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95
인류는 300년만에 그 공포를 다시 실감했다.
“•••다 죽겠네. 조금 아쉬운걸.”
엘프 특유의 초탈함으로 동요를 가 라앉힌 대마법사’, 애스트리드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브리트라가 나타나자마자 오브 다 섯 개가 일제히 과부하에 걸리고,
〈성좌마법〉의 연결마저 뚝 끊어졌다. 그녀의 성취로 대적할 수 있는 존재 가 아니었다.
격 낮은 자들로서는 간섭이 아예 불가능한 무적자.
만약에 저 괴물을 쓰러트릴 수 있 는 자가 존재한다면.
“동격(同格)에 올라섰거나, 극상성 에 해당하거나겠지?”
어느샌가 그녀의 곁에 다가선 모험 가, 티론이 말했다.
전 대륙의 위험지역을 매일같이 돌 아다니며,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였기에 공포를 떨칠 수 있었다. 온 실 속 화초처럼 성장했다면 마스터 고 뭐고 오줌을 지리면서 실신했으 리라.
마왕 브리트라는 그러한 존재였다.
“하하하! 용사님이 저걸 이겨주시 길 빌 수밖에 없겠구만!”
티론은 자조 섞인 웃음소리를 토해 냈다.
단신으로 마운틴 웜을 때려잡고서 온 세상이 적이 없으리라 자부했건 만, 투지를 불러일으킬 수조차 없는 존재라니?
무인이 아닌 애스트리드는 그 심정 을 이해하면서도 공감할 순 없었으 나, 그보다 한참 더 살아온 연장자로 서 위로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너무 자책하지 마. 일단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 아 직 젊잖아?”
“•••동년배들이 손자 볼 나이도 지 났는데, 그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또 몰랐군.”
제 뒤통수를 괜히 긁적거리던 티론 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 아가씨께선 지금부
터 어떻게 처신해야한다고 생각하시 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가씨라니, 나…?”
“ 거슬렸나?”
“아니, 괜찮아. 익숙하지 않은 호칭 이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다시 무표정하 게 바꾼 애스트리드가 먼 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처신해야하는가…라. 글 쎄.”
그녀의 눈동자는 곧 빛을 담았다.
활화산과도 같은 분노에 휩싸여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어둠으로 내 리꽂히는 섬광을.
“저 싸움에 최대한 휘말리지 말아 야겠지?”
마왕과 용사.
그 최종결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브리 트라.”
레온은 격노했다.
전신에서 뿜어져나온 오러가 태양 처럼 그를 감싼다.
피가 불꽃으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 럼 뜨거워진 몸이 뇌수를 끓이면서 부글부글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초월자로서 다듬어진 감각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만들 었다.
〈둠 브레스〉로 죽어나간 연합군은 최소 만 단위다.
그가 제대로 다 막아내지 못했기 에, 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
다. 한 명 한 명이 죽음을 각오하고 세계를 구해보겠다 마음먹은 사람들 일진대.
유족들에게 전할 물건도, 시신조차 도 남기지 못했다.
레온식 심검(Leon式 Mind-Blade)
독존성광(獨尊星光)
광천사성좌(臟火四星座)
시야를 붉게 물들이는 분노가, 검 을 끌어당겼다.
스스로도 어떻게 한 건지 모를 정 도로 맹렬하게, 신속하게 네 번의 〈칠성검〉을 연계한 레온이 몸을 기 울였다.
그와 동시에〈이카루스 윙〉이 전개 되었다.
날개보다는 불기둥에 가까운 광염 이 치솟아오르고, 그 열로 인해서 아 지랑이가 다 만들어지기도 전에.
파스스스.
레온의 잔상이, 흩어졌다.
“브리트라아아아아——
〈광천사성좌〉로 구축한 삼각불의
빛을 뒤집어쓴 채, 레온은 콤마 몇 초만에 수 킬로미터를 돌파했다.
〈둠 브레스〉처럼 공간을 지우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빨랐다.
브리트라조차 그 반격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눈앞에 그가 도착했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신속했다.
유성 락(流星落)
머나먼 우주에서 땅 위로 내리꽂히
는 별똥별과 같이.
전속력으로 낙하한 레온이 제 몸과 함께 찌르기를 날렸다.
【천한 것이!】
놀랍게도 브리트라는 그 찰나에 반 응했다.
레온이〈둠 브레스〉를 받아쳤듯이, 놈 또한 기습으로 허를 찌를 수 없 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카심에게 찢겨져나갔던 날개 두 장 이 둥글게 겹쳐진다.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태였으나, 〈심검〉은〈역천〉으로도 막을 수 없
는 능력이다. 하물며 성검으로 발현 된 힘이었으니, 몸 자체의 내구력이 더 유효할 터.
그 판단은 옳았다.
쿠과과과과과과과과一 I!!
〈유성락〉이 작렬하면서 브리트라의 크고 무거운 몸뚱이가 수백 미터 아 래로 가라앉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레온과 브리트라의 체중차는 수백 배 이상. 어쩌면 천 배가 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천 배나 가벼운 인 간이 드래곤을 위에서 내리눌러, 땅
속에 처박아버린 것이다!
그걸 본 연합군의 사기가 다시 올 라가기 시작했다.
“용사님께서 악룡의 대가리를 땅에 처박으셨다!”
“우리들도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 야! 싸울 수 있는 놈들은 무기를 들 어라!”
“포병대! 지원사격은 아직 멀었나!”
“그러니까 불이 안 붙는다고…엇, 되잖아? 발포준비!”
얼어붙었던 전장의 분위기가 열을 되찾는다.
그 유혈의 현장을 과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공포에 휩싸 여서 도망치거나 생을 포기하는 것 에 비하자면 백 배 나았다.
그러나.
【•••그렇군. 가로막아선 안 되는 종 류인가. 이해했다.】
레온에게 짓눌려서 땅에 처박힌 채 로, 두 날개를 관통당한 것도 모자라 늑골까지 꿰뚫린 브리트라가 말했다.
상처의 고통이나 굴욕 따위는 아랑 곳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현 상황을 돌아보고서 인
과를 분석하는 것뿐.
놈의 무미건조한 반응을 본 레온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밀어넣으면 놈의 숨통 을 끊을 수 있는데…!’
미래예지에 가까워진 직감이 경고 한다.
이 이상 파고든다면, 그가 먼저 죽 는다고.
【비켜라.】
오싹, 하고 등줄기에 소름이 내달 렸다.
팟!
반사적으로 뒤로 뛰어오른 레온이 다시 자세를 취했을 때, 브리트라의 몸 주변은〈둠 브레스〉와 같은 어둠 이 전방위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영향권에 들어간 땅이 둥글게 지워져나가자,〈유성락〉이 만든 크레 이터가 반구형의 공간으로 변한다.
그리고 브리트라의 몸을 휘감았던 어둠이 걷혀나갔다.
“•••뭐냐, 그 모습은?”
한층 더 경각심을 높인 레온이 묻 자, 브리트라가 제 육신을 내려다보
면서 대답했다.
3미터가 조금 안 되어보이는 이족 보행형.
〈드래 고니 안(Dragonian)〉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네놈이나 카심 같은 놈 들을 상대할 때는 이쪽이 더 나아보 여서 말이다. 날파리에게 있어선 태 풍보다 파리채가 더욱 효과적인 것 과 마찬가지니라.】
“그래서 파리채를 손수 만드셨다?”
【영광스럽게 생각해라. 카심도 이 모습은 보지 못했으니.】
레온은 그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말 때문이 아니었다.
‘주시자의 성흔’과 일체화한 눈이 브리트라의 소형화된 육체 안에서 꿈 틀거리는 힘을 간파했다. 드래곤 형 태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밀도에 있어서는 수십 배 우월한 상태였다.
[귀찮아졌군.]‘그러게.’
드래곤처럼 강력하고 거대한 몸은 육탄전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물리법칙을 뛰어넘은 영역에 서의 전투라면 큰 단점으로도 작용
했다.
조그맣고 재빠른 적을 따라잡기가 힘든데다, 밀도가 높아서 회피해야하 는 공격도 전부 두들겨맞게 되니까.
하지만 브리트라는 드래곤족 특유 의 자존심을 다 내버린 지 오래라, 몸의 형태를 근본부터 바꿔버렸다.
【그녀와의 약속이 걸려있으니 뒤로 물러서진 않겠다만, 이 몸이 네놈과 직접 치고받아줄 이유는 없다.】
“ 뭐?”
브리트라는 레온의 반문에도 개의 치 않고 선언했다.
【막든지 피하든지 알아서 해라. 뭐, 네놈이 막지 않는다면 저 버러지들 은 모두 죽겠다만.】
그가 뭐라고 할 틈도 없었다.
브리트라의 등 뒤에서 물결치기 시 작한 것은, 인간마법사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수준의 마력이었다.
마왕으로 타락했다지만 그 노심과 마법능력은 여전하다.
한 줄로 풀어놓으면 킬로미터 단위 로 뻗어나갈 수식, 도형 수십 개가 뒤엉키면서 마법진을 이뤘다.〈헬 파 이어〉,〈엔드 오브 이터니티〉,〈케라
우노스〉등등.
아주 먼 옛날에 실전되었다던 궁극 마법이 장전된다.
【자, 시작할까. 가능한 빨리 죽어다 오. 네놈 같은 벌레들과 노닥거리느 라 그녀를 볼 시간이 늦어지고 있지 않느냐?】
“나도 한 가지만 약속해주마, 인성 파탄 도마뱀 새끼야!”
브리트라의 정면에 당당하게 선 레 온이 소리쳤다.
“네가 여신님을 뵐 일은 두 번 다 시 없을 거다!”
여신을 거론하는 것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는지, 브리트라의 두 눈동자 가 살의를 품고 가늘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팽팽하게 당겨져있는 활 시위에 걸 린 화살처럼,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 럼 진동하던 마법진이 힘을 해방한 다. 마법의 정점, 9위계에 해당하는
궁극마법은 한 번만 발현해도 능히 군단을 섬멸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무예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심검 보다야 반 수 밀린다지만, 법칙을 뛰 어넘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궁극마법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여섯 번.
드래곤만이 가능한 멀티캐스팅의 도달점이 펼쳐졌다.
[그래도 여섯 발의 궁극마법이 한 꺼번에 오진 않는다』
‘어째서?’
초를 수십 번 쪼개고도 여분이 남
는 시간 속에서, 엘시드와 레온은 제 머릿속에서 정보를 공유했다.
궁극마법을 상대해본 적이 없었던 레온에게, 엘시드의 말은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겨우 발견한 등대와도 같 았다.
[궁극마법은 네 심검처럼 법칙을 초월하는 권능. 마법으로 시작해서 마법이 아니게 된 능력이다. 무엇보 다도 큰 차이는, 심검과 달리 궁극마 법은 그 종류마다 개변시키는 법칙 이 전부 다르다는 점이지.]‘개변시키는 법칙이…전부 다르다 고?’
[그래, 예시를 들어볼까.]엘시드가 말했다.
[저 좌상단에서 발현되고 있는 마 법진은〈헬 파이어〉, 화염 계통의 궁 극마법이다. 알고 있냐?]‘무엇이든지 태워버릴 수 있는 음 차원의 불꽃이라던데.’
돌이나 특수금속처럼 연소점이 너 무 높은 물질은 물론이고, 소리와 빛 같은 요소마저 발화시키는 것이 가 능한 법칙개변.
〈헬 파이어〉가 검은색 불꽃인 것 도, 그 영향권에 들어가는 빛을 모조 리 불태우기 때문이었다. 색채는 빛 의 반사로 알 수 있는 정보인데, 빠 져나오는 빛이 없으니 새카맣다.
[게다가 저 우하단에서 전개되고 있는〈케라우노스〉는 옛 신의 권능 을 모방해서 ‘절대로 적중’하며, ‘방 어를 무시’한다는 특징을 재현한다. 〈엔드 오브 이터니티〉는 시간계 분
해마법의 일종이고.]
그런데, 하고 운을 뗀 엘시드가 설 명했다.
[제각기 다른 법칙을 개변시키는 궁극마법이 일정 범위에서 동시발현 될 경우, 그 결과물은 어떻게 될까?]‘……꼬이기라도 해?’
[정답.]심검이나 궁극마법으로 행하는 법 칙개변은 결코 영원할 수 없으며, 결 과로서 일어난 일이 자연법칙에서 크게 동떨어졌을 경우에는 세계의 자체수복력이 더 빨리 발생한다.
레온이 조금 전에 베어냈던 차원단 면이 수복된 것처럼.
한 종류만 사용한다면 심검보다 궁 극마법이 더 안정된 힘을 발휘하나, 몇 종류의 다른 궁극마법을 사용하 면 여러 법칙이 동시에 개변되면서 서로를 간섭하게 된다.
그러니까 한 발 한 발을 차례로 때 려넣을 수밖에 없다.
‘처음은〈헬 파이어〉인가.’
한 발씩 날아온다고 방심할 것도 아니었다.
엘시드가 한 말대로 궁극마법은 심
검과 동격.
자칫〈헬 파이어〉에 적중당하기라 도 한다면 그 신체부위가 증발하고 말리라. ‘수호자의 성흔’을 흡수하면 서 더 강성해진 생명력으로도 그 손 상을 재생하려면 한참 걸린다.
독존성광(獨尊 M 光)
섬 W
수직으로 한 번 내리긋기가 무섭게 〈헬 파이어〉가 쪼개져, 그 뒤의 마법 진까지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일격을 교환하는 방식이라면 레온 이 한 수 위다.
하지만.
[〈케라우노스〉는 꼭 맞받아쳐라. 〈엔드 오브 이터니티〉는, 아, 제기랄. 이딴 것들만 골라쓰는 이유가 있었 군.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없는 마법 들이잖아?]
‘소모전으로 끌고 갈 생각인가?’
[아마도』
레온은 두 번째 검격으로〈케라우 노스〉를, 세 번째 검격을 내보내서 〈엔드 오브 이터니티〉를 무력화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면 맞받 아치면 된다.
시간을 급가속해서 만물을 붕괴시 킨다면, 그 시간의 영역을 베어내면 된다. 자연스럽게 홀러가고 멈추지 않는 것이 시간. 따라서 시간마법은 거의 다 9위계로, 자연법칙을 대적 한다.
“후우.”
세 번을 연달아 떨쳐내고서 심호흡 을 길게 반복한다.
어지간하면 〈칠성검〉과 〈태양검〉 전반부만 써서 대적해볼 만한데, 브
리트라가 뒤집은 패는 하나하나가 필살수단.
힘을 아끼려다간 그대로 눌려죽는 수가 있었다.
【벌써부터 진이 빠졌느냐? 입만 살 아서 나불거리던 모습이 아직 선하 건만.】
“닥쳐. 입으로 힘 빼지 말고 덤비 기나 해.”
【크흐흐, 아직 더 가지고 놀 수 있 겠구나.】
기동을 잠시 멈췄던 마법진들이 일 제히 회전하고, 파괴당한 자리를 채
우듯이 세 개가 더 만들어진다.
궁극마법의 지속적인 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