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55
구스타프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로부터 나흘 후였다.
스톰상단은 아직도 숲의 중심지대 를 좀 지나친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반복적인 습격 때문이었다.
첫날의 고블린떼는 별 것도 아니었 다.
수백 마리가 죽었는데도 고블린은 또 몰려들었고, 이전처럼 시체의 산 이 쌓였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행동이었다. 마물이라고 해도 두려움 은 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도 끝없이 덤벼드는 광전사와는 다른 것이다.
“첫날과 둘째날에는 고블린들, 그
다음은 놀과 코볼트인가. 이번에는 뭐가 또 올지 모르겠네.”
단검으로 저글링하던 카렌이 그렇 게 중얼거렸다.
레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 렸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숲트롤의 영향력이 예상 이상으로 큰 것인지, 이 삼림 전체의 마물들이 스톰상단 을 노리고 있었다.
물론 그 전력이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러니까 상단주, 아놀드도 아직 트 롤사냥을 포기하지 않은 것일테고 말이다.
“이렇게 간만 보다가 안 덤빌 수도 있지 않아?”
한두 번 이러다가 덤벼올 줄 알았 는데, 숲트롤의 인내심이 상당히 끈 질겼다.
레온은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카렌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마 물도 다 똑같은 놈들이 아니라서, 같 은 종이라도 행동양식은 달라질 수 있었다.
숲트롤은 특히 더 그랬다.
트롤보다 강력한 마물이 많은 숲이 라면, 놈들은 하이에나와 같이 수십 이 몰려다니면서 시체를 찾아다닌다. 인간처럼 돌과 나무를 투척하면서 몰이사냥을 한 경우도 있다던가.
그런 이유로 트롤사냥은 트롤 자체 의 강함보다 그 교활함이 문제였다. 못 이기겠다 싶으면 나타나지도 않 고, 환경에 따라 행동양식이 크게 변 화해서 정해진 사냥법이 없었다.
“ 아.”
그 순간이었다.
카렌의 손을 빠져나온 단검이 마차 밑바닥에 푹 박히고, 두 눈을 동그랗
게 뜬 그녀가 마차 밖을 돌아보았다.
한 박자 늦게 레온도 그 접근을 감 지 했다.
엄청나게 무거운 것이 빠르게 다가 오고 있었다.
‘이건!’
반응하고 말고 할 틈도 없었다.
두 사람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한 칸 앞의 마차에 큼 지막한 바위가 내리꽂혔다.
꽈아아아앙!
땅이 흔들린다.
얼마나 세게 내던졌는지, 바위에 얻
어맞은 마차가 처참하게 박살나면서 말들까지 고꾸라졌다.
그 안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즉사했군.”
마차 밖으로 뛰쳐나온 레온이 제 눈살을 찌푸렸다.
몇 차례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는데, 겨우 한 번 의 공격으로 세 명이 죽어나갔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낯이 익숙했다.
연회할 때에 몇 번인가 술잔을 부 딪혔던 용병들이다.
“왔어. 준비해.”
그와 반대로 카렌은 냉정했다.
한 번 바라보는 일도 없이, 바위가 날아온 방향을 주시한다. 누군가의 죽음 따위에는 아무 감흥도 없다.
레온은 그 모습에서 그녀가 진짜 암살자임을 실감했다.
하나 그 감상에 사로잡힐 시간은 없었다.
“바위가 더 날아온다! 충격에 대비 해라!”
구스타프의 성난 외침이 들려온다.
그제서야 고개를 든 레온의 눈에, 저 멀리서 날아오는 바위 네 개가 들어왔다.
드디어 숲트롤들이 싸움에 나선 것 이다.
“숲트롤이다! 놈들이 돌을 던져대고 있다!”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울려퍼 졌다.
수백 미터, 어쩌면 그 이상의 거리 에서 날아온 돌팔매다. 한 방에 짐마 차를 박살내버릴 정도의 위력이니, 공성용 투석기와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두 차례의 돌팔매로 대열이 흐트러 진다.
경험 많은 상인들도 눈앞까지 다가 온 죽음 앞에서는 침착할 수 없다. 소리와 진동에 놀란 말들이 허둥거 리자, 마차 안팎이 뒤흔들리면서 상 인들이 덩달아 아우성쳤다.
그런데 그 패닉을 억누르는 목소리 가 있었다.
“시끄럽다一!”
구스타프, 이번 의뢰에서 호위대장 을 맡은 남자가 우렁차게 소리치면 서 검을 휘둘렀다.
투콰앙!
산산조각이 난 바위가 흩어진다. 투 석기를 정면에서 받아친, 무모하기까 지 한 행위였지만, 그 위용은 과연 대단했다.
패닉에 빠지려던 사람들이 저도 모 르게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은 한 번 휘두르지도 못 할 츠바이핸더와 2미터가 넘어가는 체격, 오랜 경험으로 굳어져있는 얼 굴은 누가 봐도 믿음직스럽기 그지 없었다.
일격으로 주목을 끈 구스타프가 크 게 외쳤다.
“패턴 C다!〈푸른 머리 독수리〉, 〈홍련의 검〉,〈백발백중〉용병대는 마차들을 엄폐물 뒤로 숨기고, 모험 가들은 어디에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마물들을 경계해라!”
그의 지시대로 세 용병대가 짐마차 들을 움직였다.
혼란하고 있는 말들을 진정시키고, 돌팔매가 닿을 수 없는 지형으로 이 끈다. 상인들의 안전과 교역물품의 보존이야말로 상행에서 가장 핵심적 인 목표였다.
나머지 병력들도 놀고 있지 않았다.
뒤로 뺀 마차들을 둘러싸듯이, 전방
위를 경계하면서 자신의 병장기를 봅아들었다.
‘온다…!’
부산스러운 기척이 다가온다. 그 너 머에서 풍겨오는 비린내, 피와 오물 을 뒤집어쓴 마물들의 악취다.
레온과 같이 그 기척을 느낀 하멜 이 반응했다.
그는 불화살을 먼 하늘로 쏘아내. 밤의 어둠에 가려져있던 풍경을 들 춰 냈다.
“마, 마물들이다!”
“고블린, 놀, 코볼트가 전부…!”
아무래도 남은 전력을 다 투입한 모양이었다.
종의 구분도 없이 뒤섞여있는 마물 떼가 들이닥친다.
그러나 그 수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는데, 지난 나흘간 죽어나간 수 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다 합 쳐봐야 300마리 남짓일까. 몇 차례 의 습격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적었 다.
구스타프는 그 상황을 인식하고 즉 시 전략을 바꿨다.
“숲트롤의 섬멸을 우선시한다! 한센 과 레오닉! 너희는 용병 네 명을 데
려가서 한 마리를 상대해라! 그리고 하멜, 넌 다른 녀석의 발목 잡기다! 도망치지 못하게, 돌을 더 던지지 못 하게 철저히 달라붙어라!”
“알겠습니다!”
“늦지 마십시오, 대장!”
구스타프의 지시를 받은 〈강철의 발톱〉이 재빠르게 숲으로 뛰어들었 다. 잡다한 마물 수십 마리보다 숲트 롤 한 마리가 더 위협적이다. 저 거 리에서 계속 바위를 던져댄다면 인 명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터였다.
게다가 숲트롤들은 한 곳에 뭉쳐있 지 않았다.
한 마리라도 먼저 쓰러트리면 나머 지는 도망칠 게 번하다. 소수정예로 네 마리를 일제공격하는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숲트롤은 개체 전투력도 꽤 높은 편이지.’
길드 등급으로 구분하자면 B랭크 중상위권. 숲속에서는 그 위험도가 몇 배나 치솟는 마물이다.
한센이나 레오닉 같은 B랭크 용병 들도 1대1로는 불리하고, 하멜처럼 치고 빠지기에 능숙한 레인저라도 시간을 끄는 것이 한계였다. 숲트롤 을 혼자 제압하는 게 가능한 인원은
아마도 구스타프와 카렌 정도겠지.
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봅 아들었다.
“카렌, 우리도 가자.”
“ 그럴까‘?”
한 점의 긴장감도 없이 대답한 카 렌이 소리쳤다.
“어이, 대장! 우리들은 가장 먼 곳 에 있는 놈한테 갈게!”
“가장 먼 곳, 알겠소!”
“나머지 하나는 네가 처리해줘!”
이걸로 네 마리에게 각각 상대가 정해졌다.
구스타프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레 온은 앞서 달리기 시작한 카렌을 뒤 따라서 숲에 뛰어들었다.
해가 떨어지고 난 후의 숲속은 암 흑천지다.
〈안법〉으로도 그 형상밖에 파악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빛을 뿜어내자니, 숲트롤이 둘의 접근을 알아차릴지도 몰랐다.
‘귀찮은 마물이군, 정말.’
레온은 혀를 차면서 눈앞에서 펼쳐 지는 학살극을 보았다.
“아하하하하! 이 잡것들이 진짜 간 이 부었나?”
그보다 앞서 달려나가는 카렌의 뒤 로 피바람이 휘몰아쳤다. 고블린, 놀, 코볼트 할 거 없이 모조리 썰려 나간다. 두 자루의 단검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번뜩이고 있었다.
일격필살.
한 번에 급소를 도려내는 암살검이 다. 오러를 쓸 것도 없이 휘둘러지는 칼날이 피를 흩부렸다.
“카렌! 적당히 좀 해 우풉
레온은 속절없이 그 피를 뒤집어썼 다. 정화의 빛도 못 쓰는 상황이다보 니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입에 들어갈까봐 얼굴을 한손으로
가린 채, 피와 살점으로 더러워진 옷 을 털었다. 그래봤자 눈 가리고 아웅 인 수준이라 별 의미는 없었지만 말 이다.
그래도 카렌 덕분에 진행속도는 엄 청나게 빨랐다.
“거의 다 왔어! 준비해!”
“ 벌써?!”
어느새 마물들의 파도는 끝난 지 오래였다.
그녀의 말에 레온이 긴장감을 돋우 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시야에 큼지 막한 그림자가 보였다.
눈어림으로 대충 4미터 정도일까.
그 형상을 꿰뚫어본 레온이 검을 들어올렸다.
‘트롤!’
가까이 접근하니 그 형상이 점점 선명해진다.
용병들이 한 말대로였다.
아카데미의 책에서 본 그림과 달리 숲트롤은 팔다리가 길고 날렵한 체 격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붉게 빛나 는 눈동자가 그 흉포한 본성을 드러 내고 있었다.
그때. 카렌이 그의 등을 두드리면서 속삭였다.
“도망치는 건 내가 막아줄테니, 마 음껏 싸워봐!”
레온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카렌의 기척이 귀신처럼 사그라졌다. 숲트롤이 그녀의 힘을 알아본다면 싸움이고 뭐고 꽁무니를 뺄테니, 은 신술로 숨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레온이 숲트롤의 감각 범위에 들어섰다.
구르르륵?!
그 기척에 놀란 숲트롤이 돌아보는 순간, 레온은 여태까지 참고 참았던 빛을 터트렸다.
번쩍!
정화의 빛.
그 섬광은 그의 몸 곳곳에 달라붙 은 오물들을 지우고, 주변 일대의 어 둠까지 밀어내면서 숲을 밝혔다.
동공이 한껏 열려있던 트롤에게는 뜻밖의 기습이었다.
구가아아악!
한손에 쥐고 있었던 바위까지 떨어 트리고, 놈은 뒷걸음질을 쳐가면서 제 얼굴을 가렸다.
마물 특유의 밤눈이 안 좋은 방향 으로 작용했다.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은 숲트롤이
휘청거렸지만, 레온은 그 빈틈을 파 고들지 않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한 건 아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 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 뭣?!”
레온은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력을 잃은 숲트롤이 갑자기 양손 을 늘어트려, 주변 땅을 파헤치면서 날뛰기 시작했으니까!
푸확! 푸화악! 푸확!
안 그래도 인간보다 체격이 큰 숲
트롤인데, 놈의 손바닥은 그 비율도 인간 이상이었다.
굵직한 나무도 쉽게 붙잡을 수 있 는 면적이다.
그런 손바닥으로 흙더미를 힘껏 부 려대니, 접근하기가 힘들 정도의 벽 이 태어났다. 흙은 둘째치고 그 안에 섞인 돌멩이에 맞으면 틀림없이 뼈 가 부러진다.
‘빌어먹을 놈이…!’
레온은 그 흙더미를 피해 우회하려 고 했지만, 놈은 시력을 잃은 상태로 도 그의 기척을 따라잡았다. 청각인 지 후각인지는 몰라도 시각 외의 감
각기관이 발달해있다는 증거다.
잔재주지만, 그 수법이 너무 교활하 다.
그가 몇 번인가 돌파를 실패했을 때, 숲트롤은 이미 시력을 다 회복한 상태였다.
구흐흐흐
비웃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이 무 기를 집어들었다.
“•••몽둥이, 인가.”
그 길이는 3미터 이상, 대충 깎아 낸 게 보이는 통나무였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몽둥이지만, 저 무게는 위 험하다.
정면에서 맞받아치면 손목이 뚝 부 러질 수도 있었다.
레온은 검을 중단으로 내리면서 숨 을 몰아쉬었다.
이제부터는 한 번도 실수하면 안 된다.
‘가자.’
스스로의 등을 떠밀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다.
그 직후, 숲트롤의 거센 포효가 터 져나왔다.
구오오오오오一!
대기를 뒤흔드는 압력에 굴하지 않
고, 앞으로.
꽈앙!
몽둥이가 내리꽂혔다.
반 박자 차이로 레온이 머물렀던 자리가 박살난다.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충격 이었다.
‘예상보다 발라. 반격하려면 조금 더 가까이.’
숲트롤은 그 재생능력의 원천, 체지 방을 포기한 대가로 몇 배의 민첩성 을 손에 넣었다. 한껏 느려진 세계에 서도 놈은 꽤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3미터에 달하는 몽둥이의 사정거리 도 귀찮다.
검으로 흘리거나 쳐내기 부담스러 운 위력, 부피다보니 쉽게 파고들 수 가 없었다.
꽝 꽈앙! 꽈 후웅!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한다.
놈의 움직임에 기교 따위는 없기에, 잘 보고 피하는 것쯤은 어렵지도 않 았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몽둥이의 풍 압 때문에 흙먼지가 짙게 일어난다. 그 정도의 위력이다. 구스타프라면 정면에서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레
온은 그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 지.’
반 걸음 다가설 때마다 목덜미가 오싹해진다.
놈의 간격이다.
레온이 몸을 낮추기가 무섭게 그 위로 몽둥이가 지나가고, 잠깐이라도 발을 멈추면 놈은 한 걸음 물러선다. 간격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태도 가 실로 교활하다.
그 무엇보다 놈의 전투방식부터가 상식 외였다.
‘온다!’
놈■의 어깨가 움찔거리는 것을 본 레온이 왼쪽으로 뛰었다. 그 직후에 그의 옆으로 흙더미가 스쳐지나갔다.