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46
한 발 뒤로 물러선 레온이 모르스 를 노려보았다.
엑토플라즘, 무색에 반투명하던 몸 뚱이가 점점 혐오스러운 색채로 물 들면서〈외법〉특유의 기운으로 그 일대의 지면을 침식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모르스가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으면서 말했다.
—여정을 떠나기 전에 최대한 힘을 아껴두고 싶었건만, 이 상황이라면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어.
〈외법〉의 지식만큼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추기경들조차 생경한 외 법들이 연달아 발동한다.
양쪽 어깻죽지 부근에서 두 쌍의 〈수라완〉。] 치솟고, 몸의 표면에는 끈적끈적한 비늘과 촉수가 돋아나서 꿈틀거린다.
등 뒤로는 박쥐와도 같은 날개가 네 쌍.
뿔인지 촉각인지 모를 것들도 두개 골에서 솟아난다.
[우엑, 밥 먹다가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지겠는데.]
엘시드가 그 혐오스러운 외형에 신 음했다.
외차원생물 수십 마리의 특질을 몸
에 이식하여, 생물로서의 한계를 뛰 어넘는 외법이다. 모르스 같은 수준 이라면 급소조차 존재하지 않는, 불 사신에 가까운 괴물에 해당한다.
심장과 뇌도 갈아치운 지 오래다.
놈을 죽이려면 살점 한 조각도 남 김없이 갈아버리던가, 그 존재를 부 정하는 성법 계통의 대화력이 필요 했다.
“•••문제없군.”
이 자리에서는 오직 레온만이 가능 한 일이었다.
세드릭은 그 격돌을 지켜보다가 이내 혀를 내둘렀다.
“쯧, 이건 못 끼어들겠군. 어느 쪽이 든 나하고는 안 맞아.”
기교싸움을 주력으로 한 세드릭의 전 법은, 압도적인 출력을 밑바탕으로 한 레온과 모르스의 싸움과는 상성이 안 좋다.
어느 쪽이 유리하냐의 문제를 떠나서, 공투(共聞)의 조합이 최악이라는 뜻이었 다. 레온의〈칠성검〉이나〈태양검)은
그를 휩쓸리게 만들고도 남을 테니까.
그래서 세드릭은 다른 마스터들의 곁 으로 물러나있었다.
“큿! 용사님이 싸우고 계시는데 힘이 될 수 없다니…!”
엘라한이 제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살면서 한 번도 말라붙어본 적이 없 었던 신성력이 가뭄철의 논바닥처럼 메 말라있었다.
작대기처럼 휘두르던 성철쇄도 너무 나무겁다.
어떻게 이걸 풍차처럼 휘둘러대고 있 었나 싶을 정도였다.
“여신님, 부디 제 앞을 인도해주세 요.”
간신히 성철쇄를 세운 엘라한이 기도 를 올렸다.
약식으로 한 기도였지만, 여신은 자질 구레한 형식 따위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계시〉는 언제나처럼 발동했다.
성철쇄가 어느 방향으로 픽 쓰러지면 서 목표를 가리켰다.
그쪽을 본 엘라한의 두 눈이 휘둥그 레졌다.
“아!”
콰르르르르릉——
문어발처럼 생긴 촉수 몇 가닥이 땅바닥을 후려갈겨, 거센 충격파와 함께 폭음을 터트린다. 날벼락이라도 내리꽂힌 듯한 위력이었다. 어설프게 막거나 흘려내려고 하면 안 된다.
레온은 그 충격파를〈이카루스 윙〉 으로 받아낸 후, 쏘아진 화살과도
같이 허공을 꿰뚫었다.
콤마 몇 초만에 초음속을 넘어서는 급가속이다.
그리고 모르스의 인지속도 역시 상 상을 뛰어넘었다.
〈사령왕〉과 융합하면서 인간의 한 계를 한참 벗어났는지, 그 궤도마저 한 발 먼저 읽어내고서 복잡한 영창 을 읊는다.
—————–
입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과 달리 엑토플라즘의 의사표현 은 간단하다.
의지(Will)를 표출하는 것.
말보다 생각이 더 빠른 것은 당연 하기까지 한 이치였다.
쿠오오오오오!!
그 직후에 네 개의〈수라완〉이 휘 몰아친다.
순수한 역량으로 그랜드마스터에 근접했던 네카토르와 달리 모르스는 무인이 아니었다. 따라서〈수라완〉의 성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주문으로 조종하는 것뿐이었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주먹.
수평으로 내질러지는 주먹.
좌우에서 손칼 형태로 다가오는 쌍 수
레온은 그 전부를 콤마 1초의 영 역에서 파악하고, 일순간의 주저도 없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태양검 (太陽劍)
홍련일식 (紅連一式)
4연격을 모두 회피하는 것은 불가 능하다.
그러나 모르스의 연격은 멸적(滅敵)
의 극한에 도달했던 자, 네카토르에 비하면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네 차례의 공격 중 하나만 돌파하 면 나머지 세 번의 공격은 허무하게 빗나갈 분. 그걸 간파한 레온이 수 직으로 떨어지고 있는 주먹을 맞받 아쳤다.
꽈아아아앙!
폭음과 함께〈수라완〉0] 박살나면 서 흩어진다.
몇 번의 전투로〈프로미넌스〉를 칼 날 주변에 응집시키는데 나름대로의 요령이 붙은 결과였다. 그런데도 레
온은 검을 쥔 손아귀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반발력을 느꼈다.
네카토르와 싸울 때보다 두 배 이 상 강해진 상태인데, 팔을 하나 베 어내자마자 이 정도라니?
〈사령왕〉의 몸을 장악한 모르스가 사용하는 외법이라선지, 팔 자체의 힘은 네카토르보다 더 강력한 모양 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이길 수 있다.
레온의 그런 마음가짐이 한층 더 오러를 강렬하게 불태워, 성검에서
피어오르는 광휘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었다.
모르스조차 직면하지 못하고 몇 걸 음 물러서야했다.
〈사령왕〉의 몸에는 아직 만 단위의 영혼이 남아있건만, 그 제물들을 가 지고도 호각에 불과하다니? 역시 용 사는 그들에게 있어서 천적이나 마 찬가지인 존재였다.
그에 분개한 모르스가 증오 어린 눈동자를 꿈틀거렸다.
—마지막까지 내 앞을 가로막으려 는가, 여신이여!
모르스의 의지가 다시 한 번 주문 영창에 들어간다. 앞서 한 것보다 서너 배는 길고, 그 이상으로 강력 한 외법이었다.
영창속도가 너무 빠르다.
허공에 뜬 레온은 그걸 저지하려다 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서 제 오러를 정돈했다. 그런데 침착하 지 않은 반응을 낸 것은 레온이 아 니라 엘시드였다.
[저건…!]엘시드가 드물게 놀란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사악교단과의 싸움은 그 시절에도 빈번한 일이었다.
현 시대의〈구마주교〉와 인물이야 다르다지만, 로드릭에게 죽어넘어진 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에는 감 히 마스터급을 위협할 수 있는 외법 사들도 존재했고, 지금 모르스가 펼 치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한 수준에 해당했다.
•••부룩…부루룩…뿍…
모르스의 영창이 끝나자마자 그 변 화는 일어났다.
엑토플라즘으로 된 신체 표면에서
기포가 맺히는가 싶더니, 이내 불투 명한 색을 띤 거품이 솟아오르기 시 작했다.
레온은 왠지 모르게 그 색채에 혐 오감을 느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나 빠지는 듯한, 정신적으로 오염물질과 접촉한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침식의 거품’이군.]
‘침식의 거품?’
그가 반문하자, 엘시드는 그렇다면 서 설명을 계속했다.
[접촉하는 것을 모조리 오염시켜서
제 덩치를 불리고, 주변 공간을 이 계(異界)와 같은 환경으로 변질시키 지. 하루만 그냥 내버려둬도 어지간 한 도시는 그 온상으로 만들 수 있 다.]
‘위험한 놈■이로군. 전투능력은?’
[거품 자체는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능력이 없다. 그 조종자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다르겠 지.]엘시드의 말을 증명하듯이 모르스 가 움직였다.
놈의 몸뚱이에서 솟아오른 거품은
어느새 그 일대를 뒤덮을 정도로 늘 어나있었다. 지면에 닿으면 땅을 거 무죽죽한 색으로 물들이고, 허공에 떠있으면 대기를 오염물질로 바꾼다.
〈외법〉이 괜히 신성교단의 금기로 지정된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외법〉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외차원의 힘이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하기 때문이었다.
―죽어… 라!
그저 떠올라있을 분이었던 거품이 움직여, 레온을 집어삼킬 것처럼 그 주위를 포위하면서 밀려들어온다.
성검이 그에 맞서서 찬란하게 빛을 뿜어냈다.
천선이식 (天 三式)
메 라크 (Merak)
〈칠성검〉의 수평베기가 거품을 두 동강으로 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은 다 사라 지지 않았고, 심지어 벤 것들조차 두 개로 갈라졌을 분이었다.
선(線)으로는 안 된다.
레온은 그걸 깨닫자마자 검기의 형 태를 전환했다.
태양검 (太陽劍)
검 주변에 몰려있었던 오러가 다시 몸으로 되돌아와, 레온 주변을 감싸 듯이 휘몰아친다.
그러자 거품들도 더 접근하지 못하 고 주춤거렸다.
‘침식의 거품’도 실제 거품처럼 내 구력은 높지 않았다.
태양 속성의 오러폭풍에 닿았다간 그대로 증발하고 끝이다.〈칠성검〉처 럼 베어서 끊는 공격이라면 큰 손실 이 없지만, 저 열기에 닿는다면 대 량의 부피를 잃어버리고 만다.
—부질없는 짓을…!
하지만 모르스도 그 약점을 모를 리가 없었다.
놈은 ‘침식의 거품’을 불러낸 것도 모자라서 초고속영창으로 다음 외법 을 시전했다. 엑토플라즘의 형상이 다시 왜곡되면서 황새처럼 큰 부리 를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그 부리를 열어서 창백하 기까지 한 연기를 은은히 붐어내기 시작했다.
독인가? 아니, 외차원의 독 따위는 ‘정화자의 성흔’을 지닌 레온에게 통 하지 않는다. 체내로 침입해봤자 그 세포 몇 점을 오염시키기도 전에 소 거당한다.
그때 였다.
오싹.
레온은 난데없이 알 수 없는 오한 에 몸을 떨었다.
‘•••뭐지?’
제6감이 그가 인식하지 못한 위기 를 감지한 것…이 아니다.
추위 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러마스터 는 그 육체가 생물로서의 한계를 벗 어나, 한서불침의 영역에 도달해있 다. 추위와 더위를 감각적으로 느낄 순 있으나, 신체능력에 아무 영향도 안 받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레온의 근섬유는 몇 초 전 보다 명백히 뻣뻣해졌고, 호흡으로 스며들어온 한기가 폐를 저리게 할 정도였다.
[코퀴토스 (Cocytus) 의 시체 먹는 새로군.]엘시드는 그 한기의 진원지를 바라 보면서 말했다.
[영혼마저 얼려버리는 냉기를 날숨 으로 내뱉어, 죽은 자를 주식으로 삼는 괴조다. 물리법칙보다 한 단계 상위에 근거한 권능이니, 한서불침은 큰 의미가 없지.]‘ 해결책은?’
[〈오러블레이드〉라면 길항할 수 있 다.]‘좋아!’
레온은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태양검〉에 집중했다.
반경 5미터의 범위에 열을 집중시 키자, 아지랑이가 분연히 피어오르면 서 서리를 밀어냈다.
그러나 오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로도 더 나아갈 곳은 없었다. ‘침식의 거품’, 모르스가 앞서 불러 낸 외차원의 오염현상이 얼어붙은 채로 벽처럼 굳어있었기 때문이다.
시험삼아서 돌멩이를 하나 날려보 니, 거품의 벽에 닿자마자 침식당하 면서 벽 안으로 녹아들었다.
“동결된 상태로도 그 성질은 여전 한가.”
[시간끌기로군. 그렇다면 다음에엘시드가 다 말하기도 전에, 모르 스가 움직였다.
—id[15iLcCXd[guj;Q3Gn7JYdpbf)f)iiWk ’ ’
길다.
그 주문영창을 듣자마자 레온의 낯 이 굳어졌다.〈사령왕〉의 몸을 빼앗 으면서 놈■의 영창속도는 평범한 외 법사의 수십 배에 이르렀을 터.
그럼에도 수십 초의 시간을 요구하
는 주문이라면?
태양검 (太陽劍)
홍련이식 (紅連三式)
플레어 (Flare)
레온은 그 결론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치켜들었다.
모르스가 시간을 끈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성검으로도 다 막아내지 못할, 압 도적인 화력의〈외법〉으로 건곤일척
을 노리는 것! ‘침식의 거품’도, ‘코 퀴토스의 냉기’도 모두 포석에 불과 했다.
“꺼져라^–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성검을 내리 긋는다.
〈플레어〉가 그 궤도를 따라서 황금 빛의 열선을 내뿜어대니, 앞을 가로 막았던 거품의 벽이 살얼음처럼 산 산조각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달아 네 번 베어내니 거품의 벽 은 남김없이 걷혀나갔다.
하지만.
—늦었다! 여기가 네 종착지다, 용 사!
모르스의 외법은 이미 완성되기 직 전이었다.
등 뒤에 열려있는 차원의 균열로부 터 감히 어림할 수 없는 존재감이 흘러넘친다. ‘주시자의 성흔’조차도 제 주인의 몸을 염려하여 시야를 반 쯤 차단하고, 기감을 억지로 떨어트 리면서 경직당하는 것을 방비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숨도 한 번 쉬 기 어렵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크롬 두브(Drom Dubh)’라고…?!]엘시드가 그 기운의 진원지를 바라 보고서 경악했다.
[아니, 제대로 소환할 수 있을 리 가 없지. 격으로만 따지면 푼수년보 다도 몇 단계 위에 도달해있는 존재 다. 기껏해야 그 힘의 편린을 일시 적으로 방출하는 정도인가.]‘별 거 아니라는 뜻이야?’
[나한테는, 말이지. 전심전력으로 임해라. 네 역량으로 저걸 돌파하려 면 목숨을 걸어야할 거다.]‘뭐, 언제나처럼 하면 된다는 소리 잖아!’
레온은 그 즉시〈이카루스 윙〉을 역방향으로 분사해서 수백 미터를 더 물러났다.
“•••이렇게 거리를 벌려놓으면 다들 괜찮겠지.”
안 그래도 만신창이에, 여력이라고 는 한 푼어치도 남아있지 않은 동료 들이다. 레온과 모르스의 전력을 다 한 층돌에 휘말렸다간 크게 다치거 나 죽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하늘로 날아올라, 모
르스가 자신만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지점에서 검을 들어올렸다.
태양검 (太陽劍)
여기에서 승부를 본다.
그와 동시에 레온의 몸 근처가 황 금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백열하기 시작했다. 오러의 밀도가 순식간에 치솟으면서 보통 사람은 직시할 수 조차 없는 백색광으로 변화한다.
플라즈마의 빛.
오러와 신체능력 전반을 초월적으 로 강화하는, 태양검의 세 번째 오 의다. 임페리얼 가디언마저 몇 번의 공격으로 처참히 분쇄해버린 출력이 다시 한 번 깃들었다.
‘좋아, 할 수 있어! 그때와 달리 〈코로나〉를 쓴 상태에서도 느껴지는 부담이 훨씬 더 적어!’
신벌의 빛 덕분인지, 레온은 지금 만전은커녕 그 이상으로 강화된 상 태였다. 〈지극성십자〉를 펼치는 게 한계였던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최 대출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어느샌가 몸 주변과 마찬가지로 백
색으로 물든 날개,〈이카루스 윙〉이 레온을 보조한다.
지지대가 없는 허공에서도 완벽한 태세를 잡을 수 있도록.
칠성검(Grand Chari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