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4
우연인지 아니면 그 혼잣말 때문인 지, 분명히 의식을 잃은 레온의 몸뚱 이가 한 번 움찔거렸다.
엘시드에게 ‘세례’를 받은 후, 그대 로 실신했던 레온이 눈을 뜬 것은 하루가 지난 뒤였다.
정화의 빛 덕분에 노폐물은 남지 않았다.
다 구겨진 옷을 털면서 일어났을 때, 그는 엄청난 배고픔과 피로감에
습격당했다. 오러의 문턱을 넘은 것 도 모자라서 만 하루를 꼬박 잠들었 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그 이상으로 힘이 넘쳤다.
“이것이… 오러!”
몸 안에서 순환하고 있는 흐름이 느껴진다. 호흠을 통해서 빨아들여, 심장에서 정제한 힘이 몸 전체로 퍼 져나간다. 그건 오러를 터득한 자만 이 알 수 있는 감각이었다.
체력 이외의 연료통이 하나 더 추 가된 느낌이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착각이다.]엘시드가 즉시 찬물을 끼얹었지만 말이다.
[내가 ‘세례’로 뚫어놓은 건 대맥뿐 이다. 오러를 실용적으로 다루려면 세맥(細脈)의 단련이 필수적이지. 지 금의 너는 힘만 좀 넘쳐흐르는 애송 이야. 갈 길이 멀다.]“나도 알거든!”
레온은 제자리에서 몇 번 뛰어봤다.
오러를 익혔다고 해서 신체능력이 곧바로 늘어나거나 하진 않는다. 그 리고 그가 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릇
만들기’지, 그 내용을 채워넣은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하나 변화한 게 있다.
심장과 단전을 주축으로 한 여덟 대맥의 연결, 그 순환에서 발생한 흐 름이 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오러 센스 (Aura-Sense)- •
오감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신경계가 체외로 뻗어나온 느낌이 랄까. 집중하면 그 흐름을 이용해서 주위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오러에 입문해서 기쁜 건 이해한 다만, 내 설명부터 들어라. 네가 터 득한 오러에 대한 내용이니까.]“아, 그럴게.”
레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해 졌다.
‘오러’라는 단어가 무슨 영약이라도 된 것 같았다. 엘시드는 그 반응에 떨떠름한 말투로 말했다.
[오러에도 속성(Pattern)0] 존재한 다는 건 알지?]“당연하지.”
[인간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속성은 오행이지만, 네가 입문한 것 은 오행속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 랑 똑같은 오러를 익혔다는 게 조금 신기하구만.]“뭐, 엘시드랑 똑같아?! 그럼…!”
엘시드는 화색을 띤 레온에게 긍정 해주었다.
[그래, 네 오러는 ‘태양’ 속성이다. 빛과 열기, 정명(正明)을 대표하는 최상위속성.]“좋았어!”
전설의 대영웅과 같은 속성이라니!
두 팔을 높이 치켜든 레온이 환호 성을 질렀다. 태양이라면 그 속성만 증명해도 전 대륙 어디에서나 초청 장을 보내준다는 풍문이 떠돌 정도 였다.
성왕 로드릭의 오러속성이며, 다루 는 자의 인간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정리 해볼까.]엘시드의 말과 동시에 반투명한 판 이 떠올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상태창이다.
이름: 레온
칭호&직업: “드디어 오러를 익힌” 용 사
레벨: 22
근력 133(D) / 체력 140(D) / 민첩
129(D) / 오러 50(E)
보유스킬
〈소드 마스터리(하) Lv.Max>
〈로드릭의 안법 Lv.3>
〈로드릭의 보법 Lv.2>
〈후천성 무골(2단계)〉
〈오러사용자(입문) Lv.3>
지난번에 본 내용과 많이 달라졌다.
레온은 그 사실에 만족하면서, 어제 막 입문한 오러사용이 벌써 3레벨이 된 것을 발견했다.
엘시드가 그의 질문보다 앞서 설명 해 줬다.
[너, 오러를 익히기 전에 ‘액셀’도 쓸 수 있었잖아. 그리고 오러센스를 바로 쓸 수 있고. 1, 2레벨로 취급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거지.]“그런가.”
[대맥이 뚫리면서 무골도 2단계에 올랐고, 지금부터는 네가 부족한 검 술이나 좀 가르쳐볼까 싶다.]마침내!
대영웅 로드릭의 검술을 배울 수 있다. 그 제안에 눈동자를 빛낸 레온 이 즉시 대답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까?”
[…거 참, 제대로 흥이 올랐구만?]뭐, 나브지 않은 반응이다.
의욕이 없는 것보다야 백 배 나았 다.
엘시드는 그 태도에 잠깐 실소하다 가, 곧 대비할 틈도 없이 본론부터 꺼내들었다.
[이 도시에 우리들의 적이 있다.]“ •.•뭐?”
[용사의 주적. 다른 세계의 존재들 에게 이 세상을 팔아넘겨,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반역자놈들. 어느시대에나 역사의 그림자에서 꿈틀거 리고 있는 버러지들. 그 개자식들의 기척을 어젯밤에 느낄 수 있었다.]
이름조차 붙이지 않고 사악(邪惡)이 라고 부른다.
그 추종자들을 이름하여 사악의 무 리.
기껏해야 힘이나 좀 빌려오는 게 다인 흑마법사는 그놈들에 비하면 좋은 이웃이었다.
나라를 팔아먹더라도 몇 대를 돌로 쳐죽여야할 내국노인데, 그놈들은 이 세상을 다 팔아먹는다. 이기적인 욕 망과 목적을 위해서 외계의 침략자
들과 결탁한 반역자들이다.
[당분간은 숨을 죽이고 있을 것 같 다만, 그렇게까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길어도 두 달이면 움직이겠 지.]용사에게 놈들은 외면할 수 없는 적이었다.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한 번 눈에 들어왔다면 그 부리까지 봅아내야만 제 역할을 한 것이다.
엘시드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 여신이 강림해서 잠시 권능을 풀어줬던 것도, 놈들을 해치우라는 계시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레온으로
는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 강 하게 만들면 된다.
[각오는 됐냐?]마물토벌은 결국 준비에 불과하다.
강해지기 위한 준비, 싸우기 위한 준비. 마음가짐도 적당히,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한 나날이었다.
그러나 사악이라면 그 이야기가 다 르다.
명확하기까지 한 악의 세력.
피와 증오로 소용돌이치는 진창에 뛰어들어야한다. 용사가 되겠다고 한 시점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운명 이, 엘시드의 목소리로 손짓하고 있
었다.
“그래.”
레온은 거침없이 그 손을 붙잡았다.
“용사가 될 각오라면, 진작에 했 어.”
아카데미의 뒷산에서 하늘을 원망 했을 때.
엘시드의 유혹을 거부하고 그 자루 를 쥐었을 때.
대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모험가길드, 블레인 지부.
“아, 레온님! 오셨군요!”
언제나와 같이 창구에 앉아있었던 리제가 그를 반겼다. 그 태도가 제법 살가워서, 그녀의 사무적인 면모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
레온은 마주 인사하면서 그 창구로
다가갔다.
“혹시 기다리게 한 건가요?”
〈락 슬라임 토벌〉로부터 정확히 나 흘만이 었다.
오러의 힘을 깨우치고, 기본적인 운 용법을 터득하기까지 그 정도의 시 간이 걸린 것이다. 엘시드의 말에 따 르면 나흘만에 터득한 것 또한 굉장 히 빠른 진전이라고.
세례 덕분에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다 뚫려, 오러의 통제가 엄청나게 수 월했기 때문이었다.
엘시드가 괜히 위험을 무릅쓰고 시 도한 게 아니다.
“수비대에서 연락은 받았지만, 그래 도 나흘이나 안 오셔서 걱정했어요. •••어라, 느낌이 좀 달라지셨네요?”
리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곳에서 수많은 모험가들을 상대 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다. 아무래도 그가 오러를 습득하면서 존재감이 변한 걸, 놓치지 않고 잡아낸 모양이 었다.
레온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마물을 토벌하면서 조금 깨달은 게 있어서요.”
“ 역시!”
제 일처럼 기버해준 리제가 활짝 웃었다.
“축하해야할 일이 하나 더 늘었네 요.”
“하나 더, 라고요?”
“네!”
그가 생각나는 게 없어서 고개만 갸웃거리자, 리제는 그럴 줄 알았다 는 듯이 서랍을 열었다. 때마침 어제 자격심사가 다 끝난 참이었는데, 타 이밍이 맞았다.
그녀는 서랍에서 꺼낸 물건을 그 앞에 올려놓았다.
둔탁하게 번들거리는, 강철의 패.
그 철패를 본 레온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이건?”
“생각하신 게 맞을 거예요.”
모험가 길드의 랭크는 7개로 구분 된다.
증표조차 주어지지 않는 F랭크.
나무판에 그 이름과 인장만 찍힌 E 랭크.
실질적으로 모험가 길드의 소속으 로 인정받는 것은 D랭크, 구리로 된 패를 소유한 자부터였다. 그 위로 올
라가면 철패를 소유한 C랭크, 은패 를 소유한 B랭크 등이 존재했다.
그런데 레온에게 벌써 철패를 건네 준다는 건…….
“C랭크 승급을 축하드립니다, 레온 님. 앞으로도 저, 리제와 블레인 지 부가 힘껏 돕겠습니다.”
“••■승급이라니.”
그는 철패에 새겨진 ‘LEON’ 글자 를 한 번 더듬어보고, 아직 떨떠름한 기색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C랭크라면 별도의 승급심사가 있 지 않나요?”
“그게, 있었는데요.”
리제 역시 미묘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수도의 마물퇴치〉와〈락 슬라 임 토벌〉이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 았거든요. 영주님과 수비대장님 두 분께서 감사장을 보내셨습니다. 그 덕분에 생략됐어요.”
“예? 영주님이?!”
“친필로 쓰신 건 아니고, 행정관이 보낸 거지만요. C랭크의 승급조건은 모두 만족하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답이었다.
두 건의 의뢰를 해결하고 승급이라 니, 어느 지부에서도 그 같은 경우는 없으리라. 아마도 그를 선례로 하여,
기피임무를 좀 더 권장하려는 목적 도 있을 터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초 과달성도 한몫했을 테고 말이다.
그래도 레온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 니다.
맡을 수 있는 의뢰의 범위가 넓어 지면 ‘사악’을 수색하기도 한층 더 편해질 테니까.
“이제부터는 C랭크 의뢰도 볼 수 있겠군요.”
“네! 오늘부터 바로 가능합니다.”
승급하자마자 또 의뢰를 알아보다 니.
리제는 그 성실함에 새삼 감탄하면
서도, 역시 성기사는 좀 다르구나 하 는 감상을 품었다.
어째서인지 레온의 곁에 있으니 편 안하기도 했고.
물론 그 분위기는 태양의 오러 덕 분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리제로서는 착각할 만도 했다. 신성력이 주는 느 낌은 태양의 오러와 꽤 유사했으니 까.
“음….”
의뢰서들을 다 읽은 레온이 신음했 다.
수련에 좋아보이는 의뢰는 몇개 있었지만, ‘사악’과 연관이 있어보이
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단서를 찾 아내기 전까지는 수련에 집중하는 쪽이 좋을까?
그의 얼굴을 본 리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종류의 의뢰들을 좀 보여드 릴까요? 역시 기피임무만 계속 맡으 시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
레온은 ‘아’ 하고 스스로의 실수를 깨달았다.
“리제, 혹시 슬럼가와 관련된 의뢰 를 보여줄 수 있겠어요? 그 주변에
서 소문이 안 좋은 의뢰라던가.”
“슬럼가요?”
일반적으로 슬럼(Slum)은 빈민들이 모여든 곳을 뜻하지만, 블레인의 슬 럼가는 그게 아니다.
도둑, 정보상, 탈옥수, 밀수꾼, 암살 자….
몇 개의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위법 자들이 차지한 구역이다. 귀족들조차 함부로 개입하기 힘든, 자유도시의 방대한 규모와 특성에서 태어난 범 법지대가 바로 슬럼가였다.
보동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 존 재조차 모르거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슬럼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 뢰는 한 건도 없습니다. 그건 모험가 가 아니라 용병의 일이니까요.”
“이런.”
모험가는 사람과의 다툼에 손을 빌 려주지 않는다.
슬럼가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거의 다 사람끼리의 다툼이니, 모험가 길 드에 들어오는 의뢰도 전멸이었다.
레온은 잠시 고민했다.
이제 와서 용병이 될 순 없었다.
모험가와 달리 용병은 그 행동거지 에 제약이 많고, 영지전에도 끼어들 수 있다보니 귀족들에게 간섭당할 여지가 컸다. 그렇다고 아무 명분도 없이 헤집고 다니자니 슬럼가의 텃 세가 귀찮았다.
“레온님, 그렇다면 이 의뢰는 어떠 실까요?”
그때. 리제가 한 장의 의뢰서를 내 밀었다.
“〈폐가의 리빙아머 토벌〉? 지난번 에 본 것 같은데.”
“네, 그거에요.”
버려진 저택에 남겨놓은 장식용 갑
옷들이 리빙아머로 변해. 팔 수 없는 매물이 되었다는 의뢰다.
의뢰비로 책정된 액수도 적은데다 가, 리빙아머를 파괴할 수 있는 실력 자는 D랭크에 몇 명 없다. 풀플레이 트 메일을 입고, 할버드 같은 장병기 로 무장한 리빙아머의 전투능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언젠가는 미스릴 갑옷이 리빙아머 로 변한 적도 있었다는데, 마스터급 기사가 오기 전까지는 손도 못 댔다 고 했다.
‘이 의뢰의 리빙아머는 잡철에 은도 금을 한 정도라, 둔기로 두들기면 금 방 부서지겠지만….’
이걸 추천하기까지 한 이유가 뭘까.
레온이 그 시선으로 묻자, 리제가 말했다.
“저택의 위치를 한 번 봐주세요. 슬 럼가에서 가까운 곳이라, 그 일대를 돌아다니는데 도움이 될 거랍니다.”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