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50
스스로가 낸 결말을 믿어야한다.
믿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리안이 걸어나가야할 길 은, 다른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리안 임페리움 글라디우스 폰 클 라이드.’
클라이드 제국의 신황제가 자칭해 야할 이름이었다.
〈광황제〉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황 도 카렐룸에서 벌어졌던 소동은 그 끝을 맞이했다.
사악교단이 주도한 인신공양으로 비명횡사한 시민 수십 만, 카렐룸의 성문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두 군세 의 병사 수천 명,〈사령왕〉의 출현과 함께 쏟아져나온 악령들로 인한 살
육전의 희생자가 다시 수만 명.
시체를 쌓아올리면 산의 높이에 근 접하고, 피를 모으면 큰 호수를 만들 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희생이었 다.
문자 그대로 세기의 대사건이라고 할 만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혁명군과 페르마군, 신 성교단의 연합국은 이 참사를 불러 일으킨〈구마주교〉모르스와〈광황 제〉넥스의 목을 베어내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그 승리로부터 얻어낸 것은
초토화된 황도와 헤아릴 수 없는 양 의 시체가 썩어가고 있는 폐허뿐이 었다.
그중에서 한 가지 다행이라고 한다 면, 악령무리와의 사투를 치르던 과 정에서 큰 피해를 입은 페르마군이 순순히 황도에서 물러갔다는 것 정 도일까.
발테르는 마지막까지 리안과 그 일 행에게 한 마디의 인사도 남기지 않 고 본국으로 되돌아갔다.
—여신의 대행자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소. 언젠가 또 등을 맞댈 기회가 온다면, 그때야말로 이
발테르의 이름을 기억해주시기 바라 겠소.
너덜너덜한 상태로도 두 눈을 빛내 며, 발테르는 페르마군의 최후미에 남아서 레온과 말을 나누었다.
호승심은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어른거리는 빛은 오로지 경외심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왕 로드릭의 전설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무인이 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베 어내서 하늘을 찢어발기고, 발을 굴 러서 땅을 뒤집었다는 대영웅. 그와
같이 성검을 물려받은 용사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특히나〈종말의 뱀〉을 때려부수던 백금빛의 삼각뿔은, 그가 목숨을 불 태우더라도 감히 대적할 자신이 없 을 정도였다.
—…클라이드는 약해졌소.
발테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오 로 노려봤던, 이제는 그 흔적조차 처 참한 카렐룸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연민 따위로 복수심이 희석된 것은 아니었으나, 다 죽어가는 원수의 목 을 짓밟는 걸 복수라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이 자리에서 싸움을 계속하지 않 아도, 향후 백 년간은 그 성세를 회 복하지 못하겠지. 아니, 페르마를 비 롯한 주변국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 을 것이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등을 맞댔던 전우들에 게 칼날을 들이대는 것도 싫다면서, 노장(老將)은 그렇게 떠나갔다.
결전으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이었 다.
폐허가 된 카렐룸에는 혁명군과 신 성교단이 남았고, 며칠이 더 지나가 니 몸을 추스른 성철쇄기사단이 제 각기 담당구역을 향해서 떠나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달을 드러눕더 라도 이상하지 않은 일을 겪었음에 도, 그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혹독한 단련과 신앙으로 무장한 철 인들다웠다.
“뭐, 그래도 몇 명은 남아있는 것 같지만.”
레온은 숙소 창문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거나, 담 당구역에 돌아가도 딱히 할 일이 많 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추기
경도 아델라 한 명이 잔류하면서 성 철쇄기사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 만한 일은 없어보이 네. 돕겠다고 나서도 괜히 소란만 키 울 것 같고.’
〈사령왕〉과의 싸움에서 그는 누구 보다 큰 활약상을 보였고, 수 킬로미 터 밖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화 려하기 그지없는 오의를 몇 번이나 사용했다.
인상착의만으로도 알아보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혹시 모를 일이지만 〈사령왕〉의 염파를 주워들은 자가 있다면 그 정체 또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전후처리로 할 일이 산 더미 같은 상황에, 그러한 평지풍파 를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몸도 상당히 괜찮아졌는데, 수련이 라도 좀 할까?’
[아직이 다.]
인적 없는 공터로 향하려던 레온의 발이, 엘시드의 단호한 목소리에 덥 석 붙잡혔다.
[성흔과 회복성법 덕분에 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네 영육은 지 금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상태야. 억
지로 격을 높인 것도 모자라서 과도 한 오의사용,〈종말〉에 직접 뛰어들 기까지 했었으니 적어도 한 달은 요 양해야한다.]
레온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기 에 깜짝 놀랐다.
‘한 달씩이나?! 어디가 아프거나 한 것도 아닌데…!’
[심기체(心氣體)의 영역으로 구분하 자면, ‘체’보다는 ‘심’과 ‘기’의 문제니 까.〈코로나〉같은 자기강화계 오의 의 고질적인 단점 중 하나지. 몸의 손상은 둘째치고 오러가 흐르는 경 맥과 그 통제를 담당하는 심지를 망가트리 거든.]
단순히 육체강도가 높다고 그 과부 하를 견딜 수 있다면, 몸 자체의 내 구력이 인간족보다 막강한 수인족은 강화계 오의로 드래곤도 때려죽일 수 있는 수준에 달할 것이다.
그러나 오러는 단순하게 ‘체’에 귀 속된 힘이 아니며, 정신과 영혼까지 합일해야만 마스터의 경지에 닿는 능력이었다.
오러로 몸을 과부하시키면 그 반동 은 당연히 정신과 영혼에 전해지고, 육체와 마찬가지로 한계점을 넘어서 면 붕괴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손상
을 입게 된다.
[당분간은 그냥 푹 쉬어라.〈오성 전륜거〉의 감각은 다 낫고 난 후에 되새겨도 늦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도달했던 영역에 다시 진입하는 것 은 어렵지 않으니까.]무아지경의 영역에서 쓴 기술은 완 전히 터득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 서 레온은 알게 모르게 조급해져있 었다.
〈오성전륜거〉를 터득하면〈칠성검〉 의 완성까지 앞으로 두 걸음밖에 남 지 않으니, 무인으로서의 향상심이 끓어오르는 게 당연했다. 엘시드의
제지가 없었더라면 당장 공터로 뛰 쳐나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너무 서두르다간 될 일도 그르치는 법이다.
[가만히 있는 게 불안하다면, 몸과 오러를 움직이는 대신에 명상해봐라. 기와 체의 단련은 지금까지 한 것으 로도 충분해. 다음 경지로 도약하려 면 ‘심’을 더 강건하게 만들어야한 다.]
‘마음을 더 강건하게 만든다고?’
[그래.〈오러블레이드〉의 근원은 신 체능력이나 오러 따위가 아니야. 염
(念), 마음의 힘이지. 불가능을 가능 의 영역으로 떨어트리고, 상위차원에 간섭하거나 물리법칙을 능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예를 들자면, 세드릭의〈만상참절〉 은 ‘내 검은 무엇이든지 베어낼 수 있다’라는 아집에서 비롯되었다. 본 래대로라면 미친 사람의 헛소리로 끝났어야할 인식이, 그 광기의 영역 에 달한 정신성이〈오러블레이드〉로 개화한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가 되지 않는 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진
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오러블 레이드〉는 현실을 초월한다.
[너의〈태양검〉도 마찬가지다. 네 마음에 진정으로 태양을 품을 수 있 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 을 발휘할지도 몰라. 한 명의 인간이 휘두르는 검이 항성의 초열에 도달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 다.]지금으로서는 너무 까마득한 이야 기인가? 하고 엘시드는 그 가르침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레온은 잠시 그 의 조언을 되새겨보다가, 공터가 아 닌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엘시드의 말을 듣고서 수련하는 것 은 포기했지만, 주변이나 한 바퀴 돌 면서 산책이라도 할 셈이었다.
그리고 그는 곧 층계참에서 카렌을 마주쳤다.
“ 카렌?”
“아, 레온! 나갔다오려고?”
“가만히 방에 있으니까 좀이 쑤셔 서.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같이 갈래?”
카렌은 그의 제안에 한순간 넘어가 려는 것처럼 고개를 반쯤 끄덕였다가, 이내 세차게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끄응, 오늘은 사양할게. 엘라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지난번 싸움에서 깨달은 게 있다보니 그걸 고민해보 려고.”
카렌은 거절하고도 내심 아쉬웠는 지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스스로가 한 말을 뒤집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사령왕〉과의 전투는 그녀에게 있 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경험이었 다. 마땅한 급소가 존재하지 않고, 부피가 어마어마한 엑토플라즘의 특 성상 크게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말 이다.
엑토플라즘은 물질과 비물질의 경
계이며, 실체를 얻은 영체. 그 속성 은 그림자와 유사한 부분이 존재했 다.
‘만약 내〈칠흑무도〉가 엑토플라즘 의 그 특질을 모방할 수 있다면, 몸 을 그림자로 변환해서 체적을 조절 하거나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 을지도 몰라.’
누군가는 그 가설을 듣자마자 불가 능하다고 단언하겠지만, 카렌은 층분 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중요했다.
〈오러블레이드〉는 타인의 말이나
세간의 상식 따위가 아닌, 스스로의 의념에 집중해야만 다음 경지로 나 아갈 수 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벽을 하나 넘은 것이다.
“ 엘라는?”
언제부턴가 애칭으로 부르게 된 레 온이 묻자, 카렌은 어느 방향을 가리 키면서 말했다.
“시가지에서 봉사활동 중이야. 부 상병도 많이 남아있고, 그 와중에 재 건작업까지 하고 있다보니 사고가 좀 생기나봐.”
“재건작업이라, 황도를 다시 쓸 생 각인가?”
“그렇겠지?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방치하기에는 너무 터가 괜찮으니까. 예전처럼 수도로 기능하려면 10년 단위의 세월이 필요할 것 같지만서 도.”
레온은 그 말에 수긍하면서 숙소를 빠져나왔다.
시가지로 나오자마자 거의 느껴지 지 않던 인기척이 늘어나, 곧 부산하 게 움직이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들 어 왔다.
혁명군, 이제 정규군으로 인정받게 될 리안의 군대였다.
동료를 많이 잃었다지만 결국 승리 한 게 기쁜지, 병사들의 얼굴은 대체 로 밝은 편이었다. 새 황제의 편을 들어서 전쟁에 이긴 셈이었으니, 후 한 보상이 내려질 터였다.
‘이대로 계속 평화가 찾아온다면, 말이지만.’
발테르의 말을 떠올린 레온은 그 웃음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가 한 말대로였다.
클라이드는 먼 옛날부터 너무 많은
악연을 쌓았다.
마스터 대다수를 잃고, 황도의 수 비군마저 전멸당한 상태로 감당할 수 있는 업보가 아니었다. 최소 국토 의 절반을, 어쩌면 그 이상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리안은 설령 왕국으로 격하될지라 도 이 나라를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가.”
클라이드의 미래를 생각하던 레온 이 쓴웃음을 홀렸다.
남말할 때가 아니었다.
이번 전쟁에서 두 명의〈구마주교〉 를 토벌했다지만, 그들의 배후에 존 재하는 대주교의 위협은 여전했다. 넥스의 말마따나 그 정체가 드래곤 이라면, 그를 제외한〈구마주교〉를 다 합친 것보다 대주교 하나가 열 배는 더 위협적이리라.
수족을 모두 잃어버린 대주교가 어 떻게 반응할까? 빈자리를 대체할 만 한 수족들을 또 만들까? 아니면一
[직접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엘시드가 말했다.
[내 생전에도 놈은 ‘용사의 출현’에
크게 반응했다. 내 앞에 나타나는 사 악교단의 똘마니들도 수십 배나 많 아졌고, 귀찮은 수작질을 걸어오는 빈도 역시 그 이상으로 늘었지. 이유 는 잘 모르겠다만, 놈은 ‘용사’에게 집착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주교의 얼굴 한 번을 못 봤다고?’
[놈이 직접 날 만나러온 적이 없었 으니까. 내가 그 종적을 쫓아봐도 꼬 리가 안 보일 정도로 치밀하기도 했 고. 나중에 안 거였지만, 그 수작질 은 내 힘을 재어보려고 한 짓이었어. 그걸 알았더라면 적당히 약한 척이라도 해봤을 텐데.]
‘너, 설마…?’
레온이 제 말꼬리를 흐리자. 엘시 드는 그의 추측대로라면서 머쓱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귀찮게 굴다보니 까 그 본거지가 숨어있던 산째로 날 려버린 적이 있었지. 지명(地名)이 아마 아틀란인가 아들란인가 그랬을 텐데.]‘아틀란 협곡 말하는 거야?’
[내가 한 방 날리기 전까지는 아틀 란 산맥이었어.]산을 도려낸 것도 모자라서 지표를 깊숙이 베어, 협곡으로 바꿔버리는 일격이라니?
그마저도 자꾸 치근덕대는 놈들이 귀찮다고 쓴 것이었으니, 전심전력으 로 휘두른 것도 아니었으리라.
할 말을 잃어버린 레온이 중얼거렸 다.
“•••드래곤이고 나발이고 다 쫄아서 안 나올 만하네.”
사악교단은 그날 이후로 전 대륙에 서 활동을 멈추고, 성왕 로드릭이 그
자취를 감출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 다.
대주교도 그걸 보자마자 깨닫고 만 것이다.
저 괴물하고 맞붙는다면 이길 방법 이 없다고.
드래곤의 자존심도, 사악교단의 시 초가 될 정도의 광기로도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전투능력의 격차! 마왕 도 뒷산의 고블린 한 마리 때려잡듯 이 도살했던 로드릭의 강함은 그가 기어오를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들었 다.
하지만 레온의 힘을 본 대주교는 알았으리라.
그와 로드릭은 완전히 다른 존재라 고.
“아, 그러고 보니.”
레온은 그동안 자주 생각했으면서 도 혹시 실례일까 싶어서 할 수 없 었던, 그 화제를 입에 담았다.
“너는 왜 죽은 거야? 초월자라면 수명에 관계없이 그 삶을 계속할 수 있잖아.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도 아닐테고.”
[음.]“기분 나쁜 질문이라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아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서 좀.]엘시드는 정말로 그 말이 의외였다 는 것처럼 반문했다.
[너는 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데?]“•…”뭐?”
이번에는 레온이 벙찔 차례였다.
성왕 로드릭.
300년도 더 전에 활동하면서 수많 은 전설을 써내리고, 인류 역사상 최 강자로 그 입지를 굳힌 대영웅이다.
문헌의 기록에서 서술해놓은 그의 무력이 워낙 초월적이라, 실존여부를 의심받은 적도 몇 차례 있었으나 그 흔적이 많고 뚜렷하다보니 별 문제
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위명을 깎아내리려는 자들은 무수했다.
신성교단이 전 대륙에 그를 우상화 한 결과라느니, 몇 명의 공적을 ‘로 드릭’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느니. 마땅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지껄 여대는 놈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의심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로드릭의 죽음이었다.
“•••잠깐만.”
두 눈만 깜빡거리던 레온이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너는 안 죽었다고?”
엘시드는 그의 반응에 만족하듯이 씩 미소지었다.
[생각해봐라, 제자야. 네 말대로 초 월자는 수명에 얽매이지 않고, 날 무 력으로 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었다. 단일개체분만 아니라 세력이라도 마찬가지였지. 전 대륙이 날 상대로 싸우더라도, 결국 마지막 에 서있는 건 나일테니까.]실로 광오한 발언이었다.
옛 시대의 드래곤들도 국가 하나를 대적하면 승산이 높다고 할 수 없었 다. 인간족의 강함은 단일개체로서의 강함이 아닌, 무리를 이룰 때야말로 부각되는 것이었으니까.
아인종 C亞人種)에서 단일개체로서 인간보다 약한 종족은 한 종류도 없 었다. 엘프족도, 드워프족도. 수인족 들조차 평균치의 능력을 비교하자면 인간족을 크게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전 대륙 의 패자가 된 것은, 수가 늘어날수록 모든 분야에서 성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사령왕〉처럼 격 자체가 다른 존재라면 수의 힘도 무의미해 지지. 마왕을 쓰러트렸을 적만 하더 라도 난 반신급을 넘어서, 완전한 신 위까지 한 걸음만 남은 상태였다.]그랜드마스터의 영역마저 한참 뛰 어넘어서, 의지를 발하는 것만으로도 ‘법칙’에 간섭하는 영역.
일시적으로 세계를 덮어쓰는 것에 불과했었던 염력(念方)이, 범위 안에 서는 반영구적인 개변으로 진화한다. 완전한 신위에 도달한다면 제 영역 에서 반신급 미만의 존재들은 호흡 한 번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괜히 엘시드가 전 대륙을 상대하더 라도 승리를 장담하는 게 아니다. 거 기까지 생각한 레온은 한층 더 의문 이 깊어졌다.
“정말로 죽지 않았다면 왜 갑자기 종적을 감춘 건데? 아니, 죽지는 않 았더라도 활동할 수 없게 된 건가?”
[정확하다.]
레온의 추측을 긍정한 엘시드가 입 을 열었다.
[여신도, 나도 짐작하지 못했지. 그 때까지만 해도 난 지상에 백 년은
더 남아있을 생각이었거든. 완전한 신이 되어봤자 저 푼수년처럼 지상 만 내려다보면서 전전긍긍할테니.]
“인과율인지 뭔지하는 것 때문에?”
[그래. 상위차원의 존재가 하위차 원에 간섭하면, 그 반동이 어마어마 하게 돌아온다. 자연재해로 끝나면 다행이지. 차원의 균열이 두 자릿수 로 생길 수도 있으니까』사악교단의 대주교를 결국 처치하 지 못한 것 또한 로드릭이 승천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라지만,
후세대에 크나큰 우환이 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드릭은 그를 잡아죽이기 전에 승천해버렸다.
[업(業)의 개념은 기억하고 있지‘?]“ o ”
흐
[내 경우에는 그 업을 너무 과하게 쌓아버린 게 문제였다. 외차원에서 온 괴물들을 만 단위로 쓸어버리고, 마왕도 혼자 토벌했지. 필멸자 하나 에게 쌓이기에는 너무나도 큰 업이, 날 상위차원으로 견인해버린 거다.]“……그게 가능해?”
[신계의 기록에서도 내가 처음이라 더군. 낮잠 좀 자고 일어났더니 천상 이고, 푼수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니 까? 얼마나 황당했는지 아냐?]
본의 아니게 승천해버린 로드릭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여 신과 함께 인류를 관리하는 자가 되 었다.
로드릭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큰 소동이 될 뻔했지만, 여신의 신탁 덕분에 겨우 무마할 수 있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