과 같은 기세로 성 안쪽으로 뛰쳐들어갔다.
아델라와 이렉사나는 그 등을 대견 하다는 얼굴로 지켜보다, 로빈이 가 르쳐준 곳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