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40
“–나는, 다행하지, 않은가?”
“그쪽은 있는 줄도 몰랐다만.”
“ 그런一가.”
그림자는 어쩐지 좀 시무룩한 기색 으로 찌그러졌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회의가 시작되 었다.
“콘라드 경은 중상입니다. 한두 시 간이면 회복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는 그만큼의 여유도 없지요.”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다섯 으로 갈 수밖에.”
레온과 체자레는 이 인원이 어떻게 싸워야할지 논의했고,
“거기 계집애, 모험가라면 쓸 만한 마도구라던가 좀 없냐? 팍팍 써버리 라고. 아끼다가 죽기 싫으면.”
“그쪽이야말로 꿍쳐놓은 물건 다 털지? 슬럼가 피 빨아먹고 사는 인 간이 몰염치하긴.”
“뭐가 어쩌고 어째?!”
카렌과 칸은 앙숙이라도 만난 것처 럼 투덕거렸다.
실제로도 둘은 앙숙관계였지만, 그 것을 아는 사람은 카렌과 레온분이 었다. 살인청부로 먹고 사는 암살자 와 폭력으로 남을 착취하는 깡패. 둘의 사이가 좋을 리도 없었다.
다행히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외법에 저항력을 지닌 체자레를 선 두로 해, 칸과 카렌이 그 뒤에 선다.
레온은 비장의 패로 삼아서 최후미 에 남아있다가 적의 의표를 찌른다 는 계획이었다.
“어이,〈관지기〉! 네놈은?”
“그냥 내버려두면 밥값쯤은 할 겁 니다. 오는 동안에도 제법 활약을 해줬거든요.”
“맞아. 일 인분은 꼭 했다고.”
레온이 옹호해주자 카렌은 바로 맞 장구를 쳤다. 이중신분을 지켜보려 고 필사적인 게 눈에 다 보였다.
못 미더워하던 체자레와 칸도 결국 은 납득했다.
어차피 말을 안 듣는다면 내버려두
는 쪽이 더 낫다.
재정비를 마친 일행은 그대로 통로 앞에 다가섰다.
“•••빌어먹게 안 좋은 느낌뿐이구 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구 멍.
칸은 그 구멍을 마주하면서 이발을 갈아댔다. 짐승 쪽에 더 가까운 감 이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그러나 거부감이 곧 투쟁심을 불렀 는지. 공포보다 더 강한 투지가 그 의 근육을 팽창시켰다. 임전태세. 동 로를 나서자마자 싸우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리라.
“진입합니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체자레가 한 걸음 내디뎠다.
어둠을 밝히는 ‘달’의 오러.
그의 모습이 통로 안쪽으로 사라지 기가 무섭게 나머지도 그 뒤를 따라 서 뛰어들었다.
이 지긋지긋한 토벌전의 끝을 장식 할 시간이었다.
실로 불쾌한 어둠이었다.
진창에 뛰어든 것 같은, 몸 전체가 끈적끈적한 타르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인식해서는 안 되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직감
했다. 이 세상의 바깥[外]. 그곳의 어 둠은 단순히 빛의 부재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직후에 몸의 감각이 되돌아왔다.
“푸하!”
레온은 저도 모르게 억눌렀던 숨을 몰아쉬었다. 오감이 다 봉쇄되었던 탓인지, 그 답답함은 잠수에 비할 바 가 아니었다. 나머지 일행들도 그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틈 따 윈 없었다.
통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그들을 맞이한 것은 전투태세로 포위한 적
의 무리였으니까.
“여러분!”
체자레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는 자의 차이는 크다. 그나마 돌입 직전에 의 논했던 게 유효했는지, 일행은 순식 간에 제 위치로 흩어지면서 무기를 들어올렸다.
당장이라도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 다.
한 마디의 주문이, 한 걸음의 이동 이 팽팽해진 긴장의 실을 끊어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야, 엄청나게 늦으셨군요!”
이 긴박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목소 리가 울려퍼졌다.
밝고 쾌활하다.
외법사들의 중심에서 걸어나온 놈 은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을 조 롱하는 것도 아니고, 가식적으로 만 든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기뻐서 어 쩔 줄 몰라하는 얼굴이었다.
“저희들도 이번에 공을 좀 들이기 는 했습니다만, 이렇게나 늑장을 부 려주실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과장스러운 몸짓에 붉은 로브가 흔
들린다.
그러자 로브 겉부분에 새겨져있는 문양이 불경한 형상으로 일렁거렸는 데, 보는 자로 하여금 현기증을 나게 할 정도였다. 조금 전에 마주했던 어 둠과 마찬가지다.
금기 (禁忌).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지 식과 힘.
“네놈, 전도사냐…!”
“예! 그렇습니다!”
체자레의 노성에, 놈은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악’의 내부에도 위계질서는 있다.
내려받은 외법을 쓸 뿐인 교도, 스 스로가 외법을 탐구해서 그 힘에 잠 식된 신도. 그리고 외법을 널리 퍼트 려, 본격적으로 간부 대접을 받는 게 전도사였다.
신성교단의 직위로 따지자면 주교 급. 안 그래도 수가 적은 ‘사악’에서 는 상당한 고위인력이다.
“정말로 좋은 날입니다! 의식은 성 공적이었고, 제물들은 그 무가치한 목숨에 값이 매겨졌으며, 어리석고도 편협한 여신의 종 앞에서 진정한 신 의 가르침을 선보이게 될 줄이야!”
광인(狂人)이다.
돌입조의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미친 것처럼 소리치고 웃어대는 놈 의 눈동자에 그들은 전혀 비치지 않 았다. 공허한 바람처럼, 땅에 굴러다 니는 돌멩이처럼 인식하지 않고 있 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도 의사소 통이 안 된다. 대화해봤자 시간만 낭 비하게 될 분이다.
“ 이봐.”
하지만 레온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 분을 찾아냈다.
“의식이 성공했다고? 그런 것치고 는 아무 일도 없는데.”
“0]-0]-! 이 얼마나 어리석은! 한 치 앞밖에 못 보는 종자들은 역시 구제 할 방도가 없군!”
그 말에 격앙한 전도사가 두 눈을 까뒤집었다.
“대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제물은 모두 바쳐졌으며, 이제 그 대업이 이 루어지는 순간만이 남아있으니! 자, 네놈들의 싸움이 무의미했음을 깨닫 도록 해라!”
형식적인 존대를 때려치운 놈■이 발 작하자, 그 말을 신호로 외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온은 신속하게 엘시드와 의견을 교환했다.
‘의식이 성공했다는데? 그럼 다 망 한 거 아니야‘?’
[아니, 아직이다.]엘시드의 음성은 여전히 침착했다.
[〈도시 삼키기〉의 원리는 낚시와도 같다. 생명력이 압축된 정수를 그 미 끼로 삼아, 차원 바깥에서 떠돌아다 니던 괴물을 끌어들이는 거지. 한 마 디로 놈이 미끼를 발견하고 물 때까 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낚시…. 그렇다면 괴물이 언제 그
미끼를 발견할지, 물지도 미지수라는 뜻이잖아.’
[뭐, 그렇지.]어쩌면 한 시간도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몇 초도 안 지나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싸움이다.
그 이치를 꿰뚫어본 레온이 크게 외쳤다.
“주교님!”
체자레는 그 말에 입술을 악물었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외법사는 총 12명. 미궁에 깔려있던 놈들도 상당
했지만, 여기에 모여있는 놈들이 진 짜였다.
한 번이라도 저울이 기울어지면 그 대로 진다.
각오를 정한 체자레가 왼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자비로운 여신이시여, 밤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가 길을 헤매지 않도 록. 아늑한 빛으로 여기 임하소서.」”
그와 동시에 빛의 구슬이 튀어나왔 다.
푸르스름한 광구.
체자레의 손을 떠난 구슬은 먼 천 장까지 올라가, 밤하늘에 뜬 달처럼
은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러자 외법사들 모두가 몇 걸음 물러 나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호오.]그걸 본 엘시드가 가볍게 감탄했다.
[성법과 오러의 복합기술이다. 태양 보다는 못하지만 외법의 힘을 억제 할 수 있겠군.]‘달 속성이라서 가능한 건가?’
[너도 더 수련하면 가능할지도 모 르지. 그냥 내 빛을 쓰는 게 효율적 이지만.]어찌됐든 기선제압은 잘 됐다.
머리 위의 달빛이 그렇게나 거슬리 는지, 외법사들은 주문을 외우려다가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그 순간이야말로 일행이 노려야할 빈틈.
누구보다도 먼저 카렌이 움직였다.
피피피핏!
허리춤에서 봅아낸 단검 네 자루를 벼락처럼 쏜다.
초록빛 오러 네 줄기가 허공을 베 어가르고, 그걸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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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전령 (全身全해).
두 집단의 전투는 시작하자마자 치 열하기 그지없었다.
꽈아아앙!
체자레의 철퇴가 한 명의 외법사를 덮쳤다.
놈의 몸뚱이는 알 수 없는 재질로 변이해, 금속보다 단단하고 질긴 내 구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몸 이 터져나가지 않고 굉음과 함께 튕 겨나갔다.
하지만 그 충격까지 감당할 순 없 었는지,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아 낸 외법사는 곧 절명했다.
남아있는 적은 11명.
vd<기i=T)UG!
f)f)iil[|5UicOBE)!
괴상망측한 주문이 공명한다.
몇 종류의 외법이 서로 뒤엉키면서 현실을 일그러트린다.
흉측한 괴물들이 불려나오고. 형언 할 수 없는 색깔로 물든 공기가 생 물처럼 꿈틀거렸다. 한 마리 한 마리 가 마을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는
외차원생물.
수십 가닥의 촉수를 꿈틀거리는 개, 머리가 네 개 달린 뱀, 비슷한 동물 이 떠오르지 않는 살덩어리까지.
“어떻게 한 놈도 빠짐없이 다 개떡 같이 생겼지!”
괴물개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봅■아 내버린 칸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뒷골목에서 온갖 추물을 지 켜봐온 그에게도 이 괴물들의 몰골 은 끔찍하기만 했다.
주먹으로 때려부수는 게 가끔 망설 여질 정도다.
그중에 몇 놈은 체액부터가 맹독이
라, 오러를 두르지 않고 후려쳤다가 손이 녹아내릴 뻔했다.
카렌 역시 생소한 놈들에게 고전하 고 있었다.
“아니, 급소가 대체 어디야?!”
머리도 없고 눈도 없다. 독을 묻힌 단검으로 찔렀는데 아무 반응도 없 으니, 순수한 공격력이 부족한 그녀 로서는 공략법을 찾아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림자’를 제대로 다루면 또 다르 겠지만, 그건〈관지기〉의 정체를 드 러내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교착상태가 계
속된다.
마지막으로 레온은.
촤악!
카렌의 뒤를 노리던 괴물뱀을 베었 다.
네 개의 머리를 잘라내서 밟아부수 니 더 움직이지 않는다. 본래대로라 면 살점 한 조각까지 다 태워야하나, 성검이 놈의 재생력을 무효화한 덕 택이 었다.
태양의 오러 또한 한몫했다.
본능적으로 그 성질을 알아차린 것 처럼, 괴물들은 레온에게 가까이 다 가가는 것을 꺼렸다.
‘아직이 다.’
또다시 한 놈을 베어넘긴 레온이 눈을 돌렸다.
외법사들의 우두머리, 전도사는 아 직 싸움에 가담하지 않고 있었다. 나 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지, 아니 면 나서야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인지.
어느 쪽이든지 일행에게 달가운 상 황은 아니었다.
‘이대로는 그냥 소모전이다.〈도시 삼키기〉의 괴물이 언제 찾아올지는 몰라도, 오래 끌수록 더 위험해질 텐 데.,
레온의 두 눈동자가 전도사의 뒤를 노려보았다.
〈도시 삼키기〉가 발동하고 있는 의 식의 중심지. 소름끼치는 힘이 그 너 머에서 뻗어나오고 있었다.
‘그 전에 모조리 해치우고 진을 파 괴해야해.’
엘시드는〈도시 삼키기〉를 낚시에 비유했다.
제물은 낚싯줄 끄트머리에 매달린 미끼이며, 괴물은 미끼와 함께 도시 를 집어삼킬 분인 물고기라고.
전도사는 말했다.
〈도시 삼키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고.
그렇다면 낚시를 중단시키는 것은 늦었다. 열려있는 차원의 틈을 닫아 버려도 그 냄새를 맡은 괴물이 찾아 올 수도 있었다. 최선의 방법은 미끼 째로 낚싯줄을 끊어버리는 것.
“•••젠장.”
레온은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돌파해야하 는데, 그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모순 이 너무 괴로웠다. 성검은 ‘사악’의 천적이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힘을 사용하면 반드시 알아차린다.
일격으로 전부 쓸어버린다면 또 몰 라도, 용사의 존재를 알아차린 놈들 은 제 목숨을 걸고 그의 발목을 붙 잡으리라.
‘내 역할은 결국 최후의 일격이다.’
〈도시 삼키기〉를 파괴하고, 저 수상 한 전도사가 준비해놓은 함정을 쳐 부수기 위한 비장의 검.
마지막까지 아껴둬야한다.
한 번 뒤집혀버린 조커에는 어떤 가치도 없듯이, 상대방의 허를 찔러 야만 불리한 판을 뒤집을 수 있다. 냉정해야하는 걸 알고 있기에 끓어 오르는 피를 가까스로 식혔다.
그때 였다.
두근.
치열하게 싸우던 자들 모두가 얼어 붙었다.
두근.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소리다.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 금해하다가, 이내 스스로의 늑골 안 쪽에서 울려퍼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두근.
심장이 몸 바깥으로 튀어나을 것처 럼 두근거린다.
공포 (恐’Mi).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저 두려워 한다. 왜 두려운지, 뭐가 두려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렵다. 살갗에 돋 아나는 소름이 옷 아래로 스치면서 까끌거린다.
어쩌면 인간이 개미를 내려다볼 때, 그 개미도 이런 감상을 품었을지 모 른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는 그 자체 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크, 크히, 크히히히히히히!”
그 와중에 유일하게 웃는 자가 있 었다.
전도사다.
희열에 찬 얼굴로, 공포로 떨리는
몸뚱이를 부여잡고 미친 사람답게 웃어 젖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