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63
어느샌가 두 사람도 침묵하고 있었 다.
그의 등판에 와닿는 시선을 느끼면 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먼 옛날부터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고독이 새삼스럽게 몸을 휘감아왔지 만, 천천히 따라오는 기척 하나와 허 리춤에 매달려있는 검의 무게가 그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녀올게.”
카렌과 엘라한에게 한 마디를 남기 고, 레온은 몇 걸음을 더 내디뎌서 ‘유명곡’의 경계선을 넘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구웨엑! 이게 뭔 냄새야!]엘시드에게 할 말을 빼앗긴 레온이 즉시 후각을 차단했다.
안 그랬으면 목구멍까지 올라온 위 액이 튀어나왔으리라.
‘유명곡’의 안개를 파고들자마자 그 비강을 후벼파듯이 온갖 악취가 스 며들어왔다.
[똥물에 며칠 담가놓고 덜 말린 걸 레 같은 냄새로구만!]‘•••그 비유 때문에 더 구역질나니 까 그만두면 안 되냐?’
레온은 진심으로 부탁하면서 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뿜어져나온 불 길이 안개를 태워, 부옇게 가려졌던 시야를 확 트이게 했다.
로델린이 그걸 보고서 레온의 옷깃 을 잡아당겼다.
“마스터, 시야를 확보할까요?”
“응? 아, 그래. 부탁해.”
“알겠습니다 ‘파이어 웨이브(Fire-Wave)’ 를 발현, 진로상의 안개를 제거합니 다.”
그를 등지고 한 걸음 나선 로델린
이 조그만 손바닥을 펴자, 4위계 공 격마법이 무영창으로 펼쳐졌다.
드래곤이 설계한 마법각인은 현대 마법의 상식을 초월한다.
반경 50미터를 휘몰아치는 불길이 ‘유명곡’의 썩은 공기마저 걷어내면 서 가시거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안 통하나본데.”
“마경 자체의 수복력으로 추측됩니 다. 원천적인 파괴는, 현 상태에서 불가능합니다.”
불길로 걷어내자마자 안개가 다시
몰려들어, 잠깐 드러났던 지형지물을 애매모호하게 감췄다.
시력(視方)과는 무관한 종류의 방해 였다.
두 눈에 오러를 불어넣어도 안개를 투과할 수 없다.
레온은 결국 ‘주시자의 성흔’을 켠 후에야 안개로 덮여있는 마경을 직 시할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가시거리는 백 미터 남짓이었지만.
“오는군. 손님대접이 아주 융승한 데.”
“처치할까요?”
“아니, 내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자기방어에 집중해.”
그에 수긍한 로델린이 몇 걸음 물 러서서 방어막을 펼쳤다.
‘엑자일 배리어’다.
4대 마경의 괴물들이라도 외곽 따 위를 배회하는 괴물들에게 뚫릴 마 법이 아니었다. 레온은 그 모습에 한 시름을 놓으면서 성검을 뽑아들었다.
스릉, 하는 소리에 축축한 공기마 저 잘려나가는 듯했다.
“엘시드.”
[그래.]그 부름에 답한 엘시드가 말했다.
[첫 번째 과제를 주마. 지금부터 너는 〈오러블레이드〉는 물론이고 〈오러웨폰〉과 같은 기술을 쓰면 안 된다. 오러가 검의 외부로 방출되는 기술 일체를 금지한다.]“•••뭐?”
[너의〈태양검〉이나〈칠성검〉은 너 무 강하고 편리해. 빛과 열을 모아서 칼날을 형성하니, 그 사정거리는 물 론이고 위력 또한 막강하지. 그래서 인지 네 검권은 점점 허술하게 변하 는 경향이 있었다.]레온의 놀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엘시드가 지적했다.
[무인에게 있어서 간합은 곧 생명 이며, 세계의 경계선. 너는 이 유명 곡에서 그걸 처음부터 바로잡아야한 다.]“검 하나로 전부 해치워라, 이거 군.”
[그래, 간단하고 쉽잖아?]엘시드가 낄낄 웃었다.
[몸풀기로 천 마리쯤 베고 나서 그 다음으로 넘어가보자.]바로 그 직후였다.
‘유명곡’의 짙은 안개를 뚫고, 생사 의 경계를 잊어버린 괴물 한 마리가 정확하게 레온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사족보행 (四足步行).
안개 너머로 흐릿하게 비치던 실루 엣만 봐도 인간과는 다른 생물이었
다.〈안법〉으로 놈의 움직임을 주시 하던 레온은 금방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기척이 없다.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미세하게 품 을 수밖에 없는 힘, 그 힘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푸르스름하게 빛나 는 안광만이 놈의 동선을 알려줄 따 름이 었다.
‘과연, 기감으로는 안 된다는 건가.’
오러마스터의 기감이라면 오감을 폐쇄한 상태로도 반경 수 미터를 제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유명곡’에서는 그 능력이 통용되지 않는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괴물들의 동력은 ‘유명곡’ 내부에 만연하게 확 산되어있는 안개였으니까.
그롸아아아악-!
녹아내린 살점 안에서 경추뼈가 꿈 틀거린다.
가래가 끓어오르는 듯한 포효를 내 지르며, 안개를 파헤치고 나온 헬하 운드가 이발을 드러냈다.
치아 곳곳에 들러붙은 점액은 타르 처럼 검다.
‘유명곡’에 진입하기 전에 본 시체 꽃을 연상케 했다.
‘마물로서의 위험도는 B+랭크 정도 인가.’
레온은 냉정하게 그 움직임을 끝까 지 바라보다가, 놈의 발 하나가 돌부 리에 채이자마자 움직였다.
콤마 1초도 안 되는 버벅임.
그마저도 필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마스터였다.
푸직!
단칼에 두 동강이 난 헬하운드의 사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성검으로 직접 벤 탓일까.
놈■의 사체는 발작처럼 한 번 꿈틀 거리더니, 용광로 앞에 둔 얼음처럼 빠르게 녹아버렸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순간적으로 그 내부를 관찰했던 레 온이 중얼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헬하운드의 오장육부는 이미 형체 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너져있 었고, 근육은 물론이고 뼈 또한 골수 까지 삭아서 그 운동능력을 상실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별 지장도 없이 돌진해왔다.
‘그래, 알았어.’
엘시드의 말에 잡념을 다 떨쳐버리 고, 레온은 안개 너머로 어른거리는 괴물들의 형체를 노려보았다.
헬하운드는 그 웨이브의 전조에 불 과했다.
안개를 거부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유명곡’은 그 이물질을 배제하기 위
해서 괴물들을 움직인다던가. 윌리엄 이 준 정보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죽어서도 안식을 못 찾은 괴물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오우거!’
그중에서도 한 마리가 주변 괴물들 을 짓밟고 튕겨내면서 그 속도를 높 였다. 언데드의 상징 중 하나인 청색 안광, 불길하기 그지없는 빛을 붐어 내면서 손에 쥔 몽둥이를 치켜세운 다.
레온은 그에 맞서서 거침없이 한 걸음 내디뎠다.
〈태양검〉도,〈칠성검〉도.
〈오러블레이드〉와〈오러웨폰〉을 금 지당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로 물러 서거나 겁 먹을 이유가 없었기에.
후웅!
정확하게 두 치 차이로 몽둥이를 흘리고, 놈의 품 안에 한 걸음 들어 선 레온이 도약하면서 검을 쳐올렸 다.
복부에서부터 심장, 목젖을 넘어서 정수리까지.
상반신이 좌우로 갈라져버린 오우 거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허물어진
다. 진물과 함께 녹아내리는 시체를 뒤로 한 채, 다시 한 걸음 앞으로.
푸른 안광으로 번들거리는 눈깔 수 십 쌍이 포위하듯이 그를 둘러싸, 그 물량으로 짓누르고자 덮쳐온다.
평소대로라면〈태양검〉으로 일소했 겠지만一
‘검기(劍技)만으로 돌파해야한다.’
엘시드가 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서, 레온은 칼날 부근에 머무르려던 오러를 회수했다.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동공이 적을 파악한다.
전방에 오크, 좌측에 트롤, 우측에 놀, 상공에서 내리꽂히는 와이번과 하피 몇 마리. 최선의 궤도로 베어내 도 일검에 뚫을 수 있는 숫자가 아 니었다.
그렇다면.
키잉.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던 오러가 가 속한다.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 두 번 으로 안 된다면 세 번.
적의 움직임에 맞춰서 참격궤도를 설계해, 상대방이 간격을 좁혀오는
것보다 더 빨리 밀어낸다.
벼락처럼 내붐는 일섬(一閔).
쩍!
전방의 오크를 사선으로 두 동강내 고, 휘두른 검의 관성을 따라가면서 좌측에 선 트롤의 머리통을 쪼갠다.
그리고 그 몸뚱이가 녹아내리기 전 에 걷어차서 도약해, 등 뒤를 노리던 할버드째로 놀을 토막냈다.
여기까지가 콤마 8초.
세 마리를 처치하자마자 와이번의 발톱이 가까워진다.
산송장이 된 놈의 무게는 생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불사성이 한층 더 기세를 늘렸 다. 두 동강을 내더라도 그 압력에 잠깐이나마 발이 묶일 터.
‘정면에서 대적해서는 안 된다.’
반사적으로 맞받아치려던 레온이 검을 멈추고, 측면으로 반 걸음 비켜 서면서 칼날을 올려쳤다.
위에서 아래로의 낙하.
상대방이 더 유리한 입지와 조건을 가졌음에도 그저 힘으로 대항하는 것은 하책(下策)이었다. 보다 효율적
으로, 제 불리를 극복하는 수로 그 난관을 파헤치는 것이야말로 무예.
〈태양검〉의 출력으로 적을 일소하 더라도 그건 무예가 아닌 기공(氣功) 에 불과하다.
레온은 왠지 모르게 엘시드가 한 말을 이해했다.
촤악
목덜미가 반 이상 도려져나간 와이 번이 땅을 후벼파면서 그 기세로 추 돌한다. 그리고 날개뼈가 으스러지고 피막이 찢어져, 유리로 된 공예품처 럼 산산조각났다.
성검에 베이자마자 불사성을 잃고, 도저히 기능할 수 없는 상태였던 몸 이 붕괴한 것이리라.
한 호흡의 여유.
레온은 그 틈에 재정비하면서 ‘주 시자의 성흔’으로 유명곡의 안개를 꿰뚫어보았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군. 천 마리 는 금방 잡겠는데?”
[뭐, 말이 천 마리지 그건 중요하 지도 않아. 방금 전처럼 네 무예의 어긋남을 고쳐나가는데 집중해라. 한 동작 한 동작을 세심하게 복기하면
서 검권을 바로잡는 거다.]
“〈태양검〉에 너무 의존한 게 문제 였으려나?”
[아니, 네 오러블레이드는 충분히 잘 만들었어.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들도 많았고.]엘시드가 그의 조급한 마음을 진정 시켰다.
[결국 무예는 절차탁마(切猛球磨), 끊임없이 갈고닦아서 그 끝에 완벽 을 추구하는 것.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면, 도중에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는 길이다.]그의 조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물 들이 밀려들어온다.
직전의 몇 마리는 맛보기에 불과했 다는 것처럼, 백 단위의 언데드들이 푸른 안광을 불태우면서 돌진했다.
고통을 모르고, 두려움을 모른다.
심장마저 싸늘하게 식고, 뇌수가 썩어문드러진 놈들의 골통 안에 후 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돌 진대형 역시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돌부리에 발이 걸려넘어진 놈들은 후열에서 온 놈들에게 짓밟혀, 다진 고기처럼 변해서 땅에 눌러붙었다.
그 꼬락서니가 되어서도 불사성 때 문에 죽지 못하고, 피와 살점이 꿈틀 거리는 모양새가 실로 역겹다.
끼에에에에에엑一!!
누구보다 먼저 레온의 앞에 도달한 괴물, 시체꽃에 뒤덮인 드라이어드가 밴시와 같은 귀곡성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전신으로부터 굵고 큰 독가시를 쏘아낸다.
한 발만 적중해도 저주를 형상화한 독이 혈관을 오염시키게 될 터.〈태 양검〉을 전개했다면 그 탄막째로 놈 을 불태워버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레온이 차 선책을 꺼내들었다.
카카카카캉!
칼날이 아닌 검면으로 빠르게 휘둘 러, 벽을 치듯이 놈이 쏜 독가시를 모조리 되받아쳤다. 몇 발 정도는 검 을 동과해서 몸 곳곳에 스쳤으나. 그 의 갑옷은 드레이크의 부산물을 타 이탄족 대장장이가 직접 두드려준 물건이었다.
허무하게 튕겨나간 독가시들이 우 수수 떨어졌다.
그걸 확인한 레온은 즉시 공격태세 로 전환하여, 무방비하게 서있는 드 라이어드의 목을 쳐날렸다.
그러나.
“윽‘?!”
땅속에서 튀어나온 손이 레온의 발 목을 붙잡고, 전방위에서 시체들의 파도가 덮쳐들어온다.
신속한 반응으로 그 손목을 밟아부 숴서 자유를 되찾았지만, 콤마 몇 초 남짓한 지연조차 치명적이었다. 어느 샌가 코앞에 들이닥친 오크의 글레 이브가 아슬아슬하게 앞머리 몇 가
닥을 끊고, 그 뒤를 따르듯이 다이어 울프가 이빨을 들이밀었다.
‘발목을 잡은 건 랫맨(Rat-Man)인 가. 안 그래도 기척감지가 어려운 놈 이 기감에도 안 잡히니까 허를 찔렸 어…!’
그의 검권이 미숙하다는 증거이기 도 했다.
〈태양검〉을 발현하지 않은 상태에 서도 검의 사정거리 안은 손바닥처 럼 볼 수 있어야하는데, 레온은〈오 러블레이드〉를 쓴 상황에 익숙해져 서 제공권의 장악이 조금 부실했다.
하지만 그는 제 부족함에 움츠러들 지 않았다.
더 빠르게, 더 예리하게, 더 정확 하게.
1초 전의 자신보다 더 나아진다면 그걸로 층분하다.
‘짧고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유연함 을 잃지 않도록.’
불필요한 동작을 단축시킨다.
한 치 차이로 피해내던 공격을 반 치 차이로 흘리고, 반 치 여유로 반 격하면서 머릿수를 줄인다. 글레이브 를 튕긴 성검이 오크의 머리통을 깨
부수고, 디딤발로 허리 아래를 파고 들려던 다이어울프의 턱을 걷어찼다.
일검일살(一劍一殺)에 집착하지 않 는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다는 말처럼, 무예에서 수 싸움은 기 본이면서 궁극. 열 수 앞을 내다보고 둔 수와 백 수 앞을 내다보고 둔 수 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레온의 집중력이 그 심도를 한층 더 늘리면서, 그의 육감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영역을 넘보기 시작 했다.
“―여기인가.”
발밑을 내려다보는 일도 없이, 레 온은 반 볌쯤 들어올렸던 오른발을 힘껏 내리찍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파인다.
눅눅하게 썩은 흙에서 날 소리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에 레온의 발목을 잡아챘던 랫맨이 그 부서진 골통과 함께 뇌수를 질질 홀 리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검권(劍圈).
오러를 방출하지 않아도 마스터급
은 그 범위를 제 영역으로 삼아, 무 의식중의 염력으로 탐지할 수 있다.
[오러를 쓸 수 있냐 없냐는 사실 아무래도 좋아. 네 의지가 견고하게 벽을 세운다면, 오감을 모두 봉쇄한 상태라도 그 벽 안에서 일어나는 현 상을 관측할 수 있지.]엘시드가 마치 독백하듯이 말했다.
[염력의 운용이 극에 다다르면 그 범위를 자신만의 세계로 격리하여, 시공간이나 인과에 간섭하는 것조차 가능하다. 그게 가능해진 놈들을 바 로 초월자. 그랜드마스터라고 부르 지.]신족조차도 경시할 수 없는, 필멸 자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상위존재 에 간섭할 수 있게 된 괴물들이다.
옛 시대에 드래곤슬레이어 혹은 신 살자로 이름 높았던 존재 대부분은 이 경지에 들어선 자들이었다.
현대에는 카심 한 명 말고는 존재 여부조차 불명확하나, 그 시절에는 두 자릿수의 초월자가 있었다. 드래 곤이나 신족들과 더불어 외차원의 침략자들에 맞서싸우고, 수많은 전설 을 쓰고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자들 °1.
[뛰는 법도 모르는데 날아보라고
할 생각은 없어. 처음에는 그 경계를 긋는 방법부터다. 마법사가 자신의 법칙으로 안과 밖을 구분한다면, 무 인은 훨씬 더 간단하고 쉬운 편이 지.]
레온은 어느샌가 무아지경에 들어 서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괴물들을 홀린 것처럼 베어넘기며,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제 의식의 심 층부로 흘린다.
실로 기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