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42
“당신!〈관지기〉잖아! 눈감아줄 테 니까 좀 도와달라고!”
“에 ”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 걸 실패하면 다 죽는다고! 나도! 당 신도! 이 블레인의 수많은 사람들도 전부! 그 어설픈 연극 때려치우고 그림자로 날 옮겨달란 말이야!”
정체를 들킨 카렌의 두 눈이 휘둥 그레 졌다.
텅 비어있던 눈동자에 잠깐 살기가 떠올랐지만, 이 상황에 입막음을 시 도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고민할 틈도 없었다.
그녀는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알았어. 도와주면 될 거 아냐! 젠장, 알고 있었으면 진작 말하던가! 쪽팔리게 이게 뭔 망신이야!”
“말했으면 먼저 칼부터 들이밀었을 거면서!”
“당연하지! 여자의 비밀은 소중하다 고!”
농담이 섞인 대답을 한 카렌이 달 려나가고, 레온이 그 뒤를 따라서 내 달렸다.
여기까지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상태창에서 본 기술,〈그림자걷기〉 는 공간을 넘는다. 하나 그 이동거리 가 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 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것은 최고위 마법사들도 어려운 일이며, 암살자에 게 필요한 간격은 수 미터에 불과하 다.
‘기껏해야 십 미터 안팎이겠지.’
혈거인의 주목을 끌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놈의 이목에서 벗어나 뒤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간격까지 계 속 접근했다.
이내 카렌이 그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야. 이 다음부터는 혼자서 가. 나까지 빠지면 바로 알아차릴 테 니까.”
“죽지 말아요.”
“•••살다보니 교단 사람한테 걱정을 다 듣네.”
어째서 일까.
그녀는 묘한 얼굴로 레온에게 손을 벋었다. 그와 동시에 쑥 솟구친 그림
자가 그를 집어삼켰다.
레온은 저항하지 않고 그 흡입력을 받아들였다.
“ 아.”
그리고 스스로가 거인의 등 뒤에 있음을 깨달았다.
‘서둘러야해.’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달려나간다.
오러는 쓰지 않았다. 태양의 힘이 혈거인의 이목을 끌까봐, 육체의 힘 만 사용해서 빠르게 오르막길을 주 파한다.
다행스럽게도 의식을 주관하는 곳
은 가까웠다.
수십 초만에 언덕을 오른 레온이 두 눈을 부릅떴다.
‘여기인가…!’
〈도시 삼키기〉가 진행되고 있는 의 식의 중심부였다.
허공에 뻥 뚫려있는 구멍은 그 안 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 시력에 관 계없이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공간. 차원의 바깥이 숨김없이 드러나있었 다.
무엇보다 그 구멍의 중심부에는 붉 은 보석과도 같은 뭔가가 떠올라있 었는데, 레온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
었다.
“•••저게 그 ‘미끼’, 생명력의 정수 야?”
[그래.]엘시드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천 명. 어쩌면 만 명도 넘는 생 명을 희생시킨 결과지.]레온이 검 자루를 굳게 움켜쥐었다.
어째서 ‘사악’은 존재해서는 안 되 는가, 이곳에 와서 똑똑히 알 수 있 었다. 악인마저 용서와 교화의 대상 이라는 교단조차 무자비를 표방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섬멸해야한다.
사명감을 떠올린 그가 한 걸음 내 디뎠다. 일단 저 보석부터 부숴버리 고 뒷일을 생각하면 된다. 만약 그들 이 패배해서 다 죽는다고 해도〈도 시 삼키기〉는 멈출테니까.
[•••온.]검을 들어올린 레온이 힘을 집중시 켰다.
황금빛.
신성력과 어우러지는 오러가 아름 답게 빛나고, 그 칼날에서 뻗어나오 려고…
[레온 물러나라!]바로 그 순간이었다.
엘시드의 외침으로 각성한 그가 뒤 로 떠올랐을 때. 동시에 무언가가 상 공으로부터 내리꽂혔다.
쿠구구구궁…!
여섯 개의 팔.
여덟 개의 다리와 하나의 꼬리.
괴상망측한 형상을 한 혈거인이 그 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그의 부재를 들켰다고 해도 이 속 도는 상정 외였다. 일행도 최선을 다
해서 놈의 발목을 붙잡았을 텐데, 왜 벌써 따라잡힐 수 있는가하는 의문 이 절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몇 초도 안 지나서 사그 라졌다.
“…날개라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레온은 헛웃음마저 내뱉으면서 놈 의 등 뒤에서 펄럭거리는 피막을 노 려 보았다.
그렇겠지.
난데없이 저 거인이 하늘로 날아올 랐으니 놓칠 수밖에.
【포기해라, 여신의 개.】
이번에는 정말로 놀랐던지, 거인은 그 격앙된 기세도 잃고 나직한 음성 으로 말했다.
【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나의 신께서 내리는 은총을, 필연적인 죽 음을 받아들여라.】
“개처럼 생기지도 않은 게 개처럼 짖는군.”
그 선고에 침을 뱉은 레온이 검을 들어올렸다.
승산은 없다.
그럼에도 승리를 바라보는 게 용사
의 일. 언제나 그의 등을 떠밀어줬던 스승의 가르침이었다.
“간다.”
그때 였다.
[에휴, 어쩔 수 없구만.]레온의 몸이 스스로의 통제를 벗어 났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손목이, 팔꿈 치가, 어깨가 움직이면서 배운 적도 없는 자세를 취한다.
아니. 배운 적은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 어서 그렇지.
[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도와주마.]엘시드가 레온의 몸을 움직인다.
자신의 것도 아닌데 그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럽고, 완벽한 힘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그 감각만 되새겨봐도 공부가 될 정도였다.
[잘 봐라, 바보제자.]알 수 없는 위압감으로 경직된 혈 거인의 앞에서, 엘시드가 수백 년만 에 그의 검술을 펼쳐냈다.
칠성검(Grand Chariot).
일곱 별이 떠오른다.
더욱 빛나는 것은 그중에서도 두 번째였다.
천선이 식 (7J旋三式).
메라크 (Merak).
칼날에서 붐어져나온 별빛이 혈거 인의 목을 그었다.
문자 그대로 찰나였다.
엘시드는 레온의 몸을 움직여서 낯 선 자세를 취하고, 바로 그 다음 순 간에 혈거인의 목을 베 었다.
메라크.
북두칠성의 두 번째로 자리잡은 별 의 이름이자, 칠성검에서 2식에 해 당하는 오의다. 몸 안에서 고밀도로
압축시킨 오러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방출하는 참격!
【그르르륵?!】
단칼에 목을 절단당한 혈거인이 피 거품을 토했다.
체자레의 강격, 칸의 연격에도 아랑 곳하지 않았던 내구력이 참격 한 번 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성검 때문에 재생되지 않는 상처로 부터 새카만 혈액이 뚝뚝 떨어진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지면이 그 피에 스며들어있는 독성 과 악의를 증명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잘려나간 팔
들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쿵…! 쿠궁…!
두 개의 굵직한 팔이 땅바닥에 나 뒹굴었다.
혈거인은 막지 못한 게 아니다. 반 사적으로 막았는데도 그 방어째로 목을 베인 것이다.
경악과 공포.
조금 전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점 철된 눈동자가 레온을, 그 손아귀에 붙들려있는 검을 향했다. 소드마스터 도 아닌 주제에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끅. 끄르륵, 끄럭…!】
무한하게 끓어오르던 힘이 썰물처 럼 빠진다. 목의 절단면이 재생되지 않아서 주문조차 외울 수 없다.
그래도 혈거인은 필사적으로 제 목 을 붙잡았다.
재생은 안 되지만 놈의 생명력은 경이로웠다. 가죽과 근육, 뼈와 신경 까지 모조리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단면을 붙여놓은 동안은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목이 잘려도 살아있나? 구질구질 하군.”
엘시드가 레온의 입을 빌려서 그 꼴을 비웃었다.
“아니면 그 꼬락서니가 네가 바라 던 모습인가? 그럼 외신은 때려치우 고 듀라한을 섬기는 게 어떠냐. 그놈 들은 목 없이도 잘만 돌아다니던데.”
【불, 경하드아악…!】
신랄한 모욕에 열이 벋쳤는지, 혈거 인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그 눈깔을 부릅뜨고 외쳤다.
두 팔로 머리를 고정하고, 나머지 두 팔로 주먹을 쥔다.
그렇다.
목이 잘렸는데도 혈거인은 아직 싸 울 수 있었다. 여덟 개의 다리를 땅 에 박아넣어서 진동을 최소화하고,
꼬리와 두 팔만 휘둘러도 적을 때려 부수는 것쯤은 가능했다.
〈도시 삼키기〉의 발동진을 등 뒤에 두고, 결사의 각오를 한 혈거인이 레 온을 노려보았다.
“오, 근성있구만.”
엘시드는 그 각오에 코웃음치며 검 을 겨누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그도 무리하고 있었다. 한 방으로 끝낼 셈이었는데, 레온의 몸을 쓴 탓인지 파괴력이 좀 부족했다.
알게 모르게 떨려오는 손끝이 그 한계를 호소한다.
2격째를 버텨낼 수 있을지 없을지 는 거의 도박이었다.
‘엘시드.’
그럼에도 레온은 한 치의 머뭇거림 도 없었다.
“ 오냐.”
엘시드가 머리 위로 성검을 들어올 렸다.
그 의도가 자세에서부터 드러나있 는 상단세.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수직으로 세운 칼날에서 빛이 솟는 다.
벤다.
잡념을 다 내려놓은 눈동자가 유리 구슬처럼 투명해지니, 그 시야에 내 비치는 세계가 달라진다. 대기의 흐 름, 진동의 파장, 공간의 일그러짐까 지 꿰뚫어볼 수 있는 눈.
일시적으로 그 시야를 공유한 레온 은 깨달았다. 이 광경이〈안법〉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종경지의 하나라 고.
천추일식 (X極一式)
두베 (Dub he)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뭐야, 도대체!?’
레온은 그 순간을 누구보다 길게 인 식할 수 있었으나, 검의 이치는커녕 제 몸뚱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찰나조차 넘어선 신속(神速).
벤다, 고 생각한 순간이면 이미 베어 버린 후였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검술의 개념이 무너져내린다. 그저 그 반동으로 비걱거리는 근육과 벼의 고 통만이 선명하게 새겨져있었다.
【크라아아아아악一一!]
이번에야말로 둘로 쪼개진 혈거인이 몸부림쳤다.
그 단면에서 새카만 피를 흩뿌리며, 몸 안에 잔류하고 있던 외법의 힘이 쏟아져나온다.
타르처럼 검고 끈적거리는 연기구름!
그동안 전도사가 쌓아올린 악업의 결정체였다. 수천, 수만에 다다르는 생명을 모독한 죄. 어떠한 행위로도 속죄할 수 없는 죄악이 흘러넘친다.
성검으로 두 동강이 난 혈거인의 내 부에서 피투성이로 변한 전도사가 절 규했다.
【죽어! 죽어! 다 죽어버려라! 너희들
도 나와 함께一】
어마어마한 힘이 한곳으로 뭉친다.
터지기 직전의 화약과도 같다.
스스로의 영혼마저 그 일부로 삼은, 악랄하기까지 한 자폭!〈도시 삼키기〉 로 열어놓은 차원의 틈을 더 벌리는 것은 물론, 이 미궁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폭발을 일으키리라.
그렇게 되면 다 끝장이었다.
“이럴 줄 알았지.”
엘시드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기수 식을 취했다.
“그래서 힘을 좀 뺐다. 더 확실하게
날려버리려고 말이야.”
칠성검의 오의는 그 연계기에서 진 면목이 나온다.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
아직 미숙한 레온으로서는 하나도 잘 다룰 수 없겠지만, 그 반발력을 성 검에 떠넘긴다면 1회성의 필살기쯤은 된다.
수직베기와 수평베기가 교차했다.
칠성 검 (七星劍)
연식오의(連式m 義)
시
폐 H fT.•자
두베에서 메라크로 연결되는, 십자형 의 대참격!
지극성십자(指極星十字)
눈부신 별빛이 온 사방에 휘몰아쳤 다.
오직 레온만이 볼 수 있었다.
킹!
엘시드의 검극에서 뿜어진 빛이 연 기구름을 반으로 쪼개고, 그 너머에 있던 생명력의 정수까지 갈라버리는 것을. 별빛은 그저 물질만을 벤 것이
아니었다.
전도사가 뿜어낸 악업, 그리고〈도 시 삼키기〉로 벌어져있는 차원의 틈 새까지 전부 베어버렸다.
【•••말도, 안 돼.】
넷으로 갈라진 혈거인의 몸뚱이가 뒤로 기울어진다. 최후의 발악까지 실패한 놈은 더 움직이지 못했다.
등 뒤에 펼쳐져있던 차원의 틈새가 놈을 빨아들인다.
실로 우스꽝스러운 결말이었다.
스스로가 벌린 균열에 빨려들어가
서 죽는다니?
전도사 역시 실성한 것처럼 헛웃음 을 흘려一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