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5
레온은 엘시드의 분석에 의아하다 는 듯이 되물었다.
다른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 역
시 똑같은 층고를 했다. 적당한 가문 에 충성을 맹세하고, 제대로 된 검술 과 연공법을 배우기만 하면 지금보 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엘시드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검술은 결국 검 다루는 방법이야. 기본기를 상황에 따라서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으면 그게 검술이지. 물 론 검술 자체가 엄청나게 강력한 것 도 있지만, 그런 비전을 층성맹세 하 나로 가르쳐주는 가문이 어디 있겠 냐.]“•••그건 그러네.”
[오러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리안이란 놈이 오러를 써서 널 이겼냐?]레온은 아, 하고 깨달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어딘지는 몰라도 고위귀족의 자제, 리안이 오러를 사용하지 못할 리 없 었다. 레온이 쓰지 못했기에 그 역시 쓰지 않았을 분, 아카데미의 누구보 다 강력한 오러를 지녔으리라.
그러니 지금 오러를 배워봤자 단기 간에 익힌 것으로 리안을 쓰러트리 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그가 이해했음을 안 엘시드가 뒷말
을 덧붙였다.
[게다가 아무 배경도 없는 네가 갑 작스럽게 오러를 익히면, 그 자체로 수상하게 여길 놈들도 많겠지. 그러 니 오러는 학원 바깥으로 나간 후부 터 가르칠 거다.]“아, 그랬구나!”
레온이 내심 감탄하면서 단번에 수 긍했다. 강해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그와 달리 엘시드는 그 주변 의 상황까지 다 고려하면서 가르침 을 준 것이다.
과연 대영웅의 영혼을 품은 성검다 웠다.
[그러니까 지금은 ‘보는 법’을 터득 하는데 집중해라. 최대한 빨리 그놈 을 때려눕히고 학원을 나가야지.]“좋아! 의욕이 막 생기는데!”
마른 걸레처럼 찌그러져있던 모습 은 온데간데없이, 의욕을 되찾은 레 온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엘시드는 그 모습마저도 충 분하지 않았나보다.
[••아니, 그 정도로는 부족해.]“ 뭐?”
[내가 말했지? 반복훈련을 하다보 면 요령을 피우게 된다고. 오늘의 너는 전력으로 ‘보는 법’에 집중했지만, 똑같은 방식의 훈련에는 금방 질리 기 마련이지.]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낀 레온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별 거 아니다. 요령을 피울 엄두가 나지 않게, 내일부터는 대답이 틀릴 때마다 ‘벌’을 줄 분이니까.] [어때, 한 번 경험해볼 테냐?] 레온은 그냥 거절할까 하다가 이내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한 번도 틀리지 않는 것 은 무리였고, 어차피 맞게 될 매라면 미리 경험해보고 각오하는 게 나았 다.
그에 상응하는 경각심도 키울 수 있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레온은 그 각오마저 물렀음 을 곧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손등에 새겨져있던 문양이 한 번 번뜩이는 순간, 레온은 즉시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경련했다.
“끄, 그그극! 으극! 직!”
그것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해본 고 통이었다.
쥐가 난 근육을 직접 꼬집어서 비 틀어버리는 듯한, 인대를 쇠집게로 잡아서 빙빙 돌리는 듯한 통증이었 다. 레온은 차마 비명도 내지르지 못 하고 침대에서 몸을 바르작거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겨우 5초 정도일 까.
5초만에 식은땀을 한 잔쯤 쏟아낸 레온이 축 늘어졌다.
목검에 맞아서 뼈가 으스러진 적도, 말에서 떨어져서 다리 한 짝이 부러 져본 적도 있었지만 이건 비교도 안 된다.
[이런, 좀 심했나? 강도를 조금 낮
춰야겠는데….]
엘시드는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리 다가 이유를 설명했다.
[널 괜히 괴롭히려는 건 아니다. 매 가 약이라는 게 의외로 맞는 말이라 서 그렇지. 네 정신력은 꽤 쓸 만하 지만, 자발적인 의지 외에도 등을 떠 밀어주는 힘이 필요하거든.]“…그, 그렇다고…해서…”
[아, 방금 전은 처음이라서 조절이 안 된 거고. 다음부터는 좀 약하게 갈 거야. 연속으로 틀리면 강도를 더 높일 거지만, 그거야 네가 잘하면 될 일이니까』아무렇지도 않게 레온을 절망시킨 성검, 엘시드가 평소처럼 상쾌한 목 소리로 그를 격려했다.
[자, 그러면 내일부터 같이 또 잘해 보자고!]“야…이…마검, 놈아아…!”
레온의 마음속에서 성왕 로드릭에 대한 존경심이 약 7할쯤 깎여나간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성검 엘시드를 뽑아낸 날로부터 30 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 지만, 레온에게 있어서는 그 하루하 루가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엘시드 의 훈련은 그를 문자 그대로 한계점 까지 몰아붙였다.
한 푼의 여력도 남김없이 다 토해 내도록, 수련이 끝나고 방 침대에 눕 자마자 의식이 뚝 끊어지도록.
1분 1초의 낭비도 허락하지 않는 다.
깨어있는 시간 전부가 수련이나 다 름없었다.
훈련광으로 유명한 레온조차 겨우 버텼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은 스스 로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고생 덕분인지 나름대로 의 성과는 있었다.
[기숙사 건물 지붕에 붙어있었던 비둘기는 몇 마리였지?]“열한 마리.”
언제나처럼 점심을 짧게 해치우고, 연무장에 선 레온이 두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질문과 거의 동시에 튀어나오는 대 답. 몇 초를 생각하고도 틀렸던 처음 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엘시드가 그 정도로 넘어가 줄 리도 없었다.
[너를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세 번 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열 번째 에 있었던 비둘기의 색은?]“회색, 회색, 흰색, 회색.”
[그중에서 가장 먼저 날아오른 녀 석은?]“여섯 번째.”
[열린 창문에 앉아있었던 비둘기는 몇 마리였지?]“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레온
이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씩 웃으면 서 대답을 돌려주었다.
“비둘기가 아니라 까마귀만 한 마 리 있었지.”
[정답.]엘시드의 함정을 잘 피한 대답이었 다.
단순히 묻고 응답하는 것은 2주차 쯤에 끝마쳤다. 그 이후로 엘시드는 그의 판단력을 뒤흔들고자 질문에 속임수를 섞었고, 레온은 좀 뜸해졌 던 ‘사랑의 내’에 다시 몸부림쳐야했 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며 또 2주, 레온은 두 눈에 핏발까지 세워가면서 훈련을 거듭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서야 아슬아 슬하게 급제점을 땄다.
[집중해야 겨우 볼 수 있는 수준이 지만…, 한 달만에 이룬 것치고는 괜 찮군』
“그럼?”
[오늘은 특별히 여기까지다. 푹 쉬 어라.]
좋아! 하고 두 팔을 들어올린 레온 이 털썩 주저앉았다.
한 달만에 손에 넣은 휴식이었다.
엘시드는 그의 집중력이 약간만 흩 어져도 바로 알아차렸고, 그 순간을 노린 질문으로 ‘벌’을 주었다.
처음에는 그 끔찍할 분인 고통에 이가 다 갈렸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 가자 레온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매가 약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을 말이다.
‘게으른 사람은 배가 고파도 움직이 지 않을 수 있지만, 매를 때리면 바 로 일어나서 뛴다고 했지.’
엘시드의 ‘벌’이 딱 그러한 역할이 었다.
근성이 남다른 레온조차도 한나절
을 집중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는데. 그 고통을 한 차례 느끼고 나면 혼 미해졌던 정신이 냉수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선명해졌다.
동방의 옛말처럼, 이독제독(以毒制 毒)이 따로 없었다. 그가 한계라고 느꼈던 순간을 몇 번이나 넘어섰던 지.
“레온 형?”
그때 였다.
생각보다 꽤 오랜만에 듣는, 익숙하 면서도 불쾌한 목소리가 레온의 귀 를 간지럽혔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굳힌 레온이 그
방향으로 돌아섰다.
예상대로였다.
리안이 평소와는 좀 다른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리안.”
레온은 그를 마주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제법 오랜만이었다.
엘시드에게 훈련을 받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여유가 없던 레온의 일과 는 철저하게 고립되었다.
식사를 할 때도, 체력단련을 할 때도.
언제 어디서 엘시드가 질문해올지 모르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던 탓이다. 리안은 물론이고 클 로에와 대화를 한 기억조차도 보름 전이 최근이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연무장이라, 레온 형 답네요.”
리안은 괜히 살갑게 웃으면서 몇 걸음 다가왔다.
몇 마디를 나눈 것으로 어색함을 푼 것일까. 조금 전에 본 표정은 온 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는 네 걸음 정도의 간격을 남겨 두고서 발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안심했습니 다.”
“ 뭘?”
리안은 그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두 어깨를 으쓱했다.
“한 달 가까이 대련하자는 말이 없 어서요. 다른 사람들처럼 도전을 포 기하신 건가, 싶었죠. 그런데 그 얼 굴을 보니 아직도 할 마음이 있으신 것 같네요.”
“그게 보이냐?”
“네.”
레온은 다 안다는 듯한 말에 비꼬 듯이 되물었지만, 리안은 한 치의 망 설임도 없이 단언했다.
천재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굴복 은 익숙한 것이었다.
상하관계를 명백히 나타내는, 폭력 적이기까지 한 재능. 그건 체감한 자 의 자존심을 무너트리고 적의 혹은 경의를 부른다. 카리스마(Charisma) 라고도 일컬어지는 힘이다.
지금까지 그 힘을 무수히 휘둘러왔 기에 알 수 있었다.
“저한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형과는 많이 다르 거든요.”
레온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꿰뚫어본 리안은 내심 기뻤다.
포섭하기는 한층 더 어려워진 셈이 었지만, 레온이 남들처럼 가볍게 굴 복했다면 꽤나 실망했으리라. 어떻게 보면 모순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이 조심스럽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레온이 그의 속마음을 알 리도 없었다.
“그래, 너 잘났다. 점심시간에 따로 날 찾아온 이유가 그게 전부냐? 용
건 다 끝났으면 이만 가보지 그래.”
리안은 그 퉁명스러운 말에 쓴웃음 을 머금었다.
“거참, 쌀쌀하시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몇 마디 정도 는 더 받아주시죠.”
“너랑 나 사이에 할 말이 얼마나 있다고?”
“10분이면 됩니다.”
꿋꿋한 태도에 질린 레온이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리안은 그 반응을 허락으로 보았는지, 그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근처에 앉아버렸다.
장난스럽게 구르던 녹색 눈동자가 곧 진지하게 변했다.
지금부터 할 말은 ‘후배’로서 내뱉 는 게 아니었으니까.
“제가 평민이 아니라는 소문, 한 번 쯤은 들어보셨죠?”
“소문이라….”
레온은 그 말에 입꼬리를 비틀면서 리안을 돌아보았다.
“돌려말할 필요가 있나? 그다지 숨 길 생각도 없어보이더만. 아니, 지금 부터라도 존댓말을 써줄까?”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장난기가 사라진 리안의 낯이 진중 하게 가라앉았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흘러나온다.
어려서부터 황족으로 길러진 자의 분위기, 처절한 경험으로 다듬어진 각오가 두 눈에 깃들었다. 위엄이라 부르기에는 좀 부족했지만 연륜만 조금 쌓인다면 해결될 문제다.
리안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그 무 게감이 담겼다.
“지금은 아카데미의 ‘후배’가 아니 라, 신분을 감춘 ‘리안’이 전하는 말 이라고 생각해주시죠.”
“그러지.”
레온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서 고 개를 끄덕였다.
비록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는 해도 신분을 감췄으니 마땅한 이유가 있 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밝혔다는 것은 ‘위협’이 될 여지가 층분했다.
분위기를 바꾼 리안은 잠깐 생각하 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그동안 대련을 일방적으로 받아준 건 아시겠죠.”
“그래.”
학생간의 대련이 아무리 자유로워 도 레온처럼 자주 신청한 예는 없었 다. 리안 쪽에서는 그냥 거절해도 무 방했고, 신분을 이용할 것도 없이 레 온과의 대련을 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승부가 계속되어온 것은 리안의 호의였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도전해오는 레온을, 승자로서 아량을 가지고 상 대해준 거나 다름없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리안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제 슬슬 끝내죠.”
3년도 넘게 이어져온 승부를 끝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끝내자고?”
“아, 물론 여기서 끝내겠다는 건 아 닙니다. 이 다음 승부를 마지막으로 하죠. 언제나와 같이 오러는 없이, 순수검술만. 그 대신에 목검 말고 가 검으로.”
레온의 반응을 떠보려는 건지, 리안 은 얇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관찰에서 어떤 답을 얻었는지는 모른다.
리안은 곧 연무장까지 그를 찾아온 이유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승부에서도 제가 이기 면, 레온 형은 내 가신이 되어줘야겠 어요.”
그건 여태껏 정립하지 않았던 상하 관계를 정하겠다는, 리안 나름대로의 선전포고였다.
말미에서 ‘나’라고 자칭한 것도 그 러한 맥락이었다.
레온은 그 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일종의 내기승부로군. 하지만 내가 그 약속을 지킬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지? 마법적인 계약도 아니고, 구두
약속이라면 얼마든지 깰 수 있는데.”
“훗,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랬 겠죠.”
리안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그 가능 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자 존심 하나로 몇 년이나 스스로를 몰 아붙여온,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내 눈앞에 서있다는 걸 요.”
“•••욕이냐, 칭찬이냐?”
“형의 약속을 믿는다는 겁니다. 스 스로가 한 말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 도 지키려고 할 테니까.”
“흐 ”
’石“ •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제 얼굴에 침뱉기밖에 안 된다.
레온은 괜히 코웃음을 치면서 그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리 안을 바라보면서, 수락과 다를 바 없 는 질문을 돌려주었다.
“패배하면 나는 네 가신이 된다. 그 게 조건이지?”
“ 네.”
“그런데, 내가 널 이긴다면?”
오늘날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자가 할 말은 아니었으나, 레온의 목 소리는 더없이 진지하기만 했다.
혹시나, 하는 것도 아니라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이길 생각으로 싸우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